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보이지 않는 홈리스’와 성적 권리

이유림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지난 10월 발표한 성매개질환에 대한 관찰 보고서 (2018  STD Surveillance Report)에 따르면 미국 내에서 매독, 임질, 클라미디아 합병증이 지난해 240만건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전합니다. 1기와 2기 매독은 2017년 보고된 사례에서 14%증가하여, 3만 5000건을 기록했으며, 이는 1991년 이래 가장 높은 수치입니다. 높은 확률로 태아 사망을 야기하는 선천 매독(Congenital syphilis), 태아의 매독균 감염은 2014년 462건 보고되었으나, 2018년 1306건으로 3배 이상 보고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사례의 70%가 텍사스, 캘리포니아, 플로리다, 애리조나, 루이지애나 등 5개 주에 집중되어 나타났습니다. 한국에서도 질병관리본부의 보고에 따르면 역시 매독, 임질, 클라미디아를 중심으로 성매개질환의 보고가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클라미디아는 2010년 2984건에서 2018년 10606건으로 1기 매독의 경우 감염자가 2013년 566명에서 2018년 1415명으로 증가하였다고 보고되었습니다. 

이미지 출처 :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 https://www.cdc.gov/std/stats18/infographic.htm

    특정한 질환에 대한 사례 보고의 증가는 정말로 해당 질환이 증가 추세인지, 의료시스템의 확장으로 인해 더 기존에 드러나지 않았던 사례가 통계로서 나타나게 되는 것인지에 대한 합리적인 의심을 갖게 합니다. 하지만 이를 감안한다고 하더라도 성매개 질환에 대한 국내의 사회적 담론이 특정한 사회문화적 낙인은 동반할 수밖에 없는 ‘성병’이라는 질환에 대해 어떠한 논의를 형성해나갈 것인지에 대한 지속적인 고민은 필수불가결합니다. 또한 성매개질환은 누구나 걸릴 수 있으며, 치료 가능하다는 점을 생각할 때 이러한 감염의 증가는 의료적 사각지대의 확장을 의미할 수도 있습니다. 인간이 성관계를 하며 살아가는 성적 존재라는 놀랍지 않은 사실에도 불구하고 성매개질환에 대한 한국의 사회적 담론은 여전히 ‘문란한 성행태’ 또는 ‘서구적 성풍속’의 교정을 이야기합니다. 또는 특정 집단을 ‘보호받아야 하는 약자’로 규정하거나, 그나마 진보적인 입장 역시도 ‘낙인의 문제’를 언급하는 정도입니다. 

     다시 미국의 논의로 돌아가서, 매독의 증가와 관련해서 이루어지는 사회적 논의들 중 ‘보이지 않는 홈리스(invisible homeless, hidden homeless)’에 대한 문제 의식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가시적인 홈리스(Visible homelessness)의 상태가 거리나 노숙인 쉼터에서 머무는 것이라면, 비가시적인 홈리스는 잠을 자기 위해서, 생존할 공간을 갖기 위해서 다양한 전략을 사용하는 것으로, 넓게는 적절한 임대계약, 소유권이 없는 공간에서 생활하는 것에서 다른 사람의 공간에서 충분한 자원이나 협상력이 없이 머물러야 하는 상황, 자동차에서 생활하는 것, 버려지거나 빈 공간에서 살아가는 것까지를 의미할 수 있습니다. 보이지 않는 홈리스로 생존하는 방식은 특히 청소년, 트랜스젠더, 여성, 이주민 집단에서 높게 나타나며 이는 이들의 건강과 의료서비스의 접근에 영향을 미칩니다. 의료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이 현저히 낮으며, 주거의 의존으로 인한 관계/성관계에서의 협상력 박탈, 사회적 안전망이나 자원을 축적하기 어려운 불안정한 이동이 계속되는 삶은 성매개질환의 의제와 연동된다는 논의입니다. 성매개질환이라는 의제는 비단 ‘성행위’나 ‘성풍속’의 논의에서 그치지 않고, 사회적 자원의 배분의 문제, 시민권과 이주의 문제, 주거권과 도시권의 문제들과 깊게 연결되며, 이는 우리가 ‘성 권리(sexual rights)’를 이야기하는 방향성이기도 합니다. 

     현장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에게 비가시적인 홈리스의 전략으로 생활해야 하는 많은 상황을 목도하는 것은 그리 낯선 일은 아닐 것입니다. 성폭력 피해자, 가정폭력 피해자, 청소년 등 지원 대상을 선별한 보호시설과 친구/지인의 집을 이동하며 생존하는 상황, 가족과 함께 생활할 수 없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적절한 사회적 체계의 부재로 가족의 공간을 벗어날 수 없는 상황, 보호라는 명목으로 주어져 있지만 사실상 권리의 침해가 일상이 된 시설 등을 어렵지 않게 떠올릴 수 있습니다. 단순히 소유권으로서의 주거가 아닌 삶의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반이 부재하다는 것은 질병, 폭력, 위험을 감수하게 합니다. 성매개질환 보고의 증가는 이 문제를 맞닥뜨린 주체를 어떻게 바라보냐에 따라 ‘성행위’와 지난한 ‘보호 프레임’의 반복이 될 수도, 누가 시민인지를 질문하는 ‘성권리’에 대한 폭넓은 문제의식일수도 있다는 점에서 적극적인 논의와 담론의 확장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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