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보고[후기] 장애여성공감과 함께 한 <IL과 젠더 돌봄-섹슈얼리티 확대 현장 간담회>

2025-12-30

셰어는 12월 18일 서울여성플라자에서 진행된 <IL과 젠더 돌봄-섹슈얼리티 확대 현장 간담회>에 참여했습니다. ‘IL과 젠더’는 장애여성공감 장애여성독립생활센터[숨]에서 진행하고 있는 사업으로, 장애여성독립생활센터[숨]은 2022년부터 탈시설과 자립생활에서의 돌봄, 섹슈얼리티를 주제로 꾸준히 고민과 실천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올해는 공감에서 만든 ‘돌봄-섹슈얼리티 가이드라인’의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그간 장애여성 운동, 장애인 마을공동체 등에서 해온 활동의 경험을 공유하며 돌봄 현장에서 섹슈얼리티 지원을 하고 있는 조력자, 지원자들이 가진 고민을 함께 나누는 자리를 가졌습니다. 셰어도 2022년부터 꾸준히 이 주제의 IL과 젠더 포럼, 라운드테이블에 참여해 왔는데요,  올해는 셰어가 하고 있는 성·재생산 건강과 권리에 관한 접근성 확대 프로젝트의 경험을 주제로 해서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간담회 자리에는 사무국 활동가 나영, 타리, 혜원이 다같이 참석했고 나영 대표가 패널로 참여하여 셰어의 경험과 문제의식을 발표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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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공감의 유진아 활동가가 ‘돌봄-섹슈얼리티 지원현장의 실천과 도전’을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습니다. 유진아님은 세 개의 질문 1) 공감은 왜 계속해서 섹슈얼리티에 관한 주제를 집요하게 질문하며 변화를 만들고자 하는지, 2) 왜 장애여성에게 섹슈얼리티가 권리로서 이야기되어야 하는지, 그리고 3) 왜  섹슈얼리티는 돌봄이라는 주제와 긴밀하게 연결될 수밖에 없는지-를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갔습니다. 진아님은 섹스에 관한 이야기는 근본적으로 장애여성이 타인과 관계를 맺을 때 어떠한 조건과 시민적 지위를 가지고 있는지에 관한 문제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장애여성으로서의 몸은 활동 지원을 받는 과정에서 계속해서 누군가에게 보여지거나 만져질 수 있는 몸이라는 점에서 이 몸이 자신과 타인에게 어떻게 인식되는지가 중요한 영향을 미치기도 하고, 성적 위험으로부터 보호한다는 이유로 복장, 타인과의 만남, 금전 관리, 이동, 생활 전반에 통제가 가해지기도 하니까요. 재생산 권리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섹슈얼리티에 관한 문제가 근본적으로 장애인의 몸과 일상, 삶과 연결된 문제라는 문제의식이 없기 때문에 피임도 당사자 동의 없이 누군가에 의해 관리되거나 통제될 수 있는 것으로 여겨지고, 임신과 출산, 임신중지에 있어서도 당사자의 자기결정이나 정보제공, 의료 접근성이 고려되지 않습니다. 진아님은 그런 현실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장애친화 산부인과를 언급했습니다. 정부에서는 홍보를 많이 하고 있지만 실제 장애친화산부인과라고 해도 의료기기 등 물리적 접근성조차도 제대로 구축되어 있지 않은 수준이고, 그나마도 임신과 출산을 전제로 설계되어 있어 2, 3차 병원 중심으로 지정되어 있기 때문에 일상적인 성, 재생산 건강에 관해서는 접근성이 고려되지 않는 것이죠. 진아님은 이러한 문제의식이 반성폭력 운동에서도 장애여성을 단지 피해자의 위치로만 두지 않고 성적 권리를 향유할 수 있는 존재로서 이야기하기 위해서도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서 장애여성독립생활센터[숨]의 고나영 활동가는 탈시설 캠프를 진행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공감은 2022년부터 시설에 거주하고 계시는 분들 중에서도 24시간 지원이 필요하고 구어 소통이 어려운 분들과 함께 숙박 활동을 진행해 왔다고 합니다. 보통 지자체 등에서 탈시설 지원을 할 때는 ‘의사소통이 가능한지’, ‘탈시설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지’ 등을 물어보고 그게 어렵다고 판단되면 자립지원 대상에서 제외되는데요, 공감은 독립이란 당사자의 역량 문제가 아니라 같이 사는 주변인과 지역사회의 변화를 함께 만드는 과정이라는 의미를 구체적으로 만들어가기 위해 탈시설 캠프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이 캠프에서는 다른 속도와 일상을 이해하고 눈짓이나 몸짓 등의 비언어적 의사소통의 방식에 대해서도 함께 관계를 맺으며 알아나가는 게 중요한 경험이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동의와 의사소통의 방식, 당사자의 일상과 속도에 맞춰나가는 관계 맺기 등이 돌봄뿐만 아니라 섹슈얼리티와 중요하게 연동된 문제라는 점을 찾아나간 것이죠. 


세번째로는 공감에서 활동지원사와 이용자를 연계하는 활동지원 사업을 하고 있는 김보연 활동가가 활동지원 현장에서 섹슈얼리티가 어떻게 배제되는지에 대한 문제의식을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일례로, 이용자에게 어느 정도의 활동지원 시간이 필요한지를 확인하기 위한 장애인 활동지원 종합조사표가 있는데, 이 조사표는 기능 점수를 합산하는 X1, 사회활동을 묻는 X2, 주거활동에 관한 질문인 X3를 합해 총 36개의 질문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이 질문들은 모두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에는 관심이 없고, 숟가락을 혼자 들 수 있는지, 혼자 옷을 갈아입을 수 있는지와 같은 기능만을 묻고 있습니다. 이렇게 장애인의 삶에 대한 기준이 기능에만 맞춰져 있기 때문에 섹슈얼리티에 관한 주제는 피해와 사건으로서만 등장하게 됩니다. 장애인 당사자가 가진 사회적 관계맺기에 관한 욕구는 위험하고 통제해야 하는 대상으로만 다뤄질 뿐, 어떤 관계를, 어떻게 잘 맺고, 이를 위해서는 어떤 지원이 필요한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기 때문에 항상 ‘피해’와 ‘사건’으로서만 등장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런 현실은 당사자를 통제하는 가족 구성원 등의 행동에도 영향을 미치고, 활동지원사에게도 당연히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그리고 화장실 등 신변지원에 있어서도 중요한 영향을 미칩니다. 월경을 어떻게 지원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당사자와 소통하는 과정이 필요하고 그 과정에서 편하게 방법을 찾아나갈 수 있어야 하는데, 이러한 이야기가 그저 금기시되거나 미안한 것이 되어 솔직하고 편안하게 이야기할 수 없는 주제가 되면 소통하며 방법을 찾아나가기가 너무 어려워지는 것이죠. 그래서 공감은 생리대, 기저귀를 가지고 나에게 무엇이 편한고 무엇이 불편한지, 어떤 걸 원하는지 등을 직접 쓰고 이야기하는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고 합니다. 활동지원사를 대상으로 하는 법정의무교육이나 점검 과정에서도 이용자의 섹슈얼리티와 관계 등에 대한 욕구가 어떻게 지원되고 보장되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다루어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보연님은 이용자의 연애나 친밀한 관계에 대한 자기 결정권, 사생활을 어떻게 존중받아야 하는지와 같은 주제들이 사건 통제를 위한 주제로서가 아니라 권리로서 당연하게 보장되고 다뤄져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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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2부는 지원 현장에서의 고민을 나누는 자리로서, 대한성공회유지재단 지원주택 주거지원센터에서 작업치료사이자 건강 코디네이터로 일하고 있는 박새롬님과 셰어의 나영 대표가 발표를 맡았습니다. 

박새롬님은 지원주택에서는 안전을 굉장히 신경 쓰게 되는데, 오히려 “안전한 것을 최대한 멀리 해 보자”는 취지를 가지고 이야기를 해주셨어요. ‘안전하지 않지만 어떻게 함께하는가’를 중심으로 방향을 만들어 보는 것이죠. 새롬님은 지원주택에 사시는 분들이 탈시설을 해서 본인만의 집과 공간에서 살면서 혼자만의 시간을 처음으로 경험하시게 된다는 점을 먼저 이야기했습니다. 혼자의 시간이 외롭고 소외된 시간이 되지 않기 위해서, 친밀성과 관계를 찾고 섹슈얼리티를 찾아나가게 됩니다. 즉, 사회적으로 시설에서 고립되어 권리로부터 배제되어 왔었기 때문에 그 생애 기간 동안의 물리적, 사회적 경험이 지원주택에서의 삶으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죠. 새롬님은 지원주택에서 직접 지원하신 A님의 사례를 통해 이 이야기를 구체적으로 풀어내 주었습니다. 자립지원금을 받고 자립을 했지만 그밖의 구체적인 관계 속에서의 조력이 부족한 상황, 또는 자립생활에서 통제가 우선시되는 상황에서 친밀한 관계에 대한 욕구가 채워지지 않을 때 계속해서 불안정하고 피해자 또는 가해자가 될 수도 있는 경험들이 반복됩니다. 하지만 주변인들로부터는 통제가 우선시되기 때문에 경험을 솔직하게 나누고 다른 방향을 찾아나가는 일이 어려워지게 됩니다. 그래서 새롬님은 먼저 A님이 일상에서 보이는 몸과 감정의 변화, 리듬을 알아차리고자 했다고 합니다. 그 과정에서 월경을 주기적으로 하지 않고, 속옷을 입는 것 자체를 불편해하시는 점,  수면 시간이 일정하지 않다는 점, 약을 먹으면 사람들을 만나기 어려운 경험 때문에 약을 거부하는 것 등 일상에서의 일들이 관계의 패턴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지역네트워크 안에서 연락망을 만들고, 본인이 책임질 수 있는 영역도 설정했습니다. 새롬님은 이 부분을 ‘책임질 권리’라고 표현했습니다.  결국에는 같이 ‘되어가는’ 과정 속에서 함께 흔들리고 함께 불안을 나누며 누구도 혼자 두지 않게 관계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이야기하신 점이 매우 인상 깊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나영 대표는 셰어가 2023년부터 장애인, 이주민/난민, 청소년 단체들과 함께 성·재생산, 건강과 권리에 관한 정보 접근성 확대 프로젝트를 하면서 성찰하고 고민한 점을 나누었습니다. 성·재생산, 건강과 권리에 관한 정보는 일상과 동떨어져서 부차적이거나 위험한 것으로만 여겨지기 때문에 애초에 주변인으로부터 차단당하는 경우가 많고, 주변인도 모르거나 아니면 본인의 잘못된 의식을 왜곡된 정보로 전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흔히 이런 정보를 차단하는 것이 위험을 예방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차별과 낙인, 폭력의 상황에서 당사자를 취약하게 만들고, 대응 역량을 떨어뜨리게 되지요. 정부 기관이나 지원 기관에 대해서도 피해나 위기 상황에만 집중돼 있기 때문에 실질적인 지원 영역 자체를 오히려 협소하게 만들고, 연계를 가로막고 있기도 합니다. 셰어는 정보접근성 확대 프로젝트를 하면서 정보를 전달하는 일을 할 때 대부분 같은 정보를 쉬운 말, 다국어, 수어 등으로 표현이나 단어만 바꾸면 되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당사자의 언어와 연결된 문화, 당사자의 일상과 관계, 집단적 특성, 커뮤니티 등에 따라서 각기 다른 관심과 맥락을 고려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점을 구체적으로 깨닫게 되기도 했습니다. 나영 대표는 그래서 정보접근성을 실현하려면 필요한 정보를 전달한다는 목적 자체에만 중점을 두기 보다는 누구에게, 어떤 정보가, 어떤 방식으로 전달되어야 하는지, 그 정보를 필요로 사람들이 어떤 차이가 있고, 정보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개입하는 요인들은 무엇이 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장애인은 욕망 자체가 부정되거나 인식되지 않기도 하지만 애초에 몸이나 신체의 일부를 성적 실천에서 다른 방식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되지 않습니다. 나영 활동가는 특히 대부분 섹스를 위한 신체 부위와 섹스를 하는 데 쓸 필요가 없는 신체 부위라는 게 구분되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런 인식에서 이어지는 혐오가 장애인 뿐만 아니라 여러 소수자들의 다양한 방식의 성적실천과 욕망을 더욱 가로막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가령 누군가에게는 항문섹스가 단지 성적 자극을 극대화하기 위한 방법 중에 하나이거나 다양한 경험을 해본 후에야 도달하는 어떤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자신의 몸을 이용해 시도할 수 있는 만족할만한 성적 실천의 방법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렇게 자신에게 맞는 방식의 성적 실천과 몸을 사용하는 방식 등이 더 다양하게 고민될 필요가 있고, 이에 필요한 정보를 생각하는 것이 새로운 방식의 정보 접근성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을 이야기했습니다.  관계를 맺는 방식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누군가는 온라인으로만 하는 걸 좋아하고, 누군가는 섹스를 안 해도 다른 행위를 하는 것으로 좋아하고, 누군가는 섹스를 해야만 만족할 수 있는 등 관계의 방식에 대한 차이도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부모, 조력자, 지원자, 파트너, 시설 교육자 등 주변인들 또한 성에 대해서는 본인들도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본인의 불안을 통제하기 위해서 당사자를 통제하는 행위로 가게 되는데, 통제가 중심이 될 때 오히려 중요한 리터러시가 형성되지 않는다는 점을 생각하고 정보와 경험을 구체화하는 일, 즉, 내가 해볼 수 있는 것과 타인에게 요구하거나 시도해볼 수 있는 것, 그 과정에서 필요한 대화와 시도들, 위험이 생겼을 때의 대처들을 나누는 과정이 정보 접근성에 있어서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마지막 3부에서는 참가자들이 모두 둥글게 둘러 앉아 다양한 경험과 고민을 나누면서 마무리를 했습니다. 장애여성공감에서 매년 고민의 끈을 놓지 않고 4년째 자립생활과 돌봄, 섹슈얼리티에 관한 논의의 장과 실천을 이어오고 있는 과정이 정말 소중하다는 점을 다시 한 번 느낀 자리였습니다. 앞으로 셰어도 여러 현장에서의 만남을 통해 함께 이 과정을 같이 이어나가겠습니다. 


이 날 발표된 이야기들은 셰어 자료실에서  <IL과 젠더 돌봄-섹슈얼리티 확대 현장 간담회> 자료집을 다운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자료집 다운받기 👉 https://bit.ly/4swX4f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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