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보고[후기] 비범죄화 세션 진행부터 현지 활동가 인터뷰, 계엄 대응까지! 꽉 찬 일정으로 보낸 AWID 참가기

2024-12-24

비범죄화 세션 진행부터 현지 활동가 인터뷰, 계엄 대응까지! 꽉 찬 일정으로 보낸 AWID 참가기


셰어는 12월 2-5일에 방콕에서 열린 어위드 국제 포럼(The AWID International Forum)에 다녀왔습니다. AWID(The Association for Women’s Rights in Development)는 40여년 동안 전 세계의 젠더 정의와 여성 권리 운동을 지원하고 연대의 네트워크를 구축해 온 국제 단체로, 4년에 한 번 정도의 간격으로 국제 포럼을 개최합니다. 이번 포럼은 COVID-19로 인해 한 차례 연기되어 2016년 이후 8년만에 다시 열리게 되었으며, 20여 명의 한국 참가자를 포함해 각국에서 2천 명 이상의 활동가들이 모였고, 온라인으로도 3천여 명이 함께 참여했습니다.


셰어는 성노동자해방행동 주홍빛연대 차차(이하 차차)와 함께 “[전략 매핑] 성적 권리와 재생산 정의를 위한 비범죄화 방법을 찾아보자! [Strategy Mapping] Let's find ways of decriminalization for our sexual rights and reproductive justice!” 라는 세션을 기획하여 신청하였는데 세션으로 선정이 되어 무사히 다녀올 수 있었습니다. 주최한 세션에 대한 후기는 별도의 글에서 만나보세요! (셰어, 차차 주최 세션 후기 보기)


셰어의 나영, 혜원, 타리 활동가와 차차의 여름, 유원 활동가, 통역과 번역을 맡아준 소수자난민인권네트워크의 화 활동가 총 6명은 일주일간 방콕에 머무르며 포럼에 참여하였고, 태국에서 활동하는 임신중지 지원단체, 성노동자 운동 단체, 여성 HIV감염인 단체를 따로 만나 인터뷰하고 교류하였습니다. (세 단체 인터뷰 내용 보기)



그런데 갑자기 계엄 발생! 그리고 긴급 대응!


한편, 12월 3일, 준비한 세션을 마치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즐겁게 저녁식사를 하던 중 한국의 비상계엄 선포 소식을 접했습니다. 믿어지지 않는 소식에 처음에는 가짜뉴스인 줄 알았지만 이후 실시간으로 이어지는 소식을 보면서 방콕에서도 긴장된 마음으로 숙소에 돌아왔습니다. 해외 참가자들도 연이어 상황과 안부를 묻는 메세지를 보냈고, 셰어 활동가들은 온라인 생중계 영상을 보면서 대응을 준비했습니다. 마침 셰어와 함께 간 차차 활동가들 외에도 이번 AWID 포럼에 참여한 한국 활동가가 20명 가까이 된다는 것을 알고 멀리서나마 할 수 있는 역할을 하기 위해 긴급 대응을 제안했습니다. 밤새 현지에서 공유할 긴급 성명 초안을 작성하고 다음 날 아침 모두의 결혼, 다큐멘터리 <에디앨리스> 제작팀,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등 한국인 참가자들과 모여 성명서의 한글본과 영문본 최종안을 정리했습니다. 그리고 나영 대표가 긴급히 AWID 포럼 주최측과 소통하면서 한국의 긴박한 상황에 대해 공유하고 연대를 조직할 수 있는 방법을 제안했습니다. 이를 통해 포럼 마지막 날인 5일 아침 9시 긴급세션이 마련되었고, 5일 2시에 열린 클로징 세션에서 전 세계 페미니스트들의 연대를 제안할 수 있었습니다. 


5일 아침 세션에는 급히 마련된 자리임에도 불구하고 홍콩, 일본, 대만, 스리랑카, 인도네시아, 터키를 비롯해 각국에서 50여명이 넘는 활동가들이 찾아와서 질문하고 연대를 표했습니다. 긴급 세션에서는 한국의 정치상황과 페미니스트 운동에 대해 논의하였고, 한국에서 노동하는 이주민을 비롯한 소수자들의 인권을 우려하는 마음을 나누었습니다. 

오후에는 AWID 클로징 세션에서 나영 활동가가 연명에 동참하기를 요청하는 발언을 하고, 동시에 한국 참가자들이 함께 무대 앞으로 나가 피켓을 들며 “No Democracy Without Feminists, Sex workers, Transgenders, Marriage Equality, immigrants and refugees! 투쟁!” (페미니스트, 성노동자, 트랜스젠더, 혼인평등, 이주민과 난민 없이는 민주주의 없다! 투쟁!) 이라고 외쳤습니다. 당일 불과 몇 시간만에 20개국의 146명의 페미니스트들이 연명을 해서 5일 저녁 1차 보도자료를 배포하였고(관련 기사 링크) 그 이후로도 계속 연명이 들어와서 전 세계 27개국, 262명의 개인(2024년 12월 7일 7시 마감 기준)이 연명하였습니다. (성명서 보기: 한글/영문)


참가하며 함께 배운 여러 세션들


4일 동안의 포럼 기간 동안 여섯 명의 참가자들은 따로, 또 같이 여러 세션에 참여해서 듣고 의견을 나누었습니다. 


포럼의 시작을 여는 첫 총회 세션은 ‘투쟁과 연대 안에서의 연결’이라는 주제로 진행되었습니다. 개최지인 태국의 활동가 마차 폰 인 Matcha Phorn-in 은 퀴어-페미니스트이자 태국 선주민 활동가로서 태국에서 통과된 혼인평등법 통과를 축하하면서도 여전히 많은 여성과 선주민, 성소수자, 퀴어, 장애인, 성노동자 등 소외된 이들이 경제적 불평등과 성적 불평등에 직면해 있음을 이야기했습니다. 그리고 태국에서 민주주의와 권리를 위해 싸워왔고, 여전히 투옥되어 있는 활동가들을 기억하자고 제안했습니다. 팔레스타인과 수단의 활동가는 이스라엘,  UAE(아랍에미레이트) 정부에 의해서 자행되고 있는 집단학살에 대해 강하게 규탄했습니다. 특히 수단의 활동가는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았으나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수단에서의 내전이 아랍에미레이트에 의한 식민화에 기인하고 있음을 규탄하면서 관심을 촉구했습니다. 그리고 이에 대해 팔레스타인 활동가 피다 알자닌 Fidaa Alzaanin 은 팔레스타인에서 벌어져온 오랜 점령과 집단학살 역시 수많은 국가들이 개입된 것임을 이야기했습니다. 피다는 아랍에미레이트는 가자 지구에도, 콩고에도 개입하고 있고, 전 세계 곳곳에서 전쟁에 개입하고 있다고 하면서 “수단에서의 싸움을 나의 싸움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연대를 동사로 보자”는 이야기와 함께, 수박귀걸이를 사는 것에 그치치 말고 무기 거래 차단, 무기 금수 조치 등 요구의 상한선을 높이며 함께 행동하자고 제안했습니다. 한편, 로힝야족 페미니스트 활동가인 야스민 울라 Yasmin Ullah 는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여러 아시아 지역에 로힝야족에 대한 집단학살을 정당화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있지만 로힝야족 페미니스트 공동체는  방글라데시와 인도네시아의 난민 캠프에서 집단학살을 피해 목숨을 걸고 바다를 건넌 여성들과 아동을 위한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고 소개했습니다. 


이후 각자 역할을 나누어 재생산정의, 성노동자 운동, 가사노동자 운동, 트랜스젠더 운동, 여성 약물사용자, 여성 HIV 감염인 운동, 장애운동, 팔레스타인 해방 운동과 기후정의, 전쟁과 페미니즘 관련 세션까지 다양한 세션에 참여했습니다. 

첫 날 오전에는 콜롬비아의 임신중지 비범죄화 운동인 Causa Justa 운동에 대한 세션, 필리핀 성노동자 단체의 ‘여성에 대한 폭력을 재정의하기’ 세션에 참여했고, 오후에는 성노동자에 대한 폭력을 디지털과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대응해 온 사례를 나누는 세션과, HIV 여성 감염인 커뮤니티의 역량강화 활동 사례에 대한 세션, 기후정의 세션, 가사노동자 세션, 자녀를 둔 약물사용자 여성에 대한 세션에 함께 했습니다. 

오전에 셰어와 차차의 세션이 진행되었던 둘째 날에는 세션을 잘 마친 후 오후부터 약물사용에 관한 문제를 페미니즘 관점에서 다루는 나르코페미니즘(Narcofeminism) 세션, 트랜스젠더 활동가들의 집담회 형태로 진행된 Trans Voices  세션에 참여했습니다. 

3일 밤 한국에서 벌어진 윤석열의 계엄 내란 소식으로 인해 오전부터 긴급대응으로 정신이 없었던 셋째 날에는 인도의 장애인 퀴어 페미니스트 활동가들이 준비한 ‘돌봄을 불구화하기’ 세션과, 성노동과 디지털 기술에 관한 세션, 점령과 가부장제에 함께 맞서 싸우는 팔레스타인에서의 성평등에 관한 세션을 참여했고, 퀴어 성노동자에 관한 영화 상영 세션에도 참석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날인 5일에는 오전에 우리(한국 참가자들)의 긴급 제안으로 준비된 한국의 계엄 상황에 대한 세션을 진행하고 여성 약물사용자에 관한 세션, 마지막 총회 세션에 참여했습니다. 

각 세션에 대해 소개할 내용이 너무 많아 후기에서는 모두 적지 못하지만, 1월 중에 각 세션의 중요한 내용들을 담은 보고서를 발간할 예정이니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 


더 많은 연대를 이어갈 2025년 이후를 기대하며! 


전반적으로 포럼의 주제는 코로나 이전에 진행된 2016년의 포럼보다 훨씬 급진적이고 다양한 내용이 다뤄졌고 포럼 기간 동안 행사장 곳곳에서는 재생산정의, 퀴어, 장애, 성노동자, 성적 권리, 팔레스타인, 수단 내전, 로힝야 난민 등에 대한 상설 전시와 네트워킹 공간이 행사장 곳곳에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참가자들은 세션 장소 이외에도 곳곳에서 모여 토론을 진행했고, 가사노동자 단체 등 여러 단체의 참가자들이 행사장을 행진하며 구호를 외치기도 했습니다. 

이번 포럼은 특히 온라인 참여가 가능한 하이브리드 행사로 진행되어 현장에서 제공된 일곱 개 언어의 동시통역 외에도 훨씬 많은 언어로 통역이 제공되는 AI 번역기를 사용할 수 있었는데요, 비록 모든 세션에서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덕분에 총회 세션과 AI 번역기 사용이 가능한 세션에서는 한국어로도 내용을 빠르게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총회 세션의 경우 현장과 온라인에서 수어 통역이 진행되었습니다. 각 세션의 진행자에게는 시각장애인의 접근성을 고려한 발표자와 현장 시작 자료에 대한 설명, 마이크 사용, 휠체어 사용자의 동선을 고려한 배치 등을 사전에 고려하여 준비할 것이 요청되었습니다. 당연히 모든 화장실은 모두의 화장실로 마련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여러 준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대부분의 세션에서 통역이 제공되지 않는 언어를 사용하는 많은 참가자들이 소통의 한계로 인한 어려움을 느꼈고 주제를 충분히 소통하기 어려운 시간 상의 한계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했습니다. 


셰어는 이번 AWID 포럼을 통해 만난 여러 단체와 활동가, 셰어와 차차의 세션 참석자들, 한국 참가자들이 마련한 긴급 세션의 참가자들과 연대를 이어나가며 앞으로의 활동을 확장해 나가고자 합니다. 서로의 전략과 방법을 배우고, 국경을 넘어선 상호지원의 네트워크를 만들어갈 다음 발걸음에 여러분도 초대합니다. 이번 포럼 참가 경험을 바탕으로 2025년부터 이어질 새로운 활동에 관심을 가지고 함께해 주세요! 

캐비지 앤 콘돔이라는 이름을 가진 레스토랑에 방문해서 기념사진 찰칵. 

방콕과 파타야에 있는 이 레스토랑은 계획적 임신과 HIV예방을 할 수 있도록 수십년간 콘돔을 배포하는 활동을 하는 태국 NGO 단체인 PDA(The Population and Community Development Association)에서 운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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