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29일 셰어 사무실에 특별한 손님이 찾아왔습니다. 은평신나는애프터센터를 이용하는 열 분의 어린이들이 성교육을 함께 하기로 한 날이기 때문입니다. 

어린이 분들과 성교육을 하는 것은 셰어 창립 이래 처음이라 긴장과 설렘이 가득했습니다. 사전에 성에 관해 궁금한 것이 무엇인지 질문을 받아 들고 오늘 나눌 이야기들을 구상했습니다. 셰어가 성교육을 진행할 때 함께 읽는 약속문도 쉬운 말 버전으로 다시 써보았습니다. 

1부 진행을 맡은 타리는 요즘 안면홍조 증상을 겪으면서 갱년기를 맞이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는데요, 참여자들도 진행자의 얼굴이 빨개지는 것에 관해 관심을 보여주었어요. 과연 사춘기와 갱년기의 만남이었구나 싶습니다. 몸과 성에 대한 변화와 궁금증이 사춘기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알게 되었다면 이 만남도 의미가 있었던 것 같아요. 

1부에서는 감각여행을 위한 지도를 그리는 작업을 했습니다. 지도에서 외로움과 쓸쓸함, 두려움을 발견한 이들이 많았던 것이 인정적이었습니다. 남성 동성 친구들이 게이 흉내를 내면서 장난을 치는 것이 성에 대한 인식을 나쁘게 만든다는 이야기를 해준 이도 있었고 형제자매로부터 맞았던 기억을 떠올린 이도 있었습니다. 바다를 보며 양육자가 안아주고 위로해주었던 기억을 떠올린 이도 있었고, 빙하가 녹은 걸 보면서 지구가 없어질까 두려움을 느낀 이도 있었어요. 부모나 형제, 학교 친구들이 심한 장난을 쳤을 때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 지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어보았습니다. 상대방에게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되 너무 많은 부담을 지지 말고, 자신의 마음이 통하는 사람과 먼저 이야기를 시작해보는 것이 좋겠다고요. 

2부에서는 나영의 진행으로 미리 취합한 궁금증을 중심으로 무엇이든 물어보셰어를 진행했어요. 우선 월경과 월경용품에 대해서 알아보았습니다. 월경대, 탐폰, 월경컵을 만져보고 사용법을 익혀보았어요. 탐폰이나 월경컵을 처음 접하는 이들도 있어서 매우 신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그 다음으로 콘돔에 대해서도 알아보았어요. 포장지를 뜯어서 만져보고 음경에 착용하는 법을 도구를 통해서 실습해 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사용 후에 처리하는 방법까지 익혀보았습니다. 클리토리스 모형이 있어서 이 신체 기관의 위치와 특성에 대해서도 배워보았어요. 

(누구나 한 번쯤 해보는 콘돔으로 풍선불기도... 😁)

참여자들은 여성의 성기가 어떤 위치에 있는지, 트랜스젠더와 간성의 몸은 어떻게 다른지, 여성은 어떻게 성적으로 흥분하는지, 딥페이크 사건이 왜 일어나는지, 청소년에게 스킨십은 어디까지 허용이 되는지 등에 대한 질문을 품고 있었습니다. 이 모든 질문에 대해서 허심탄회하게 질문하고, 편견과 두려움 없이 정보와 경험을 나누려고 애쓰는 시간이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청소년에게 스킨십이 어디까지 허용될 수 있는 지에 대해 나눈 이야기는 특별히 공유하고 싶네요. 참여자들은 저마다 열띠게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키스! 안기! 손잡기! 포옹! 볼 뽀뽀! 각자 현재 자신이 하고 싶은 스킨십의 기준을 외쳤습니다. 

이유를 나눠보니 “남자랑 포옹은 하고 싶지 않으니까.” “길거리에 보니 다들 키스하더라. 동의를 구하면 키스 좋다고 생각한다.” “키스는 침이 묻을 수 있고 찝찝할 수 있으니까 아직 잘 모르는 사이에서는 하고 싶지 않다.”  “포옹은 마음을 나누는 거니까 괜찮을 거 같다고 생각했다.” 등 각자가 가진 기준에 대한 이유를 제시했습니다. 참여자들이 제시해 준 답을 함께 이야기해 보면서 스킨십은 나이, 성별에 따라 일괄적으로 기준이 정해질 수 없고, 각자가 가진 이유와 기준을 생각하며 상대방과 합의해  나가면서 결정해야 할 것이라는 점을 공유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3시간 동안 엄청난 간식을 먹고 엄청난 수다를 나누었어요. 참여자들은 “궁금증을 해결해서 속이 시원하다.", "새로운 것을 깊숙하고, 구체적이고, 재밌게 배웠다.", "새로운 지식을 쌓아서 ‘고귀한’ 시간이었다.", "앞으로 좋은 영향이 있을 것 같다.” 같은 소감을 복수의 참가자들이 공통적으로 전해주었습니다. 

옆자리 친구와 손을 꼭 잡고 내내 놓지 않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우리들의 스킨십은 우리에게 어떤 감정을 일깨워주고, 관계에 대한 경험을 만들어나갈지 새삼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앞으로도 자유롭고 평등하게 관계를 맺고 자신의 성적 즐거움을 탐구해나가는 인생을 맞이하시길 기원하며 또 다른 기회에 만나기를 기대합니다! 

셰어는 어린이 참여자들과 성교육을 진행하면서 궁금한 점을 해소하고, 필요한 정보를 만드는 작업을 어린이들과 함께 해나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멀지 않은 미래에 그 시간을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