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보고[조이풀 인터뷰] 3화: '활동'은 좋은 걸 나누고 싶은 마음이에요.

2022-07-01

* 조이풀 인터뷰는 한 달에 한 번 셰어 활동가와 조이(후원회원)가 만나 대화를 나누는 시간입니다. 곳곳에서 멋진 삶을 짓고 있는 조이를 소개하며 우리의 연결고리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갑니다. 조이의 이야기를 통해 셰어의 활동은 확장되고, 조이의 일상과 셰어가 연결될수록 셰어의 활동은 풍요로워질 거예요. 조이라면 누구나 조이풀 인터뷰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셰어는 조이 여러분의 이야기를 기다립니다.



[조이풀 인터뷰] 3화:  '활동'은 좋은 걸 나누고 싶은 마음이에요. 



* 소개할 조이

김주온: 서울 사는 나주사람. 씨닷 연구원, BIYN 활동가, FC녹색당 멤버. 




김보영: 주온님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오랜만에 만나는 것 같아요. 우선 주온님의 근황부터 물어보고 싶은데요. 요즘은 어떤 활동을 하고 계신가요?


김주온: 요즘에는 씨닷이라는 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어요. 씨닷은 연결을 통한 사회혁신, 그리고 사회전환을 키워드로 국내외 사회 혁신가들을 연결하고 강화할 수 있는 장을 만드는 일을 해요. 다루는 주제가 굉장히 다양한데 저는 2020년에 지원주택 관련 사업으로 합류를 하게 되었어요. 지원주택은 시설이 아닌 동네에서 자립생활을 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주거약자(장애인, 노숙인, 정신질환자, 노인 등)를 대상으로 안정적인 주거생활이 가능하도록 하는 서비스가 결합된 주택을 의미해요.  그 정책 관련한 연구 사업을 통해 씨닷과 함께하게 되었어요. 올해 그 연구 결과를 온라인 아카이브로 정리한 '좋은 삶 질문집'[ref]<좋은 삶 질문집> 아카이브는 씨닷과 SH서울주택도시공사가 함께한 <지원주택 당사자 참여서사 연구 및 디지털 아카이빙 연구> 보고서 인사이트를 공유하기 위해 만들어진 웹페이지다. 2020년 11월부터 2021년 8월까지, 9개월 간 진행된 지원주택 당사자 참여서사 연구 및 디지털 아카이빙 연구는 지원주택이 필요한 주거약자 15명의 생애 이야기를 분석하고, 이중 10명의 이야기를 영상으로 기록한 질적 연구 프로젝트다. https://goodlifearchive.kr/ [/ref] 홈페이지도 열었습니다. 지금은 이 온라인 공간을 어떻게 오프라인 기획으로 연결할지 고민을 하고 있어요.


또 BIYN 활동도 같이 하고 있고요. BIYN는 기본소득청’소’년네트워크(@BIYN.kr)라는 조직인데 기본소득을 관점으로 활용해 새로운 삶과 사회를 상상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해온지 올해로 10년차가 되었어요. 또 녹색당 활동도 하고 있고요. 녹색당에서 만든 여성 풋살팀에도 열심히 참여하고 있어요.


그리고 올해 5월 '혁명하는 할머니가 되고싶어'[ref] 김주온 조이를 포함한 몇 명의 페미니스트들이 기획해 2022년에 연 프로젝트로, <아메리칸 레볼루셔너리: 더 에볼루션 오브 그레이스 리 보그스> 다큐멘터리를 함께 보는 상영회를 열었다. 특히 첫 상영회가 윤석열 대통령 취임 날 전국 여러 곳에서 동시에 진행되기도 했다. 다큐멘터리의 주인공인 그레이스 리 보그스는 흑인 민권운동에 헌신했던 미국의 활동가이다. [/ref] 상영회 열었던 게 저에게는 인상적인 프로젝트였어요. 저는 보통 조직에 소속되어서 뭘 기획하거나 해왔는데 그냥 사람들을 모아서 이런 식으로 프로젝트를 해본 적은 별로 없었거든요. 처음인 것 같아요. 사람들이 이 영화에 이렇게 관심이 있을 줄은 몰랐어요. 키워드도 혁명이고 영화의 배경도 좀 복잡하잖아요. 배경 지식이 많이 필요한 다큐멘터리인데도 불구하고 티켓도 굉장히 빨리 매진됐어요. 온라인 상영회도 금방 인원이 찼고요. 다큐멘터리를 본 사람들이 너무 좋아하기도 했고. 영화도 물론 좋았지만 윤석열 정부의 시작과 맞물려서 그 프로젝트를 했던 게 뜻깊었어요. 



기본소득부터 지원주택까지, 활동의 확장과 연결


김보영: 주온은 대학원을 졸업하고 바로 씨닷으로 간 것으로 알고 있는데 왜 씨닷을 선택했는지 궁금했어요.


김주온: 대학원에서 BIYN 활동에 관한 논문을 쓰고 나서 제가 어떤 활동을 해야할지 고민이 많이 되더라고요. 어떤 현장으로 가야 할지 고민하면서 장애학 책도 읽어보고 동물권 책도 읽어보고 있을 때 씨닷 대표에게 연락을 받게 되었고 지원주택이라는 걸 그때 처음 알게 됐어요. 서울시 조례상 노숙인, 장애인, 정신질환자, 노인 이렇게 네 그룹에게 지원주택이 지원되는데 이 네 가지 정체성의 사람들에 대해서 잘 모르기도 하고 이 분야에서 활동하면 공부를 많이 할 수 있고 또 현장을 만날 수 있겠다 하는 호기심으로 시작하게 되었어요. 


씨닷에서 연구를 함께 하면서 노숙인 운동, 탈시설 운동, 장애인 운동 하셨던 분들을 만나고 많이 공부를 하게 되었어요. 당사자 운동 같은 것들도 알게 되었고 그 과정이 너무 좋았죠. 또 연구만 하는게 아니라 지원주택 컨퍼런스도 기획하고, 지원주택 현장에서 일하시는 사회복지사 선생님들을 보통 코디네이터라고 부르는데 그분들을 대상으로 한 보수 교육도 기획해요. 그것도 제가 작년에 맡아서 진행을 했어요. 이 사업이 처음에 시범 사업을 한 2년 정도 했고 그때는 한 네다섯개 기관 정도만 참여하다 이제 본 사업이 되면서 참여기관이 점점 늘고 있어요. 기존에 다른 복지시설에서 오랫동안 일하셨던 분들이라도 지원주택은 시설이 아니기 때문에 완전 다른 태도와 관점을 갖고 일을 해야해요. 시설 이용인이 아니라 입주민이기 때문에 입주민과의 관계 맺기부터 이 사람들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하면서 지역사회에서 자립할 수 있도록 다방면의 지원하는 것까지요. 이분들이 해야할 일이 너무 많고 소진이 될 수밖에 없는 열악한 상황인데요. 그래서 교육이라는 수단을 통해 이분들이 좀 더 지속가능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 인프라를 조성하는 일을 하고 있어요.


김보영: 지금 녹색당 활동과 BIYN 활동도 씨닷과 같이 하고 계신거죠?


김주온: 네. 녹색당 같은 경우에 지금 저는 녹색당 국제위원회에서 활동을 하고 있어요.  4년마다 글로벌 그린스 총회를 여는데 내년에 한국에서 그게 열려요. 원래는 작년에 열릴 예정이었는데 코로나 때문에 미뤄지다가 내년에 하는 걸로 결정하고 같이 준비하고 있어요.


김보영: 얼마 전에는 지방선거가 있었는데, 그걸로 또 한참 바쁘셨겠어요.


김주온: 저도 제가 사는 동네에서 선거운동을 하는 건 처음이라 그 느낌이 새로웠어요. 좀 다르게 느껴지더라고요. 이 동네에서 오가는 사람들을 관찰하게 되고. 저는 고향이 나주인데 서울에서 살면 내 동네라는 생각이 별로 안들잖아요. 근데 이번에 선거운동을 하니까 내 동네다 싶었어요.(웃음) 





기본소득과 ‘자기만의 방’


김보영: 주온님이 기본소득이라는 아이디어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뭐예요?


김주온: 2010년에 두리반 투쟁에 함께하면서 처음 들었던 것 같아요. 그때는 딱히 흥미가 생기지 않았는데요. 제가 학부 전공이 경제학인데 저는 정치경제학을 배우고 싶었는데 경제학과에서 그건 안가르쳐요. 비주류 경제학 이런 걸 찾아보니까 거기 안에 생태주의 경제학, 여성주의 경제학 이런 게 모여있더라고요. 그걸 보고 나는 여성주의 경제학을 공부해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면서 이것저것 자료를 봤는데 기본소득이 다르게 느껴지도라고요. 또 그때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 을 읽었고 친구들이랑 같이 세미나를 하면서 이야기도 나눴어요. 졸업할 시점이 되면서 일반적인 취업을 준비하지 않고 활동이라는 걸 계속 하려면 나에게 기본소득이 너무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됐고 너무 내 문제로 와닿았어요. 주변에 기본소득 활동을 하고있는 친구들도 많았고. 나랑 비슷한 여성들, 소수자들, 자원이 없는 사람들에게 기본소득이 필요하겠다라고 명료하게 생각하게 됐죠. 이전에는 대학 내에서 자치활동이나 연대활동을 주로 했었다면, 기본소득 운동은 대학 밖에서 다양한 사람들이랑 함께 하는 운동이었기 때문에 저에게는 도전이었어요. 기획의 스케일도 다르고, 처음에는 청년운동의 다른 패러다임을 제시하겠다는 야심도 있었거든요. 그 당시에 청년유니온 같은 청년 당사자 조직들이 출범하던 시기였고, 우리는 일자리 중심의 청년 정책말고 프레카리아트 담론과 오큐파이 운동의 흐름 등과 함께 기본소득 이야기를 해야한다고 주장했죠. 


김보영: 작년에 BIYN에서 셰어에 강의 요청을 해주시기도 했었잖아요. 제가 그때 참여를 했었는데, 그때 주제가 기본소득과 성·재생산 건강과 권리였어요. 기본소득과 셰어의 활동 아젠다를 접목해서 고민하고 계신 게 개인적으로 매우 신선했는데요. 어떻게 그 기획이 나오게 되었는지 궁금했어요.


김주온: 맞아요. 저희가 작년에 BIYN 10주년을 맞이해서 활동도 돌아보고 앞으로 활동을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을 하는 시간을 가졌어요. 우리가 하려는 운동은 기본소득을 법제화하는 데서 끝나는 게 아니라 오히려 기본소득이라는 관점을 통해 여러 사회적 문제를 바라보고, 또 기본소득이 실현된 사회를 상상하면서 담론을 확산하는 것이라는 걸 깨달았어요. 그러면서 공공성, 페미니즘 등 기본소득과 함께 이야기되어야 할 것들을 발굴해왔죠. 작년에 했던 연속강의 역시도 각자의 삶에서 고민하는 문제들, 자기 삶의 화두들과 관련이 됐던 것 같아요. 셰어의 전신인 성과재생산포럼 덕분에 이런 의제들에 대한 고민들을 하고 있었고, 제가 제안을 했죠. 어떤 이야기들과 우리 활동을 연결할 수 있을지 탐색해보자는 의미로 초대를 했습니다.




이후의 세계를 상상하는 힘


김보영: 어떻게 조이로서 셰어와 함께 하게 되셨는지도 궁금해요.


김주온: 성과재생산포럼 때부터 계속 보면서 많이 배우고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있었어요. 따라다니면서 공부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이 나오고 셰어가 만들어지는 흐름이 너무 멋있었고 힘을 보태고 싶었어요. 《배틀그라운드》 의 논의도 인상적이었는데요. 낙태죄 폐지 이후의 세계를 상상해야 한다는 거였잖아요. 기본소득도 이제 법제화 운동을 목표로 했을 때 그 이후를 상상하지 않을 때와 상상할 때 되게 달라진다고 생각해요. 낙태죄 관련해서도 낙태죄가 폐지되고 임신중지가 권리로 보장된다고 했을 때 그게 끝이 아니잖아요. 그 다음에 이제 운동은 무엇을 요구해야 하는지 질문을 던지고 내용을 만들어 가는건데 셰어에서 발표한 「성·재생산권리 보장 기본법(안)」의 아이디어를 처음 들었을 때 너무 인상적이었어요. 성과 재생산의 권리라는 걸 이렇게 명시할 수 있다는게 인상적이었고 든든한 마음이 들었어요. 다른 세계가 다가오는 느낌. 권리라고 이야기된 적 없는 부분을 사람들에게 권리로 설명하는 게 진짜 어려운 지점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기본소득도 마찬가지고요. 그걸 상상할 수 있는 역량이 필요한데, 그런 상상이 계속되어야 운동의 동력이 이어진다고 생각해요. 법안의 언어가 딱딱하고 경직되어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저는 오히려 더 자유롭게 상상력을 펼쳐볼 수 있는 단단한 토대가 만들어진 느낌이 들었어요. 감동적이었죠. 저는 상상하는 힘에 끌리는 것 같은데 녹색당 입당 계기도 강령을 읽고 반한거였어요. 거기 보면 어떤 사회를 지향한다고 써있는데 2016년 총선 때 김진숙 지도위원이 '단 하루라도 살아보고 싶은 세상이 거기에 써있다'이렇게 표현했거든요. 너무 공감되는 표현이었고 이런 세상을 불러오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운동을 하면서 그 미래를 잠깐씩 보는거죠. 그런 활동들에 끌리는 것 같아요. 


김보영: 주온도 활동을 시작하고 꽤 오랜 시간이 흘렀는데요. 때로는 지치겠지만 계속 활동을 이어가는 힘이 어디서 나오나요?


김주온: 저는 일단 친구들과 활동이 별로 구분이 안 돼 있어요. 항상 친구들하고 같이 뭘 하는 걸 좋아하는데 활동하는 곳을 저의 놀이터로 만드는 걸 좋아하고. 녹색당은 좀 다르지만 녹색당 활동을 하면서 전국에 많은 친구들을 만들었고 그 관계 안에서 오는 즐거움이 저에게는 중요해요. 물론 그것 때문에 힘들 때도 있지만, 그 힘든 것도 좋은 관계를 통해 풀어야 해요. 제가 하고 싶은 활동을 할 때 저는 자유롭다고 느껴요. 그 짜릿함이 다른 걸 통해서는 안 채워지는 것 같아요. 제가 생각하고 표현하고 싶은 것들을 말하지 못할 때 너무 답답한 것 같아요. 동료들과 대화를 통해 배우고, 그렇게 관점을 만들어가고 그 관점을 행사나 글을 통해서 사람들과 나누고. 저는 제가 갖고 있는 신념이나 지향하는 가치들이 좋은 것들이라고 생각하고 좋은 걸 나누고 싶은 마음이에요. 사람들에게 선물을 주면 기분 좋잖아요. 가치를 중심으로 사람들과 대화하고 만나면서 내가 더 좋은 사람이 되는 것 같은 기분도 있고요.


두리반에 갔을 때 서울이라는 곳에 처음 정을 붙이게 된 것 같아요. 두리반이 아니었으면 내 손으로 찾아 듣지 않았을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듣기도 했고. 저도 제가 원하는지도 몰랐던 문화적인 갈증 같은 걸 두리반이 채워주고 편견도 많이 깨줬던 것 같아요. 음악 들으면서 막 춤을 췄는데 해방되는 느낌. 남의 시선을 신경 안 쓰고 막 신나게 춤추는 게 처음이었어요. 한 번 그런 경험을 하고 나니까 되게 마음이 충만해지면서 계속 그런 경험을 하고 싶었어요. 


김보영: 맞아요. 그 해방감이 활동에 되게 중요한 부분인 것 같아요. 이제 마지막 질문을 해볼게요. 앞으로 셰어 활동에 기대하는 바는 무엇일까요?


김주온: 성과 재생산의 권리라는게 아직도 많이 낯설지만 성과 재생산의 권리라는 건 넓게 보면 이 지구에 새로운 구성원들을 어떻게 환대할 것인가의 문제인 거잖아요. 그들을 어떻게 초대하고 환대할지에 관한 문제는 정말 모두의 문제인거죠. 셰어가 성과 재생산의 권리라는 관점을 통해 각자가 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 연결되는 플랫폼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지금도 이미 잘 하고 계시지만요. 여러 의제를 가로질러서 활동하고 논평을 쓰시기도 하잖아요. 이제 더 생생한 논의들이 축적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인터뷰 진행 및 정리: 김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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