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보고2026 ARJC (Abortion and Reproductive Justice Conference) 참여 후기

2026-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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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5일부터 18일까지 케냐 나이로비에서 Abortion and Reproductive Justice Conference (이하 ARJC) 가 열렸습니다. 2년마다 열리는 ARJC 행사는 2024년 방콕 컨퍼런스에 이어 다섯 번째 행사로 진행되었고, 아프리카 21개국 67개의 회원 단체와 함께 임신중지 약을 이용한 안전한 임신중지를 지원하며 활동하고 있는 MAMA Network가 행사를 주관했습니다. 이번 행사는 전 세계 각국에서 900여 명의 참가자가 모여 역대급으로 큰 규모의 컨퍼런스로 진행되었습니다.  


셰어는 사무국 활동가들 모두가 이번 ARJC에 참여하기 위해 별도의 세션 신청서를 제출했으나 아쉽게도 선정되지 못하였고, 미국과 이스라엘이 일으킨 전쟁의 여파로 항공권 비용이 치솟아 나영 대표만 참석을 하게 되었습니다. 나영 대표는 한국, 태국, 인도네시아, 필리핀, 말레이시아의 단체들이 함께 아시아 지역 임신중지 상호지원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는 Miso Miso Network와 Women on Web, Abortion Data가 공동으로 진행하는 세션에 발표자로 참여했습니다. 


이번 ARJC는 <We Are The Revolution>이라는 타이틀로 진행되었습니다. ‘우리가 혁명이다’라는 이 강렬한 타이틀은 법과 제도의 변화만을 요구하고 기다리는 것을 넘어, 우리 스스로가 직접 혁명적인 변화를 만들어낸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번 컨퍼런스는 이 타이틀이 무색하지 않을 만큼 여러 세션에서 급진적인 실천과 새로운 시도의 사례들이 공유되었습니다. 


이번 컨퍼런스에서 주목했던 이야기들을 전합니다. 


임신중지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는 SMA(Self-Managed Abortion, 약을 이용한 자기 관리 임신중지)


이번 컨퍼런스에서 <We Are The Revolution>이라는 타이틀에 가장 직접적으로 연결된 주제는  SMA(Self-Managed Abortion, 약을 이용한 자기 관리 임신중지)를 확장해 나가고 있는 사례들이었습니다. SMA는 임신중지를 유도하는 약인 미페프리스톤과 미소프로스톨을 함께 복용하거나, 미소프로스톨만을 사용해서 임신을 종결할 때까지의 과정을 병원이 아닌 곳에서 스스로 진행하는 것을 말합니다. WHO는 충분한 정보와 안내를 받고, 제대로 된 성분과 용량의 약을 복용하며, 위험이 발생했을 때에는 언제든 연락하거나 찾아갈 수 있는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이 있는 환경이라면 누구나 안전하게 SMA를 할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많은 나라에서 임신중지가 처벌의 대상이고, 의료기관에 대한 접근성이 매우 낮으며, 의료인에 의한 거부나 신고, 통제가 심한 상황에서 SMA는 국가의 법·제도적 통제와 의료 권력을 넘어 서로에게  약을 전달하고 그 경험을 통해 직접 모두의 역량을 키워나갈 수 있는 운동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번 컨퍼런스에서는 아프리카의 MAMA Network, 인도네시아의 Samsara, 라틴아메리카와 카리브해 지역 15개국 12개 단체가 함께하는 Red Compañera 등 많은 단체들이 사례를 공유했고, 특히 Red Compañera는 의료인과 활동가가 함께 임신 2분기에 해당하는 12주 이후의 임신중지를 직접 동행해서 지원하는 사례를 공유해 주어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Women Help Women은 새로운 카드형 미소프로스톨 패키지를 개발했습니다. 알약이 아닌 카드 형태로 제작된 이 패키지는 서로에게 손쉽게 전달할 수 있고, 휴대할 수 있으며, 프라이버시가 보장된다는 점에서 SMA에 완전히 새로운 방향을 열어줄 것으로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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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A는 여전히 법적 처벌이 강하게 존재하는 여러 국가에서 법의 변화만을 기다리지 않고, 직접 변화를 만들어내는 실천입니다. SMA를 지원하기 위해서는 안전한 공간과 이동을 위한 교통편, 의약품, 그리고 이러한 자원을 마련하기 위한 비용이 꼭 필요한데, 이제 이 자원들을 마련하기 위한 상호지원 네트워크가 몇 개의 단체 차원을 넘어, 지역사회와 국가 간의 경계를 넘어 연결되고 있습니다. 또한 SMA를 지원하는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해 활동에 참여하는 활동가, 의료인, 성교육 강사, 다양한 자원활동가를 비롯한 지역사회의 구성원들이 함께 모여 지식을 나누고, 전략을 공유하며, 서로를 지원할 방법을 찾아냅니다. 이런 과정에서 새로운 돌봄 체계가 구축됩니다. 무엇보다 이 과정은  법·제도적, 의료적  제약으로 인해 임신중지에 접근하기 어려운 더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하는 임신중지와 이를 지원하는 경험을 통해 역량을 키우는 과정이 되어 직접적으로 접근성을 높이는 실천이 됩니다. 예전에 임신중지 지원을 받았던 사람들, 전문의 외의 조산사, 전문간호사, 간호사, 약사, 대체의학 전문가 등 다양한 의료인, 지역사회 커뮤니티 활동가 등 다양한 사람들이 운동의 주체로 참여하는 과정이 되기도 합니다. 


패널로 참여한 Women Help Women의 한 활동가는 

우리는 우리에게 주어진 의료 시스템이 썩어 문드러졌다는 것을 알면서도, 항상 기존의 의료 시스템을 강화하는 움직임에 동참해야 했다. 그러니 이제 차라리 우리만의 시스템을 갖는 편이 낫다. 임신중지에 대한 접근성을 확대한다는 것은 단순히 범위를 넓히는 것이 아니라, 가능성을 확장하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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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우화와 파시즘, 디지털 감시 검열에 대한 대응 


한편, 지난 몇 년 동안 세계 곳곳에서 강화되어 온 극우화와 파시즘, 디지털 감시·검열에 대응하기 위한 토론의 자리도 플레너리 세션을 포함한 여러 세션에서 진행되었습니다. 셰어가 함께한 Miso Miso Network와 Women on Web의 공동 세션도 디지털 감시·검열에 대한 대응을 주제로 진행되었습니다. 


Miso Miso Network 발표자로 참여한 태국 Tamtang의 활동가는 태국, 인도네시아, 필리핀, 말레이시아를 비롯한 서남아시아 지역 국가들의 법·제도 상황과 온라인에서의 검열 현황을 발표했고, 나영 대표는 한국과 일본의 상황을 중심으로 발표했습니다. 특히 한국의 경우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의해 Women on Web과 Women Help Women의 웹사이트가 차단된 상태이고 Women on Web이 행정소송까지 제기했으나 패소한 바가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문제의식을 공유했습니다. 


한국의 사례는 임신중지는 비범죄화 되었지만  의료 시스템은 전혀 정비하지 않고, 유산유도제 승인 또한 7년째 미루고 있는 상황에서 약에 대한 정확한 정보와 안전한 의약품을 전달할 수 있는 사이트를 차단함으로서 오히려 더욱 안전하지 않은 상황을 초래하고 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나영 대표는 이러한 상황이 특히 정보를 얻기 어렵고 의료기관에서도 보호자 동의 요구 등으로 인해 계속해서 거절을 당하는 청소년과 이주민, 난민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발표하였습니다. 또한 다국어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 Women on Web과 Women Help Women의 사이트 차단은 한국어로 된 정보를 접하거나 이해하기 어려운 이주민과 난민의 정보 접근성을 더 취약하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도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이를 돌파하기 위해 하고 있는 실천의 사례로 Miso Miso Network를 통해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태국, 필리핀 미등록 이주민을 지원한 사례, 포괄적 임신중지 지원을 위한 상담사·활동가 양성과정을 통해서 Women on Web과 Women Help Women을 통한 지원을 교육하고 있는 사례 등을 공유했습니다. 


한편, Women on Web과 Abortion Data는 이러한 디지털 검열과 감시, 차단에 맞서기 위해 ‘the A-Line Project’를 시작했습니다. Women on Web은 이 프로젝트를 통해  임신중지에 대한 정보 검열로 인해 삭제되거나 차단당한 계정의 복구를 포함해 다양한 검열 대응 활동을 하는 활동가들을 지원하고, 검열을 피해 정보를 제공할 온라인 기반을 만드는 데에 필요한 기술을 제공하며, 전 세계에서 디지털 검열로 차단당한 사례가 있으면 신고해서 함께 대응할 수 있는 포털을 운영합니다. 각 단체의 발표 후에는 소그룹으로 모여 각자의 사례와 현황을 나누는 시간이 진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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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우화에 대응하는 전략과 실천 사례에 대해서도 많은 토론이 오갔습니다. 지난 몇 년 간 세계 곳곳에서 정치적 영향력을 크게 미친 스페인 기반의 Citizen Go를 비롯해 국제 극우 네트워크의 영향은 컨퍼런스가 진행된 케냐를 비롯한 아프리카 지역 여러 국가에서도 겨우 이루어낸 제도적 진전을 후퇴시키고, 인권 침해를 심화하고, 운동의 자원을 크게 약화시켰습니다. 그러나 컨퍼런스의 발표자들은 극우화의 물결 속에서도 태국, 멕시코, 콜롬비아, 말라위, 한국 등 임신중지 비범죄화나 합법화의 확대가 이루어진 국가들이 있고, 보츠와나의 성소수자 처벌법 폐지, 르완다의 청소년 건강 접근권 확대, 뉴욕 맘다니 시장의 당선, 16년 동안 집권했던 헝가리 오르반 총리의 패배 등 변화가 꾸준히 진행되었다는 점에도 의의를 두었습니다. 일부 보수 단체들은 플랫폼에서 차단되거나 자금줄이 막히기도 했습니다. 컨퍼런스에서 한 발표자가 소개한 극우 대응 전략을 소개합니다. 


  • Discovery (발견): 반인권 극우 세력의 이름을 명확히 부르고, 그들의 행태를 폭로하여 수치심을 주기

  • Defund (자금 차단): 극우 세력의 자금 출처를 밝혀내고 그들을 지원하는 연결망을 끊어내기

  • Deplatform (플랫폼 박탈): 소셜 미디어 등에서 그들의 공간을 박탈하는 동시에, 우리의 플랫폼을 다시 구축하기

  • Dare to Dream, Disrupt, Defy (꿈꾸고, 전복하고, 저항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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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용을 넘어 함께하는 실천을 기획하고 실행하기


한편, 이번 컨퍼런스는 2024년 ARJC에 비해 퀴어, 장애, 이주, 성노동, 기후정의 등에 관련된 재생산정의 세션이 매우 적어서 아쉬웠습니다. 그럼에도 장애인이 함께 참여하는 운동의 기획을 통해 장애 정의에 관한 주제들을 재생산정의 운동으로 함께 엮어 나가는 운동을 어떻게 만들어나갈 수 있을지를 제안한 세션이 있어서 중요한 고민들을 나눌 수 있었습니다. 특히 이 세션에서는 장애인 자조 조직(OPDs, Organisations of Persons with Disabilities)과의 협력을 강조하며 운동의 초기 단계에서부터 여러 장애 유형을 아우르는 운동의 방식과 접근성을 기획할 것을 강조했습니다. 또한 접근성에서 잘 인식되지 않는 신경다양인, 정신장애인 등의 상황과 맥락을 반드시 인식틀에 포함하도록 제안했습니다. 이러한 조건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많은 비용이 들기 때문에 통역, 장소 대관, 자료 제작 등에 필요한 비용을 예산을 수립하는 단계에서부터 명시적으로 반영해야 한다는 점도 중요한 지점으로 짚었습니다. 


한편, 관련 연구를 진행하는 단계에서는 장애인의 성과 재생산 건강과 권리(SRHR)에 대한 연구 조사에서 가족이 실질적인 걸림돌이 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지적하고, 따라서 장애인의 SRHR에 관한 활동은 입법자나 의료제공자 등을 대상으로 하는 운동뿐만 아니라 가족과 지역사회 등을 대상으로 하는 전방위적 활동으로 확대되어야 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또한 장애인이 연구의 대상으로서 착취당하는 결과가 되지 않도록 일방적인 데이터 수집이 아닌, 연구 결과가 조사 대상 커뮤니티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상호 이익의 과정을 만들어야 한다는 점도 짚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과정에서 장애인이 직접 연구팀에 참여하여 당사자에게 필요한 조건을 함께 만들고 당사자의 이야기를 의미있게 짚을 수 있는 피드백 과정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후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임신중지와 임신, 출산, 피임 등 SRHR 전반의 영역에서 간과되는 당사자의 의사결정 권한과 관련하여, 장애운동에서 강조하고 있는 원칙은 ‘대리 의사결정(Substituted decision-making)이 아닌, 당사자가 지원을 받아 직접 결정하는 '의사결정 지원(Assisted decision-making)'임을 강조하고 이를 재생산정의 운동의 원칙으로서 반영할 것을 당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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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시오니즘에 맞서는 재생산정의


지난 몇 년 동안 재생산정의에 관한 여러 국제 컨퍼런스에서는 팔레스타인과 우크라이나, 수단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과 제노사이드에 대한 이야기가 다뤄지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 컨퍼런스의 플레너리 세션과 분과 세션에서는 수단의 상황에 대한 이야기가 좀 더 자세히 공유되었는데요, 수단 다르푸르에서는 2023년부터 내전 상황과 맞물려 비아랍인을 대상으로 한 대량 학살이 계속해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 대량학살의 과정에서 여성과 어린 소년들의 살해, 납치, 강간이 심각하게 자행되고 있고, 봉쇄로 인한 굶주림과 강제 결혼 등이 심각한 수준으로 벌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로 인해 여성과 소녀들의 자살, 성매개감염병(STI)의 확산, 원치 않는 임신 등의 고통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수단에서는 강간으로 인한 임신의 경우에도 의학적·형사적 보고서를 제출해야만 임신중지가 허용되기 때문에 임신중지가 매우 어렵고, 전쟁 상황과 사회적 낙인으로 인해 피임약도 구하기가 매우 어려운 현실입니다. 이에 더해, 병원, 물, 전기 인프라, 농장 등이 파괴되고, 생리대와 같은 기본적인 위생용품도 부족한 상황입니다. 수단의 상황을 발표한 Noon Feminist Movement 의 퀴어 페미니스트 활동가는 풀뿌리 공동체, 시민사회, 의료 제공자 등과 연대하여 임신중지 서비스, 의료비 지원, 안전한 이동 등을 지원하고 있다고 이야기하고, 군인들에게 뇌물을 주면서까지 카이로에서 전쟁 위험 지역으로 5,000개의 재사용 가능한 생리대를 전달하는 등 위험을 감수하며 활동하고 있는 사례를 소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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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데이터 수집을 통한 디지털 검열에 대한 한 세션에서는 스스로를 시오니스트라고 밝힌 마라 클라크 Mara K. Clarke라는 발표자가 패널로 선정되어 컨퍼런스 기간 중에 이에 대한 항의 액션이 조직되기도 했습니다. 셰어 나영 대표도 점심시간 중에 진행되었던 ‘시오니스트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모임 Anti-Zionist Meet-up’에서 이 소식을 듣고 함께 액션에 참여했습니다. 항의 액션은 원래 다음 날 마라의 발표가 예정되어 있는 세션에서 발언을 막는 것이었는데, 다음 날 아침에 그녀의 이름이 패널 명단에서 사라져서 클로징 플레너리에서 항의액션을 진행하는 것으로 액션 계획이 변경되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날 오후 클로징 플레너리의 첫번째 공연 후에 곳곳에 앉아 있던 활동가들이 일어나 “시오니스트인 마라 클라크가 패널로 선정되어 있다가 아무런 말도 없이 사라졌다, 우리는 주최측에서 이에 대해 알리고 해명할 것을 요구한다. 시오니즘은 재생산 정의와 함께 갈 수 없다!”고 외쳤습니다. 이후 예정했던 프로그램이 잠시 중단되고 항의 액션을 제안한 활동가들이 무대에 서서 문제의식을 말할 수 있었습니다.


마라 클라크는 그간 여러 차례 자신이 시오니스트임을 밝히고, 시오니스트라는 이유로 유대인을 배제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를 해왔습니다. 그리고 작년 6월에는 “시오니즘은 단순히 유대 민족이 조상의 땅 일부에서 자결권을 행사할 권리가 있다는 믿음을 의미한다. 이는 팔레스타인인의 자결권에 대한 열망과 충돌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단체 Jews in Repro의 게시물을 공유했습니다. 이러한 입장의 자유주의 시오니스트들은 시오니즘은 유대인이 이스라엘이라는 국가를 통해 자결권을 가지고 자신들의 땅에서 팔레스타인들 및 여러 민족과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다는 믿음일 뿐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리고 ‘평화’를 위해 하마스나 헤즈볼라에 반대하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전쟁을 중단하자고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시오니즘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반 유대주의 혐오발언으로 간주하는 것으로 연결되기도 합니다.
이러한 입장에서 보면 지금의 상황은 단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끝없는 영토 분쟁의 결과이고 재생산정의 입장에서 문제가 되는 건 주로 전쟁으로 인해 임신, 출산 과정 중에 사망하거나 구금당하는 여성들, 죽고 굶주리는 어린이들의 숫자로서 다뤄지며, 이것은 전쟁과 점령의 부수적 결과로서 여겨집니다. 그러나 시오니즘, 즉 ‘유대인이 자기 조상의 땅에서 자결권을 행사할 권리가 있다는 믿음’은 그런 단순한 문제가 아니며, 바로 그 믿음에 근거하여 팔레스타인인에 대한 대량학살과 정착민 식민주의가 나크바 이후 78년 동안 계속되어 온 것입니다.


재생산정의 운동은 단지 여성들이 임신, 출산을 자신의 의사에 따라 결정할 권리에 관한 문제를 다루는 것이 아니고, 그 결정이 어떤 구조에서 가로막히거나 처벌당하거나 강요당하는지를 질문하는 운동입니다. 그 구조에는 생명의 가치를 가르고, 한 집단, 공동체, 존재의 삶의 조건을 좌우하는 자본주의, 식민주의, 제국주의의 의지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어떤 생명을, 어떤 집단을 계속해서 살아가게 할 것인지, 죽게 내버려둘 것인지, 살려두되 살기 힘들게 하거나 통제를 가할 것인지를 결정하고 추동해 온 구조가 재생산 부정의의 근간에 있는 것입니다. 시오니즘은 그들이 ‘선조의 땅’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바로 그 ‘믿음’을 유일한 근거로 그곳에서 살아온 이들을 학살하고 그 땅을 점령하는 것을 넘어, 그 땅을 온전히 자신들의 것으로 하기 위해 그곳에 살고 있던 모든 존재들의 식생과 삶의 양식을 송두리째 뒤바꿔온 개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팔레스타인 여성과 아이들의 죽음은 단지 전쟁 상황에서 벌어지는 게 아니라, 그 자체로 팔레스타인 민족 공동체 자체를 뿌리뽑기 위한 계속되는 기획과 적극적인 점령 정책 속에서 이어져 온 제노사이드 프로젝트인 것입니다.
이 액션을 제안하고 항의 행동을 통해 마지막 무대에서 발언을 한 활동가들은 “시오니즘을 자신의 입장으로 주장하는 사람은 재생산정의를 말하는 자리의 어디에서든 편하게 발언할 수 없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하고, 시오니즘을 이야기하면서 디지털 감시와 검열 세션의 발표자로 참석하려 했던 마라 클라크에 대해서 “나의 동생, 조카, 삼촌, 고모는 그들의 땅에서 실질적인 감시를 당하고 있다!”고 외쳤습니다. 


셰어에서는 이번 컨퍼런스에서 공유하고 배운 것들을 우리의 운동을 통해서 다시 반영해 나갈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심각한 법적 제약과 처벌, 극우화, 전쟁, 제노사이드의 폭력이 존재하는 현장에서부터 비범죄화 이후의 실질적 접근성의 공백을 오랜 시간 헤쳐나가고 있는 현장까지, 상황과 맥락은 다르지만, 그 모든 곳에서 우리는 법과 제도, 의료현실의 한계를 뚫고 서로에게 필요한 것을 전달하고 서로를 교육하고 조직하면서 권력의 방향을 바꾸며 직접 변화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모든 변화는 더디더라도 분명히 새겨진 길을 만든다는 믿음으로 셰어도 이번 컨퍼런스를 계기로 삼아 또 변화를 위한 운동을 계속해 나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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