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WID 포럼 기간에 만난 태국 단체 방문기-HIV여성네트워크, 임파워 파운데이션, 탐탕 네트워크❤️
셰어와 차차는 HIV 여성 감염인 운동, 성노동자 운동, 임신중지 권리 운동과 관련해 태국과 한국에서의 상황을 공유하고, 앞으로 구체적인 연대의 방법을 모색하기 위해 AWID 포럼 참가 기간 동안 태국의 단체들을 함께 만나고 왔습니다. HIV와 함께 살아가는 태국 여성 네트워크(Network of Thai Women Living with HIV), 임파워 파운데이션 (Empower Foundation), 탐탕 네트워크 (Tamtang Network) 세 단체와 만난 이야기를 전합니다. 세 단체와 나눈 보다 구체적인 이야기들은 1월에 진행될 보고서 작업 이후에 보실 수 있습니다 :)
HIV와 함께 살아가는 태국 여성 네트워크(Network of Thai Women Living with HIV)
12월 3일 오후, AWID 포럼의 하루 일정을 마치고 ‘HIV와 함께 살아가는 태국 여성 네트워크‘(링크)(이하 네트워크)의 니파꿍 활동가를 만났습니다. 탐탕 네트워크의 눔 활동가가 태국어-영어 통역을 맡아 주었습니다.
네트워크는 2004년에 재단으로 등록해서 활동하고 있는 단체이고, 성평등의 관점으로 HIV/AIDS과 함께 살아가는 여성의 역량강화 활동을 기획하고 진행합니다. 태국에도 여전히 HIV/AIDS에 낙인과 차별이 많고 대응과 예방 정책 등에서 젠더 관점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네트워크는 크게 세가지 영역의 활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감염인 여성들의 역량강화 활동을 하고, 성적권리에 관한 교육 진행과 커리큘럼 구성, 여성 감염인을 위한 정책 제안을 주로 진행해 왔다고 합니다. 특히, 태국의 HIV/AIDS 정책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된 지역 여성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기 위해서 애써왔습니다. 정부는 게이 남성, 트랜스젠더 여성, 약물사용자, 성노동자 등 타겟 그룹을 대상으로 예방정책을 펼치고 있는데, 정책의 관심사가 되지 못하면서도 감염인 통계의 60%를 차지하는 여성들의 목소리를 대변할 필요성을 절감했기 때문입니다. 많은 HIV 감염인 여성은 임신출산의 과정에서 HIV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되기 때문에 재생산 건강 정책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기도 합니다. 네트워크는 여성 감염인 전반적인 삶에서 인권과 자기결정권이 존중받을 수 있도록 관심을 기울이는데, 정부와 의료기관에서는 여성감염인의 삶을 전반적으로 지원하지는 않으면서, 질병 통제적 관점으로만 바라보고 있습니다.
의료기관에서는 여성이 HIV 확진을 받으면 파트너를 상담해야 한다면서 반드시 데리고 오도록 하고 HIV 테스트를 유도하는데 이 과정에서 여성의 감염사실이 노출되어 안전의 문제가 생길 우려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여성 감염인이 남성 파트너와 사별했을때 더 이상 파트너를 만들지 않도록, 임신출산을 하지 않도록 강력하게 권고하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습니다. 따라서 네트워크는 여성 감염인을 상담하면서 남성파트너와 감염 사실을 어떻게 안전하게 소통하고, 평등하게 관계맺을 수 있을지, 의료기관에서 차별과 낙인을 경험했을 때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지, 성관계와 임신출산에서 자기결정권을 어떻게 증진할 수 있을지 교육하고 정보를 제공합니다. 의료기관과 정부의 태도 변화를 위해서도 애쓰고 있습니다.
또한 라오스 접경지대에서 만나는 이주여성들을 지원하기 위해서 의료보험에 가입하도록 돕고, 미등록 이주민의 경우 국가 보험에 가입할 수 없는데 사보험에 가입할 금전적인 여유가 없는 경우 지원 정책을 알아보는 일을 조력한다고 합니다.
니파꿍 활동가와 대화하면서 한국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여성 감염인을 떠올렸습니다. 25년간 여성감염인 지원 활동을 해온 네트워크에 존경을 보내며, 또한 태국에서 한국으로 이주해서 살아가고 있는 HIV 감염인들의 삶을 생각하는 시간이었습니다. 한국에서 미등록 이주민으로 살아가는 HIV 감염인의 인권과 건강권을 증진하는 방안을 계속 고민하겠다고 결심하며, 이번 만남을 통해서 함께 할 수 있는 일들을 모색해 보고자 합니다.
‘HIV와 함께 살아가는 태국 여성 네트워크‘의 니파꿍 활동가
태국어-영어 통역을 진행해 준 ‘탐탕 네트워크‘의 눔 활동가
임파워 파운데이션 (Empower Foundation)
12월 4일에는 ‘임파워 파운데이션(Empower Foundation)‘ (이하 임파워) 활동가들을 만났습니다. 임파워에서는 인, 마이, 탄타 활동가가 참여했고 칸차나 활동가가 태국어-영어 통역을 담당했습니다.
임파워 파운데이션은 39년 동안 운영된 유서깊은 단체입니다. 임파워 활동가들은 이렇게 오랫동안 단체를 유지하는 비결은 성노동자 스스로 주도하고, 우리가 느끼는 필요를 중심으로 운동을 해왔으며, 서로를 돌보고 역량을 강화하는데 집중해왔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역량강화를 할때에도 절대로 위에서 아래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수평적으로 관계맺으며 서로가 서로를 지원하고, 기층의 성노동자 당사자가 필요하다고 하는 것을 기반으로 조력한다고 합니다.
임파워 활동에는 크게 4가지 영역이 있는데 1) 법률 조력 그룹, 2) 공부하고 학습하는 그룹, 3) 건강 보건 관련 그룹, 4) ‘캔 두 Can Do’라는 유흥업소 운영입니다. 각각의 그룹 모두 활동가들과 성노동자 당사자들이 직접 접촉하는 공간으로 기능합니다.
법적인 부분과 관련해서는 궁극적으로 성노동 비범죄화를 목표로 삼고, 현행법에서도 성노동자가 누려야 하는 권리를 찾습니다. 임파워 활동가들은 법률에 대한 대안을 만드는 과정에서도 ‘그 누구보다 우리가 우리 자신에 대한 전문가’라는 생각으로, 스스로 법률을 공부하며 문제에 대응하고 길을 만들어 왔다는 점을 자랑스럽게 이야기 했습니다.
또한 공부와 학습은 성노동자가 필요로 하는 것을 중심으로 구성합니다. 성노동 외에도 다른 수입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교육(마사지, 제과, 네일, 온라인 마케팅 등)을 제공하고, 검정고시나 영어 공부를 원하는 이들, 태국어를 원하는 이주민을 위한 교육도 제공합니다.
건강과 관련해서는 생식 건강만이 아니라 몸 전반의 건강을 증진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정부와 대중은 성매개감염에만 신경쓰고 우리를 보지로만 환원하지만 우리는 정신 건강, 재생산 건강을 포함해 총체적인 케어의 관점에서 성노동자의 건강권을 접근한다”는 말에 모두 함께 박수를 쳤습니다.
18년간 치앙마이에서 운영하고 있는 ‘캔 두 바’에 대해서도 소개했습니다. 캔 두 바는 손님이 없다고 빈손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정의로운 업소를 지향합니다. 성노동자 당사자들이 십시일반 모아서 생협처럼 출자해서 만들었고, 돈이 없다면 기술로 기여할 수 있었습니다. 모든 돈은 임대료를 내고 모든 노동자가 사회 보장을 받게 합니다. 노동환경도 노동법을 준수하고 하루 8시간, 최저임금 보장, 유급휴가 보장을 할 수 있게 환경을 만듭니다. 이 과정에서 국적, 미등록 여부를 가리지 않고 똑같이 적용합니다. 캔 두 바는 18년간 한번도 경찰에게 뇌물을 주지 않고 버텼다는 자긍심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리고 캔 두 바 옆에는 임파워 파운데이션 사무실을 두고, 그 옆에는 성노동자 역사 박물관을 조성했습니다.
임파워 파운데이션은 올해 초 성노동 비범죄화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서 열심히 입법투쟁을 했는데 새 정부가 입장을 바꾸어서 진행이 되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국회와 정부 앞에서 세번의 큰 집회를 열었고 너무 느린 속도를 상징하는 거북이와 JUSTICE = JUST ICE(정의가 그냥 얼어붙었다)는 구호를 외쳤다고 합니다.
임파워 파운데이션을 만나고 셰어와 차차는 깊은 영감과 감명을 받았습니다. 기층 성노동자가 중심이 된 민주적이고 자유로운 조직 운영,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는 정신으로 끈질기게 투쟁하는 역사, 실질적인 노동권을 보장하는 현장을 실현하는 것 모두 매우 배우고 싶은 것들입니다. 다시 한 번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치앙마이 캔 두 바에서 다음의 만남을 기약했습니다.
캔 두 바 페이스북 페이지 링크
(오른쪽부터) 인, 마이, 칸차나, 탄타 활동가
탄타 활동가(왼쪽)과 칸차나 활동가(오른쪽)
탐탕 네트워크 (Tamtang network)
12월 6일에는 탐탕 네트워크 사무실에 찾아가서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탐탕의 눔, 니압, 촘푸 활동가가 셰어와 차차 활동가를 맞이해주었고, 후레쉬 망고와 구아바바를 내어주셔서 게 눈 감추듯 먹었네요. 특히 후레쉬 망고를 짭짤한 소스에 찍어먹으니 천국이었습니다.
탐탕의 세명의 활동가들은 교육, 연구, 시민사회와 국제연대를 조직하며, 사회적인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전략을 짜고 정부 대응을 담당한다고 합니다. 임신중지에 대한 상담을 제공하는 팀은 별도로 있다고 합니다. 탐탕은 정부와 의료인들이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 다양한 경험과 관점을 가진 “임신중지를 경험한 사람”의 입장에서 목소리를 내려고 애쓴다고 했습니다.
탐탕은 7명의 의사와 직접 네트워킹을 하면서 미프진과 같은 약물임신중지가 필요한 사람에게 처방하는 역할을 연계한다고 합니다. 전국적으로는 133개 병원(전국 1300개 병원의 10%)에서 임신중지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서 그와 관련된 정보 제공도 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상황과 비교하면서 태국의 인프라에 놀라기도 했습니다. 탐탕은 셰어와 비슷한 지향을 가지고 임신중지 권리 운동을 하고 있지만 한국과 태국의 다른 조건에 대해서도 짚어주었습니다. 탐탕이 활동을 시작하기 이전에 이미 임신중지 서비스를 위한 의사 네트워크가 존재했고, 전국적으로 시민사회에서 정부와 협력하면서 임신중지 서비스를 확대하려는 ‘초이스 네트워크 Choice Network’가 존재했다고 합니다. 초이스 네트워크는 임신중지 관련 정보와 서비스 제공 뿐만 아니라 출산과 양육에 대한 지원도 종합적으로 하는 역할입니다. 이런 기반 위에서 탐탕은 보다 급진적이고 독립적인 영역을 개척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또한 실제 임신중지를 경험한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다보니 미디어에서 당사자의 목소리가 필요할때 탐탕의 문을 많이 두드리고, 정부가 정책을 입안할때도 탐탕이 가진 실질적인 경험과 정보를 필요로 했습니다. 탐탕은 그럴때마다 당사자의 목소리를 제대로 대변하기 위해서 노력해 왔다고 소개했습니다.
현재 태국은 임신중지가 합법화된 상황입니다. 완전히 임신중지를 제한했던 301조는 삭제되었고, 12주까지는 오로지 산모의 의사에 따라, 20주까지는 몇가지 조건에 따라 상담을 전제로 임신중지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강간에 의한 임신의 경우 법적인 증명을 하지 않아도 되고, 산모의 건강이 위험할 때에는 정신건강을 포함하며, 태아의 심각한 손상이 있을 때 임신중지가 가능합니다. 그리고 20주 이후의 상황에서도 완전히 불가능하지는 않고 의사의 소견을 받으면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한편 태국은 2015년에 약을 이용한 임신중지가 가능해졌는데, 탐탕은 계속 접근성 확대를 위해서 노력하고 있고, 코로나19 때 원격처방을 하라고 요구했습니다. 태국 정부는 1663 임신중지 상담 핫라인도 개설했는데 전국적인 조직이고 정부의 지원을 받아서 운영하기에 규모도 크지만 탐탕은 페미니스트 관점에서 상담을 제공하는 독자적인 길을 가고 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탐탕의 활동은 독립적이기 때문에 정부나 의료기관의 잘못된 관행이나 부족한 지점을 비판할 수 있고 독립적으로 대안을 제시하는 역할을 합니다. 탐탕의 위치를 보면서 셰어도 많은 영감과 힘을 얻었습니다.
태국에서도 이주민/난민의 경우 의료접근성이 제한되는데 탐탕은 주로 미얀마 이주민 단체와 네트워킹 하면서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서 노력중이라고 했습니다. 현재 기업과 정부가 협약을 맺은 보험에서는 임신중지를 포함하지 않고 있어서 많은 비용이 드는 상황이고, 이주노동자 단체에서도 임신중지와 재생산 정의에 대한 관심이 떨어져서 계속 관심을 추동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미등록 이주민, 약물사용자의 경우 더더욱 단속과 추방에 대한 위험때문에 병원 진료를 두려워하는 상황도 지적해주었습니다.
우리는 탐탕의 활동이 너무 궁금해 질문이 쏟아졌고 탐탕은 셰어와 차차의 활동이 궁금해서 서로 질문을 경쟁하듯이 던지느라 밤을 새야 할 것 같은 분위기였지만 겨우겨우 수습을 하고 야시장으로 가서 함께 저녁을 먹었습니다. 이번 만남을 통해서 태국과 한국의 사정에 대해서 이해할 수 있었고, 이러한 기반 위에서 함께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모색해볼 수 있습니다. 사실 이미 “안전한 임신중절을 위한 미소-미소 아시아 네트워크”를 구성해서 활동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미소-미소 네트워크는 아시아에서 임신중지 권리를 옹호하는 단체들의 연합체입니다. 네트워크는 아시아 전역에서 안전한 임신중지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을 확대하는 목표를 향해 노력합니다.
미소미소 네트워크 페이스북 페이지 링크
탐탕 네트워크 홈페이지 링크
탐탕 네트워크의 눔 활동가
(화면 가장 왼쪽) 촘푸 활동가와 (화면 가장 오른쪽 위) 니압, (아래) 눔 활동가
AWID 포럼 기간에 만난 태국 단체 방문기-HIV여성네트워크, 임파워 파운데이션, 탐탕 네트워크❤️
셰어와 차차는 HIV 여성 감염인 운동, 성노동자 운동, 임신중지 권리 운동과 관련해 태국과 한국에서의 상황을 공유하고, 앞으로 구체적인 연대의 방법을 모색하기 위해 AWID 포럼 참가 기간 동안 태국의 단체들을 함께 만나고 왔습니다. HIV와 함께 살아가는 태국 여성 네트워크(Network of Thai Women Living with HIV), 임파워 파운데이션 (Empower Foundation), 탐탕 네트워크 (Tamtang Network) 세 단체와 만난 이야기를 전합니다. 세 단체와 나눈 보다 구체적인 이야기들은 1월에 진행될 보고서 작업 이후에 보실 수 있습니다 :)
HIV와 함께 살아가는 태국 여성 네트워크(Network of Thai Women Living with HIV)
12월 3일 오후, AWID 포럼의 하루 일정을 마치고 ‘HIV와 함께 살아가는 태국 여성 네트워크‘(링크)(이하 네트워크)의 니파꿍 활동가를 만났습니다. 탐탕 네트워크의 눔 활동가가 태국어-영어 통역을 맡아 주었습니다.
네트워크는 2004년에 재단으로 등록해서 활동하고 있는 단체이고, 성평등의 관점으로 HIV/AIDS과 함께 살아가는 여성의 역량강화 활동을 기획하고 진행합니다. 태국에도 여전히 HIV/AIDS에 낙인과 차별이 많고 대응과 예방 정책 등에서 젠더 관점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네트워크는 크게 세가지 영역의 활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감염인 여성들의 역량강화 활동을 하고, 성적권리에 관한 교육 진행과 커리큘럼 구성, 여성 감염인을 위한 정책 제안을 주로 진행해 왔다고 합니다. 특히, 태국의 HIV/AIDS 정책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된 지역 여성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기 위해서 애써왔습니다. 정부는 게이 남성, 트랜스젠더 여성, 약물사용자, 성노동자 등 타겟 그룹을 대상으로 예방정책을 펼치고 있는데, 정책의 관심사가 되지 못하면서도 감염인 통계의 60%를 차지하는 여성들의 목소리를 대변할 필요성을 절감했기 때문입니다. 많은 HIV 감염인 여성은 임신출산의 과정에서 HIV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되기 때문에 재생산 건강 정책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기도 합니다. 네트워크는 여성 감염인 전반적인 삶에서 인권과 자기결정권이 존중받을 수 있도록 관심을 기울이는데, 정부와 의료기관에서는 여성감염인의 삶을 전반적으로 지원하지는 않으면서, 질병 통제적 관점으로만 바라보고 있습니다.
의료기관에서는 여성이 HIV 확진을 받으면 파트너를 상담해야 한다면서 반드시 데리고 오도록 하고 HIV 테스트를 유도하는데 이 과정에서 여성의 감염사실이 노출되어 안전의 문제가 생길 우려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여성 감염인이 남성 파트너와 사별했을때 더 이상 파트너를 만들지 않도록, 임신출산을 하지 않도록 강력하게 권고하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습니다. 따라서 네트워크는 여성 감염인을 상담하면서 남성파트너와 감염 사실을 어떻게 안전하게 소통하고, 평등하게 관계맺을 수 있을지, 의료기관에서 차별과 낙인을 경험했을 때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지, 성관계와 임신출산에서 자기결정권을 어떻게 증진할 수 있을지 교육하고 정보를 제공합니다. 의료기관과 정부의 태도 변화를 위해서도 애쓰고 있습니다.
또한 라오스 접경지대에서 만나는 이주여성들을 지원하기 위해서 의료보험에 가입하도록 돕고, 미등록 이주민의 경우 국가 보험에 가입할 수 없는데 사보험에 가입할 금전적인 여유가 없는 경우 지원 정책을 알아보는 일을 조력한다고 합니다.
니파꿍 활동가와 대화하면서 한국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여성 감염인을 떠올렸습니다. 25년간 여성감염인 지원 활동을 해온 네트워크에 존경을 보내며, 또한 태국에서 한국으로 이주해서 살아가고 있는 HIV 감염인들의 삶을 생각하는 시간이었습니다. 한국에서 미등록 이주민으로 살아가는 HIV 감염인의 인권과 건강권을 증진하는 방안을 계속 고민하겠다고 결심하며, 이번 만남을 통해서 함께 할 수 있는 일들을 모색해 보고자 합니다.
‘HIV와 함께 살아가는 태국 여성 네트워크‘의 니파꿍 활동가
태국어-영어 통역을 진행해 준 ‘탐탕 네트워크‘의 눔 활동가
임파워 파운데이션 (Empower Foundation)
12월 4일에는 ‘임파워 파운데이션(Empower Foundation)‘ (이하 임파워) 활동가들을 만났습니다. 임파워에서는 인, 마이, 탄타 활동가가 참여했고 칸차나 활동가가 태국어-영어 통역을 담당했습니다.
임파워 파운데이션은 39년 동안 운영된 유서깊은 단체입니다. 임파워 활동가들은 이렇게 오랫동안 단체를 유지하는 비결은 성노동자 스스로 주도하고, 우리가 느끼는 필요를 중심으로 운동을 해왔으며, 서로를 돌보고 역량을 강화하는데 집중해왔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역량강화를 할때에도 절대로 위에서 아래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수평적으로 관계맺으며 서로가 서로를 지원하고, 기층의 성노동자 당사자가 필요하다고 하는 것을 기반으로 조력한다고 합니다.
임파워 활동에는 크게 4가지 영역이 있는데 1) 법률 조력 그룹, 2) 공부하고 학습하는 그룹, 3) 건강 보건 관련 그룹, 4) ‘캔 두 Can Do’라는 유흥업소 운영입니다. 각각의 그룹 모두 활동가들과 성노동자 당사자들이 직접 접촉하는 공간으로 기능합니다.
법적인 부분과 관련해서는 궁극적으로 성노동 비범죄화를 목표로 삼고, 현행법에서도 성노동자가 누려야 하는 권리를 찾습니다. 임파워 활동가들은 법률에 대한 대안을 만드는 과정에서도 ‘그 누구보다 우리가 우리 자신에 대한 전문가’라는 생각으로, 스스로 법률을 공부하며 문제에 대응하고 길을 만들어 왔다는 점을 자랑스럽게 이야기 했습니다.
또한 공부와 학습은 성노동자가 필요로 하는 것을 중심으로 구성합니다. 성노동 외에도 다른 수입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교육(마사지, 제과, 네일, 온라인 마케팅 등)을 제공하고, 검정고시나 영어 공부를 원하는 이들, 태국어를 원하는 이주민을 위한 교육도 제공합니다.
건강과 관련해서는 생식 건강만이 아니라 몸 전반의 건강을 증진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정부와 대중은 성매개감염에만 신경쓰고 우리를 보지로만 환원하지만 우리는 정신 건강, 재생산 건강을 포함해 총체적인 케어의 관점에서 성노동자의 건강권을 접근한다”는 말에 모두 함께 박수를 쳤습니다.
18년간 치앙마이에서 운영하고 있는 ‘캔 두 바’에 대해서도 소개했습니다. 캔 두 바는 손님이 없다고 빈손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정의로운 업소를 지향합니다. 성노동자 당사자들이 십시일반 모아서 생협처럼 출자해서 만들었고, 돈이 없다면 기술로 기여할 수 있었습니다. 모든 돈은 임대료를 내고 모든 노동자가 사회 보장을 받게 합니다. 노동환경도 노동법을 준수하고 하루 8시간, 최저임금 보장, 유급휴가 보장을 할 수 있게 환경을 만듭니다. 이 과정에서 국적, 미등록 여부를 가리지 않고 똑같이 적용합니다. 캔 두 바는 18년간 한번도 경찰에게 뇌물을 주지 않고 버텼다는 자긍심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리고 캔 두 바 옆에는 임파워 파운데이션 사무실을 두고, 그 옆에는 성노동자 역사 박물관을 조성했습니다.
임파워 파운데이션은 올해 초 성노동 비범죄화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서 열심히 입법투쟁을 했는데 새 정부가 입장을 바꾸어서 진행이 되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국회와 정부 앞에서 세번의 큰 집회를 열었고 너무 느린 속도를 상징하는 거북이와 JUSTICE = JUST ICE(정의가 그냥 얼어붙었다)는 구호를 외쳤다고 합니다.
임파워 파운데이션을 만나고 셰어와 차차는 깊은 영감과 감명을 받았습니다. 기층 성노동자가 중심이 된 민주적이고 자유로운 조직 운영,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는 정신으로 끈질기게 투쟁하는 역사, 실질적인 노동권을 보장하는 현장을 실현하는 것 모두 매우 배우고 싶은 것들입니다. 다시 한 번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치앙마이 캔 두 바에서 다음의 만남을 기약했습니다.
캔 두 바 페이스북 페이지 링크
(오른쪽부터) 인, 마이, 칸차나, 탄타 활동가
탄타 활동가(왼쪽)과 칸차나 활동가(오른쪽)
탐탕 네트워크 (Tamtang network)
12월 6일에는 탐탕 네트워크 사무실에 찾아가서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탐탕의 눔, 니압, 촘푸 활동가가 셰어와 차차 활동가를 맞이해주었고, 후레쉬 망고와 구아바바를 내어주셔서 게 눈 감추듯 먹었네요. 특히 후레쉬 망고를 짭짤한 소스에 찍어먹으니 천국이었습니다.
탐탕의 세명의 활동가들은 교육, 연구, 시민사회와 국제연대를 조직하며, 사회적인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전략을 짜고 정부 대응을 담당한다고 합니다. 임신중지에 대한 상담을 제공하는 팀은 별도로 있다고 합니다. 탐탕은 정부와 의료인들이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 다양한 경험과 관점을 가진 “임신중지를 경험한 사람”의 입장에서 목소리를 내려고 애쓴다고 했습니다.
탐탕은 7명의 의사와 직접 네트워킹을 하면서 미프진과 같은 약물임신중지가 필요한 사람에게 처방하는 역할을 연계한다고 합니다. 전국적으로는 133개 병원(전국 1300개 병원의 10%)에서 임신중지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서 그와 관련된 정보 제공도 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상황과 비교하면서 태국의 인프라에 놀라기도 했습니다. 탐탕은 셰어와 비슷한 지향을 가지고 임신중지 권리 운동을 하고 있지만 한국과 태국의 다른 조건에 대해서도 짚어주었습니다. 탐탕이 활동을 시작하기 이전에 이미 임신중지 서비스를 위한 의사 네트워크가 존재했고, 전국적으로 시민사회에서 정부와 협력하면서 임신중지 서비스를 확대하려는 ‘초이스 네트워크 Choice Network’가 존재했다고 합니다. 초이스 네트워크는 임신중지 관련 정보와 서비스 제공 뿐만 아니라 출산과 양육에 대한 지원도 종합적으로 하는 역할입니다. 이런 기반 위에서 탐탕은 보다 급진적이고 독립적인 영역을 개척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또한 실제 임신중지를 경험한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다보니 미디어에서 당사자의 목소리가 필요할때 탐탕의 문을 많이 두드리고, 정부가 정책을 입안할때도 탐탕이 가진 실질적인 경험과 정보를 필요로 했습니다. 탐탕은 그럴때마다 당사자의 목소리를 제대로 대변하기 위해서 노력해 왔다고 소개했습니다.
현재 태국은 임신중지가 합법화된 상황입니다. 완전히 임신중지를 제한했던 301조는 삭제되었고, 12주까지는 오로지 산모의 의사에 따라, 20주까지는 몇가지 조건에 따라 상담을 전제로 임신중지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강간에 의한 임신의 경우 법적인 증명을 하지 않아도 되고, 산모의 건강이 위험할 때에는 정신건강을 포함하며, 태아의 심각한 손상이 있을 때 임신중지가 가능합니다. 그리고 20주 이후의 상황에서도 완전히 불가능하지는 않고 의사의 소견을 받으면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한편 태국은 2015년에 약을 이용한 임신중지가 가능해졌는데, 탐탕은 계속 접근성 확대를 위해서 노력하고 있고, 코로나19 때 원격처방을 하라고 요구했습니다. 태국 정부는 1663 임신중지 상담 핫라인도 개설했는데 전국적인 조직이고 정부의 지원을 받아서 운영하기에 규모도 크지만 탐탕은 페미니스트 관점에서 상담을 제공하는 독자적인 길을 가고 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탐탕의 활동은 독립적이기 때문에 정부나 의료기관의 잘못된 관행이나 부족한 지점을 비판할 수 있고 독립적으로 대안을 제시하는 역할을 합니다. 탐탕의 위치를 보면서 셰어도 많은 영감과 힘을 얻었습니다.
태국에서도 이주민/난민의 경우 의료접근성이 제한되는데 탐탕은 주로 미얀마 이주민 단체와 네트워킹 하면서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서 노력중이라고 했습니다. 현재 기업과 정부가 협약을 맺은 보험에서는 임신중지를 포함하지 않고 있어서 많은 비용이 드는 상황이고, 이주노동자 단체에서도 임신중지와 재생산 정의에 대한 관심이 떨어져서 계속 관심을 추동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미등록 이주민, 약물사용자의 경우 더더욱 단속과 추방에 대한 위험때문에 병원 진료를 두려워하는 상황도 지적해주었습니다.
우리는 탐탕의 활동이 너무 궁금해 질문이 쏟아졌고 탐탕은 셰어와 차차의 활동이 궁금해서 서로 질문을 경쟁하듯이 던지느라 밤을 새야 할 것 같은 분위기였지만 겨우겨우 수습을 하고 야시장으로 가서 함께 저녁을 먹었습니다. 이번 만남을 통해서 태국과 한국의 사정에 대해서 이해할 수 있었고, 이러한 기반 위에서 함께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모색해볼 수 있습니다. 사실 이미 “안전한 임신중절을 위한 미소-미소 아시아 네트워크”를 구성해서 활동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미소-미소 네트워크는 아시아에서 임신중지 권리를 옹호하는 단체들의 연합체입니다. 네트워크는 아시아 전역에서 안전한 임신중지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을 확대하는 목표를 향해 노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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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탕 네트워크 홈페이지 링크
탐탕 네트워크의 눔 활동가
(화면 가장 왼쪽) 촘푸 활동가와 (화면 가장 오른쪽 위) 니압, (아래) 눔 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