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4일 오후 2시 한국성폭력상담소 지하 1층 이안젤라홀에서 <임신중지 비범죄화 후속 보건의료 체계 구축과 권리보장 입법 촉구 법조계, 의료계, 시민사회 공동 기자간담회>가 진행되었습니다.
이번 기자간담회는 모두의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한 권리 보장 네트워크(모임넷)과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민주사회를위한 변호사모임 여성인권위원회,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가 공동으로 주최하였고, 2시간에 걸쳐서 발표와 질의응답이 이어졌습니다.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5년, 비범죄화 4년, 복지부에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한 공식 보건의료체계 구축을, 국회에 모자보건법의 전면개정과 권리보장 입법을 촉구한다”라는 제목으로 진행된 이번 기자간담회는 현재의 상황이 단순히 ‘입법공백’으로 인한 ‘합법도 불법도 아닌 혼란 상태’인 것이 아니라, 임신중지의 비범죄화를 전제로 실질적인 조치가 필요한 상황임을 분명하게 짚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임신중지에 관한 법과 정책은 이제 법 조항으로 처벌과 허용의 기준을 가르는 방식이 아니라, 임신 당사자의 복합적인 상황과 맥락을 고려하여 임신중지와 출산, 양육에 따른 상담과 지원, 보건의료 접근성이 모두 보장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임신 기간에 따른 지원과 상담도 임의의 법적 기준이 아닌 의료적, 사회적 상황들을 고려하는 지원 체계와 가이드를 가지고 이루어질 수 있어야 합니다.
이번 기자간담회에는 법조계 발언자로 ‘낙태죄’ 위헌소원 대리인단 단장을 맡았던 김수정 변호사와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김정혜 부연구위원, 형사법무정책연구원의 장다혜 연구위원이 참여해 주셨습니다. 의료계에서는 ‘낙태죄’ 위헌소원 당시 헌법재판소 공개변론에서 참고인으로 발언하셨던 고경심 산부인과 전문의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윤정원 산부인과 전문의,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의 이동근 사무국장이 발언자로 참여했습니다. 김정혜, 장다혜, 윤정원 세 분은 셰어의 연구위원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모임넷에서 셰어의 나영 대표와 한국성폭력상담소의 유랑 활동가가 발언했습니다. 각계 모두발언을 담당하시지는 않았으나 전민경 변호사와 오정원 산부인과 전문의, 그리고 전종관 산부인과 전문의도 간담회 자리에 참석하여 질의응답을 함께해 주셨습니다.
아래에 첨부한 발언문을 꼭 읽어보세요. 기자간담회 배포 자료는 셰어 자료실의 게시물 링크를 클릭하시면 다운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자료 보기) https://srhr.campaignus.me/policy/?bmode=view&idx=122601709&back_url=&t=board&page=
배포 자료에는 우리가 요구하는 법정책 방향, WHO 가이드에서의 법정책 권고 내용, 국제 인권규범과 주요 권고, 뉴질랜드 사례와 임상가이드가 정리되어 있습니다.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국가인권위원회의 정책권고에 90일 이내에 답변해야 할 의무가 있고, 22대 국회 또한 모자보건법 개정을 비롯해 비범죄화 상황에 맞는 새로운 권리 보장 입법을 추진해야 합니다. 더 이상 우리의 권리가 방치되지 않도록, 계속해서 함께 힘을 모아 주세요.
[법조계 발언 1] 김수정 (법무법인 지향 변호사/ 형법 제269조 제1항 등 위헌소원 대리인단)
저는 낙태죄 위헌소송 대리인단의 단장이었던 김수정 변호사입니다. 2019년 4월 11일 헌법재판소가 낙태죄 조항에 대해 위헌 선언을 결정한 이후 벌써 5년이 지났습니다. 낙태죄 조항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헌법 불합치 결정은 위헌 결정 중 하나로 단지 현실적인 혼란을 고려하여 개정 입법 시한을 둔 것에 불과한 것으로 위헌 결정과 다르지 않습니다.
내용적으로도 2012년 헌법재판소는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대립적 구도로 보면서 생명권이 우선한다는 합헌결정과 달리, 2019년 헌법재판소는 단순히 대립적 구도로만 볼 수 없고, 가해자 대 피해자의 관계로 고정시켜서는 안되면, 양자택일 방식으로 다른 법익을 희생시키는 방식 즉 여성을 형사 처벌을 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점을 명확히 하였습니다.
더구나 2020년 말 잠정적으로 형식적 효력을 유지하던 기간도 도과하여 낙태죄 조항은 형식적으로도 완전히 효력을 상실한 상태입니다. 낙태죄의 위법성조각사유를 규정하고 있던 모자보건법 제14조도 더 이상 효력이 없고 모든 임신중지는 비범죄화 되었습니다.
사실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잠정적 효력을 유지하던 기간도 이미 낙태죄는 위헌이 확인되어 유효한 형법 조항으로서의 실질적 효력을 상실한 상태였고, 다만 그 기간은 개정 입법 시한으로서 여성의 임신 중지권을 비롯 재생산권리보장을 위한 법과 제도를 정비할 시간을 국가에 준 것에 다름 아니었습니다. 지금의 상태를 굳이 입법공백상태라고 한다면, 그것은 처벌조항의 공백상태가 아니라 안전한 임신중지와 재생산권리보장을 위한 입법의 부재를 의미합니다.
정부는 이러한 개정 입법 시한을 넘기고도 3년 반 이상 여성의 재생산권 보장을 위한 아무런 노력도 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 결과 낙태죄 폐지 전과 큰 차이 없이 여성은 안전하고 건강하게 임신 중지를 할 수 있는 정확한 정보를 얻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고, 의약품 접근이 음성화되어 있으며, 의료서비스를 지원하는 의사를 만나기까지 지연되는 임신중지로 인한 불안 등 여성들은 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보건복지부 등 정부는 입법공백만을 주문처럼 반복하며 아무런 정책과 인프라를 마련하고 있지 않는데, 입법 공백의 책임은 바로 정부의 책임 방기임에도 마치 의회만의 책임인 양 떠넘기고 있는 태도를 취하고 있습니다.
여성의 임신중지권 보장을 위한 보건의료시스템 구축이 과연 새로운 입법이 있어야만 가능한지는 의문입니다. 기존의 법제도 하에서도 건강보험 적용이 가능하고, 덜침익적인 수단으로서의 약물 도입은 역시 가능합니다. 헌법재판소는 낙태죄에 대한 위헌 결정을 하면서 형사처벌 조항으로의 낙태죄 조항이 사실상 사문화되었음에도, 여성들이 원치 않는 임신의 유지와 출산만 강제당하고 제대로 된 의료서비스를 받지 못해 건강권을 침해당하는 등의 부작용만을 초래하고 있는 현실을 강하게 질타한 바 있습니다.
다시 한번 이를 상기하고, 5년이라는 기간 동안 책임을 방기하고 있는 정부는 책임을 통감하고 최우선적으로 건강보험 적용, 약물 도입 등 보건의료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것입니다.
[법조계 발언 2] 김정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그 동안 정부는 임신중지에 대한 처벌의 부활을 전제로 두고, 처벌 법체계가 다시 도입될 때까지 앞으로 나아가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해왔습니다. 그러나 국제인권기구들은 국가가 임신을 중지할 권리를 보장하지 않는 것이, 임신을 유지하도록 강제하는 것으로서 인권 침해라고 규정합니다. UN 여성차별철폐위원회는 임신중지를 범죄화하고 ‘안전한 임신중지’를 거부하거나 지연하는 것을, 강제 임신이나 임신 유지 강제와 같이 보면서, “고문 또는 잔혹하고 비인간적이거나 모멸적인 대우에 준하는 젠더기반폭력”으로 규정하고, 임신중지 불법화 폐지를 협약 당사국에 권고하고 있습니다. 세계보건기구 또한 임신중지의 완전한 비범죄화, 임신중지 사유나 임신기간 제한 폐지, 임신중지 전 대기 기간 강제 요건 폐지, 제3자 승인 요건 폐지, 신념에 따른 거부로 인한 장벽으로부터의 의료 접근성 보호 등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지난 21대 국회에 발의된 정부 법안은 이러한 국제인권기구들의 권고를 전부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다른 나라의 법률에서 임신중지에 대한 성·재생산 건강권을 침해하는 장벽들을 빠짐 없이 모아서 만든 안입니다. 하지만 그동안 우리가 참조해왔던 다른 국가들은 변화를 향하고 있습니다. 여러 국가에서 임신중지에 대해 처벌 범위를 조정하는 수준을 넘어, 전면 비범죄화를 택하고 있습니다.
캐나다는 1988년에 낙태죄에 위헌 판결이 선고된 이래로 임신중지에 대해 어떠한 규제도 없으며, 임신중지 여부와 방법에 대한 판단은 임신한 본인과 의료인에게 맡겨져 있습니다. 정부는 처벌과 규제가 아닌, 재정적 지원과 접근성 향상을 위한 정책을 폅니다. 호주는 2008년 빅토리아주를 시작으로 모든 주에서 처벌이 폐지되었습니다. 2020년에는 뉴질랜드에서 낙태죄가 폐지되었고, 2021년에는 멕시코 연방대법원에서 낙태죄에 위헌 결정을 했습니다. 낙태죄를 폐지한 국가들은 임신중지에 대해 사유나 임신기간 등을 이유로 처벌을 남겨두지 않고, 오직 의료적인 문제로 접근합니다. 이 국가들은 건강보험이나 공공의료에서 임신중지 비용 지원을 함으로써 다른 의료와의 차별성과 낙인을 없애고 임신중지 의료 접근성을 높이고자 합니다.
반면 한국 정부는 낙태죄의 효력이 상실된 이후에도 유보적인 태도에 머물러 있습니다. 그로 인해 세간에는 임신중지가 14주까지만 허용된다거나, 불법도 아니지만 합법도 아니라는 근거없는 말이 떠돌고 있습니다. 그런 것은 없습니다. 정부의 모호한 태도와 정책의 지연은 당장 임신중지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습니다. 불법의 영역을 남겨두어야만 한다는 정부의 입장이 얼마나 부당한지는, ‘낙태죄’ 시기에 합법이었던 영역의 임신중지 권리가 과연 잘 보장되었는지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성폭력으로 인한 임신중지는 헌법불합치 결정 이전부터 합법이었고 건강보험이 적용되며 성폭력 피해자 의료비 지원도 가능한 영역입니다. 하지만 낙태죄가 비범죄화된 21년 이후 지원 경험에 대한 연구 결과, 성폭력 피해자들조차 여전히 의료인을 찾기 힘들고 해바라기센터 수탁병원과 성폭력피해자전담의료기관에서도 임신중지 의료 제공을 거부당하며, 건강보험은 적용되지 않고 종종 높은 의료비를 부담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고소를 할 수 없는 피해자가 지원을 거부당하기도 하고, 임신중지 의료를 위해 배우자, 파트너, 부모 등의 동반을 요구받는 경우도 있었으며, 의료지원 과정에서 임신중지의 낙인과 2차 피해를 경험하고 있었습니다. 임신중지 비범죄화 이후에도 성폭력 피해자조차 안전한 임신중지 접근성을 보장받지 못하는 현실은, 임신중지의 원칙적 금지와 일부 허용 방식이 어떠한 임신중지도 안전하게 할 수 없도록 만든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정부는 임신중지가 일반적 의료 행위로서 정상화될 수 있도록 지금 당장 정책을 시행하고, 필요한 법 개정 작업에 착수해야 합니다. 이미 효력을 상실한 형법의 낙태죄 조항과 모자보건법의 ‘인공임신중절수술의 허용한계’ 조항을 삭제하여 불필요하고 소모적인 혼란을 없애야 합니다. 하지만 법 개정 전에도 이들 조항 때문에 정책 추진이 불가능하다는 핑계를 대서는 안 됩니다. 효력이 상실된 조항을 근거로 삼을 수는 없습니다. ‘인공임신중절수술의 허용한계’ 조항을 건강보험 적용 근거로 두는 것도 옳지 않습니다. 또한 의료법, 의료기기법, 약사법, 근로기준법에서 낙태죄를 전제로 하는 조항들을 삭제하여, 임신중지가 정상적 의료행위임을 명확히 하고, 그 자리에 임신중지의 낙인을 제거하고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입법을 채워 넣어야 합니다.
그 동안 성과 재생산 영역의 법과 정책은 임신하여 출산하고 양육하는, 인구 증가에 기여하는 영역에 대한 지원에만 집중했습니다. 이제 가임기 임신, 출산, 양육뿐 아니라 임신중지, 포괄적 성교육, 월경, 피임, 성별정정 및 성별확정 등의 폭넓은 권리 보장과 정보 및 의료 접근성 보장, 정부 및 공공과 민간 영역에서의 책무와 역할을 아우르는, 전 생애 모든 사람의 평등한 성·재생산 건강과 권리 보장으로 법과 정책의 방향을 전환하여야 합니다.
[법조계 발언 3] 장다혜 (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
2019년 4월 형법 제269조 제1항 자기낙태죄와 제270조 제1항 의사낙태죄가 헌법에 불합치한다는 것을 확인한 헌법재판소의 2017헌바127 결정에서는 해당 조항들이 2020년 12월 31일까지만 적용된다고 명시했다는 점은 모두가 알고 계실 것입니다. 이 결정에 따라 정부 및 국회에서 형법 및 모자보건법 개정안들을 발의하였으나, 개선입법의 방향에 대한 합의에 이르지 못한 채 발의안이 통과되지 못했으며 21대 국회 종료에 따라 해당 발의안들은 임기만료 폐기된 상황이라는 것도 이미 알고 계실 것입니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문언 의미 그대로 이해한다면 2021년 1월 1일부터 형법 제269조 1항 및 제270조 제1항은 법적 효력을 상실했습니다. 그에 따라 형법상 자기낙태죄 및 의사낙태죄를 전제로 법적으로 허용가능한 인공임신중절에 대해 규정한 모자보건법 제14조 및 동법 시행령 제15조 역시 법적 효력을 상실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보건복지부나 상담기관, 의료기관에서는 낙태죄에 대한 입법공백을 핑계로 이미 효력을 상실한 모자보건법 규정에 따라 정책을 집행하고 있습니다. 2024년 현재까지 상당수의 의료기관뿐만 아니라 보건복지부가 지원하고 인구보건복지협회가 운영하는 상담 채널인 러브플랜에서조차 임신중지가 "모자보건법 14조에 해당하는 경우만 가능”하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성폭력 피해자를 지원하는 해바라기센터의 피해자 임신중지 지원 기준을 명시한 여성가족부의 ‘여성·아동권익증진사업운영지침’에서도 모자보건법 제14조 규정을 법적 근거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현재 헌법불합치 결정에서 제시한 개정입법의 시한이 도과된 2021년 1월 1일부터 한국에서는 임신한 여성이 의사에게 임신중지를 요청하고 의사가 이를 시행하는 경우를 처벌하지 않습니다. 다시 말해, 여성의 요청에 의해 의사가 한 임신중지는 처벌의 대상이 되지 않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의사에 의한 임신중지 처벌규정을 전제로 하고 있는 모자보건법 제14조 역시 2021년 1월 1일부터 법적 효력을 상실한 사문화된 규정일 뿐입니다. 그런데도 정부가 이미 효력을 상실한 법규정에 근거하여 임신중지 의료서비스에 대한 기준을 설정하고 있는 것은 심각한 문제입니다. 임신중지 의료서비스 제공을 위한 원칙과 기준, 그리고 실행체계를 구축하지 않는 부작위를 넘어 헌법상 기본적인 권리를 침해했기 때문에 효력이 상실된 법조항을 그대로 적용함으로써 국민의 기본권을 사실상 침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개정입법이 이루어지지 않은 현재의 상황에 대해 임신중지가 불법도 아니지만 합법도 아니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이해입니다. 의사에 의한 자기낙태죄와 의사낙태죄는 2021년 1월 1일부터 더 이상 범죄가 아니며, 의사에 의한 임신중지는 합법입니다. 현재 상태는 입법의 불비가 아니라 임신중지 의료서비스 제공의 원칙에 따른 기준과 지침이 없는 상태일 뿐이며 보건보지부를 중심으로 한 정책의 불비일 뿐입니다.
혹자는 개정입법 시한 경과 후에 구법 조항에 따른 처분의 적법성을 인정한 대법원 판결을 인용하여 개정입법 시한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헌법불합치 결정된 조항이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해당 대법원 판결 대상사건은 개정입법 시한이 지나기 전에 있었던 사건으로, 시한이 도과한 시점에 발생한 사건은 효력을 상실한 규정의 적용을 받을 수 없습니다. 2021년 1월 1일 자기낙태죄 내지 의사낙태죄 기소되거나 처벌된 사례 역시 없습니다.
정부는 임신중지 의료서비스에 대한 정책 수립 및 이행 책임의 불이행에 대해 형법 개정 여부를 핑계 삼을 수 없습니다. 캐나다 역시 1988년 형법상 낙태죄 위헌판결 이후 형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못한 상황에서 임신중지를 국가의료보장체계에 따라 제공되는 의료서비스로 확립하고 그에 따른 상담 및 지원체계를 구축했습니다. 보건복지부를 중심으로 기존의 의료체계 내에서 임신중지 의료서비스 제공을 위한 의료적 지침과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임신 및 출산 정책의 법적 근거인 모자보건법을 개정하여 임신중지를 포함한 보건정책 체계를 재정비하는 방향을 모색해야 할 것입니다.
[의료계 발언 1] 고경심 (살림의원 산부인과 전문의/ 형법 제269조 제1항 등 위헌소원 공개변론 참고인)
저는 2018년 위헌소원 재판 당시 의료인으로서 참고인 진술을 한 바 있습니다. 참고인 진술에서 실제 의료현장에서는 얼마나 다른 일이 벌어지고 있는 지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하고자 하였습니다.
의료현장에서 형법의 처벌조항이 임신중지와 관련해서 전혀 적용이 되지 않고 시행되고 있었으며 오히려 왜곡되고 악용되고 있는 현실을 알리고자 하였습니다.
여성의 몸에서 일어나고 있는 임신과 출산이라는 과정이 실제 여성의 목소리는 소외되고 제외되고 있으며, 여성이 적절한 의료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위험하고도 불안전한 처지에 놓이는 상황들에 대해 구체적으로 제시한 바 있습니다. 또한 임신 중지 시술을 시행하는 의료인들도 법적으로 불법인 임신중지 시술을 거부하거나 위험을 무릅쓰고 시행하면서 오는 부담감에 방어적인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오히려 여성의 건강을 위협하고 접근성을 떨어뜨리는 상황 또한 밝힌 바 있습니다. 산부인과 전공의 과정에서도 제대로 임신중지 시술 교육과 훈련을 받지 못해서 기술부족으로 인한 부작용이나 합병증 발생 사례들도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그런데 임신중지가 비범죄화된 현재, 관련 입법이 되지 않는 상황은 오히려 혼란만 가중되고 여성의 건강에 위협을 가하는 여러 일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올바른 정보의 부재와 함께 왜곡된 정보가 횡행하고 있으며, 해외직구로 불법으로 유산유도제가 구입되고 있으나 그 안전성이 보장되지 않는 가짜 약물의 피해가 벌어지는 상황이며, 일부 산부인과에서는 여러 형태로 수술적 임신 중지와 함께, 비수술적 약물 유산유도제가 고가의 진료비와 함께 제공되어 경제적 접근성도 제한되고 있습니다. 산부인과 의사를 비롯한 의료인들도 제도적 장치가 마련이 되어야 적절한 전문적 훈련과 함께 안전한 임신중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임신중지와 관련된 보건의료 정책의 원칙과 제안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여성의 건강과 재생산건강권 보장을 최우선으로 하여 여성의 생애 전반의 걸친 건강의 관점에서 안전한 임신 중지가 가능하도록 한다.
둘째, 여성이 자율적 판단과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충분한 정보 제공과 상담을 한다.
셋째, 현대 의학의 수준과 필요를 고려하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보건의료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다. 그러기 위해서 보건복지부 산하 의료보험공단에서는 임신중지를 필수의료서비스로 규정하고 보험급여체제 안에 포함시킨다.
넷째, 의료계가 여성과 함께 신뢰를 바탕으로 자율적으로 기능을 하도록 열린 공간을 마련한다. 의료계도 여성의 건강과 재생산권을 위한 의료서비스에 대한 적극적인 연구와 논의의 과정을 거치면서 보다 나은 서비스 제공을 위해 노력한다.
[의료계 발언 2] 윤정원 (산부인과 전문의/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산부인과의사에게 낙태죄가 존재한다는 것은, 내 진료행위가 범죄라는, 지금 내 앞에 앉아 있는 이 여성이나 나와 같이 일하는 동료가 언제라도 나를 범죄자로 만들 수 있다는 감각과 같습니다. 그 감각은 의료인으로서의 정체성과 진료 관행, 의사-환자관계 모두에 유독한 영향을 끼쳤었습니다. 그래서 2019년의 헌법불합치 판결은 산부인과의사로서는 일생 일대의 전환점이었습니다. 이제는 더이상 여성을 의심하고 책임을 전가하지 않아도 될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2024년이 다 지나가도록 얼마나 바뀌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임신중지가 비범죄화가 되어 의료서비스로 간주된다는 것은, 전혀 다른 상상과 준비가 필요합니다. ‘이제 뒷골목에서 임신중지 받다가 죽지는 않잖아?' 수준이어서는 안됩니다. 관련된 의료보장체계를 만들고, 건강보험 적용여부를 논의하고, 의료 가이드라인과 의료인교육과정을 검토하는 과정, 하나하나 차근차근 해도 모자랄 것을 지금까지 정부는 책임을 방기해왔습니다.
임신중지에 건강보험을 적용 받은 건수는 한해 2000여건으로 전체 임신중지의 7% 도 안되는 수준입니다. 임신 중지에 상담 급여로 제공하겠다고 했지만, 상담받은 건수는 1년에 1500건도 안 적용되고 있습니다. 비범죄화 이전의 관행들 - 보호자동의, 청소년의 부모동의, 현금결제 및 기록삭제 종용, 영양제나 유착방지제 같은 비급여 /근거없는 관행들 - 아직도 전혀 변한게 없습니다. 전반적인 접근성이 늘었다고 하지만, 아직도 청소년, 성폭력피해자들, 이주여성과 장애여성들이 이용할 수 있는 정보와 의료기관은 극소수입니다.
법이 바뀌었다고 우리의 생각의 구조와 관념이 한순간에 바뀌지는 않습니다. 우리가 쓰는 언어가 바뀌어야 하고, 잘못된 편견과 과거의 지식에 기반한 고정관념이 교정되어야 변화가 시작될 수 있습니다. 저는 우리 모두가, 특히 정책입안자와 여기 와주신 기자분들께, 임신중지를 어떻게 보고 말해야 할지에 대해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하나, 임신중지는 의료서비스입니다. 피임, 자연유산, 산전진찰과 다를 게 없는, 여성이 생애주기중에 언제든 경험할 수 있는 몸의 상태이자, 산부인과 진료 중의 하나입니다. 세계보건기구는 임신중지를 전면 비범죄화하고 의료서비스로서 제공할 수 있게 이미 가이드라인도 주고 있습니다.
둘, 임신중지는 안전합니다. 특히 초기에 시행될수록, 수술과 약물 모두 굉장히 효과적이고 안전합니다. 임신중지가 위험할것이라는 고정관념 때문에 가해지는 불필요한 제약들 - 숙려기간, 제3자 동의, 유산유도약 도입의 지연 - 이런 것들이 진료를 지연시키고, 비용을 증가시키며, 결국에는 건강에 위해를 더 가하게 됩니다. 안전성과 효과성은 빼놓고 낮은 빈도의 위험만 강조하는 것은, 여성에게 오히려 낙인과 부정적인 정서, 안전하지 않은 방법을 선택할 위험을 높입니다.
셋, 사람들은 다양한 이유와 감정을 가지고 임신중지를 하고 있습니다. 많은 연구들이 여성들은 경제적, 인생의 시기상, 파트너와의 관계 때문에, 이미 있는 자녀들에 집중하기 위해서, 정신건강을 위해서 등 다양한 이유로 임신중지를 결정하며, 본인의 선택에 확신을 가지고 있다고 말합니다. 출산을 선택하는 사람이나 비혼 비출산을 선택하는 사람들의 선택과 마찬가지로 임신중지는 인생을 꾸려나가는 결정 중 하나입니다. 지금 임신중지가 필요한 여성들이 힘겹고 어려운 시간을 보내는 이유는 임신중지가 불법화되어 있는 동안 만들어진 낙인, 정부의 후속조치공백 때문이지, 임신중지를 고통스럽고 비극적으로 묘사하는 것은 지양되어야 합니다.
넷, 임신중지는 대부분이 초기에 이루어집니다. 보건사회연구원에서 시행한 실태조사상 95% 가 12주 이내 시행되었고, 20주 이상의 임신중지는 1%미만입니다. 그리고 후기임신중지는 더 열악한 환경 - 청소년이거나 장애나 질병이 있거나, 임신중지가 지연이 된 경우에서 발생합니다. 후기 임신중지는 극히 예외적인 경우로, 그것이 논의의 중심이 되어서는 안되며, 섬네일에 영아에 가까운 태아나 만삭의 임산부 그림을 사용해 대중에게 편향적 이미지를 주는것도 지양해야 합니다. 우리는 최대한 이른시기에 제약없이 임신중지가 가능하도록 하여 임신중지가 지연되지 않도록 하는 노력을 하는 동시에 후기임신중지가 필요한 사람들도 안전하고 존엄하게 결정과정을 조력받도록 해야 합니다.
[의료계 발언 3] 이동근 (약사/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저는 주로 2021년 비범죄화 이후에 약물 임신중지에 대한 현황에 대해서 주로 설명드리고자 합니다.
많은 분들이 아시다시피 식약처는 비범죄화 초반에 유산유도제를 신속허가하겠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할 정도로 약물 임신중지에 매우 긍정적이었습니다. 덕분에 국내제약사 중 현대약품이 곧바로 유산유도제인 ‘미프지미소’ 허가를 신청합니다. 하지만 도입과정에서 식약처의 태도가 점차 바뀌었고, 결국 허가절차를 1년 넘게 지연시키다가 결국 현대약품이 신청을 철회하였고, 다시 작년 3월 재신청했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유산유도제 허가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관련하여 국회의원실 통해서 여러차례 허가지연에 대한 이유를 식약처에 따져 물었습니다. 최근 식약처가 한 답변은 정말 가관입니다. 유산유도제 허가에 대해 형법과 모자보건법 개정으로 약물에 의한 낙태 및 낙태 허용기간이 벌률로 정해져야 허가심사가 가능한 일부 허가 요건자료(위해성관리계획)가 있어 신청인과 식약처의 상호 인식하에 허가심사 절차가 잠정 중지(취하)된 상황이라는 답변이었습니다.
여기서 위해성관리계획이란 식약처가 제약회사에게 시판후 의약품 사용단계에서 약물 부작용 등 위험을 완화하기 위해 환자를 위한 사용설명서를 작성하거나 우려가 높은 부작용에 대해 어떻게 준비하겠다는 식의 내용을 주로 다룹니다. 이는 전적으로 사용하는 환자의 안전을 도모하기 위한 계획입니다.
그런데 식약처는 온라인에서 안전하지 않는 방법으로 유통되는 유산유도제의 위험성 문제는 내버려 둔 채 제약사가 공식 도입하려는 약의 부작용을 관리하기 위한 위해성관리계획이 형법 및 모자보건법 개정되지 않아 마련할 수 없으므로 허가요건이 충족되지 못한다는 전혀 앞뒤가 맞지 않는 주장으로 유산유도제 허가를 지연시키고 있는 것입니다. 게다가 이런 주장은 앞서 설명하신 것처럼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완전히 효력이 상실한 낙태죄 및 모자보건법 14조 조항의 효력이 사라졌음에도 식약처가 헌법재판소 결정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주장과도 같습니다.
더구나 식약처의 우려처럼 추후에 형법이 개정되고 낙태죄가 부활할 수 있다고 해도 식약처의 주장은 해명될 수 없습니다. 나중에 법안이 개정되면, 추후에 위해성관리계획을 변경하면 되기 때문입니다. 여러 환경 변화에 따라 식약처는 지금도 허가 이후에도 허가사항을 변경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미래에 어떤 법안이 개정될 거라는 가정때문에 현재 의약품 허가를 보류한다는 것은 조잡한 변명일 수 밖에 없습니다.
식약처가 행하는 범법적 행위는 여기에 그치지 않습니다. 작년에 의사, 약사, 시민들을 조직해서 식약처에 유산유도제의 긴급도입 및 필수의약품 지정을 요구하는 다수인민원을 제기했습니다. 당시 식약처는 민원에 대해 이해관계자의 합의가 필요하며 민원 요구를 거부하였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의원실을 통해 이해관계자의 합의를 위해 식약처가 무슨 활동을 했냐고 질의했는데 아무런 회의 및 간담회도 열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는 민원처리법상 다수인민원에 대해서 예방대책을 마련할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식약처는 이를 무시하고 있는 것이다.
안전하게 임신중지를 할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유산유도제는 너무나 중요한 수단입니다. 약물 임신중지에 핵심 약물인 미페프리스톤은 2024년 5월 기준 전세계 99개 국가에서 사용하고 있는 방법입니다. 초기 임신중지의 경우 미페프리스톤을 사용하면 95~98%의 성공률을 보이며, 심각한 후유증의 발생빈도는 우리가 쉽게 복용하는 진통제보다 낮습니다.
약물임신중지는 수술에 비해 의료접근성이 좋고, 당사자가 원하는 편안한 장소에서 복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처럼 임신중지에 대한 낙인과 차별이 심한 국가에서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하지만 약물을 통한 임신중지가 당사자에게는 부작용이나 실패할 수 있다는 두려움을 가지는 경우들도 있습니다. 그래서 많은 경우 도입 초기에는 사용율이 높지 않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국가에서 약물임신중지 경험이 쌓이면서 선호도는 크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에도 2010년대 초반에 약물임신중지를 선택한느 사람이 25%도 채 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간편하고, 안전하며 효과적이라는 경험이 쌓이면서 약 10여년이 지난 2021년 조사에는 63%가 약물임신중지를 시도하고 있다고 합니다. 만약 약물 사용이 안전하지 않거나 효과가 떨어졌다면 전세계적으로 약물임신중지의 사용률이 이렇게 꾸준하게 증가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니 산부인과의사회 등이 주장하는 유산유도제 안전성이나 효과성에 대해 의심은 국제적인 수준에서 보면 편견 또는 비과학적 주장으로 봐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약물임신중지의 보장은 단순히 유산유도제 허가로만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는 점도 주목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일본은 지난 2021년 12월 한국에서 허가진행 중인 것과 같은 제품의 유산유도제를 허가했습니다. 하지만 100만원에 달하는 비싼 가격, 의료기관의 제한, 약을 병원 안에서 복용하고 임신산물 배출될때까지 대기해야 하는 등의 사용조건 때문에 대부분 약물임신중지를 사용하지 않습니다. 구체적인 사용율은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유산유도제 취급허가를 받은 의료기관이 일본 전역에서 단 83곳이며 취급허가 기관이 없는 도호부도 많을 정도로 도입수준이 매우 미진한 상황입니다. 캐나다의 사례를 봐도 2015년에 처음 허가되었는데 초기에는 사용조건이 까다로웠던 2017년까지는 사용률이 매우 낮았지만 2018년 사용 제한들을 철회하면서 현재 2021년 기준으로 전체 임신중지의 37%가 유산유도제를 사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약물임신중지의 보장은 유산유도제 허가에 그치는게 아니라 불필요하게 처방가능한 의료기관의 제한하지 않고, 처방 받은 약을 집에서 먹을 수 있게 해야 하고, 가격은 너무 비싸지 않아야 가능합니다.
덧붙여서 여러 언론에서 “불법 낙태약” 이라는 용어들이 자주 언급되면서 약물 사용 자체가 불안하다는 우려를 부추길 우려가 있습니다. 물론 유통과정의 불법성은 있지만, 여성들이 약물임신중지 선택에 두려움을 갖지 않도록 기자들께서 관련 보도에 신경써주시기도 바랍니다.
[시민사회계 발언 1] 나영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 SHARE, 대표)
몇 달 전 보호출산제와 관련해 어떤 기자 분과 전화로 인터뷰를 하던 중에 이런 질문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낙태를 왜 하는 건가요?” 그간 인터뷰를 하면서 기자 분으로부터 이런 질문은 받아본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당시 대화의 흐름상, 이 분의 질문은 ‘대체 왜 낙태를 하는지’ 진심으로 이해하기 어렵다는 뉘앙스에 가까웠기에 저는 어떤 말부터 해야할지 순간 아득해졌습니다. 임신중지를 왜 할까요?
어떤 이주 여성은 한국 남성과 결혼해 세 명의 자녀를 키우고 있는데 더 이상은 도저히 아이를 키울 수가 없어 임신 8주차에 임신중지를 하고자 했습니다. 남편에게 사실이 알려지면 폭력을 당할 것이 우려되어 남편에게 알려지지 않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지만 문의한 여성 분이 살고 있는 지역에서는 남편과 함께 와야 할 수 있다는 말을 하는 병원 뿐이었습니다. 어떤 청소년은 아버지의 폭력으로 집을 나와 살다가 임신을 하게 되었는데 부모에게도 말을 하지 못하고 경제적으로 의존하고 있던 상대 남성에게도 말을 하지 못하고, 병원에서는 몇 차례 거절을 당하는 사이 임신 20주차를 지나게 되었습니다.
임신중지를 하게 되는 상황과 맥락은 너무나 다양하고 복합적입니다. 몇 가지의 사유로 재단할 수 있는 일도 아니고, 임신의 유지와 출산만을 지원한다고 해서 해결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당사자에게는 해결해야 할 복잡한 상황들이 맞물려 있습니다. 때문에 임신중지에 대한 지원 체계가 빈약할수록 임신중지의 시기는 늦어지고, 그만큼 접근성은 더 낮아지고, 결국 당사자는 더 많은 비용과 더 큰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릴 뿐입니다.
하기에 이제 세계보건기구를 비롯해 여러 국가에서는 임신 몇 주차에 어떤 방법이 안전하고, 임신 기간에 따라 어떤 의료 환경과 전문 보건의료인이 필요한지, 각 시기마다 어떠한 정보와 상담, 지원이 필요한지에 관해 아주 구체적인 근거와 가이드, 보건의료 체계를 마련해두고 있습니다. 처벌을 위한 기준이 아니라, 더 이상 임신중지가 처벌과 규제의 명분 아래에서 비공식적이고 비싼 비용을 치러야 하는 의료환경에 놓여있지 않도록, 양질의 안전한 보건의료 체계를 위한 기준과 가이드를 마련해가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보건복지부는 이러한 사례들을 어떻게 한국에서 반영하고, 실현할지에 대해 그간 전혀 검토하거나 연구를 하지 않았습니다. 보건복지부는 조금이라도 이른 시기에 안전하게 임신중지를 할 수 있는 상담, 지원 체계를 구축하는 대신, 아동의 권리에 대한 수많은 우려와 비판을 뒤로 한 채 출산 후 자녀를 익명으로 출생등록하여 시설에서 자라게 할 상담과 지원 체계를 만들었습니다. 보건복지부가 만든 <위기임신 및 보호출산 지원 사업 안내> 책자에 있는 위기임신 상담절차에는 임신의 유지와 출산 상담에 관한 지원사항 안내와 보호출산 상담에 관한 내용만 있을 뿐 내담자가 임신의 중지를 원할 시에는 어떤 정보와 지원이 이루어져야 하는지에 관한 내용은 전혀 없습니다. 상담기관이 함께 상담과 지원을 연결할 수 있는 보건의료 연계체계가 준비되어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2020년 3월 24일, 뉴질랜드는 임신중지를 비범죄화하도록 법을 개정하여 뉴질랜드에서 안전하고 접근 가능하며 평등한 임신중지를 보장하기 위한 작업을 시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제 더 넓은 범위의 의료환경에서 임신중지 케어를 제공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한 법 개정을 통해 이제 임신중지를 보건 문제로 인식하여 임신중지 서비스에 대한 책임이 보건부로 이관되었습니다. 다른 의료 서비스와 마찬가지로 임상 지침의 사용은 일관되고 양질의 의료 서비스 제공을 지원합니다. 이는 전국적으로 표준화된 진료의 길을 열어줍니다.”
뉴질랜드 보건부가 2021년 발간하여 배포한 임신중지 임상가이드의 머릿말입니다.
“임신중지 규제는 여성의 SRHR을 존중하고 보호하며 이행하는 것, 여성을 위한 적극적인 보건 성과 달성, 양질의 피임 정보 및 서비스 제공, 그리고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한 여성, 청소년, 장애 여성, 성폭력 및 젠더 기반 폭력 생존자, 트랜스젠더 및 논바이너리, 민족, 종교 및 인종 소수자 여성, 이주민 및 실향민 여성, HIV 감염 여성 등을 포함한 주변부에 있는 사람들의 특별한 요구를 충족하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 임신중지에 대한 규제는 평등과 반차별에 입각해야 하며, 정부는 이를 촉진해야 한다.”
세계보건기구가 2022년 새로 마련한 가이드에서 모든 국가에 완전한 비범죄화를 권고하며 강조한 원칙입니다.
“모든 사람의 이야기와 상황은 고유하며 장벽은 지역마다 다를 수 있지만, 종종 근처에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고, 임신중절 진료를 받기 위해 여행 비용을 감당할 수 없으며, 문화적으로 대응하고 낙인이 없는 성 및 생식 건강 서비스를 받는 데 어려움이 있습니다. 또한 의료 시스템 내에서 이전에 차별을 경험했기 때문에 소외 계층의 많은 구성원이 필요한 치료를 받는 것이 더 어렵습니다. (캐나다 정부의 재정 지원 확대는) 소외 계층을 위한 정보 및 서비스에 대한 프로젝트의 도달 범위와 접근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 프로젝트는 또한 여행 및 숙박 비용을 충당하기 위한 재정 지원에 대한 접근성과 임신 중절 치료를 받는 개인에 대한 물품 지원을 개선할 것입니다.”
지난 해 캐나다 보건부가 발표한 보도자료의 내용입니다. 무엇을 정부의 중요한 역할로서 고려하고 있는지가 보이시나요?
자신에게 놓인 수많은 불평등과 사회경제적 어려움들 속에서 임신중지를 하고자 하는 사람도 자신의 건강과 삶을 돌볼 수 있어야 합니다. 자신의 삶을 다시 계획하고 이어나갈 수 있어야 합니다. 출산과 양육만큼 임신중지도 고용과 노동, 학업, 경제적 여건, 주거 여건, 거주 여건 등에 있어 매우 중요하고 삶의 질을 좌우하는 문제입니다. 이제는 한국의 정부와 국회, 보건복지부도 무엇을 금지할지만을 생각하는대신 무엇이 필요한지를 구체적으로 고민하고 실질적인 시스템을 구축해 나가야 합니다. 공식적인 보건의료와 상담, 지원 체계를 갖추고, 사회경제적인 불평등을 함께 해결해 나가야 합니다.
복지부에 WHO 2022 가이드 권고를 기준으로 임신중지 사전, 사후, 임신 기간에 따른 구체적인 임신중지 방법을 명시한 임상가이드와 상담가이드, 가까운 의료기관 정보를 포함한 공식 정보 제공 시스템을 만들 것을 요구합니다. 그리고 복지부는 이를 위해, 보건의료 서비스와 상담, 지원 간 원활한 연결을 위해 전국 보건의료 기관의 임신중지 관련 의료서비스 제공 가능 수준을 파악하고 공식 연계 체계를 구축해야 합니다. 또한 ‘위기임신 비밀상담’만 강조하는 상담 체계가 아니라, 모든 사람이 피임, 임신의 유지와 중지, 출산, 양육에 대한 정보와 필요한 상담, 지원 체계에 접근할 수 있도록 외국어와 수어의 통번역 지원, 점자와 음성 정보 지원, 활동지원, 이해하기 쉬운 정보와 그림 정보의 제공 등 다양한 접근성 지원 체계를 마련해야 합니다.
복지부가 해야 할 일이 이렇게 많습니다. 모쪼록, 오늘 이 자리에 와주신 언론인 분들께서 이제는 이러한 복지부의 역할을 함께 촉구해 주시기 바랍니다.
[시민사회계 발언 2] 유랑 (한국성폭력상담소 활동가)
임신중지가 필요한 성폭력 피해자, 소수자, 여성을 만나는 현장단체들은 ‘낙태죄’가 헌법불합치 선고를 받은 지 5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은 현실을 마주합니다.
성폭력 피해자의 의료 지원을 규정한 여성가족부 운영지침은 법적 효력이 사라진 <모자보건법> 14조를 아직도 지원 기준으로 언급하고 있습니다. 성폭력을 협소하게 판단하는 법적 용어인 ‘강간 또는 준강간’을 명시하는 이 조항은 성폭력 피해자 임신중지 의료 지원의 장벽이 됩니다. 이 기준에 따르면, 법적 구성요건인 ‘폭행 또는 협박’이 발견되지 않는 친밀한 관계에 의한 성폭력이나 상대의 동의 없이 몰래 피임기구를 빼는 ‘스텔싱’ 같은 사례는 지원이 어렵게 됩니다. 또한, 임신중지가 가능한 의료기관에 대한 정보가 제공되지 않는 상황에서 비서울 지역의 성폭력 상담소는 여전히 병원을 찾는 것에 어려움을 겪고, ‘낙태죄’ 폐지 이전의 의료 관행을 고수하는 의료인을 설득하며 고군분투하고 있습니다. 국가기관인 해바라기센터는 기관에 따라 경찰신고를 반드시 해야 하거나 주수 제한을 두거나 지원을 위한 사례회의를 소집하는 것에 긴 시간이 걸립니다. 빠르게 임신중지가 진행되어야 하는 상황 속에서 조급한 마음으로 지원자는 여러 병원과 상담소에 전화를 돌리고, 피해자는 기차를 타고, 비행기를 타고 멀리 이동해야 합니다.
청소년 피해자는 여전히 해바라기센터와 의료기관에서 보호자의 동의를 요구받고 있습니다. 보호자로부터 비난을 받거나 아동학대, 폭력에 노출될 수 있는 청소년은 임신 사실을 쉽게 알릴 수 없음에도 보호자의 동의를 ‘알아서’ 받아와야 하는 현실은 임신중지 시기를 더욱 지연시키고, 결국 청소년이 위험한 임신중단을 시도하도록 내몹니다. 유산유도제가 도입되지 않았기에 청소년은 신뢰할 수 없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충분한 정보 없이 유산유도제를 배송받기도 합니다. UN은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에 대해 한국정부가 아동 최선의 이익 원칙에 부합하도록 권리를 보장하라는 것을 권고했으나 이 과정에서 청소년의 건강권, 임신중지에 대한 권리는 심각하게 침해되고 있습니다. 한편, 장애인의 임신, 출산 등의 재생산권을 통제해 온 역사 속에서 장애여성의 임신중지는 충분한 정보제공과 의사결정의 과정 없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주변인이 임신중지 여부를 대신 결정하거나 임신중지의 허용한계를 명시한 모자보건법 조항을 강제불임 수술에 대한 근거로 삼기도 했습니다. 여성가족부 운영지침의 성매매 피해지원 항목에는 ‘임신중지’가 언급되지 않기 때문에 개별 성매매 상담소는 합법도, 불법도 아닌 현장에서 임신중지 지원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현재 정부가 해야하는 것은 보호(익명)출산제를 중심으로 한 상담체계가 아니라 안전한 임신중지에 대한 연계.지원 체계 구축입니다. 낡은 여성가족부 운영지침은 개정되어야 합니다. 성폭력 피해자 의료지원 기준에서 모자보건법을 삭제하고 성매매 피해지원 항목에는 ‘임신중지’를 추가해야 합니다. ‘피해’임을 입증하지 않아도 안전한 임신중지가 가능하도록 유산유도제를 도입하고 임신중지 의료행위를 건강보험으로 보장해야 합니다. 보호자나 파트너의 ‘동의’가 필요한 의료 관행과 지침을 폐기하고 의료인의 역량을 강화하고 임신중지 서비스를 위한 새로운 보건의료 연계체계를 확보해야 합니다. 트랜스젠더 등 성소수자의 의료 접근성 향상을 위한 고민을 시작해야할 것이며 더 나아가 청소년과 장애인의 자기결정권 보장을 위해 주거, 노동, 교육 등 생애 전반적인 권리가 보장되어야 할 것입니다.
10월 14일 오후 2시 한국성폭력상담소 지하 1층 이안젤라홀에서 <임신중지 비범죄화 후속 보건의료 체계 구축과 권리보장 입법 촉구 법조계, 의료계, 시민사회 공동 기자간담회>가 진행되었습니다.
이번 기자간담회는 모두의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한 권리 보장 네트워크(모임넷)과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민주사회를위한 변호사모임 여성인권위원회,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가 공동으로 주최하였고, 2시간에 걸쳐서 발표와 질의응답이 이어졌습니다.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5년, 비범죄화 4년, 복지부에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한 공식 보건의료체계 구축을, 국회에 모자보건법의 전면개정과 권리보장 입법을 촉구한다”라는 제목으로 진행된 이번 기자간담회는 현재의 상황이 단순히 ‘입법공백’으로 인한 ‘합법도 불법도 아닌 혼란 상태’인 것이 아니라, 임신중지의 비범죄화를 전제로 실질적인 조치가 필요한 상황임을 분명하게 짚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임신중지에 관한 법과 정책은 이제 법 조항으로 처벌과 허용의 기준을 가르는 방식이 아니라, 임신 당사자의 복합적인 상황과 맥락을 고려하여 임신중지와 출산, 양육에 따른 상담과 지원, 보건의료 접근성이 모두 보장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임신 기간에 따른 지원과 상담도 임의의 법적 기준이 아닌 의료적, 사회적 상황들을 고려하는 지원 체계와 가이드를 가지고 이루어질 수 있어야 합니다.
이번 기자간담회에는 법조계 발언자로 ‘낙태죄’ 위헌소원 대리인단 단장을 맡았던 김수정 변호사와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김정혜 부연구위원, 형사법무정책연구원의 장다혜 연구위원이 참여해 주셨습니다. 의료계에서는 ‘낙태죄’ 위헌소원 당시 헌법재판소 공개변론에서 참고인으로 발언하셨던 고경심 산부인과 전문의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윤정원 산부인과 전문의,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의 이동근 사무국장이 발언자로 참여했습니다. 김정혜, 장다혜, 윤정원 세 분은 셰어의 연구위원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모임넷에서 셰어의 나영 대표와 한국성폭력상담소의 유랑 활동가가 발언했습니다. 각계 모두발언을 담당하시지는 않았으나 전민경 변호사와 오정원 산부인과 전문의, 그리고 전종관 산부인과 전문의도 간담회 자리에 참석하여 질의응답을 함께해 주셨습니다.
아래에 첨부한 발언문을 꼭 읽어보세요. 기자간담회 배포 자료는 셰어 자료실의 게시물 링크를 클릭하시면 다운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자료 보기) https://srhr.campaignus.me/policy/?bmode=view&idx=122601709&back_url=&t=board&page=
배포 자료에는 우리가 요구하는 법정책 방향, WHO 가이드에서의 법정책 권고 내용, 국제 인권규범과 주요 권고, 뉴질랜드 사례와 임상가이드가 정리되어 있습니다.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국가인권위원회의 정책권고에 90일 이내에 답변해야 할 의무가 있고, 22대 국회 또한 모자보건법 개정을 비롯해 비범죄화 상황에 맞는 새로운 권리 보장 입법을 추진해야 합니다. 더 이상 우리의 권리가 방치되지 않도록, 계속해서 함께 힘을 모아 주세요.
[법조계 발언 1] 김수정 (법무법인 지향 변호사/ 형법 제269조 제1항 등 위헌소원 대리인단)
저는 낙태죄 위헌소송 대리인단의 단장이었던 김수정 변호사입니다. 2019년 4월 11일 헌법재판소가 낙태죄 조항에 대해 위헌 선언을 결정한 이후 벌써 5년이 지났습니다. 낙태죄 조항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헌법 불합치 결정은 위헌 결정 중 하나로 단지 현실적인 혼란을 고려하여 개정 입법 시한을 둔 것에 불과한 것으로 위헌 결정과 다르지 않습니다.
내용적으로도 2012년 헌법재판소는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대립적 구도로 보면서 생명권이 우선한다는 합헌결정과 달리, 2019년 헌법재판소는 단순히 대립적 구도로만 볼 수 없고, 가해자 대 피해자의 관계로 고정시켜서는 안되면, 양자택일 방식으로 다른 법익을 희생시키는 방식 즉 여성을 형사 처벌을 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점을 명확히 하였습니다.
더구나 2020년 말 잠정적으로 형식적 효력을 유지하던 기간도 도과하여 낙태죄 조항은 형식적으로도 완전히 효력을 상실한 상태입니다. 낙태죄의 위법성조각사유를 규정하고 있던 모자보건법 제14조도 더 이상 효력이 없고 모든 임신중지는 비범죄화 되었습니다.
사실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잠정적 효력을 유지하던 기간도 이미 낙태죄는 위헌이 확인되어 유효한 형법 조항으로서의 실질적 효력을 상실한 상태였고, 다만 그 기간은 개정 입법 시한으로서 여성의 임신 중지권을 비롯 재생산권리보장을 위한 법과 제도를 정비할 시간을 국가에 준 것에 다름 아니었습니다. 지금의 상태를 굳이 입법공백상태라고 한다면, 그것은 처벌조항의 공백상태가 아니라 안전한 임신중지와 재생산권리보장을 위한 입법의 부재를 의미합니다.
정부는 이러한 개정 입법 시한을 넘기고도 3년 반 이상 여성의 재생산권 보장을 위한 아무런 노력도 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 결과 낙태죄 폐지 전과 큰 차이 없이 여성은 안전하고 건강하게 임신 중지를 할 수 있는 정확한 정보를 얻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고, 의약품 접근이 음성화되어 있으며, 의료서비스를 지원하는 의사를 만나기까지 지연되는 임신중지로 인한 불안 등 여성들은 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보건복지부 등 정부는 입법공백만을 주문처럼 반복하며 아무런 정책과 인프라를 마련하고 있지 않는데, 입법 공백의 책임은 바로 정부의 책임 방기임에도 마치 의회만의 책임인 양 떠넘기고 있는 태도를 취하고 있습니다.
여성의 임신중지권 보장을 위한 보건의료시스템 구축이 과연 새로운 입법이 있어야만 가능한지는 의문입니다. 기존의 법제도 하에서도 건강보험 적용이 가능하고, 덜침익적인 수단으로서의 약물 도입은 역시 가능합니다. 헌법재판소는 낙태죄에 대한 위헌 결정을 하면서 형사처벌 조항으로의 낙태죄 조항이 사실상 사문화되었음에도, 여성들이 원치 않는 임신의 유지와 출산만 강제당하고 제대로 된 의료서비스를 받지 못해 건강권을 침해당하는 등의 부작용만을 초래하고 있는 현실을 강하게 질타한 바 있습니다.
다시 한번 이를 상기하고, 5년이라는 기간 동안 책임을 방기하고 있는 정부는 책임을 통감하고 최우선적으로 건강보험 적용, 약물 도입 등 보건의료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것입니다.
[법조계 발언 2] 김정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그 동안 정부는 임신중지에 대한 처벌의 부활을 전제로 두고, 처벌 법체계가 다시 도입될 때까지 앞으로 나아가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해왔습니다. 그러나 국제인권기구들은 국가가 임신을 중지할 권리를 보장하지 않는 것이, 임신을 유지하도록 강제하는 것으로서 인권 침해라고 규정합니다. UN 여성차별철폐위원회는 임신중지를 범죄화하고 ‘안전한 임신중지’를 거부하거나 지연하는 것을, 강제 임신이나 임신 유지 강제와 같이 보면서, “고문 또는 잔혹하고 비인간적이거나 모멸적인 대우에 준하는 젠더기반폭력”으로 규정하고, 임신중지 불법화 폐지를 협약 당사국에 권고하고 있습니다. 세계보건기구 또한 임신중지의 완전한 비범죄화, 임신중지 사유나 임신기간 제한 폐지, 임신중지 전 대기 기간 강제 요건 폐지, 제3자 승인 요건 폐지, 신념에 따른 거부로 인한 장벽으로부터의 의료 접근성 보호 등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지난 21대 국회에 발의된 정부 법안은 이러한 국제인권기구들의 권고를 전부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다른 나라의 법률에서 임신중지에 대한 성·재생산 건강권을 침해하는 장벽들을 빠짐 없이 모아서 만든 안입니다. 하지만 그동안 우리가 참조해왔던 다른 국가들은 변화를 향하고 있습니다. 여러 국가에서 임신중지에 대해 처벌 범위를 조정하는 수준을 넘어, 전면 비범죄화를 택하고 있습니다.
캐나다는 1988년에 낙태죄에 위헌 판결이 선고된 이래로 임신중지에 대해 어떠한 규제도 없으며, 임신중지 여부와 방법에 대한 판단은 임신한 본인과 의료인에게 맡겨져 있습니다. 정부는 처벌과 규제가 아닌, 재정적 지원과 접근성 향상을 위한 정책을 폅니다. 호주는 2008년 빅토리아주를 시작으로 모든 주에서 처벌이 폐지되었습니다. 2020년에는 뉴질랜드에서 낙태죄가 폐지되었고, 2021년에는 멕시코 연방대법원에서 낙태죄에 위헌 결정을 했습니다. 낙태죄를 폐지한 국가들은 임신중지에 대해 사유나 임신기간 등을 이유로 처벌을 남겨두지 않고, 오직 의료적인 문제로 접근합니다. 이 국가들은 건강보험이나 공공의료에서 임신중지 비용 지원을 함으로써 다른 의료와의 차별성과 낙인을 없애고 임신중지 의료 접근성을 높이고자 합니다.
반면 한국 정부는 낙태죄의 효력이 상실된 이후에도 유보적인 태도에 머물러 있습니다. 그로 인해 세간에는 임신중지가 14주까지만 허용된다거나, 불법도 아니지만 합법도 아니라는 근거없는 말이 떠돌고 있습니다. 그런 것은 없습니다. 정부의 모호한 태도와 정책의 지연은 당장 임신중지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습니다. 불법의 영역을 남겨두어야만 한다는 정부의 입장이 얼마나 부당한지는, ‘낙태죄’ 시기에 합법이었던 영역의 임신중지 권리가 과연 잘 보장되었는지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성폭력으로 인한 임신중지는 헌법불합치 결정 이전부터 합법이었고 건강보험이 적용되며 성폭력 피해자 의료비 지원도 가능한 영역입니다. 하지만 낙태죄가 비범죄화된 21년 이후 지원 경험에 대한 연구 결과, 성폭력 피해자들조차 여전히 의료인을 찾기 힘들고 해바라기센터 수탁병원과 성폭력피해자전담의료기관에서도 임신중지 의료 제공을 거부당하며, 건강보험은 적용되지 않고 종종 높은 의료비를 부담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고소를 할 수 없는 피해자가 지원을 거부당하기도 하고, 임신중지 의료를 위해 배우자, 파트너, 부모 등의 동반을 요구받는 경우도 있었으며, 의료지원 과정에서 임신중지의 낙인과 2차 피해를 경험하고 있었습니다. 임신중지 비범죄화 이후에도 성폭력 피해자조차 안전한 임신중지 접근성을 보장받지 못하는 현실은, 임신중지의 원칙적 금지와 일부 허용 방식이 어떠한 임신중지도 안전하게 할 수 없도록 만든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정부는 임신중지가 일반적 의료 행위로서 정상화될 수 있도록 지금 당장 정책을 시행하고, 필요한 법 개정 작업에 착수해야 합니다. 이미 효력을 상실한 형법의 낙태죄 조항과 모자보건법의 ‘인공임신중절수술의 허용한계’ 조항을 삭제하여 불필요하고 소모적인 혼란을 없애야 합니다. 하지만 법 개정 전에도 이들 조항 때문에 정책 추진이 불가능하다는 핑계를 대서는 안 됩니다. 효력이 상실된 조항을 근거로 삼을 수는 없습니다. ‘인공임신중절수술의 허용한계’ 조항을 건강보험 적용 근거로 두는 것도 옳지 않습니다. 또한 의료법, 의료기기법, 약사법, 근로기준법에서 낙태죄를 전제로 하는 조항들을 삭제하여, 임신중지가 정상적 의료행위임을 명확히 하고, 그 자리에 임신중지의 낙인을 제거하고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입법을 채워 넣어야 합니다.
그 동안 성과 재생산 영역의 법과 정책은 임신하여 출산하고 양육하는, 인구 증가에 기여하는 영역에 대한 지원에만 집중했습니다. 이제 가임기 임신, 출산, 양육뿐 아니라 임신중지, 포괄적 성교육, 월경, 피임, 성별정정 및 성별확정 등의 폭넓은 권리 보장과 정보 및 의료 접근성 보장, 정부 및 공공과 민간 영역에서의 책무와 역할을 아우르는, 전 생애 모든 사람의 평등한 성·재생산 건강과 권리 보장으로 법과 정책의 방향을 전환하여야 합니다.
[법조계 발언 3] 장다혜 (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
2019년 4월 형법 제269조 제1항 자기낙태죄와 제270조 제1항 의사낙태죄가 헌법에 불합치한다는 것을 확인한 헌법재판소의 2017헌바127 결정에서는 해당 조항들이 2020년 12월 31일까지만 적용된다고 명시했다는 점은 모두가 알고 계실 것입니다. 이 결정에 따라 정부 및 국회에서 형법 및 모자보건법 개정안들을 발의하였으나, 개선입법의 방향에 대한 합의에 이르지 못한 채 발의안이 통과되지 못했으며 21대 국회 종료에 따라 해당 발의안들은 임기만료 폐기된 상황이라는 것도 이미 알고 계실 것입니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문언 의미 그대로 이해한다면 2021년 1월 1일부터 형법 제269조 1항 및 제270조 제1항은 법적 효력을 상실했습니다. 그에 따라 형법상 자기낙태죄 및 의사낙태죄를 전제로 법적으로 허용가능한 인공임신중절에 대해 규정한 모자보건법 제14조 및 동법 시행령 제15조 역시 법적 효력을 상실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보건복지부나 상담기관, 의료기관에서는 낙태죄에 대한 입법공백을 핑계로 이미 효력을 상실한 모자보건법 규정에 따라 정책을 집행하고 있습니다. 2024년 현재까지 상당수의 의료기관뿐만 아니라 보건복지부가 지원하고 인구보건복지협회가 운영하는 상담 채널인 러브플랜에서조차 임신중지가 "모자보건법 14조에 해당하는 경우만 가능”하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성폭력 피해자를 지원하는 해바라기센터의 피해자 임신중지 지원 기준을 명시한 여성가족부의 ‘여성·아동권익증진사업운영지침’에서도 모자보건법 제14조 규정을 법적 근거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현재 헌법불합치 결정에서 제시한 개정입법의 시한이 도과된 2021년 1월 1일부터 한국에서는 임신한 여성이 의사에게 임신중지를 요청하고 의사가 이를 시행하는 경우를 처벌하지 않습니다. 다시 말해, 여성의 요청에 의해 의사가 한 임신중지는 처벌의 대상이 되지 않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의사에 의한 임신중지 처벌규정을 전제로 하고 있는 모자보건법 제14조 역시 2021년 1월 1일부터 법적 효력을 상실한 사문화된 규정일 뿐입니다. 그런데도 정부가 이미 효력을 상실한 법규정에 근거하여 임신중지 의료서비스에 대한 기준을 설정하고 있는 것은 심각한 문제입니다. 임신중지 의료서비스 제공을 위한 원칙과 기준, 그리고 실행체계를 구축하지 않는 부작위를 넘어 헌법상 기본적인 권리를 침해했기 때문에 효력이 상실된 법조항을 그대로 적용함으로써 국민의 기본권을 사실상 침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개정입법이 이루어지지 않은 현재의 상황에 대해 임신중지가 불법도 아니지만 합법도 아니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이해입니다. 의사에 의한 자기낙태죄와 의사낙태죄는 2021년 1월 1일부터 더 이상 범죄가 아니며, 의사에 의한 임신중지는 합법입니다. 현재 상태는 입법의 불비가 아니라 임신중지 의료서비스 제공의 원칙에 따른 기준과 지침이 없는 상태일 뿐이며 보건보지부를 중심으로 한 정책의 불비일 뿐입니다.
혹자는 개정입법 시한 경과 후에 구법 조항에 따른 처분의 적법성을 인정한 대법원 판결을 인용하여 개정입법 시한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헌법불합치 결정된 조항이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해당 대법원 판결 대상사건은 개정입법 시한이 지나기 전에 있었던 사건으로, 시한이 도과한 시점에 발생한 사건은 효력을 상실한 규정의 적용을 받을 수 없습니다. 2021년 1월 1일 자기낙태죄 내지 의사낙태죄 기소되거나 처벌된 사례 역시 없습니다.
정부는 임신중지 의료서비스에 대한 정책 수립 및 이행 책임의 불이행에 대해 형법 개정 여부를 핑계 삼을 수 없습니다. 캐나다 역시 1988년 형법상 낙태죄 위헌판결 이후 형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못한 상황에서 임신중지를 국가의료보장체계에 따라 제공되는 의료서비스로 확립하고 그에 따른 상담 및 지원체계를 구축했습니다. 보건복지부를 중심으로 기존의 의료체계 내에서 임신중지 의료서비스 제공을 위한 의료적 지침과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임신 및 출산 정책의 법적 근거인 모자보건법을 개정하여 임신중지를 포함한 보건정책 체계를 재정비하는 방향을 모색해야 할 것입니다.
[의료계 발언 1] 고경심 (살림의원 산부인과 전문의/ 형법 제269조 제1항 등 위헌소원 공개변론 참고인)
저는 2018년 위헌소원 재판 당시 의료인으로서 참고인 진술을 한 바 있습니다. 참고인 진술에서 실제 의료현장에서는 얼마나 다른 일이 벌어지고 있는 지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하고자 하였습니다.
의료현장에서 형법의 처벌조항이 임신중지와 관련해서 전혀 적용이 되지 않고 시행되고 있었으며 오히려 왜곡되고 악용되고 있는 현실을 알리고자 하였습니다.
여성의 몸에서 일어나고 있는 임신과 출산이라는 과정이 실제 여성의 목소리는 소외되고 제외되고 있으며, 여성이 적절한 의료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위험하고도 불안전한 처지에 놓이는 상황들에 대해 구체적으로 제시한 바 있습니다. 또한 임신 중지 시술을 시행하는 의료인들도 법적으로 불법인 임신중지 시술을 거부하거나 위험을 무릅쓰고 시행하면서 오는 부담감에 방어적인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오히려 여성의 건강을 위협하고 접근성을 떨어뜨리는 상황 또한 밝힌 바 있습니다. 산부인과 전공의 과정에서도 제대로 임신중지 시술 교육과 훈련을 받지 못해서 기술부족으로 인한 부작용이나 합병증 발생 사례들도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그런데 임신중지가 비범죄화된 현재, 관련 입법이 되지 않는 상황은 오히려 혼란만 가중되고 여성의 건강에 위협을 가하는 여러 일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올바른 정보의 부재와 함께 왜곡된 정보가 횡행하고 있으며, 해외직구로 불법으로 유산유도제가 구입되고 있으나 그 안전성이 보장되지 않는 가짜 약물의 피해가 벌어지는 상황이며, 일부 산부인과에서는 여러 형태로 수술적 임신 중지와 함께, 비수술적 약물 유산유도제가 고가의 진료비와 함께 제공되어 경제적 접근성도 제한되고 있습니다. 산부인과 의사를 비롯한 의료인들도 제도적 장치가 마련이 되어야 적절한 전문적 훈련과 함께 안전한 임신중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임신중지와 관련된 보건의료 정책의 원칙과 제안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여성의 건강과 재생산건강권 보장을 최우선으로 하여 여성의 생애 전반의 걸친 건강의 관점에서 안전한 임신 중지가 가능하도록 한다.
둘째, 여성이 자율적 판단과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충분한 정보 제공과 상담을 한다.
셋째, 현대 의학의 수준과 필요를 고려하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보건의료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다. 그러기 위해서 보건복지부 산하 의료보험공단에서는 임신중지를 필수의료서비스로 규정하고 보험급여체제 안에 포함시킨다.
넷째, 의료계가 여성과 함께 신뢰를 바탕으로 자율적으로 기능을 하도록 열린 공간을 마련한다. 의료계도 여성의 건강과 재생산권을 위한 의료서비스에 대한 적극적인 연구와 논의의 과정을 거치면서 보다 나은 서비스 제공을 위해 노력한다.
[의료계 발언 2] 윤정원 (산부인과 전문의/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산부인과의사에게 낙태죄가 존재한다는 것은, 내 진료행위가 범죄라는, 지금 내 앞에 앉아 있는 이 여성이나 나와 같이 일하는 동료가 언제라도 나를 범죄자로 만들 수 있다는 감각과 같습니다. 그 감각은 의료인으로서의 정체성과 진료 관행, 의사-환자관계 모두에 유독한 영향을 끼쳤었습니다. 그래서 2019년의 헌법불합치 판결은 산부인과의사로서는 일생 일대의 전환점이었습니다. 이제는 더이상 여성을 의심하고 책임을 전가하지 않아도 될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2024년이 다 지나가도록 얼마나 바뀌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임신중지가 비범죄화가 되어 의료서비스로 간주된다는 것은, 전혀 다른 상상과 준비가 필요합니다. ‘이제 뒷골목에서 임신중지 받다가 죽지는 않잖아?' 수준이어서는 안됩니다. 관련된 의료보장체계를 만들고, 건강보험 적용여부를 논의하고, 의료 가이드라인과 의료인교육과정을 검토하는 과정, 하나하나 차근차근 해도 모자랄 것을 지금까지 정부는 책임을 방기해왔습니다.
임신중지에 건강보험을 적용 받은 건수는 한해 2000여건으로 전체 임신중지의 7% 도 안되는 수준입니다. 임신 중지에 상담 급여로 제공하겠다고 했지만, 상담받은 건수는 1년에 1500건도 안 적용되고 있습니다. 비범죄화 이전의 관행들 - 보호자동의, 청소년의 부모동의, 현금결제 및 기록삭제 종용, 영양제나 유착방지제 같은 비급여 /근거없는 관행들 - 아직도 전혀 변한게 없습니다. 전반적인 접근성이 늘었다고 하지만, 아직도 청소년, 성폭력피해자들, 이주여성과 장애여성들이 이용할 수 있는 정보와 의료기관은 극소수입니다.
법이 바뀌었다고 우리의 생각의 구조와 관념이 한순간에 바뀌지는 않습니다. 우리가 쓰는 언어가 바뀌어야 하고, 잘못된 편견과 과거의 지식에 기반한 고정관념이 교정되어야 변화가 시작될 수 있습니다. 저는 우리 모두가, 특히 정책입안자와 여기 와주신 기자분들께, 임신중지를 어떻게 보고 말해야 할지에 대해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하나, 임신중지는 의료서비스입니다. 피임, 자연유산, 산전진찰과 다를 게 없는, 여성이 생애주기중에 언제든 경험할 수 있는 몸의 상태이자, 산부인과 진료 중의 하나입니다. 세계보건기구는 임신중지를 전면 비범죄화하고 의료서비스로서 제공할 수 있게 이미 가이드라인도 주고 있습니다.
둘, 임신중지는 안전합니다. 특히 초기에 시행될수록, 수술과 약물 모두 굉장히 효과적이고 안전합니다. 임신중지가 위험할것이라는 고정관념 때문에 가해지는 불필요한 제약들 - 숙려기간, 제3자 동의, 유산유도약 도입의 지연 - 이런 것들이 진료를 지연시키고, 비용을 증가시키며, 결국에는 건강에 위해를 더 가하게 됩니다. 안전성과 효과성은 빼놓고 낮은 빈도의 위험만 강조하는 것은, 여성에게 오히려 낙인과 부정적인 정서, 안전하지 않은 방법을 선택할 위험을 높입니다.
셋, 사람들은 다양한 이유와 감정을 가지고 임신중지를 하고 있습니다. 많은 연구들이 여성들은 경제적, 인생의 시기상, 파트너와의 관계 때문에, 이미 있는 자녀들에 집중하기 위해서, 정신건강을 위해서 등 다양한 이유로 임신중지를 결정하며, 본인의 선택에 확신을 가지고 있다고 말합니다. 출산을 선택하는 사람이나 비혼 비출산을 선택하는 사람들의 선택과 마찬가지로 임신중지는 인생을 꾸려나가는 결정 중 하나입니다. 지금 임신중지가 필요한 여성들이 힘겹고 어려운 시간을 보내는 이유는 임신중지가 불법화되어 있는 동안 만들어진 낙인, 정부의 후속조치공백 때문이지, 임신중지를 고통스럽고 비극적으로 묘사하는 것은 지양되어야 합니다.
넷, 임신중지는 대부분이 초기에 이루어집니다. 보건사회연구원에서 시행한 실태조사상 95% 가 12주 이내 시행되었고, 20주 이상의 임신중지는 1%미만입니다. 그리고 후기임신중지는 더 열악한 환경 - 청소년이거나 장애나 질병이 있거나, 임신중지가 지연이 된 경우에서 발생합니다. 후기 임신중지는 극히 예외적인 경우로, 그것이 논의의 중심이 되어서는 안되며, 섬네일에 영아에 가까운 태아나 만삭의 임산부 그림을 사용해 대중에게 편향적 이미지를 주는것도 지양해야 합니다. 우리는 최대한 이른시기에 제약없이 임신중지가 가능하도록 하여 임신중지가 지연되지 않도록 하는 노력을 하는 동시에 후기임신중지가 필요한 사람들도 안전하고 존엄하게 결정과정을 조력받도록 해야 합니다.
[의료계 발언 3] 이동근 (약사/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저는 주로 2021년 비범죄화 이후에 약물 임신중지에 대한 현황에 대해서 주로 설명드리고자 합니다.
많은 분들이 아시다시피 식약처는 비범죄화 초반에 유산유도제를 신속허가하겠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할 정도로 약물 임신중지에 매우 긍정적이었습니다. 덕분에 국내제약사 중 현대약품이 곧바로 유산유도제인 ‘미프지미소’ 허가를 신청합니다. 하지만 도입과정에서 식약처의 태도가 점차 바뀌었고, 결국 허가절차를 1년 넘게 지연시키다가 결국 현대약품이 신청을 철회하였고, 다시 작년 3월 재신청했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유산유도제 허가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관련하여 국회의원실 통해서 여러차례 허가지연에 대한 이유를 식약처에 따져 물었습니다. 최근 식약처가 한 답변은 정말 가관입니다. 유산유도제 허가에 대해 형법과 모자보건법 개정으로 약물에 의한 낙태 및 낙태 허용기간이 벌률로 정해져야 허가심사가 가능한 일부 허가 요건자료(위해성관리계획)가 있어 신청인과 식약처의 상호 인식하에 허가심사 절차가 잠정 중지(취하)된 상황이라는 답변이었습니다.
여기서 위해성관리계획이란 식약처가 제약회사에게 시판후 의약품 사용단계에서 약물 부작용 등 위험을 완화하기 위해 환자를 위한 사용설명서를 작성하거나 우려가 높은 부작용에 대해 어떻게 준비하겠다는 식의 내용을 주로 다룹니다. 이는 전적으로 사용하는 환자의 안전을 도모하기 위한 계획입니다.
그런데 식약처는 온라인에서 안전하지 않는 방법으로 유통되는 유산유도제의 위험성 문제는 내버려 둔 채 제약사가 공식 도입하려는 약의 부작용을 관리하기 위한 위해성관리계획이 형법 및 모자보건법 개정되지 않아 마련할 수 없으므로 허가요건이 충족되지 못한다는 전혀 앞뒤가 맞지 않는 주장으로 유산유도제 허가를 지연시키고 있는 것입니다. 게다가 이런 주장은 앞서 설명하신 것처럼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완전히 효력이 상실한 낙태죄 및 모자보건법 14조 조항의 효력이 사라졌음에도 식약처가 헌법재판소 결정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주장과도 같습니다.
더구나 식약처의 우려처럼 추후에 형법이 개정되고 낙태죄가 부활할 수 있다고 해도 식약처의 주장은 해명될 수 없습니다. 나중에 법안이 개정되면, 추후에 위해성관리계획을 변경하면 되기 때문입니다. 여러 환경 변화에 따라 식약처는 지금도 허가 이후에도 허가사항을 변경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미래에 어떤 법안이 개정될 거라는 가정때문에 현재 의약품 허가를 보류한다는 것은 조잡한 변명일 수 밖에 없습니다.
식약처가 행하는 범법적 행위는 여기에 그치지 않습니다. 작년에 의사, 약사, 시민들을 조직해서 식약처에 유산유도제의 긴급도입 및 필수의약품 지정을 요구하는 다수인민원을 제기했습니다. 당시 식약처는 민원에 대해 이해관계자의 합의가 필요하며 민원 요구를 거부하였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의원실을 통해 이해관계자의 합의를 위해 식약처가 무슨 활동을 했냐고 질의했는데 아무런 회의 및 간담회도 열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는 민원처리법상 다수인민원에 대해서 예방대책을 마련할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식약처는 이를 무시하고 있는 것이다.
안전하게 임신중지를 할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유산유도제는 너무나 중요한 수단입니다. 약물 임신중지에 핵심 약물인 미페프리스톤은 2024년 5월 기준 전세계 99개 국가에서 사용하고 있는 방법입니다. 초기 임신중지의 경우 미페프리스톤을 사용하면 95~98%의 성공률을 보이며, 심각한 후유증의 발생빈도는 우리가 쉽게 복용하는 진통제보다 낮습니다.
약물임신중지는 수술에 비해 의료접근성이 좋고, 당사자가 원하는 편안한 장소에서 복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처럼 임신중지에 대한 낙인과 차별이 심한 국가에서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하지만 약물을 통한 임신중지가 당사자에게는 부작용이나 실패할 수 있다는 두려움을 가지는 경우들도 있습니다. 그래서 많은 경우 도입 초기에는 사용율이 높지 않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국가에서 약물임신중지 경험이 쌓이면서 선호도는 크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에도 2010년대 초반에 약물임신중지를 선택한느 사람이 25%도 채 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간편하고, 안전하며 효과적이라는 경험이 쌓이면서 약 10여년이 지난 2021년 조사에는 63%가 약물임신중지를 시도하고 있다고 합니다. 만약 약물 사용이 안전하지 않거나 효과가 떨어졌다면 전세계적으로 약물임신중지의 사용률이 이렇게 꾸준하게 증가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니 산부인과의사회 등이 주장하는 유산유도제 안전성이나 효과성에 대해 의심은 국제적인 수준에서 보면 편견 또는 비과학적 주장으로 봐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약물임신중지의 보장은 단순히 유산유도제 허가로만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는 점도 주목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일본은 지난 2021년 12월 한국에서 허가진행 중인 것과 같은 제품의 유산유도제를 허가했습니다. 하지만 100만원에 달하는 비싼 가격, 의료기관의 제한, 약을 병원 안에서 복용하고 임신산물 배출될때까지 대기해야 하는 등의 사용조건 때문에 대부분 약물임신중지를 사용하지 않습니다. 구체적인 사용율은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유산유도제 취급허가를 받은 의료기관이 일본 전역에서 단 83곳이며 취급허가 기관이 없는 도호부도 많을 정도로 도입수준이 매우 미진한 상황입니다. 캐나다의 사례를 봐도 2015년에 처음 허가되었는데 초기에는 사용조건이 까다로웠던 2017년까지는 사용률이 매우 낮았지만 2018년 사용 제한들을 철회하면서 현재 2021년 기준으로 전체 임신중지의 37%가 유산유도제를 사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약물임신중지의 보장은 유산유도제 허가에 그치는게 아니라 불필요하게 처방가능한 의료기관의 제한하지 않고, 처방 받은 약을 집에서 먹을 수 있게 해야 하고, 가격은 너무 비싸지 않아야 가능합니다.
덧붙여서 여러 언론에서 “불법 낙태약” 이라는 용어들이 자주 언급되면서 약물 사용 자체가 불안하다는 우려를 부추길 우려가 있습니다. 물론 유통과정의 불법성은 있지만, 여성들이 약물임신중지 선택에 두려움을 갖지 않도록 기자들께서 관련 보도에 신경써주시기도 바랍니다.
[시민사회계 발언 1] 나영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 SHARE, 대표)
몇 달 전 보호출산제와 관련해 어떤 기자 분과 전화로 인터뷰를 하던 중에 이런 질문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낙태를 왜 하는 건가요?” 그간 인터뷰를 하면서 기자 분으로부터 이런 질문은 받아본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당시 대화의 흐름상, 이 분의 질문은 ‘대체 왜 낙태를 하는지’ 진심으로 이해하기 어렵다는 뉘앙스에 가까웠기에 저는 어떤 말부터 해야할지 순간 아득해졌습니다. 임신중지를 왜 할까요?
어떤 이주 여성은 한국 남성과 결혼해 세 명의 자녀를 키우고 있는데 더 이상은 도저히 아이를 키울 수가 없어 임신 8주차에 임신중지를 하고자 했습니다. 남편에게 사실이 알려지면 폭력을 당할 것이 우려되어 남편에게 알려지지 않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지만 문의한 여성 분이 살고 있는 지역에서는 남편과 함께 와야 할 수 있다는 말을 하는 병원 뿐이었습니다. 어떤 청소년은 아버지의 폭력으로 집을 나와 살다가 임신을 하게 되었는데 부모에게도 말을 하지 못하고 경제적으로 의존하고 있던 상대 남성에게도 말을 하지 못하고, 병원에서는 몇 차례 거절을 당하는 사이 임신 20주차를 지나게 되었습니다.
임신중지를 하게 되는 상황과 맥락은 너무나 다양하고 복합적입니다. 몇 가지의 사유로 재단할 수 있는 일도 아니고, 임신의 유지와 출산만을 지원한다고 해서 해결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당사자에게는 해결해야 할 복잡한 상황들이 맞물려 있습니다. 때문에 임신중지에 대한 지원 체계가 빈약할수록 임신중지의 시기는 늦어지고, 그만큼 접근성은 더 낮아지고, 결국 당사자는 더 많은 비용과 더 큰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릴 뿐입니다.
하기에 이제 세계보건기구를 비롯해 여러 국가에서는 임신 몇 주차에 어떤 방법이 안전하고, 임신 기간에 따라 어떤 의료 환경과 전문 보건의료인이 필요한지, 각 시기마다 어떠한 정보와 상담, 지원이 필요한지에 관해 아주 구체적인 근거와 가이드, 보건의료 체계를 마련해두고 있습니다. 처벌을 위한 기준이 아니라, 더 이상 임신중지가 처벌과 규제의 명분 아래에서 비공식적이고 비싼 비용을 치러야 하는 의료환경에 놓여있지 않도록, 양질의 안전한 보건의료 체계를 위한 기준과 가이드를 마련해가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보건복지부는 이러한 사례들을 어떻게 한국에서 반영하고, 실현할지에 대해 그간 전혀 검토하거나 연구를 하지 않았습니다. 보건복지부는 조금이라도 이른 시기에 안전하게 임신중지를 할 수 있는 상담, 지원 체계를 구축하는 대신, 아동의 권리에 대한 수많은 우려와 비판을 뒤로 한 채 출산 후 자녀를 익명으로 출생등록하여 시설에서 자라게 할 상담과 지원 체계를 만들었습니다. 보건복지부가 만든 <위기임신 및 보호출산 지원 사업 안내> 책자에 있는 위기임신 상담절차에는 임신의 유지와 출산 상담에 관한 지원사항 안내와 보호출산 상담에 관한 내용만 있을 뿐 내담자가 임신의 중지를 원할 시에는 어떤 정보와 지원이 이루어져야 하는지에 관한 내용은 전혀 없습니다. 상담기관이 함께 상담과 지원을 연결할 수 있는 보건의료 연계체계가 준비되어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뉴질랜드 보건부가 2021년 발간하여 배포한 임신중지 임상가이드의 머릿말입니다.
세계보건기구가 2022년 새로 마련한 가이드에서 모든 국가에 완전한 비범죄화를 권고하며 강조한 원칙입니다.
지난 해 캐나다 보건부가 발표한 보도자료의 내용입니다. 무엇을 정부의 중요한 역할로서 고려하고 있는지가 보이시나요?
자신에게 놓인 수많은 불평등과 사회경제적 어려움들 속에서 임신중지를 하고자 하는 사람도 자신의 건강과 삶을 돌볼 수 있어야 합니다. 자신의 삶을 다시 계획하고 이어나갈 수 있어야 합니다. 출산과 양육만큼 임신중지도 고용과 노동, 학업, 경제적 여건, 주거 여건, 거주 여건 등에 있어 매우 중요하고 삶의 질을 좌우하는 문제입니다. 이제는 한국의 정부와 국회, 보건복지부도 무엇을 금지할지만을 생각하는대신 무엇이 필요한지를 구체적으로 고민하고 실질적인 시스템을 구축해 나가야 합니다. 공식적인 보건의료와 상담, 지원 체계를 갖추고, 사회경제적인 불평등을 함께 해결해 나가야 합니다.
복지부에 WHO 2022 가이드 권고를 기준으로 임신중지 사전, 사후, 임신 기간에 따른 구체적인 임신중지 방법을 명시한 임상가이드와 상담가이드, 가까운 의료기관 정보를 포함한 공식 정보 제공 시스템을 만들 것을 요구합니다. 그리고 복지부는 이를 위해, 보건의료 서비스와 상담, 지원 간 원활한 연결을 위해 전국 보건의료 기관의 임신중지 관련 의료서비스 제공 가능 수준을 파악하고 공식 연계 체계를 구축해야 합니다. 또한 ‘위기임신 비밀상담’만 강조하는 상담 체계가 아니라, 모든 사람이 피임, 임신의 유지와 중지, 출산, 양육에 대한 정보와 필요한 상담, 지원 체계에 접근할 수 있도록 외국어와 수어의 통번역 지원, 점자와 음성 정보 지원, 활동지원, 이해하기 쉬운 정보와 그림 정보의 제공 등 다양한 접근성 지원 체계를 마련해야 합니다.
복지부가 해야 할 일이 이렇게 많습니다. 모쪼록, 오늘 이 자리에 와주신 언론인 분들께서 이제는 이러한 복지부의 역할을 함께 촉구해 주시기 바랍니다.
[시민사회계 발언 2] 유랑 (한국성폭력상담소 활동가)
임신중지가 필요한 성폭력 피해자, 소수자, 여성을 만나는 현장단체들은 ‘낙태죄’가 헌법불합치 선고를 받은 지 5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은 현실을 마주합니다.
성폭력 피해자의 의료 지원을 규정한 여성가족부 운영지침은 법적 효력이 사라진 <모자보건법> 14조를 아직도 지원 기준으로 언급하고 있습니다. 성폭력을 협소하게 판단하는 법적 용어인 ‘강간 또는 준강간’을 명시하는 이 조항은 성폭력 피해자 임신중지 의료 지원의 장벽이 됩니다. 이 기준에 따르면, 법적 구성요건인 ‘폭행 또는 협박’이 발견되지 않는 친밀한 관계에 의한 성폭력이나 상대의 동의 없이 몰래 피임기구를 빼는 ‘스텔싱’ 같은 사례는 지원이 어렵게 됩니다. 또한, 임신중지가 가능한 의료기관에 대한 정보가 제공되지 않는 상황에서 비서울 지역의 성폭력 상담소는 여전히 병원을 찾는 것에 어려움을 겪고, ‘낙태죄’ 폐지 이전의 의료 관행을 고수하는 의료인을 설득하며 고군분투하고 있습니다. 국가기관인 해바라기센터는 기관에 따라 경찰신고를 반드시 해야 하거나 주수 제한을 두거나 지원을 위한 사례회의를 소집하는 것에 긴 시간이 걸립니다. 빠르게 임신중지가 진행되어야 하는 상황 속에서 조급한 마음으로 지원자는 여러 병원과 상담소에 전화를 돌리고, 피해자는 기차를 타고, 비행기를 타고 멀리 이동해야 합니다.
청소년 피해자는 여전히 해바라기센터와 의료기관에서 보호자의 동의를 요구받고 있습니다. 보호자로부터 비난을 받거나 아동학대, 폭력에 노출될 수 있는 청소년은 임신 사실을 쉽게 알릴 수 없음에도 보호자의 동의를 ‘알아서’ 받아와야 하는 현실은 임신중지 시기를 더욱 지연시키고, 결국 청소년이 위험한 임신중단을 시도하도록 내몹니다. 유산유도제가 도입되지 않았기에 청소년은 신뢰할 수 없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충분한 정보 없이 유산유도제를 배송받기도 합니다. UN은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에 대해 한국정부가 아동 최선의 이익 원칙에 부합하도록 권리를 보장하라는 것을 권고했으나 이 과정에서 청소년의 건강권, 임신중지에 대한 권리는 심각하게 침해되고 있습니다. 한편, 장애인의 임신, 출산 등의 재생산권을 통제해 온 역사 속에서 장애여성의 임신중지는 충분한 정보제공과 의사결정의 과정 없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주변인이 임신중지 여부를 대신 결정하거나 임신중지의 허용한계를 명시한 모자보건법 조항을 강제불임 수술에 대한 근거로 삼기도 했습니다. 여성가족부 운영지침의 성매매 피해지원 항목에는 ‘임신중지’가 언급되지 않기 때문에 개별 성매매 상담소는 합법도, 불법도 아닌 현장에서 임신중지 지원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현재 정부가 해야하는 것은 보호(익명)출산제를 중심으로 한 상담체계가 아니라 안전한 임신중지에 대한 연계.지원 체계 구축입니다. 낡은 여성가족부 운영지침은 개정되어야 합니다. 성폭력 피해자 의료지원 기준에서 모자보건법을 삭제하고 성매매 피해지원 항목에는 ‘임신중지’를 추가해야 합니다. ‘피해’임을 입증하지 않아도 안전한 임신중지가 가능하도록 유산유도제를 도입하고 임신중지 의료행위를 건강보험으로 보장해야 합니다. 보호자나 파트너의 ‘동의’가 필요한 의료 관행과 지침을 폐기하고 의료인의 역량을 강화하고 임신중지 서비스를 위한 새로운 보건의료 연계체계를 확보해야 합니다. 트랜스젠더 등 성소수자의 의료 접근성 향상을 위한 고민을 시작해야할 것이며 더 나아가 청소년과 장애인의 자기결정권 보장을 위해 주거, 노동, 교육 등 생애 전반적인 권리가 보장되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