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조이풀 인터뷰는 한 달에 한 번 셰어 활동가와 조이(후원회원)가 만나 대화를 나누는 시간입니다. 곳곳에서 멋진 삶을 짓고 있는 조이를 소개하며 우리의 연결고리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갑니다. 조이의 이야기를 통해 셰어의 활동은 확장되고, 조이의 일상과 셰어가 연결될수록 셰어의 활동은 풍요로워질 거예요. 조이라면 누구나 조이풀 인터뷰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셰어는 조이 여러분의 이야기를 기다립니다.
[조이풀 인터뷰] 20화
“셰어 홈페이지를 한 번만 봐도 왜 후원하고 싶은지 자신만의 이유를 찾을 수 있어요”
한희원 조이님의 인터뷰

셰어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현재 어떤 일을 하고 계시나요? 올해 초 어떻게 보내고 계시나요?
희원 동네의원에서 일반의로 일하고 있는 희원입니다. 올해 초에 이사해서 아직 짐 정리를 하고 있고, 새로운 동네를 탐방하며 지내는 중입니다.
셰어 그동안 셰어의 조이풀 인터뷰에 주로 활동가나 단체에 계신 분들이 출연해 주셔서 활동을 하지 않아도 셰어를 응원하고 지지하며 함께하고 있는 조이님들의 이야기를 담고 싶었어요. 셰어와 셰어 활동을 알게 된 경로, 후원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희원 진로 고민을 하고 있을 때 성소수자 의료와 관련해서 관심 갖게 되었어요. 나도 성소수자 의료에 종사하는 의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며 검색해 보다가 최예훈 원장님을 알게 되어 무작정 색다른의원에 연락해서 만나게 되었어요. 그때 색다른의원에 처음 가보았는데 되게 신기했고, 최예훈 원장님이 셰어를 알려주셨어요. 그전에도 <차별 없는 병원>이라는 책을 알고 있었거든요. 제가 학교 다닐 때에는 성소수자 의료 과목이 없었어요. 이후에는 <성소수자 건강권과 의료> 과목이 생겼다고 하더라고요.
셰어 성소수자 의료에 관심 가지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희원 원래는 국제보건에 관심이 있었어요. 학부에서도 국제보건을 전공했고요. 국제보건을 공부하며 일을 해보면 해볼수록 실망이 컸고 힘들었던 것 같아요. 거의 모든 국제보건 사업들이 종교단체 후원이나 잘 사는 나라들의 ‘선심’으로 가능해지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체계적으로 보건사업을 하는 것이 어렵다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연구 결과들이 항상 정책으로 연결되는 것도 아니고, 대규모 보건 사업들의 평가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것을 보면서 국제보건과 멀어지게 된 것 같아요.
그러다가 한 사람이라도 제대로 치료하자는 마음으로 의대에 진학했고,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취약계층 의료나 성소수자 의료 영역을 알게 되었어요. 여기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지 않을까, 내가 가장 관심 있게 오랫동안 할 수 있는 게 뭘까 고민하다가 성소수자 의료에 더욱 큰 관심을 갖게 된 것 같아요.
셰어 국제보건에 실망하게 된 이유를 더 자세하게 이야기해 주실 수 있나요?
희원 너무 조금 해보고 실망한 것도 웃기지만요(웃음). 제가 생각했던 이상과 현실이 너무 달라서 실망했던 것 같아요. 의사는 사람 한 명을 살릴 때 공공보건은 사회 문제점을 개선하면서도 수만 명의 사람들의 삶을 나아지게 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어서 보건을 공부하고 싶었던 것인데요. 여러 프로그램들에 참여해 보고, 공부를 계속해 보니까 사회를 바꾸는 건 너무 어려운 일이고, 내 그릇은 너무 작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사람들의 건강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개개인의 행동 변화도 이끌어내야 하고, 그러려면 사회의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한데, 그 변화들을 만들어가는 게 너무 어렵다고 느꼈어요.
셰어 셰어에 후원으로 함께하고, 셰어 활동에 참여하게 된 이유도 이야기해 주세요!
희원 처음 색다른의원에 갔을 때 정말 신기했어요. 의대 다니면서도 임신중지나 트랜지션에 대해 제대로 배워본 적이 없었는데 최예훈 원장님은 본인도 공부를 하시고, 여러 기관의 의료진들과 커뮤니티도 만들어 가면서 지식을 구축해 나가는 게 인상적이었어요. 의대생일 때, 주위에 있는 성소수자 친구들이 건강에 대한 질문을 했는데 답을 해줄 수 없었어요. 학교에서 성소수자 의료에 대한 지식을 배운 적이 없었거든요. 그래서 열심히 인터넷을 찾아봤어요. 그런데 제가 찾아봐도 너무 어려운 거예요. 이게 믿을만한 정보인지도 모르겠고, 레즈비언 친구들이 남자랑 섹스 안 하니까 자궁경부암 검사 안 해도 되는 거 아니냐, 게이 친구들이 프렙은 어디서 할 수 있냐, 어떤 부작용이 있냐 물어봤을 때도 확실하게 대답하지 못했어요.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성소수자들이 마음 놓고 질문할 수 있는 병원이나 공간이 없다는 게 확 와닿았어요. 아직 너무나 많은 병원이 보수적이고 차별적이에요. 본과 3학년 때 외과 실습하면서도 항문암 환자 기록을 보면서 게이 혐오 발언을 하는 걸 보고, HIV 감염인이 병원에 입원했을 때 의료진들이 수군대는 걸 보면서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꼈어요. 그래서 색다른 의원에 가보고 최예훈 원장님과 대화하며, 이런 공간이, 이런 의료진이 더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하기도 했고, 그래서 저런 의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도 했어요.
셰어 동료 의사들을 보면서 의료환경에 대한 고민들이 많으실 것 같아요.
희원 네. 제가 관심 있는 분야들에 대해서 마음 놓고 털어놓을 수 있는 동료들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오래전부터 해온 것 같아요. 그래서 셰어에 대해 많이 궁금해하고 셰어 홈페이지도 열심히 들락날락했던 것 같아요. 오늘도 아침에 조이풀 인터뷰 준비하면서 다시 셰어 홈페이지에 들어가 봤거든요. 셰어에서 다루는 이 분야들이 너무 중요하다는 생각이 또 들었어요.
셰어 그 중에서 더 관심이 있거나 주목하는 이슈는 무엇이었나요?
희원 솔직히 모두 다 관심 있지만, 장애/여성 재생산권은 저에게 생소한 분야라서 더 알아보고 공부해 보고 싶은 분야고, 성 건강 전문 상담과 의료지원, 포괄적 성교육 접근성은 실제로 관심이 정말 많은 분야고요. 그래도 굳이 하나를 뽑으라면 성교육과 이런 이슈들에 대한 의료진 교육인 것 같아요.
무엇이든 물어보셰어 참여하고 집에 가면서 매번 생각했던 것은 의사들이 바뀌어야 한다, 교육이 바뀌어야 한다는 거였어요. 참여자분들도 병원에서 불편했던 경험을 이야기해 주셨잖아요. 그런데 의료인 교육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고 의료진의 태도를 바꾸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것을 아니까 좌절하면서 집에 갔어요. 생각해 보면 저조차도 의대 다니면서 성소수자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내기가 어려웠던 것 같아요. 의사 커뮤니티가 워낙 보수적이라 성소수자 엘라이 라고 말하고 다니는 것도 눈치가 보이더라고요. 제 노트북에 퀴어 엘라이 스티커를 붙이는 것도 용기를 내어 붙인 거였어요.

셰어 무엇이든 물어보셰어에 의료인 친구들이랑도 같이 오시고, 되게 열심히 참여해주셨는데요, 참여한 소감도 조금 더 나눠주세요!
희원 무엇이든 물어보셰어 정말 좋았어요. 트랜스젠더 호르몬치료, 항문섹스 등 모르는 분야에 대해서도 자세히 배울 수 있었고, 월경, 임신중지에 대한 각각의 경험들을 듣는 것도 신기했고요. 사람들이 이 주제들에 대해서 느꼈던 감정, 겪었던 경험들에 대해서 직접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게 정말 값졌던 것 같아요.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의료기관에서 부정적인 경험들에 대해 얘기해주셔서 사람들이 왜 의료기관에 만족하지 못하고 왜 의사를 신뢰할 수 없는지에 대해서도 생각을 많이 해보는 계기도 되었어요.
셰어 새로운 의료인분들이 계속 와주셔서 셰어도 무척 좋았고, 함께 소감을 나누는 것도 좋았던 것 같아요. 병원에 가면 이런 상세한 얘기는 안 하게 되니까요. 토크에서 다뤘던 내용 중에 의료인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담은 컨텐츠를 따로 모아서 제작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희원 제가 셰어에 오면 이렇게 많이 배우니까 다른 의료진들도 많이 많이 와서 배워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오히려 저보다도 이런 이슈들에 대해 아무 생각이 없었던 의료인들이 이 경험을 했어야 하는건데!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게 항상 안타까웠던 것 같아요(웃음).
지난해 <포괄적 임신중지 상담·지원 활동가, 상담사 기초 양성과정>도 시간만 된다면 정말 들어보고 싶었어요. 친한 친구가 양성과정에 참여했어서 교재를 봤거든요. 상담과정에서 다룬 사례들에 대해 같이 얘기해 봤었는데 멘붕이었어요. 상담사분들은 의료기관의 안과 밖에서 어떤 부분을 고려해서 결정을 내려야 하는지 단순히 정보를 제공하는 것만이 아니라 당사자분들과 함께 논의하고 앞으로의 계획을 세우는 거잖아요. 그게 너무 대단해 보였어요. 아직 우리나라의 의료기관은 의료기관 밖에서 생길 수 있는 문제들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못하고, 연계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도 사실인 것 같아요. 그래서 이런 상담 지원 활동가, 상담사가 더더욱 필요한 것 같아요.
아직 이런 과정에서 의료인들의 역할이 무엇인지, 현실적으로 어디까지 관여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저도 잘 모르겠어요. 아직 우리의 현실은 5분 진료이고 의료기관을 나서는 순간 환자들은 의료진과 단절이 되니까요. 미래에 공공의료시스템이 다양한 방식으로 발전하면 의사가 연계에도 참여할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을 하긴 하지만 쉽지는 않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셰어 아까 의료인 교육과 관련해서 이야기를 잠시 나눠주셨는데요, 셰어와 함께 해보고 싶은 활동이 있거나, 셰어가 다뤄보면 좋겠다고 생각한 활동이나 내용이 있다면 이야기해 주세요.
희원 흠. 너무 큰 일일 수 있겠지만 저는 의료진 교육이 바뀔 수 있으면 좋겠어요. 성소수자 의료 관련 수업이 커리큘럼에 들어간 것도 큰 일이긴 하지만 단순히 선택 교과를 듣는다는 것만으로 의료진이 변하지는 않는다고 생각해요. 그렇기 때문에 성소수자 의료, 취약계층 의료를 아무래도 시험에 넣어야 한다(웃음). 미국에서는 트랜스젠더 진료 관련한 내용이 시험에 나와요. 환자에 대한 호칭이라던가, 트랜스젠더 진료에 있어 고려해야 하는 내용들이요. 이런 걸 시험에 넣는다고 해도 의료진의 태도가 당장 크게 변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최소한 옳고 그름을 아는 것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막연하지만 이런 이슈들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의사들의 네트워크가 있으면 좋겠어요. 예를 들어 무엇이든 물어보셰어라는 행사가 있다는 걸 단톡방에라도 올릴 수 있게요. 처음에 이런 내용들에 대한 입문을 편하게 시작하는 게 중요할 것 같거든요. 단체에서 활동해 봐야지! 보다 정보를 얻어야 하니까 들어볼까? 정도로 시작할 수 있게요.
셰어 너무 좋은데 누가 하죠?!(웃음) 셰어에서 한 색다른토크하셰어나 무엇이든 물어보셰어의 이야기들과 사례들이 이제 막 전문의가 되는 사람들이랑 모여서 우리는 어떻게 다른 방향으로 진료해 볼 수 있을까 이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면 정말 좋겠어요. 꽤 많은 이야기를 나눴는데요, 마지막으로 셰어의 다른 조이(후원회원) 분들께 전하고 싶은 이야기 또는 아직 조이가 아닌 분들께 조이되기를 추천하는 한마디를 해 주세요 🙂
희원 좀 웃길 수 있지만, 감사해요. 제가 관심 있는 사안들에 공감하고 열심히 활동하고 있는 분들이 계시다는 것이 든든하고, 안심이 되기도 해요. 이 분야에 관심 있는 사람들도 많이 있구나, 나도 희망을 걸어도 되겠구나 해요. 최근에 353 조이 프로젝트 보고 한참 웃었거든요. “이 많은 일을 셋이서 한다구?” 너무 맞말이잖아요. 저도 여러 단체를 후원하지만 한 치의 망설임 없이 후원하게 되는 유일한 단체였어요. 이렇게 후원하길 잘했다, 기회가 되면 더 후원해야지 하는 단체도 처음이에요. 아직 조이가 아닌 분들은 홈페이지에 한 번만 들어가셔서 어떤 활동을 하고, 해왔는지 보면 조이가 되고 싶어지실 거예요. 그리고 왜 셰어를 후원하고 싶은지 자신만의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거예요. 그러니 어서 홈페이지에 빨리 들어가 보세요!
* 조이풀 인터뷰는 한 달에 한 번 셰어 활동가와 조이(후원회원)가 만나 대화를 나누는 시간입니다. 곳곳에서 멋진 삶을 짓고 있는 조이를 소개하며 우리의 연결고리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갑니다. 조이의 이야기를 통해 셰어의 활동은 확장되고, 조이의 일상과 셰어가 연결될수록 셰어의 활동은 풍요로워질 거예요. 조이라면 누구나 조이풀 인터뷰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셰어는 조이 여러분의 이야기를 기다립니다.
[조이풀 인터뷰] 20화
“셰어 홈페이지를 한 번만 봐도 왜 후원하고 싶은지 자신만의 이유를 찾을 수 있어요”
한희원 조이님의 인터뷰
셰어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현재 어떤 일을 하고 계시나요? 올해 초 어떻게 보내고 계시나요?
희원 동네의원에서 일반의로 일하고 있는 희원입니다. 올해 초에 이사해서 아직 짐 정리를 하고 있고, 새로운 동네를 탐방하며 지내는 중입니다.
셰어 그동안 셰어의 조이풀 인터뷰에 주로 활동가나 단체에 계신 분들이 출연해 주셔서 활동을 하지 않아도 셰어를 응원하고 지지하며 함께하고 있는 조이님들의 이야기를 담고 싶었어요. 셰어와 셰어 활동을 알게 된 경로, 후원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희원 진로 고민을 하고 있을 때 성소수자 의료와 관련해서 관심 갖게 되었어요. 나도 성소수자 의료에 종사하는 의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며 검색해 보다가 최예훈 원장님을 알게 되어 무작정 색다른의원에 연락해서 만나게 되었어요. 그때 색다른의원에 처음 가보았는데 되게 신기했고, 최예훈 원장님이 셰어를 알려주셨어요. 그전에도 <차별 없는 병원>이라는 책을 알고 있었거든요. 제가 학교 다닐 때에는 성소수자 의료 과목이 없었어요. 이후에는 <성소수자 건강권과 의료> 과목이 생겼다고 하더라고요.
셰어 성소수자 의료에 관심 가지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희원 원래는 국제보건에 관심이 있었어요. 학부에서도 국제보건을 전공했고요. 국제보건을 공부하며 일을 해보면 해볼수록 실망이 컸고 힘들었던 것 같아요. 거의 모든 국제보건 사업들이 종교단체 후원이나 잘 사는 나라들의 ‘선심’으로 가능해지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체계적으로 보건사업을 하는 것이 어렵다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연구 결과들이 항상 정책으로 연결되는 것도 아니고, 대규모 보건 사업들의 평가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것을 보면서 국제보건과 멀어지게 된 것 같아요.
그러다가 한 사람이라도 제대로 치료하자는 마음으로 의대에 진학했고,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취약계층 의료나 성소수자 의료 영역을 알게 되었어요. 여기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지 않을까, 내가 가장 관심 있게 오랫동안 할 수 있는 게 뭘까 고민하다가 성소수자 의료에 더욱 큰 관심을 갖게 된 것 같아요.
셰어 국제보건에 실망하게 된 이유를 더 자세하게 이야기해 주실 수 있나요?
희원 너무 조금 해보고 실망한 것도 웃기지만요(웃음). 제가 생각했던 이상과 현실이 너무 달라서 실망했던 것 같아요. 의사는 사람 한 명을 살릴 때 공공보건은 사회 문제점을 개선하면서도 수만 명의 사람들의 삶을 나아지게 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어서 보건을 공부하고 싶었던 것인데요. 여러 프로그램들에 참여해 보고, 공부를 계속해 보니까 사회를 바꾸는 건 너무 어려운 일이고, 내 그릇은 너무 작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사람들의 건강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개개인의 행동 변화도 이끌어내야 하고, 그러려면 사회의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한데, 그 변화들을 만들어가는 게 너무 어렵다고 느꼈어요.
셰어 셰어에 후원으로 함께하고, 셰어 활동에 참여하게 된 이유도 이야기해 주세요!
희원 처음 색다른의원에 갔을 때 정말 신기했어요. 의대 다니면서도 임신중지나 트랜지션에 대해 제대로 배워본 적이 없었는데 최예훈 원장님은 본인도 공부를 하시고, 여러 기관의 의료진들과 커뮤니티도 만들어 가면서 지식을 구축해 나가는 게 인상적이었어요. 의대생일 때, 주위에 있는 성소수자 친구들이 건강에 대한 질문을 했는데 답을 해줄 수 없었어요. 학교에서 성소수자 의료에 대한 지식을 배운 적이 없었거든요. 그래서 열심히 인터넷을 찾아봤어요. 그런데 제가 찾아봐도 너무 어려운 거예요. 이게 믿을만한 정보인지도 모르겠고, 레즈비언 친구들이 남자랑 섹스 안 하니까 자궁경부암 검사 안 해도 되는 거 아니냐, 게이 친구들이 프렙은 어디서 할 수 있냐, 어떤 부작용이 있냐 물어봤을 때도 확실하게 대답하지 못했어요.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성소수자들이 마음 놓고 질문할 수 있는 병원이나 공간이 없다는 게 확 와닿았어요. 아직 너무나 많은 병원이 보수적이고 차별적이에요. 본과 3학년 때 외과 실습하면서도 항문암 환자 기록을 보면서 게이 혐오 발언을 하는 걸 보고, HIV 감염인이 병원에 입원했을 때 의료진들이 수군대는 걸 보면서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꼈어요. 그래서 색다른 의원에 가보고 최예훈 원장님과 대화하며, 이런 공간이, 이런 의료진이 더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하기도 했고, 그래서 저런 의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도 했어요.
셰어 동료 의사들을 보면서 의료환경에 대한 고민들이 많으실 것 같아요.
희원 네. 제가 관심 있는 분야들에 대해서 마음 놓고 털어놓을 수 있는 동료들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오래전부터 해온 것 같아요. 그래서 셰어에 대해 많이 궁금해하고 셰어 홈페이지도 열심히 들락날락했던 것 같아요. 오늘도 아침에 조이풀 인터뷰 준비하면서 다시 셰어 홈페이지에 들어가 봤거든요. 셰어에서 다루는 이 분야들이 너무 중요하다는 생각이 또 들었어요.
셰어 그 중에서 더 관심이 있거나 주목하는 이슈는 무엇이었나요?
희원 솔직히 모두 다 관심 있지만, 장애/여성 재생산권은 저에게 생소한 분야라서 더 알아보고 공부해 보고 싶은 분야고, 성 건강 전문 상담과 의료지원, 포괄적 성교육 접근성은 실제로 관심이 정말 많은 분야고요. 그래도 굳이 하나를 뽑으라면 성교육과 이런 이슈들에 대한 의료진 교육인 것 같아요.
무엇이든 물어보셰어 참여하고 집에 가면서 매번 생각했던 것은 의사들이 바뀌어야 한다, 교육이 바뀌어야 한다는 거였어요. 참여자분들도 병원에서 불편했던 경험을 이야기해 주셨잖아요. 그런데 의료인 교육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고 의료진의 태도를 바꾸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것을 아니까 좌절하면서 집에 갔어요. 생각해 보면 저조차도 의대 다니면서 성소수자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내기가 어려웠던 것 같아요. 의사 커뮤니티가 워낙 보수적이라 성소수자 엘라이 라고 말하고 다니는 것도 눈치가 보이더라고요. 제 노트북에 퀴어 엘라이 스티커를 붙이는 것도 용기를 내어 붙인 거였어요.
셰어 무엇이든 물어보셰어에 의료인 친구들이랑도 같이 오시고, 되게 열심히 참여해주셨는데요, 참여한 소감도 조금 더 나눠주세요!
희원 무엇이든 물어보셰어 정말 좋았어요. 트랜스젠더 호르몬치료, 항문섹스 등 모르는 분야에 대해서도 자세히 배울 수 있었고, 월경, 임신중지에 대한 각각의 경험들을 듣는 것도 신기했고요. 사람들이 이 주제들에 대해서 느꼈던 감정, 겪었던 경험들에 대해서 직접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게 정말 값졌던 것 같아요.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의료기관에서 부정적인 경험들에 대해 얘기해주셔서 사람들이 왜 의료기관에 만족하지 못하고 왜 의사를 신뢰할 수 없는지에 대해서도 생각을 많이 해보는 계기도 되었어요.
셰어 새로운 의료인분들이 계속 와주셔서 셰어도 무척 좋았고, 함께 소감을 나누는 것도 좋았던 것 같아요. 병원에 가면 이런 상세한 얘기는 안 하게 되니까요. 토크에서 다뤘던 내용 중에 의료인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담은 컨텐츠를 따로 모아서 제작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희원 제가 셰어에 오면 이렇게 많이 배우니까 다른 의료진들도 많이 많이 와서 배워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오히려 저보다도 이런 이슈들에 대해 아무 생각이 없었던 의료인들이 이 경험을 했어야 하는건데!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게 항상 안타까웠던 것 같아요(웃음).
지난해 <포괄적 임신중지 상담·지원 활동가, 상담사 기초 양성과정>도 시간만 된다면 정말 들어보고 싶었어요. 친한 친구가 양성과정에 참여했어서 교재를 봤거든요. 상담과정에서 다룬 사례들에 대해 같이 얘기해 봤었는데 멘붕이었어요. 상담사분들은 의료기관의 안과 밖에서 어떤 부분을 고려해서 결정을 내려야 하는지 단순히 정보를 제공하는 것만이 아니라 당사자분들과 함께 논의하고 앞으로의 계획을 세우는 거잖아요. 그게 너무 대단해 보였어요. 아직 우리나라의 의료기관은 의료기관 밖에서 생길 수 있는 문제들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못하고, 연계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도 사실인 것 같아요. 그래서 이런 상담 지원 활동가, 상담사가 더더욱 필요한 것 같아요.
아직 이런 과정에서 의료인들의 역할이 무엇인지, 현실적으로 어디까지 관여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저도 잘 모르겠어요. 아직 우리의 현실은 5분 진료이고 의료기관을 나서는 순간 환자들은 의료진과 단절이 되니까요. 미래에 공공의료시스템이 다양한 방식으로 발전하면 의사가 연계에도 참여할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을 하긴 하지만 쉽지는 않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셰어 아까 의료인 교육과 관련해서 이야기를 잠시 나눠주셨는데요, 셰어와 함께 해보고 싶은 활동이 있거나, 셰어가 다뤄보면 좋겠다고 생각한 활동이나 내용이 있다면 이야기해 주세요.
희원 흠. 너무 큰 일일 수 있겠지만 저는 의료진 교육이 바뀔 수 있으면 좋겠어요. 성소수자 의료 관련 수업이 커리큘럼에 들어간 것도 큰 일이긴 하지만 단순히 선택 교과를 듣는다는 것만으로 의료진이 변하지는 않는다고 생각해요. 그렇기 때문에 성소수자 의료, 취약계층 의료를 아무래도 시험에 넣어야 한다(웃음). 미국에서는 트랜스젠더 진료 관련한 내용이 시험에 나와요. 환자에 대한 호칭이라던가, 트랜스젠더 진료에 있어 고려해야 하는 내용들이요. 이런 걸 시험에 넣는다고 해도 의료진의 태도가 당장 크게 변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최소한 옳고 그름을 아는 것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막연하지만 이런 이슈들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의사들의 네트워크가 있으면 좋겠어요. 예를 들어 무엇이든 물어보셰어라는 행사가 있다는 걸 단톡방에라도 올릴 수 있게요. 처음에 이런 내용들에 대한 입문을 편하게 시작하는 게 중요할 것 같거든요. 단체에서 활동해 봐야지! 보다 정보를 얻어야 하니까 들어볼까? 정도로 시작할 수 있게요.
셰어 너무 좋은데 누가 하죠?!(웃음) 셰어에서 한 색다른토크하셰어나 무엇이든 물어보셰어의 이야기들과 사례들이 이제 막 전문의가 되는 사람들이랑 모여서 우리는 어떻게 다른 방향으로 진료해 볼 수 있을까 이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면 정말 좋겠어요. 꽤 많은 이야기를 나눴는데요, 마지막으로 셰어의 다른 조이(후원회원) 분들께 전하고 싶은 이야기 또는 아직 조이가 아닌 분들께 조이되기를 추천하는 한마디를 해 주세요 🙂
희원 좀 웃길 수 있지만, 감사해요. 제가 관심 있는 사안들에 공감하고 열심히 활동하고 있는 분들이 계시다는 것이 든든하고, 안심이 되기도 해요. 이 분야에 관심 있는 사람들도 많이 있구나, 나도 희망을 걸어도 되겠구나 해요. 최근에 353 조이 프로젝트 보고 한참 웃었거든요. “이 많은 일을 셋이서 한다구?” 너무 맞말이잖아요. 저도 여러 단체를 후원하지만 한 치의 망설임 없이 후원하게 되는 유일한 단체였어요. 이렇게 후원하길 잘했다, 기회가 되면 더 후원해야지 하는 단체도 처음이에요. 아직 조이가 아닌 분들은 홈페이지에 한 번만 들어가셔서 어떤 활동을 하고, 해왔는지 보면 조이가 되고 싶어지실 거예요. 그리고 왜 셰어를 후원하고 싶은지 자신만의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거예요. 그러니 어서 홈페이지에 빨리 들어가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