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성소수자가 주인공인 성교육

청소년성소수자위기지원센터 띵동 사무국장 보통

 11월 21일, 셰어와 띵동 그리고 청소년 성소수자들이 만났습니다. 셰어와 띵동이 만든 특별한 성교육을 선보이는 자리였어요. 특별한 성교육이란 무엇이고, 왜 만들었을까요?

청소년 성소수자가 부딪치는 고민

띵동은 청소년 성소수자의 위기를 지원하는 센터입니다. 폭력이나 범죄 피해 같은 밀도 높은 위기도 지원하지만 성소수자 친구가 없어서 겪는 외로움이나 대인관계, 연애 고민까지 다양한 어려움을 듣고 삶을 함께합니다. 대인관계, 연애 고민이라 하면 가벼운 문제일까요? 사실 그렇지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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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언니/형이 하자는 대로 하는 게 맞을까?”

“파트너가 내 몸을 어떻게 생각할까?”

“이게 내가 원하는 관계인가? 나 제대로 연애하고 있는 것 맞아?”

연애하며 느끼는 불평등이나 원하지 않는 스킨십, 트랜스젠더로서 성별 이분법과는 좀 다른 신체에 대해 타인과 어떻게 소통할지… 털어놓을 주변인이 없으니 고민은 더 곪고 움츠러듭니다. 띵동을 만나 겨우 자기 얘기를 꺼내는 것이지요. 상담을 통해 원하는 게 뭔지 찾다 보면 청소년 성소수자들은 현명하게 어려움을 해결해 나갑니다. 기쁘지만 속상한 과정입니다. 이 과정이 덜 수치스럽고 덜 힘들었다면 좋을 텐데, 학교에선 뭘 가르치는 거야?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즐겁고 안전한 성교육을 만들자!’

흔히 배우는 성교육은 사회가 좋아하는 규범 속에서 여남의 신체와 연애, 임신, 피임을 다룹니다. 성소수자의 삶은 다루지 않고 오히려 성 매개 감염병과 엮어 혐오의 대상으로 만들지요. 성소수자, 그러니까 성별 이분법에 들어맞지 않거나(트랜스젠더), 다양한 성별에게 끌리거나(다양한 성적 지향), 타인에게 성적 끌림을 느끼지 않는(무성애), 내가 성적으로 주류가 아니라는 걸 깨달은 사람은 성에 대해 치열하게 생각하기 마련입니다. 이들이 적절한 정보를 제공받긴 커녕 배제당하고 있는 현실이 답답합니다. 청소년 성소수자들을 위한 좋은 성교육을 만들고 싶다는 건 띵동의 오랜 바람이었습니다.

바람 끝에 셰어와 교육을 꾸리게 된 건 큰 행운이었어요. 다양한 성별과 성적 지향을 긍정하는 내용, 삶과 관계를 상상할 수 있는 작업, 성 매개 감염병과 같은 중요한 지식을 교육에 담았습니다. 특히 모두의 권리를 외치는 셰어 덕분에 연령, 장애, 인종과 같은 폭넓은 다양성을 놓치지 않고 다룰 수 있었습니다. 몇 개월의 개발을 거쳐 10월에 시연을 했고, 11월에 드디어 청소년 성소수자를 만났습니다.

청소년 성소수자와의 만남

교육에 참여한 청소년 성소수자는 7명이었습니다. 셰어의 타리님이 강사로서 시간을 이끌어주셨고요. 띵동 활동가 1명, 셰어 활동가 2명을 포함해 총 10명이 함께 대화와 작업을 나누었어요. 이번 교육은 1, 2강으로 나누어 다양한 몸과 즐거운 성에 대해 다루었습니다.

첫번째 시간엔 각자가 생각하는 여남 혹은 사람의 몸을 그려보고, 다양한 신체와 성별의 스펙트럼에 대해 배웠습니다. 모두가 그린 신체의 나이, 외관, 특징이 달랐어요.그림을 공유하며 몸에 대한 콤플렉스나 위화감에 대해서도 이야기 나눴습니다.


 – ‘나도 내 정체성을 잘 모르겠는데 내 몸이나 특징에 대해 확실하게 말해야 하나? 굳이 이런 걸 특징으로 삼아야 하나?’


 – ‘나에게 성기는 단순한 배출구이다. 사용하지 않으면 거미줄 친다는 농담 같은 것이 싫다.’


참여자들이 나눠준 말이 인상 깊었습니다. 머리, 어깨, 손, 다리… 우리가 특징으로 삼고 주목하는 신체부위는 사실 누군가는 그중 일부만 가지고 있을 수 있고, 용도와 느낌도 제각각일 수 있어요. 그럼에도 우리는 기능하는 손, 달리는 다리, 섹스하는 성기에 대해서만 접하곤 합니다. 강사님이 보편적 생물학이 말하지 않는 성별의 스펙트럼을 이야기하며 성별과 관련된 정상성에 의문을 제시해주신 것도 좋았어요.

두번째 시간은 섹스의 A to Z! 각자가 생각하는 자위나 섹스의 시작과 끝을 그리는 그래프 작업을 했습니다. 청소년 참여자 중 성적 끌림을 느끼지 않거나, 경험이 거의 없거나, 쑥스러워서 이야기를 나누기 어려워하는 분이 많아서 셰어 활동가들이 예시나 경험을 많이 보여주셨답니다. 파트너와 어떤 신호를 주고받고 섹스를 시작하는지, 중간에 어떤 대화와 합의를 하는지, 어떤 행동을 할 때 기분이 좋고 별로인지, 섹스의 끝은 언제라 생각하는지… 10여 명의 그래프가 각양각색이었어요. 섹스와 대화는 정말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화를 하다보면 즐겁다가 기분 상하는 때가 있고, 한 쪽이 상대방을 몰래 배려해줄 때도 있고, 폭력적인 순간도 있는 것처럼요.


  이어서 내가 감정적으로나 성적으로 즐거워하는/싫어하는 감각을 탐색하는 ‘감각여행’ 작업을 했습니다. 내가 어떨 때 편안하고 즐거운지, 타인과 어떻게 교류하고 싶은지 숲, 동굴, 폭포 같은 공간에 의미를 붙여 적어 넣었어요. 많은 참여자들이 작업을 통해 ‘그냥 싫다, 좋다 정도만 생각했던 여러 교감들이 구체적으로 얼마나 좋고 얼마나 싫은지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고 말해 주었습니다.

‘재미없을 것 같고’ ‘큰 기대 없는’ 성교육, 내 삶의 이야기로 만나다

이렇게 내용이 꽉 찬 셰어와 띵동의 성교육 첫 날이 종료되었습니다. 긴 시간 동안 많은 작업을 나누었는데 다들 진지하게 참여해 주셔서 정말 알찼어요. 청소년 참여자들이 소감을 나눌 때 이런 수식어가 많이 붙었어요. ‘재미없을 줄 알고’ ‘큰 기대 없이 왔는데’. 사람 만나는 건 기대했지만 성교육은 다 아는 얘기하지 않을까 걱정했다고 해요. 기존에 들었던 성교육이 너무 삶과 동떨어져 있던 거죠. 하지만 이번 만남은 ‘다양한 정체성을 알게 되어 좋았던’, 다양한 경험을 들을 수 있는’, ‘’나 자신도 몰랐던 내 몸, 내 감각, 나에 대해 더 알게 되는 계기가 되는’ 유익한 시간이었다고 합니다.


  우리는 12월에 한 번 더 모여 즐겁고 안전한 성에 대해 더 탐구하고, 성 매개 감염병을 공부할 예정입니다. 11월 교육은 코로나19가 막 확산세에 접어들어 방역을 철저히 하고 진행했는데요. 두번째 모임에서도 모두를 안전하게 만나고 싶습니다. 함께해준 모든 참여자 분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성은 우리의 일상입니다. 청소년 성소수자 역시 삶을 살고 성생활을 맞이하지요. 정상성만 가르치고, 성에 대해 탐구하길 회피하는 성교육은 누구의 삶도 도울 수 없습니다. 청소년 성소수자를 포함해 모든 사람이 자신이 주인공인 성교육을 누렸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즐겁게, 안전하게, 내가 원하는 건 선택하고 원치 않는 건 안 할 수 있게요. 앞으로 셰어와 띵동의 성교육이 널리 퍼질 수 있도록 활동에 힘을 보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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