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보고[후기] 이화여자대학교 아시아여성학센터 국제학술대회 세션 참여

2026-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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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어는 7월 9일부터 11일까지 이화여자대학교 아시아여성학센터 주최로 열린 국제학술대회에 참여했습니다. 셰어가 준비한 세션은 <비범죄화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접근성 장벽과 되돌아오는 처벌 위험 When decriminalization is not enough: Access barriers and the return of punitive risk>을 주제로 11일 토요일 오후 12시부터 1시간 반 동안 진행되었어요. 


진행은 이유림 기획운영위원이 맡았고, 먼저 나영 대표가 ‘비범죄화 이후, 사법적 결정의 한계와 패러다임 전환의 필요성’을 주제로 세션의 문제의식을 나누는 발표를 진행했습니다. 나영 대표는 먼저 합법화와 비범죄화의 차이와 한계를 짚고, 현재 국제적인 운동의 방향은 임신중지와 관련된 모든 행위에 ‘낙태죄’를 포함하여 어떠한 형사 처벌도 하지 않는 전면 비범죄화로 가고 있다는 점을 소개했습니다. 그러나 한국처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사법적 조치를 통한 비범죄화가 이루어졌을 뿐, 정부와 보건의료 영역에서는 범죄화를 통해 통제하려는 인식과 관행에 전혀 변화가 없는 경우 결국은 사회경제적으로 가장 취약한 이들에게 다른 형태의 처벌과 범죄화 효과가 되돌아온다는 점을 짚었습니다. 소위 ‘36주 임신중지 사건’으로 알려진 권00 씨의 사례는 사회경제적 어려움과 건강상의 문제로 임신 후기에 이르게 된 당사자가 임신중지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을 때, 사회적 지원 체계와 보건의료 체계, 안전한 임상 가이드가 전혀 마련되어 있지 않은 현실이 어떻게 당사자를 법적 위험으로 몰아가게 되는지를 보여준 사건이었습니다. 나영 대표는 ‘살인죄’로 1심에서 유지 판결을 받았던 이 사건의 맥락과 함께 임신중지를 시도했으나 결국  영아살해에 이르러 유죄 판결을 받게 된 사건들, 셰어에서 지원하고 있는 청소년, 이주민/난민의 상황을 검토하면서 임신중지를 단절적인 사건으로 다루는 패러다임을 전면적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결국 ‘낙태죄’의 폐지 이후에도 당사자의 위기를 지속시키고 다시 처벌의 위험으로 몰아가는 구조는 성관계에서 출산, 양육에 이르기까지의 연속된 시간속에서 당사자가 처해 있는 불평등과 부정의에 있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재생산정의를 위한 구체적인 과제로 먼저 현재의 보건의료 시스템이 야기하는 안전한 임신중지의 장벽에 대한 실태조사와 함께 청소년, 이주민/난민, 장애인, 성소수자 등 사회적 소수자와 취약계층이 마주하는 불평등과 접근성 제약의 실태, 이러한 장벽이 당사자에게 미치는 임신중지 전후의 상황에 대한 조사와 연구 필요가 필요하다는 점을 짚었습니다. 그리고 ‘위기 지원이 아닌 권리 보장’의 시스템으로 가기 위한 과제로서 ▶ 향후 법 개정에서 청소년, 장애인 등에 대한 제3자 동행 요구, 대리 결정을 권리 침해의 요건으로 명시할 것 ▶ 이주민/난민의 정주할 권리와 이주할 권리의 온전한 보장 ▶ 당사자의 필요에 맞는 정보 제공, 통번역, 활동보조, 지원을 위한 기가와 인프라의 보급과 보장 ▶ 경제적 지원과 폭력 피해 지원, 주거, 노동에 관한 연계 지원 체계 구축 ▶ 보건의료 시스템의 구축과 함께 커뮤니티, 지역사회의 상호 지원 역량 구축 ▶ 유산유도제 도입, 건강보험 전면 적용, 보건의료인 교육과 연수, 임상가이드 및 상담가이드 배포, 보건의료 연계 시스템 구축 ▶ 커뮤니티와 지역사회에서 보건의료인과 함께 SMA를 지원할 수 있는 역량 구축 등을 이야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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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공혜원 사무국장이 2025년 하반기부터 셰어의 임신중지 지원사업을 통해 만났던 청소년과 이주민/난민의 사례를 들어 실질적인 장벽을 이야기했습니다. 셰어에 연락하는 청소년 내담자 중 대부분이 보호자의 동의와 동행을 요구하지 않는 의료기관을 찾기 위해서라는 점, 그 결과 법적 근거도 없는 절차가 의료현장에서 청소년에게 안내되면서 시기를 지연시키고 안전하게 임신중지할 권리를 침해하는 가장 큰 장벽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점을 짚었습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수도권 외 지역에 거주하는 청소년들의 경우에는 그나마 산부인과 자체가 매우 적고 그 중에서도 임신중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병원, 임신 초기 이후의 임신중지를 진행하는 병원은 더욱 드물어서 결국 수도권에 있는 의료기관을 방문해야 합니다. 그런데 통제가 심한 가족과 함께 살거나, 기숙학교에 재학 중이거나, 학원에 다니거나, 아르바이트를 해야 하는 등 청소년에게는 타 지역으로 자유롭게 이동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죠. 건강보험이 부모의 피부양자로 등록되어 있어 기록을 남기지 않기 위해 비보험으로 진행하게 된다는 점도 중요한 장벽입니다. 그 밖에도 경제 상황, 주거 상황, 가족과의 관계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이러한 장벽 때문에 임신 초기에 임시중지를 하지 못하면 더 큰 어려움에 처하게 되죠. 공혜원 사무국장은 그럼에도 현재 보건복지부가 운영하는 위기임신 및 보호출산 지원센터의 1308 핫라인은 실질적인 정보와 연계를 하지 않아 청소년에게 다시 위험과 부담을 전가하고 있다는 점을 중요한 문제로 지적했습니다. 

한편, 이주민/난민의 경우 본인이 주로 사용하는 언어로 피임, 임신, 임신중지, 출산과 양육 등 성·재생산 건강에 관한 정보를 찾기 어려운 상황에서 자신의 건강과 재생산에 관한 결정이 체류 자격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지에 대한 불안이 함께 존재합니다. 공혜원 사무국장은 많은 미등록 이주민과 난민이 의료기관 방문 자체를 단속이나 강제추방의 위험으로 인식하는 경우도 있으며, 이러한 상황으로 인해 이주민, 난민에게 임신과 임신중지는 의료 접근권의 문제를 넘어 생존의 문제로 직결된다는 사실을 중요한 문제로 강조했습니다. 또한 의료기관에서 이주민/난민에게도 남편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고 안내한다거나, 소통이 어려워 진료를 거부하는 경우, 통역을 부탁할 수 있는 지인이 임신 사실이나 임신중지 사실을 알리기 어려운 본국 커뮤니티의 사람이거나 고용주 등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람인 경우 등의 상황 또한 중요한 접근성 장벽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이야기했습니다. 한편, 2024년 셰어가 지원한 한 난민신청자 내담자는 의료지원사업의 지원 대상이었음에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임신중지는 개인의 선택이며 긴급 의료비 지원 대상이 아니다"라는 이유로 지원이 반려되었던 경우도 있었습니다. 공혜원 사무국장은 이런 사례들을 구체적으로 짚으며 청소년, 이주민/난민 등 임신중지 서비스 이전에 이미 사회적 권리가 보장되지 않는 이들에게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별도의 공적 지원 체계가 하루빨리 마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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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에브리바디 플레져랩의 타리 팀장은 이주민/난민에게 임신중지가 여전히 범죄화의 효과를 가지는 이유는 단지 보건의료 기관에 대한 접근성이나 임신중지와 관련된 제도의 공백 때문이 아니라, 이주민과 난민의 생산과 재생산을 수단으로 삼는 구조 속에 재생산 부정의가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점을 짚었습니다. 한국은 결혼이주와 노동이주를 정책적으로 제도화하면서, 세분화된 체류자격을 통해 언제든 필요한 생산/재생산 노동에 필요한만큼 이주 노동을 활용하고 다시 내보낼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고, 이주민은 ‘다문화가족’이라는 틀을 통한  동화주의의 전제 하에서 재생산이 통제되었습니다. 타리 팀장은 이와 함께 인종, 장애, 성별, 빈곤, 질병 등을 기준으로 부적절한 생명을 관리하고 통제하기 위해 가족계획, 시설 수용, 국경 관리 시스템 등을 작동해 온 것이 우생학과 연결되어 있음을 짚었습니다. 타리 팀장은 국가 권력이 어떤 외국인을 얼마나 들이고, 어떤 인력으로 활용할 것인지의 문제는 언제나 국가의 필요에 의해 상황적이고 임의적으로 정당화 되어 왔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이러한 과정이 ‘정상적 존재’와 ‘위협적 존재’를 가르면서 우생학적 가치와 공명하면서 인종차별적 통제를 정당화해 왔다고 설명했습니다. 한편, 임신중지와 관련된 정책 논의에서는 이주민과 난민이 아예 고려되지 않고 있는 점, 고용주와의 관계를 유지하거나 파트너와 같은 지역과 일터에서 일하기 위해서는 차라리 미등록 신분이 되어야 하는 상황, 체류자격이 불안정한 상태에서 임신과 출산을 하는 것이 출국을 유예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준다는 점을 짚으며 결국 이러한 과정에서 신분과 체류 문제는 재생산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을 수밖에 없다는 문제를 중요하게 이야기했습니다. 현재 한국 사회에 2만~4만여 명으로 추정되는 출생 미등록 이주민 자녀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이러한 현실이 아동에게까지 체류 불안정과 범죄화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타리 팀장은 “임신중지 비범죄화의 효과가 이주민/난민에게 작동하려면 이주민과 난민에게도 임신중지가 인간의 삶에서 벌어지는 사건이 되어야 하고,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이들이 ‘인간’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주민/난민의 임신중지 권리를 요구하고, 재생산 정의를 실현해나가는 과정은 시설폐쇄 운동, 우생학에 기반한 국경관리와 인구정책에 대한 도전, 미등록 이주민의 체류권과 정주할 권리를 요구하는 것과 연결되며, 이는 한국사회의 총체적인 재생산 상황을 진단하고 변화의 방향을 모색하는 중요한 매개가 될 수 있다고 이야기하며 발표를 마무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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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학술대회 세션은 임신중지 비범죄화 이후 셰어가 현장에서 확인한 실질적인 문제들을 바탕으로, 재생산정의의 방향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논의 지점을 나누는 자리였다는 점에서 매우 소중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함께 참여해주신 분들과 나눈 토론도 잘 기록해서 앞으로 현장에서 또  실천해 나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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