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보고[후기] 탈식민과 재생산정의: <우리안의 우생학> 북토크가 열렸습니다.

2025-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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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토요일 저녁, <우리안의 우생학> 필자 소현숙, 최은경, 황지성 세 분을 모시고 타리의 진행으로 북토크 행사를 열었습니다. 2025년을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조이분들과 예비 조이분들을 초대해서 한 해를 돌아보고 내년을 전망해보는 자리를 갖고 싶었는데요, 지금 이 책의 주제와 관련된 이야기가 꼭 필요하다는 생각에 많은 분들이 공감해 주셔서 참가 신청도 빠르게 마감이 되었습니다.

'우생학'이라는 단어는 어떻게 생각하면 이제는 오래 전 이야기처럼 느껴지기도 하는데요, 이제는 누구도 자랑스럽거나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말이 아니죠. 이미 지나간 과거로 묻어두길 바라고,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여겨지길 바란다고 느낍니다. 하지만 다들 아시다시피 아직모자보건법 14조에는 '우생학적'이라는 단어가 버젓이 법문에 남아있습니다. 게다가 우생학의 대상이 되었던 사람들은 마치 없는 것처렴 여겨졌습니다. 따라서 우생학이라는 말을 정치적인 것으로 만드는 작업은 이들의 존재와 목소리를 드러내고, 은폐되었던 이들의 삶과 권리를 중심에 두고 투쟁을 만드는 작업이 될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우생학이 한국사회에서 어떤 모습으로 발현되어 왔고, 어떤 효과를 만들어왔는지를 찾아보며 여러 사건과 현장, 운동을 연결해보아야 합니다. 그래야만 마치 죽어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이 단어가 발휘해 온 실질적인 현실과 권력을 파악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생학이 어떻게 시설수용을 정당화해왔는지, 또 어떻게 누군가의 재생산을 불법화하고 권리를 침해해왔으며, 국경 통제 방식을 만들고, 사람들 간의 위계를 만들어왔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한편 셰어는 북토크를 준비하면서 '탈식민'이라는 키워드를 연결하기도 했습니다. 올해 초 광장에서 민주주의와 헌법 수호를 외치며 보냈던 시간들을 지나 대선을 치렀고, 얼마전 이주민이 단속추방 과정에서 사망하는 사건에 이르는 한해를 보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집단학살 또한 계속되었고, 10월 휴전 이후에도 여전히 지속되는 '절멸 프로젝트'가 식민지배와 차별 구조에 뿌리박혀있다는 것을 느끼며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체제의 정상성이 과연 무엇인지 질문할 수 밖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번 북토크에 모신 세 분의 필자들은 한국 사회의 우생학적 실천이 어떻게 강제불임수술, 산전진단기술, 그리고 정신적 결함과 성적 일탈의 범주화 속에서 작동해왔는지 살피는 작업을 했습니다. 셰어는 여기에 연루된 사람들과 현장을 살피며 우생학에 도전하는 노력을 탈식민의 관점을 세우고 재생산 정의 실천과 더욱 연결해보고자 합니다. 과연 지금의 우생학 논의는 지금까지 이어져온 한국사회 내부의 식민화된 차별을 해소하고,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한계를 인식하고 넘어서는데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먼저 세분의 필자에게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 과정과 집중하고 있는 쟁점과 고민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시작했습니다. 

소현숙님은 일제 시대때부터 세계적인 우생학 흐름의 영향이 있었다는 것을 연구하면서, 우생학이 식민지배적 메커니즘이기도 하고, 민족적 저항 담론으로 활용되었다는 것도 알게 되면서 놀랍기도 했고 학문적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여성사 연구를 계속 해오다가 최근에 장애사 연구를 하게 되면서 강제불임 수술 사건을 다시 주목하게 되었는데 70년대 가족계획사업과 장애인 강제불임 문제를 겹쳐 보면서 이번 책의 원고를 작성하게 되었는데 99년까지 공익상의 이유로 강제불임수술을 명령할 수 있게 했던 조항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동명원에서 발생한 장애여성 재생산 침해 사건이 드러나 이에 대한 본격적인 대응 활동이 바로 전날 공식적으로 시작되었는데요, 이제 중요한 시점에 있기도 합니다.  (관련소식 보기)


최은경님은 이 책이 처음 시작된 계기를 알려주었는데요, 4년 전 세계적으로 안티 우생학 프로젝트가 시작되었습니다. 1921년 우생학이 발현한지 100년을 기념한 큰 흐름이었는데, 그 과정에서 한국에서도 연구자들이 모여서 연구 프로젝트를 하게 되었고, 지금의 책으로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최은경님은  질병사를 연구하고 재생산기술과 윤리를 함께 연구하고 있는데 이 책을 기획하면서 본격적으로 우생학과 연결하는 작업을 해보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또한 의료윤리에 대한 연구도 해나가고 있는데 재생산 기술 발전, 특히 산전진단 기술이 재생산권리로 논의되고 있으나 장애인의 권리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에 대한 질문이 한국사회에 비어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이번 책의 원고를 집필하게 되었습니다. 


최은경님의 원고를 통해서 성감별 기술이 “여아 낙태”에 대한 문화적 규범과 연결되어 힘을 발휘하는 맥락에서, 이 기술이 인터섹스를 감별하고, 분류하며, 병리화하는 기술과 맞닿아 있었다는 것 또한 발견하게 되어서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장애와 간성인의 탈병리화 운동이 어떻게 만날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 또한 진전시킬 수 있는 여지들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황지성님은 소위 요보호여성, 윤락여성, 장애여성들이 부녀보호소에 한 데 수용되어 갱생, 재활, 감금의 억압을 경험했는데 장애여성의 존재는 왜 이렇게 비가시화됐는가 질문을 가지면서 우생학에 대한 문제의식과 연결하는 작업을 했습니다. 그저 모든 수용인이 ‘열등’하다고 치부하고 수용했기 때문에 장애인이라는 범주가 오히려 무시되었는데, 이후에 수용의 부당성을 주장하는 대항논리가 ‘정상인을 마구잡이로 수용했다’는 것이 되면서 대항논리안에서도 장애인이 배제되는 효과가 있었다는 점을 짚었습니다. 한편 한국에서 우생학을 교리로 삼은 것은 대중이라기보다 사회복지 시설을 세우고 운영한 전문가들이라고 볼 수 있고, 국가의 경제발전 통치기조와 정확히 맞아떨어지면서 폭발력을 가졌다고 분석하는데요, 따라서 우생학은 단일한 악이 아니라 이해관계자들의 요구와 맞아떨어지면서 토착화되었다고 보았습니다. 


우생학과 재생산정의


황지성님은 여성수용시설의 역사를 통해서 볼 때 시설에서 강제불임, 강제피임, 강제입양이라는 재생산권 침해의 양상이 아직 밝혀지지 않았고, 철저하게 드러나야 하지만 그것을 ‘사건’으로 한정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재생산정의의 관점에서 왜 시설화가 젠더화된 차별이나 억압과 함께 작동하면서 여성과 소수자를 시설에 수용하고 있는지를 보면, 호주제와 가정폭력의 영향, 노동과정에서 심신의 장애를 갖게 되는 상황, 그 결과로 회복이 아니라 시설 ‘보호’로 귀결되며 사회로부터 격리되는 과정에 대해 질문하며 저항을 만들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고, 이것이 재생산정의를 위한 운동으로 이어진다고 했습니다. 


소현숙님은 장애사 연구를 통해서 여성사를 상대화해보는 소중한 경험을 해고 있고, 24주라는 영화를 통해서 장애를 가진 태아를 임신한 여성의 고뇌와 결정을 다루는 과정을 볼 수 있었는데 재생산권리가 차별적인 질서를 강화하는 역할을 하지 않도록 재생산 정의의 관점을 좀더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계기를 공유해주었습니다. 


최은경님은 재생산기술을 개발하는 일의 필요성을 주장할 때 의학적으로 필요하다고 하거나 의료 소비자의 필요를 명분으로 정당화되기도 하는데, 사실 그 필요는 역사적으로나 구조적으로 인구에 대한 개입을 원하는 문화적 필요와 연동되어 있며, 그것이 1세계와 3세계라는 제국주의적 위계 속에서 작동한다는 측면을 짚었습니다. 따라서 재생산 기술이 어떤 필요에 의해서 개발되고, 누구에게 적용되는지, 이를 통해 누가 이익을 얻고 있는지를 치열하게 질문하고 개입하는 것이 중요한 실천이라는 점을 알려주었습니다. 


최은경님의 지적을 통해서 제국이 재생산 기술을 개발하여 식민지에 적용하는 과정과 식민지배를 받는 사람들의 재생산 필요와 실천을 ‘미개’하다고 규정하는 문화적 지배가 일어나는 것, 그를 통해 폭력적인 통제의 대상으로 삼는 체계적인 과정들을 떠올려볼 수 있었습니다. 지금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상황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데요, 이스라엘은 보조생식기술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나라이면서, 팔레스타인을 식민지배하기 위해서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재생산을 군사력을 동원해 일상적으로, 폭력적으로 통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생학에 저항하는 것은 지금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가져올까


북토크를 준비하면서 지금 우생학이 한국사회에 미쳐온 영향을 소수자의 시선에서 바라보고, 국가폭력을 규명하는 일, 피해자의 목소리를 드러내면서 한국사회가 타자를 만들어왔던 방식에 대해 저항하는 실천을 만들어나갈 필요를 확인하고 여러분과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우생학적인 욕망을 이제 개인적인 선택으로 여기는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지만 생산성과 정상성의 논리에 대한 비판, 성적 규범과 가족제도에 대한 비판에서도 우생학에 대한 비판적 관점이 연결되었을때 더 힘을 가질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있습니다. 제국과 식민의 구도가 국가 간의 구도로 끝나지 않고, 해방 이후에 한국사회 안에서 내부식민화를 만들고 타자를 생산하는 구도로 유지되며 장애인, 성소수자, 이주민을 대상으로 또한 그 내부를 분할하는 논리로 작동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소현숙님은 내부 식민화 차별의 기제로서 우생학이라는 게 경제발전과 민주화라는 발전 서사에 도전할 때 힘을 가진다고 지적해주었습니다. 이제는 87년 체제가 공모했던, 생산성 없는 인구를 시설에 수용했던 그 지점을 바라보면서 더 이상 경제발전과 민주화라는 두가지 서사로 한국사회를 설명하는 것이 유효하지 않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비판적 우생학의 힘이라고요. 


황지성님은 형제복지원에서 성폭력피해를 당한 여성의 증언, 장애인의 피해 증언이 여전히 나오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을 짚으면서 부적격자에 대한 시설수용 자체에 대한 도전이 여전히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을 짚었습니다. 또한 자신의 피해를 증언하기 어려운 중증장애인, 신청 절차에 들어갈 수 없는 취약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어떻게 모으고 대변할 것인가에 대해 페미니스트 정치를 비롯해 많은 비판 담론이 갱신해야 할 필요를 지적했습니다. 빈곤, 장애, 젠더, 성적 규범, 인종주의에 대한 복합적이고 교차적인 사고를 하도록 이끄는 것이 그간의 정치에서 누락된 목소리를 드러내도록 하고 그 필요를 증명하는 것이 우생학의 역사이기도 할테니까요. 


최은경님은 한국전쟁 이후 국가를 형성하는 과정에서 굉장히 많은 시설이 만들어졌고 전후 복지체제의 핵심이 되었는데, 지금까지 연결되어 왔고 그것이 의료제도와도 긴밀하게 연결되어있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의료기술이 발전하도록 자원이 되었던 몸, 가족제도로부터 이탈했을때 수용되는 몸이 정신병원에 배치되는 것에 대한 질문이 의학담론안에서 다시 질문될 필요가 있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질문이 경제발전 속에서 어떤 몸이 배제되고, 어떤 몸이 발전의 자원이 되었는가에 대한 문제제기와 연결되면서 의료가 공모했던 지점을 밝혀내고, 그것을 단절할 수 있는 전망을 발견해나갈 수 있을것 같습니다. 


이날 행사에서 참여자들에게 각자가 정의하는 우생학이 무엇인지 질문하고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또한 올 한 해 셰어 활동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을 여쭈었는데 8월에 열린 후원행사, 양성과정, 팔레스타인과 용주골 연대 등 다양한 연대 활동 등을 꼽아주셨습니다. 의견을 주신 분들 중 네 분을 추첨해 필자분들이 준비해주신 책 네권을 나누며 따뜻하게 마무리하였습니다. 


셰어는 우생학에 대한 문제제기를 새해에도 계속 이어나가며, 시설화 속에서 재생산 부정의 양상을 밝혀내고, 정의를 실현해나가는 실천을 계속 해나가려고 합니다. 새해에도 곳곳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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