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2일, 이주구금대응네트워크(준),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성노동자해방행동 주홍빛연대 차차,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 SHARE는 함께 <성노동자/이주 노동자의 생명을 위협하는 경찰 단속 중단하라>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지난 8월 30일, 분당경찰서의 성매매 단속 과정에서 태국 국적의 여성 종업원 A 씨가 단속을 피하기 위해 창문에서 추락해 전치 4주의 부상을 입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분당경찰서는 에어매트를 설치하는 등의 체포·단속 매뉴얼조차 지키지도 않았고, A 씨의 추락 당시, 수사관은 방을 수색하거나 장부를 확인하며 성매매 혐의 증거를 찾기에 급급했습니다.
미등록 이주민 성노동자의 경우, 성매매 단속에 걸리면 ‘불법체류’라는 이유로 출입국관리사무소로 인계되어 강제퇴거 명령을 받고 외국인보호소에 구금되는 사례가 많습니다. 외국인보호소는 언제까지 갇혀있어야 한다는 기준도 정확히 없기 때문에, 언제 어떻게 풀려나는지 모른 채로 구금 상태에 있어야 합니다. 한 수사관은 "특히나 외국인들은 불법체류가 많기 때문에 단속팀을 보면 죽기 살기로 도망치는 경우가 많다"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이처럼 강제퇴거의 위협과 외국인보호소 구금의 불안 속에서 미등록 이주민 성노동자들은 단속을 피하고자 목숨을 걸고 도망치게 됩니다. 미등록 이주민, 성노동자를 향한 경찰 단속은 당사자들에게 생명을 위협하는 일입니다. 성노동자/이주 노동자를 향한 반인권적인 경찰 단속을 근절하기 위해 기자회견을 개최했으며, 아래 여름(성노동자해방행동 주홍빛연대 차차), 아정(이주구금대응네트워크(준)), 나나(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 익명(경기도 성매매 집결지 성노동자)의 발언도 함께 읽어보시면 좋겠습니다.
[발언1] 성노동자/이주 노동자의 생명을 위협하는 경찰 단속 중단하라 : 여름(성노동자해방행동 주홍빛연대 차차)
안녕하세요, 성노동자해방행동 주홍빛연대 차차 활동가 여름입니다.
차차는 성노동자 당사자 중심 단체로, 주홍글씨로 낙인찍힌 모든 성노동자를 위해 '차'별과 낙인을 '차'근 차근 없애 나가기 위한 활동을 합니다. 차차는 오늘 성노동자/이주 노동자의 생명을 위협하는 경찰 단속 중단하라> 기자회견을 통해 이주 노동자이자 성노동자인 사람이 경험하는 폭력적인 단속 문제에 연대하고 투쟁하고자 합니다.
지난 8월 30일, 분당경찰서의 성매매 단속 과정에서 태국 국적의 여성 종업원 A 씨가 단속을 피하고자 창문에서 추락해 전치 4주의 부상을 입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현장에서 분당경찰서는 에어매트를 설치하는 등의 체포·단속 매뉴얼조차 지키지도 않았고, A 씨의 추락 당시, 수사관은 방을 수색하거나 장부를 확인하며 성매매 혐의 증거를 찾기에 급급했습니다.
언론은 이번 사건에서 분당 경찰서가 체포·단속 매뉴얼을 지키지 않은 부분에 초점을 두고있습니다. 하지만 분당경찰서가 체포·단속 매뉴얼을 제대로 지켰냐, 안지켰냐가 사건의 핵심은 아닙니다. 이번 사건이 발생한 근본적인 문제는 미등록 이주민/성노동자를 단속하고 처벌하는 법입니다.
우리는 수많은 이주민과 함께 살아갑니다.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2023년 6월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이주노동자 수는 135만명입니다. 이들은 기후재난, 빈곤, 전쟁, 차별 등의 문제로 국경을 넘어서 한국에 도착했습니다. 서류절차 없이 국경을 넘으면 ‘미등록 이주(불법체류)’가 됩니다. 혹은 서류절차를 통해 넘어왔더라도, 정해진 체류 기간이 끝나면 곧바로 미등록 이주민 신분이 됩니다. 작년 5월 법무부 통계에서 미등록 이주민은 약 42만명이었습니다.
정부는 2027년까지 미등록 이주민의 규모를 20만명으로 줄이겠다며 경찰 단속을 강화했습니다. 미등록 이주민의 규모를 줄이는건 경찰 단속으로 해결되지 않습니다. 이주민의 체류권이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현실 속에서 이주민은 합법과 불법의 경계를 넘나들게 됩니다. 한국의 비자와 체류 정책, 고용허가제 등의 제도는 이주민을 불법적인 존재로 낙인찍고, 취약한 상황으로 몰아넣습니다.
작년 경북 경주 공장에서 법무부 직원이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단속하는 과정에서 한 여성 노동자의 목을 졸랐던 사건도 있었습니다. 임신중인 미등록 이주여성이 강압적인 단속을 당하다가 발목 부상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한편, 이러한 반인권적인 경찰 단속은 또다른 ‘불법존재’인 성노동자 역시 경험하게 됩니다. 정부는 성산업 규모와 성노동자의 수를 줄이기 위해 성매매 단속을 합니다. 경찰이 손님으로 위장하고 성노동자에게 성폭력을 저지르며 함정단속을 해도 신고하지 못합니다. 성매매 증거랍시고 성노동자의 몸을 불법촬영 해도 경찰은 ‘합법’적인 수사라고 주장합니다. ‘불법존재’로 분류되는 미등록 이주민과 성노동자는 경찰 단속으로 살던 곳에서 쫓겨나고, 의지하던 공동체까지 파괴되기도 합니다.
미등록 이주 성노동자는 더욱 취약한 상황입니다. 성매매특별법과 출입국관리법의 단속과 추방이라는 이중 위험에 놓입니다. 안정적인 삶을 준비하려고 노력해도, 언제 어디서 단속을 당해 쫓겨날지 모른다는 불안정함을 느끼게 됩니다. 범죄 피해를 당해도 경찰에 찾아가서 도움을 요청할 수 조차 없습니다. 경찰에게 도움을 요청하러 갔다가 강제추방 당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입니다.
정부가 미등록 이주 성노동자를 대하는 방식은 ‘범죄자’이거나 ‘(인신매매) 피해자’ 둘중 하나입니다. 이마저도 당사자에게 한국 수사·사법기관이 인정하는 ‘피해자다움’이 없다면, 가차없이 범죄자로 분류되어 단속 대상이됩니다.
단속과 추방으로 이주 노동자와 성노동자의 숫자를 줄일 수 있다는 정부의 상상력이, 당사자들에게는 생명을 위협하는 공포로 다가옵니다. 이번 분당경찰서 사건은 미등록 이주민/성노동자/이주 성노동자와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고민하는게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아예 없애버리고자 했기 때문에 발생했습니다.
차차는 성노동자/이주 노동자를 향한 경찰 단속에 강력히 반대합니다. 성노동자와 이주 노동자에게 필요한건 경찰 단속이 아닙니다. 오히려 징벌적인 제도는 당사자의 삶을 괴롭게만 할뿐입니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열심히 살아가고자 하는 마음마저 단념하게 만듭니다.
우리는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가고 싶습니다. 내가 선택한 국가에서, 공동체에서, 일자리에서 쫓겨나지 않고 안전하게 살아가고 싶습니다.
지금 여기서 잘 살아갈 수 있는 권리를 국가에 요구합니다! 감사합니다.
[발언2] 출입국사범과 성매매 혐의로, 이중으로 ‘불법화’된 존재들에게 자행되는 단속을 중단하라 : 이주구금대응네트워크(준) 아정
법무부가 기획안 「불법체류 감축 5개년 계획(2023~2027)」 은 올해로 추진 2년 차를 맞이합니다. 정부합동단속을 위해 동원되는 정부기관은 법무부, 경찰, 고용노동부, 국토교통부, 해양경찰청을 합쳐 5개 부처입니다. 강제출국, 즉 추방을 당한 비국민의 수는 올해 상반기를 통틀어 2만 명이 넘습니다. 역대 최다라는 기록까지 세우면서 대대적으로 비국민을 단속하는 이유로 법무부는 ‘국민의 안전’을 운운하더군요. 체류기간이 도과된 비국민을 마구잡이로 잡아들이면 국민이 안전해진다? 정말 그렇습니까?
국가가 허용한 체류기한이 지났거나, 국가가 허용하지 않은 노동을 해서 ‘불법화’된 비국민들은 마사지샵에서, 공장에서, 어선에서, 버스정류장에서, 예배당에서, 결혼 피로연에서, 마트에서, ‘단속’이라는 이름의 공권력에 의해 줄줄이 붙잡히고, 한순간에 그들이 영위해온 일상과 맺어온 관계들은 느닷없이 중단됩니다. 이들의 일상과 관계를 강탈하고서야 국민이 안전해 질 수 있단 말입니까?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제11조 제1항에 따라 외국인 여성을 성매매피해자로 수사하는 경우에는 해당 사건을 불기소처분 하거나 공소를 제기할 때까지 「출입국관리법」 제46조에 따른 강제퇴거명령 또는 같은 법 제51조에 따른 보호의 집행을 하여서는 안 됩니다. 그러나 단속 현장의 수사기관에서는 이러한 고려 없이 여성들을 곧바로 출입국관청에 인계하여 ‘보호’라는 이름으로 기약 없이 구금하고, 이후 강제퇴거를 종용하는 조치가 이뤄지고 있는 실정입니다.
경찰의 단속과정 및 조사과정에서 관련 규정의 위배사항이 없었는지도 밝혀져야 할 것입니다. 2020년에도 성매매 단속 중 4층에서 뛰어내려 심각한 부상을 당한 이주여성의 수사 과정에서 인권침해가 발생하였다는 진정(20진정0219400)이 있었고, 이에 국가인권위로부터 권고 조치가 내려진 바 있습니다. 그때도 경찰은 피해자의 취약한 지위, 신체 및 정신 상태에 대한 배려 없이, 다인실 입원실에서 피해자의 성매매 혐의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신뢰관계인 동석 조치나 영사접견권에 대한 고지도 하지 않았습니다.
이미 ‘출입국사범’과 ‘성매매 혐의’로, 이중으로 ‘불법화’된 존재들에게 단속 상황에서 마구잡이로 자행되는 경찰의 폭력이나 단속 과정에서 엄수되어야 할 ‘안전’조치에 대한 경찰의 직무유기에 대해 묻습니다. 때려잡거나, 혹은 방치하거나. 이런 것이 공권력이라면 무엇을 위한, 누구를 위한 ‘공(公)’이란 말입니까? 국민으로서의 나의 안전이 이런 공권력을 휘두름으로써 혹은 비국민에 대한 안전조치를 방기함으로써만 확보되는 것이라면, 당신들이 지켜주겠다는 이런 안전을, 오늘 이 자리에 나와 불법화된 존재들과 연대함으로써 거절하겠습니다. 억압당하지도 억압하지도 않겠다는 마음으로 정부합동단속을 규탄합니다!
[발언3] 나나(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
안녕하십니까,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 나나입니다.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은 경제적 불평등에 의한 착취와 젠더/섹슈얼리티의 권력관계로 탄생한 성매매 산업에 균열내기 위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성매매 산업에 종사하며, 성판매 경험당사자가 경험하는 폭력과 차별, 인권침해에 대응하고, 이를 ‘음란’한 여성 개인의 문제가 아닌, 국가와 남성 문화의 문제, 이들이 공모하여 여성의 몸을 통해 수익을 극대화한, 즉 사회구조적인 문제와 성산업화의 문제로 전환하기 위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 8월 30일, 분당경찰서는 성매매 단속을 진행하였고, 그 과정에서 단속을 피하려는 태국 국적의 여성이 창문에서 추락하여 전치 4주의 부상을 입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이 사건을 접하며, 오직 성매매 여성만을 타겟으로 한 경찰 단속이 지속되고 있는 현실에 분노를 금치 못했습니다. 사실, 성매매 여성을 향한 경찰 단속은 비단 어제, 오늘만의 일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마음속 피어난 분노는 성매매 여성이 더 이상 주홍글씨가 새겨진 얼굴을 가진 익명의 여성들이 아니길 바라며, 성매매 여성들이 ‘우리’의 동료 시민으로 뚜렷한 얼굴로 존재하길 바라는 마음에 기인한 것입니다. 이 마음은 성매매 여성의 인권을 위해, 그리고 시민-‘되기’를 투쟁하는 인권단체들이 비슷한 마음일 것이라고 감히 추측해 봅니다.
따라서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은 경찰의 부정의한 함정 단속을 규탄하고, 성매매 여성이 우리 곁에 존재하는 동료 시민임을 알리고 연대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
2014년 통영에서는 성매매 단속 과정에서 여성이 투신하여 사망하였고, 2016년 부천에서는 성매매 단속 과정 중 여성이 추락하여 상해를 입었습니다. 또 2020년에는 성매매 단속 중 미등록 이주 여성이 추락하여 상해를 입었습니다. 오늘 저희가 성매매 과정에서의 경찰단속을 규탄하기 위해 모인 2024년 8월 30일의 사건과 매우 유사해 보입니다.
이렇듯 성매매 여성들에게 경찰 ‘단속’은 무엇을 의미하길래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피해야만 했던 것일까요? 왜 매년 ‘우리’는 경찰 단속 과정 중 성매매 여성이 상해를 입거나,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안타까운 소식을 접할 수밖에 없는 것일까요? 성매매 여성들은 경찰 단속 과정에서 부당함과 부정의, 생명권을 위협받는 일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이주 여성의 경우, 이미 한국 국가에서 체류할 수 있는 ‘자격’이 불안정하거나, 그 ‘자격’이 주어지지 않음으로서 ‘시민’으로서의 권리를 누리기 어려운 상황을 마주하게 됩니다. 더 나아가 어떤 상황에서 성산업에 종사하게 되었고, 어떻게 한국으로 이주하게 됐는지 고려되지 않은 채 강제출국의 상황에 놓이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이주여성 성판매자는 필사적으로 그 모든 위험을 감수해서라도, 경찰에 단속되는, 그 상황만은 피하고 싶었을 것입니다.
저희는 이 소식을 기사 접했습니다. 기사에서 경찰은 말합니다. “탈출로를 막지 않았기 때문에” 단속팀이 잘못한 거라고요. 체포, 수사 과정에서의 매뉴얼을 제대로 지키지 못했기 때문이라고요. 그리고 언론은 이를 그대로 보도합니다. 묻고 싶습니다! 단지 체포와 수사 과정에서의 매뉴얼이 지켜지지 않았기 때문으로 이 사안의 문제를 축소시킬 수 있는지를요!
2004년 제정된 성매매특별법은 현재 성매매 알선자, 성매수자, 성판매자를 동시에 처벌하고 있습니다. 과거 ‘윤락행위방지법’과 달리 부족하게나마 성매매 여성의 인권‘보호’와 성매매 알선자 처벌에 초점을 맞춰 시행되었다고 볼 수 있는데요. 제가 반성매매 활동을 하고 있다고 하면, 제 주변의 친구들이 묻습니다. “한국사회에서 성매매가 ‘불법’인데, 여남 동시에 처벌하는 것이 뭐가 문제”냐고요. 정말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까? 성산업 체계 안에서 어느 한쪽은 판매자, 어느 한쪽은 매수자, 뚜렷하게 성별화되어 있는 이 산업, 이 현상이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성매매특별법에서 가장 큰 문제는 성판매자를 동시에 처벌할 수 있다는 부정의한 조항에서 발생합니다. 이는 ‘자발’적인 ‘동의’에 의해 성산업에 발을 들인 여성의 살아온 맥락이 무시되고, 동의를 그저 ‘자유로운 개인’간의 동의로 바라보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적입니다.
젠더와 섹슈얼리티의 불평등이 내포된 사회에서, 여성이 선택할 수 있는 일자리는 한정될 수밖에 없습니다. 식인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가 세계를 갉아먹고 있는 현재의 시스템에서 모든 노동이 불안정화되고, 저임금화 되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이 체제에서 특히 여성은 더욱더 열악한 지위에서 노동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나마 여성에게 ‘돈’이 많이 벌릴 수 있다고 여겨지는 노동이 있습니다. 그 노동은 바로 가부장제와 남성문화, 남성의 얼굴을 한 국가가 승인한 여성의 섹슈얼리티가 활용되는 ‘노동’, 바로 성매매입니다.
성산업은 태생적으로 부정의함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과거 가부장의 얼굴을 한 국가가 미군 철수를 막고, 달러를 유치하기 위해, 기생관광을 통해 외화를 벌어들이기 위해, ‘국가발전’을 위한 길이라며, 철저히 여성의 몸을 활용하여 이윤을 확보해왔던 것입니다.
이러한 가부장의 얼굴을 한 국가는, 자신들이 산업화시켜왔던 성‘산업’에 대한 책임을 방기한 채 성매매 여성을 처벌 대상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성매매 ‘문제’를 해결하고, 인신매매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호언장담한 국가의 해법이 고작 성매매 여성들을 범죄자로 만들며, 경찰 단속을 시행하는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경찰 단속은 공권력의 필요에 따라 성매매 여성을 위험하게 만드는 함정단속도 서슴지 않고 있습니다. ‘불법’인 성매매를 단속하겠다는 이유만으로 성매매 여성의 몸을 찍고, 보고, 공유하고, 녹화하는 등 성매매 여성에 대한 인권이 전혀 지켜지지 않고 있습니다. 경찰은 자신의 실적을 채우기 위해서, 진급을 하기 위해서, 가장 쉽게 눈에 들어오는 성매매 여성의 ‘몸’을 필두로 단속합니다.
경찰에게 묻고 싶습니다. 성매매 알선자가 점점 더 보이지 않게 되는 현실에서 성매매 여성을 최일선으로 단속함으로써, 성특법의 제정 취지인 알선자를 잡는 데에 크나큰 효과를 거두셨습니까? 또한 국가와 경찰에게 묻고 싶습니다. 성매매 여성을 더욱 열악한 조건으로 몰아넣으며, 낙인을 재생산하는 것이 과연 성매매 산업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입니까? 성매매 여성을 처벌하고 단속함으로써, 성매매를 ‘근절’할 수 있습니까? 과연 누구를 위한 법이고, 단속입니까? 과연 누구를 위한 처벌입니까?
우리는 현행 성특법에 내포되어있는 개인과 개인 간 ‘자유로운 계약’, ‘자발’과 ‘동의’의 맥락을 페메니즘의 눈으로 살펴봐야 합니다. 더불어 성매매 여성을 더욱 불합리적인 지위에 놓이게 하는 경찰의 부정의하고 졸렬한 함정단속 방식도 이제 그만 멈춰야 합니다. 성매매 여성의 ‘몸’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여성의 섹슈얼리티와 ‘몸’을 경유하여 막대한 수익을 형성하고, 이러한 수입이 가능하게끔 만드는 남성문화와 ‘수요’를 지적하고, 문제시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성특법은 성매매 여성에 대한 ‘처벌’이 아닌, 성매매 여성이 성산업에 발을 들이게 된 여성들의 삶의 맥락을 고려하여 구성될 필요가 있습니다. 더불어 성산업에 발을 들인 여성을 마주하게 됐을 때, 최소한으로라도 성매매 여성이라는 낙인을 찍지 않고, 성매매 여성 인권단체에 문을 먼저 두드릴 것을 권유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 한 가지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구성원들은, 성매매 여성에 대한 주홍글씨를 거둬들이고, 성매매 여성도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동료 시민임을 감각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상입니다.
[발언4] 실적 올리기 위해 인명사고 무릅쓰고 성매매 단속 강행한 분당경찰서를 규탄한다 : 익명(경기도 성매매 집결지 성노동자)
저는 경기도 성매매 집결지에서 일하고 있는 성노동자입니다. 며칠 전, 분당경찰서의 성매매 단속을 피하기 위해 2층 창문으로 뛰어내린 성노동자의 이야기를 기사에서 봤습니다.
성노동자들에게 이런 일은 아주 흔히 일어나는 일입니다. 기사에서 A 씨의 이야기가 태국 국적의 여성 종업원이란 부분만 소개됐을 뿐 정확한 사정이 자세히 담겨있지는 않았지만, 목숨을 걸고 단속을 피하고자 한 모습을 봤을 때 미등록 이주민일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이미 대한민국의 많은 성노동자가 이주 성노동을 선택해 다른 나라에 ‘불법체류’를 하며 미등록 이주민/성노동자의 삶을 이어가고 있으며, 저도 해외로 넘어간 동료들의 소식을 종종 듣습니다. 타지에서 어렵사리 적응해 돈을 벌며 미래를 가꾸다가도, 미등록 이주민이란 위치 때문에 언제 어떻게 단속에 걸려 추방될지 몰라 공포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심지어 미국의 경우 미등록 이주민 신분에서 성매매 단속에 걸리면 감옥에 갇히는 상황도 발생합니다. 한국은 외국인보호소에 구금되는 거로 압니다. 아마 A 씨도 이러한 추방과 구금의 불안 속에서 살기 위해 도망을 친 거라 생각됩니다.
저도 A 씨와 같은 상황이었다면, 똑같은 선택을 했을 겁니다. 단속에 걸리게 된다면 우리는 성매매를 한 범죄자로 낙인찍히고 처벌받습니다. 차후 결혼을 할 수도 있고, 현재 아이가 있는 엄마일 수도, 누군가의 딸들일 수도 있는데 성매매를 한 범죄자로 전과가 생기면 성노동자의 삶을 정리한 후 다른 사람들과 같은 평화로운 미래를 꿈꾸긴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성노동자들은 단속을 피하고자 목숨을 겁니다.
미등록 이주민이 아닌 성노동자들도 단속을 피하기 위해 내가 다치더라도, 죽더라도 위험을 감수해서 도망치곤 합니다. 저도 단속을 피하려고 콘돔을 삼켰다가 경찰이 떠났을 때 손가락을 넣어 다시 토해내기도 했습니다. 제 친구는 경찰 단속을 피하고자 높은 담벼락을 넘다가 다리가 부러졌습니다. 경찰 단속이 뜨면, 옷도 제대로 못 걸치고 나체로 도망쳐야 했던 성노동자들도 있습니다. 언급 외에도, 주변에서 성매매 단속을 피하기위해 성노동자들이 위험천만한 상황에 맞닥뜨리는 걸 보고 들었습니다.
경찰에게 우리는 보호받아야 할 여성이 아닌 그저 범죄자로 취급받습니다. 설령 우리가 범죄 피해를 입고 경찰서에 찾아가도, 성노동자란걸 알면 ‘피해자’인 사건에서도 먼저 ‘피의자’로 대하며 성매매 혐의를 수사합니다.
만약 범죄자라 해도, 범죄자는 죽어도 다쳐도 되는 사람입니까?
사람이 다치는 걸 막기보다, 성매매 혐의 증거를 찾아 실적을 올리기에 혈안이 된 경찰의 태도에 저는 몹시 분노합니다.
성매매 단속이 심해질수록 성노동자들은 점점 갈 곳을 잃어가며 보이지 않는 곳으로, 음지로 이동할 뿐입니다. 성노동자를 단속하기보다 우리가 성노동자의 삶을 정리하고 나갔을 때 사회적 일원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 가난에 시달려서 아픈 가족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복지혜택을 만들어 주는 것이 먼저입니다.
우리 성노동자들이 더 이상 다치지 않고 죽지 않고 한 나라의 여성으로, 국민으로 보호받고 싶습니다. 우리도 사람입니다!
9월 12일, 이주구금대응네트워크(준),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성노동자해방행동 주홍빛연대 차차,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 SHARE는 함께 <성노동자/이주 노동자의 생명을 위협하는 경찰 단속 중단하라>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지난 8월 30일, 분당경찰서의 성매매 단속 과정에서 태국 국적의 여성 종업원 A 씨가 단속을 피하기 위해 창문에서 추락해 전치 4주의 부상을 입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분당경찰서는 에어매트를 설치하는 등의 체포·단속 매뉴얼조차 지키지도 않았고, A 씨의 추락 당시, 수사관은 방을 수색하거나 장부를 확인하며 성매매 혐의 증거를 찾기에 급급했습니다.
미등록 이주민 성노동자의 경우, 성매매 단속에 걸리면 ‘불법체류’라는 이유로 출입국관리사무소로 인계되어 강제퇴거 명령을 받고 외국인보호소에 구금되는 사례가 많습니다. 외국인보호소는 언제까지 갇혀있어야 한다는 기준도 정확히 없기 때문에, 언제 어떻게 풀려나는지 모른 채로 구금 상태에 있어야 합니다. 한 수사관은 "특히나 외국인들은 불법체류가 많기 때문에 단속팀을 보면 죽기 살기로 도망치는 경우가 많다"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이처럼 강제퇴거의 위협과 외국인보호소 구금의 불안 속에서 미등록 이주민 성노동자들은 단속을 피하고자 목숨을 걸고 도망치게 됩니다. 미등록 이주민, 성노동자를 향한 경찰 단속은 당사자들에게 생명을 위협하는 일입니다. 성노동자/이주 노동자를 향한 반인권적인 경찰 단속을 근절하기 위해 기자회견을 개최했으며, 아래 여름(성노동자해방행동 주홍빛연대 차차), 아정(이주구금대응네트워크(준)), 나나(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 익명(경기도 성매매 집결지 성노동자)의 발언도 함께 읽어보시면 좋겠습니다.
[발언1] 성노동자/이주 노동자의 생명을 위협하는 경찰 단속 중단하라 : 여름(성노동자해방행동 주홍빛연대 차차)
안녕하세요, 성노동자해방행동 주홍빛연대 차차 활동가 여름입니다.
차차는 성노동자 당사자 중심 단체로, 주홍글씨로 낙인찍힌 모든 성노동자를 위해 '차'별과 낙인을 '차'근 차근 없애 나가기 위한 활동을 합니다. 차차는 오늘 성노동자/이주 노동자의 생명을 위협하는 경찰 단속 중단하라> 기자회견을 통해 이주 노동자이자 성노동자인 사람이 경험하는 폭력적인 단속 문제에 연대하고 투쟁하고자 합니다.
지난 8월 30일, 분당경찰서의 성매매 단속 과정에서 태국 국적의 여성 종업원 A 씨가 단속을 피하고자 창문에서 추락해 전치 4주의 부상을 입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현장에서 분당경찰서는 에어매트를 설치하는 등의 체포·단속 매뉴얼조차 지키지도 않았고, A 씨의 추락 당시, 수사관은 방을 수색하거나 장부를 확인하며 성매매 혐의 증거를 찾기에 급급했습니다.
언론은 이번 사건에서 분당 경찰서가 체포·단속 매뉴얼을 지키지 않은 부분에 초점을 두고있습니다. 하지만 분당경찰서가 체포·단속 매뉴얼을 제대로 지켰냐, 안지켰냐가 사건의 핵심은 아닙니다. 이번 사건이 발생한 근본적인 문제는 미등록 이주민/성노동자를 단속하고 처벌하는 법입니다.
우리는 수많은 이주민과 함께 살아갑니다.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2023년 6월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이주노동자 수는 135만명입니다. 이들은 기후재난, 빈곤, 전쟁, 차별 등의 문제로 국경을 넘어서 한국에 도착했습니다. 서류절차 없이 국경을 넘으면 ‘미등록 이주(불법체류)’가 됩니다. 혹은 서류절차를 통해 넘어왔더라도, 정해진 체류 기간이 끝나면 곧바로 미등록 이주민 신분이 됩니다. 작년 5월 법무부 통계에서 미등록 이주민은 약 42만명이었습니다.
정부는 2027년까지 미등록 이주민의 규모를 20만명으로 줄이겠다며 경찰 단속을 강화했습니다. 미등록 이주민의 규모를 줄이는건 경찰 단속으로 해결되지 않습니다. 이주민의 체류권이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현실 속에서 이주민은 합법과 불법의 경계를 넘나들게 됩니다. 한국의 비자와 체류 정책, 고용허가제 등의 제도는 이주민을 불법적인 존재로 낙인찍고, 취약한 상황으로 몰아넣습니다.
작년 경북 경주 공장에서 법무부 직원이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단속하는 과정에서 한 여성 노동자의 목을 졸랐던 사건도 있었습니다. 임신중인 미등록 이주여성이 강압적인 단속을 당하다가 발목 부상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한편, 이러한 반인권적인 경찰 단속은 또다른 ‘불법존재’인 성노동자 역시 경험하게 됩니다. 정부는 성산업 규모와 성노동자의 수를 줄이기 위해 성매매 단속을 합니다. 경찰이 손님으로 위장하고 성노동자에게 성폭력을 저지르며 함정단속을 해도 신고하지 못합니다. 성매매 증거랍시고 성노동자의 몸을 불법촬영 해도 경찰은 ‘합법’적인 수사라고 주장합니다. ‘불법존재’로 분류되는 미등록 이주민과 성노동자는 경찰 단속으로 살던 곳에서 쫓겨나고, 의지하던 공동체까지 파괴되기도 합니다.
미등록 이주 성노동자는 더욱 취약한 상황입니다. 성매매특별법과 출입국관리법의 단속과 추방이라는 이중 위험에 놓입니다. 안정적인 삶을 준비하려고 노력해도, 언제 어디서 단속을 당해 쫓겨날지 모른다는 불안정함을 느끼게 됩니다. 범죄 피해를 당해도 경찰에 찾아가서 도움을 요청할 수 조차 없습니다. 경찰에게 도움을 요청하러 갔다가 강제추방 당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입니다.
정부가 미등록 이주 성노동자를 대하는 방식은 ‘범죄자’이거나 ‘(인신매매) 피해자’ 둘중 하나입니다. 이마저도 당사자에게 한국 수사·사법기관이 인정하는 ‘피해자다움’이 없다면, 가차없이 범죄자로 분류되어 단속 대상이됩니다.
단속과 추방으로 이주 노동자와 성노동자의 숫자를 줄일 수 있다는 정부의 상상력이, 당사자들에게는 생명을 위협하는 공포로 다가옵니다. 이번 분당경찰서 사건은 미등록 이주민/성노동자/이주 성노동자와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고민하는게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아예 없애버리고자 했기 때문에 발생했습니다.
차차는 성노동자/이주 노동자를 향한 경찰 단속에 강력히 반대합니다. 성노동자와 이주 노동자에게 필요한건 경찰 단속이 아닙니다. 오히려 징벌적인 제도는 당사자의 삶을 괴롭게만 할뿐입니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열심히 살아가고자 하는 마음마저 단념하게 만듭니다.
우리는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가고 싶습니다. 내가 선택한 국가에서, 공동체에서, 일자리에서 쫓겨나지 않고 안전하게 살아가고 싶습니다.
지금 여기서 잘 살아갈 수 있는 권리를 국가에 요구합니다! 감사합니다.
[발언2] 출입국사범과 성매매 혐의로, 이중으로 ‘불법화’된 존재들에게 자행되는 단속을 중단하라 : 이주구금대응네트워크(준) 아정
법무부가 기획안 「불법체류 감축 5개년 계획(2023~2027)」 은 올해로 추진 2년 차를 맞이합니다. 정부합동단속을 위해 동원되는 정부기관은 법무부, 경찰, 고용노동부, 국토교통부, 해양경찰청을 합쳐 5개 부처입니다. 강제출국, 즉 추방을 당한 비국민의 수는 올해 상반기를 통틀어 2만 명이 넘습니다. 역대 최다라는 기록까지 세우면서 대대적으로 비국민을 단속하는 이유로 법무부는 ‘국민의 안전’을 운운하더군요. 체류기간이 도과된 비국민을 마구잡이로 잡아들이면 국민이 안전해진다? 정말 그렇습니까?
국가가 허용한 체류기한이 지났거나, 국가가 허용하지 않은 노동을 해서 ‘불법화’된 비국민들은 마사지샵에서, 공장에서, 어선에서, 버스정류장에서, 예배당에서, 결혼 피로연에서, 마트에서, ‘단속’이라는 이름의 공권력에 의해 줄줄이 붙잡히고, 한순간에 그들이 영위해온 일상과 맺어온 관계들은 느닷없이 중단됩니다. 이들의 일상과 관계를 강탈하고서야 국민이 안전해 질 수 있단 말입니까?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제11조 제1항에 따라 외국인 여성을 성매매피해자로 수사하는 경우에는 해당 사건을 불기소처분 하거나 공소를 제기할 때까지 「출입국관리법」 제46조에 따른 강제퇴거명령 또는 같은 법 제51조에 따른 보호의 집행을 하여서는 안 됩니다. 그러나 단속 현장의 수사기관에서는 이러한 고려 없이 여성들을 곧바로 출입국관청에 인계하여 ‘보호’라는 이름으로 기약 없이 구금하고, 이후 강제퇴거를 종용하는 조치가 이뤄지고 있는 실정입니다.
경찰의 단속과정 및 조사과정에서 관련 규정의 위배사항이 없었는지도 밝혀져야 할 것입니다. 2020년에도 성매매 단속 중 4층에서 뛰어내려 심각한 부상을 당한 이주여성의 수사 과정에서 인권침해가 발생하였다는 진정(20진정0219400)이 있었고, 이에 국가인권위로부터 권고 조치가 내려진 바 있습니다. 그때도 경찰은 피해자의 취약한 지위, 신체 및 정신 상태에 대한 배려 없이, 다인실 입원실에서 피해자의 성매매 혐의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신뢰관계인 동석 조치나 영사접견권에 대한 고지도 하지 않았습니다.
이미 ‘출입국사범’과 ‘성매매 혐의’로, 이중으로 ‘불법화’된 존재들에게 단속 상황에서 마구잡이로 자행되는 경찰의 폭력이나 단속 과정에서 엄수되어야 할 ‘안전’조치에 대한 경찰의 직무유기에 대해 묻습니다. 때려잡거나, 혹은 방치하거나. 이런 것이 공권력이라면 무엇을 위한, 누구를 위한 ‘공(公)’이란 말입니까? 국민으로서의 나의 안전이 이런 공권력을 휘두름으로써 혹은 비국민에 대한 안전조치를 방기함으로써만 확보되는 것이라면, 당신들이 지켜주겠다는 이런 안전을, 오늘 이 자리에 나와 불법화된 존재들과 연대함으로써 거절하겠습니다. 억압당하지도 억압하지도 않겠다는 마음으로 정부합동단속을 규탄합니다!
[발언3] 나나(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
안녕하십니까,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 나나입니다.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은 경제적 불평등에 의한 착취와 젠더/섹슈얼리티의 권력관계로 탄생한 성매매 산업에 균열내기 위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성매매 산업에 종사하며, 성판매 경험당사자가 경험하는 폭력과 차별, 인권침해에 대응하고, 이를 ‘음란’한 여성 개인의 문제가 아닌, 국가와 남성 문화의 문제, 이들이 공모하여 여성의 몸을 통해 수익을 극대화한, 즉 사회구조적인 문제와 성산업화의 문제로 전환하기 위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 8월 30일, 분당경찰서는 성매매 단속을 진행하였고, 그 과정에서 단속을 피하려는 태국 국적의 여성이 창문에서 추락하여 전치 4주의 부상을 입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이 사건을 접하며, 오직 성매매 여성만을 타겟으로 한 경찰 단속이 지속되고 있는 현실에 분노를 금치 못했습니다. 사실, 성매매 여성을 향한 경찰 단속은 비단 어제, 오늘만의 일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마음속 피어난 분노는 성매매 여성이 더 이상 주홍글씨가 새겨진 얼굴을 가진 익명의 여성들이 아니길 바라며, 성매매 여성들이 ‘우리’의 동료 시민으로 뚜렷한 얼굴로 존재하길 바라는 마음에 기인한 것입니다. 이 마음은 성매매 여성의 인권을 위해, 그리고 시민-‘되기’를 투쟁하는 인권단체들이 비슷한 마음일 것이라고 감히 추측해 봅니다.
따라서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은 경찰의 부정의한 함정 단속을 규탄하고, 성매매 여성이 우리 곁에 존재하는 동료 시민임을 알리고 연대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
2014년 통영에서는 성매매 단속 과정에서 여성이 투신하여 사망하였고, 2016년 부천에서는 성매매 단속 과정 중 여성이 추락하여 상해를 입었습니다. 또 2020년에는 성매매 단속 중 미등록 이주 여성이 추락하여 상해를 입었습니다. 오늘 저희가 성매매 과정에서의 경찰단속을 규탄하기 위해 모인 2024년 8월 30일의 사건과 매우 유사해 보입니다.
이렇듯 성매매 여성들에게 경찰 ‘단속’은 무엇을 의미하길래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피해야만 했던 것일까요? 왜 매년 ‘우리’는 경찰 단속 과정 중 성매매 여성이 상해를 입거나,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안타까운 소식을 접할 수밖에 없는 것일까요? 성매매 여성들은 경찰 단속 과정에서 부당함과 부정의, 생명권을 위협받는 일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이주 여성의 경우, 이미 한국 국가에서 체류할 수 있는 ‘자격’이 불안정하거나, 그 ‘자격’이 주어지지 않음으로서 ‘시민’으로서의 권리를 누리기 어려운 상황을 마주하게 됩니다. 더 나아가 어떤 상황에서 성산업에 종사하게 되었고, 어떻게 한국으로 이주하게 됐는지 고려되지 않은 채 강제출국의 상황에 놓이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이주여성 성판매자는 필사적으로 그 모든 위험을 감수해서라도, 경찰에 단속되는, 그 상황만은 피하고 싶었을 것입니다.
저희는 이 소식을 기사 접했습니다. 기사에서 경찰은 말합니다. “탈출로를 막지 않았기 때문에” 단속팀이 잘못한 거라고요. 체포, 수사 과정에서의 매뉴얼을 제대로 지키지 못했기 때문이라고요. 그리고 언론은 이를 그대로 보도합니다. 묻고 싶습니다! 단지 체포와 수사 과정에서의 매뉴얼이 지켜지지 않았기 때문으로 이 사안의 문제를 축소시킬 수 있는지를요!
2004년 제정된 성매매특별법은 현재 성매매 알선자, 성매수자, 성판매자를 동시에 처벌하고 있습니다. 과거 ‘윤락행위방지법’과 달리 부족하게나마 성매매 여성의 인권‘보호’와 성매매 알선자 처벌에 초점을 맞춰 시행되었다고 볼 수 있는데요. 제가 반성매매 활동을 하고 있다고 하면, 제 주변의 친구들이 묻습니다. “한국사회에서 성매매가 ‘불법’인데, 여남 동시에 처벌하는 것이 뭐가 문제”냐고요. 정말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까? 성산업 체계 안에서 어느 한쪽은 판매자, 어느 한쪽은 매수자, 뚜렷하게 성별화되어 있는 이 산업, 이 현상이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성매매특별법에서 가장 큰 문제는 성판매자를 동시에 처벌할 수 있다는 부정의한 조항에서 발생합니다. 이는 ‘자발’적인 ‘동의’에 의해 성산업에 발을 들인 여성의 살아온 맥락이 무시되고, 동의를 그저 ‘자유로운 개인’간의 동의로 바라보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적입니다.
젠더와 섹슈얼리티의 불평등이 내포된 사회에서, 여성이 선택할 수 있는 일자리는 한정될 수밖에 없습니다. 식인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가 세계를 갉아먹고 있는 현재의 시스템에서 모든 노동이 불안정화되고, 저임금화 되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이 체제에서 특히 여성은 더욱더 열악한 지위에서 노동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나마 여성에게 ‘돈’이 많이 벌릴 수 있다고 여겨지는 노동이 있습니다. 그 노동은 바로 가부장제와 남성문화, 남성의 얼굴을 한 국가가 승인한 여성의 섹슈얼리티가 활용되는 ‘노동’, 바로 성매매입니다.
성산업은 태생적으로 부정의함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과거 가부장의 얼굴을 한 국가가 미군 철수를 막고, 달러를 유치하기 위해, 기생관광을 통해 외화를 벌어들이기 위해, ‘국가발전’을 위한 길이라며, 철저히 여성의 몸을 활용하여 이윤을 확보해왔던 것입니다.
이러한 가부장의 얼굴을 한 국가는, 자신들이 산업화시켜왔던 성‘산업’에 대한 책임을 방기한 채 성매매 여성을 처벌 대상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성매매 ‘문제’를 해결하고, 인신매매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호언장담한 국가의 해법이 고작 성매매 여성들을 범죄자로 만들며, 경찰 단속을 시행하는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경찰 단속은 공권력의 필요에 따라 성매매 여성을 위험하게 만드는 함정단속도 서슴지 않고 있습니다. ‘불법’인 성매매를 단속하겠다는 이유만으로 성매매 여성의 몸을 찍고, 보고, 공유하고, 녹화하는 등 성매매 여성에 대한 인권이 전혀 지켜지지 않고 있습니다. 경찰은 자신의 실적을 채우기 위해서, 진급을 하기 위해서, 가장 쉽게 눈에 들어오는 성매매 여성의 ‘몸’을 필두로 단속합니다.
경찰에게 묻고 싶습니다. 성매매 알선자가 점점 더 보이지 않게 되는 현실에서 성매매 여성을 최일선으로 단속함으로써, 성특법의 제정 취지인 알선자를 잡는 데에 크나큰 효과를 거두셨습니까? 또한 국가와 경찰에게 묻고 싶습니다. 성매매 여성을 더욱 열악한 조건으로 몰아넣으며, 낙인을 재생산하는 것이 과연 성매매 산업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입니까? 성매매 여성을 처벌하고 단속함으로써, 성매매를 ‘근절’할 수 있습니까? 과연 누구를 위한 법이고, 단속입니까? 과연 누구를 위한 처벌입니까?
우리는 현행 성특법에 내포되어있는 개인과 개인 간 ‘자유로운 계약’, ‘자발’과 ‘동의’의 맥락을 페메니즘의 눈으로 살펴봐야 합니다. 더불어 성매매 여성을 더욱 불합리적인 지위에 놓이게 하는 경찰의 부정의하고 졸렬한 함정단속 방식도 이제 그만 멈춰야 합니다. 성매매 여성의 ‘몸’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여성의 섹슈얼리티와 ‘몸’을 경유하여 막대한 수익을 형성하고, 이러한 수입이 가능하게끔 만드는 남성문화와 ‘수요’를 지적하고, 문제시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성특법은 성매매 여성에 대한 ‘처벌’이 아닌, 성매매 여성이 성산업에 발을 들이게 된 여성들의 삶의 맥락을 고려하여 구성될 필요가 있습니다. 더불어 성산업에 발을 들인 여성을 마주하게 됐을 때, 최소한으로라도 성매매 여성이라는 낙인을 찍지 않고, 성매매 여성 인권단체에 문을 먼저 두드릴 것을 권유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 한 가지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구성원들은, 성매매 여성에 대한 주홍글씨를 거둬들이고, 성매매 여성도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동료 시민임을 감각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상입니다.
[발언4] 실적 올리기 위해 인명사고 무릅쓰고 성매매 단속 강행한 분당경찰서를 규탄한다 : 익명(경기도 성매매 집결지 성노동자)
저는 경기도 성매매 집결지에서 일하고 있는 성노동자입니다. 며칠 전, 분당경찰서의 성매매 단속을 피하기 위해 2층 창문으로 뛰어내린 성노동자의 이야기를 기사에서 봤습니다.
성노동자들에게 이런 일은 아주 흔히 일어나는 일입니다. 기사에서 A 씨의 이야기가 태국 국적의 여성 종업원이란 부분만 소개됐을 뿐 정확한 사정이 자세히 담겨있지는 않았지만, 목숨을 걸고 단속을 피하고자 한 모습을 봤을 때 미등록 이주민일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이미 대한민국의 많은 성노동자가 이주 성노동을 선택해 다른 나라에 ‘불법체류’를 하며 미등록 이주민/성노동자의 삶을 이어가고 있으며, 저도 해외로 넘어간 동료들의 소식을 종종 듣습니다. 타지에서 어렵사리 적응해 돈을 벌며 미래를 가꾸다가도, 미등록 이주민이란 위치 때문에 언제 어떻게 단속에 걸려 추방될지 몰라 공포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심지어 미국의 경우 미등록 이주민 신분에서 성매매 단속에 걸리면 감옥에 갇히는 상황도 발생합니다. 한국은 외국인보호소에 구금되는 거로 압니다. 아마 A 씨도 이러한 추방과 구금의 불안 속에서 살기 위해 도망을 친 거라 생각됩니다.
저도 A 씨와 같은 상황이었다면, 똑같은 선택을 했을 겁니다. 단속에 걸리게 된다면 우리는 성매매를 한 범죄자로 낙인찍히고 처벌받습니다. 차후 결혼을 할 수도 있고, 현재 아이가 있는 엄마일 수도, 누군가의 딸들일 수도 있는데 성매매를 한 범죄자로 전과가 생기면 성노동자의 삶을 정리한 후 다른 사람들과 같은 평화로운 미래를 꿈꾸긴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성노동자들은 단속을 피하고자 목숨을 겁니다.
미등록 이주민이 아닌 성노동자들도 단속을 피하기 위해 내가 다치더라도, 죽더라도 위험을 감수해서 도망치곤 합니다. 저도 단속을 피하려고 콘돔을 삼켰다가 경찰이 떠났을 때 손가락을 넣어 다시 토해내기도 했습니다. 제 친구는 경찰 단속을 피하고자 높은 담벼락을 넘다가 다리가 부러졌습니다. 경찰 단속이 뜨면, 옷도 제대로 못 걸치고 나체로 도망쳐야 했던 성노동자들도 있습니다. 언급 외에도, 주변에서 성매매 단속을 피하기위해 성노동자들이 위험천만한 상황에 맞닥뜨리는 걸 보고 들었습니다.
경찰에게 우리는 보호받아야 할 여성이 아닌 그저 범죄자로 취급받습니다. 설령 우리가 범죄 피해를 입고 경찰서에 찾아가도, 성노동자란걸 알면 ‘피해자’인 사건에서도 먼저 ‘피의자’로 대하며 성매매 혐의를 수사합니다.
만약 범죄자라 해도, 범죄자는 죽어도 다쳐도 되는 사람입니까?
사람이 다치는 걸 막기보다, 성매매 혐의 증거를 찾아 실적을 올리기에 혈안이 된 경찰의 태도에 저는 몹시 분노합니다.
성매매 단속이 심해질수록 성노동자들은 점점 갈 곳을 잃어가며 보이지 않는 곳으로, 음지로 이동할 뿐입니다. 성노동자를 단속하기보다 우리가 성노동자의 삶을 정리하고 나갔을 때 사회적 일원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 가난에 시달려서 아픈 가족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복지혜택을 만들어 주는 것이 먼저입니다.
우리 성노동자들이 더 이상 다치지 않고 죽지 않고 한 나라의 여성으로, 국민으로 보호받고 싶습니다. 우리도 사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