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보고[후기] 셰어 조이 탄핵수다회 🙌

2025-05-07

지난 4월 16일에는 셰어 조이 탄핵수다회가 열렸습니다. 12월 3일부터 광장에서, 일상에서 민주주의를 지켜내고, 확장하려고 몸부림쳤던 우리의 노고에 서로 감사하고 소회와 평가를 나누는 자리가 절실했습니다. 맛난 것을 나누고, 또 앞으로 나아갈 힘을 모으는 것이 가장 필요하다고 느꼈습니다. 세월호참사 11주기인 날, 많은 이들이 모이진 못했지만 7명이 둘러앉아 음식과 이야기를 한바퀴 돌리니 3시간이 훌쩍 지나갔습니다. 



사무국에서 준비한 나물김밥과 미나리전, 참여자들이 싸온 과일과 토마토절임, 과자와 막걸리를 나누어 먹으며 “123부터 404까지” 라는 제목으로 그래프를 그렸습니다. 계엄의 시작부터 탄핵까지 시간을 돌아보며 자신에게 중요한 사건을 표시하고 긍정적/부정적 감정이나 생각을 높낮이로 표현하는 그래프였어요. 이것은 에브리바디 플레져북에 있는 성교육 워크숍 프로그램 중에 하나인 섹스 AtoZ를 차용한 것이기도 하답니다! 


그날 나눈 이야기들이 너무 귀하고 아까워서 참여자분들께 후기를 부탁드렸어요. 123에서 404까지 여러분에게 남은 중요한 순간은 어떤 것인가요? 서울 남태령에서, 부산 서면에서, 트위터에서, 장기투쟁 농성장에서, 깃발이 있었던 모든 곳에서, 광장과 떨어져있었던 시공간에서 내 몸을 통과했던 만남과 이야기들을 떠올리며 함께 읽어주시고, 여러분의 그래프를 그려보시는 것도 좋을것 같습니다! 그리고 가장 소외된 이들의 삶으로부터 주권의 의미를 질문하며 내란 이후의 민주주의를 채워나갑시다. (셰어 논평 링크)



🌈손세림 조이님

윤석열의 계엄 선포가 있고 난 직후를 포함해 참여했던 대부분의 집회에서 늘 무력함과 외로움을 느꼈습니다. 탄핵 광장이 만들어진 이후에는 집에 틀어박혀 친구들의 입과 화면 너머로 광장의 소식을 접할 뿐이었어요. 하지만 부산 서면에서의 한 성노동자의 발언과 남태령의 밤샘 집회 그리고 이후에 진행되는 각종 다양한 연대의 움직임 등, 터져 나오는 소수자들의 목소리가 광장과 연결되어가는 소식을 전해 들으면 가슴이 두근두근했습니다. 2월 어느 날 처음으로 탄핵 집회에 참여했고 색색의 깃발과 무지개가 수 놓인 광활한 광장을 눈으로 직접 봤습니다. ‘이전’엔 볼 수 없었던 분위기가 생경했고, 집회 참여자 개개인의 이해도를 떠나더라도 다양한 상징과 슬로건이 곳곳에 놓인 것만으로 주는 감동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정체성의 외침이 어느 순간 광장 정치로 확장되지 못하고 자기 선언으로 머무는 듯할 때, 평등을 위한 공간에서조차 더 치열한 투쟁을 해야 하는 사람들을 목격할 때, 수많은 구호와 발언이 오가는 사이에서도 내 자리가 없는 듯한 소외감을 느낄 때, 이전과 분명 다른 것을 기대해볼 이 광장에서 ‘그럼에도’ 배제되는 사람들은 누구인지 알고 싶었습니다. 

수다회에 오신 분들의 이야기를 통해 나이, 국적, 성 정체성, 지역, 장애 등의 정체성에 따른 다양한 경험을 들을 수 있었고, 탄핵의 과정이 홀로 상상했을 때보다 입체적이고 구체적으로 그려졌어요. 각자가 다른 경험을 해왔지만 공통된 맥락 안에서 함께 그 과정을 지나왔다는 걸 느끼면서 저는 고립된 채 보낸 지난 시간과 감정에 이름을 붙일 수 있게 됐습니다. 계엄부터 탄핵까지, 우리네 삶에 진정 변화가 생기는 것인지 마음 깊이 기대할 수 있었던 순간은 윤석열의 파면과 곧 앞둔 대선과 같이 ‘역사’로 기입 될만한 커다란 사건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우리 모두의 다다른 삶이 전혀 알 수 없었던 사람들과 연결되고 서로의 낯선 일상에 뛰어들었던 사소하고 개인적인 이야기들이었습니다. 이번 수다회에서 들을 수 있었던 이야기들처럼요. 현장에서 겪었던 각자의 기억과 고민을 되짚어봤던 이번 모임을 통해, 또다시 함께 꾸려갈 앞으로의 광장과 사회를 다르게 그려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세라 조이님

탄핵수다회에 참석한 조이 세라입니다^^ 

수다회가 며칠 전인데 벌써 꿈만 같습니다. 탄핵수다회 소식을 접한 때는 광장에서의 우리의 연대가 마치 꿈 같았던, 광장에서의 만남이 그리워지던 때였습니다. 파면은 선고되었지만 그 이후 가슴답답한 뉴스가 연달아 보도되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맘껏 소리 지르고 맘껏 외치던 광장이 떠올랐습니다. 그런 마음을 담아 탄핵수다회에 신청했습니다. 그곳에서는 광장 동지들을 다시 만나는 기쁨이 있었습니다. 서로 알지는 못했지만 각자의 자리에서 광장을 지키던 동지들을 만나는 순간에 말할 수 없는 감정이 올라오는 것을 느꼈습니다.

각자의 사연과 이야기를 담아 광장에 나오신 한 분 한 분 이야기를 듣다 보니 시간이 순식간에 흘렀습니다. 특히나 기억에 남는 순간은 광장에서조차 소외되는 사람들을 이야기할 때였습니다. 성노동 종사자, 이주민 등등 지워지는 존재들이 얼마나 많았나를 이야기하며 나도 역시 아예 잊고 있었구나 싶었습니다. 제 시야가 얼마나 좁았는지를 체감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스스로 페미니스트로, 정신질환자로 정체화하며 소수자성을 지니고 살아간다고 생각했는데 ‘나’와 ‘그들’을 구분하는 저를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이 이야기가 앞으로의, 윤석열 이후의 세계를 고민하는 데에 실마리가 될 것이라는 확신이 듭니다. 이 이야기가 나누는 곳에 함께 자리해 영광이었습니다. 또 이러한 문제의식은 셰어의 활동을 통해 이곳저곳으로 확산되고 흘러가겠지요. 그로써 ‘나’와 ‘그들’을 구분하는 이들의 생각에 균열을 낼 것입니다. 좋은 자리에 초대해 주셔서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정말 행복한 밤이었습니다.



🌈김민솔 조이님

저는 탄핵수다회 참석 인원 선착순 15명이라는 게시글을 보자마자 바로 신청했어요. 마침 계엄과 탄핵을 둘러싼 상황과 탄핵 인용 이후의 기억에 대해 공유하고 얘기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사실 저는 탄핵 인용이 되는 그 순간에 광장에 있지 않았던(못했던) 것이 제법 속상했어요. 4월부터 퇴사를 하고 아랫지방으로 내려가게 되었는데, 내려가는 기차 안에서 4월 4일에 탄핵 심판이 열린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탄핵 심판이 4월 4일에 열린다는 걸 빨리 알았다면 서울에서 조금 늦게 떠났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탄핵 심판 당일에는 혼자 노트북을 켜 반려동물들과 함께 탄핵 인용 결과를 들었어요. 서울의 광화문 광장에서 사람들과 탄핵 심판 결과를 함께 듣고 축하 분위기에 참석할 수 없어서 허탈하더라구요.

탄핵수다회에서는 12월 3일 이후 나의 감정 곡선 그리기 프로그램을 했어요. 많은 사람들이 계엄이 선포된 날의 경험을 기억하듯, 저도 명확하게 기억이 나요. 저는 12월 3일에 야근을 하고 10시 50분쯤에 집으로 돌아와 트위터를 켰습니다. 그런데 15분 전에 계엄령이 선포되었다는 거에요. 계엄이라는 글자가 똑똑히 보였습니다. 저는 대학교를 광주에서 다녔는데, 광주의 518이 함께 생각나면서 이 사태가 쉽게 보이지 않았어요. 뉴스기사에서 포고령을 읽었는데, ‘처단한다’ 라는 마지막 문장을 읽고, 이 상황이 믿기지 않아 몇 번이고 다시 포고령을 읽었어요. 광주의 5.18도 단순히 하루만 끝난 것이 아니라 열흘 넘게 지속 되었는데, 계엄사태가 어떻게 끝나게 될지에 대한 위험을 생각했습니다. 결국 3시까지 잠을 못잤고, 피곤한 상태로 다시 출근 했습니다.

이후 12월 14일 탄핵안 가결이 열린 날 여의도에 5시쯤 오토바이를 타고 갔어요. 탄핵안이 가결되자마자 도착했는데, 바로 다만세가 울리고 옆에 있던 경찰들도 밝은 표정으로 웅성거리던 표정이 아직도 기억이 납니다. 그만큼 다들 믿기지 않는 이 사태에 대한 탄핵안이 가결되어야 한다는 한마음 한뜻이 있었다고 생각해요.

1, 2월에는 마음만큼 집회에 참여하지 못했습니다. 집회에 많이 참여하지 못하여 부끄러운 마음이 있었어요.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하고 퇴사를 결정하게 되면서 개인적으로는 어려운 시기였습니다. 3월 말 퇴사 이후, 다시 집회에 참석해야겠다는 마음을 갖고 잠시 지방에 왔습니다. 수도권이 아닌 지역에 있으니 기분이 이상했어요. 서울에서는 마음만 먹으면 집회에 쉽게 참여할 수 있었지만, 읍,면 단위의 지역에 있으니 소외되었다는 마음이 강하게 들었어요. 근방에서 열리는 집회도 없었기에 집회에 물리적으로 참여하기 어려운 조건이었어요. 만약 이 지역에서 열리는 집회가 있었다면 참석할 수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들었습니다. 정치적인 상황과 광장에 참여할 수 있는 조건이 서울 중심적으로 이루어진다는 감각을 느꼈습니다.

탄핵수다회 참여는 탄핵 인용날 참석하지 못했던 아쉬움의 마음을 달래줄 수 있었던 경험이었습니다. 다만 탄핵수다회도 서울에서 열리는 모임이었고, 이걸 위해 서울에 다시 올라올 수 있도록 일정을 조정했지만요. 광장에 참석했던 다른 사람들의 기억과 감각을 듣는 것이 참 좋았습니다.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준 공셰프의 봄나물김밥과 자리를 만들어준 셰어에게 감사합니다. 



🌈혜민 조이님

우연히 일정이 맞아서 신청하게 되었는데 너무 만족도 높았던 셰어 수다회💞

제가 수다회 소식을 들었던 건 탄핵은 되었지만 쉴 수도 없이 또 더 가열찬 투쟁을 해야한다는 어떤 압박속에 좀 피곤하던 차였어요. 늘 만나던 사람들과는 늘 똑같은 대화만 하게 되고... 뭔가 새로운 만남이 필요하던 참이었습니다. 15명 선착순이라 해서 사실 긴장했는데 (낯을 많이 가려요) 당일에는 정말 단란하고 어색하지 않도록 셰어 활동가분들도 오신 분들도 대화를 술술 풀어주셔서 저도 얘기를 열심히 할 수 있었어요.

셰어라는 공통점이 있다보니 서로 편하게 이야기하면서도, 12월 3일부터 약 4개월간의 기분 그래프를 그려보니 서로 다른 점이 정말 잘보여서 재밌었습니다. 주요 변곡점이 되는 사건들에 대해서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솔직하게 나눠보는 게 스스로도 내가 이렇게 느꼈구나 하면서 감정을 정리하는 데에도 많이 도움이 되었어요. 동시에 다른 분들이 어떤 때에 어떻게 느꼈는지 들을 때 공감하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고 했습니다. 

제가 수다회를 신청하면서 바랐던 딱 그런 느낌이었어요. 공감과 새로운 발견을 할 수 있는 공간이었습니다. 이런 자리 만들어주신 셰어 너무 감사하고, 또 만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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