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0일, 2022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 행사 <우리 모두의 안전한 일상을 위하여> 집회와 행진이 진행되었습니다.
매년 11월 20일은 전 세계에서 혐오와 차별로 먼저 세상을 떠난 트랜스젠더 시민들을 기억하고 함께 사회를 바꿔 나가자고 다짐하고 요구하는 날입니다.
올해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 행사는 녹사평 역 앞에서 진행되었는데요, 10월 29일에 있었던 이태원 참사 역시 함께 기억하고 안전한 사회를 보장하기 위한 책임을 묻는 의미에서 "우리 모두의 안전한 일상을 보장하라!"라는 요구를 들고 대통령 집무실 앞까지 행진을 하기도 했습니다.
국가와 사회가 지켜야 할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구분하고, 차별과 혐오와 낙인을 정당화하고, 어떤 시민들은 그저 처벌과 통제의 대상으로만 다루려고 할 때, 우리 모두의 안전한 삶이 그 자체로 보장되어야 한다는 당연한 상식은 깨지고 국가는 그 책임을 방기하게 됩니다.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은 그런 의미에서 먼저 세상을 떠난 트랜스젠더 시민들을 함께 기억하는 날일 뿐만 아니라, 누구에게도 그 권리가 소홀히 다뤄지거나 함부로 배제되지 않도록, 우리 모두가 자신의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을 권리를 성적권리이자 생존의 권리, 삶의 권리로서 보장하라는 요구를 함께 외치는 날이기도 합니다.
아래에 있는 "2022 이태원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 행사 주최 단위 공동성명"에는그 요구들이 함께 담겨 있습니다. 꼭 읽어보아 주세요.
어제 대통령 집무실로 향하는 행진 중에는 셰어 에브리바디 플레져랩 팀의 나영정/타리 팀장이 발언을 했습니다. 아래에 타리 팀장의 발언문도 공유합니다.
"국가폭력과 사회의 혐오로 인해 먼저 세상을 떠난 트랜스젠더를 추모하며, 추모의 행진을 통해서 세상을 바꾸려고 합니다. 트랜스젠더의 생명을 보호하고, 트랜스젠더가 성적 즐거움을 누리는 것이 중요한 가치임을 선언하며, 지금과 다음 세대 트랜스젠더를 환영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구체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세상을 위해서 계속 행진합시다."라고 힘차게 외친 타리 팀장의 발언문도 꼭 곱씹어 읽어주세요.
1년에 하루가 아니라 매일 우리의 삶 속에서 이 요구들을 기억하고 함께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 사진은 셰어 조이(후원회원)이신 이슬하 님이 함께 참석하여 찍어주셨습니다. 고맙습니다!
발언문
나영정/타리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 SHARE 에브리바디 플레져랩 팀장)
안녕하세요. 저는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에서 활동하고 있는 타리입니다.
저는 트랜스젠더의 생존의 문제로서 성적 권리와 재생산 정의에 대해 말하고 싶습니다.
성적 권리와 재생산 정의는 모든 사람이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 성특징을 포함하여 자신의 신체에 대한 결정권을 가지고 심신의 건강을 증진할 수 있는 사회적 인정과 지원을 평등하게 받으며 이러한 사유를 이유로 차별받아서는 안된다는 점을 말합니다. 자신이 누구와 성적실천을 할 것인지, 임신과 출산에 대한 결정을 어떻게 가지고 실행할 것인지 자유롭고 평등하게 결정하며 국가와 사회는 이를 존중하고, 차별로 부터 보호하며, 권리를 실현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점을 말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윤석열 정권은 이번 교과과정 개편을 통해 보건교과를 개악했습니다. 성과 재생산 건강을 성과 생식 건강으로 바꾸고 인간의 다양한 성재생산 활동을 임신출산으로 한정하려고 합니다. 이 과정에서 생물학적 재생산과 연관되지 않는 다양한 성적 실천과 관계들, 정체성의 이슈들을 교육에서 삭제하고 결국은 권리를 파괴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사태를 겪으면서 보건교과 과정을 들여다보니 더욱 놀라게 된 포인트가 있었습니다. 윤석열 정권 이전에도 건강과 질병예방은 건강에 대한 지식습득과 유대를 통해서 대처해나가는 것이라고 하면서도 유독 성건강은 “성건강이 개인과 가족의 행복, 국가발전의 기본”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국가가 교육을 통해서 성건강을 이렇게 가르치려고 하는 것은 성건강을 개인의 인권이 아니라 국가발전에 종속된 가치로 만들고자 하는 것이고, 국가가 마땅히 책임져야 할 권리 실현의 의무를 져버리며, 생물학적이고 사회적인 재생산 활동을 통제하고, 성적인 즐거움과 쾌락을 죄악시 하며 관리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대체 2022년에도 시민들의 몸을 통제해 인구를 관리하겠다는 발상을 한다니 개탄스러울 따름입니다.
국가발전에 도움이 되는 소위 정상적인 몸만을 존중하고 보호하고 지원하겠다는 국가의 기조로 인해서 많은 소수자들의 생명이 역사적으로 위협받아 왔습니다. 그리고 특정한 몸만을 보호하겠다는 정책은 결국에는 대다수의 몸을 불안과 공포에 떨게 합니다. 우리는 이미 낙태죄 폐지 운동을 통해서 우생학적 폭력을 낱낱이 밝혀온바 있습니다. 성소수자에게도 이러한 억압이 낯선 것이 아닙니다. 너무나 위헌적인 군형법 추행죄와 에이즈예방법 전파매개행위죄가 대표적으로 그렇습니다. 트랜스젠더에게 성별을 변경하는 조건으로 국가가 생식능력의 제거를 비롯해 신체 변형을 강제하는 문제를 오늘 이자리에서 가장 중요하게 규탄합니다.
오늘의 외침과 행진을 통해서 트랜스젠더의 성건강을 증진하고 유성애적, 무성애적인 즐거움을 누리는 것이 얼마나 정치적인가를 환기하고 싶습니다. 트랜스젠더가 존엄한 시민이며 중요한 생명이라는 것을 진정으로 보장할때 성적 권리를 억압하는 것이 얼마나 부당하고 해로운 가를 주장하고 싶습니다.
올해 봄 아이다호 행진을 기억합니다. 윤석열 정권이 들어선 이후 처음으로 대통령 집무실 앞으로 행진했던 우리들이었습니다. 그때 우리는 “우리의 행진이 세상을 바꾼다”고 외쳤습니다. 오늘 다시 여기에 섰습니다. 국가폭력과 사회의 혐오로 인해 먼저 세상을 떠난 트랜스젠더를 추모하며, 추모의 행진을 통해서 세상을 바꾸려고 합니다. 트랜스젠더의 생명을 보호하고, 트랜스젠더가 성적 즐거움을 누리는 것이 중요한 가치임을 선언하며, 지금과 다음 세대 트랜스젠더를 환영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구체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세상을 위해서 계속 행진합시다. 셰어도 트랜스젠더의 성적 권리를 확보하고 재생산 정의를 실현하는 투쟁에 끝까지 함께 하겠습니다. 투쟁!
2022 이태원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 행사 주최 단위 공동성명
11월 20일 오늘은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이다. 세상을 떠난 트랜스젠더를 추모하고, 현재를 살아가는 트랜스젠더들과 지지자들이 함께 서로에게 안부를 묻는 그런 날이다.
2018년부터 이날을 맞아 이곳 이태원에서는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 집회와 행진이 진행되고 있다. “그만 죽여라, 우리도 살고싶다”고 외치며 시작된 우리의 행진은 “보통의 트랜스들의 위대한 생존”을 축하하는 방식으로 진화했다. 코로나19로 집회가 금지된 2020년, “나로 죽을 권리”라는 슬로건을 통해 내가 바로 내 삶의 주체임을 확고히 명시하고자 하였다. 그리고 지난 2021년, 우리는 또 다시 수많은 트랜스젠더 친구, 지인, 가족, 동지를 떠나보냈다. 아직 “나로 죽을 권리”가 보장되지 않는 이 한국에 아직 남아있는 우리는 먼저 떠난 이들의 권리와 서로의 권리를 챙기기 위해 지하철과 광장, 온라인 공론장에서 목소리를 높였다.
그리고 올해 10월 29일, 트랜스젠더의 삶의 터전이자 안식처였던 이태원 거리에서 크나큰 참사가 일어났다. 성소수자의 삶터에서 축제의 거리로, 축제의 거리에서 재난의 공간으로 변해버린 이태원에서, 어디에서나, 누구나 안전한 일상을 보장받을 수 있는 나라를 위해. 이 행사를 준비했다.
우리 모두의 안전한 일상을 누릴 권리엔 “혐오당하지 않을 권리”가 포함된다. 배울 권리, 일할 권리, 원하는 모습 그대로 살아갈 권리, 민원 처리를 할 권리, 카드를 발급할 권리, 불안해하지 않고 비행기를 탈 권리, 원하는 곳에서 살 권리, 원하는 곳에서 식사할 권리, 원하는 치료를 받을 권리 등 너무나도 당연한 이 권리를 우리는 또 외친다. 그리고 묻는다. 권리도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 속에서 과연 우리는 안전하게 살고 있는지. 평등해야 안전할 수 있고, 안전해야 평등할 수 있다.
오늘 “우리 모두의 안전한 일상을 위하여”라는 집회로 올 한 해를 살아낸 여러분의 안부를 묻고 싶다. 당신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기분은 어떤지, 공감과 위로가 필요한지, 연대와 투쟁이 필요한지. 궁극적으로, 안전하게 잘 살고 있는지 묻고 싶다. 아직도 끝나지 않은 코로나19 팬데믹과 트랜스젠더 혐오의 이중고를 겪고 있는 우리가 각자 나름대로 살아가고 있음을 확인하는 과정이 우리를 더 견고하고 온전하게 만들어 줄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여전히 우리 앞에 놓인 혐오의 벽은 굳건하기만 하다. 하지만, 우리가 견딤의 시간을 건너 이 사회를 바꾸기 위한 주체가 될 때 이 혐오의 벽을 한순간에 무너뜨릴 수 있다고 확신한다. 혐오가 사라진 세상은, 우리 모두에게 안전한 일상을 보장할 수 있는 사회일 것이다. 연대와 위로를 바탕으로 혐오의 사회를 과거로 만들고자 한다.
그래서 오늘 이 자리에서 우리는 요구한다.
하나, 모두가 안전한 일상을 누릴 권리를 보장하라.
하나, 성별정체성을 포함한 모든 사람을 포괄하는 차별금지법을 지금 당장 제정하라.
하나, 판사 마음대로, 외부 성기 수술 강요, 인권 침해를 막기 위한 성별정정특별법을 제정하라.
하나, 다른 숫자는 모두 난수화해도 성별 표기는 끝까지 남겨 놓은 주민등록번호를 난수화하라.
하나, 트랜스젠더 시민의 삶을 포괄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트랜스젠더 인권법을 제정하라.
이 모든 것은 트랜스젠더가 지금 여기에, 그리고 우리 사회 곳곳의 시민으로 함께 살아가기 위한 기본적인 요건이다. 트랜스젠더가 지금 바로 여기 있고, 당신 곁에 있다. 트랜스젠더와 지지자가 함께 숨쉬는 이곳이 사회다. 오늘 행사를 공동주최한 단위들은 여러분과 함께 평등한 사회를 위해 끝까지 연대하고 앞장서겠다.
2022년 11월 20일
2022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 집회 및 행사 공동 주최 단위 (공공운수노조 여성위원회,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 만드는 법, 논모노플래닛,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 성소수자부모모임,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 SHARE , 언니네트워크, 전국금속노동조합, 정치하는엄마들, 트랜스해방전선,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 이슬하
11월 20일, 2022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 행사 <우리 모두의 안전한 일상을 위하여> 집회와 행진이 진행되었습니다.
매년 11월 20일은 전 세계에서 혐오와 차별로 먼저 세상을 떠난 트랜스젠더 시민들을 기억하고 함께 사회를 바꿔 나가자고 다짐하고 요구하는 날입니다.
올해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 행사는 녹사평 역 앞에서 진행되었는데요, 10월 29일에 있었던 이태원 참사 역시 함께 기억하고 안전한 사회를 보장하기 위한 책임을 묻는 의미에서 "우리 모두의 안전한 일상을 보장하라!"라는 요구를 들고 대통령 집무실 앞까지 행진을 하기도 했습니다.
국가와 사회가 지켜야 할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구분하고, 차별과 혐오와 낙인을 정당화하고, 어떤 시민들은 그저 처벌과 통제의 대상으로만 다루려고 할 때, 우리 모두의 안전한 삶이 그 자체로 보장되어야 한다는 당연한 상식은 깨지고 국가는 그 책임을 방기하게 됩니다.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은 그런 의미에서 먼저 세상을 떠난 트랜스젠더 시민들을 함께 기억하는 날일 뿐만 아니라, 누구에게도 그 권리가 소홀히 다뤄지거나 함부로 배제되지 않도록, 우리 모두가 자신의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을 권리를 성적권리이자 생존의 권리, 삶의 권리로서 보장하라는 요구를 함께 외치는 날이기도 합니다.
아래에 있는 "2022 이태원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 행사 주최 단위 공동성명"에는그 요구들이 함께 담겨 있습니다.
꼭 읽어보아 주세요.
어제 대통령 집무실로 향하는 행진 중에는 셰어 에브리바디 플레져랩 팀의 나영정/타리 팀장이 발언을 했습니다.
아래에 타리 팀장의 발언문도 공유합니다.
"국가폭력과 사회의 혐오로 인해 먼저 세상을 떠난 트랜스젠더를 추모하며, 추모의 행진을 통해서 세상을 바꾸려고 합니다. 트랜스젠더의 생명을 보호하고, 트랜스젠더가 성적 즐거움을 누리는 것이 중요한 가치임을 선언하며, 지금과 다음 세대 트랜스젠더를 환영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구체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세상을 위해서 계속 행진합시다."라고 힘차게 외친 타리 팀장의 발언문도 꼭 곱씹어 읽어주세요.
1년에 하루가 아니라 매일 우리의 삶 속에서 이 요구들을 기억하고 함께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 사진은 셰어 조이(후원회원)이신 이슬하 님이 함께 참석하여 찍어주셨습니다. 고맙습니다!
발언문
나영정/타리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 SHARE 에브리바디 플레져랩 팀장)
안녕하세요. 저는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에서 활동하고 있는 타리입니다.
저는 트랜스젠더의 생존의 문제로서 성적 권리와 재생산 정의에 대해 말하고 싶습니다.
성적 권리와 재생산 정의는 모든 사람이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 성특징을 포함하여 자신의 신체에 대한 결정권을 가지고 심신의 건강을 증진할 수 있는 사회적 인정과 지원을 평등하게 받으며 이러한 사유를 이유로 차별받아서는 안된다는 점을 말합니다. 자신이 누구와 성적실천을 할 것인지, 임신과 출산에 대한 결정을 어떻게 가지고 실행할 것인지 자유롭고 평등하게 결정하며 국가와 사회는 이를 존중하고, 차별로 부터 보호하며, 권리를 실현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점을 말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윤석열 정권은 이번 교과과정 개편을 통해 보건교과를 개악했습니다. 성과 재생산 건강을 성과 생식 건강으로 바꾸고 인간의 다양한 성재생산 활동을 임신출산으로 한정하려고 합니다. 이 과정에서 생물학적 재생산과 연관되지 않는 다양한 성적 실천과 관계들, 정체성의 이슈들을 교육에서 삭제하고 결국은 권리를 파괴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사태를 겪으면서 보건교과 과정을 들여다보니 더욱 놀라게 된 포인트가 있었습니다. 윤석열 정권 이전에도 건강과 질병예방은 건강에 대한 지식습득과 유대를 통해서 대처해나가는 것이라고 하면서도 유독 성건강은 “성건강이 개인과 가족의 행복, 국가발전의 기본”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국가가 교육을 통해서 성건강을 이렇게 가르치려고 하는 것은 성건강을 개인의 인권이 아니라 국가발전에 종속된 가치로 만들고자 하는 것이고, 국가가 마땅히 책임져야 할 권리 실현의 의무를 져버리며, 생물학적이고 사회적인 재생산 활동을 통제하고, 성적인 즐거움과 쾌락을 죄악시 하며 관리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대체 2022년에도 시민들의 몸을 통제해 인구를 관리하겠다는 발상을 한다니 개탄스러울 따름입니다.
국가발전에 도움이 되는 소위 정상적인 몸만을 존중하고 보호하고 지원하겠다는 국가의 기조로 인해서 많은 소수자들의 생명이 역사적으로 위협받아 왔습니다. 그리고 특정한 몸만을 보호하겠다는 정책은 결국에는 대다수의 몸을 불안과 공포에 떨게 합니다. 우리는 이미 낙태죄 폐지 운동을 통해서 우생학적 폭력을 낱낱이 밝혀온바 있습니다. 성소수자에게도 이러한 억압이 낯선 것이 아닙니다. 너무나 위헌적인 군형법 추행죄와 에이즈예방법 전파매개행위죄가 대표적으로 그렇습니다. 트랜스젠더에게 성별을 변경하는 조건으로 국가가 생식능력의 제거를 비롯해 신체 변형을 강제하는 문제를 오늘 이자리에서 가장 중요하게 규탄합니다.
오늘의 외침과 행진을 통해서 트랜스젠더의 성건강을 증진하고 유성애적, 무성애적인 즐거움을 누리는 것이 얼마나 정치적인가를 환기하고 싶습니다. 트랜스젠더가 존엄한 시민이며 중요한 생명이라는 것을 진정으로 보장할때 성적 권리를 억압하는 것이 얼마나 부당하고 해로운 가를 주장하고 싶습니다.
올해 봄 아이다호 행진을 기억합니다. 윤석열 정권이 들어선 이후 처음으로 대통령 집무실 앞으로 행진했던 우리들이었습니다. 그때 우리는 “우리의 행진이 세상을 바꾼다”고 외쳤습니다. 오늘 다시 여기에 섰습니다. 국가폭력과 사회의 혐오로 인해 먼저 세상을 떠난 트랜스젠더를 추모하며, 추모의 행진을 통해서 세상을 바꾸려고 합니다. 트랜스젠더의 생명을 보호하고, 트랜스젠더가 성적 즐거움을 누리는 것이 중요한 가치임을 선언하며, 지금과 다음 세대 트랜스젠더를 환영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구체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세상을 위해서 계속 행진합시다. 셰어도 트랜스젠더의 성적 권리를 확보하고 재생산 정의를 실현하는 투쟁에 끝까지 함께 하겠습니다. 투쟁!
2022 이태원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 행사 주최 단위 공동성명
11월 20일 오늘은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이다. 세상을 떠난 트랜스젠더를 추모하고, 현재를 살아가는 트랜스젠더들과 지지자들이 함께 서로에게 안부를 묻는 그런 날이다.
2018년부터 이날을 맞아 이곳 이태원에서는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 집회와 행진이 진행되고 있다. “그만 죽여라, 우리도 살고싶다”고 외치며 시작된 우리의 행진은 “보통의 트랜스들의 위대한 생존”을 축하하는 방식으로 진화했다. 코로나19로 집회가 금지된 2020년, “나로 죽을 권리”라는 슬로건을 통해 내가 바로 내 삶의 주체임을 확고히 명시하고자 하였다. 그리고 지난 2021년, 우리는 또 다시 수많은 트랜스젠더 친구, 지인, 가족, 동지를 떠나보냈다. 아직 “나로 죽을 권리”가 보장되지 않는 이 한국에 아직 남아있는 우리는 먼저 떠난 이들의 권리와 서로의 권리를 챙기기 위해 지하철과 광장, 온라인 공론장에서 목소리를 높였다.
그리고 올해 10월 29일, 트랜스젠더의 삶의 터전이자 안식처였던 이태원 거리에서 크나큰 참사가 일어났다. 성소수자의 삶터에서 축제의 거리로, 축제의 거리에서 재난의 공간으로 변해버린 이태원에서, 어디에서나, 누구나 안전한 일상을 보장받을 수 있는 나라를 위해. 이 행사를 준비했다.
우리 모두의 안전한 일상을 누릴 권리엔 “혐오당하지 않을 권리”가 포함된다. 배울 권리, 일할 권리, 원하는 모습 그대로 살아갈 권리, 민원 처리를 할 권리, 카드를 발급할 권리, 불안해하지 않고 비행기를 탈 권리, 원하는 곳에서 살 권리, 원하는 곳에서 식사할 권리, 원하는 치료를 받을 권리 등 너무나도 당연한 이 권리를 우리는 또 외친다. 그리고 묻는다. 권리도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 속에서 과연 우리는 안전하게 살고 있는지. 평등해야 안전할 수 있고, 안전해야 평등할 수 있다.
오늘 “우리 모두의 안전한 일상을 위하여”라는 집회로 올 한 해를 살아낸 여러분의 안부를 묻고 싶다. 당신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기분은 어떤지, 공감과 위로가 필요한지, 연대와 투쟁이 필요한지. 궁극적으로, 안전하게 잘 살고 있는지 묻고 싶다. 아직도 끝나지 않은 코로나19 팬데믹과 트랜스젠더 혐오의 이중고를 겪고 있는 우리가 각자 나름대로 살아가고 있음을 확인하는 과정이 우리를 더 견고하고 온전하게 만들어 줄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여전히 우리 앞에 놓인 혐오의 벽은 굳건하기만 하다. 하지만, 우리가 견딤의 시간을 건너 이 사회를 바꾸기 위한 주체가 될 때 이 혐오의 벽을 한순간에 무너뜨릴 수 있다고 확신한다. 혐오가 사라진 세상은, 우리 모두에게 안전한 일상을 보장할 수 있는 사회일 것이다. 연대와 위로를 바탕으로 혐오의 사회를 과거로 만들고자 한다.
그래서 오늘 이 자리에서 우리는 요구한다.
하나, 모두가 안전한 일상을 누릴 권리를 보장하라.
하나, 성별정체성을 포함한 모든 사람을 포괄하는 차별금지법을 지금 당장 제정하라.
하나, 판사 마음대로, 외부 성기 수술 강요, 인권 침해를 막기 위한 성별정정특별법을 제정하라.
하나, 다른 숫자는 모두 난수화해도 성별 표기는 끝까지 남겨 놓은 주민등록번호를 난수화하라.
하나, 트랜스젠더 시민의 삶을 포괄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트랜스젠더 인권법을 제정하라.
이 모든 것은 트랜스젠더가 지금 여기에, 그리고 우리 사회 곳곳의 시민으로 함께 살아가기 위한 기본적인 요건이다. 트랜스젠더가 지금 바로 여기 있고, 당신 곁에 있다. 트랜스젠더와 지지자가 함께 숨쉬는 이곳이 사회다. 오늘 행사를 공동주최한 단위들은 여러분과 함께 평등한 사회를 위해 끝까지 연대하고 앞장서겠다.
2022년 11월 20일
2022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 집회 및 행사 공동 주최 단위 (공공운수노조 여성위원회,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 만드는 법, 논모노플래닛,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 성소수자부모모임,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 SHARE , 언니네트워크, 전국금속노동조합, 정치하는엄마들, 트랜스해방전선,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 이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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