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낙폐 기자회견]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1주년 기자회견 #응답하라0411

2020년 4월 10일 오전 10시 30분 국회의원회관 앞에서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 주최로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1주년 기자회견 #응답하라0411>이 진행되었습니다.

코로나19 감염 확산 방지를 위해 1년 전 헌법재판소 앞에 모였던 수많은 분들이 모두 함께 하지는 못했지만 그럼에도 많은 분들이 함께 참석해서 다시 한 번 임신중지 전면 비범죄화와 권리 보장을 위한 요구들을 외쳤습니다.

1년 전 헌법재판소는 66년 동안 존속되어 왔던 형법상의 낙태죄가 사회적 불평등과 인구 통제의 책임을 여성에게 처벌로서 전가함으로써 헌법상의 기본권을 침해해 왔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2020년 12월 31일까지 국가와 사회의 책임을 높이는 방향으로 대체 법안을 마련할 것을 주문했습니다.

그러나 지난 1년 동안 정부와 국회가 눈치만 보고 있는 사이에 여성들이 불평등과 폭력, 임신중지를 여전히 홀로 감당해야 하는 현실과 보건의료 접근성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21대 국회와 정부는 더 이상 눈치보지 말고 임신중지 전면 비범죄화와 성과 재생산 권리 보장을 위한 법, 정책 마련에 나설 것을 다시 한 번 촉구합니다.

오늘 기자회견의 전체 보도자료와 관련 자료, 참가자들의 발언문을 묶은 자료를 아래에 첨부합니다.

[주요 발언]

1년 전 오늘 우리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관한 다섯 개의 시나리오를 놓고 각 상황에 따라 어떤 입장을 발표할 것인지에 대해 모두 밤새워 고민했습니다. 다음 날인 4월 11일에는 이른 아침부터 헌법재판소 앞에 많은 사람들이 모였고, 지난 몇 년 동안 낙태죄 폐지를 위해 거리로 나섰던 많은 여성들과 보건의료계, 법조계, 장애, 이주, 종교계, 청소년, 성소수자 등 수많은 사람들이 릴레이 기자회견을 하며 긴장 속에 결과를 기다렸습니다. 좋은 결과가 나오면 꼭 보란듯이 활짝 웃자고 계속해서 다짐했는데 헌법재판소에서 마침내 헌법불합치 결정이 나온 순간 어쩔 수 없이 감격의 눈물이 터져나왔습니다. 아직도 그 날의 감정이 생생합니다.

저는 오늘 그 날과 똑같은 옷을 입고 나왔습니다. 그 날의 감격은 여전히 생생한데, 헌법재판소 결정 이후의 법과 정책, 보건의료, 사회 현실은 제 옷처럼 1년 전 그 날과 변화가 없습니다.

1년 전 헌법재판소는 지난 66년 동안 여성들에게만 처벌로서 책임을 전가해 온 국가와 사회가 바뀌어야 할 때라고 분명히 명시했습니다. 그에 따른 국가의 책임은 여성을 처벌하던 조항을 삭제하는 것은 기본이고, 나아가 불평등을 해소하고 건강과 권리를 보장할 수 있는 법과 정책을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모낙폐는 헌법재판소의 결정 다음 날부터 바로 그에 따른 과제들을 지속적으로 발표했습니다. 

형법 낙태죄 조항 폐지, 모자보건법 전면 개정, 임신중지 약물의 도입과 승인, 청소년, 장애인, 이주민, 난민 등 다양한 소수자들에 대한 의료 접근성 확대, 지역별 보건의료 격차 개선, 의료인 교육, 보험 보장, 피임 접근성과 포괄적 성교육 확대, 노동 조건 개선과 임신중지 시에도 유사산 휴가 보장 등이 그것입니다.

정부와 국회가 의지만 있었다면 당장 유산유도제의 도입과 승인을 위한 절차부터 시작하고, 현재 가능한 임신중지 상황의 의료조건부터 바꿔나갔어야 합니다. 관련 보건의료 실태조사와 의료 현장 변화, 의료인 교육과 정보 제공 등을 위한 정책 마련 등 지난 1년 동안 바로 시작되었어야 하는 일이 아주 많습니다.

그러나 정부와 국회 모두 마냥 손을 놓고만 있었던 현실을 개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렇게 손을 놓고 있는 사이 지난 1년 동안도 많은 여성들이 혼자서 차별적이고 안전하지 못한 상황 속에서 폭력을 감당하거나 블랙마켓을 이용해야 했습니다.

올해는 반드시 달라져야 합니다. 

임신중지 전면 비범죄화와 여성들의 건강권 보장, 사회적 차별 해소를 위한 법과 정책을 정부와 21대 국회가 적극적으로 만들어내야 합니다. n번방 사건을 중심으로 지금까지 우리 사회가 눈 감고 무시해 온 폭력의 현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습니다. 낙태죄의 문제 역시 이 폭력의 현실과 아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습니다. 차별과 불평등이 만연한 현실에서 폭력을 감당하고 그 폭력에 대해 말하지도 못할 정도로 일방적인 낙인을 감당해야 했던 여성들의 현실에 낙태죄 역시 심각한 영향을 미쳐왔습니다. 헌법재판소가 낙태죄의 위헌성을 확인한지 1년이 지난 지금도 현실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한국은 정부와 국회가 내내 눈치만 보고 있지만 아일랜드, 캐나다, 뉴질랜드를 비롯한 세계 각국은 여성과 소수자들의 건강권과 재생산 권리 보장, 차별 해소를 중심으로 점점 진보한 변화를 만들어 나가고 있습니다. 주수와 사유를 따져 처벌 기준을 만드는 것은 이미 30년 전의 패러다임입니다. 

저는 오늘 여기 붙일 우리의 안전한 임신중지 보장을 위한 상징 물품으로 핫팩을 가지고 왔는데요, 더 이상 임신중지를 한 여성이 혼자 아픔을 감당하지 않아도 되도록, 단지 수술이나 약물 복용이라는 처치로서가 아니라 여성의 건강을 제대로 고려하는 사후 상담과 지원까지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여기에 붙이겠습니다. 

내년에는 우리가 이 자리에서 다른 얼굴로, 달라진 현실을 이야기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_나영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 공동집행위원장, 성적권리와재생산정의를위한센터 셰어 SHARE 대표)
발언 중에서

_나영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 공동집행위원장, 성적권리와재생산정의를위한센터 셰어 SHARE 대표)
사진 ⓒ 사회진보연대

임신중지는 기본적으로 의료행위입니다. 그것도 여성의 건강과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의료행위입니다. 따라서 낙태를 제한하는 모든 법적 제한은 여성의 의료접근권을 제한하고 건강권을 침해하는 것입니다. 100퍼센트 완벽한 피임법이 존재하지 않고, 성별 위계 구조가 존재하는 엄연한 현실에서 ‘임신중지시술이 필요한 여성’은 반드시 생길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므로 한 여성이 임신중지를 할지 말지는 그 당사자가 담당의사와 상의하여 결정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폐암을 1기, 2기, 3기, 기수에 따라 어떻게 치료할지 법에서 결정하지 않아도, 개별사정을 가진 환자와 표준치료법 알고 있는 의사가 상의해서 맞춤형 치료를 하고 있는 것처럼, 임신중지도 몇주는 되고 몇주는 안되고, 이렇게 법으로 정하지 않아도 당사자와 담당의사가 가장 합리적이고 안전한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이 합리적인 의사결정이 빠르고 안전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유산유도제가 하루빨리 도입되어야 합니다. 미페프리스톤이 국내에 도입되어야 하고 미소프로스톨은 임신중지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보험기준을 확대해야합니다. 전세계 67개국에서 사용되고 있으며 WHO에서 필수의약품으로 지정된 약이 우리나라에 도입되지 않았다는 것은 그동안 그만큼 국가가 여성의 건강과 재생산권에 관심이 없고 무책임했다라는 증거입니다. 이제라도 유산유도제를 도입하고 의료인들에게도 교육을 실시하여 필요한 여성에게 처방 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임신중지에 대한 모든 의료서비스(상담, 수술, 시술, 약처방)은 공식적인 의료시스템 안에서 제공되어야 하고 당연히 건강보험 적용을 받아야 합니다. 나아가 피임도 보험적용이 되어야 합니다. 

매달 월경하고, 가끔 임신하지만 자연유산되기도 하고 인공유산하기도 하고 또 가끔 출산하는 것은 모든 가임기 여성에게 발생하는 일입니다. 당연히 언제 임신하고 언제 출산할지 여성 자신이 계획하고 결정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의료인은 그 결정에 가장 든든한 조력자가 되어야 합니다. 모든 법과 제도 또한 마땅히 여성의 삶과 건강 그리고 권리를 보장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_이보라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공동대표) 발언 중에서

이보라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공동대표)
사진 ⓒ 사회진보연대

여성노동자의의 재생산권은 임신과 출산만이 아니라 여성의 몸에서 일어나는 월경, 월경불순, 열악한 노동환경으로 인한 방광염 유발과 각종 여성 질환의 발생들은 같은 맥락에서 살펴야 합니다. 

여성노동자가 임신과 출산만이 아니라 임신을 원해도 산업재해로 인해 불임이 되거나 유산이 되거나, 선택에 의해 임신을 중지하거나, 일 때문에 월경을 중지해야하거나, 화장실에 못가서 방광염이 생기거나, 여성의 몸에서 일어나는 생식과 관련된 변화들은 여성들이 스스로 선택하고 통제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지금의 노동환경은 그러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바꿔야 할 것은 안전한 임신과 출산. 안전한 임신중지를 넘어서 그 모든 과정들을 스스로 선택하고 교섭할 수 있는 힘을 갖추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여성노동자의 재생산권리를 가로 막는 것들이 밝혀지고 드러나야 할 것입니다. 재생산 권리를 위해 외치는 여성들의 목소리가 무엇인지, 그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합당한 대책을 만드는 것이 일터에서도 시작되어야 할 것입니다.

_봉혜영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여성위원장) 발언 중에서

봉혜영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여성위원장)
사진 ⓒ 사회진보연대

낙태죄 헌법불합치 판결 이후, 1년이 지났습니다. 여성의 정조를 강조하고, 낙태를 부정적으로 묘사해온 성교육은 달라졌을까요? 여성의 몸을 ‘임신가능성’으로만 여기던 사회의 상상력은 확장되고 있을까요? 청소년을 순결하고 무지한 존재로만 바라보던 성적 통념은 부수어졌을까요? 우리는 여전히 낙태죄 이후의 새로운 세계를 열어가기 위해, 각자의 일상에서 싸움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N번방 사건을 바라보며, 낙태죄 폐지 이후의 변화가 여전히 미진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가해자들은 N번방의 피해자들에게 “부모님에게 알리겠다”고 협박을 늘어놓았다고 합니다. 친권자가 자녀에 대한 징계권, 거소지정권 등의 압도적인 권리를 가지고 있는 사회에서 “부모에게 알리겠다”는 말은 커다란 위력을 발휘했을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낙태죄가 헌법불합치 판결을 받았지만, 청소년의 임신중절은 여전히 부모 동의를 필수로 합니다. 사실상 청소년에게 임신중절이 금지되는 것과 다를바 없습니다.

이렇듯 청소년의 몸에 대한 결정권이 자신이 아닌 친권자에게 있는 상황은 청소년의 성적 권리가 터부시되는 사회의 현실을 되돌아보게 합니다. 이 사회에서 청소년의 성적 실천은 책임감이 부족하고 문란한 일로 비난받습니다. 그러나 청소년 겪는 위험은 청소년이 책임감이 부족하기 때문이 아니라, 여성과 청소년, 소수자가 모든 위험을 감수하게 하는 사회구조 때문입니다. 청소년의 성적 욕망을 금기시하는 사회에서, 청소년의 섹스는 더욱 위험해지고 은밀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콘돔’이 19금 검색어인 사회에서 청소년의 피임율은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콘돔 등 안전한 섹스를 위해 필요한 물품을 마련하는 데 소요되는 적지 않은 비용이나, 고액의 임신중절 비용은 청소년의 성적 실천을 더욱 취약하게 만듭니다. 여전히 청소년에게는 안전한 환경에서 임신 및 출산을 할 권리도, 임신중절을 결정할 권리도 없습니다.

낙태죄 헌법불합치 이후, 우리가 새로 만들어가야 할 세상은 여성과 청소년의 몸이 있는 그 자체로 존중받을 수 있고, 임신중절을 비롯한 성과 재생산권 전반에 대해 충분히 안내 받을 수 있는 세상일 것입니다. 낙태죄 헌법불합치 1년, 우리에게 여전히 남아있는 과제들을 기억하며, 위티 역시 싸워나가겠습니다.

_양지혜 (청소년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위티 공동대표) 발언 중에서

양지혜 (청소년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위티 공동대표)
사진 ⓒ 사회진보연대

한국에서 노동자로서 살아가는 이주여성들은 이중삼중의 열악한 구조 속에서 가장 취약한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여성이주노동자는 열악한 노동현장과 주거환경, 사업장 내 성폭력등의 위험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자국 남성과 결혼 또는 사실혼 관계를 통해 안전한 울타리를 만들어 생활하고 있습니다. 본국에서의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 이주를 선택한 이주여성들이 한국으로 이주 후 겪는 가장 큰 난관은 계획하지 않은 임신과 출산 과정에서 자신의 신체건강은 물론 더욱 무거워진 부양 책임으로 가난으로부터 더욱더 벗어나기 힘든 굴레에 빠집니다. 이들의 사례를 보면 임신출산을 겪으며 본인 계획했던 삶의 목표에서 멀어진 여성들이 체념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미군기지 성매매 피해여성, 마사지업소 불법 성매매 피해여성, 성매매 피해여성의 경우 임신 후 즉각적인 도움을 받아야 하지만 주변에 상담이나 조언을 해줄 사람을 찾기 어렵습니다. 원치않는 임신으로 임신중단을 원하지만 자유롭지 못한 상황에 놓여 매년 150-200명의 미등록 이주여성들이 희망의친구들을 통해 분만과 산전산후검사비 등을 지원받고 있습니다.

난민여성의 경우 대다수 가족단위로 본국을 떠나 난민으로 입국하는데 종교적, 가부장제 문화권으로 재생산권리에 대한 결정권을 갖기 어렵습니다. 불안정한 체류상황, 취약한 사회경제적 상황, 건강하지 못한 신체적상태에서도 임신과 출산을 하고 있습니다. 3년 전 무슬림 문화권 난민여성은 이미 3명의 자녀를 출산하였고, 결핵으로 건강이 좋지 못한 상태에서 또다시 임신을 하였고 자신의 건강과 자녀 양육의 부담으로 출산을 원치 않았으나 가족의 반대로 인해 결국 출산을 하였슶니다. 대가족 안에서 자녀양육과 가족부양, 경제적 궁핍, 허약해진 이 난민여성이 이 과정에서 도움을 받지 못하고 고립된 매우 안타까운 상황입니다. 

낙태죄 폐지는 이주여성과 난민여성들에게 단순한 재생산권리 보호를 넘어 이주로 인해 불안정한 상황속에서 속에서 자신이 바라는 삶의 방향을 놓치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건강권 보호와 여성인권보호의 안전장치입니다. 현재 이주여성들은 불평등한 의료접근권과 노동권, 모성보호에 차별을 받고 있습니다. 한국사회에서 살아가는 여성들 누구나가 국적, 인종, 종교, 체류자격과 상관없이 성과 재생산권리를 보장받고 건강권을 보호에 차별을 받지 말아야 합니다. 나아가 여성으로서 주체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제반 정책에 포함되어야 합니다.

이주여성 누구나 자국어 여성건강정보 제공 받아야 합니. 성상담 및 성교육을 언제든 받을 수 있어야 합니다. 이주여성은 안전한 피임 방법 및 임신중지를 원할 경우 안전하게 의료지원 받을 수 있도록 경제적 지원을 해야 합니다.

_이애란 ((사)한국이주민건강협회 희망의친구들 사무처장) 발언 중에서

이애란 ((사)한국이주민건강협회 희망의친구들 사무처장)
사진 ⓒ 사회진보연대

의학적 기준으로 정상과 비정상을 구분하고 국민으로서 부적격한 자를 선별하는 것으로 장애인의 생명권은 위협받습니다. 낙태죄로 억압해왔던 출산의 정상성과 모자보건법의 허용 사유가 통제하는 출산의 비정상성이 여성과 사회적 소수자의 재생산권을 통제해 왔습니다. 우생학적 정책, 시설수용을 통한 격리 정책으로 국가는 장애인을 감금하였고, 성과 재생산의 권리를 통제해 왔습니다. 국가의 역할인 권리 보장이란 책무는 자연스럽게 은폐되었습니다. 국가는 이 공간에서 차별받아온 사람들의 재생산 경험, 강제 불임실태 조사를 시작하고, 사과하는 것으로부터 책임을 시작해야 합니다.

허락된 장소에 몸을 놓여야 하고, 원하지 않는데 몸을 보여야 했습니다. 월경에 대한 원리와 정보에 대한 이해는 물론, 어떤 약으로 월경이 중단되었는지 알 수 없는 환경입니다. 자위는 주로 장애남성에게 이루어지지만 성적 즐거움을 찾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일탈적이라고 규정하는 모든 성적 행동을 금지하기 위한 조치인 경우가 많습니다. 장애여성은 자위에 대한 정보는 당연히 금기시 됩니다.

몸에 붙여진 이름표는 나를 알기 위한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과 구분하기 위한 표식, 언제나 정해진 길로 시설 종사자의 뒤를 따라가야 했던 방향, 외출 한번 하던 그날에도 통제되었던 시설화된 삶과 몸으로 살아야 했습니다. 몸에 대한 권리와 존엄이 빼앗긴 그 자리에 성과 재생산의 권리도 없었습니다.

폐쇄된 한정된 관계와 공간, 공동생활이라는 조건으로 인해 공적공간과 사적공간의 구분의 어려움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내 사생활의 권리를 보장 못 받고, 경험한 바가 없는데 타인의 사생활을 존중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쉽지 않습니다. 사회는 한결같이 ‘발달장애’로 인한 ‘어떤 특성’에서 그 이유를 찾으려고 합니다. 그리고 문제 행동이기 때문에 몸을 훈육해 왔습니다. 치료와 지원이 내 몸과 욕망을 탐구하고 권리를 실현하는 것을 지지하기 보다 통제하는 것에 참여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차별의 당사자이며 목격자인 장애여성들은 멈춰있지 않았습니다. 탈시설을 말하고 재생산 권리를 말하고 있습니다. 부족한 자원과 사회의 불인정 속에서 자신의 욕망과 실천 속에서 동료들과 손을 잡고 자신의 세계를 알리고 성적 권리를 실현하려고 합니다.

사회가 포착하지 못한 이들의 욕망과 움직임들이 새로운 세계로 우리 모두를  이끌 것입니다. 프라이버시를 보장받기 위한 싸움, 어떤 성교육이 필요한지 내가 무엇을 알고 싶은지 당사자가 요구하는 것, 또한 내가 경험하고 알고 있는 것을 직접 교육하기 위해 나서는 것 등 수많은 활동을 장애여성의 경험과 속도로 해 나갈 것입니다. 

시설내 재생산권 침해 역사에 대한 실태조사를 대대적으로 해나가야 합니다. 장애여성공감은 탈시설 지원과 성교육 현장에서 시설 거주인의 경험을 나누며 배울 것입니다. 프라이버스와 성적 즐거움을 말하는 성교육을 통해서 시설 거주인이 자신의 경험을 발언하기 시작했을때 거대한 억압의 역사가 드러날 것 입니다.  그러니 이 책은 시작에 불과하고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일 것이며, 그리고 이러한 실천과 상상력은 다른 소수자들과 만나 낙태죄 폐지 이후 새판 짜기를 해 나갈 것입니다. 

장애여성의 몸과 성에 대해 허락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습니다. 우리는 내 삶의 공간과 관계를 구축하고, 사회적 자원과 지원을 권리로 요구하고, 성적 폭력만이 아니라 즐거움을 찾는 역동적인 여정을 스스로 시작하는데 참여하고 만들어 갈 것입니다.  정부와 국회는 장애여성의 욕구와 경험 속에서 재생산 권리 전반을 보장할 수 있는 법과 정책을 수립해야 합니다.

_이진희 (장애여성공감 공동대표) 발언 중에서

이진희 (장애여성공감 공동대표)
사진 ⓒ 사회진보연대

※ 21대 국회는 응답하라! #안전하고_합법적인_임신중지 #재생산_권리보장 투표 퍼포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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