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보고[후기] 성평등·성교육 도서에 대한 열람제한 및 폐기 사태 대응 토론회 <성평등, 평등하고 자유롭게 배울 권리>

2024-09-05

8월 28일, 성평등/성교육 도서에 대한 열람제한 및 폐기 사태 대응 토론회가 열렸습니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와 경기시민사회단체연대회, 전교조 경기지부, 충남차별금지법제정연대가 함께 주최한 이번 토론회에서는 2023년부터 본격화된 공공도서관 도서 퇴출 사건의 경과와 의미를 공유하고, 대응방법을 모색하기 위한 자리였습니다. 자료집 다운받기


이 사태는 일부 보수 종교기반 학부모단체의 공공도서관에 대한 공격을 시작으로, 충남도지사의 ‘나다움 어린이책 선정도서’ 7종에 대한 열람제한 조치, 경기도 교육청의 압박으로 인해 경기도 내 도서관과 학교에서 2,528권의 성평등/성교육 책 폐기로 이어집니다. 보수단체는 간행물윤리위원회를 통해서 일괄적인 ‘청소년유해간행물' 지정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발제는 박효진 님(초등교사, 전교조경기지부 부지부장, 여성위원장)이 ‘성평등/성교육 도서 퇴출 사태로 본 국가의 역할과 책임’이라는 주제로 초등학교 교사가 전하는 현장의 목소리와 국가 책임에 대한 요구를 정리하였습니다. 


셰어에서는 타리(에브리바디 플레져랩 팀장)가 ‘성평등 교육과 포괄적 성교육의 의미’를 주제로 발제하였습니다. 타리는 포괄적 성교육이라는 운동의 지향과 내용에 대해서 운동사회, 시민사회, 교육계 안에서 얼마나 합의하고 실천하고 있는가 점검을 통해 우리의 공통인식을 늘리고 성평등/성교육 퇴행에 맞설 수 있는 우리의 역량을 다지자고 제안하였습니다. 



정원옥 님(문화연대 집행위원)은 ‘지적자유, 표현의 자유 확장을 위한 과제: 성평등/성교육 도서 검열 사태를 중심으로’ 라는 제목으로 ‘금서 민원'과 검열의 제도화가 혐오와 차별의 제도화로 이어진다는 주장을 담았습니다. 이 검열은 좌편향 왜곡도서에서 음란/유해 도서로 옮겨온 맥락을 짚으면서 결국에는 국가에 대항하여 표현의 자유와 지적 자유 보장을 위한 노력이 필요함을 역설했습니다. 


2부 토론을 통해 충남차제연 정규진 님과 인천차제연 기선 님이 일련의 성평등/성교육 도서에 대한 퇴출 사태에 대응하는 지역 단위의 활동과 문제의식을 구체적으로 공유하였고, 이혜선 님이 대전광역시인권센터가 정치적 보수화로 인해서 결국 운영종료되는 과정을 통해 혐오와 차별의 제도화 양상을 짚었으며, 이선영 님은 사서교사의 입장에서 보는 이번 사태의 문제점을 지적하였습니다. 



발제와 토론을 마치고 플로어에서 발제자와 청중 사이에 오간 질문과 의견을 바탕으로 중요한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도서 검열 사태의 흐름을 이해하면서 좌편향이었던 검열 대상이 이제 섹슈얼리티로 옮겨오게 된 과정을 볼 수 있었고, 국가의 검열 제도를 제대로 청산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과제를 공유했습니다. 또한 아동에게 유해하다는 프레임이 하고자 하는 것은 결국 사회에게 불온하고, 국가가 유해하다고 지목한 것을 ‘국민’으로서 행해서는 안된다는 금지입니다. 아동은 국민에게 금지되는 규율이 교육기관을 통해 명시적으로 적용되는 대상이라는 점에서 쉽게 동원됩니다. ‘아동보호’ 담론이 지배 규율을 매기기 위해서 활용되지 않는지 비판적으로 보지 않는다면 아동인권을 무시하는 결과를 낳을 수밖에 없습니다. 


구체적이고 과학적인 성교육은 아동에게 유해한가, 항문섹스를 아동이 배우는 것은 유해한가라는 질문은 다시한번 성평등 가치가 불온하고, 그것을 아동에게 교육하는 것이 ‘좌파' 혹은 ‘동성애자'를 만든다는 프로파간다로 드러나고 있다는 점에서 대항 프레임을 짤때 이러한 논리를 반복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다시한번 2011년 “엄마, 오늘 학교에서 항문성교 배웠어요~~”라고 쓰여진 혐오세력의 피켓을 떠올립니다. 그 당시에는 그 피켓의 문구 자체가 혐오 표현으로 읽혔지만, 이제는 이 문구가 상식으로 받아들여 질 사회를 바랍니다. (물론 ‘엄마' 자리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들어가면 좋겠네요.) 집니다. 이 상식을 오히려 유해한 것으로 만들고, 시민들의 생각과 행동을 통제하려고 하는 검열에 함께 맞서기 위해서 대항하는 사람들의 주장이 무엇인지 더 많이 확인하고 합의의 기반을 늘려가는 활동이 절실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포괄적 성교육에 대해서 이야기하거나, 성적 즐거움을 중심에 놓고 성교육 활동을 하고 있다고 하면 자주 돌아오는 질문들, “아동청소년에게 성적 즐거움을 가르쳐도 되나요" “아동청소년에게 성행위를 권장하는 것 아닌가요" “위험과 예방을 충분히 가르친 다음 나중에 즐거움에 대해서 배우는게 좋지 않을까요" 등입니다. 셰어는 이러한 고민을 하는 사람을 만났을때 위험 예방과 즐거움을 찾는 것이 전혀 다른 방법이라고 여기는 오해 혹은 신화에 대해서 고민해왔습니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의사를 알아차리고 결정하고, 상대방과 소통하고 협상하는 과정에서도 위험 예방에 대한 것과 즐거움을 찾아나가는 것이 분리되어있는 것처럼 사고합니다. 이 또한 오해 혹은 신화입니다. 결국 이러한 분리가 가능하다고 여기는 것은 스스로 결정해서 성행위를 해나가는 것이 부적절하며, 성행위를 제안할때 거절하는 것만이 자기결정권이라고 믿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분리를 통해서는 섹슈얼리티에 대한 이해도, 자신의 정체성과 욕망에 대한 긍정도, 자신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성적 실천을 준비하고 실행할 것인가에 대한 계획도 하기 어려워집니다. 사람마다 경험하고 질문하는 내용은 다양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이것은 각자가 살아가는 삶의 조건을 통해서도 큰 영향을 받습니다. 규범과 정상성에서 벗어났다고 여기는 사람들의 경험과 질문은 나이와 상관없이 터부시되고 무시당합니다. 나이에 따른 학습 방법을 고려하는 것은 검열과 통제를 위한 것이 아니라 이해 가능성과 정보 접근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어야 합니다. 아동청소년에게 자신을 이해하고 즐거움을 느끼고 찾아가는 방식에 대한 정보가 차단되어서는 안됩니다. 


실제 삶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을 부정하고, 특정한 나이에 따라서 행동을 통제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이 검열의 제도화와 연결되고, 검열의 제도화는 필시 차별과 혐오를 키워간다는 것을 이번 토론회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검열의 주체는 국가이고 그러한 논리는 공교육을 비롯해 다양한 정책과 미디어를 통해서 확산될 수 있고, 차별과 혐오를 조장하기 위해서 시민들 사이에 추동하기도 하며, 내면에 자리잡기도 합니다. 셰어는 “당신의 금지를 우리의 긍지로"라는 슬로건을 가지고 있습니다. 검열에 맞서는 힘과 용기를 함께 만들어나가면서 자유와 평등의 가치를 성평등과 성교육 교육 현장에서도 뿌리내릴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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