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함에 반대하며 상호의존의 미래를 그리는 반우생학의 비전
타리 에브리바디 플레져랩 팀장과 이유림 기획운영위원은 2026년 1월 21일부터 26일까지 멕시코시티에서 열린 <"완벽함"에 반대하며, 비우생학적 미래를 향하여>라는 제목으로 열린 국제 콜로키움과 <글로벌 반우생학 전략 워크숍>에 참여하고 돌아왔습니다. 김재의 조이님은 통역자로 동행했습니다.

(행사 포스터 이미지)
행사 소개 읽기 https://17instituto.org/xl-coloquio-internacional/
우생학은 인종 위생, 강제 불임 시술, 시설 감금, 식민 지배, 여성의 신체와 생식에 대한 통제, 그리고 "부적합"하다고 여겨지는 사람들에 대한 집단 학살과 연관되어 20세기의 어두운 장으로 자주 언급됩니다. 그러나 우생학을 과거의 한 사건으로 축소하는 것은 직관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위험합니다. 우생학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단지 변모했을 뿐입니다. 우생학은 과학, 공중 보건, 진보, 예방, 효율성이라는 언어를 구사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실험실에서 병원으로, 정신병원에서 정부 기관으로, 인구 조사에서 알고리즘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우생학적 합리성은 우리가 삶의 가치를 정의하는 규범적 틀, 즉 정상성, 생산성, 아름다움, 지능, 위험, 심지어 진실과 인간성에 대한 우리의 이해 자체에까지 스며들었습니다.
오늘날 우생학적 논리는 생식 통제, 장애의 병리화, 트랜스젠더 차별 법안, 인구 관리 정책, 이주 감시, 그리고 소위 "바람직하지 않은 출산"을 둘러싼 공포 조장 담론에 여전히 존재합니다. 이는 유전자 검사 기술, 출산 시장, 그리고 생명공학 자본주의에서 드러납니다. 또한 의료 프로토콜, 보건 비상사태 시 시행되는 환자 분류 기준, 그리고 기후 위기 대응 전략의 일부에도 은밀하게 숨어 있으며, 어떤 생명이 유지될 가치가 있는지를 암묵적으로 결정합니다. 인공지능은 데이터 프로파일링과 예측 치안을 통해 객관성을 가장하여 생명을 분류하고, 배제하고, 순위를 매기는 새로운 형태의 디지털 우생학을 만들어냅니다. 이러한 관행은 능력주의, 자원 부족, 그리고 안보라는 담론을 통해 정당화되고, 영화, 미디어, 디지털 내러티브와 같은 문화적 상상력에 의해 강화됩니다. 이러한 상상력은 어떤 생명은 너무 비용이 많이 들거나, 너무 위험하거나, 너무 의존적이어서 정치 공동체의 일원으로 온전히 인정받을 수 없다는 생각을 정상화합니다.
본 콜로키엄은 우생학을 과거의 유물로 취급하는 것이 아니라, 장애, 젠더, 성, 인종, 계급, 이주, 공중 보건, 거버넌스, 그리고 사회와 종의 미래에 대한 전망 등 다양한 영역에 걸쳐 끊임없이 변화하는 현대적 합리성으로 접근하고자 합니다. 동시에, 본 행사는 장애 및 생식 정의 운동, 페미니즘, 퀴어, 크립 비판, 탈식민주의 및 원주민 투쟁, 비판적 생명윤리학, 인종 및 이주 연구, 예술 및 공연 예술, 인공지능에 대한 비판적 접근, 그리고 규범을 넘어선 삶의 방식을 제시하는 사변적 상상력 등 역사적으로 우생학에 맞서 싸워온 사상, 저항, 창조의 전통에 초점을 맞춥니다.
이 콜로키엄은 우생학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단순히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우생학을 해체하는 데 초점을 맞춘 질문들을 던집니다. 포용이라는 수사 아래 차이가 교정되거나, 배척되거나, 은폐되거나, 길들여지지 않는 사회적, 규범적, 문화적 틀을 구축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상호의존성을 사회생활의 구성 조건으로 인식하는 돌봄, 기술, 친족 관계, 그리고 공동체의 형태를 어떻게 상상할 수 있을까요?
이러한 의미에서 이번 콜로키엄은 우생학에 대한 저항의 공간일 뿐만 아니라, 삶을 측정하고 평가하는 기준을 재고하도록 이끄는 자리이기도 합니다. 콜로키엄은 인류가 존엄성, 다양성, 그리고 공동의 돌봄이라는 조건 속에서 다르게 존재할 수 있는 가능성으로 정의되는 미래를 그려볼 것을 촉구합니다.
콜로키움은 영어와 스페인어로 진행되었는데 대부분 유튜브로 실시간 중계되었습니다. 아래의 목록에서 살펴보실 수 있어요! 각 세션별로 영어/스페인어 버전이 나뉘어져있습니다.
영어버전 재생목록 보기 https://www.youtube.com/playlist?list=PLJUPYiQ3jAeS_X8EI4LeLOgAkMYWTtmkD

이 콜로키움은 멕시코의 17 비판연구소에서 공동으로 주최했고, 콜로키움과 전략 워크숍이 열린 장소는 멕시코시티 역사지구 중심부에 위치해있고 현재는 박물관으로 쓰이는 산 일데폰소 대학(Colegio de San Ildefonso)입니다. 이 곳은 멕시코의 독립과 민중의 저항 기억과 역사, 지적 생산으로 깊이 물든 곳이으로 알려져있습니다.

(대학 원형극장에는 디에고 리베라의 첫번째 벽화 작품인 ‘창조’(1923)를 볼 수 있습니다. 당시 멕시코 혁명과 이후의 분위기를 볼 수 있는 벽화입니다.)
이번 콜로키움은 지난 몇년간의 글로벌 네트워킹의 결과로 만들어진 것인데요, 1921년에 미국 뉴욕 자연사박물관에서 열렸던 제2차 국제 우생학대회의 해악을 환기하며 여러 연구자들과 활동가, 예술가들은 이에 대항하기 위해서 100주년이 된 2021년 “우생학 해체하기”라는 반우생학회의를 개최하게 됩니다. (행사 살펴보기)

(콜로키움 행사장 모습)
이 행사 이후 “작은 시작으로부터”(From Small Beginnings)라는 반우생학 학자 및 활동가 네트워크가 구성됩니다. (홈페이지 살펴보기) 우생학이 근대 이후 광범위하게, 정치적 스펙트럼을 망라해서 확산되고, 일반 대중에게도 수용되었기 때문에 그 유산과 영향력은 여전히 잔존합니다. 더구나 유전학을 비롯한 과학기술이 이윤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개발될때 우생학은 기술개발과 이윤추구 양쪽 모두에서 강력한 동기가 되기도 합니다. 여전히 생명에 대한 위계가 존재하고, 국경을 중심으로 감금과 추방이 벌어지며, 국경 내에서도 분리와 고립이 강고합니다. 이러한 위계와 배제의 질서가 우생학의 유산을 철저하게 돌아보고, 해체하며, 반우생학의 미래를 구체적으로 그려낼 필요성을 제기합니다.
아베나키족과 프랑스계 캐나다인 혈통을 가진 예술가이자 교육자, 바구니 제작자인 주디 도우는 자신의 작품 '창립자 나무'와 '증인 나무'에 담긴 맥락과 개념에 대해 설명합니다. '창립자 나무'는 1921년 당시 우생학자들이 가졌던 신념, 즉 모든 형태의 지식을 결합하면 '더 나은 인간'을 만들 수 있다는 믿음을 반영합니다. 이러한 신념은 오늘날에도 다른 이름과 방식으로 연구되고 있으며, 대통령, 정치인, 교육자 등의 말과 행동에서 나타납니다. 여전히 '더 나은 인간'을 만들려는 시도는 마치 지워지지 않는 오점처럼 우리 사회에 남아 있습니다. '증인 나무'는 2021년 현재 제가 생각하는 반우생학에 대한 신념을 담고 있습니다. 저는 60년 넘게 '창립자 나무'에 언급된 신념으로 인한 역사적 트라우마를 직접 목격하며 살아왔습니다. 자연 속의 '증인 나무'는 오랜 세월을 살아오며 국경선 변화, 허리케인, 홍수 등 수많은 역사적 사건들을 경험한 나무를 의미합니다. 그들은 좋든 나쁘든 인생의 수많은 기억에 남는 순간들을 기록하는 조용한 파수꾼들입니다. 증인이라는 나무의 뿌리는 앞으로 100년 동안 우생학에 맞서 싸우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를 보여줍니다. https://www.fromsmallbeginnings.org/the-witness-tree
(우생학 ‘창립자 나무’)
(주디 도우가 만든 반우생학 ‘증인 나무’)
첫날 오프닝 세션에서 콜로키움 참여자들에게 미리 받은 영상들을 공유하며 각자가 생각하는 반우생학 미래와 반우생학센터에 바라는 점들을 나누기도 했습니다. 세션 보기 https://www.youtube.com/watch?v=dVZ7sWPXsAw&list=PLJUPYiQ3jAeS_X8EI4LeLOgAkMYWTtmkD&index=13

또한 스페인어로 쓰여진 라틴아메리카의 우생학 읽기 Para leer la eugenesia en América Latina 라는 책 출간을 축하하고 소개하는 자리도 있었습니다. 수잔 안테비(Susan Antebi)와 베아트리스 미란다 갈라르사(Beatriz Miranda Galarza)가 편집한 책으로 아래의 소개를 참고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은 인류 종의 개선을 목적으로 하는 유사과학인 우생학이라는 개념에 대한 접근 방식을 제시하며, 그 역사와 멕시코를 비롯한 아메리카 대륙 여러 국가에서 현재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고찰합니다. 역사, 사회학, 법학, 문학, 장애학 등 다양한 분야의 학자들이 집필한 서론과 아홉 개의 장에서는 19세기 후반부터 현재까지 아메리카 대륙 여러 국가에서 나타난 우생학 이론과 그 적용의 기원과 진화에 대한 연구들을 다룹니다. 이 책은 우생학 연구에서 흔히 통용되는 개념들, 즉 시대적 경계, '강경 우생학'과 '온건 우생학'의 구분, 그리고 우생학 프로젝트에서 민족주의의 역할 등을 재고하고 정교화하고자 합니다. 이를 통해 이 책은 우생학이라는 용어의 적절한 적용, 역사적 범위, 그리고 오늘날 우리 사회의 다양한 지식 분야 및 삶의 경험과의 연관성에 대한 논쟁에 기여합니다. 이 프로젝트는 반우생학 운동에 참여하는 것으로, 장애 및 기타 역사적, 현재적 소외 범주(인종, 민족, 성별, 성적 지향)에 대한 저항에 초점을 맞춰 우리 사회에서 인간 삶의 많은 측면을 지배하는 규범에 대한 수용을 문제 삼고 불균형을 초래하고자 합니다. https://17editorial.org/libros/para-leer-la-eugenesia-en-america-latina/


이유림 기획운영위원은 콜로키움 “우생학의 기록과 기억”세션에서 “폭력의 재해석: 한국의 우생학, 생식 정의, 그리고 동명원 사건 Rewriting Violence: Eugenics, Reproductive Justice, and the Dongmyeongwon Case in South Korea”라는 제목으로 발표하고 사회자인 캐서린 번스, 발표자인 로렌 부커, 알베르토 게레로 벨라스케스, 린다 스틸과 토론자인 마리사 미란다, 구스타보 바예호와 함께 논의했습니다.
세션 보기 https://www.youtube.com/watch?v=NTxhR869aF8&list=PLJUPYiQ3jAeS_X8EI4LeLOgAkMYWTtmkD&index=13
장애인 권리 옹호 변호사이자 시드니 공과대학 법학과 교수인 린다 스틸과 따로 미팅을 잡아 호주와 한국 상황을 공유하고 서로가 가진 자원을 공유하였고 앞으로도 네트워킹을 통해 서로에게 힘이 되고자 합니다. 린다 스틸은 호주에서 벌어진 장애여성에 대한 재생산권리침해에 관한 광범위한 조사에 참여하고 보고서를 펴낸바 있습니다. Redressing Reproductive Violence Against Women with Disability: Justice Beyond the Royal Commission Briefing Paper prepared for Women with Disabilities Australia 다운로드 받기

(맨 왼쪽 린다 스틸)
콜로키움이 열리는 동안 콜로키움 코디네이터인 베네딕트와 서울, 제주에 있는 황지성 기획운영위원, 최은경 연구위원, 김재형 교수 등 동료들과 온라인으로 만나서 미팅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김재형 교수는 콜로키움 동안 “우생학: 나병/한센병에 나타난 기억과 현재” 세션에 온라인으로 참여해 발표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세션 보기 https://www.youtube.com/watch?v=Xid6XA9t_OE&list=PLJUPYiQ3jAeS_X8EI4LeLOgAkMYWTtmkD&index=8

셰어는 반우생학센터의 코어멤버들과 만나서 식사하며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강제불임소송대책위원회 활동을 공유하고,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한국의 장애인 인권과 집단수용시설의 역사와 현황, 현재 운동의 쟁점 등에 대해서 소개하고 반우생학센터와 협력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에 대한 아이디어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왼쪽부터 노라 그로스, 베네딕트 입그레이브, 타리, 재의, 유림, 마리엘레나 힌카피에, 미로슬라바 차베스-가르시아, 이네스)
또한 일본 학자인 아야 호미와 따로 미팅을 하면서 지난 2년간 이루어진 한국, 일본, 대만의 학술 교류의 경험을 다시 환기하고 긴밀한 연대를 다졌습니다. 아야는 일본에서 이루어진 강제불임소송관련 국가배상 운동과 이에 대한 디지털 아카이빙 작업을 소개했고 일본의 연구자와 장애여성 재생산권 단체 소쉬렌을 소개했습니다.

(맨 오른쪽 아야 호미)
1월 25-26에 열린 전략 워크숍에서는 셰어의 활동가 재생산정의 운동의 현황을 공유하고, 반우생학센터와 연결될 수 있는 지점들을 모색하는 토론을 진행하기도 하였습니다. 전략 워크숍에서는 소규모 조별 토론도 많이 진행하였는데 미국 원주민 여성 단체 케다키나의 사무총장인 주디 도우와 한 팀이 되어서 깊이있는 이야기를 나누었고 원주민 여성이 재생산권 침해를 겪었던 역사와 그 단체가 원주민 여성의 성재생산 건강을 위한 활동을 공유받기도 했습니다.


(맨 왼쪽 주디 도우)
6박 7일의 일정을 마치고 타리는 서울로, 유림과 재의는 LA로 돌아왔지만 멕시코시티의 여운이 남아있습니다. 우연히 길을 걷다 마주친 알라메다 중앙 공원 내 베니토 후아레스 기념비 수리를 위한 보호가림막에는 팔레스타인 연대 벽화가 엄청난 규모로 서있었고, 그 앞에는 다양한 퀴어, 페미니스트, 아나키스트 그룹들이 독립잡지를 발행하여 판매하고 있었습니다. 트럼프의 베네수엘라 침공 이후라서 더욱 미제국주의에 대한 분노와 탈식민에 대한 열기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유엔 한센인 특별보고관이자 코어멤버인 베아트리스와 이메일을 통해서 강제불임대책위원회와 유엔대응을 논의하기 시작했습니다. 반우생학센터가 자리잡고, 우생학적 차별과 폭력에 대항해나가는 단단한 네트워크가 마련될 수 있도록 셰어도 계속해서 관계를 이어나가려고 합니다. 강제불임과 강제피임 시술을 행하는 것이 가능한 조건은 인종차별, 성차별, 장애차별 등 복합적인 차별과 관련됩니다. 또한 정상성과 생산성을 기조로한 인구통치를 위해 시설화, 감금, 추방을 정당화하는 국가/가본 권력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반우생학적인 담론과 실천을 통해 복합적인 차별과 인구통치의 구조를 관통하며 저항의 전선을 형성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는 또한 제국주의의 식민화와 우생학의 역사가 겹쳐지는 시간을 지나오며 탈식민적 저항을 이어왔던 역사와 주체를 기억하고, 지금 여기에서 탈식민 기획을 갱신하고 이어가는 것과 연결될 것입니다.

오는 길에 타리는 캐나다 토론토에서 장시간 경유를 하였는데 그 사이에 셰어의 조이분들이 만남의 자리를 마련해주셨습니다. 기린, 해람, 슬샘, 나루 조이님 정말 반가웠고 응원과 선물 감사합니다! 서로를 계속 응원하며 또 반갑게 만나요!
완벽함에 반대하며 상호의존의 미래를 그리는 반우생학의 비전
타리 에브리바디 플레져랩 팀장과 이유림 기획운영위원은 2026년 1월 21일부터 26일까지 멕시코시티에서 열린 <"완벽함"에 반대하며, 비우생학적 미래를 향하여>라는 제목으로 열린 국제 콜로키움과 <글로벌 반우생학 전략 워크숍>에 참여하고 돌아왔습니다. 김재의 조이님은 통역자로 동행했습니다.
(행사 포스터 이미지)
행사 소개 읽기 https://17instituto.org/xl-coloquio-internacional/
우생학은 인종 위생, 강제 불임 시술, 시설 감금, 식민 지배, 여성의 신체와 생식에 대한 통제, 그리고 "부적합"하다고 여겨지는 사람들에 대한 집단 학살과 연관되어 20세기의 어두운 장으로 자주 언급됩니다. 그러나 우생학을 과거의 한 사건으로 축소하는 것은 직관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위험합니다. 우생학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단지 변모했을 뿐입니다. 우생학은 과학, 공중 보건, 진보, 예방, 효율성이라는 언어를 구사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실험실에서 병원으로, 정신병원에서 정부 기관으로, 인구 조사에서 알고리즘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우생학적 합리성은 우리가 삶의 가치를 정의하는 규범적 틀, 즉 정상성, 생산성, 아름다움, 지능, 위험, 심지어 진실과 인간성에 대한 우리의 이해 자체에까지 스며들었습니다.
오늘날 우생학적 논리는 생식 통제, 장애의 병리화, 트랜스젠더 차별 법안, 인구 관리 정책, 이주 감시, 그리고 소위 "바람직하지 않은 출산"을 둘러싼 공포 조장 담론에 여전히 존재합니다. 이는 유전자 검사 기술, 출산 시장, 그리고 생명공학 자본주의에서 드러납니다. 또한 의료 프로토콜, 보건 비상사태 시 시행되는 환자 분류 기준, 그리고 기후 위기 대응 전략의 일부에도 은밀하게 숨어 있으며, 어떤 생명이 유지될 가치가 있는지를 암묵적으로 결정합니다. 인공지능은 데이터 프로파일링과 예측 치안을 통해 객관성을 가장하여 생명을 분류하고, 배제하고, 순위를 매기는 새로운 형태의 디지털 우생학을 만들어냅니다. 이러한 관행은 능력주의, 자원 부족, 그리고 안보라는 담론을 통해 정당화되고, 영화, 미디어, 디지털 내러티브와 같은 문화적 상상력에 의해 강화됩니다. 이러한 상상력은 어떤 생명은 너무 비용이 많이 들거나, 너무 위험하거나, 너무 의존적이어서 정치 공동체의 일원으로 온전히 인정받을 수 없다는 생각을 정상화합니다.
본 콜로키엄은 우생학을 과거의 유물로 취급하는 것이 아니라, 장애, 젠더, 성, 인종, 계급, 이주, 공중 보건, 거버넌스, 그리고 사회와 종의 미래에 대한 전망 등 다양한 영역에 걸쳐 끊임없이 변화하는 현대적 합리성으로 접근하고자 합니다. 동시에, 본 행사는 장애 및 생식 정의 운동, 페미니즘, 퀴어, 크립 비판, 탈식민주의 및 원주민 투쟁, 비판적 생명윤리학, 인종 및 이주 연구, 예술 및 공연 예술, 인공지능에 대한 비판적 접근, 그리고 규범을 넘어선 삶의 방식을 제시하는 사변적 상상력 등 역사적으로 우생학에 맞서 싸워온 사상, 저항, 창조의 전통에 초점을 맞춥니다.
이 콜로키엄은 우생학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단순히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우생학을 해체하는 데 초점을 맞춘 질문들을 던집니다. 포용이라는 수사 아래 차이가 교정되거나, 배척되거나, 은폐되거나, 길들여지지 않는 사회적, 규범적, 문화적 틀을 구축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상호의존성을 사회생활의 구성 조건으로 인식하는 돌봄, 기술, 친족 관계, 그리고 공동체의 형태를 어떻게 상상할 수 있을까요?
이러한 의미에서 이번 콜로키엄은 우생학에 대한 저항의 공간일 뿐만 아니라, 삶을 측정하고 평가하는 기준을 재고하도록 이끄는 자리이기도 합니다. 콜로키엄은 인류가 존엄성, 다양성, 그리고 공동의 돌봄이라는 조건 속에서 다르게 존재할 수 있는 가능성으로 정의되는 미래를 그려볼 것을 촉구합니다.
콜로키움은 영어와 스페인어로 진행되었는데 대부분 유튜브로 실시간 중계되었습니다. 아래의 목록에서 살펴보실 수 있어요! 각 세션별로 영어/스페인어 버전이 나뉘어져있습니다.
영어버전 재생목록 보기 https://www.youtube.com/playlist?list=PLJUPYiQ3jAeS_X8EI4LeLOgAkMYWTtmkD
이 콜로키움은 멕시코의 17 비판연구소에서 공동으로 주최했고, 콜로키움과 전략 워크숍이 열린 장소는 멕시코시티 역사지구 중심부에 위치해있고 현재는 박물관으로 쓰이는 산 일데폰소 대학(Colegio de San Ildefonso)입니다. 이 곳은 멕시코의 독립과 민중의 저항 기억과 역사, 지적 생산으로 깊이 물든 곳이으로 알려져있습니다.
(대학 원형극장에는 디에고 리베라의 첫번째 벽화 작품인 ‘창조’(1923)를 볼 수 있습니다. 당시 멕시코 혁명과 이후의 분위기를 볼 수 있는 벽화입니다.)
이번 콜로키움은 지난 몇년간의 글로벌 네트워킹의 결과로 만들어진 것인데요, 1921년에 미국 뉴욕 자연사박물관에서 열렸던 제2차 국제 우생학대회의 해악을 환기하며 여러 연구자들과 활동가, 예술가들은 이에 대항하기 위해서 100주년이 된 2021년 “우생학 해체하기”라는 반우생학회의를 개최하게 됩니다. (행사 살펴보기)
(콜로키움 행사장 모습)
이 행사 이후 “작은 시작으로부터”(From Small Beginnings)라는 반우생학 학자 및 활동가 네트워크가 구성됩니다. (홈페이지 살펴보기) 우생학이 근대 이후 광범위하게, 정치적 스펙트럼을 망라해서 확산되고, 일반 대중에게도 수용되었기 때문에 그 유산과 영향력은 여전히 잔존합니다. 더구나 유전학을 비롯한 과학기술이 이윤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개발될때 우생학은 기술개발과 이윤추구 양쪽 모두에서 강력한 동기가 되기도 합니다. 여전히 생명에 대한 위계가 존재하고, 국경을 중심으로 감금과 추방이 벌어지며, 국경 내에서도 분리와 고립이 강고합니다. 이러한 위계와 배제의 질서가 우생학의 유산을 철저하게 돌아보고, 해체하며, 반우생학의 미래를 구체적으로 그려낼 필요성을 제기합니다.
아베나키족과 프랑스계 캐나다인 혈통을 가진 예술가이자 교육자, 바구니 제작자인 주디 도우는 자신의 작품 '창립자 나무'와 '증인 나무'에 담긴 맥락과 개념에 대해 설명합니다. '창립자 나무'는 1921년 당시 우생학자들이 가졌던 신념, 즉 모든 형태의 지식을 결합하면 '더 나은 인간'을 만들 수 있다는 믿음을 반영합니다. 이러한 신념은 오늘날에도 다른 이름과 방식으로 연구되고 있으며, 대통령, 정치인, 교육자 등의 말과 행동에서 나타납니다. 여전히 '더 나은 인간'을 만들려는 시도는 마치 지워지지 않는 오점처럼 우리 사회에 남아 있습니다. '증인 나무'는 2021년 현재 제가 생각하는 반우생학에 대한 신념을 담고 있습니다. 저는 60년 넘게 '창립자 나무'에 언급된 신념으로 인한 역사적 트라우마를 직접 목격하며 살아왔습니다. 자연 속의 '증인 나무'는 오랜 세월을 살아오며 국경선 변화, 허리케인, 홍수 등 수많은 역사적 사건들을 경험한 나무를 의미합니다. 그들은 좋든 나쁘든 인생의 수많은 기억에 남는 순간들을 기록하는 조용한 파수꾼들입니다. 증인이라는 나무의 뿌리는 앞으로 100년 동안 우생학에 맞서 싸우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를 보여줍니다. https://www.fromsmallbeginnings.org/the-witness-tree
첫날 오프닝 세션에서 콜로키움 참여자들에게 미리 받은 영상들을 공유하며 각자가 생각하는 반우생학 미래와 반우생학센터에 바라는 점들을 나누기도 했습니다. 세션 보기 https://www.youtube.com/watch?v=dVZ7sWPXsAw&list=PLJUPYiQ3jAeS_X8EI4LeLOgAkMYWTtmkD&index=13
또한 스페인어로 쓰여진 라틴아메리카의 우생학 읽기 Para leer la eugenesia en América Latina 라는 책 출간을 축하하고 소개하는 자리도 있었습니다. 수잔 안테비(Susan Antebi)와 베아트리스 미란다 갈라르사(Beatriz Miranda Galarza)가 편집한 책으로 아래의 소개를 참고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은 인류 종의 개선을 목적으로 하는 유사과학인 우생학이라는 개념에 대한 접근 방식을 제시하며, 그 역사와 멕시코를 비롯한 아메리카 대륙 여러 국가에서 현재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고찰합니다. 역사, 사회학, 법학, 문학, 장애학 등 다양한 분야의 학자들이 집필한 서론과 아홉 개의 장에서는 19세기 후반부터 현재까지 아메리카 대륙 여러 국가에서 나타난 우생학 이론과 그 적용의 기원과 진화에 대한 연구들을 다룹니다. 이 책은 우생학 연구에서 흔히 통용되는 개념들, 즉 시대적 경계, '강경 우생학'과 '온건 우생학'의 구분, 그리고 우생학 프로젝트에서 민족주의의 역할 등을 재고하고 정교화하고자 합니다. 이를 통해 이 책은 우생학이라는 용어의 적절한 적용, 역사적 범위, 그리고 오늘날 우리 사회의 다양한 지식 분야 및 삶의 경험과의 연관성에 대한 논쟁에 기여합니다. 이 프로젝트는 반우생학 운동에 참여하는 것으로, 장애 및 기타 역사적, 현재적 소외 범주(인종, 민족, 성별, 성적 지향)에 대한 저항에 초점을 맞춰 우리 사회에서 인간 삶의 많은 측면을 지배하는 규범에 대한 수용을 문제 삼고 불균형을 초래하고자 합니다. https://17editorial.org/libros/para-leer-la-eugenesia-en-america-latina/
이유림 기획운영위원은 콜로키움 “우생학의 기록과 기억”세션에서 “폭력의 재해석: 한국의 우생학, 생식 정의, 그리고 동명원 사건 Rewriting Violence: Eugenics, Reproductive Justice, and the Dongmyeongwon Case in South Korea”라는 제목으로 발표하고 사회자인 캐서린 번스, 발표자인 로렌 부커, 알베르토 게레로 벨라스케스, 린다 스틸과 토론자인 마리사 미란다, 구스타보 바예호와 함께 논의했습니다.
세션 보기 https://www.youtube.com/watch?v=NTxhR869aF8&list=PLJUPYiQ3jAeS_X8EI4LeLOgAkMYWTtmkD&index=13
장애인 권리 옹호 변호사이자 시드니 공과대학 법학과 교수인 린다 스틸과 따로 미팅을 잡아 호주와 한국 상황을 공유하고 서로가 가진 자원을 공유하였고 앞으로도 네트워킹을 통해 서로에게 힘이 되고자 합니다. 린다 스틸은 호주에서 벌어진 장애여성에 대한 재생산권리침해에 관한 광범위한 조사에 참여하고 보고서를 펴낸바 있습니다. Redressing Reproductive Violence Against Women with Disability: Justice Beyond the Royal Commission Briefing Paper prepared for Women with Disabilities Australia 다운로드 받기
(맨 왼쪽 린다 스틸)
콜로키움이 열리는 동안 콜로키움 코디네이터인 베네딕트와 서울, 제주에 있는 황지성 기획운영위원, 최은경 연구위원, 김재형 교수 등 동료들과 온라인으로 만나서 미팅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김재형 교수는 콜로키움 동안 “우생학: 나병/한센병에 나타난 기억과 현재” 세션에 온라인으로 참여해 발표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세션 보기 https://www.youtube.com/watch?v=Xid6XA9t_OE&list=PLJUPYiQ3jAeS_X8EI4LeLOgAkMYWTtmkD&index=8
셰어는 반우생학센터의 코어멤버들과 만나서 식사하며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강제불임소송대책위원회 활동을 공유하고,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한국의 장애인 인권과 집단수용시설의 역사와 현황, 현재 운동의 쟁점 등에 대해서 소개하고 반우생학센터와 협력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에 대한 아이디어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왼쪽부터 노라 그로스, 베네딕트 입그레이브, 타리, 재의, 유림, 마리엘레나 힌카피에, 미로슬라바 차베스-가르시아, 이네스)
또한 일본 학자인 아야 호미와 따로 미팅을 하면서 지난 2년간 이루어진 한국, 일본, 대만의 학술 교류의 경험을 다시 환기하고 긴밀한 연대를 다졌습니다. 아야는 일본에서 이루어진 강제불임소송관련 국가배상 운동과 이에 대한 디지털 아카이빙 작업을 소개했고 일본의 연구자와 장애여성 재생산권 단체 소쉬렌을 소개했습니다.
(맨 오른쪽 아야 호미)
1월 25-26에 열린 전략 워크숍에서는 셰어의 활동가 재생산정의 운동의 현황을 공유하고, 반우생학센터와 연결될 수 있는 지점들을 모색하는 토론을 진행하기도 하였습니다. 전략 워크숍에서는 소규모 조별 토론도 많이 진행하였는데 미국 원주민 여성 단체 케다키나의 사무총장인 주디 도우와 한 팀이 되어서 깊이있는 이야기를 나누었고 원주민 여성이 재생산권 침해를 겪었던 역사와 그 단체가 원주민 여성의 성재생산 건강을 위한 활동을 공유받기도 했습니다.
(맨 왼쪽 주디 도우)
6박 7일의 일정을 마치고 타리는 서울로, 유림과 재의는 LA로 돌아왔지만 멕시코시티의 여운이 남아있습니다. 우연히 길을 걷다 마주친 알라메다 중앙 공원 내 베니토 후아레스 기념비 수리를 위한 보호가림막에는 팔레스타인 연대 벽화가 엄청난 규모로 서있었고, 그 앞에는 다양한 퀴어, 페미니스트, 아나키스트 그룹들이 독립잡지를 발행하여 판매하고 있었습니다. 트럼프의 베네수엘라 침공 이후라서 더욱 미제국주의에 대한 분노와 탈식민에 대한 열기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유엔 한센인 특별보고관이자 코어멤버인 베아트리스와 이메일을 통해서 강제불임대책위원회와 유엔대응을 논의하기 시작했습니다. 반우생학센터가 자리잡고, 우생학적 차별과 폭력에 대항해나가는 단단한 네트워크가 마련될 수 있도록 셰어도 계속해서 관계를 이어나가려고 합니다. 강제불임과 강제피임 시술을 행하는 것이 가능한 조건은 인종차별, 성차별, 장애차별 등 복합적인 차별과 관련됩니다. 또한 정상성과 생산성을 기조로한 인구통치를 위해 시설화, 감금, 추방을 정당화하는 국가/가본 권력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반우생학적인 담론과 실천을 통해 복합적인 차별과 인구통치의 구조를 관통하며 저항의 전선을 형성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는 또한 제국주의의 식민화와 우생학의 역사가 겹쳐지는 시간을 지나오며 탈식민적 저항을 이어왔던 역사와 주체를 기억하고, 지금 여기에서 탈식민 기획을 갱신하고 이어가는 것과 연결될 것입니다.
오는 길에 타리는 캐나다 토론토에서 장시간 경유를 하였는데 그 사이에 셰어의 조이분들이 만남의 자리를 마련해주셨습니다. 기린, 해람, 슬샘, 나루 조이님 정말 반가웠고 응원과 선물 감사합니다! 서로를 계속 응원하며 또 반갑게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