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 권리와 ‘성과 재생산 권리 보장 기본법’

 류민희

성과 재생산 권리 보장 기본법

SHARE는 지난 10월 21일 마침내 ‘성과 재생산 권리 보장 기본법(이하 ‘기본법’)’을 공개하였습니다.

그동안 여러 차례에 걸쳐 많은 분들과 기본법의 목표와 역할에 대해 함께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습니다.

기본법은 무엇보다도

• 내 권리를 알게 해줍니다. 종종 국가나 침해자들은 권리의 정당한 행사를 막기 위해 권리 주체를 속이거나 무지를 이용하기도 합니다. 따라서 인권의 진정한 실현은 권리주체가 내 권리를 아는 것부터 출발합니다. 세계인권선언은 524개 언어로 번역되어 지금 이 시간에도 새로운 사람들에게 배포되고 있습니다. 기본법은 ‘앎’ 자체로 우리의 가능성을 열어 줄 것입니다.

• 성과 재생산 권리를 우리 헌법의 기본권 및 인권틀과 연결시켜줍니다. ‘성과 재생산 권리에서 알 권리란 무엇이지?’ ‘프라이버시권은 여기서 무엇일까?’ ‘구체적 상황에서는 어떠하지?’ 생각할 수 있는 틀거리를 제공해줍니다.

• 기존 정부 산하에 여러가지 이름으로 산재해있던 관련 정책과 프로그램(예를 들면 난임, 임신중절예방, 가족계획, 저출산, 모성보호 등)을 권리 관점에서 조망하고 서로의 관계를 찾아줄 수 있게 해줍니다. 관점의 정리만으로도 기존부터 제공되던 관련 서비스의 진정한 목표가 다시 찾아질 것입니다.

성적 권리(sexual rights)

오늘은 기본법의 성과 재생산 건강과 권리(SRHR: Sexual and Reproductive Health and Rights)에 포함되는 4개의 구분되지만 상호 연결된 권리영역 중 ‘가장 덜 알려진 사촌’ 같은 성적 권리(sexual rights)에 대해서 알아보려 합니다.

섹슈얼리티는 삶의 자연스럽고 소중한 측면이며 인간됨을 구성하는 필수적이고 근본적인 부분입니다. 모두가 최고 수준의 건강에 도달하려면 먼저 성과 재생산 결정에서 선택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자율성이 부여되어야 하고 자신의 성적 정체성을 표현할 때 자신감과 안전함을 느껴야 합니다. 하지만 차별, 낙인, 공포, 폭력은 실질적인 위협으로서 이러한 권리의 진정한 실현과 향유를 방해합니다.

기본법의 모든 영역에서 이 문제들을 다루고 있지만 특히 몇 개의 조항에서 구체적으로 드러납니다.

제8조(자기결정권)
1 모든 사람은 성행위, 피임, 임신, 출산, 임신중지, 보조생식기술 사용 등 자신의 성과 재생산에 대하여 스스로 결정할 권리를 가지며, 장애, 나이 등을 이유로 결정권이 부인되지 아니한다.
2 모든 사람은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 성 특징과 관계 없이 자기결정권을 가지며,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 성 특징을 이유로 자율성과 심신의 완전성을 침해 받지 아니한다.
3 모든 사람은 차별, 강요, 폭력, 사회적 낙인 없이 제1항과 제2항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제10조(성적 즐거움을 향유할 권리)
모든 사람은 차별, 강요, 폭력, 사회적 낙인 없이 성적 즐거움을 향유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의 인권 의무는, 존중(respest), 보호(protect), 실현(fulfill)입니다. 국가는 권리의 향유를 방해하지 말아야 합니다. 제3자가 권리를 침해하는 것으로 부터 보호해야 합니다. 그리고 인권이 실현되도록 적절한 입법적, 사법적, 행정적, 예산적 조치를 해야 합니다.

따라서 위 조항들이 말하는 것은 최소한 아래 같은 사항들입니다.

• 국가는 개인들의 성적 결정들이 진정한 자율적 결정이 될 수 있도록, 특정 성행위나 관련 의료서비스를 범죄화하는 법률을 철폐하여야 합니다. 또한 개인의 관련 결정과 의료접근에 국가는 제3자의 동의나 허가를 요구할 수 없습니다.

• 국가는 모든 사람을 성 관련 폭력, 착취, 범죄로부터 보호하여야 합니다.

• 국가는 법 앞에서 인정되는 ‘조건’으로 원치 않는 의료적 조치를 강요할 수 없습니다.

• 정체성이 장벽이 되지 않도록 차별적인 법과 정책은 철폐되어야 하며 낙인의 제거를 위해 다양성을 장려해야 합니다.

• 개인의 의사 결정을 제약하고 왜곡시키는 사회적 경제적 조건에 대해 잘 살펴야 합니다.

[관련자료] 
국제가족계획연맹(IPPF)의 “성적권리 선언문”과 10개의 성적 권리
제1조 평등권, 법의 평등한 보호, 성별, 섹슈얼리티, 젠더에 근거한 모든 형태의 차별로부터의 자유
제2조 성별, 섹슈얼리티, 젠더와 무관한 모든 사람의 참여권
제3조 생명, 자유, 안전과 신체적 완전성에의 권리
제4조 프라이버시 권리
제5조 개인의 자율성 및 법 앞에서의 인정
제6조 사상, 의견, 표현의 자유 및 결사의 자유
제7조 건강권, 과학적 진보의 혜택에 대한 권리
제8조 교육 및 정보에 대한 권리
제9조 결혼 여부를 선택할 권리, 가족을 계획할 권리, 아이를 가질 때 그 여부, 방법에 대한 권리
제10조 책무 및 구제에 관한 권리
[관련자료]
대한성학회: 2018년 성권리선언문
언론보도 "대한성학회 '낙태도 성적인 권리'…성권리선언문 발표"
“외치다! 청소년과 젊은 성인을 위한 ‘성적 권리 선언’ 안내서” <출처: 국제가족계획연맹>

즉각적인 의무

기본법은 모든 인권의 보편성, 상호연관성, 상호의존성, 불가분의 원칙에 따라 우리의 성과 재생산 건강과 권리가 존중될 수 있도록 합니다. 기본법에서 인간의 삶을 구성하는 섹슈얼리티는 다른 관련 권리들과 불가분적입니다. 성적 권리와 섹슈얼리티는 재생산 결정에서 필수적인 부분이지만, 재생산과 분리된 성적 권리와 섹슈얼리티도 권리의 중요한 부분입니다. 이렇게 기본법은 일견 평범한 법 언어에 담겨진 ‘온전한 나’로서 삶을 누리고자 하는 소박하면서도 담대한 열망입니다. 기본권 주체로서 우리는 이 이하의 어느 것도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성과 재생산 권리를 구성하는 권리에는 사회권적인 것도 있으며 관련 규약은 권리의 점진적인 실현을 규정하고 가용한 자원의 한계로 인한 제약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국가에게 즉각적인 효력의 다양한 의무를 부과하고 있기도 합니다.

국가는 권리가 ‘어떠한 종류의 차별 없이 행사’되도록 하는 ‘보장’ 및 권리를 완전한 실현을 위하여 ‘조치를 취할’ 의무 등 즉각적인 의무를 지닙니다. 이러한 조치는 권리의 완전한 실현을 “목표로 하며, 의도적이고 구체적인” 것이어야 합니다.1) 성과 재생산 권리 보장 기본법은 실현이 멀기만 한 열망이 아니라 권리의 완전한 실현을 목표로 즉각적으로 취해야 하는 ‘시작’일 것입니다.

1 유엔 경제• 사회• 문화적 권리 위원회의 일반논평 3호 ‘당사국 의무의 성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