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보고[후기] SHARE X 다이애나밴드 <에브리-바디 플레져 사운드-진 워크숍>

2023-11-02

지난 10월 17일, 셰어와 다이애나밴드가 함께한 몸과 감각에 대한 편견 없는 이야기를 소리로 표현하는 <에브리-바디 플레져 사운드-진> 워크숍이 열렸습니다. 많은 분들이 신청해주셨는데, 소규모 워크숍이라 적은 인원을 모집하게 되어 무척 아쉬웠지만 그만큼 매우 밀도높은 시간을 보냈답니다! 


이날은 자기소개와 함께 좋아하는 ‘소리’에 대해 나누고, 셰어의 에브리바디 플레져북의 <감각여행을 위한 지도>를 그려보며 자신의 경험과 감각들을 연결하는 작업을 해보았습니다. 이어서 ‘성적즐거움’을 주제로 자신의 경험과 감각들을 소리로 찾아보고 녹음하여 사운드-진 페이지를 만들었습니다. 각자 만든 사운드-진을 함께 듣고 이야기 나누며 워크숍을 마쳤어요. 참여자분들도 5명이 모여서 3시간동안 워크숍을 한다니 시간을 어떻게 보낼까 걱정 반, 기대 반으로 오셨다고 했는데요. 감각여행을 하고, 서로 나누고, 소리로 구현하기 위해서 구상하고, 소리를 녹음하고, 사운드 진을 만들고, 미니 연주회까지 3시간 안에 해낸 것이 신기할만큼 순식간에 시간이 지나갔어요! 다섯분 모두 셰어에 대한 애정과 성적 권리에 대한 깊은 관심을 갖고 오셔서 좋은 호흡을 만들어 갈 수 있었습니다.


성적 즐거움을 소리로 구현하고, 그것을 타인과 세상과 공유하기 위해 진을 발행하기! 다이애나밴드와의 협업이 아니었다면 상상하기 어려운 작업이었습니다. 언어로 표현하고 공유하는 것도 무척 중요하겠지만, 비언어적 소리로 표현하기 위해 다른 감각을 일깨우는 것도 새로운 역량이 열리는 느낌이었어요. 실제로 우리가 성적 즐거움을 찾는 과정도 비언어적 소통과 감각을 동원하는 일이니까요! 이번에 제작한 사운드-진을 여러분과 어떻게 공유할 수 있을지 구상해보려고 합니다. 공개적으로 발행할 때 다시 한 번 공지 드릴게요! 


어떤 이야기와 소리들이 나눠졌을지 궁금하시죠?! 아래 다이애나밴드와 참가자들의 후기를 함께 읽어보세요! 



🌈다이애나밴드(원정, 두호) 후기


10월의 어느 날 어스름해질 무렵 셰어 사무실에 <에브리-바디 플레져 사운드-진>을 만들려고 삼삼오오 모이기 시작했어요. 사운드진 워크숍을 설레임 가득안고 준비해왔었기 때문에 약간 떨리는 마음이었습니다. 다이애나밴드가 이전부터 해오던 몸의 상처를 소재로 소리를 만들어 표현하는 <들리는 상처들의 믹스>워크숍을 셰어와 그들을 둘러싼 커뮤니티에 어울리게 몸과 성, 즐거움을 소재로 새롭게 진행해보는 것이라 기대가 많았고, 당연히 두려움도 많았습니다. 에브리바디 플레져랩에서 지향해 오던 열린 장과 태도를 만들어 내야한다는 압박감이 있었습니다. (물론 그것은 시작하고 참여자들을 만남과 동시에 사르르 무너져내렸...)  


<에브리바디 플레져랩>에서 꾸준히 진행해 오셨던 '감각여행을 위한 지도'를 타리씨가 소개해 주었고, 우리는 지도 위에 각각의 장소, 지형, 식물, 동물 등에서 연상되는 성과 관련한 각자의 경험이나 감각을 구체적으로 적어볼 수 있었습니다. 예를 들면, 지도에 갈매기가 날아가는 그림으로 성관계에서 특정 체위의 모양과 질감을 연상하게 되었고, 그 즐거움에 대해 적어보면서, 내밀한 감각의 형태나 모양, 늬앙스를 구체적이고 소통 가능한 언어/비언어로 접근할 수 있었습니다. 


참여자들이 지도에서 찾은 즐거움에 대해 이야기 나누어 보는데, 셰어 홈페이지에 <에브리바디 플레져랩>을 소개하는 글이랑 딱 맞아 떨어지는 시간을 우리는 보내고 있더라구요. “나의 경험과 만나는 성교육, 다양한 관계와 성관계 방식, 몸과 감각에 대한 편견 없는 이야기와 정보를 나누는...” 우리는 각자의 즐거움과 몸의 경험들을 듣기만 하는데도 소중히 여기게 되어 섬세하게 반응하고 있었고, 관련 용어나 장소들 그리고 방법들 나누면서 생생 정보통의 현장이 되고 있었지요. 


그 후, 워크숍 장소 한 켠에 놓인 장남감 같은 다양한 악기들과 사물들, 소재들을 이용해서 각자가 찾은 즐거움, 감각을 소리로 번역 혹은 치환되는 것들을 찾아 봤어요. 사물 하나하나 두드려보고 긁거나 구겨보며 소리 내고, 들어봐야만 소리를 결정할 수 있었어요. 즐거움을 재현하는 사건적 소리 뿐만아니라 그 사건의 전후 발생했던 환경적 소리, 심리적 소리까지 확장하여 소리들을 녹음했습니다. 


녹음한 소리를 간단히 편집하여 업로드하면 <에브리-바디 플레져 사운드-진> 개인 웹페이지가 생성됩니다. 웹페이지는 5개의 소리들을 여러 개 동시 재생하거나 하나의 소리를 여러번 재생하거나 재생 속도를 조절하면서 믹스할 수 있는 페이지입니다. 웹페이지에 동시에 접속하고 있는 사람들은 라이브로 연주하는 것을 같이 들을 수 있어요. 또한, 사운드진의 제목과 간단한 소개 그림을 넣을 수 있습니다.  


자, 이제 연주하고 서로 들어 보는 시간입니다. 자신의 즐거움에 대한 이야기를 소리로 보여주고, 쌓고, 늘리고, 흩어내며 참여자분들, 한분씩 연주하기 시작했는데요. 쌓이는 소리에서 발견되는 리듬은 불규칙하다가 음율이 생길 때도 있고, 복잡한 심경을 말하다가 어느새 편안한 구릉지대로 우리를 인도하기도 했습니다. 소리들 사이를 헤 짚고 다니면서 어떤 누군가의 몸에서 출발했지만 공동의 몸 속, 즐거움의 배면을 만지고 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들으면서 공동의 장소와 시간을 뚫고 나오는 경험을 하는 것 같아요. 


처음에 <에브리-바디 플레져 사운드-진> 워크숍을 하자고 했을 때부터 마음속에서 계속 두려웠던 즐거움, 아니 즐거움들을 실제로 만나게 되니, 정말 반가웠습니다. 즐거움은 꽤 깊숙이 숨겨두는 구나 잘 꺼내 보여줄 시간과 공유할 사람들이 적었던 거구나 알게 되었어요. 다양한 즐거움들과 몸들을 소리로 만나 언어로 단정하기 어려운 정서들을, 나의 것인지 너의 것인지 모를 어떤 것들을 경험하게 된 시간이었습니다.  


🌈정연님의 후기


“경험 재발견의 기회 그리고 셰어 사랑해요”

표현은 또 다른 재발견의 기회라는 것을 이번 워크샵을 통해 배울 수 있었어요. 섹슈얼리티 경험을 표현하는 기존의 방식은 항상 비슷한 언어였던 것 같은데, 이미지맵을 통해 경험을 재발굴하고 다양한 재질과 진동의 소리로 재구성하는 과정 속에서 저의 섹슈얼리티 경험을 새롭게 정리해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어요. 지브리의 생동감을 체화하신 다이애나밴드와 셰어 활동가분들의 따뜻한 환대는 모든 참여자가 편안하고 즐겁게 워크샵에 임할 수 있는 마음을 열어주었답니다. 같이 참여하신 참여자분들도 모두 따뜻하고 다정한 분들이셔서 너무 편안했어요. 셰어가 좋아서 왔는데, 셰어를 통해 만나는 사람들이 좋아지고, 또 다시 셰어가 좋아지는 헤어나갈 수 없는 순환의 고리에 풍덩 빠졌습니다.


🌈자비님의 후기


셰어의 대표 컨텐츠 플레져랩! 잔뜩 기대하고 갔습니다. 명불허전!! 역시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소리와 이야기를 통해 서로의 성적 기쁨과 욕구를 나누고 공감하는 것은 물론, 지금 내 마음 상태를 덤으로 이해할 수 있었던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특히 돌아가는 지하철에서 나눈 참가자들과의 대화는 짧지만 강렬했습니다. 역시 멋진 사람들은 셰어에 와야 만날 수 있나 봅니다! 정말 반가웠고 곧 또 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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