성이라는 개념은 매우 넓습니다. 개인의 행위와 정체성이자 사람간의 관계이며, 문화와 규범, 법과 제도를 아우릅니다.  따라서 성에 관한 지식과 정보를 민주화하고, 성에 개입되는 차별과 폭력 문제를 다루고, 문제적인 법과 관행을 바꾸기 위해서 제도를 만들고 문화운동을 하는 것이 필수적인 영역입니다. 만일 이러한 사회적인 노력이 뒤따르지 않을때 차별받는 소수자들은 심각한 인권침해를 경험합니다. 이에 대해 국가가 나서서 차별을 예방하고 피해자를 구제하며 관련된 정책을 수립하지 않는 것은 국가의 책임을 방기하는 것입니다.

성적 권리로서 포괄할 수 있는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국가로부터 부당하게 침해받지 않도록하기 위해서 사생활 권리의 일부가 되어야 하고, 성적 권리를 자유롭고 실질적으로 실행하기 위해서는 신체와 표현의 자유가 기초가 되어야 합니다. 결혼여부, 임신여부, 파트너 선택의 결정권이 확보되어야 합니다. 또한. 성적 정체성과 성행동 여부와 방식에 대한 그 어떤 강압도 없어야 하며 모든 개인이 자신이 만족스럽고 안전하고 즐거운 방식으로 성생활을 추구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기 위해서 교육받을 권리, 정보접근권, 의료접근권을 비롯한 건강권, 나아가 노동권, 주거권이 보장되어야 합니다.

유엔은 인권으로서 성적 권리를 천명하고 다양한 차원에서 이를 다루고 있습니다. 인권 안에서 더 중요한 권리와 덜 중요한 권리의 위계는 없으나 성적 권리는 유난히 논쟁적인 권리중의 하나입니다. 재생산권리를 천명했던 카이로 국제인구개발회의(ICPD)에서 성적 권리는 명시되지 못했고, 한국 여성정책의 출발이 되었던 1995년 북경여성대회에서 북경선언 5년 이후 행동계획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성과 재생산 건강과 권리(SRHR: Sexual and Reproductive Health and Rights)에서 성적 권리를 구체화하려고 했던 시도도 실패했습니다. 성적 권리를 인권의 목록에서 빼고 싶어하는 이들은 성차별적 구조에서 성적 권리를 확보하기 어려운 여성과 성소수자 등의 권리를 제한하려고 합니다. 구체적으로는 남성과 여성의 성적 관계에서 여성의 동의능력을 의심하고 여성의 프라이버시권, 행복추구권, 파트너 선택권, 성적 표현과 행동의 자유 등을 제한하고자 하려는 의도라고 볼 수 있습니다. 더불어 그들은 성소수자들의 정체성에 대한 (제도적) 인정을 불허하고 성적 표현과 출판의 자유를 규제하고, 교육권을 비롯한 평등권에 반대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에 맞서서 성적 권리를 확보하기 위해서 전세계 페미니스트, 인권활동가, 성소수자 운동, 재생산정의 운동 등이 투쟁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형법과 가족법 등에서 여성과 청소년, 성소수자 등의 성적 권리를 제한하는 법제도와 관행이 여전히 강고합니다. 청소년은 학교에서 포괄적인 성교육을 받을 수 없고 성적 권리에 관한 다양하고 실질적인 정보와 의료접근성이 확보되지 않으며 가족을 구성할 권리에 심각한 차별이 존재합니다. 또한 아직까지 동의여부에 따라 성폭력을 판단하지 않고 있고, 특히 군인의 경우 성인간의 동의한 성관계도 형사처벌됩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 성적 권리 확보를 위해서는 성차별적 구조를 해체하고 성평등을 실현하기 위한 전사회적인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구체적으로 낙태죄를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지난 4월 낙태죄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비범죄화의 길이 열렸습니다. 낙태죄는 실질적으로 혼외 성관계를 한 여성에게 사회적 낙인을 가하는 법의 효과를 발휘해왔습니다. 하지만 성적 권리는 단지 비범죄화로 끝나지 않습니다. 진정으로 모든 사람이 성적 행위와 관계, 그와 관련된 건강에 대한 정보와 지식을 얻는데 있어서 나이, 장애, 사회적 환경,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 출신국가와 인종 등이 장벽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매우 구체적인 정책과 제도가 마련되어야 합니다. 최근 십대 청소년들이 사회적 낙인과 부모 동의때문에 성병이 있어도 검진을 받지 못하고 성 건강을 위협받고 있고, 이주민에게도 산부인과 진료가 가장 어렵다는 조사결과가 나왔습니다.

성적 권리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으로 옹호하고, 사회적인 논의를 꽃피우고, 성공과 실패에 대한 다양한 서사에 접근가능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성적 권리 확보를 위한 사회적 논의의 장을 형성하는데 정부가 노력해야 합니다. 성건강 전문가, 성교육 전문가들도 성적 권리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시민사회에서도 성적 권리와 관련된 의제가 보다 확산될 필요가 있습니다. 앞으로 셰어는 성적 권리와 관련해 성정체성, 관계맺기와 동의, 성매개감염, HIV/AIDS, 쾌락, 미디어 등의 주제에 대해서 좀더 구체적으로 접근해나가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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