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든 물어보셰어] 9월호: 트랜지션을 하기에는 나이가 너무 많은 것 아닐까요?

<무엇이든 물어보셰어>는 누구도 배제하지 않는 용어와 내용들을 생산하는 것에 유념하면서 의료지식 전달의 일방 통로가 아닌 하나의 소통창구가 되도록 노력합니다. 성건강, 성관계, 피임, 임신, 임신중지, 성별 확정 케어(성전환, 트랜지션 등) 등 궁금하거나 고민되는 내용을 편하게 물어보시면 셰어의 기획운영위원인 최예훈, 윤정원 산부인과 전문의가 답변을 보내드립니다. 상담 내용 중 매월 하나의 상담 사례는 보내주신 분의 동의를 얻어 셰어의 이슈페이퍼를 통해 공유합니다.

질문

현재 30대 초반이고 지정 성별 여성입니다. 십수년 방랑을 하다 제가 인지하는 성별과 보여지는 성별이 다르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트랜지션을 원하지만 하기에 너무 나이가 많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트랜지션 후의 결과 뿐만 아니라, 건강에 관해서도요. 호르몬에 변화가 생기면 외적인 부분 외에도 관절이나 뼈에 무리가 가거나 간수치에 영향이 가지 않을까하는 걱정이 생깁니다. 그리고 자궁이나 난소를 반드시 적출해야 하나요? 성별정정을 하려면 필요한 절차이나 겁이 많아서 꺼려집니다.또 수술 후 질을 통한 성관계가 가능한지도 궁금합니다. 애액 분비나 통증 발생 등 변화가 없는 건가요? 그리고 갱년기 후에도 계속 호르몬을 투여해야 하는지도 궁금합니다ㅠㅠ

최예훈

안녕하세요. 트랜지션(transition)에 관련한 질문을 주셔서 반갑고 감사합니다. 현재 의료적 트랜지션에 대해서는 정부 기관은 물론 병·의원에서도 제공하는 정보가 거의 없는 실정이지요. 그래서 관련 커뮤니티, 카페나 유투브 등을 통해 이미 경험이 있는 사람들로부터 조각난 정보를 모으거나 손수 해외 사이트와 논문들을 검색해가며 관련 정보를 어렵게 얻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자신이 인지하는 성별과 다르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의료적 트랜지션 대한 접근성은 필수적임에도 불구하고 매우 안타까운 상황입니다. 트랜지션을 고민하고 계신 분들에게 도움이 되는 공신력 있는 정보를 소개해 드리자면 국제적인 가이드라인인 세계트랜스젠더보건의료전문가협회(WPATH)의 트랜스섹슈얼·트랜스젠더·성별비순응자를 위한 건강관리실무표준(SoC v7)이 있습니다. 트랜스로드맵(http://transroadmap.net/)에서는 영문판과 한글판을 다운받아 볼 수 있고 그 외에 성별정정에 관한 법률정보와 인권침해 대응 방법도 함께 안내하고 있으니 꼭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그럼 질문으로 돌아가서 지정 성별 여성의 의료적 트랜지션, 다시 말해 남성화 호르몬 치료(masculinizing hormone therapy)와 수술, 그리고 건강에 대하여 살펴보도록 할까요. 제가 보았던 한 사이트(https://genderqueer.me)에서는 트랜지션에 대해 이렇게 정의합니다. ‘트랜지션이란 자신에게 편안한 상태를 찾아가는 과정이다.’ 편안함을 느끼는 것은 모두가 다르게 느끼고 또 특수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과 비교할 수 없지요. 사회적으로 견고한 성별의 벽을 넘나든다는 것은 결코 이상적일 수 없는 선택들 가운데에서 끊임없이 결정을 내려야 하는 곤란을 겪어야 하는 마치 목적지가 없는 여행처럼 여겨지기도 하지만, 그것이 곧 정체성에 대한 혼란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의 삶은 연속적이므로 트랜지션은 그 자체로 과정이자 목적지이고, 목적지는 정해진 것이 아니고 언제든지 변할 수 있지요. 따라서 가장 존중되어야 할 당사자의 결정이 무시된 채 법적인 성별변경 요건으로 성기 제거 수술을 강제하거나 성별을 재전환할 가능성이 없음을 명시한 진단서를 요구하는 것은 젠더에 대한 몰이해와 누군가의 삶 자체를 불가능하게도 만드는 매우 폭력적인 처사임이 틀림없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WPATH 가이드라인에서는 바이너리 젠더뿐만 아니라 자신을 여성 또는 남성이라는 이분법적인 성별로 인식하지 않는 논바이너리 젠더를 포괄한 모두가 의료서비스 접근에 제한을 받아서는 안된다고 언급하고 있습니다. 또한 호르몬 치료와 수술적 치료는 일정한 순서와 절차로 진행되는 단선적인 과정이 아니며, 다른 의료서비스와 똑같이 각자의 목적을 위해 사회경제적 맥락이나 건강 상황을 고려하여 개별화될 필요가 있다고 말합니다. 흔히 호르몬 치료는 수술처럼 비가역적 처치가 아니기 때문에 수술보다 먼저 하는 것으로 여겨지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유방제거술이나 자궁제거술을 먼저 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남성화 호르몬 치료 초기 1~2년의 효과는 월경이 중단되고, 피부 유분이 증가하면서 여드름이 생기고, 클리토리스가 커지고, 목소리가 굵어지는 것으로, 점차 수염 및 체모가 증가하고 근육량과 강도가 증가하면서 힘이 세질 수 있습니다. 난소 기능의 상실은 사람마다 또 치료의 기간에 따라 다양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변화들은 난소 기능이 상실되기 이전에 호르몬 치료를 중단하면 다시 돌아오지만, 목소리와 클리토리스, 탈모와 같은 변화는 비가역적인 변화임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여기에서 난소 기능의 상실이란 에스트로겐을 분비하는 주요 장소인 난소에서 더 이상 에스트로겐을 많이 분비하지 않음을 의미합니다. 성호르몬이라 불리는 에스트로겐(난소에서 주로 분비)과 테스토스테론(정소에서 주로 분비)은 월경이나 정자 생성, 유방과 음경 성장 등 ‘성’적인 역할에만 작용하지 않습니다[1]. 이 호르몬들은 뼈의 양을 유지하고 뇌, 간과 혈관 등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에 이들 호르몬이 감소하면 골다공증과 같은 갱년기 증상들이 생길 수 있습니다. 따라서 수술 여부와 상관없이 평균적인 수명을 고려하여 삶의 질을 생각한다면 50세 정도까지 호르몬 치료를 지속하고 이후에는 개별적인 건강 상황을 고려하여 용량을 조절할 것을 권합니다. 비트랜스젠더 남성의 갱년기 호르몬 치료처럼 실제로 50세 이후에 호르몬 치료를 시작하기 원하는 경우라도 그 위험과 이득을 고려하여 시작할 수 있습니다.

남성화 호르몬 치료는 현재 국내에서는 테스토스테론 주사와 겔(gel)의 두 가지 방법으로 투여하며, 용량은 표에 있는 것처럼 여러 가이드라인들을 참고하고 있습니다. 겔은 매일 저용량의 테스토스테론이 피부를 통해 혈관으로 흡수되기 때문에 주사에 비해 테스토스테론의 수치가 훨씬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는 반면, 그 효과는 서서히 나타나므로 처음 치료를 겔로 시작하는 경우 월경은 더 오래 지속됩니다. 주사제 중 예나스테론(Testosterone Enanthate)은 보통 주사 간격이 3~4주 정도로 네비도(Testosterone Undecanoate, 흔히 12~16주 간격으로 주사)보다 호르몬 수치의 변화가 더 크기 때문에 이에 따른 신체나 기분 변화도 주기적으로 달라질 수 있습니다(피로, 감정기복 등). 장기적으로는 비슷한 효과를 나타내므로 각 약물에 따른 특성을 이해하고 자신이 원하는 목적에 맞는 편안한 방법을 선택하면 됩니다. 처음 일년 동안은 치료의 효과와 부작용을 약 3개월마다 모니터링하면서 혈중 테스토스테론 농도를 생리적 범위인 400-700ng/dL(4-7ng/mL)로 유지하고, 이후에는 1년에 1~2회 정도 모니터링을 합니다. 수치가 너무 낮게 되면 골다공증과 같은 갱년기 증상이 올 수 있고, 너무 높게 되면 약물 부작용의 위험이 커지기 때문에 정기적으로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체크하여 생리적 농도를 유지하는 것이 꼭 필요합니다.

테스토스테론 치료의 흔한 부작용은 적혈구 증가증과 체중 증가, 여드름, 탈모, 수면 무호흡증이 있으며 간수치 상승이나 고지질혈증 역시 생길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기존에 위험 요인이 있으면 고혈압, 당뇨, 심혈관질환, 특정 정신장애의 불안정화 발생 가능성이 있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치료 전에 무월경이나 과소 월경을 특징으로 하는 다낭성난소증후군이 있었던 경우 고지질혈증과 당뇨와 같은 대사 증후군이 생기거나 악화되지 않도록 금연과 적절한 음주, 꾸준한 운동과 체중 관리 같은 생활 습관 조절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이런 부작용은 건강한 생활 습관을 하면서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체크하여 적절한 생리적인 농도를 유지하고 정기적인 검진을 한다면 크게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검진은 현재 가지고 있는 모든 기관에 대해서, 예를 들어 자궁제거술을 하지 않았다면 자궁경부세포검사, 유방제거술을 해도 유방조직이 남아 있다면 초음파검사를 할 것을 권합니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테스토스테론 치료로 인해 자궁이나 난소, 유방에 암이 발생한다는 증거는 없기 때문에 이 기관들을 제거하는 수술은 필수적이지 않습니다. 따라서 성별정정을 위해 수술로 생식능력의 상실을 증명해야 할 필요가 없다면, 수술은 스스로 선택할 수가 있는 것이지요. 사실상 생식능력의 상실은 장기간의 테스토스테론 치료로 나타나게 되는 효과임에도 수술 부담을 지우는 것은 부당한 일입니다. 더욱 문제적인 것은 이 요건이 트랜스젠더의 출산과 양육에 대한 권리를 공식적으로 박탈하겠다는 선언이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앞으로 제도나 사회적 인식의 변화 가능성을 생각하여 호르몬 치료나 수술을 하기 전에 난자 보관에 대해서도 꼭 한번 고려해 보시길 바랍니다. 외국의 경우에는 호르몬 치료를 하다가 중단 후 난자 보관을 하거나 임신에 성공하는 사례들도 종종 보고되고 있습니다.

자궁을 제거하더라도 질을 통한 성관계는 가능합니다. 다만 수술이 아니라 테스토스테론 치료의 효과로 질 조직이 갱년기와 유사한 상태로 변하므로 분비물이 적어지고 질벽이 약해지기 때문에 성관계시 통증이 유발될 수 있으므로 수용성 윤활제를 충분히 사용하고 무리한 삽입을 피해야 합니다. 반면 호르몬 치료는 클리토리스와 성욕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에 질 삽입 이외에 새롭고 다양한 성감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또 만약 자궁만 제거하고 난소를 남겨둔 경우, 월경은 안하지만 호르몬 치료를 하지 않는다면 난소의 기능에 변화를 주지 않으므로 갱년기 증상은 오지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덧붙이자면 아시다시피 현재 모든 트랜스젠더 관련 호르몬 치료와 수술은 보험이 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장기적인 치료를 고려했을 때에 경제적 상황을 무시할 수 없겠지요. 특히 처음 2~5년간은 사춘기와 같은 신체적 변화가 눈에 띄게 나타나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에게 알리지 않은 경우 함께 거주하는 사람들과의 관계나 직장, 학교 등에서 생활하는 환경이 점차 어려워지기도 합니다. 오랜 시간에 걸쳐서 여러 상황들을 고려하여 어렵게 겨우겨우 치료를 결심하지만, 그러고서도 실제로 닥치면 예측했던 것보다 더 크게 삶의 경로가 바뀌게 될 수도 있고요. 그래서 치료를 시작할 때 무조건 내 편이 되어주고 공감해주는 누군가가 항상 가까이에 있기를 바랍니다. 어쩌면 그 한 사람이 어쭙잖은 전문가보다 훨씬 더 큰 위로와 힘이 될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필요하다면 지금처럼 SHARE와 같은 관련 지지단체들에게 꼭 도움을 요청하세요. 어렵게 질문 주셔서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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