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3년 경기도 교육청은 학교도서관의 성평등·성교육 도서를 검열해 2,517권을 폐기시키고, 3,340권을 열람제한하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경기도 교육청은 사과도, 재발방지 대책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이에 총 3회에 걸쳐 경기도 교육청이 검열한 도서를 함께 읽으며 도서 검열, 차별, 성평등을 주제로 <평등낭독회>를 진행하고, 경기도교육청의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을 요구하고자 합니다.
11월 26일, 경기도교육청 남부청사 앞에서 두 번째 <성평등 도서를 모두의 자리로! 평등낭독회>가 열렸습니다. 강풍과 함께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모인 참가자들은 검열 도서 5권을 함께 읽었고, 셰어의 공혜원 사무국장 발언이 이어졌습니다. 점심시간이라 북적하긴 했지만, 성, 성적 즐거움, 섹스,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 페미니즘, 동성애, 퀴어 등에 귀 기울이지 않으려 노력하는 모습들이 인상 깊었고, 한켠에서는 '성혁명교육'을 반대하는 분들이 모여 1인 시위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지나가다가 우연히 평등낭독회에 참여하게 된 양육자 한 분은 그동안 이 문제에 관심 갖지 않고 있었는데, 낭독과 발언을 듣고 문제의식에 공감하여 앞으로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후기와 더불어 다음 주에 열릴 세 번째 평등낭독회에도 참여하시겠다며 마음을 나눠주셨습니다. 아래 공혜원 사무국장의 발언도 함께 읽어보시고, 평등낭독회와 12월 10일 오후 5시 반에 열릴 <세계인권의날 맞이 성평등 권리 선언대회>에도 많은 관심과 참여를 바랍니다!
💥 민원을 핑계 삼는 차별적인 행정을 중단하라!
💥 성평등·성교육 도서 검열 사태 즉각 사과하라!
💥 성평등·성교육 도서 검열에 대한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라!
발언문
안녕하세요,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에서 활동하는 혜원입니다. 저는 초등학생 때 도서관에서 Why 시리즈를 보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그 중에서도 ‘사춘기와 성’편을 참 여러 번 읽었던 것 같은데요, 이 역시도 경기도교육청이 검열하여 폐기한 2517권, 열람제한한 3340권의 성평등, 성교육 도서 중 하나입니다.
경기도교육청은 “학교 도서관에 비치된 일부 유해한 성교육 도서에 대해 선정성, 동성애 조장 등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을 우려하는 다수 민원이 있으니 조처해달라”는 공문을 내려보냈습니다. 보수 기독교 단체의 주장에 힘을 싣고, 교육에 포함되어야 할 중요한 내용들을 ‘선정적’이라고 규정했습니다. 교육기본법 제4조 ‘모든 국민은 성별, 종교, 신념, 인종, 사회적 신분, 경제적 지위 또는 신체적 조건 등을 이유로 교육에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 제6조 ‘교육은 교육 본래의 목적에 따라 그 기능을 다하도록 운영되어야 하며, 정치적ㆍ파당적 또는 개인적 편견을 전파하기 위한 방편으로 이용되어서는 아니 된다.’는 조항이 무색하게도 다수의 민원을 핑계삼아 어린이·청소년, 교사, 양육자의 교육에 대한 권리들을 침해하고 있는 것입니다.
한편으로 전북 지역에서는 성혁명교육 개정교과서 채택 중단 및 삭제 요청이라는 제목으로 특정 학부모 단체의 공문을 받았습니다. 특정 출판사들 이름이 쭉 나열되어 있었고, 옆에는 에이즈 감염 경로를 언급하지 않았다, 생리 주기 조절을 위해 피임약을 먹어도 된다고 서술했다 등을 지적했다고 합니다. 이러다가 ‘성’에 관련된 모든 정보들을 검열하고, 차단하고, 성교육은 동성애나 이른 성관계를 유발한다며 학교 성교육 자체를 폐지하지 않을까 진심으로 우려가 됩니다.
학교 성교육이 의무화된 지 20년이 훨씬 넘었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학교에서 성교육을 별로 받아보지 못했다’거나, ‘학교 성교육은 재미가 없고,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평가합니다. 이미 성교육은 사교육 영역에서 활발히 다뤄지고 있기도 합니다. 셰어는 <에브리바디 플레져랩>팀에서 포괄적 성교육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나이, 성별, 장애,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 인종, 언어 등 각자가 가진 특성에 맞춘 최선의 방법으로, 위험에 대처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즐거움에 대해서 알아가는 성교육을 지향합니다. 또한, 포괄적 성교육 교육 자료를 제작하고, 장애인, 이주민, 청소년, 성소수자, 노동자, 빈민 등 여러 현장의 단체들과 연계하여 현장에 맞는 성교육을 기획하고 진행하고 있습니다.
섹스. 우리는 생각보다 섹스에 대해 잘 알지 못합니다. 특히 어린이, 청소년에게 섹스란, 임신이나 성병을 유발하는 위험한 행위로 여겨지도록 교육되고 있습니다. 성인인증 앞에 가로막혀 제대로 된 정보를 찾아볼 수도 없고, 대부분의 성교육에서는 안전을 강조하기 위해 위험성만을 강조하거나, 특정한 관계나 행위에 대해서는 아예 금기시합니다. 그러나 아무리 교육 현장에서 정보를 검열하고, 차단하고, 제약해도 결국 어딘가에서 정보를 얻습니다. 유네스코의 국제 성교육 가이드에서는 “금욕 프로그램은 성행위 시작 시기를 늦추거나 섹스 횟수 및 섹스 파트너 수를 줄이는 데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금욕 프로그램은 청소년의 성 및 재생산 건강과 권리에 효과적이지 않으며 잠재적으로 해로운 것으로 판명됐다”고 밝혔습니다. 금지만 강조하다 보면 오히려 꼭 알아야 할 정보를 알지 못하거나, 잘못된 정보와 편견으로 인해 대처하기가 어려워지고, 예방과 치료에 중요한 시기를 놓치거나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기를 수 없기 때문입니다.
셰어가 최근에 어린이, 청소년들과도 성교육을 진행하고 있는데요, 성,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 성관계, 임신 출산 임신중지와 관련하여 어디에서도, 누구도 알려주지 않았던 궁금한 내용을 묻고 셰어가 답하는 <무엇이든 물어보셰어>를 진행했습니다. 한 청소년이 “청소년은 스킨쉽을 어디까지 할 수 있나요?”라는 질문을 했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런 질문을 받았을 때 어떻게 답해주고 싶으신가요? 셰어는 몇 세부터 몇 세까지 어떤 스킨쉽을 해도 좋다고 답하지 않았습니다. 다같이 각자가 생각하는 스킨쉽의 가능 범위와 이유를 돌아가며 이야기 나눴어요. 서로의 의견에 그 누구도 문제라고 지적하지 않았고, 서로 충분히 내가 원하는, 내가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이유를 고민하며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저는 이런 성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이런 과정이 성적 권리를 보장하고 재생산정의를 실현해내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성적 권리는 우리의 몸, 성별, 성별 표현, 사랑하고 관계맺는 대상, 성적 즐거움에 대한 권리입니다. 몸과 외모, 나이, 국적, 인종, 장애나 질병, 성별, 성별정체성이나 성적지향을 이유로, 또는 내가 누구를 사랑하는지에 따라 차별받지 않을 권리가 있습니다. 우리 모두는 편견이나 낙인 없이 필요한 정보를 알 수 있어야 하고, 교육받을 수 있어야 합니다. 내가 궁금할 때 제대로된 정보를 찾아보거나 질문할 수 있어야 하고, 질문에 대한 답을 스스로 찾아갈 수 있는 역량을 기를 수 있어야 합니다. 정보를 이해할 수 없다는 이유, 알아서는 안되고 알 필요가 없다는 이유로 일방적으로 정보와 교육을 가로막으면 안됩니다. 성적권리는 우리 모두가 건강하고 안전하게,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기 위해 꼭 필요한 권리입니다. 경기도교육청은 민원을 핑계 삼는 차별적인 행정을 중단하고, 성평등·성교육 도서 검열 사태가 벌어진 것에 대해 즉각 사과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십시오. 차별과 검열로 우리의 성 재생산 건강과 권리 보장을 위한 활동을 막아낼 수는 없을 것입니다.
지난 2023년 경기도 교육청은 학교도서관의 성평등·성교육 도서를 검열해 2,517권을 폐기시키고, 3,340권을 열람제한하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경기도 교육청은 사과도, 재발방지 대책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이에 총 3회에 걸쳐 경기도 교육청이 검열한 도서를 함께 읽으며 도서 검열, 차별, 성평등을 주제로 <평등낭독회>를 진행하고, 경기도교육청의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을 요구하고자 합니다.
11월 26일, 경기도교육청 남부청사 앞에서 두 번째 <성평등 도서를 모두의 자리로! 평등낭독회>가 열렸습니다. 강풍과 함께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모인 참가자들은 검열 도서 5권을 함께 읽었고, 셰어의 공혜원 사무국장 발언이 이어졌습니다. 점심시간이라 북적하긴 했지만, 성, 성적 즐거움, 섹스,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 페미니즘, 동성애, 퀴어 등에 귀 기울이지 않으려 노력하는 모습들이 인상 깊었고, 한켠에서는 '성혁명교육'을 반대하는 분들이 모여 1인 시위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지나가다가 우연히 평등낭독회에 참여하게 된 양육자 한 분은 그동안 이 문제에 관심 갖지 않고 있었는데, 낭독과 발언을 듣고 문제의식에 공감하여 앞으로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후기와 더불어 다음 주에 열릴 세 번째 평등낭독회에도 참여하시겠다며 마음을 나눠주셨습니다. 아래 공혜원 사무국장의 발언도 함께 읽어보시고, 평등낭독회와 12월 10일 오후 5시 반에 열릴 <세계인권의날 맞이 성평등 권리 선언대회>에도 많은 관심과 참여를 바랍니다!
💥 민원을 핑계 삼는 차별적인 행정을 중단하라!
💥 성평등·성교육 도서 검열 사태 즉각 사과하라!
💥 성평등·성교육 도서 검열에 대한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라!
발언문
안녕하세요,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에서 활동하는 혜원입니다. 저는 초등학생 때 도서관에서 Why 시리즈를 보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그 중에서도 ‘사춘기와 성’편을 참 여러 번 읽었던 것 같은데요, 이 역시도 경기도교육청이 검열하여 폐기한 2517권, 열람제한한 3340권의 성평등, 성교육 도서 중 하나입니다.
경기도교육청은 “학교 도서관에 비치된 일부 유해한 성교육 도서에 대해 선정성, 동성애 조장 등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을 우려하는 다수 민원이 있으니 조처해달라”는 공문을 내려보냈습니다. 보수 기독교 단체의 주장에 힘을 싣고, 교육에 포함되어야 할 중요한 내용들을 ‘선정적’이라고 규정했습니다. 교육기본법 제4조 ‘모든 국민은 성별, 종교, 신념, 인종, 사회적 신분, 경제적 지위 또는 신체적 조건 등을 이유로 교육에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 제6조 ‘교육은 교육 본래의 목적에 따라 그 기능을 다하도록 운영되어야 하며, 정치적ㆍ파당적 또는 개인적 편견을 전파하기 위한 방편으로 이용되어서는 아니 된다.’는 조항이 무색하게도 다수의 민원을 핑계삼아 어린이·청소년, 교사, 양육자의 교육에 대한 권리들을 침해하고 있는 것입니다.
한편으로 전북 지역에서는 성혁명교육 개정교과서 채택 중단 및 삭제 요청이라는 제목으로 특정 학부모 단체의 공문을 받았습니다. 특정 출판사들 이름이 쭉 나열되어 있었고, 옆에는 에이즈 감염 경로를 언급하지 않았다, 생리 주기 조절을 위해 피임약을 먹어도 된다고 서술했다 등을 지적했다고 합니다. 이러다가 ‘성’에 관련된 모든 정보들을 검열하고, 차단하고, 성교육은 동성애나 이른 성관계를 유발한다며 학교 성교육 자체를 폐지하지 않을까 진심으로 우려가 됩니다.
학교 성교육이 의무화된 지 20년이 훨씬 넘었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학교에서 성교육을 별로 받아보지 못했다’거나, ‘학교 성교육은 재미가 없고,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평가합니다. 이미 성교육은 사교육 영역에서 활발히 다뤄지고 있기도 합니다. 셰어는 <에브리바디 플레져랩>팀에서 포괄적 성교육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나이, 성별, 장애,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 인종, 언어 등 각자가 가진 특성에 맞춘 최선의 방법으로, 위험에 대처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즐거움에 대해서 알아가는 성교육을 지향합니다. 또한, 포괄적 성교육 교육 자료를 제작하고, 장애인, 이주민, 청소년, 성소수자, 노동자, 빈민 등 여러 현장의 단체들과 연계하여 현장에 맞는 성교육을 기획하고 진행하고 있습니다.
섹스. 우리는 생각보다 섹스에 대해 잘 알지 못합니다. 특히 어린이, 청소년에게 섹스란, 임신이나 성병을 유발하는 위험한 행위로 여겨지도록 교육되고 있습니다. 성인인증 앞에 가로막혀 제대로 된 정보를 찾아볼 수도 없고, 대부분의 성교육에서는 안전을 강조하기 위해 위험성만을 강조하거나, 특정한 관계나 행위에 대해서는 아예 금기시합니다. 그러나 아무리 교육 현장에서 정보를 검열하고, 차단하고, 제약해도 결국 어딘가에서 정보를 얻습니다. 유네스코의 국제 성교육 가이드에서는 “금욕 프로그램은 성행위 시작 시기를 늦추거나 섹스 횟수 및 섹스 파트너 수를 줄이는 데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금욕 프로그램은 청소년의 성 및 재생산 건강과 권리에 효과적이지 않으며 잠재적으로 해로운 것으로 판명됐다”고 밝혔습니다. 금지만 강조하다 보면 오히려 꼭 알아야 할 정보를 알지 못하거나, 잘못된 정보와 편견으로 인해 대처하기가 어려워지고, 예방과 치료에 중요한 시기를 놓치거나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기를 수 없기 때문입니다.
셰어가 최근에 어린이, 청소년들과도 성교육을 진행하고 있는데요, 성,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 성관계, 임신 출산 임신중지와 관련하여 어디에서도, 누구도 알려주지 않았던 궁금한 내용을 묻고 셰어가 답하는 <무엇이든 물어보셰어>를 진행했습니다. 한 청소년이 “청소년은 스킨쉽을 어디까지 할 수 있나요?”라는 질문을 했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런 질문을 받았을 때 어떻게 답해주고 싶으신가요? 셰어는 몇 세부터 몇 세까지 어떤 스킨쉽을 해도 좋다고 답하지 않았습니다. 다같이 각자가 생각하는 스킨쉽의 가능 범위와 이유를 돌아가며 이야기 나눴어요. 서로의 의견에 그 누구도 문제라고 지적하지 않았고, 서로 충분히 내가 원하는, 내가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이유를 고민하며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저는 이런 성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이런 과정이 성적 권리를 보장하고 재생산정의를 실현해내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성적 권리는 우리의 몸, 성별, 성별 표현, 사랑하고 관계맺는 대상, 성적 즐거움에 대한 권리입니다. 몸과 외모, 나이, 국적, 인종, 장애나 질병, 성별, 성별정체성이나 성적지향을 이유로, 또는 내가 누구를 사랑하는지에 따라 차별받지 않을 권리가 있습니다. 우리 모두는 편견이나 낙인 없이 필요한 정보를 알 수 있어야 하고, 교육받을 수 있어야 합니다. 내가 궁금할 때 제대로된 정보를 찾아보거나 질문할 수 있어야 하고, 질문에 대한 답을 스스로 찾아갈 수 있는 역량을 기를 수 있어야 합니다. 정보를 이해할 수 없다는 이유, 알아서는 안되고 알 필요가 없다는 이유로 일방적으로 정보와 교육을 가로막으면 안됩니다. 성적권리는 우리 모두가 건강하고 안전하게,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기 위해 꼭 필요한 권리입니다. 경기도교육청은 민원을 핑계 삼는 차별적인 행정을 중단하고, 성평등·성교육 도서 검열 사태가 벌어진 것에 대해 즉각 사과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십시오. 차별과 검열로 우리의 성 재생산 건강과 권리 보장을 위한 활동을 막아낼 수는 없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