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보고[후기] 셰어X한농퀴 2024년 <무엇이든 물어보셰어> “월경 건강”편

2024-08-05



지난 7월 24일, 3차 <무엇이든 물어보셰어> “월경 건강”편을 진행했습니다. 이번에는 월경과 관련된 증상과 경험을 나누기 위해 다양한 사연자들이 모였어요. 혜원 사무국장, 나영 대표, 박슬기 산부인과 전문의가 함께 공동진행을 맡았고, 진영 한국농인LGBT 활동가가 수어 통역을 했습니다.



나영님은 40대에 들어서면서부터 시작된 월경 불순으로 인해 겪은 스트레스와 병원 경험으로 이야기를 열었습니다. 일에 집중하다가 월경과다로 흘린 피 때문에 겪은 에피소드와 느꼈던 감정, 증상이 악화될 때마다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그때그때 상황에 대처했던 경험을 나눠주셨습니다. “월경 과다 증상의 원인을 찾으면 뭔가 치료법이 나올 수 있을 거라 생각을 했는데 명확하게 원인을 알 수가 없고”, “딱히 명쾌한 방법이 없는 것” 같아서 느꼈던 답답함도 토로했습니다. 치료법 중 하나인 미레나(Mirena)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지만 몇 년 후면 완경이 될텐데 하는 생각이 있었고,  검색했을 때 사람들이 올려놓은 후기가 대부분 부작용에 대한 내용들이라 선뜻 마음이 내키지 않았었다고 해요. 하지만 증상이 반복되면서 고민 끝에 올해 미레나를 한 지 3개월 정도 되었는데, 처음에는 출혈이 불규칙하게 있다가 3주 전부터는 완전히 편안한 상태가 되었다고요. 하지만 부작용은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누군가 확답을 주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완경에 가깝지만 그럼에도 월경을 계속 하고 있는 연령대의 사람들이 느낄 수 있는 증상과 어려움에 대해 사회적으로 더 이야기되길 바란다는 의견을 덧붙였습니다.



박슬기님은 산부인과 의사라는 위치에서 발언할 때 생기는 의료 권력에 대한 고민으로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각각의 몸이 내 건데 언제나 누구에게 허락을 맡고 설명을 듣고 이래도 되는지 묻는 권력이 나에게 없다”는 스스로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으면서, 넘쳐나는 정보들 속에서 보다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권리와 ‘매일매일 내가 선택하고 영유’하는 내 몸은 각기 ‘단일한 경험’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의 간극을 이야기하셨어요. 월경 건강에 대해 두려움을 유발하는 정보들이 이토록 넘쳐나는 현상은 “월경이라는 경험이 내 일상을 위협할 정도”가 되어도 내가 “삶을 살아가는 데 어떤 선택을 하고 싶다”라는 결심보다 월경 자체가 ‘계속 참고 견디고 두려워하는’ 경험이자 공포로 작동되는 방식과 뗄 수 없습니다. 


혜원님은 이어서 매달 심한 월경통을 경험하면서 병원에 많은 비용을 쓰게 되는데도 불구하고, 예측할 수 없는 출혈에 대한 두려움이 더 크기 때문에 미레나와 같은 치료가 망설여지게 된다고 하였습니다. 더불어 월경통과 생리전증후군에 대한 다른 사연들을 소개해 주었는데요, 피임약과 미레나에 대한 질문이 많이 있었습니다. 


한 사연자는 “생리전 우울하거나 히스테릭하고 짜증이 있었는데 피임약 복용 후 사라져서 정말 살 것 같다, 하지만 언제까지 이렇게 먹을 수 없으니 다른 방법으로 바꿔야 하는지, 피임약 장기 복용이 정말로 건강에 나쁜지”를 궁금해 하셨습니다. 이에 대해 슬기님은 “현재 불편함이 없다”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그냥 건강에 안 좋을 것이라는 ‘막연한 공포’가 힘이 더 센 것이 문제라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슬기님은 이와 비슷한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부작용이라는 것은 몸에 나쁜 작용이라는 것이 아니라 부수적인 작용이고, 기대하지 않았는데 약을 먹고 나타난 기대하지 않은 효과가 부작용이라고 한다고 이야기 하셨습니다. 중요한 건 내 몸의 상태를 정확하게 알고, 약의 용량과 복용법을 지켜서 먹으면 충분하게 좋은 약이며, 나한테 안 맞는 증상이 있으면 또 다른 약으로 바꾸어 볼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피임약을 포함해서 유독 여성들이 먹는 약과 치료에는 이런 두려움과 공포의 이미지가 강한데, 여성을 위해 만든 약이나 치료인데도 불구하고 그건 “여자 몸에 안 좋을 것 같다”는 말을 그 예시로 들었습니다. “안전하게 확인된 범주에서 치료 적용이 잘 되고 있다면 공포를 가질 필요가 없다”, “문제가 발생하면 그것에 대해 그 다음 문제를 해결하면 된다”, 그리고 “구체적으로 그 상황에 대해 내가 할 수 있는 선택을 찾아가도록” 하였습니다. 나영님은 이 치료들이 월경을 조절하는 목적보다 피임약, 피임 도구라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에 임신할 일이 없거나, 임신을 그만두고 싶거나, 이렇게 하면 임신이 완전히 안될 것으로 생각되거나 하는 인식이 여기에 많이 붙어 있는 것 같다고 하였습니다. 



이야기가 나온 김에 미레나, 임플라논과 같은 기구들의 실물을 직접 보고 만져보면서 어떤 성분으로 되어 있고, 어떻게 몸에 작용하게 되는지, 기구를 체내에 삽입하고 제거하는 과정, 각각 있을 수 있는 부작용의 사례들을 슬기님에게 들었습니다. 부작용에 대한 이야기가 부풀려져 ‘괴담’으로 돌기도 하는 반면, 무월경을 꿈꾸는 사람들에게는 미레나에 대한 ‘환상’도 있는데, 이런 선택들이 사람마다 다른 경험과 효과를 가진다는 것을 이해하면서 “나의 몸을 감각하고 직접 경험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였습니다.   


다음 주제로는 월경하는 몸과의 불화에 관련한 사연들이 소개되었습니다. 혜원님은 월경 중에 ‘내가 월경하는 몸이라는 것을 최대한 안 느낄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해 내고, 약간 뇌를 빼버리는 식으로 월경과 단절하려고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논바이너리 트랜스젠더로 정체화한 한 참여자는 월경에 대한 디스포리아와 매달 월경통, 월경용품 사용 등으로 인한 불편감, 통증 때문에 월경 중단을 원하고 있다고 미리 사연을 주셨습니다. “월경을 하는 나의 몸과의 불화, 월경 자체에 대한 불화, 매달 피를 봐야 되고 통증을 느끼고 어떤 신체적인 감각으로 느껴지는 그것 자체에 대한 거부감”과 같은 불편감을 어릴 때부터 계속 느끼고 있고, 다양한 월경용품에 대한 후기들을 들어도 이제 난 월경과 관련된 아무 것도 관련되고 싶지 않고, 내 한달에서 그냥 없는 며칠이야 그 정도의 느낌으로 오랜 시간에 걸쳐 생각하게 되었다고 하였어요. 또 젠더퀴어 혹은 시스젠더는 아닌 정도로 정체화한 다른 참여자는 월경통 그 자체 보다 월경으로 인한 젠더통이…세게 느껴진다면서, “제가 느끼는 월경과의 불화를 정말 잘 얘기하고 싶은데, 어떻게 말하면 좋을지, 말해도 되는지”에 대한 고민을 사연으로 미리 보내주셨습니다. 혜원님의 ‘정말 뇌를 뺀다는 느낌’으로 사는 게 어떤 느낌인지에 공감하면서, 월경 기간만 잘 버티면 증상이 사라지니까 여기에서 더 실행을 하는 것까지는 가지 않게 되는 상황이 거슬러 올라가면 자신의 젠더 정체성과도 연결되는 이야기라고 하셨습니다. 


박슬기님은 “내 인생에서 없는 며칠이라는 부분”이라는 말에서 우리한테 가장 중요한 건 일상인데 그냥 오늘의 나, 오늘의 내가 살아가는 것, 그런데 그 나의 하루를 나의 몸 때문에 내가 없는 셈쳐야 된다, 그 순간 내가 사라져야 된다면, 정체성을 떠나 월경 경험, 나의 몸에서 일어나는 내 경험이 나를 삭제하게 만드는 것을 어떻게 이야기해야 될까에 대해 질문하셨습니다. 두려움과 환상은 어쩌면 하나일 수 있는데, 우리에게 마법 같은 일이 일어나지는 않지만 선택하는 것에는 언제나 그 다음, 그 다음에 또 결과들이 있고, 그것들을 알고 내가 그래도 한번 해보겠다고 선택을 하고, 이후에 그 다음을 또 해결해 갈 수 있는지를 도와주는 게 진료실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라고 하였습니다.  



무월경과 호르몬에 대한 이야기가 세번째 주제였는데요. 무월경이 2년 이상 된 적도 있는데, 오히려 편해서 병원에 가지 않게 되는 분의 사연이 있었습니다. 참여자 중에도 비슷한 경험을 한 분이 계셨는데, 3개월 되니까 가방에서 생리대가 사라지고, 6개월 쯤 부터는 아예 생리 자체를 잊게 되어서 너무 편했다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병원에 가니 “다낭성 끼가 있다”면서 피임약을 처방해 줬는데, 약 먹으면 생리를 하고 안 먹으면 안하니까 그냥 먹지 않게 되었다고 하였습니다. 


박슬기님은 먼저 진단 기준이라는 의료계의 합의된 영역과 만약 의사가 어떤 진단을 내린다면 그에 대한 치료를 시작해야 하는 책임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그래서 “다낭성 끼”와 같은 모호한 말들이 몸에 대한 정확한 정보과 할 수 있는 선택들을 빼앗아간다고 하였습니다. 또한 “‘여성의 몸 =자궁'이라는 연결고리를 끊으려고 노력”하는데, 자궁이 없어도 갱년기와 같은 호르몬의 변화는 별개인데 치료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주변에서 자궁은 절대 수술하지 못하게 하는 상황을 하나의 사례로 짚었습니다. 더불어 몸의 여러 장소에서 다양한 역할을 하는 호르몬, 특히 뇌-난소-자궁으로 이어지는 구조에서 발생하는 월경 주기를 정교하게 작동하는 시계태엽에 비유해서 설명해 주셨습니다. “갱년기를 생각해보면 거꾸로 호르몬이 지금까지 어떤 일들을 해왔는지” 알 수 있는데, 단순히 재생산의 목적만이 아니라 전반적으로 내 몸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역할들을 하고 있다는 것도요. 


참여자 한 분은 “트랜지션 과정에서 호르몬이 몸과 마음에 미치는 효과와 영향”에서도 이런 배움을 얻을 수 있었고, “트랜지션에 대한 지식이 단순히 트랜스젠더 환자를 위한 특정한 지식이 아니라 우리 몸을 새롭게 이해하는 지식으로 재구성되면 좋겠다”는 바람도 덧붙였습니다. 

나영님도 학교, 병원을 포함해서 어디서든 에스트로겐, 프로게스테론을 생식 호르몬이라고 배우고 생식에 작용하는 역할만을 강조하는 까닭에 호르몬의 다양한 역할들에 대해 배울 기회가 매우 적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런 맥락에서 보면 매달 규칙적인 월경을 하는 것은 나의 한달을 되돌아볼 수 있는 ‘건강의 지표’이자 ‘기회’이기도 하다는 것도 함께 이야기되었습니다. 


이외에도 박슬기님은 월경이 없으면 단순히 갱년기 혹은 조기폐경만 걱정하거나, 빈혈을 소위 여성성과 연관짓거나 아니면 치료하지 않아도 된다고 치부하는 사례들을 들어 월경과 건강이라는 측면에서 다시 바라볼 수 있도록 해주셨습니다. 한편으로 월경 경험을 어떤 특정한 진단명으로 설명할 때 정당성이 인정되고 오히려 안심하는 경향이 있는 것에 대한 우려가 있습니다. 어떤 증상이 있을 때 “진단명을 알아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어떻게 치료를 할 것인지”가 더 중요한데, 월경과다로 인한 빈혈에 대해 원인을 알 수 없다고 치료를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 아니듯, 병원에서 하는 검사는 적절한 치료 방법을 탐색하기 위한 최소한의 절차라는 것을 되새길 필요가 있습니다. 


이번 “월경 건강” 편은 역대급으로 2시간 40분이라는 긴 시간동안 이야기가 이어졌고, 마침내 참여자들이 소감 및 의견을 나누면서 자리를 마감했습니다. 월경과의 불화를 겪고 있던 사람들이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가 되어 좋았다는 소감, 이 자리에서 못다한 이야기들을 우리의 권리로서 말할 수 있는 자리가 계속되기를 희망한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월경에 대한 이해를 우리의 몸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로 넓히면 교육 및 노동 환경에서도 월경용품이나 생리휴가 같은 논의를 넘어 월경 건강에 대한 새로운 지표를 만들 수 있고 더 확장된 방식으로 논의를 만들어 갈 수 있겠다는 다짐도 함께 하였습니다.


✨무엇이든 물어보셰어 <월경 건강>편에서 나눈 이야기들은 이후 한국어/수어 정보 컨텐츠로 제작될 예정입니다. 제작될 컨텐츠와 더불어 앞으로 매달 이어질 무엇이든 물어보셰어에도 많은 관심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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