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보고[발언문 모음] 낙태죄 폐지 1년 4.10 공동행동 “모두에게 안전한 임신중지가 보장될 때까지” 발언문 모음

2022-04-10



✊ 낙태죄 폐지 1년 4.10 공동행동✊
🌈“모두에게 안전한 임신중지가 보장될 때까지”🌈


발언문 모음


김보영 /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 SHARE 사무국장


안녕하세요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에서 활동하는 김보영입니다.

2019년, 낙태죄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작년, 낙태죄의 효력이 상실되었습니다. 우리의 성과입니다. 임신을 유지할지의 여부는 당사자가 스스로 선택할 수 있고 선택해야 한다고, 그것이 죄가 될 수는 없다고 외쳐온 우리의 성과입니다.

오늘은 우리가 이만큼의 성과를 이루어오는 동안 국가는 과연 무엇을 했는지 묻고 싶습니다. 성과 재생산에 관한 활동을 하면서 임신중지를 원하지만 임신중지 권리를 보장받을 수 없는 상황에 놓인 사람들을 자주 만납니다. 여전히 한국에서 임신중지에 수많은 장벽들이 존재한다는 것은 언론을 통해서도 여러 번 보도된 사실이기도 합니다. 임신중지에 대해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여전히 병원마다 시술 비용이 제각각입니다. 터무니없이 높은 비용을 부담하게 되는 상황들도 발생하고 있습니다. 유산유도제의 도입은 지지부진합니다. 청소년여성, 이주여성과 장애여성의 임신중지 접근권은 더욱 열악한 상황에 처해있습니다. 임신중지에 대한 장벽을 해소하고 차별적인 인식을 개선해 나가야 할 책임이 있는 국가는 지금 이 과제를 방기한 채 시간만 흘려보내고 있습니다.

얼마나 더 많은 시민들이 병원의 문턱 앞에서 가로막혀야 임신중지 접근권이 개선이 될까요? 얼마나 더 많은 사람들이 유산유도제를 공식적인 경로로 구하지 못해 신뢰하기 어려운 성분의 약물들을 음성적인 경로로 구해야 하는 것일까요? ‘낙태죄’가 폐지되었지만 임신중지에 대한 접근권을 적극적으로 보장할 의지가 없는 국가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2022년의 우리는 지금 그 결과를 목격하고 있습니다.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임신중지 비용을, 때로는 수백만원에 달하는 그 비용을 임신중지를 원하는 당사자가 오롯이 감당하고 있을 때 국가는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그 비용을 구하지 못해 임신중지가 뒤로 미루어지면서 더욱 위험한 상황에 내몰리고 있는 시민들이 두려워할 때 국가는 대체 무엇을 했습니까? 임신중지에 대한 건강보험을 적용하고 수술 및 약물 임신중지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할 국가의 역할은 온데간데없고 위민온웹 같은 임신중지 약물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사이트를 국가가 나서서 접속을 차단하고 있는 것이 2022년의 현실입니다. 약물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할 국가의 책임은 어디로 가고 정보를 차단하는 것에만 급급한 것입니까? 정부는 정부의 역할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것이 맞습니까? 

우리는 ‘낙태죄’ 폐지 운동을 하며 낙태가 죄라면 범인은 국가라고 외쳤습니다. 임신중지가 더 이상 죄가 아닌 세계에서 왜 여전히 국가는 범인의 역할을 계속하고 있는 것입니까? 안전하게 임신중지를 할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는 시민들 앞에서 국가는 떳떳하게 자신이 더 이상 범인의 역할에 머물러있지 않다고 자신할 수 있습니까? 나아가 다가올 새 정부는 과연 얼마나 다를까요? 다가올 새 정부에서는 성·재생산 권리 보장을 얼마나 중요한 과제로 인식하고 있을까요? 차별과 혐오의 언어로 승리를 거머쥔 바로 그 정권에서 시민들의 건강과 권리는 과연 중요한 과제로 다뤄질 수 있을까요?

제가 활동하는 셰어라는 단체에서는 2020년 성 재생산 권리보장 기본법(안)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그 법안에서 누구도 합리적 이유 없이 성별, 장애, 나이, 혼인 상태, 가족 형태,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 성 특징, 병력, 인종, 이주 지위, 직업, 종교, 사회적 신분 등을 이유로 성적 권리와 재생산 권리 보장에 있어 차별받아서는 안된다고 명시한 바 있습니다. 아직도 차별금지법은 만들어지지 못했습니다. 적극적인 차별금지 조치 없이는 성과 재생산 권리의 보장도 어렵습니다. 차별금지법 또한 지금이라도 당장 제정되어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낙태죄’ 폐지가 끝이 아니라 시작임을 알고 있었습니다. ‘낙태죄’가 있던 시대의 국가폭력, 우생주의, 인종주의, 성장주의, 성차별주의를 ‘낙태죄’ 폐지와 함께 하나씩 해소해나가는 것이 우리에게 남겨진 몫임을 알고 있었습니다. 따뜻한 봄날, 우리가 다시 거리에서 만난 이유는 명확합니다. ‘낙태죄’ 폐지 이후의 시간을 만들어가는 우리의 요구에 국가가 응답하기를 요청하는 것입니다. 국가가 제대로 시민들의 건강과 권리를 책임질 것을 요구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국가의 알량한 아량을 바라지 않습니다. 국가가 방치하고 있는 책임, 모든 시민의 성과 재생산 건강 그리고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국가가 노력해야 할 책임을 다시금 묻기 위해서 우리는 만난 것입니다. 우리는 낙태죄 폐지라는, 낙태죄를 역사 속으로 떠나보내는 성과를 이뤘습니다. 이제 우리는 모두에게 안전한 임신중지가 보장될 수 있는 세계를 만들고 있습니다. 우리의 노력에 국가와 정부는 응답해야 할 것입니다. 앞으로 다가올 차기 정부에도 요구합니다. 차별과 혐오를 일삼고, 오히려 그것을 부추기는 국가와 정부를 두고보고 있지 않을 우리입니다. 시민의 건강과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 국가의 최우선 과제임을 부디 똑바로 인식하길 바랍니다. 우리는 기어코 그러한 세상을 만들 것이라고 오늘 이 자리에서 이야기합니다.

감사합니다.



이서영 /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기획팀장


저는 한가지 당연하고 단순한 과제를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임신중지 의료에 건강보험을 전면 적용하라는 것입니다.

지난해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에서 임신중지경험 실태조사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이 보고서에는 80년대의부터 최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시기의 임신중지 경험이 담겨 있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경험들 사이에 과연 공통점이 있을까하는 궁금증이 들수도 있을텐데요, 한가지 관통하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낙태죄폐지 전후를 가릴 것 없이 대부분이 건강보험 체계 바깥에서 임신중지가 이루어졌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처벌받지 않을 권리를 쟁취했지만, 관련 법령이 정비되지 않아 이제 폐기되어야 할 모자보건법 14조에 열거된 임신중지에 한해서만 건강보험이 적용되고 있습니다. 아직도 대부분의 경우 임신중지 비용은 온전히 개인의 몫입니다. 

임신중지에 건강보험이 적용되어야 하는 이유는 첫째, 지불능력이 있는지 여부에 따라 권리 행사의 장벽이 있어서는 안 되기 때문입니다. 여러 국제인권규약 모니터링 기구들에서도 임신중지에 대한 경제적 장벽을 낮출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둘째,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해서입니다. 비용 장벽으로 인해 임신중지의 임신중지 시기가 늦춰지면 합병증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집니다. 여성들이 겪을 어려움과 합병증으로 인한 고통을 고려하면 안전한 임신중지에 최대한의 접근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따라서 임신중지에 건강보험 적용은 꼭 필요합니다. 

대체입법이 차일피일 미뤄진지가 벌써 3년입니다. 이제 바톤은 윤석열 정부로 넘어갔습니다. 그런데 국민의힘은 지엽적인 일부 항목들에 대한 급여화 약속 뿐 이렇다할 체계적인 건강보장 정책을 공약하지 않았습니다. 임신중지 권리에 대한 약속도 없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윤석열 당선인은 후보시절 여성혐오를 결부시켜 복지예산 삭감을 정당화하는 발언을 해 왔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반동을 가만히 지켜보지 않을 것입니다. 여성들이 다시한번 앞장서서 임신중지 건강보험 적용을 요구할 것입니다. 재생산 권리를 보장할 복지를 확대하라고 요구할 것입니다. 

차기정권과 국회에 요구합니다. 임신중지 대체입법, 임신중지 의료서비스 제도화 더이상 미루지 말라! 공적 의료체계 내에서 보장하라!


이동근 /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사무국장


안녕하세요. 저는 지역 약국에서 일하고 있는 약사입니다.

의약품은 보통 생명을 보호하고, 더 건강해지기 위해 사용하게 됩니다. 또 간혹 의약품은 사람들의 복지를  증진하기도 하고, 인권을 개선하는 역할도 합니다. 수술환자에게 고통을 잊게 했던 마취제가 그러했고, 에이즈를 평범한 질환으로 바꾼 에이즈치료제가 그러했고, 여성들에게 임신공포를 벗어나게 했던 피임약의 개발도 그러했습니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안전한 임신중지할 권리를 위해 유산유도제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여성들은 아주 오래전부터 임신중지를 시도해왔습니다.  하지만 과거에는 안전한 방법이 없었기 때문에 건강을 해치면서 임신중지를 해야 했습니다. 어쩌면 아주 절박했기 때문에 그렇게라도 임신중지를 시도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30여년 전에 우리는 아주 안전한 임신중지 방법을 알아냈습니다. 개발자는 임신 초기에 어떤 약을 먹으면 거의 99% 로 안전하게 임신중지를 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아주 혁명적인 방법이었지만, 우리는 지난 30년간 사회적 편견때문에 이 약을 사용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작년에 낙태죄가 폐지되고 우리는 임신중지를 할 권리를 인정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주 혁명적이었던 그 약은 여전히 그 사회적 편견때문에 들어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금 유산유도제를 사용하고 싶은 사람은 그 사회적 편견 때문에 인터넷으로 약을 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약이 가짜약인지, 검증된 약인지 알기 어렵습니다. 심지어 가격은 너무 비쌉니다. 결국 유산유도제가 도입되지 않는다면 우리는 여전히 안전하게 임신중지할 온전한 권리를 누리지 못할 것입니다.

국민들은 우리 건강에 필수적인 약을 국가에게 요구할 권리가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하여 국가에게 유산유도제를 요구할 권리가 있습니다. 정부에게 묻습니다. 미국도, 캐나다도, 유럽도, 호주도, 중국도, 베트남도, 심지어 북한도 우리가 알고 있는 많은 나라들이 이미 사용하고 있는  유산유도제를 왜 한국정부는 도입하지 않는 것입니까? 

지금 산부인과 의사회는 유산유도제 도입을 반대하며, 정부에 압박을 가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낙태죄 대안입법 논의에서도 임신 아주 초기에만 임신중지를 해야 한다며, 헌법불합치 결정을 전적으로 부정하는 주장들을 늘어놓았습니다. 지금도 유산유도제 도입에 대해 위험하다, 안전하지 않은 약물이다. 임상시험을 다시 해야 한다, 사용하려면 입원을 해야 한다는 둥 사실상 유산유도제 도입에 훼방을 놓고 있습니다.  우리가 그냥 가만히 있어야 합니까?

우리는 다시 한번 힘을 모아 그들에게 외쳐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의 절절한 요구를 정부에 드러내야 합니다.

우리가 5년전에 했던 그 요구를 오늘 다시 외쳐봅시다.

정부는 지금 당장 유산유도제를 도입하라!

정부는 모두에게 안전하게 임신중지 할 권리를 보장하라!



박예림 / 한국여성의전화 여성인권상담소 활동가

 

여성의 몸에 가해지는 폭력과 차별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

낙태죄 폐지 그 너머의 세상을 향해 -


2016년 검은 시위 이후 6년이 지났습니다. 우리는 다시 이곳, 보신각에 모였습니다. 2019년 4월 11일, 1953년 낙태죄가 형법상 제정된 지 66년 만에 헌법불합치 판결이 나왔습니다. 이는 여성의 몸을 도구로 삼는 국가의 폭력과 침묵에도 굴하지 않고 싸워온 모든 여성, 시민들의 힘으로 만들어 낸 결과입니다. 그리고 1년, 대안 입법이 통과되지 않은 채 낙태죄는 폐지되었습니다. 하지만 낙태죄 폐지 이후, 우리는 모두가 안전하게 임신 중지를 선택할 수 있는 세상에 살고 있습니까? 여성의 몸이 폭력과 차별을 겪지 않아도 되는 세상에 살고 있습니까?

현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정부와 국회는 ‘낙태죄’ 가 사라진 이후에도 여성의 몸에 대한 폭력과 차별을 멈춰야 한다는 목소리를 들으려 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침묵한 채 낙태죄가 폐지된 새로운 세상의 도래를 외면했을 뿐입니다. 실제 낙태죄 헌법불합치 이후 국회에 발의된 법안 대부분은 임신, 출산에 관한 사회 구조적 차별과 제약을 없애고 여성의 건강과 삶의 권리를 보장하기보다는, 임신 중지에 대한 법적 규제를 유지하고 완화하는 것에 불과했습니다. 낙태죄가 폐지되었지만, 피해자들의 현실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제가 상담 현장에서 만나는 피해자들은 가해자가 전혀 동의를 구하지 않은 채 성관계를 강요하거나, 피임을 거부하고 원치 않는 임신이 되었을 때 그 책임을 고스란히 피해자에게 모두 떠넘겨 고통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피해자들은 여전히 어떻게 할지 몰라 상담을 요청하지만, 실질적으로 지원할 방법이 없는 현실입니다. 현재의 법과 제도의 테두리 안에서는 폭행·협박을 수반하는 ‘강간’에 의한 임신일 때에만 임신중지를 위한 의료비 지원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현재 의료체계에서도 임신 중지에 대한 관점과 원칙이 마련되어 있지 않아 피해자들은 안전하게 의료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병원을 찾는 데 많은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피해자들은 남성 보호자(친부 등)의 동의가 필요하지 않은 병원을 찾아 헤매거나, 상담실로 직접 전화해 편견 없이 안전하게 수술을 받을 수 있는 곳을 개인적으로 문의하고 있었습니다.

여성의 몸은 통제의 대상이 아닌 여성 자신의 것입니다. 이제 우리 사회는, 국가는 여성들 자신의 몸에 대한 권리를 인정하고 여성들이 임신을 중지하고자 선택할 때 안전하게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해야 합니다.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병원에 따라 부르는 게 값인 수술비를 걱정하는 여성들이 없어야 합니다. 제대로 된 임신중지 관련 정보가 제공되지 않아 의료진의 편견과 낙인 없이 임신중지를 안전하게 할 수 있는 병원을 찾기 위해 혼자 고민하여 헤매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정부와 국회는 들으십시오. 눈을 제대로 뜨고 여성의 몸에 가해지는 다양한 유형의 폭력을 성평등의 관점에서 살피십시오. 이제라도 여성의 성과 재생산권 권리 보장을 위한 사회적 안전망과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십시오.

낙태죄 폐지 이후 1년, 우리는 여성의 판단을 의심하고, 훼손하고, 판단하는 세상에서 살지 않을 것입니다. 임신중지의 완전한 비범죄화가 이루어지는 사회, 유산유도제 즉각 도입 등 임신 중지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의료체계가 보장되는 사회, 다양한 임신과 출산의 경험이 존중될 수 있도록 성평등 교육체계를 갖춘 사회, 성평등추진체계 실현을 통해 여성을 향한 폭력과 차별에 즉각 대응하는 컨트롤 타워가 존재하는 사회. 우리는 그런 사회를 만들 것입니다. 더는 성과 재생산권리 보장을 가로막는 폭력과 강압, 차별을 두고 보지 않고, 사회구성원 모두가 아이를 낳을 권리, 낳지 않을 권리 모두를 보장받을 수 있는 세상으로 멈추지 않고 나아가겠습니다.

 


졔졔 / 임신중지 경험 당사자


그 누구도 자기 몸, 시간, 정신을 도박판 위에 걸고 ‘임신하면 중단하면 되지~’라는 안이한 생각으로 임신하지 않습니다. 저도 피임에 열심이었습니다. 그러나 2012년 12월, 2019년 4월, 저는 두 차례 피임에 실패했습니다. 태어나 가졌던 수 많은 성관계 속에서 두 번만 실패했다는 것은 실은 상당히 높은 피임 성공률을 의미하는 것임에도, 셀 수 없는 피임 성공 기록은 두 번의 ‘실패’ 앞에 무의미한 것이 되었습니다. 피임 실패는 수 십년을 쌓아온 학업, 커리어, 경제적 상황, 가족과 사회에서의 평판, 건강을 한 번에 위협합니다. 지금까지 쌓아온 모든 성취와 권리는 임신한 몸 앞에서 한 없이 취약해집니다. 모든 것을 잃을 위기 앞에서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한 가지는 임신 중단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두 차례 임신을 중지했습니다.

두 번의 임신 중지 경험은 서로 닮아 있으면서도 달랐습니다. 6년이라는 두 임신중단 시점 사이에, ‘낙태죄’는 위헌 판결을 받았고 저 개인은 학생에서 직장인이 되어 경제적 상황이 변했습니다. 이로 인해 처음의 임신 중단보다 두 번째 임신 중단의 심적 부담이 상당히 경감 되었습니다. 그러나 두 번 모두 법과 사회가 재생산권리를 적극적으로 보장하지 않는 상황인 점은 같았습니다. 저는 많은 돈을 지불하고도 의료진의 호의에 기대는 모양의 상대적 약자였습니다. 이는 1) 임신 중단에 관한 부족한 설명과 정보 전달, 2) 근거를 알 수 없는 높은 비용과 소비자로 보호 받기 어려운 형태의 비용 지불, 3) 의료진의 모욕적 언사, 태도 및 절차에 대한 경험으로 이어졌습니다.

2013년 1월, 첫 임신 중단 시 임신 중지는 불법이었기 때문에 적정한 임신 중지 관련 정보를 얻기 어려웠습니다. 임신 중단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병원을 찾기 위해 인터넷을 뒤지고 병원들에 조심스럽게 발신자 표시 제한으로 전화해야 했습니다. 그렇게 찾은 한 병원에서는 흡입, 유산유도제 등 몸에 무리가 덜한 임신 중단에 대한 방식이 있음을 안내는 했지만, 소파술을 통해 ‘확실한’ 임신 중단을 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병원은 의료 서비스 제공 기록이 남지 않도록 현금 90만원을 요구했고 향후 임신 계획이 있다면 30만원 상당의 영양제를 투여할 것을 추가로 권했습니다. 당시 학생이었던 저는 120만원을 혼자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으나, 그저 운이 좋아 정자제공자가 수술비 전액을 지불해 너무 늦지 않게 수술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만약 그가 임신 중단을 하려했던 제 의사에 반해 수술 동의도, 수술비 제공도 거절했다면 어땠을 지를 종종 생각합니다. 실제로 그런 상황이 두려워 플랜B를 마련하기 위해 학생에게도 돈을 빌려준다는 대부업체 사이트를 뒤적였었습니다.

한 시간이면 충분히 회복한다던 안내와 달리, 제가 깨어난 것은 한참 뒤였습니다. 마취 기운에 침대에서 떨어지기까지한 후였습니다. 오한과 오심으로 고생하며 마취 사고로 깨지 못했어도 의료 기록이나 비용 지불 기록이 남아있지 않으니 보상받지 못했으리란 생각을 했습니다. 혹은 후유증이 있더라도 오늘 벌어진 일을 누군가 아는 것이, 범죄자가 되는 것이 두려워 함부로 신고하지 못했으리란 생각을 했습니다. 안전을 보장할 수 없는 순간을 지나 살아남았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두 번째 임신 중단은 갓 낙태죄 위헌 판정이 있던 2019년 5월이었습니다. 이때는 다행히 병원에서 요구한 비용 80만 원을 지불할 경제적 여건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몸의 괴로움은 동일했지만 경제적 여건을 갖추니 더 신속한 임신 중단 결정이 가능했고, 비용 마련으로 인한 스트레스와 불안도 훨씬 낮았습니다. 그러나 ‘비도덕적 진료행위로 규정된 중절수술을 하지 않습니다.’라는 병원에 붙어있던 포스터, 임신 중단 경험이 있음을 말했을 때 의료인의 경멸하는 듯한 눈초리 등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는 여전히 심리적인 압박으로 다가왔습니다. 게다가 그 병원은 정자제공자에게 수술 동의서에 더해 강간을 시인하는 문서에 서명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이는 저의 성적 자기 결정권을 스스로 부인하게 하는 것으로 제게는 모멸감을, 정자 제공자에게도 향후 해당 자료가 강간의 증거로 활용되진 않을까 하는 우려를 주는 것이었습니다. 서명을 잠시나마 망설이던 정자제공자를 보며 경제력을 갖췄음에도 타인의 결정으로 임신 중단을 하지 못하면 어쩌나 불안했습니다. (이제야 뒤늦게, 해당 병원이 서명된 강간 시인 문서를 활용해 건강보험 급여를 청구한 것은 아닐지 의심되지만 현재 해당 병원의 폐업으로 확인이 어렵습니다.)

우리는 2019년 낙태죄 위헌 판결, 그리고 2021년 공식적 폐지를 통해 내 몸에 대한 선택으로 처벌받지 않을 권리를 되찾았습니다. 그러나2022년 봄 현재까지도, 오랜 시간 임신 중단을 부도덕, 무책임과 동일시 해온 사회적 시선과, 대체 입법 공백으로 인해 여성들은 안전한 임신중지라는 당연한 권리를 보장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는 실질적으로 여전히 여성들이 임신 중지 과정에서 사회적, 경제적으로 ‘처벌’의 대상이 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성분을 알 수 없는 안전하지 않은 유산유도제가 시중에 비싼 가격으로 유통되고 있고, 이를 복용 후 부작용을 호소하는 여성들이 있음에도, 식약처는 유산유도제를 아직까지 승인하지 않고 있습니다. 오히려 ‘위민온웹’ 등 적정 가격에 안전한 유산유도제를 공급받을 수 있는 통로를 유해사이트로 지정해 여성의 접근을 차단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여성들은 세계보건기구에서 권하지 않는 소파술을 포함, 여성의 몸에 많은 무리를 주는 외과적 방식의 임신 중단을 어쩔 수 없이 택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른 비용은 여전히 터무니 없습니다. 2013년 당시, 제게 청구된 임신 중지 비용 120만원은 당시 최저임금이 월 101만 원인 것을 고려했을 때, 지금으론 230만 원 정도로 체감되는 금액입니다. 이는 2020년 20-24세 여성 중위 소득 181만원을 훌쩍 넘는 비용이고, 25-29세 여성의 중위소득에 준하는 비용입니다. 수많은 여성들이 피임의 실패를 만회하고, 자신의 인생을 지속하기 위한 기본 권리에 대한 비용으로 지나치게 많은 금액을 청구 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누군가는 이 돈이 없어 안전하지 않은 의료 서비스를 택하거나 적절한 시기를 놓쳐 신체적/정신적으로 더 위험한 임신 중단을 경험하게 됩니다.

저는 사회/경제적 상황에 따라 여성의 임신 중지와 이를 둘러싼 선택들이 얼마나 차이 나는 지 경험했습니다. 그러나 모든 여성은 사회적 위치, 경제적 능력과 상관없이 안전하게 임신 중지할 권리가 있습니다. 국가는 개개인의 사회경제적 차이와 상관없이 임신 중지 경험이 차별적이지 않도록 보장하십시오. 정부와 국회는 그 수단으로 임신 중단 의료 서비스 접근권 향상을 위해 유산유도제를 빠른 시일 내 승인하고, 전 임신 중지 의료 서비스에 건강보험을 적용할 수 있도록 하십시오. 헌법 제34조 3항에 명시된 ‘여자의 복지와 권익의 향상을 위한 노력’의 의무를 다하십시오.

앞으로도 여성들은 수없이 많은 피임에 성공할 것입니다. 그러나 예기치 않게 종종 실패할 것입니다. 수많은 성공 중 단 한 번의 실패가, 여성들이 한 인간으로 쌓아온 모든 것을 순식간에 백지화 시킬 수 있기 때문에, 저는 여성들의 존엄과 인간으로서의 권리를 지키기 위한, 재생산의 권리를 기본권으로 보장하길 촉구합니다. 임신중지는 문란하거나 비도덕적인 소수 여성의 이야기가 아니라 가임기의 어떤 여성이 주인공이어도 이상하지 않을 생애 주기의 보편적인 사건이기에, 임신 중단을 보편적 보건/의료 권리로서 실질적으로 보호하고 보장하길 촉구합니다. 정부와 국회는 재생산권리보장에 관한 기본법을 제정하여 실질적 성적재생산권을 보장하십시오.


하영 / 청소년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위티' 활동가 (대독)


안녕하세요, 저는 청소년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위티'의 하영입니다. 오늘 저는 청소년 페미니즘 운동의 활동가로서 모두의 안전한 임신중지의 보장을 요구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

낙태죄가 폐지된지 1년의 시간이 지났습니다. 아직도 낙태죄 폐지 이후 성과 재생산권리는 법과 제도로 제대로 보장되지 않고 있습니다. 여전히 임신중지를 원하는 여성들은 자신의 자원을 동원하여 병원을 찾아야 하고, 건강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현실에서 수술은 부르는 대로 값이 됩니다. 의사가 청소년이라서, 장애 여성이라서, hiv 감염인이라는 이유로 진료를 거부하면, 어쩔 수 없이 다른 병원을 찾아야 합니다. 왜 낙태죄가 비범죄화되었음에도 아직 임신중지는 이렇게 사적으로 처리되어야 할 문제일까요? 그렇다면, 원하지 않은 임신을 한 여성 청소년이 임신중지를 하려 할 때 그 과정은 어떨까요? 병원들에서 쉽게 진료를 받을 수 있을까요? 수술을 위한 돈과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을까요? 청소년들에게 임신중지는 여전히 높은 벽과 다름없습니다.

이를테면, 2020년 정부에서 발표한 낙태죄 폐지에 따른 형법, 모자보건법 개정입법예고안은 청소년의 임신중지를 '허락'받아야 할 어떤 것으로 규정했습니다. 예고안에 따르면, 만18세 미만의 모든 청소년은 임신 중지 시술을 위해 상담 사실 확인서를 제출해야 합니다. 그리고 만16세 미만의 청소년은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받아야 합니다.

여러분, 허락과 동의가 필요한 수술이란 어떤 걸까요? 성적 실천이 금기시되는 청소년이 임신했고, 임신중지 수술을 하고 싶다는 사실을 친권자나 법정대리인에게 알리는 과정은 과연 순탄할까요? 왜 청소년의 성과 재생산권리는 보장받을 수 있는 권리가 아니라 허락과 동의를 구해야 하는 것일까요?

또, 예고안에 따르면 법정대리인이 없거나 법정대리인으로부터 학대를 받은 경우에는 그를 증명하는 자료를 제출해야 합니다. 그런데 생각해봅시다. 과연 청소년이 상담을 받거나 학대를 증명하는 자료를 제출하는 것이 단순할까요? 학교에 있는 위클래스에서조차 보호자 동의 없이는 상담을 받기 어려운 상황에서, 법정대리인이 학대한 정황을 증거 자료로 제출하는 일은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닐 것입니다. 또 여전히 친권자가 자녀를 '보호'라는 이름으로 통제하는 것이 일상적인 현실에서 학대를 증명해야 한다는 것은 또 다른 장벽이 됩니다.

낙태죄 폐지는 성과 재생산 권리를 보장하는 가장 기본적인 출발점입니다. 미숙하다는 이유로 누군가의 '허락'을 받아야 임신중지를 가능하다는 제도는 청소년들에게 안전한 임신, 출산, 임신중지를 보장하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어 보입니다. 이렇게도 청소년의 임신중지를 어렵게 한 건 '보호'를 명목하에 존재하는 성적 실천을 할 수 없는 나이라는 '금기' 때문이 아닐까요? 그러나 임신중지 수술만 떠올려도 그렇듯 청소년들에게 필요한 건 금기를 포장한 보호가 아니라, 성과 재생산권을 위한 기초적인 권리입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낙태죄 폐지는 인간이 자신의 삶을 스스로 잘 꾸려나가기 위한 기초적인 토대입니다. 낙태죄 폐지가 청소년을 위한, 나아가 모든 소외되고 성적으로 억압되었던 존재들을 위한 성과 재생산권리의 보장으로 나아가길 원합니다. 임신중지가 부끄러운 일이거나 죄악이 아닌, 수술을 위해 법정대리인과의 관계에서의 어려움을 그대로 감당해야 하는 것이 아닌, 누군가의 동의를 구해야 하는 것이 아닌, 기본적인 권리 보장이 되기를 요구합니다. 정치권에서의 성과 재생산 권리 보장을 위한 더 활발하고 적극적인 논의의 장이 계속해서 열리기를 바랍니다. 성과 재생산권이 우리의 일상과 하나하나 맞닿으며 만들어나갈 새로운 삶과 세계를 희망합니다. 감사합니다.



나무 / 장애여성공감 장애여성성폭력상담소 소장

 

안녕하세요 장애여성공감 활동가 나무입니다. 2019년 4월 11일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 불합치 결정 이후 대체입법 마련은 3년이 지난 지금까지 진행된 것이 없습니다. 국가가 성과 재생산권리보장을 위해 아무 책임을 하지 않은 것이 비단 지난 3년뿐입니까? 형법에 제27장 낙태의 죄가 낙인으로 기록되었던 1953년부터 치면 무려 70년에 가깝습니다. 도대체 한국사회는 언제까지 이렇게 멈춰있을 겁니까? 이제는 멈쳐있다 못해 후퇴하고 있습니다. 차별금지법, 강간죄, 장애인 이동권 등 도대체 얼마나 더 얘기해야 합니까? 이와 같은 답답한 현실에 성과 재생산권리도 함께 놓여 있습니다.

저는 오늘 장애여성의 성과 재생산권리 침해 현실과 권리보장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장애여성의 성과 재생산권리 침해는 모자보건법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낙태의 죄는 사라졌지만 장애인에 대한 우생학적 사유가 반영된 모자보건법 제14조 임신중절 허용사유 조항은 여전히 건재합니다. 낙태죄가 사라졌는데 처벌 예외조항이 아직까지도 있다는 것이 말이 됩니까. 모자보건법이 제정된지 5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버티고 있다는 것은 장애인에 대한 차별과 낙인을 그대로 두겠다는 것이며, 국가의 인구계획하에 장애인 수용시설 내 강제불임시술을 자행한 역사, 태어날 가치가 있는 생명을 선별해 왔던 억압과 인권침해의 역사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더 이상의 차별과 낙인을 좌시할 수 없습니다. 한국정부는 역사적 과오와 인권침해에 대한 책임을 지고 모자보건법 제14조를 당장 전면 폐기하십시오. 모자보건법 제14조의 폐기는 향후 성과 재생산권리가 제대로 실현되기 위한 너무 중요한 기반입니다.

모자보건법 제14조가 폐기되어도 그 법이 만들어 질 수 있었던 비장애 남성중심의 사회적 차별과 낙인은 장애여성의 성과 재생산권리를 침해할 것입니다. 장애여성은 시설에 살아도, 시설 밖에 살아도 피해예방을 위한, 우생학적 사유로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강제적인 피임시술 등 ‘시설화된 삶’을 강요받고 있으며 심지어 그 삶은 드러나서도 안 됩니다. 국가 수용시설 중심의 정책, 시설화된 삶은 장애여성의 성과 재생산권리를 통제하는 핵심적인 기제이며 애당초 장애여성을 성적권리의 주체로서 상정하지도 않습니다.

장애인의 이동권 보장이 이동권만의 문제가 아닌 교육권, 노동권 등과 연결되듯이 장애여성의 성과 재생산권리 역시 장애인 수용시설과 시설화된 삶으로부터 ‘탈’할 수 있는 탈시설 권리가 전제되어야 합니다. 탈시설 권리는 성평등 교육, 자기결정권, 사생활, 안전한 주거, 일할 권리, 이동권, 정상성 중심의 의료 체계의 변화, 다양한 장애에 맞는 정보 접근권, 양육권, 가족구성권 등 셀 수 없이 수많은 사회적 권리들이 포괄적으로 동시에 보장되어야 합니다. 더불어 나이, 성정체성, 장애, 국적, 성별, 가족형태, 경제적 지위, 혼인여부, 지역적 조건, 질병여부, 종교 등의 사유로 누구도 차별과 혐오를 받지 않아야 합니다. 이와 같은 차별과 혐오에 기반하여 성과 재생산권리 침해를 가장 첨예하게 받는 사람들은 10대. 빈곤, 난민, 장애, 성소수자, HIV/AIDS 감염인, 비혼, 한부모 등 사회적으로 불평등한 위치에 있는 소수자들입니다. 성과 재생산권리 보장에 대한 사회적 기반 구축은 이와 같은 다양한 당사자들의 경험과 언어, 의견을 반드시 청취하고 반영해야 합니다.

그래서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해동은 2021년 임신중지 경험 설문・실태조사를 실시하였고 무려 370명이 참여하였습니다. 다양한 정체성을 지닌 수많은 당사자들의 성과 재생산권리 침해에 대한 경험과 목소리가 이제야 공론화 되어 사회에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보여질 수 없었고, 보이지 않게 홀로 고군분투하며 수십년을 투쟁해 온 당사자들의 삶과 목소리, 담론과 대안을 당사자들과 함께 만들어온 인권운동의 역사를 억압의 역사는 이길 수 없습니다. 이미 많은 인권의 목소리와 대안들이 국회 밖에는 흘러 넘치는데 왜 당사자들의 현실과 목소리를 듣지 않고 아무것도 하지 않습니까. 당장 장애여성과 모두에 대한 차별과 낙인을 지속시키지 않는 포괄적이고 통합적인 성과 재생산권리 보장법을 제정하십시오. 

투쟁의 역사는 우리 모두의 존엄을 위해 끊임없이 앞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장애인권리예산 인수위 답변촉구를 위한 전장연 삭발투쟁이 매일 이어지고 있습니다. 삭발을 결의했던 장애인 활동가가 20년 넘게 싸워왔는데 그 투쟁을 다시 시작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앞으로의 상황이 참으로 암담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러나  다시 시작하는 그 길 위에 우리 모두 각자의 내용을 서로 끈질기게 연결하면서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앞으로도 함께 투쟁할 것을 약속하며 이상 발언을 마치겠습니다.



지완 / 노동당 활동가


헌법 블합치 판결 3년, 낙태죄 폐지 1년이 지났습니다. 어떤 변화들이 있었을지 생각해봤습니다. 물론 우리는 투쟁으로 많은 것을 쟁최했지만 종종, 아득할 때가 있습니다. 낙태"죄"는 사라졌지만 여성의 몸에 대한 국가 통제는 계속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정부와 보수세력은 헌재의 대한 해석을 달리하면서 낙태죄가 폐지된 상태를 유보하고 입법 공백상태로 규정하는 입장들을 쏟아냈습니다. 프로 라이프 대 프로 초이스의 양자 택일 논의를 넘은 포괄적 재생산권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지 않는 한 여성 개인에 대한 차별과 편견도, 시술이 어려운 현실도 여전할 테지요. 낙태죄 폐지는 시작이다, 수도없이 말했지만 정말로 이제 막 책을 피고 커서가 깜빡이는 빈 화면을 보고 있는듯한 기분이 듭니다. 그래도 악의적인 낙서를 지웠으니 일단 한시름 놓았구요.

임신중지는 단지 임신을 종결할 권리만이 아니라, 포괄적 성교육, 성평등한 성관계와 피임접근권, 임신유지·임신중단·출산에 따른 보건의료접근권, 사회적 육아와 돌봄, 차별없는 노동권 보장 등 재생산과정 전반의 문제와 연동되어있습니다. 그리고 지난 투쟁들에서 우리는 국가에게 책임을 물었습니다. 인구조절정책으로서 여성의 몸을 수단화 하지 말고, 우생학적 이유로 임신을 해야하는 몸과 그렇지 않은 몸을 구분하지 말고 모두를 위한 임신중절, 낳을권리와 낳지 않을 권리 모두 보장하라고 말이죠. 비록 헌재의 결정이 과거에 비해 진보적이었으나 여전히 국회는 처벌과 규제의 패러다임으로 임신중절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주수애 따라, 얼마나 사회경제적 어려움이 있었는지에 따라, 건강 상태에 따라 동의 여부에 따라 여성의 건강권은 끊임없이 저울질당했습니다. 여성없는 탁상공론이 답습되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또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모두를 위한 재생산 권리가 법적 효력을 갖기 하기 위한 또 다른 싸움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해외의 여러 사례들을 보면, 낙태죄 폐지는 정말 시작이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됩니다. 백래쉬는 끊임없는 자기 생산을 거듭하며 몸집을 불릴 것이고 임신중절이 ‘프라이비시권’을 중심으로 한 자유주의적 요구의 한계를 갖는한 언제고 다시 불법화, 범죄화 될지 모르게 때문입니다. 비범죄화를 넘어 포괄적 재생산권으로서의 임신중절과 여성의 건강권을 보장하는 논의는 그래서 필수적입니다. 공공병원에서 제공하는 무상의료 서비스에 임신중지가 포함되고 유산유도제를 무상공급하는 국가들의 선례를 밟기 위해 우리는 오늘도 거리에 섰습니다. 성의 권리를 넘어선 모두의 재생산 권리를 위한 싸움이고 성평등한 사회로 사회구조를 바꾸는 싸움입니다. 성과 재생산권 쟁취투쟁을 소위 ‘정상성’을 해체하고 출산과 양육의 문제를 ‘공적책임’으로 전환하고 ‘여성억압적 사회구조’를 바꾸는 투쟁을 함께 만들어갑시다. 감사합니다.



명숙 /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상임활동가


안녕하세요. 여러분! 

함께 낙태죄 폐지 1년에 우리의 요구를 걸고 외쳐서 기분이 좋으시죠? 저도 그렇습니다. 광장에서의 함성, 여러분의 온기와 열기를 느낄 수 있는 오늘이 정말 좋습니다. 정말 기분 좋은 마음으로 인사드립니다. 저는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이라는 인권단체에서 활동하는 명숙입니다. 반갑습니다.

우리는 언제나 함께 모여 연결된 힘으로 가부장국가권력과 기업권력에 맞서 싸웠습니다. 2019년 4월 11일, 낙태죄를 헌법불합치 판결로 이끈 것도 우리의 싸움이었습니다. 그렇지요? 여러분! 

저들은 우리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을뿐더러 신체적 정신적 폭력과 법적 폭력으로 우리를 억압의 굴레에 가둬두려고 했습니다. 그럴수록 우리는 외쳤고 낙태죄 폐지라는 결과를 이끌었습니다. 그러나 오늘 우리가 여기 모인 것은 아직 우리의 권리가 충분히 보장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아직까지 여성들은 안전한 임신중지의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낙태죄 폐지만으로는 권리가 보장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2016년 유엔사회권위원회가 성과 재생산권리 일반논평을 발표했듯이 성과 재생산의 권리를 억압하는 것이 다양한 사회적 법적 걸림돌이기에 이를 제거하고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법이 필요합니다. 일반논평에서 발표했듯이, 임신중지의 권리를 향유할 수 있도록 관련된 의료시설, 재화, 정보, 서비스에 모든 사람과 집단이 차별과 제약 없이 접근 가능해야 합니다. 이용가능성, 질, 접근가능성, 구매가능성, 정보접근성, 물리적 접근성이 보장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아직 식약처는 유산유도제를 승인하지 않았습니다. 그 사이 많은 여성들의  건강이 위험에 처하고 원치 않는 출산을 하기도 했습니다. 때로 낙인과 편견이 있는 의사에게 임신중지 시술을 거부당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임신중지의 권리가 제대로 보장될 때 여성노동자의 노동권이 온전하게 보장받을 수 있습니다. 안전한 임신중지를 할 수 있고 하고 싶은 일을 중단 없이 할 수 있습니다. 그러려면 일하는 여성이 임신중지를 할 때 건강이 훼손되지 않게 충분한 휴가를 쓸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지금도 많은 여성이 임신중지의 낙인으로 퇴사합니다. 또는 임신중지 후에 휴가 없이 일을 하기도 합니다. 임신중지 시술을 한  여성노동자들에게는 유산휴가의 권리가 주어져야 합니다. 

작년 6월 고용노동부가 임신중지를 한 여성노동자도 유산휴가를 신청할 수 있도록 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정부 입법 발의했으나 다른 법안들처럼 논의조차 되고 있지 않습니다. 모자보건법과 형법 등 재생산권리보장법안 제정이  지연되고 있기때문입니다.  발의된 근로기준법개정안이 다른 법안의 개정에 연동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빨리 국회는 임신중지 권리와 연관된 법안을 심의하고 의결해야 할 것입니다.

물론 법이 개정된다고 여성노동자의 휴가사용이 쉽지는 않을 것입니다. 여전히 임신중지에 대한 편견과 낙인이 크니까요: 그녀가 결혼한 여성이든 아니든 이성애자든 성소수자든 제약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사생활 보호조치가 있어야합니다. 

그러나 아시다시피 많은 여성들이 불안정한 일자리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연차휴가도 눈치 보며 사용합니다. 여성의 온전한 노동권, 건강권 보장은 여성의 몸에 대한 권리와 떨어질래야 떨어질 수 없습니다. 이를 위해 임신 중지 후 휴가 사용이나 임신중지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예방하고 여성노동자의 사생활을 보호하는 과제도 함께 해결돼야 합니다. 이는 정부와 기업의 태도 변화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오늘 모였고 또 모일 것입니다. 여성의 몸을 억압하는 가부장적 국가권력을 해체하고 온전한 권리를 누릴 때까지 오늘처럼 서로의 힘에 기대 싸울 것입니다. 그렇게 승리의 역사를 전진의 역사를 우리는 쓸 것입니다. 

아무리 여성혐오에 기대 당선된 윤석열 정부가 됐다고 해도 우리의 전진을 가로 막을 수는 없습니다. 그들은 혐오가 무기라면 연대가 우리의 힘입니다. 서로를 존중하는 우리이기에 반드시 이길 거라는 확신합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여러분! 

함께 구호로 마무리하겠습니다. 뒤에만 세 번 외쳐주세요. 


너희들은 혐오와 차별로 억압하지만 우리는 서로의 힘으로 그 권력을 깨뜨린다! 

모두에게 안전한 임신중지권 보장하라!



리나 / 트랜스젠더 인권단체 조각보 활동가


안녕하세요. 저는 리나라고 합니다. 트랜스젠더 인권단체 조각보라는 단체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오늘 저는 트랜스젠더의 안전한 임신중지와 재생산권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저는 트랜스젠더입니다. 그리고 성폭력 생존자이기도 합니다. 지금으로부터 3년 전, 저는 성폭력 피해를 입었습니다. 

당시에는 아직 의료적 트랜지션을 진행하지 못했기에, 성폭력 피해를 겪고 난 후 제가 가장 처음 걱정했던 것은 임신에 대한 공포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곧바로 임신중지에 대한 여러 정보들을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가장 처음 겪었던 장벽은 ‘여성’이라는 단어였습니다. 임신에 대한 공포는 원하지 않았던 저의 성별을 끊임없이 되새기고, 성별불쾌감과 마주해야 하는 일이었습니다. 임신중지에 대한 것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이 사회에서 내 몸이 ‘여성의 몸’으로 분류되고, 임신중지를 ‘여성에게만 해당되는 일’로 설명하는 말들은 저를 더욱 힘들고 지치게 만들었고, 그 무엇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제가 만약 그 당시 임신을 했었다면, 저는 안전한 임신중지에 접근하기가 매우 어려웠을 것입니다.

많은 트랜스젠더와 논바이너리 당사자들이 이러한 상황을 겪습니다. 임신중지 클리닉이 설치된 국가에서도, 트랜스젠더 당사자들은 안전한 의료 서비스의 접근에 많은 어려움을 겪습니다. 나의 정체성이 제대로 이해받지 못하거나, 의료진이 트랜스젠더의 신체에 대한 이해도가 없거나, 임신중지의 경험이 나를 원하지 않는 성별로 다시 낙인찍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안전한 임신중지에 대한 낮은 접근권은, 제대로 된 의료 조치를 받지 못하여 위험에 빠지는 상황도 만듭니다. 그러나 임신중지와 관련된 연구나 통계에서 트랜스젠더 당사자는 언급조차 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두렵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한국에서도 이어질 것입니다. 한국은 아직까지 트랜스젠더가 법적 성별 정정을 하기 위해서 ‘생식능력 제거 수술’을 필수적으로 요구합니다. 법적으로 트랜스젠더를 생식 능력이 없는, 재생산권을 제한받아야 하는 무성적인 존재로만 인지하고 있습니다. 국가 통계 및 각종 실태조사에서도 트랜스젠더는 기록되지 않고 배제됩니다.

그렇기에 저는 이 자리에서 말하고 싶습니다. 우리는 트랜스젠더 당사자의 이야기를 듣고 또 들어야 합니다. 지금 트랜스젠더의 재생산권에 대한 이야기는 법적으로도, 정책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심지어 당사자들 사이에서도 지워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안전한 임신중지에서 그 누구도 배제되지 않도록 계속해서 이야기합시다. 포용적인 언어와 논의로 함께 해주시길 요청드립니다. 트랜스젠더에게도 재생산권이 보장될 수 있도록 연대해주시길 바랍니다. 안전한 임신중지와 재생산권 보장은 모두의 권리이기 때문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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