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보고[후기] 가자지구 집단학살 2년, 비질 <끝나지 않는 밤>과 전국집중행동 <우리 모두가 팔레스타인이다>

2025-10-31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집단학살 2년째를 규탄하는 활동이 10월 7일 당일에 비질의 형태로, 18일에 전국집중행동으로 열렸습니다. 셰어는 비질과 전국집중집회 기획팀에서 함께 활동했습니다.  


10월 초부터 시작된 긴 연휴로 인해서 집단학살이 2년째 지속되고 있는 지금의 시기를 어떻게 보내야 할지 고민이 많았는데요,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한국 시민사회 긴급행동(이하 긴급행동)은 10월 7일이 추석 다음날이었지만, 가능한 사람들이라도 모여서 함께 밤을 보내자는 기획을 세웠습니다. 10월 7일을 혼자 보내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일 것 같아서 사람들이 모여서 함께 영화를 보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밤을 보내는 것이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고립되지 않는 것과 연결되어 있다고 느꼈습니다. 


이스라엘 대사관 앞에서 밤을 지새우기 위해서 텐트와 침낭을 대여했지만, 계속된 가을비 소식에 일정을 축소할 수밖에 없었는데요. 비가 오는 와중에 노상에서 음식을 나누기 어려워서 참여자 모두가 참여하는 포트럭은 취소하고 기획팀에서 준비한 팔레스타인 음식을 나누었습니다. 후무스, 팔라펠, 무타발(바바가누쉬), 타볼레 샐러드, 자타르, 피타 빵에 참여자들이 준비한 음식까지… 원재료로 직접 만든 비건식이라 모두 맛있게 나눠 먹을 수 있었습니다. 참여자들은 집단학살로 희생된 아동의 이름이 적힌 현수막 뒤에 연대의 메세지를 써서 이스라엘 대사관이 보이는 청계천 변에 리본을 묶었습니다. 평등/안전 수칙을 나누고, 서로를 소개하는 시간을 가지고 빗속에서 알자지라에서 제작한 다큐 <끝나지 않는 밤>을 보고, 모둠으로 나눠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야외 상영을 하니 연휴에 청계천을 지나던 많은 시민들도 걸음을 멈추고 화면에 집중했습니다. 


상영이 끝난 후 오픈마이크를 진행했습니다. 비가 계속 내리는 와중이라서 철야를 하지 않기로 결정하고, 미리 신청한 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마무리하기로 했습니다. 발언과 노래와 시낭송이 이어졌습니다. QK48의 화가 낭송한 팔레스타인 시인 수헤르 함마드의 시를 소개합니다.


사진: 이서염


자정 넘어 행사가 끝났지만 따로 모여서 은, 고은님이 제안한 팔레스타인 희생자 이름 낭독하기까지 진행되었습니다.



다음날인 10월 8일 오후 1시에는 ‘가자 선단 나포 및 활동가 구금 규탄 기자회견’이 열려 많은 분이 다시 이스라엘 대사관 앞에 모였고, 해초를 비롯한 모든 활동가를 석방하고, 한국정부의 책임을 촉구했습니다. (보도자료 보기) 



이스라엘의 가자 학살 2년을 맞아 10월 18일 오후 4시, 서울 보신각 앞에서 개최된 ‘이스라엘의 가자 집단학살 2년, 전국집중행동 <우리 모두가 팔레스타인이다>’에는 전국 각지에서 모인 3천명이 함께 했습니다. 지난 2년간 6만 7천 명 이상이 살해당했고, 이중 약 2만 명이 어린이입니다. 트럼프 미 대통령이 제안한 ‘평화구상’ 합의에 따라 피란민들이 집으로 돌아가고 가자 봉쇄로 차단되었던 구호품이 반입되고 있지만 이스라엘이 휴전을 파기해 왔던 과거를 생각하면 여전히 불안한 상황입니다. 이스라엘은 가자 일부 지역을 공습하며 휴전 합의를 위반한 이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스라엘의 집단학살을 지원한 미국 트럼프의 주도로 만든 평화구상안은 미국 주도의 팔레스타인 식민지배 지속에 다름 아닙니다. 팔레스타인의 자결권이 보장되어야 진정한 해방과 평화가 달성될 것이기에 집회 참여자들은  “우리 모두가 팔레스타인이다!”, “휴전은 시작이다. 팔레스타인 해방으로!”, “팔레스타인의 미래는 팔레스타인이 정한다!”, “We are all Palestinians!”를 외쳤습니다. 

다양한 국적과 지역, 성별, 국적의 사람들이 모인 집회는 한국어와 영어, 아랍어, 수어 통역으로 진행됐습니다. 팔레스타인 활동가 마리암 이브라힘은 “집단학살을 막는 것이 첫걸음이지만 가자지구를 그 지경으로 몰고 간 시스템을 해체해야 한다”며, “모두를 위한 정의”를 강조하며 “고향에서 강제로 쫓겨난 사람들의 귀환과, 완전한 해방이 답”이라고 말했습니다.

한국 시민사회 단체들과 시민들도 한국은 이스라엘의 전쟁범죄에 연루되어 있다며 한국기업과 정부를 규탄했습니다. HD현대건설기계 해고노동자인 변주현 씨는 “5년간 투쟁으로 복직예정이지만 회사는 불법파견에 대해 사과도 하지 않는다”며, “HD 현대의 굴착기가 팔레스타인 가옥을 무너뜨리는 모습과 같다”고 규탄했습니다. 변 씨는 “(복직해서) 현장에 들어가면 우리가 만드는 제품이 팔레스타인인들의 집을 불법으로 파괴하고 점령하는데 쓰이고 있다는 사실을 알릴 것”이라고 결의를 밝혔습니다. 한국정부에 대한 규탄발언도 이어졌습니다.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이영아 활동가는 “한국은 오히려 이스라엘과 군사협력을 확대하고, 무기 수출을 지속해 왔다”며, “무기박람회 서울 아덱스에는 전범국 이스라엘의 무기 회사가 참여하고 있는데도, 한국은 다른 국가들처럼 이들의 참여를 막지 않고 있다”며,“언제까지 침묵할 것”이냐고 정부의 변화를 촉구했습니다. 천개의 마들린호를 타고 가자로 가려다 이스라엘군에 나포됐다 풀려난 해초 활동가의 발언을 실시간 영상통화로 들을 수 있었습니다.    

본집회 끝은 공동성명문 낭독이었습니다. 참가자들은 성명문의  “오늘 이 자리에 모인 우리는 팔레스타인인들의 흔들림 없는 저항 즉 ‘수무드’와, 우리의 강한 연대가 집단학살을 종식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2년간 우리가 목도한 것은 집단학살만이 아니라, 온 세상이 팔레스타인이 되는 과정이었다”는 다짐을 함께 하였습니다. 

본집회를 마치고 미국대사관을 지나 이스라엘 대사관을 거쳐 보신각으로 왔습니다. 경찰이 APEC를 핑계로 미국대사관 앞 행진을 제한하려했지만, 법원에서 집행정지 신청이 인용되어 미국대사관을 지나 행진하였습니다. 미국대사관 앞에서는 미국의 제국주의 점령계획을 규탄했으며, 이스라엘 대사관 앞에서는 집단학살을 규탄하고 팔레스타인에 연대한다는 의미로 다이인 퍼포먼스를 했습니다. 집회에서는 팔레스타인과 관련된 노래를 만든 허클베리핀 공연, 행진 중에는 소수자연대풍물패 장풍과 국제전략센터 드럼팀의 공연이 있었습니다. 행진 후 정리집회에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난민 살레 알란티시는 “지난 2년간의 집단학살은 첫 번째 비극이 아니”라며, “전쟁중단이 되었다고 투쟁이 끝난 것은 아니며 식민지 해방을 향한 시작일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행진 후에는 호레이의 공연이 있었으며, 참여자들은 팔레스타인 해방을 향한 연대를 굳게 이어가겠다며 장풍과 함께 대동놀이와 팔레스타인 국기색 후레쉬 퍼포먼스로 마무리했습니다.서울 외에도 울산과 전주에서도 집단학살 2년 선전전과 집회가 열렸습니다.


셰어는 집회 기획팀에 참여했고, 퀴어팔레스타인연대QK48 부스 운영을 함께 했습니다. 퀴어팔레스타인연대QK48은 <집단학살 종식과 팔레스타인 해방을 위한 퀴어한 질문들>이라는 FAQ를 신문형태로 제작해서 배포하고, 퀴어링더맵이라는 사이트에서 가져온 팔레스타인 퀴어의 목소리를 번역해서 나누고, 또 우리가 그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모으는 활동을 했습니다. 

역대 최대 규모의 참여자들이 함께 모여서 “우리 모두가 팔레스타인이다”를 외쳤던 시간은 오래 기억될 것입니다. 셰어도 더욱 힘차게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며 재생산 부정의를 만드는 식민지배와 군사점령에 맞서 계속 투쟁하겠습니다. 


긴급행동 홈페이지에서 발언문사진을 보실 수 있습니다. 


[성명서] 우리 모두가 팔레스타인이다


“너희는 멈추고, 우리는 쏜다.”

유엔 팔레스타인 특별보고관은 이스라엘에 휴전이 의미하는 바를 이렇게 정의했다. 2년간 수 없이 죽을 고비를 넘긴 피란민들이 집단학살 중 세 번째 휴전이 임박했다는 소식에 환호하자 이스라엘은 이들을 폭격했다. 휴전 발효 후에는 귀향길을 폭격하고 있다. 라파 국경 봉쇄를 풀지 않고, 약속한 구호물자의 반입을 절반도 허용하지 않고, 그마저도 전면 금지하겠다고 위협하며 매일 휴전 합의를 위반하고 있다.

집단학살 2년간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 폭탄 20만 톤을 쏟아부었다. 2,700개 가구 일가족 전원이 몰살당했다. 생존자가 단 한 명인 가구도 6,020개다. 아동 사망자는 2만 명, 12개월도 채 살지 못한 아기는 1,015명, 집단학살 중 태어나고 살해된 아기는 450명이다. 사망자 수는 6만 7천여 명이라고 발표됐지만 휴전 후 한때 집이라 불렀던 폐허로 돌아온 가족들이 잔해에 묻힌 1만 구의 주검을 맨손으로 수습하며 이미 1천 명이 늘어났다.

가자지구 230만 주민 전체에 대한 기아 학살 정책으로, 이스라엘은 집단학살 초기부터 유엔 등 구호 기관 활동가를 표적으로 540명을 살해하고 구호 체계를 마비시켰다. 결국 가자지구에는 유엔 통합식량안보단계(IPC) 최고 단계인 5단계 ‘기근(famine)’이 선포됐다. 이렇게 굶겨 죽인 주민 463명 중 157명이 아동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유엔 구호품 배급소를 폐쇄하고 만든 가자인도주의재단(GHF) 식량배급소에 구호품을 받으러 온 2,605명도 표적 살해했다. 외국 정부들이 공중 투하한 구호품에 깔려 사망한 사람도 23명이다. 의료진 1,670명, 기자 254명, 소방대원 140명… 사망자 명부는 끝이 없다.

독성물질과 병원균으로 오염된 강과 땅은 7천만 톤의 콘크리트 잔해와 불발탄으로 넘친다. 생존 아동들은 현대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절단 아동 집단이 되었다. 영양실조 임산부 1만 2천 명이 유산하고, 10만 7천 명의 임산부와 수유 중인 산모, 그리고 그 아기들의 생명이 위태롭다. 숫자로 환산할 수 없는 집단학살의 피해는 세대를 거쳐 팔레스타인인의 몸으로 이어질 것이다.

불안과 고통 속에도 재회와 귀환의 기쁨이 넘친다. 이스라엘 식민 감옥에 갇혔던 팔레스타인 인질 1,718명과 종신수와 장기수 250명이 풀려났다. 그러나 죽음에서 돌아온 이들이 마주한 것은 그리던 가족의 죽음과 사라진 집이었다. 석방된 운동가 154명은 국외로 추방돼 영영 돌아오지 못한다. 식민지 감옥은 또 다른 집단학살 현장이었다. 이스라엘의 고문과 강간으로 78명이 살해됐다. 이스라엘은 여전히 아동 360명 등 주민 1만 명을 가두고 있고, 이름이 아닌 숫자로 매긴 700여 구의 시신을 냉동고 속에 방치한 채 돌려보내지 않고 있다.

장기간 지속되어 온 이 집단학살은 이스라엘 일국의 소행도, 부패한 총리 네타냐후 한 개인의 소행도 아니다. 미국과 영국, 독일 등 서방 국가는 이스라엘에 끝없이 무기를 지원하며 전쟁범죄에 공모해 왔다. 또한 이스라엘 국민 대다수의 지지에 기반해 수행된 이 집단학살은 홀로코스트 생존 자녀가 언급한 것처럼 인류 역사상 “가장 민주적이고 가장 기술화된 집단학살”로 기록됐다. 그러나 이들은 가자지구를 무너뜨리는 데도, 팔레스타인의 의지를 꺾는 데도 실패했다.

트럼프 미 대통령의 ‘평화구상’은 이스라엘과 미국의 개발업자들이 가자를 통제하는 새로운 식민 지배 형태를 제시한다. 논의 시작부터 이후 가자의 재건과 통치까지 팔레스타인인의 참여와 역할을 완전히 배제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불법 군사점령을 지속하 상황에서 하마스와 저항 세력의 무장해제를 일방적으로 강요하며 협박하고 있다.

오늘 이 자리에 모인 우리는 팔레스타인인들의 흔들림 없는 저항 즉 ‘수무드’와, 우리의 강한 연대가 집단학살을 종식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2년간 우리가 목도한 것은 집단학살만이 아니라, 온 세상이 팔레스타인이 되는 과정이었다. 오늘 우리가 흔드는 팔레스타인 국기는 인류의 깃발이다. 정의와 해방, 평화의 깃발이다. 이스라엘도, 미국도 전 세계로 이어진 우리의 연대를 이길 수 없다. 우리는 1단계 휴전을 영구적인 휴전으로 만들고,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불법 점령과 식민 지배를 끝내 종식시킬 것이다. 집단학살 국가 이스라엘을 제재하고, 전쟁범죄자들에게 그 책임을 끝까지 물을 것이다. 이로써 팔레스타인의 해방과 우리의 해방을 함께 앞당길 것이다.

- 우리 모두가 팔레스타인이다!

- 휴전을 넘어, 팔레스타인 해방으로!

- 팔레스타인의 미래는 팔레스타인이 정한다!


2025년 10월 18일

참가자 일동


사진: 이서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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