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보고[후기] 임신중지와 재생산정의에 관한 아시아 태평양 지역 6개국 웨비나 개최

2023-11-28


지난 17일, ARJC(Abortion and Reproductive Justice Conference 임신중지와 재생산정의 컨퍼런스)의 아시아 태평양 지역 웨비나가 개최되었습니다. 이날 태국, 호주, 한국, 일본, 중국의 임신중지 관련 현황과 법, 투쟁과 쟁점을 나누었고, 한국 발표자로는 셰어의 나영 대표가 함께했습니다.


1부 <법 개정을 위한 투쟁과 쟁점>

1부에서는 태국과 호주의 법 개정을 위한 투쟁과 쟁점을 공유했습니다.


태국은 1957년까지 임신중지에 관한 법이 없었고, 법이 도입되는 과정에서 임신중지가 범죄화되었으며, 한국의 모자보건법 14조처럼 특정 사유에 한해 임신중지를 허용했다고 합니다. 의료계 종사자들이 먼저 이 법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개정 운동을 진행했으며 2004년에는 신체적 건강과 정신적 건강을 특정 사유에 추가할 수 있었고, 이후 여성들의 몸과 선택에 대한 권리를 중심으로 임신중지에 관한 운동이 활발해졌습니다. 하지만 임신중지가 가능한 특정 사유 조항 중 정신적 건강의 기준에 대한 논란으로 임신중지를 시술한 의사가 체포되었고, 이를 통해 현재 법령으로 만족할 수 없다는 것을 느껴 한국의 헌법소원·위헌법률심판제청을 모범 삼아 법에 대응하는 투쟁을 이어가게 되었다고 해요. 이후 주수에 관해 산부인과 협회는 12주를 주장하였고, 태국의 임신중지 네트워크(초이스 네트워크)는 주수 법령을 폐지하자고 주장했으며 2021년에 12~20주까지 임신중지가 가능한 것으로 개정되었다고 합니다. 이렇게 법 개정을 위해 운동하고 있지만, 혁명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내년에 태국에서 열릴 임신중지와 재생산정의 컨퍼런스에서 만나자고 제안해 주셨습니다.


이어서 호주는 식민지배 역사로 인해 영국 법률을 따라 모든 임신중지를 금지하는 법이 있었고, 1969년에 특정 사유로 임신중지를 할 수 있게 되었으나 제한적이었으며 사유 외에는 처벌받는 법이 40년동안이나 유지되었다고 합니다. 호주는 매년 8만회의 임신중지가 진행되고 있어 여성 4명 중 1명이 임신중지를 경험한 적 있을 정도로 흔한 시술입니다. 현재는 대체로 비범죄화가 되었으나 주별로 주수나 의료인의 진료 거부 허용 등 법이 모두 다르고 의료보험과 비용 역시 천차만별인 상황이라고 해요. 넓은 나라임에도 인구가 적어서 대도시에 살지 않으면 의료서비스 접근이 어렵고, 공공 병원인지 아닌지, 메디케어 카드를 가지고 있는지, 어느 주에 살고 있는지, 수술로 할지 약으로 할지에 따라 의료비의 차이가 커서 병원비나 숙박비에 드는 비용 부담이 크다고 합니다. 앞으로 임신중지를 제한하는 법률들이 완전히 삭제 되어야 하고, 대도시에 거주하지 않는 사람들을 위해 원격 의료를 보장해야하며, 사회적인 지원 역시 필요하다는 상황을 나누면서 발표를 마쳤습니다.


2부 <임신중지에 관한 법•제도와 관행에서 인구정책이 미친 영향>

2부에서는 출산 억제, 저출산 대응, 우생학적 재생산 통제의 역사를 지닌 일본, 한국, 중국의 인구정책이 임신중지에 관한 법과 제도에 미친 영향을 살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일본은 1880년에 임신중지를 범죄화하는 형법이 생겼고, 우생학적 보호법이 생긴 이후 인구 통제를 위해 임신중지를 비범죄화했다가 1952년에는 경제적인 사유로도 임신중지를 할 수 있도록 법령이 개정되어 한때는 일본이 ‘임신중지 천국’이라고 불릴 정도였다고 해요. 그러나 현재 일본 형법은 임신중지가 범죄화 되었고 임신중지를 하려면 배우자의 동의가 있어야 가능한 상황입니다. 올해 유산유도제가 도입되었으나 지정된 의사만 처방할 수 있고 입원도 필수이며 심지어 약값이 수술 비용과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해요. 임신중지에 관한 운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긴지만 정부에 WHO나 UN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으며 재생산정의를 위해 임신중지 관련 법을 철폐하고 포괄적 성교육을 채택하도록 압박하는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고 합니다.


중국은 출산 억제 정책으로 유명한데요, 한자녀 정책 시기에 이어 현재 다자녀 정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가족당 3명까지 낳을 수 있으나 인구 증가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중국은 1953년 이후 임신중지가 항상 합법이었고,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강제로 임신중지 수술을 받고 있기도 해요. 출산률이 낮아지자 출산을 장려하고 예전엔 산아 제한 정책을 펼치던 단체들이 성적권리와 재생산 건강을 개선하는 단체가 되고 있다고 합니다. 나라가 큰 만큼 지역별로 인구정책이 다양하고, 특히 산아 제한 정책 때문에 아이를 낳고 싶은 여성들이 아이를 낳을 권리가 큰 문제라고 합니다. 현재 중국의 페미니즘 그룹이나 단체들이 활동하기 힘들기 때문에 더 많은 사람들과 단체가 필요하다는 상황을 공유하며 발표를 마쳤습니다.


한국 상황에 대한 발표에 이어서는 법 정책 변화가 안전한 임신중지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공적인 의료 시스템 외에서 안전하지 않은 임신중지 현황은 어떤지, 한국의 주수 제한 등 법과 현황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짧은 시간이지만 다양한 아시아 국가들이 모두 비슷한 고민과 경험을 하고 있다는 것을 함께 공유할 수 있었고 내년에 태국에서 열릴 임신중지와 재생산정의 컨퍼런스에서 다룰 의제들을 확장하는 계기가 되었어요. 내년 2월 태국에서 더 다양한 재생산정의 운동을 나눌 수 있길 바랍니다!


2024년 2월에 태국에서 열릴 임신중지와 재생산정의 컨퍼런스 소식은 아래 홈페이지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arjc2024.asap-asi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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