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어 현장 영역별 간담회 (노동, 여성)

현재 한국사회에는 빈곤, 장애, 청소년, 이주 등 각 영역별로 당사자들을 지원하는 정책이 있지만 국가의 인구 정책 목적에 따라 집중하는 대상과 지원 사항이 달라지고 특히 지금은 저출산 해결을 위한 정책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습니다. 당사자들이 필요한 정보와 자원에 직접 접근할 수 있는 인프라를 확대하는 대신, 지원 자격을 선별하여 이 과정에서 수많은 사각지대가 생기고 차별과 낙인이 재생산되고 있습니다.

특히 성과 재생산 건강, 권리의 영역은 시민사회에서도 현재 매우 취약한 부분입니다. 의료지원의 형태나 지역, 대상자에 따른 다각적 접근성이 부족하고, 임신중지 관련 의료적 접근성은 특히 매우 취약하며, 성과 재생산 건강, 권리에 관한 통합적 지원과 연계가 부족한 상황입니다.
셰어(SHARE)는 영역별, 단체별 활동으로는 하기 어려운 이런 활동들을 연결해 나가는 역할을 하기 위해 2019년 10월부터 청소년, 성소수자, HIV/AIDS, 장애, 이주, 빈곤, 노동, 여성 영역의 연속간담회를 진행하였습니다.

일곱번째_노동 영역(2020년 4월 20일)
참석: 불안정노동철폐연대, 한국여성노동자회, 인권운동공간 활, 인권운동사랑방, 노동건강연대, 사회변혁노동자당

노동자의 성과 재생산 이슈는 ‘모성보호’, ‘직장 내 성희롱 예방’이라는 제도를 중심으로 이해되어 왔습니다. 그나마 출산휴가, 육아휴가, 난임치료휴가, 유사산휴가가 제도화되었지만 여전히 남성의 참여는 부족하고, 대기업/정규직/공무원 이외에 노동자들 특히나 불안정한 일자리에 있는 대다수의 노동자들에게는 권리로 실현되기 어려운 조건에 처해있습니다. 게다가 현재 모자보건법 인공유산 허용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임신중지를 할 경우에 휴가를 사용하기 어려우며, 사회에 만연한 성적 낙인이 직장 내에서 작동할 때 이는 불안정 노동자의 고용불안정과 직결되기 때문에 드러내기조차 어렵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성희롱 예방에 대한 기업주 책임이 법에 명시되어 있고, 젠더폭력에 대한 직장 내 교육이 시행되고 있지만 피해자 여성, 가해자 남성이라는 구도 속에서 금지를 중심으로 한 교육에 그칠 뿐이라는 지적이 많았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피해자다움에서 벗어난 피해자의 경우에는 피해를 인정받기도 어려우며, 피해가 아닌 성적 권리에 관한 이슈는 노동권과 거의 연결되어 인식되지 않는 상황을 본격적으로 고민해야 할 시점이 아닌가 합니다.

‘낙태가 죄라면 범인은 국가다’라는 슬로건을 통해서 성과 재생산 이슈가 국가의 인구통치에 작동한 권력과 폭력의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그런데 노동 영역에서 성과 재생산 이슈는 국가뿐만 아니라 기업의 책임, 자본의 권력과 폭력의 문제를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 좀더 깊은 고민과 실천을 요청합니다. 또한 재생산 영역에서 실행되는 노동의 문제를 어떻게 드러내고 이에 대한 가치와 보상을 어떻게 해나갈 것인가에 대한 것도 오랫동안 전세계적으로 논의해온 이슈였다는 점도 환기하였습니다. 그동안 가사노동과 돌봄노동을 중심으로 논의해왔다면 이제는 성행위, 임신출산, 임신중지에서도 노동의 성격에 대해 고민해나가야 할것입니다.

또한 독성물질을 안전장치 없이 다루다가 노동자의 건강이 심각하게 훼손되는 산재의 이슈 안에서 난임, 유산, 장애아 출산 등의 이슈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는 여전히 고민거리로 남아있습니다. 그럼에도 무엇이 질병인가, 누구에게 책임이 있는가, 무엇이 보상의 대상인가의 문제는 복잡하게 고민해야 한다는 점을 함께 확인하였습니다.

셰어가 본격화하고 있는 활동중에서 셰어의 친구들은 소수자의 건강을 증진하기 위해 의료기관/의료인과 소수자 집단을 연결하고 자원을 만드는 작업입니다. 또한 에브리바디 플레져랩은 누구도 소외되지 않고 모두의 성적 권리를 옹호할 수 있는 성교육 프로그램을 만들고 실행하는 사업입니다. 불안정한 노동자가 낙인과 해고의 위협없이 성과 재생산에 관한 의료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도록 최선의 방법을 만드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점, 또한 성적 권리가 부정되는 소수자 안에는 중고령 여성노동자가 포함된다는 점을 가시화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공감하였습니다. 셰어는 앞으로 구체적인 공동 활동을 만들기 위해서 계속 만나가자는 제안을 드렸고, 참여자들은 노동조합이 함께 논의할 수 있는 자리도 필요하다는 제안, 노동자-성과 재생산 권리를 논의할 수 있는 다양한 영역의 활동가들의 포럼이 필요하다는 제안을 해주셨습니다. 이번 간담회도 셰어의 활동 방향을 찾아나가는데 있어서 큰 배움의 자리였습니다. 다시한번 자리해주셔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합니다!

여덟번째_여성 영역(2020년 4월 20일)
참석: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 불꽃페미액션, 여성환경연대, 유니브페미, 천주교성폭력상담소, 한국성폭력상담소

이날 모인 단체들은 성폭력피해자나 성매매피해자를 지원하는 상담소와 피해자보호시설을 운영하면서 특히 성매개 감염병을 비롯한 성건강, 임신중지와 관련된 진료를 안심하고 받을 수 있는 의료기관을 찾으려고 애쓰고 있고, 국가적 차원의 포괄적 성교육을 주장하며 페미니즘 관점의 성교육 현장을 일구고 있기도 하며, 여성의 몸과 월경, 임신중지, 즐거움에 대해서 대안적인 담론과 실천을 만들어가나는 활동을 활발하게 하고 있다는 점을 공유하였습니다.

무엇보다 성폭력 피해자의 성건강이나 임신중지에 대해서 믿고 상의할 수 있는 의료인이 한두명으로 꼽을 수있을만큼 제한적이라는 점을 서로 확인하고 탄식했습니다. 의료인의 경우 형사소송절차와 연관될 수 있는 자문을 구하는것 자체에 대해서 경험이 부족하고 부담감을 가지고 있는 문제도 지적되었고, 정부에서 제시한 의료기관 리스트가 있지만 인권, 젠더 감수성이 떨어져서 더이상 연계할 수 없는 경험이 상담소에 쌓이면서 생긴 결과가 아닐까 합니다. 또한 성폭력 피해자를 위한 쉼터 등 보호시설에서 일하는 이들이 HIV나 매독 등 에 대한 이해가 없어서 적절한 진료연계를 하지 못하거나 공동생활이 어렵다고 거부하는 경우들도 있는데, 이런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서 지원 활동가들이 보다 정확한 지식과 경험을 쌓아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인식을 나누었습니다.

또한 성매매피해여성 관련된 상담은 매우 통합적이고 생애 전반에 걸쳐 주거, 의료, 건강, 일터 등 통합적인 부분을 다루고 있어서 매우 까다롭고, 내담자가 필요한 의료지원도 다양한데 성매매와 직접적인 관련성이 인정되는 것으로 한정되어 있어서 성매매로 인한 산부인과, 정신과 등 진료 외에는 지원이 어렵다는 문제도 제기해주셨습니다. 또한 성매매산업에 종사하는 여성의 경우 낮시간 활동이 제한적이라서 갈 수 있는 병원의 선택지자체도 적고, 업계에서 입소문이 난 병원의 경우 과잉처방을 하거나 제대로된 정보를 주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도 확인되고 있지만 대안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도 고민거리입니다.

페미니즘 관점에 입각한 성교육의 방향을 고민하고 활동으로 만들어가는 단체에서는 성교육을 통해서 기존의 보수적인 성적 규범에 대항하여 몸에 대한 의미있는 정보를 접하고, 타인과의 관계에서 실질적인 협상력을 높이며, 여성과 소수자의 성적 즐거움을 알아가기 위한 실천의 과정으로 만들어나가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소규모의 인원들이 토론하고 실습할 수 있는 환경을 구성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대학에서 그간 페미니즘 운동의 성과로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지원 정책이 만들어져왔으나 성과 재생산 건강에 대해서는 전혀 상담할 수 있는 곳이 없는 상황입니다. 청소년이 아니기때문에 성교육 정책에서도 벗어나지만 대학이라는 공간은 성을 둘러싸고 많은 차별과 혐오, 폭력이 존재하는 곳이지만 성에 대한 정보를 얻고 상담을 받거나 필요한 의료적 서비스에 접근하는 것은 권리로 인식되지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날 간담회를 통해서 성교육, 성에 대한 정보, 상담, 의료적 지원이 특정한 나이와 그 나이에 맞게 상정된 규범으로 한정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 자체가 성적 권리와 재생산 권리를 확보해나가는 과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할 수 있었습니다. 20대가 되어도, 대학생이나 직장인이어도, 성폭력 피해자이어도, 성매매 산업 종사자여도, 중고령층 여성이어도 누구나 낙인없이 최선의 지원 정책에 접근할 수 있도록 만들어나가는 것입니다.

성과 재생산 권리가 만들어지는 사회적 조건에 다시한번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이러한 권리증진이 전반적인 사회 불평등과 차별이 해소되어나가는 과정과 함께 갈 수밖에 없다는 점때문입니다. 이를 위해서 산재 등 성과 재생산 건강과 권리가 침해되는 구체적인 현장과 권력관계를 지목하고 노동권과 함께 제기해나가는 것이 권리를 확장해나가는 방법 중 하나라는 인식도 나누게 됩니다.

이번 간담회를 통해서 영역별 간담회를 (일단) 마무리해봅니다. 8회의 간담회 동안 60여개의 단체와 개인들을 만나서 청소년, 성소수자, 이주민/난민, HIV/AIDS 감염인, 장애인, 빈곤, 노동 운동 영역에서 드러나는 성과 재생산 이슈들을 나누었습니다.

가깝게는 곧 만들어질 ‘성과 재생산 권리보장 기본법’에 각 현장으로 부터 배운 점들을 담아내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셰어의 모든 활동에 있어서 귀중한 자원이 되고 방향을 설정하는데 중요한 방향키가 될것입니다. 다시한번 귀한 시간 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계속 귀중한 동료로 만나갈 수 있기를 바라마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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