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월 28일 저녁, 모임넷이 주최한 <고 온 - 다시 제대로 : 수신지 작가와 함께 하는 모임넷 송년회>가 열렸습니다!
연말 저녁임에도 많은 분들이 모여 <곤>과 낙태죄 폐지 전과 후의 삶, 운동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어요.
수신지 작가님은 웹툰 <곤>, <며느라기> 등 여성의 삶을 담은 작품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곤>은 '헌법재판소가 낙태죄 합헌 결정을 선고했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상상하며 가상의 사회를 그린 작품이에요. <곤>에서는 출산율이 계속 떨어지고 낙태죄 합헌 결정이 나오자 정부가 사문화됐던 법을 적극 적용해 여성과 의료진을 처벌하기 시작합니다. 임신중지 여부를 색출하기 위해 IAT라는 검사를 개발해서 모든 여성들에게 검사를 시행하죠. 한 번이라도 임신중지를 했다면 감옥에 가게 됩니다.
작가님은 <며느라기> 이후 임신, 출산, 양육에 대한 내용을 다뤄보고 싶었는데 우연히 셰어의 전신인 "성과 재생산 포럼"의 책 <배틀그라운드>를 읽은 것이 중요한 계기가 되어 <곤>을 그리게 되었다고 해요.
그런데 작품을 한참 준비하던 2019년 4월 11일에 헌법재판소에서 '낙태죄'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이 나오면서 계속 작업을 해도 될지 고민을 많이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친구들이 법적으로는 변화가 있어도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고 분명 콘텐츠의 역할이 필요할 것이라며 응원을 해준 덕분에 작품을 세상에 내놓을 수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고민 끝에 이런 소중한 작품을 내주셔서 정말 다행이지요. 덕분에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가지는 의미와 '낙태죄'의 처벌이 가능했던 시대로 돌아가서는 안되는 이유를 더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게 되었으니까요!
1부에서는 참여자들과 함께 <곤>에서 인상 깊었던 장면들과 독자의 반응, 연재하면서의 고민, 기획의도를 나누며 따뜻한 시간을 보냈는데요, 아래에 인상적이었던 이야기들을 일부 전합니다.
참가자
작가님께서 부성우선주의나 이런 부분 넣고 싶다고 말씀하셨었는데, 저는 나중에 나이든 어머니가 감옥에 가시면서 밥 안 하고 1년 동안 먹고 쉴 수 있는 거 아니냐 하시는 말에 너무 마음이...임신중지를 처벌하는 가부장제나 밥하는 노동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 가부장제의 연속성을 보여주는 것 같았어요. 고생이냐 희생이냐. 거기에서 물음표를 하잖아요. 그런 말들이, 여성의 삶을 일관되게 족쇄로 가두고 있는 현실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아서 짧게 등장했지만 너무 가슴에 와 닿았습니다.
앎
민형이라는 캐릭터 이야기도 조금 궁금했는데요. 사실 민형이라는 캐릭터는 임신중지를 고민하는 캐릭터가 아니고 오히려 아이를 낳고 그 아이를 잘 키우고 있는 인물이지만 뭐라고 하죠? 난임시술을 통해서 하는 선별낙태도 낙태냐는 그런 질문을 던지기도 하고, 오히려 임신중지를 했던 여성은 IAT 결과가 나오지 않는데 이 여성은 불안해서 검사에서 양성이 나오는 그런 에피소드가 있잖아요? 민형이라는 캐릭터는 어떤 이야기를 담고 싶으셨는지 궁금해요.
수신지
민형이를 통해서는 일단 돌봄노동이 계속 여성들에게 이어지는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그리고 임신중지에 대해서 임신 몇 주까지가 무죄고 몇 주차부터는 유죄고 하는 그런 문제에서, 민형이는 자기는 아이가 생겼고, 낳았기 때문에 너무 당당한 사람이죠. 그런데 그 바운더리가 어떻게 정해지느냐에 따라서 어쩌면 민형이도 유죄인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 그러니까 내 일이 아니기 때문에 당당하게 "낙태? 불법이지. 죄이고 감옥 가도 돼" 했던 사람이 어떻게 그 바운더리가 정해지느냐에 따라서 그 사람도 이제 피해갈 수 없는 사람이 되었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제가 이 만화를 준비하면서 낙태죄를 계속 유지해야 된다고 주장하는 분들의 시위하는 현장에 가서 봤을 때 자기는 이 낙태죄를 통해서 유죄가 되거나 그럴 일이 전혀 없는 사람들이 모여서 낙태죄는 있어야 된다고 눈물로 주장하는 것을 보면서 굉장히 화가 많이 났었거든요.
앎
임신중절수술을 했는지 테스트하는 것도 과학적인 부분이 없었던 것으로, 그러니까 테스트 과정이 거짓이었던 것으로 설정한 이유가 있었을까요?
수신지
그 기계는 사실 모양새도 그렇고 일부러 과학적이거나 전문적으로 보이지 않게 했는데 그냥 그 장난으로 하는 그 거짓말 탐지기를 생각하면서 설정을 만든 것이거든요. 그러니까 그 기계는 낙태를 경험한 여성은 죄책감이 있을 거라는 것을 가지고 만든 아주 간단한 기계인 거죠.
그래서 보면 아까 말했듯이 민형이가 그런 낙태 경험이 없었음에도 양성이 나온 것은 그 당시에 시위를 보고 나서 떨리는 마음 때문에 양성이 된 거였고 그 뒤로 계속 가면 굉장히 계속 여러 가지 오류가 나오는 장면들이 나오는데 치매에 걸린 할머니는 기억을 잊었기 때문에 죄책감이 없어서 음성이 나오기도 하고. 그런 식으로, 그러니까 결국에 이 검사라는 것이 굉장히 우스꽝스러운 것이라는 것을 조금 보여주고 싶었어요.
2부에서는 '낙태죄' 폐지와 현재를 주제로 셰어의 나영 대표가 현재 상황과 모임넷의 요구안을 소개했습니다.
이어서 참여자들의 임신중단 경험, 임신중단에 대한 정보를 얻기 힘들었다는 경험과 더불어 비밀상담이 아니라 안전하고 정확한 정보 전달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함께 나누었습니다. 셰어의 최예훈 기획운영위원도 색다른 의원 개원 과정에서의 고민, 병원에 방문하는 분들과의 경험을 나눠주셨어요.
2부의 이야기들도 몇 마디 전할께요.
참가자
사실은 뭐 어떻게 바뀌었는지, 뭔가 도움이 되는 이런 이야기보다는 이 자리가 있어서 반갑다는 인사를 먼저 드리고 싶었어요. 나름 송년회 모임이잖아요? (웃음)
사실 저는 두번의 임신중단 경험이 있었고 한 번은 헌재에서 위헌 판결이 나기 전, 그리고 이후에 개인적인 경험들이 있었고 집회 때 그렇다보니까 약간 연대발언을 하는 식으로 참여하기도 했었는데 <곤> 이야기를 다시 하면서 조금 다시 한번 울컥울컥하는 지점들이 있었던 것 같아요.
저의 또다른 정체성이 개신교 목사의 딸이거든요. 그런데 그러한데 사실은 저희 엄마가 개신교 목사의 사모도 임신중단의 경험이 있어요. 그런데 그 당시에는 어떻게 보면 본인은 종교적인 이유 때문에 낳고 싶어 했지만 어떤 경제적인 상황이나 이런 것 때문에 엄마의 남편이 종용해서 그런 결정을 했었었던 것이거든요. 그래서 아까 엄마 세대의 임신중단 경험과 우리 세대의 경험 뭐 이런 이야기들 ... 그런 여러가지 생각들이 오늘 다시 한번 들면서 자꾸 정체성에 대해서 생각하게 돼요.
경험이 있는 분들도 개인마다 다 다르기는 하겠지만 저 같은 경우에는 누군가가 "너 그래서 후회해? 엄청 죄책감 느끼고 있어?" 라고 물어본다 해도, 저는 인생 중에서 잘한 결정이라 생각하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나는 오늘 같은자리에서 만나자고 하면 기꺼이 너무 만나고 싶어하는가, 괜찮다고 이야기하는데 왜 나는 아직도 더 말을 해야 하는가 약간 이런 생각들이 들어서...
그래서 활동가이신 분들이 어떤 새로운 아젠다나 정책적인 이야기들을 해 주실 때, 내가 바랐던 것이 뭔지에 대한 언어가 없는데 그런 부분에 대해서 계속 같이 만들어 가주신다는 생각때문에 늘 반갑고, 그런 마음을 조금 장황하게 전달드리고 싶었어요.
최예훈
저는 셰어에서 같이 활동하고 있고 올해 9월에 색다른의원이라고 셰어 연계클리닉을 연 산부인과 의사입니다. 수신지 작가님, 만나뵙게 되어서 너무 반갑고요.
올해 임신중지를 상담하고 시술하신 분이 몇 분 계셨는데요. 색다른의원을 열기까지 제가 낙태죄 폐지 운동을 같이 하면서 모임넷에 있는 여러 활동가들과 같이 하면서 고민했던 것들을 실제로 어떻게 진료현장에서 실현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리고 임신중지 과정이라고 하는 것이 수신지 작가님이나 참가자 분들도 말씀하셨지만 의료기관에서 그 과정을 겪는 것 자체가 굉장히 또 트라우마 같은 경험으로 남기도 하는데 그렇게 되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굉장히 컸던 것 같아요.
그래서 지금 다녀가신 분들이 어떤 경험을 하셨는지 저도 매우 궁금한데 그 피드백을 받은 경험을 조금 나누고 싶거든요. 편지를 받았는데 이거를 다 공개하기는 조금 어려울 것 같고 장문의 편지를 써주시고 가셨던 분이, 서울이 아닌 지역에서 오셨어요. 마지막에 시술하고 나서 일주일 후에 크리스마스 겸 해서 슈톨렌을 주셨는데 그 안에 편지가 있더라고요. 편지가 굉장히 길게 정성들여서 고민한 흔적이 있어서 감동했는데, 그 중에 한 문구가 아직도 폭풍우 속에 있지만 조난을 당하지 않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런 내용이 앞에 있었고요. 그리고 제가 이 모든 것을 누릴 수 있었던 것은 그동안의 많은 분들의 피와 땀과 눈물이 있었기 때문 이라는... (눈물)
그래서 그 문구를 보면서 이분이 저에게 오시게 된 게 그냥 오신 게 아니구나 느꼈거든요. 어떻게 보면 지금 계신 분들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3
앎
오늘 현재 한국의 상황을 많이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들었는데 만약에 <곤>의 캐릭터들이 지금의 한국의 2023년을 맞이하는 이 시간을 우리와 함께 살아가고 있다면 혹시 우리에게 어떤 메시지를 보내올 것 같은지 수신지 작가님이 대신 수신을 해서 저희에게 들려주실 수 있을까요?
수신지
캐릭터들이 살았던 그 세상은 낙태죄가 존재하는 세상이었죠. 처음부터 끝까지. 그래서 한 번도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지금 이 느낌을 경험해보지 못하고 만화가 끝났잖아요?
그래서 만약 그 등장인물들이 2023년을 경험한다면 낙태죄를 헌법불합치까지 이끌어 낸 분들에게 되게 고마운 마음을 가질 것 같고 그 이후에도 이렇게 모여서 계속 낙태죄에 대해서 이야기 나누는 이런 사람들에 대해서 되게 고맙다고 이야기할 것 같아요.
이 날 함께한 셰어와 모임넷 활동가들, 그리고 참여한 모두는 낙태죄 폐지를 위해 함께 한 우리들의 노력을 되돌아보며 2023년에도 강력하게 힘을 모아 진전을 이뤄보자고 마음을 모았습니다.
'낙태죄' 폐지 이후에도 찬성이냐 반대냐를 넘어 더 구체적으로 다양한 이해관계들 속에서 우리의 권리를 만들어 나가야 하는 일들이 남아있는데요, 수신지 작가님과 참가자 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함께 더 힘을 낼 수 있겠다는 따뜻한 믿음을 느낄 수 있었어요.
2023년에는 또 다른 변화가 시작될 수 있기를 바라며, 셰어도 계속 열심히 움직이겠습니다.
2023년에도 우리 함께해요!
👉모임넷 요구안 보러 가기 https://bit.ly/3PXCjaa
👉기자회견문 보러 가기 https://bit.ly/3GiXcIH
12월 28일 저녁, 모임넷이 주최한 <고 온 - 다시 제대로 : 수신지 작가와 함께 하는 모임넷 송년회>가 열렸습니다!
연말 저녁임에도 많은 분들이 모여 <곤>과 낙태죄 폐지 전과 후의 삶, 운동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어요.
수신지 작가님은 웹툰 <곤>, <며느라기> 등 여성의 삶을 담은 작품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곤>은 '헌법재판소가 낙태죄 합헌 결정을 선고했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상상하며 가상의 사회를 그린 작품이에요. <곤>에서는 출산율이 계속 떨어지고 낙태죄 합헌 결정이 나오자 정부가 사문화됐던 법을 적극 적용해 여성과 의료진을 처벌하기 시작합니다. 임신중지 여부를 색출하기 위해 IAT라는 검사를 개발해서 모든 여성들에게 검사를 시행하죠. 한 번이라도 임신중지를 했다면 감옥에 가게 됩니다.
작가님은 <며느라기> 이후 임신, 출산, 양육에 대한 내용을 다뤄보고 싶었는데 우연히 셰어의 전신인 "성과 재생산 포럼"의 책 <배틀그라운드>를 읽은 것이 중요한 계기가 되어 <곤>을 그리게 되었다고 해요.
그런데 작품을 한참 준비하던 2019년 4월 11일에 헌법재판소에서 '낙태죄'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이 나오면서 계속 작업을 해도 될지 고민을 많이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친구들이 법적으로는 변화가 있어도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고 분명 콘텐츠의 역할이 필요할 것이라며 응원을 해준 덕분에 작품을 세상에 내놓을 수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고민 끝에 이런 소중한 작품을 내주셔서 정말 다행이지요. 덕분에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가지는 의미와 '낙태죄'의 처벌이 가능했던 시대로 돌아가서는 안되는 이유를 더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게 되었으니까요!
1부에서는 참여자들과 함께 <곤>에서 인상 깊었던 장면들과 독자의 반응, 연재하면서의 고민, 기획의도를 나누며 따뜻한 시간을 보냈는데요, 아래에 인상적이었던 이야기들을 일부 전합니다.
참가자
작가님께서 부성우선주의나 이런 부분 넣고 싶다고 말씀하셨었는데, 저는 나중에 나이든 어머니가 감옥에 가시면서 밥 안 하고 1년 동안 먹고 쉴 수 있는 거 아니냐 하시는 말에 너무 마음이...임신중지를 처벌하는 가부장제나 밥하는 노동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 가부장제의 연속성을 보여주는 것 같았어요. 고생이냐 희생이냐. 거기에서 물음표를 하잖아요. 그런 말들이, 여성의 삶을 일관되게 족쇄로 가두고 있는 현실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아서 짧게 등장했지만 너무 가슴에 와 닿았습니다.
앎
민형이라는 캐릭터 이야기도 조금 궁금했는데요. 사실 민형이라는 캐릭터는 임신중지를 고민하는 캐릭터가 아니고 오히려 아이를 낳고 그 아이를 잘 키우고 있는 인물이지만 뭐라고 하죠? 난임시술을 통해서 하는 선별낙태도 낙태냐는 그런 질문을 던지기도 하고, 오히려 임신중지를 했던 여성은 IAT 결과가 나오지 않는데 이 여성은 불안해서 검사에서 양성이 나오는 그런 에피소드가 있잖아요? 민형이라는 캐릭터는 어떤 이야기를 담고 싶으셨는지 궁금해요.
수신지
민형이를 통해서는 일단 돌봄노동이 계속 여성들에게 이어지는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그리고 임신중지에 대해서 임신 몇 주까지가 무죄고 몇 주차부터는 유죄고 하는 그런 문제에서, 민형이는 자기는 아이가 생겼고, 낳았기 때문에 너무 당당한 사람이죠. 그런데 그 바운더리가 어떻게 정해지느냐에 따라서 어쩌면 민형이도 유죄인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 그러니까 내 일이 아니기 때문에 당당하게 "낙태? 불법이지. 죄이고 감옥 가도 돼" 했던 사람이 어떻게 그 바운더리가 정해지느냐에 따라서 그 사람도 이제 피해갈 수 없는 사람이 되었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제가 이 만화를 준비하면서 낙태죄를 계속 유지해야 된다고 주장하는 분들의 시위하는 현장에 가서 봤을 때 자기는 이 낙태죄를 통해서 유죄가 되거나 그럴 일이 전혀 없는 사람들이 모여서 낙태죄는 있어야 된다고 눈물로 주장하는 것을 보면서 굉장히 화가 많이 났었거든요.
앎
임신중절수술을 했는지 테스트하는 것도 과학적인 부분이 없었던 것으로, 그러니까 테스트 과정이 거짓이었던 것으로 설정한 이유가 있었을까요?
수신지
그 기계는 사실 모양새도 그렇고 일부러 과학적이거나 전문적으로 보이지 않게 했는데 그냥 그 장난으로 하는 그 거짓말 탐지기를 생각하면서 설정을 만든 것이거든요. 그러니까 그 기계는 낙태를 경험한 여성은 죄책감이 있을 거라는 것을 가지고 만든 아주 간단한 기계인 거죠.
그래서 보면 아까 말했듯이 민형이가 그런 낙태 경험이 없었음에도 양성이 나온 것은 그 당시에 시위를 보고 나서 떨리는 마음 때문에 양성이 된 거였고 그 뒤로 계속 가면 굉장히 계속 여러 가지 오류가 나오는 장면들이 나오는데 치매에 걸린 할머니는 기억을 잊었기 때문에 죄책감이 없어서 음성이 나오기도 하고. 그런 식으로, 그러니까 결국에 이 검사라는 것이 굉장히 우스꽝스러운 것이라는 것을 조금 보여주고 싶었어요.
2부에서는 '낙태죄' 폐지와 현재를 주제로 셰어의 나영 대표가 현재 상황과 모임넷의 요구안을 소개했습니다.
이어서 참여자들의 임신중단 경험, 임신중단에 대한 정보를 얻기 힘들었다는 경험과 더불어 비밀상담이 아니라 안전하고 정확한 정보 전달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함께 나누었습니다. 셰어의 최예훈 기획운영위원도 색다른 의원 개원 과정에서의 고민, 병원에 방문하는 분들과의 경험을 나눠주셨어요.
2부의 이야기들도 몇 마디 전할께요.
참가자
사실은 뭐 어떻게 바뀌었는지, 뭔가 도움이 되는 이런 이야기보다는 이 자리가 있어서 반갑다는 인사를 먼저 드리고 싶었어요. 나름 송년회 모임이잖아요? (웃음)
사실 저는 두번의 임신중단 경험이 있었고 한 번은 헌재에서 위헌 판결이 나기 전, 그리고 이후에 개인적인 경험들이 있었고 집회 때 그렇다보니까 약간 연대발언을 하는 식으로 참여하기도 했었는데 <곤> 이야기를 다시 하면서 조금 다시 한번 울컥울컥하는 지점들이 있었던 것 같아요.
저의 또다른 정체성이 개신교 목사의 딸이거든요. 그런데 그러한데 사실은 저희 엄마가 개신교 목사의 사모도 임신중단의 경험이 있어요. 그런데 그 당시에는 어떻게 보면 본인은 종교적인 이유 때문에 낳고 싶어 했지만 어떤 경제적인 상황이나 이런 것 때문에 엄마의 남편이 종용해서 그런 결정을 했었었던 것이거든요. 그래서 아까 엄마 세대의 임신중단 경험과 우리 세대의 경험 뭐 이런 이야기들 ... 그런 여러가지 생각들이 오늘 다시 한번 들면서 자꾸 정체성에 대해서 생각하게 돼요.
경험이 있는 분들도 개인마다 다 다르기는 하겠지만 저 같은 경우에는 누군가가 "너 그래서 후회해? 엄청 죄책감 느끼고 있어?" 라고 물어본다 해도, 저는 인생 중에서 잘한 결정이라 생각하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나는 오늘 같은자리에서 만나자고 하면 기꺼이 너무 만나고 싶어하는가, 괜찮다고 이야기하는데 왜 나는 아직도 더 말을 해야 하는가 약간 이런 생각들이 들어서...
그래서 활동가이신 분들이 어떤 새로운 아젠다나 정책적인 이야기들을 해 주실 때, 내가 바랐던 것이 뭔지에 대한 언어가 없는데 그런 부분에 대해서 계속 같이 만들어 가주신다는 생각때문에 늘 반갑고, 그런 마음을 조금 장황하게 전달드리고 싶었어요.
최예훈
저는 셰어에서 같이 활동하고 있고 올해 9월에 색다른의원이라고 셰어 연계클리닉을 연 산부인과 의사입니다. 수신지 작가님, 만나뵙게 되어서 너무 반갑고요.
올해 임신중지를 상담하고 시술하신 분이 몇 분 계셨는데요. 색다른의원을 열기까지 제가 낙태죄 폐지 운동을 같이 하면서 모임넷에 있는 여러 활동가들과 같이 하면서 고민했던 것들을 실제로 어떻게 진료현장에서 실현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리고 임신중지 과정이라고 하는 것이 수신지 작가님이나 참가자 분들도 말씀하셨지만 의료기관에서 그 과정을 겪는 것 자체가 굉장히 또 트라우마 같은 경험으로 남기도 하는데 그렇게 되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굉장히 컸던 것 같아요.
그래서 지금 다녀가신 분들이 어떤 경험을 하셨는지 저도 매우 궁금한데 그 피드백을 받은 경험을 조금 나누고 싶거든요. 편지를 받았는데 이거를 다 공개하기는 조금 어려울 것 같고 장문의 편지를 써주시고 가셨던 분이, 서울이 아닌 지역에서 오셨어요. 마지막에 시술하고 나서 일주일 후에 크리스마스 겸 해서 슈톨렌을 주셨는데 그 안에 편지가 있더라고요. 편지가 굉장히 길게 정성들여서 고민한 흔적이 있어서 감동했는데, 그 중에 한 문구가 아직도 폭풍우 속에 있지만 조난을 당하지 않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런 내용이 앞에 있었고요. 그리고 제가 이 모든 것을 누릴 수 있었던 것은 그동안의 많은 분들의 피와 땀과 눈물이 있었기 때문 이라는... (눈물)
그래서 그 문구를 보면서 이분이 저에게 오시게 된 게 그냥 오신 게 아니구나 느꼈거든요. 어떻게 보면 지금 계신 분들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3
앎
오늘 현재 한국의 상황을 많이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들었는데 만약에 <곤>의 캐릭터들이 지금의 한국의 2023년을 맞이하는 이 시간을 우리와 함께 살아가고 있다면 혹시 우리에게 어떤 메시지를 보내올 것 같은지 수신지 작가님이 대신 수신을 해서 저희에게 들려주실 수 있을까요?
수신지
캐릭터들이 살았던 그 세상은 낙태죄가 존재하는 세상이었죠. 처음부터 끝까지. 그래서 한 번도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지금 이 느낌을 경험해보지 못하고 만화가 끝났잖아요?
그래서 만약 그 등장인물들이 2023년을 경험한다면 낙태죄를 헌법불합치까지 이끌어 낸 분들에게 되게 고마운 마음을 가질 것 같고 그 이후에도 이렇게 모여서 계속 낙태죄에 대해서 이야기 나누는 이런 사람들에 대해서 되게 고맙다고 이야기할 것 같아요.
이 날 함께한 셰어와 모임넷 활동가들, 그리고 참여한 모두는 낙태죄 폐지를 위해 함께 한 우리들의 노력을 되돌아보며 2023년에도 강력하게 힘을 모아 진전을 이뤄보자고 마음을 모았습니다.
'낙태죄' 폐지 이후에도 찬성이냐 반대냐를 넘어 더 구체적으로 다양한 이해관계들 속에서 우리의 권리를 만들어 나가야 하는 일들이 남아있는데요, 수신지 작가님과 참가자 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함께 더 힘을 낼 수 있겠다는 따뜻한 믿음을 느낄 수 있었어요.
2023년에는 또 다른 변화가 시작될 수 있기를 바라며, 셰어도 계속 열심히 움직이겠습니다.
2023년에도 우리 함께해요!
👉모임넷 요구안 보러 가기 https://bit.ly/3PXCja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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