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보고[조이풀 인터뷰] 4화: 몬스테라부터 미라클 토요일까지! 셰어와 함께한 반주리 조이의 이야기

2022-08-03

* 조이풀 인터뷰는 한 달에 한 번 셰어 활동가와 조이(후원회원)가 만나 대화를 나누는 시간입니다. 곳곳에서 멋진 삶을 짓고 있는 조이를 소개하며 우리의 연결고리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갑니다. 조이의 이야기를 통해 셰어의 활동은 확장되고, 조이의 일상과 셰어가 연결될수록 셰어의 활동은 풍요로워질 거예요. 조이라면 누구나 조이풀 인터뷰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셰어는 조이 여러분의 이야기를 기다립니다.



[조이풀 인터뷰] 4화: 

몬스테라부터 미라클 토요일까지! 
셰어와 함께한 반주리 조이의 이야기


* 소개할 조이

반주리: 셰어 덕후. 영문학을 공부하는 대학원생. 




김보영: 안녕하세요 반주리 조이님. 우선 근황부터 시작해 볼까요? 주리님은 요즘 어떤 일상을 보내고 계신가요?


반주리: 최근에 부산에 서핑을 다녀왔는데 처음으로 서핑을 했어요. 2초 정도 보드 위에 서는 데 성공했어요. (웃음) 서핑에 대한 소설이 최근에 좀 많이 있었던 것 같아요. 정세랑 작가의 소설 《시선으로부터,》에도 서핑 얘기가 조금 나오고 이현석 작가가 ‘문학3’에 연재한 <덕다이브>에도 서핑이 등장해요. 근데 저는 육지에서도 제몸을 가누기 힘든 사람인데 발목에 저보다 큰 보드를 묶고 들어가니 잘 안 되더라고요. 이 운동은 제가 정신력과 체력이 좋을 때만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웃음) 그리고 8월 1일에 미국 뉴욕으로 유학을 가게 되었습니다.


김보영: 정말 얼마 남지 않았네요. 미국에는 무엇을 공부하러 가시나요? 


반주리: 영문학을 공부하러 가요. 박사 과정을 뉴욕에서 하게 되었고 현대 영미 시 공부를 하게 되지 않을까 싶어요.  


김보영: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에 관심이 있으신가요?


반주리: 계속 여성 화자에 관심이 있었어요. 석사학위 논문을 영국 낭만주의 시대의 ‘어머니’ 화자에 대해서 썼어요. 영국의 거리에는 프랑스 혁명 전후로 아이를 안고 구걸을 하는 어머니들이 쏟아졌어요. 시인들이 그걸 보고 ‘어머니’ 화자를 통해 사회 문제를 비판하는 시를 많이 출판했어요. 윌리엄 워즈워스라는 유명한 시인이 있어요. 이 시인도 ‘어머니’ 화자로 다양한 시를 썼는데, 이 시인의 선배 격인 샬롯 스미스라는 여성 시인이 있어요. 샬롯 스미스는 아이가 12명이었고 정말 ‘어머니’ 화자 시인이었죠. 보통 정전의 계보를 남성 시인을 중심으로 만드는데 저는 워즈워스의 ‘어머니’ 화자가 샬롯 스미스로부터의 영향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김보영: 지금은 관심사가 좀 변했을까요?


반주리: 제가 석사학위 논문 이후에 한국의 여성시나 모성, 돌봄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고 그때 《배틀그라운드》를 만나게 되었어요. ‘낙태죄’ 폐지에 관한 내용도 그때 알게 되었고요. 《배틀그라운드》를 읽고 제가 셰어에 편지를 보냈어요. ‘셰어가 너무 멋있다’, ‘제가 셰어와 함께 할 수 있는 일이 있으면 알려달라’고요. 그 이후로 셰어라는 수렁에 빠져들었죠.(웃음)  




셰어와의 만남,  《배틀그라운드》와 몬스테라


김보영: 주리가 셰어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낙태죄’ 폐지 운동을 함께 한 단체들은 많은데 특히 셰어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가 있나요? 


반주리: 활동하시는 입장에서는 ‘낙태죄’ 폐지 운동을 한 단체가 많다고 생각하실 것 같은데 제 입장에서는 셰어가 첫 번째였어요. 그리고 《배틀그라운드》를 보면 여러 필진이 다양한 관점에서 ‘낙태죄’에 접근을 하시잖아요. 다양한 관점의 글을 하나씩 읽으면서 생각이 트이는 기분이었어요. 그리고 셰어는 덕질하기 편해요. 글을 많이 쓰셔서.(웃음)


셰어의 출발점도 흥미로워요. ‘2015년 한 해 동안 진행된 장애여성공감의 “장애/여성 재생산권 새로운 패러다임 만들기” 사업을 통해서 만난 활동가, 연구자, 변호사, 의사들이 2016년에 결성한 “성과 재생산 포럼”을 전신으로 하여 2019년 10월에 설립되었다’고 써있잖아요. 교차성에 대해 알기 전부터 저에게 교차성이라는 단어는 없었지만 이게 다 연결된 문제라는 생각을 했어요. 논문을 쓰면서도 장애 담론과 모성 담론이 연결이 될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런 교차적인 이론이 한국에는 없을까 궁금했는데 마침 셰어의 출발점이 그렇게 보이기도 했고 셰어가 써내는 글들을 보면서 배운 게 많아요. 저한테는 셰어밖에 없어요.


김보영: 제가 주리를 처음 만난 건 주리가 몬스테라(셰어 자원활동가 모임)에 참여하면서 부터인데요. 어떻게 자원활동에 참여하게 됐나요? 


반주리: 제가 《배틀그라운드》를 읽고 셰어에 빠져든 다음 학기에 서울대에서 ‘학생-인권단체 자원활동 연계 프로그램’에 셰어가 참여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래서 바로 신청을 했죠. 활동하고 싶은 단체 1지망, 2지망, 3지망을 쓰게 되어 있는데 저는 셰어만 써서 냈어요. 


김보영: 2020년의 몬스테라 활동은 주리에게 어떤 기억으로 남아있나요?


반주리: 굉장히 좋았어요. 왜냐면 학생이 자원활동을 하는 경우에 학생들이 단체에서 원래 하던 일을 보조하는 식으로, 예를 들면 번역을 하거나 문서 작업을 하는 인력으로 가는데 사실은 저도 노동을 하러 가려고 했어요. 그런데 그때 보영님이 몬스테라를 맡으시면서 그냥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한 번 해보자’라고 말씀을 해주셨어요. 그래서 <대학 성지식 백과>[ref]셰어의 자원활동가팀 '몬스테라'에서 제작한 <알아두면 쓸 데 있는 대학 성지식 백과>는 실질적인 성교육이 부족한 한국 대학 사회 내에서 대학생들에게 꼭 필요한 정보가 무엇일지를 고민하며 제작한 가이드북이다.[/ref]를 같이 만들게 됐죠. 저는 대학원 총학생회 활동을 하고 있었고 학내 성교육이 부족하다는 것도 알고 있었지만 가이드북을 만들 생각은 못했는데 다른 몬스테라 활동가분들하고 그 작업을 해보면서 해외 대학의 성교육에 관한 사례 조사도 하고 재밌었어요. 특별한 경험이었던 것 같아요.


김보영: 저한테도 특별한 기억이에요. 2020년에 몬스테라 활동가들이랑 자주 만나면서 많이 가까워졌고, 우리가 친구가 되었잖아요. 저에게도 큰 기쁨이죠.   


반주리: 또 보영님의 글을 읽는 게 참 좋았어요. 《턴어웨이》 책을 번역하실 때도 멋지고 일다에서 연재하는 글도, 또 돌봄에 대해 썼던 글도 너무 좋고요. 이 말들은 꼭 빼지 말고 넣어주세요.(웃음)





몬스테라에서 조이로, 미라클 토요일까지!


김보영: 자원활동 후에 셰어 조이로 가입도 하셨잖아요. 어떤 계기로 조이로서 셰어와 함께해야겠다고 생각하셨는지 궁금해요.


반주리: 제가 그다지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사람은 아니에요. 솔직히 말하면 자원활동 할 때는 셰어와 연결될 계기가 있는데 자원활동이 끝나면 연락할 계기가 없어질 것 같아서 가입했어요. (웃음)


김보영: 무슨 소리예요. 우리 계속 만났잖아요. (웃음)


반주리: 계속 학생으로 지내다 보니까 단체에 후원을 하는 게 좀 빠듯하긴 했어요. 그때 셰어가 조이 모집 캠페인을 하고 있기도 했고, 가입할 때가 제 생일 즈음이었는데 제 생일 선물로 셰어에 조이로 가입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김보영: 셰어가 하는 활동 중에 기억에 남거나 좋았던 게 있을까요?


반주리: 셰어의 많은 활동들을 지켜보는 입장이지, 같이 한 활동은 손에 꼽는데요. 엄청 추웠던 2020년 12월 31일에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에서 주최한 <처벌의 시대는 끝났다! '낙태죄' 없는 2021년 맞이 기자회견>에 함께 참여했던 것도 기억에 남고 얼마 전에 퀴어퍼레이드에서 셰어 부스를 운영하는 자원활동을 한 것도 기억에 남아요. 제가 부스 운영을 맡았을 때 비가 엄청 와서 많은 분들을 만나진 못했지만, <에브리바디 플레져북>도 자세히 살펴볼 수 있고 좋은 시간이었어요. 그리고 올해 3월부터 셰어에서 진행하고 있는 재생산 연구자 네트워킹 모임 <미라클 토요일>에도 즐겁게 참여하고 있어요. 


모르는 분들이랑 같이 발제문을 쓴다는 게 어려운 일이잖아요. 그런데 발제하는 사람들끼리 사전모임도 갖고 즐거웠어요. 그리고 공통의 관심사로 모인 사람들이다 보니까 좋았어요. 저도 같이 발제를 맡은 분들이랑 사전모임을 하면서 칼국수도 먹고, 이야기를 나눴는데요. 같이 한 분들의 다 전공이 달라서 짧은 시간이었지만 서로에게 많은 걸 배울 수 있었어요. 세미나를 하면서 재생산 정의의 맥락을 좀 더 이해하게 되었고요.



앞으로 펼쳐질 이야기


김보영: 주리님은 셰어의 활동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길 기대하시나요?


반주리: 저한테는 셰어가 정말 소중하거든요. 활동의 확장도 좋지만, 오히려 오래오래 버텨주시길 기대하는 거 같아요. 앞으로 한국 사회가 매우 험난할 것으로 예상이 되어서요.(웃음)


김보영: 네 맞아요. 그리고 이번에 유학을 가는 학교에서 임신중지 권리 활동을 하는 그룹에 초대를 받았다고 얘기를 해주셨는데 어떻게 된 일인지 궁금해요.


반주리: 뉴욕은 미국에서 인권 활동이 활발하게 진행되는 지역 중 하나인데요. 특히 제가 가게 된 대학이 인권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대학 중 하나인 것 같아요. 그런데 이 학교가 특이한 멘토링 프로그램이 있는데 신입생-재학생-졸업생-교수를 한 명씩 묶어서 이 사람들을 하나의 그룹으로 만들어요. 하루는 교수님이 이 그룹에 ‘아름다운 투쟁(beautiful struggle)’이라는 제목으로 메일을 보내신 거예요. 저의 입학을 환영한다는 내용에 더해 젠더갈등이 심화되고 로 대 웨이드가 뒤집힌 지금의 미국 상황이 아름답다고만 할 수 없지만 우리는 아름다운 투쟁을 하고 있다는 내용이었어요.


그 메일을 받은 날이 마침 제가 퀴어퍼레이드를 다녀온 날이었고 답장을 쓰면서 한국의 상황을 이야기했어요. 한국에서도 비슷한 일들이 있다는 이야기와 제가 퀴어퍼레이드에서 했던 활동을 소개했죠. 한국에서 ‘낙태죄’ 폐지 운동을 가장 활발하게 전개해 온 셰어라는 단체가 있고, 이 단체에서 <에브리바디 플레져북>이라는 성교육 워크북과 <섹스빙고> 키트를 제작했다고요. 이런 활동 하나하나로 우리가 버텨나가고 있다는 메일을 써서 보냈더니 같은 멘토링 그룹에 있는 재학생이 자기가 이 학교의 임신중지 권리 그룹 활동가이고 저를 그 그룹에 초대해도 되겠냐고 해서 좋다고 했죠.


김보영: 주리가 그곳에 가서 한국의 성과 재생산 권리 운동을 소개할 수 있는 계기가 되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반주리: 사실 미국의 뉴스를 셰어에 전하는 것보다 한국의 활동을 미국에 전달해야겠다는 생각이 더 많아요. 그래서 《배틀그라운드》도 챙겼어요.


김보영: 네. 자주 소식을 주고 받으면 너무 좋을 것 같아요. 주리의 유학 생활을 응원하고 그곳에서의 주리의 활약도 자주 전해주시면 좋겠어요. 먼길 잘 다녀오세요!


*인터뷰 진행 및 정리: 김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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