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보고[후기] 성평등, 성교육 도서 검열에 맞서, 성평등 정치 전략 논의를 위한 운동사회 토론회

2024-10-07


지난 9월 25일,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주최로 <성평등, 성교육 도서 검열에 맞서, 성평등 정치 전략 논의를 위한 운동사회 토론회>가 열렸습니다. 자료집 보기  



1부에서는 ‘차별금지법 제정운동과 성평등 정치, 사회운동의 과제는 무엇인가?’를 주제로 그동안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해 이어온 운동을 톺아보며, 교육과 노동운동을 포함한 다양한 현장에서 벌어지는 성평등과 성교육의 후퇴와 이에 맞서기 위한 전략과 방향을 논의했습니다. 


장애여성공감의 이진희 공동대표는 여야할 것 없는 정치권의 성차별 정치를 지적하며 ‘성평등’을 ‘양성평등’으로 퇴행시키는 것은 우리 삶의 모든 영역에서 평등하게 살아갈 권리가 위협받고 있다는 증거라고 지적했습니다. 최근 성평등, 성교육 도서 검열에 대해서는 무엇이 ‘좋은' 혹은 ‘착한' 성교육인지 질문하며 다양한 몸과 경험이 만나 정상규범에 균열을 내고, 단일한 상황과 조건이 아니라 한 사람의 복잡한 삶의 서사를 담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여러 현장에서 함께 고민하고 있는 동료들과 상호의존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해 반페미니즘, 반동성애 정치에 맞서 평등 정치의 기회와 공간을 확장하는 연대가 필요하다며 발제를 마쳤습니다.


이어서 전교조 여성위원회의 진냥님은 반페미니즘, 반동성애 세력이 가로막고 있는 성평등 교육 현장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성교육, 양성평등 교육, 성인지 교육이 모두 각각 이뤄지고 있어 파편화된 섹슈얼리티에 통합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성교육 도서 검열과 성평등 교육의 후퇴는 학생들의 교육받을 권리뿐만 아니라, 교사의 노동권도 침해하는 것’이라며 성평등 교육이 시민교육으로서 자리잡기 위해서는 학생을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동등한 시민으로서 대우하는 것이 전제가 되어야 한다고 짚었습니다. 


1부 마지막으로 민주노총 권수정 부위원장은 ‘노동조합이 성평등의 주체로 나서기 위해 필요한 고민과 과제'를 발제했습니다. 그동안 ‘남성노동자 모델'로 설계된 사회 문제를 지적하고, 가부장제 자본주의 사회가 삭제한 여성과 여성노동의 의미를 되짚으며 노동운동 안에서 일어난 성차별과 성폭력에 대해 성찰하기도 했습니다. 성평등한 조직운영을 위한 민주노총의 성주류화 정책 계획과 성별임금격차 해소, 돌봄 중심 사회로의 변화 등의 요구안을 나누며 1부를 마쳤습니다.



2부에서는 ‘성평등 권리를 박탈하는 차별 정치에 맞선 운동의 도전과 전략'을 주제로 한국성폭력상담소의 동은 활동가, 정치하는엄마들의 남궁수진 공동대표, 학생인권법과 청소년인권을 위한 청소년-시민전국행동의 이름 활동가, 남다른성교육연구소의 고상균 소장, 셰어의 타리 에브리바디 플레져랩팀장의 토론이 이어졌습니다.



토론자들은 각 현장에서 ‘성적 권리'의 구체적인 내용은 무엇인지 짚으며 앞으로 나아갈 고민과 방향을 제시했습니다. 셰어의 타리 팀장은 “성적 권리로 말할 수 있는 모든 것 - 접근성, 문화, 관점, 태도로 넓히는 활동”이라는 제목으로 셰어가 그동안 진행해온 찾아가는 성교육, 색다른 토크하셰어 프로젝트 경험을 나누고, 재생산정의 운동으로 만난 HIV여성 감염인, 이주민, 장애인, 팔레스타인의 삶과 성적 권리 운동의 역할에 대해 발제했습니다. 아래 몇 가지 대목을 전합니다. 전문은 토론회 자료집을 참조해주세요! 


“색다른토크하셰어를 기획하면서 자궁건강, 항문섹스, 성매개감염이라는 주제가 어떤 이들, 어떤 행위, 어떤 장소와 연관되는지를 드러내면서 그 자체로 이러한 주제에 연결된 낙인에 저항하려고 했고 패널의 이야기를 통해서 어떤 현장이 매개되는지 드러내고 싶었다. 그것을 통해서 각각의 성건강 이슈를 다루고, 사람들의 목소리를 모으고 드러내며, 법정책과 의료현장이 전제해왔던 가치에 도전하는 것이 어떤 것들과 더 연결되어야 하는지 드러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여성과 이주민, 장애인이 경험하는 HIV바이러스와 에이즈라는 질병이 단일한 질병의 경험이 되지 않는 이유는 자신의 질병을 드러내지 못하게 만드는 구조로부터 시작된다. 에이즈라는 질병을 드러내는 것이 삶의 장소와 관계, 사회로부터 배제를, 한국사회로부터 추방하는 효과가 지속되는 한 에이즈에 대한 예방정책 조차 징벌적 의미를 내포할 수밖에 없다. 특정한 질병을 이러한 의미와 효과로 잡아두게 하는 이유를 캐묻고 그 질문으로부터 줄줄이 달려나오는 차별, 강요, 폭력, 낙인의 양상을 통해서 한국사회의 구조를 파악해야 HIV여성/이주민/장애인의 삶과 만나는 것이 가능하다.”


“임신중지에 대한 결정권이 보장되지 않는 나라, 퀴어의 인권이 보장되지 않는 나라로서 팔레스타인이 재현되고 그것을 이유로 이스라엘의 식민지배와 인종청소가 정당성을 얻는다는 것은 팔레스타인 해방을 위해 연대하는 것 뿐만 아니라 지금 여기에서 무슬림과 어떻게 연대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품게 한다. 성소수자 무슬림 난민은 어떻게 한국사회에서 살아갈 것인가, 무슬림 이주여성노동자는 어떻게 성적 권리를 실천하면서 노동할 것인가를 질문하면서 더이상 퀴어 운동과 무슬림 이주민 운동이 별개일 수 없고 성적 권리 운동을 해나가는 동료로 어떻게 만날 것인지 고민하게 한다. 따라서 식민지배가 만들어낸 (성적) 비인간화를 직면하지 않는 성적 권리 운동은 불가능하다.”


“권리의 내용은 권리를 만들어나가는 과정과 방식을 통해서 규정된다. 권리가 긍지가 되기 위해서는 지배체제의 시혜나 허용이 아니라 차별, 강요, 폭력, 낙인의 구조를 바꿈으로써 비로소 가능했다는 집단적인 확인이 필요하다. 정조 이데올로기나 모성 이데올로기처럼 성풍속 이데올로기에 대해서 대항하고, “바람직하지 않은 성행동에 대한 형사처벌”에 대한 도전이 섹슈얼리티를 이야기하기 위한 조건, 성적 권리를 만들어나가는 과정으로 자리잡길 바란다. 성평등 도서검열과 성소수자 억압의 논리, 딥페이크 사태에 대한 무책임은 성풍속 이데올로기와 단단히 얽혀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3부에서는 성평등, 성교육 도서 검열에 맞서는 지역 성평등 정치를 기획하는 마무리 발제와 토론이 이어졌습니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실질적인 성평등 정치 조직을 위해 힘을 모으고자 하며, 셰어도 활동을 함께 이어갈 예정이니 앞으로 이어질 활동에 대해서도 관심과 참여를 바랍니다!

0

셰어의 활동 소식과 성·재생산에 관한 뉴스를 받아보고 싶다면 지금 바로 셰어의 뉴스레터를 
신청해 보세요. 알찬 소식으로 가득찬 뉴스레터를 월 1회 보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