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24일 저녁, 십대여성일시지원센터 나무의 아늑한 청소년열린공간에서 <임신과 임신중지에 관해 궁금한 모든 것>이라는 주제로 찾아가는 성교육을 진행했습니다. 셰어와 나무가 함께 찾아가는 성교육을 열어보자는 염원이 이뤄진 날이었어요. 성교육 주제와 프로그램을 기획하며 나무에 찾아오는 분들이 지루하지 않게, 위험과 예방만이 아니라 다양한 관계 맺음과 성관계, 임신과 임신중지에 관해 이야기를 나눠볼 수 있도록 세 가지 프로그램을 준비했습니다. 나무에 도착하자 활동가들과 참여자 6분이 셰어 활동가들을 반갑게 환영해 주셨어요. 셰어 활동과 셰어 활동가들을 알고 있다며 ‘동지’라고 인사를 건네주시기도 했습니다😊. 

타리 팀장의 진행으로 셰어 소개와 더불어 모두에게 평등하고 즐거운 자리를 만들기 위한 약속문을 함께 읽으며 첫 번째 프로그램 ‘플레져미터’를 진행했습니다.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그래프를 그려보거나, 성관계 경험이 없다면 가상의 시나리오 ‘지민의 이야기’를 참고하여 플레져미터를 그려보았어요. 그동안 셰어가 정말 다양하고 많은 이들과 플레져미터를 해보았지만, 처음으로 그래프를 넘어 종이 끝까지 대기권을 뚫고 ‘심신의 만족/즐거움’을 그린 귀인을 만났습니다. 남자친구와의 경험과 파트너와의 경험을 비교해 보기도 하며 “좋아하는 마음이 크니까 즐거움도 크다”는 명언도 나눠주셨어요. 다른 한 참여자는 종이 가득 sex를 채우고 “섹스는 나쁜 것이 아니다. 피임만 잘하자”며 이 활동지를 혜원 사무국장에게 선물해 주셨습니다. (감사해요)

참여자들은 플레져미터를 해보며 “자기결정권과 의사소통, 동의가 모두 연결되어 있다”며 의사소통이 원활하게 되지 않거나, 강압적인 상황에서는 안전과 만족도도 떨어진다는 이야기에 서로 공감을 했습니다. 강압적인 상황도 있었지만, 자신의 이야기는 꼭 전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기 때문에 자신이 생각하는 최대치와 최소치를 정하여 맞출 수 있도록 노력한 경험도 나눠주셨어요. 생각보다 그래프 숫자가 낮아서 안타까웠다거나, 성매개 감염에 대한 걱정, 아무것도 모른 채 첫 관계를 하기보다 사전에 지식을 습득한 후에 하는 게 좋다는 등의 이야기도 나누었습니다.

이어서 나영 대표의 진행으로 두 번째 <지금 임신을 하게 된다면?> 프로그램을 진행했습니다. 그동안 해왔던 찾아가는 성교육 프로그램이 아니라, 나무 성교육을 준비하며 기획한 새 프로그램이었어요. 임신을 했다면 ‘제일 먼저 드는 생각, 내 주변 사람들은 어떻게 반응할까, 나는 어떤 감정일까’를 생각해 보고, 임신을 유지한다면, 중지한다면, 출산을 한다면 어떻게 될지 이야기해 보았습니다. 우리에게는 임신을 유지할지의 여부를 결정할 권리, 정보와 상담, 의료접근성에 관한 권리, 양질의 지원을 받을 권리가 있다는 것도 함께 확인하였어요. 

참여자들은 ‘피임을 했다면 어떻게 했나?’ 질문에 모두 콘돔을 사용했을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만약 피임을 하지 못했다면, ‘콘돔 살 돈이 없어서, 파트너의 고집으로, 콘돔이나 돈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짚어주었어요. 만약 임신을 했다면 ‘주변인들에게 욕설을 듣거나, 놀림을 당하거나, 임신중지를 강요받거나, 퇴학을 당할 수 있겠다’는 두려움을 나누기도 했고, 무섭고 불안하고 막막하고 혼란스러운 감정이 떠오르는 한편, 임신은 축복이라서 행복할 것 같다는 감정을 떠올리기도 했어요. 임신을 유지한다면 경제적 어려움이 염려되고, 어떻게 양육을 잘 할 수 있을까 고민이 되지만, 아이와 나의 행복을 위해 도움을 요청하고 싶다는 이야기와 마음들을 나눌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혜원 사무국장이 <임신중지, 무엇이든 물어보셰어>를 진행했습니다. 유산유도제를 이용한 임신중지와 약 복용 방법, 수술로 하는 안전한 임신중지와 임신중지 이후 알아두면 좋을 정보를 나눴어요. “만약 이러한 도움이 필요하다면 어디에 연락한다? 셰어와 나무에!” 라는 구호를 반복적으로 외치며 임신, 임신중지, 출산과 양육에 대해 상담과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들을 소개하며 자리를 마무리했습니다. 다양한 관계들에서 나에게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을 구체적으로 생각해보고, 나의 감정과 고민을 함께 나누고, 알고 있으면 언젠가 꼭 도움이 될 정보들을 나눌 수 있어서 셰어에게도 정말 멋진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