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립니다[113주년 3.8 세계 여성의 날을 맞이하여 올리는 미디어 가이드] 임신중지 관련 보도는 이렇게!

2021-03-08

오늘은 1908년 여성 노동자들이 열악한 노동 현장에서 일하다 불에 타 숨진 동료들을 기리며 투쟁했던 날을 기억하는 세계 여성의 날입니다. 

오늘 세계 각국에서는 113년 전 여성노동자들의 투쟁을 기리며 여전히 차별적이고 불평등한 노동 환경과 더욱 불안정해진 노동 조건에서 일하는 여성들의 현실을 이야기하고, 성차별과 성적 폭력에 맞서는 연대의 힘을 모아내기 위해 모였습니다. 또한 많은 여성노동자들이 임금노동만이 아니라 비공식, 비임금 노동을 하고 있으며 가사노동과 돌봄노동, 임신과 출산에 수반되는 수많은 생산노동과 재생산노동을 하고 있습니다. 국경을 넘어 이어지는 불평등과 차별의 현실 가운데에는 이주 여성들의 노동이 있으며, 장애여성과 십대, 노인 여성을 비롯하여 ‘생산성이 없거나 적합하지 않은 몸'으로 여겨지는 이들의 다양한 노동이 있습니다. 이성애 중심주의와 성별이분법, ‘정상가족' 중심주의로 인해 배제, 차별, 낙인을 경험하는 많은 성소수자들도 이러한 현실에서 함께 싸우고 있습니다. 

셰어는 113주년 세계 여성의 날을 맞이하여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우리의 운동이 이러한 현실을 적극적으로 변화시켜 나가기 위한 운동임을 기억하고자 합니다. 그리고 불평등과 차별에 대한 인식을 넓히고 더 나은 방향을 함께 만들어가기 위해 임신중지 관련 보도에서도 이와 같은 방향을 담아낼 수 있도록 미디어 가이드를 제시합니다. 언론 보도 뿐 아니라 관련 글을 작성하시거나 소셜미디어에서 이야기할 때 아래의 가이드를 참고해 주세요. 그리고 주변 사람들에게도 널리 알려주시면 좋겠습니다. 



1/ 

임신중지 비범죄화 이후의 방향, 혼란이 아니라 가능성의 시간으로 알리기


2021년은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형법상의 ‘낙태의 죄' 처벌이 사라진 임신중지 비범죄화 첫 해입니다. 67년 동안 이어져 온 ‘낙태죄'의 역사를 끝내고 이제 처벌없이 모든 사람들의 임신중지를 안전하고 평등하게 보장해 나갈 수 있는 첫걸음이 시작되었습니다. 앞으로의 시간은 더 많은 사람들이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법과 제도, 보건의료 체계와 공식적인 지원 기반을 마련해 나갈 수 있는 시간입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우리의 권리를 찾고 요구할 수 있도록 이 중요한 시기를 혼란이 아닌 가능성의 시간으로 보도하고 이야기해 주세요. ‘입법공백’과 같이 혼란을 강조하는 보도는 진전된 현실에 대한 인식을 가로막고 보다 적극적으로 권리를 찾아나가는 데에 방해가 될 뿐입니다. 대신 현재 가능한 일들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앞으로 바꿔나가야 할 일들을 계속해서 이야기합시다. 정부와 지방자체단체들, 국회, 의료기관, 관련 기관들과 우리 일상의 곳곳에서 법 개정만이 아니라 다양한 정책과 정보 제공, 직접적인 실천으로 더 많은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음을 이야기해 주세요.


2/ 

임신중지 관련 용어는 편견과 낙인을 전제하지 않은 정확하고 객관적인 용어를 사용하기



임신중지와 관련된 용어를 사용할 때는 편견과 낙인을 담고 있거나, 잘못된 인식을 전제할 수 있는 용어들을 사용하지 말고 정확하고 객관적인 용어를 사용해야 합니다. 

국제적으로 다음과 같은 용어를 가이드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낙태'가 아닌 ‘임신중지' 

낙태는 태아를 제거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으며 임신중지 결정에 관련된 다양한 사회경제적 상황들을 배제한 채 임신당사자의 개인적 결정과 책임의 문제로만 여기가 만듭니다. 이제 ‘낙태'가 아니라 ‘임신중지'를 사용해 주세요. 

‘아기'가 아닌 ‘배아’, ‘태아’

아직 출산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아기'가 아니라 ‘배아', ‘태아'로 지칭해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임신 10주차 정도까지는 ‘배아', 그 이후에는 ‘태아'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엄마', ‘아빠'가 아닌 ‘임신한 여성’, ‘임신당사자', ‘임신한 사람’으로

출산이나 양육을 당연히 전제하거나 당사자의 성별정체성을 단정지어 전제하는 표현 대신 ‘임신한 여성'과 같은 표현을, 나아가 당사자의 성별정체성을 단정짓는 표현 대신  ‘임신당사자'와 같은 표현을 사용합니다.

‘원치 않는 임신', ‘낙태율 감소' 라는 표현 대신 ‘의도치 않은 임신을 줄여나가기'

임신중지를 결정하게 되는 상황은 단지 원치 않는 임신이었을 때만 있는 것이 아니며 임신 기간 중 어느 때라도 다양한 상황 속에서 임신을 중지하게 될 수 있습니다. 임신중지의 상황을 특정한 방식으로 전제하는 표현이나 임신중지 자체를 나쁜 상황으로 계속해서 인식하게 만드는 표현 대신 상호 동의에 기반한 평등한 성관계와 성교육, 피임 등의 중요성을 강조할 수 있는 ‘의도치 않은 임신의 예방', ‘의도치 않은 임신을 줄여나가기' 같은 표현을 사용해 주세요.  


3/

연령, 이주 지위, 장애,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 노동 등 다양한 조건에 있는 이들의 이야기를 담아내기



법적 처벌만이 임신중지에 대한 제약을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보건의료 환경, 지역적 조건, 가족/파트너/주변인과의 관계, 권리가 보장되지 않고 당사자의 의사 결정을 침해할 수 있는 다양한 상황들이 임신중지에 대한 평등한 접근권을 가로막고 사회경제적 제약을 만들어 냅니다.
이제 처벌 여부에 대한 이야기를 넘어 임신중지 접근성을 높여나갈 수 있도록 연령, 이주 지위, 장애,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 노동 등 다양한 조건에 있는 이들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구체적인 변화를 촉구해 주세요. 다양한 조건에 있는 이들의 이야기를 담을 때 ‘위기임신’처럼 취약성을 부각하면서 보호의 관점에서 접근하기보다, 안전하고 합법적인 임신중지가 모든 사람의 당연한 권리임을 강조해주세요.


4/

공적 의료시스템과 차별없는 지원 체계를 위한 정부와 사회의 책임을 강조하기


임신중지가 모든 사람의 권리라는 것은 그 권리를 보장할 의무가 국가에게 있다는 의미입니다. 안전하고 합법적인 임신중지의 권리는 건강권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처벌과 제약, 불평등이 심할수록 더 많은 이들이 안전하지 않은 임신중지의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이제는 임신중지를 공적 의료시스템으로 보장해야 합니다. 가까운 병원에서 되도록 이른 시기에 누구나 안전하게 임신중지 관련 의료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보건의료 체계를 갖추고, 각 당사자의 필요에 따른 지원이 빠르게 연계되도록 해야 합니다. ‘책임 있는 자세’를 개별 여성에게 요구하기보다, 보건의료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이 확장되어 나갈 수 있도록 이를 위한 정부와 사회의 책임을 더 많이 이야기해 주세요.


5/ 

긍정적이고 객관적인 이미지를 사용하기



맥락 없는 수술실 사진이나 태아 사진, 슬퍼하는 이미지, 모자이크 처리된 사진은 임신중지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강화합니다. 임신중지에 대한 사회적 낙인은 임신중지가 의료서비스로 자리잡기 어렵게 만들고, 임신중지를 찾는 과정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더라도 문제제기를 망설이게 합니다. 대신 의료인과의 상담이나 편안한 진료 환경을 표현하는 이미지, 약물의 복용법이나 건강상에 필요한 정보를 정확하게 알리는 이미지와 도표, 권리와 역량을 표현하는 이미지, 지지하고 연대하는 이미지를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임신중지의 권리는 단지 임신중지의 상황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폭력이나 강요, 차별과 낙인 없이 자신의 삶을 원하는 방향으로 살아나갈 수 있도록 보장하기 위한 성과 재생산 권리입니다.

113주년 세계 여성의 날인 오늘, 불평등한 현실을 바꾸고 더 많은 이들의 삶의 권리가 평등하게 보장되는 사회를 함께 만들어갈 우리 모두의 용기와 연대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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