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조이풀 인터뷰는 한 달에 한 번 셰어 활동가와 조이(후원회원)가 만나 대화를 나누는 시간입니다. 곳곳에서 멋진 삶을 짓고 있는 조이를 소개하며 우리의 연결고리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갑니다. 조이의 이야기를 통해 셰어의 활동은 확장되고, 조이의 일상과 셰어가 연결될수록 셰어의 활동은 풍요로워질 거예요. 조이라면 누구나 조이풀 인터뷰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셰어는 조이 여러분의 이야기를 기다립니다.
[조이풀 인터뷰] 10화
소수자를 위한 클리닉을 꿈꾸는 공공병원장 임승관 조이님 이야기💜
사무국 활동가들은 매달 뉴스레터를 준비하면서 이번엔 어떤 조이님에게 인터뷰를 청해볼까 즐거운 구상에 빠진답니다. 그렇게 선정된 2월의 조이! 바로 안성병원에 계신 임승관 조이님입니다. 차로 두시간을 달려야 하는 조금 먼 거리였지만 즐거운 마음으로 병원에 찾아갔지요.
임승관 조이님은 코로나19 팬데믹에 대처하기 위해 경기도 코로나19 긴급대책단 공동단장으로 큰 역할을 하셨고, 셰어가 창립할때부터 든든한 지지자가 되어 주셨습니다.(창립축하영상 ‘주라주라'에 출연해서 '수줍게' 춤을 추시기도!) 지금은 연구위원으로 함께 해주시고 계세요.
오랫동안 감염내과 전공의로 활동하면서 HIV감염인을 진료해 오셨는데요, 감염내과는 환자의 삶을 이해하고 대화하면서 질병에 대처하고 고민하는 영역이라고 하신적이 있습니다. (HIV/AIDS인권활동가네트워크에서 제작한 관련 영상 보기) 특히 청소년과 여성 HIV감염인을 진료하면서 이들의 삶을 배워야한다고 생각했고, 이들이 편히 방문해서 성건강을 증진할 수 있는 센터 역할을 하는 클리닉을 구상하기도 하셨죠.
이번 만남에서는 특히 공공병원장의 역할을 소개해주시고, 셰어의 활동을 응원하시면서 셰어가 연계하는 클리닉이 나아갈 방향에 대한 조언도 해주셨습니다. 어디서도 듣기 어려운 깊이있는 고민과 조언을 함께 만나보실까요?!

사진 : 임승관 조이님
셰어 현재 하고 계신 일들과 그 동안 활동해 오신 일들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임승관 저는 대학에서 감염내과 전공을 하고 환자를 진료했습니다. 2018년까지는 대학병원에 소속된 감염내과 전공의로 일했고, HIV 감염인 진료를 했어요. 진료 과정에서 서비스 대상자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기 위해 성소수자 관련 활동과 인권 단체에 접점이 생겼어요. 그러다보니 청소년, 여성 등 다른 사회 단체와도 만날 일이 생기고 뭔가 같이 고민할 것들이 생긴 거 같아요. 지금 일하는 곳은 공공병원인 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이고. 이 병원의 병원장을 맡고 있어요. 계획된 일은 아니었지만, 여러 우연과 인연들이 겹쳤어요. 이제 5년차에 접어들었네요.
셰어 진료 대상자를 이해하려는 시도에서 성소수자와의 접점이 만들어졌다고 하셨는데, 구체적인 계기가 있었나요?
임승관 특별한 계기라고 말하긴 어렵지만 HIV감염인 임상진료는 대체로 숫자가 많지 않기 때문에 감염을 전공한 대학병원 의사들이 대부분의 진료를 맡고 있어요. 의원급이나 2차 병원에서 맡는 일이 별로 없고 대체로 3급 종합병원에서 맡고 있는데 제가 일하던 아주대 병원을 경기도 남부권 환자들이 많이 이용했어요. 전문성이나 이런걸 표방하지 않더라도 인구 많은 지역에 환자도 많은거죠. 10여년 이상 진료를 했는데, 진료를 하면서 결국은 게이 남성과 성소수자의 삶에 대한 이해가 없이는 제대로 좋은 진료를 하기 어렵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문답만으로는 충분치 않아요. 삶의 조건을 이해해야하고 맥락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죠. 라포가 쌓여있더라도 짧은 진료시간에 충분히 이해하기는 어려워요. 그래서 더 이해를 더 가져야한다고 생각했어요. 사실 모든 의사들이 본질적으로 그렇다고 생각해요. 신생아 진료를 하는 의사라면 아이와 엄마의 마음을 이해해야 하고, 노인 치료라면 노인을 알아야하고요. 되게 보편적인 이야기에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대상이 되는 존재에 대한 이해를 더 많이 가져야 하죠. 그런데 저는 사회적으로 개방되어 있지 않은 자료나 영역이 많은 진료였기 때문에, 사회단체를 통해서 그들의 대리 증언이나 출판물, 보고서를 통해서라도 보지 않으면 이해할 수가 없는 영역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 관점에서 성소수자 관련 활동과 인권단체를 찾고 대화를 시도하면서 찾아가게 되었죠. 덧붙이자면, 2000년대 중후반부터 2010년대 후반에 진료실에 오는 다수는 중장년 남성이었어요. 그리고 그 안에서 숫자가 적은 비율이 또 있었어요. 노인, 여성 감염인, 청소년 감염인이죠. 이 분들에 대해서는 이야기하기 더 어려워요. 게이 남성 커뮤니티에 대해 이해를 넓힌다고 해도 이 부분은 채워지기 어렵죠. 청소년의 감염은 성인 감염인과의 사이에서 감염이 전파되는 경우도 많은데 이걸 어떻게 파악하고 이해해야할까. 안전한 섹스가 이 관계 안에서 어떻게 이야기되어야 하는가. 진료적 관심으로 시작한 것들이 활동으로, 살아가는 세계를 이해하고 싶게 하는 마음을 생기게 했어요. 이런 고민들이 지금 주로 연결하고 있는 <청소년 성소수자 위기지원 센터 띵동> 같은 단체와 더 깊이 사귐을 갖게 되는 계기도 되었어요.

셰어 그렇게 활동에 참여하시면서 진료 현장에서 고민했던 것들이 연결되거나 좀 더 확장된 일들이 있을까요?
임승관 사실 감염인 진료를 하고 있을 때는 실무적으로 도울 일이 있었어요. 재판의 증인으로 참여한다거나. 활동가들이 계획을 세울 때 자문을 한다거나, 비공식 자문을 한다거나 하는 일들이 있어서 그나마 내가 손톱만큼 돕는 게 있다고 말할 수 있었는데, 공공의료 경영자 필드로 옮기고 나니 현실적으로 그렇지 못해요. 감염인 진료를 안하고, 또 못하기 때문에 진료적 부분에 대해서도 전문가 포지션도 사라지고 있는 거잖아요. 감염인 활동가들이 질문하면 점점 자신있게 답하기가 어려워요. 당장 공공의료 정책, 보험 정책 이런 걸 공부해야하기 때문에. 그래서 지금은 그렇게 전문가로서 하는 역할은 영역이 아닌 거 같고, 뭔가 다양한 사회 운동들에 결합할 수 있는 부분들은 이름을 올려드리는 것 같아요. 사회단체에서는 운영위원, 이사회 등 이름이 필요하니까. 운영위원이나 이사진으로서의 역할 정도를 하는거죠. 담론이나 자문을 제공해주는 것도 필요하지만 권위와 명망을 지원해주고 가림막이나 버팀목이 될 수도 있잖아요. 지금은 그 정도라고 생각해요,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이. 근데 심적으로 괴리감이 있죠 변명같기도 하고. 더 노력하고 더 결합해야 하는데. 도장 찍고, 사진 찍고, 사인하고 이런 역할로 한정하는 것에 대한 자기반성도 필요하다고 생각하고요. 반은 변명하고 합리화 하면서 제가 가지고 있는 사회적 포지션을 사회운동에 지원하는 정도로 소소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셰어 그런데 임상경험을 가진 병원장님이 이런 이야기를 해주시는게 얼마나 큰일인지. 현장에 있기 때문에 이야기하는 것도 중요하고 어려운 것도 있지만 경영자 입장에서 이런 이야기를 해주시는 분들은 또 없잖아요. 현장도 운동도 이해하는 경영자 정말 소중하거든요. (웃음)
임승관 네 사측입니다. (웃음)
셰어 그렇다면 활동에 참여하시면서 느낀 바를 진료 현장에 적용하거나 새로운 의료 정책 등을 구상해보신 것도 있을까요?
임승관 아직 뚜렷하게 말할 수 있는 부분은 없는 거 같아요. 아주대병원에 있을 땐 클리닉을 열고 싶었어요. 대학 밖이든 안이든, 의료 서비스가 포함되어 있지만 의료서비스만 있는 것은 아닌 형태로요. 클리닉과 센터가 결합된 형태로 청소년의 성건강, 청소년 성소수자의 성건강 등에 대해서 제공할 수 있는 기관을 그렸어요. 제가 전문가로서 제공할 수 있는 부분은 주로 게이 남성 청소년들의 감염 진료겠지만. 이런 영역들이 여러 파트너들과 같이 개척이 된다면 여러 영역 중에서 제가 일정 정도의 노력을 발휘해서 참여할 수 있겠다 싶은 사업에 대한 구상이 있었어요. 그 무렵에 이제 프렙(HIV예방약) 같은 의료서비스가 도입될 무렵이기도 했구요. 그런 것들의 접근성이 좋을 수 있게, 성소수자 친화적으로, 지지적으로 제공이 되고, 법률이나 복지 지원 서비스와도 연계되고, 교육 사업도 같이할 수 있는 그런 센터를 상상했어요. 구체적으로 결실을 맺지는 못했지만요. 그런 의료와 사회 활동 중에서 교육이나 의료와 보건, 교육과 그런 활동을 연계하는 것에 관심이 있었어요. 시도해보려는 몸부림은 있었으나 진행된 부분은 없는 상태에서 다른 맥락으로 영역을 옮기게 됐네요.
공공영역으로 옮긴 뒤에는 지금은 이제 제가 일하는 필드의 특성상, 경기도 안성시라는 특성이 있어서 성소수자 건강권 프로그램을 개척하는 것이 우선순위가 되기 어려워요. 노인, 이주민 건강에 대한 부분을 가장 우선적으로 고민해야하고 서비스를 개척해야하잖아요. 개인적 관심사, 영역이 어느 쪽이라고 해서 그 역할을 하기엔 지금의 지위가 적절하지 않죠. 그래서 성소수자, 여성 감염인과 직업적으로 접점은 사라졌어요. 스스로 할 수 있는 부분이 많지 않다 보니 간접적 지원으로 회비를 내거나 이런 정도에서 머무르면서 제 인생을 모색하는 시기를 보내고 있네요.

셰어 현재 셰어의 조이이시면서 연구위원이시기도 한데요, 셰어는 어떻게 알게 되셨고, 셰어의 어떤 활동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셨나요?
임승관 하라고 해서 했죠. (웃음) 딱히 도울 수 있는 일은 그다지 없는데... 지식으로 도울 일도 많지 않고, 여성주의, 재생산 관련해서는 저도 공부해야하는 입장이라 연구위원으로서 실제로 활동에 대한 지식적 토대를 고민하거나 담론과 의제를 제공한다는 생각은 안했고요. 사람들이 줄을 서는데 뒷줄에 서있으면 좋겠다, 공식적인 자리에서 같이 참여하고 이런 정도라고 생각했어요.
실질적으로 셰어와 함께 사업을 한 것은 2021년 강좌 때인데, 그 당시에 코로나 팬데믹 시기라 회원, 활동가들에게 팬데믹을 의료적, 사회적으로 이해하는 강좌에 도움 요청을 받아서 흔쾌히 도울 수 있었고요. 그 외 지난 3년간 한 일은 별다른 게 없는 거 같아요.
색다른의원 같은 일들에 관심을 가져야하는 역할이 있다고 생각해요. 적극적으로 같이하기는 어려워도 평가하거나 의사, 경영자의 시야가 도움이 될 수 있을테니까요. 이런 일들을 평가하고 리뷰하는 데에는 도움이 될 수 있을 거 같아요.
셰어 클리닉을 구상하셨다고 했는데 색다른의원이 만들어졌다고 했을 때 반가워 하셨던 일이 기억나요. 셰어의 상도 처음에 클리닉 자체를 염두에 두었다기 보다는 보건의료 현장과 당사자를 연계하는 센터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이었고, 진료 영역에서만이 아니라 맥락과 경험을 가지고 접근성을 높이는 일, 그런 내용들이 보건의료 현장에도 적용되고 이후에 정책이나 법으로도 반영되는 통합적, 유기적인 센터로서의 역할을 구상했거든요. 그래서 선생님이 말씀하시는 걸 들으면서 비슷한 구상을 가졌구나 생각했어요. 관련해서, 셰어는 올해 색다른의원과 연계 워크샵을 시작할 예정인데요, 그 주제 중에는 성매개감염도 있어요. 워크샵을 통해서 다양한 사람들의 맥락을 같이 듣고 이해하고 정리하는 그런 것도 할 텐데요. 그런 과정에 선생님이 참여해주시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누구보다 현장에서 직접 만나오시기도 했으니까요. 여성 감염인이나 임신출산도 연결되고. 꼭 HIV 아니더라도 여러 감염과도 연결되는데. 앞으로 셰어에서 이런 활동을 할 때 참고할만한 방향을 제안해주신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임승관 성매개 감염이 사실 감염내과 진료실에서는 좀 제한적인, 일부만을 다루게 되는 특성이 있어요. 대체로 진료는 장기 계통별로 전문성이 분류되잖아요. 그래서 남성 성매개 감염은 비뇨기과, 여성은 산부인과에서 장기를 보거나 수술을 하고 치료하는게 연결되어 있어서 감염내과에 전문성이 있다기 보다는 진료 영역에서 주로 이어지는 일들이 많죠. 그래서 의료적 자문을 전문적으로 제공하는 건 저나 감염내과 의료인들을 만나서는 좀 어려워요. 그래서 전문가들이 영역별로 분리되어 있지만 그럼에도 함께 논의할 수 있는 장이 열리면 참여할 수 있을것 같아요. 아마도 의료인들은 각자 속한 기관에서 실적을 내야 하고, 뭔가 연구나 사업에 참여하는 동기도 그와 관련될 가능성이 많아요. 셰어에 참여하는 의료인들은 활동가적 정체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정말 자율적인 활동을 하신다고 생각해요. 저는 그런 의료인들의 번아웃이 우려되기도 하고 일반화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의료인들에게 좀 낮은 수준으로 참여할 수 있는 역할들을 제안하면 좋겠어요.
그런 관점에서 제가 여성 성매개 감염이라든지 HIV 문제에 대해서 고민했던 것들은 여성 감염인 진료를 하다보면 되게 적은 숫자거든요. 전체 감염인의 10% 미만의 적은 숫자고 한 개의 기관에서 한다 해도 몇 백명 수준, 큰 병원도 100명 안쪽일거에요. 그런데 여성감염인을 만나면 큰 감정을 만나게 되요. 연민을 느끼고 피해와 가해에 대해서 더 생각하게 되고. 그런데 그게 필요한 감정인가 싶기도 하고요. 어떤 고민들, 문제들을 가지고 있는지 질문해야 하는데 어떤 질문이 적합한지도 모르겠어요. 의료인으로서 성소수자 진료를 할 때 이해가 필요하듯이 남성 의사로서 여성 감염인을 이해하기 더 어려운 것이 있죠. 의사 중 다수가 남성이니까요. 좋은 진료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의료인들이 이해할 수 있는 조건이 필요한데, 모두가 저같이 찾아다니지는 않으니 의대, 간호대, 의료인 교육 안에서 이런 것들이 이뤄져야해요. 이런 필요성에 대한 욕구가 의료인 집단 내에 있어야 하는데 잘 표면화되지 않는 것 같아요.
여성 감염인들은 다 개별적으로 존재하거든요. 2인이든, 3인이든 커뮤니티를 이룬다거나 어떤 릴레이션십을 가졌다는 걸 거의 들어본 적이 없어요. 여성 감염인, 남성도 마찬가지지만 감염인들에게 진료실이 특별한 게, 유일하게 자기 진단명을 이야기하는 공간이라는 점이거든요. 사회적인 다른 것도 중요하지만 내가 감염인이라는 걸 의도하지 않아도 무조건 오픈하는 공간이기 때문에, 3-4개월에 한 번씩은 무조건 5-10분은 이야기를 하는 거에요. 그러니 굉장히 중요한 공간이라고 생각했어요. 그 시간 내에 이뤄져야할 이야기들이 많기 때문에, 이 진료가 불완전하지만 그러면서도 소중했던 이유였어요. 청소년, 여성, 노인, 이주민은 여기서 한단계 더 어려웠고. 그래서 더 중요하죠.
HIV 감염인 진료는 자주하는 진료가 아니어서 시간 접근성을 높이면 원거리 진료가 가능할 것 같아요. 전국에 여성 감염인들이 많지 않은데 거점별로 좋은 클리닉이 있다면 그쪽으로 모이고, 거기에서 그룹 형태로 지지 기반을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물론 청소년, 여성 감염인도 가까운 지역에서 치료받으면 좋겠지만 우리나라 현재 의료 환경에서는 질좋은 치료를 받기가 쉽지가 않죠. 지금은 감염인 숫자도 어느 정도 정체기에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들은 차라리 거점을 만들어 두는 게 유용할 것 같아요. 특히 청소년, 여성은 대체로 젊은이들이니 관계망과 지지, 이런 형태의 협력틀이 당사자들에게 더 유용하고 중요하기도 하고요. 게다가 그런 거점병원에 다양한 기능을 가지고 있는 센터에 클리닉이 결합되어 있다면 유용할 것 같아요. 이 진료는 부인과나 다른 진료처럼 일회적이지 않으니까요. HIV는 평생 관리하는 것이기 때문에 목적에도 부합하죠.
그리고 그런 클리닉 같은 게 성공하려면 경영적으로 지속가능해야하잖아요. 그래서 이건 지속가능한 모델일거에요. 사업자에게는 평생 고객인 셈이니까. 클리닉 센터를 만들었는데 환자가 오지도 않고 왔다가 끊기고 이러는 진료영역이 있는데 이건 만성진료여서 한번 고객은 평생 고객이니까요. 이런 공간이 더 자유롭고 따뜻하면 당사자들에게도 뭔가 시도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았어요.

셰어 정말 꼭 필요하고 좋은 모델이네요. 선생님께서 지금이라도 그런 구상하셨던 클리닉을 다시 시도해보실 생각은 없으세요?
임승관 할 수 있는 일의 범위라고는 생각하는데 지금은 당장 구체적인 플랜을 세우기에 개인적으로 적합하지 않은 거 같아요. 지난 몇 년은 코로나 관련 정책 활동이나 관련 일을 하는게 중요했고 지금은 또 이 병원을 잘 경영해야 하는 중요한 과업이 있어서 다른 필드를 주도적으로 개척하거나 공동으로 하기엔 신체적, 정신적 여력이 있진 않아요. 하지만 이런 아이디어는 아주대 병원때부터 가지고 있었고 진료의 영역들이 아주 상시적은 아니더라도 파트타임으로도 가능하니까. 대체로 주 1, 2회만 운영해도 되니 이런 기반이 있으면 결합해서 한 의료기관에 샵인샵처럼 할 수도 있고 다양한 방식을 모색할 수도 있을테니 관심이 있기는 해요.
2023년의 우선순위일 수는 없지만 이런 아이디어를 나눌 수 있다면 서로 기억하고 있다가 올해든 내년이든 이야기 나눠볼 수 있을 거 같아요. 제가 진료하지 않아도 업데이트는 계속 해야 하잖아요. 일정한 시간도 필요하고. 지금은 공직에 있기 때문에 사회활동을 겸직으로 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회의 참여나 무보수로 하는 일들을 할 수는 있겠네요.
청소년의 경우 남성 성소수자 경우에는 HIV 진단 전에도 보건의료적 필요가 있거든요. 검진이나 교육 같은 영역들이 있고요. 여성의 경우 빈도가 너무 낮으니까 해당되지는 않더라도, 남성 게이 청소년에게는 교육이나 검진 사업을 할 수 있으니까요. 여성들의 경우는 진단 이후에 진료적 접근으로 세팅하는 게 맞는 방향이겠고요.
보건 사업에 관심이 있다면 상시성, 지속성이 있어야 하고, 진료 사업은 지속성이 중요해요. 급성기 치료는 굴곡이 있고 실패 위험도 있고, 꾸준히 그 병원을 이용하지 않을 수 있죠. 주도적으로 하는 의사가 갑자기 그만두면 당장 타격이 있기도 하고요. 의료사업은 지속성이 중요하니까 아이디어가 있다고 해도 바로 달려들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셰어 셰어의 활동 방향을 고민하는 데에도 중요한 방향이 되는것 같아요. 당장은 아니더라도 지역에서 거점을 두고 사람들이 계속 연결될 수 있다는 곳이 있다면 꼭 진료가 아니더라도 상시적으로 필요한 지원을 연결하고 교육, 상담을 할 수 있는 센터들이 생기면 좋겠네요. 그런 꿈을 선생님과 함께 만들어가고 싶고요.
임승관 현재 제가 일하는 포지션이 만약에서 서울이나 수원, 성남 등 대도시권이라면 공공병원 안에 감염 진료나 젠더 클리닉을 활성화하거나 협업 구조를 만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지금은 정부가 사업을 내는 방식 외에는 협업할 수 있는 구조가 많지 않고, 공간적으로도 묶여있어야 하거든요. 의료서비스 내에 코디네이션이나, 관련 상담, 지원 등이 같이 있어야 하는데, 결핵이나 HIV 등 정부 사업으로 들어오는 것들은 환자 케어에 필요한 예산을 질병관리청에서 만들어서 사무실에 공간을 내준다거나 하죠. 상담간호사라는 사업이 있기도 한데, 이런 부분들이 민간단체랑도 잘 협업할 수 있는 영역이 있을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서울시에 소재하고 있는 접근성 좋은 의료기관의 센터장이라고 하면, 감염인들이 왔을 때 조금더 활발하게 코디네이션을 할 수 있는 사무실이 있고, 기존 의료기관 안에 민간 파트너십을 맺을 수도 있고요. 아까 얘기한 거랑 반대의 방식이죠. 병원이 밖으로 나가는 것 뿐만 아니라 민간이 병원 안으로 들어오는 방식.
두가지 방식을 계속 제안할 수 있겠죠. 운동가들이, 단체들이 정부랑 미팅을 할 때 이런 제안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내부로 들어가는 방식으로. 정부는 자기들이 못하니까 아웃소싱을 많이 하는데 이런 지렛대를 활용하는 방법이 있죠. 스스로 자신하거나 역량이 있다고 한다면 적합한 의료인, 연구원을 섭외하고 틀을 만들 수 있다면 공공병원에 다양한 영역이 있는데 거기에 사회적 영역을 입점시켜 보면 좋을 것 같아요. 정부가 자꾸 출연기관으로만 밖에 뭘 만들려고 하는데, 민간영역과 파트너십을 가지자 라고 하면 오히려 접근이 빠를 수 있을 거 같아요. 그 두가지 방법을 같이 나누면 좋겠어요.
셰어 셰어는 HIV 감염인 인권을 비롯해서 성매개 감염에 관한 낙인과 처벌의 문제, 제약회사의 이윤 추구의 문제 등을 앞으로 우리의 성적권리와 어떻게 좀 더 급진적으로 연결해 나갈지 고민하고 있는데요, 이런 방향에서 셰어에게 제안해 주시고 싶은 활동이나 방향이 있다면 이야기해 주세요. 혹은 임승관 조이님이 셰어와 함께 하시고 싶은 활동이 있다면요?
임승관 제가 오히려 질문을 던지고 싶어요. 셰어는 고령층 여성과 여성 청소년에 대해 어떤 고민을 가지고 계신가요?
지역에 와서 고령화 된 농촌사회에서 코로나를 거치며 요양시설을 보고 하니까, 고령화된 여성, 특히 대체로 사별하거나 한 여성들이 많은데 이 여성들의 삶에 대한 건강한 고민들은 누가하고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굉장히 큰 영역일 거 같은데 학술이나 정책 영역일수도 있고요. 한국이 빠른 속도로 고령화되어가고 비혼 비율이 올라가고 있잖아요. 일반적인 가족 형태 비율이 줄어들고 있는데. 고령 비혼 여성의 삶에 대해서 실질적으로 많은 고민들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고요.
또 한편으로는 이 시대의 여성 청소년들에 대해서도 고민이 생겨요. 예를 들어 586 세대를 보면 진보적 존재들이 있고, 상당수 건강할 거라고 생각하지만 후세대들과 단절되어 버렸잖아요. 자성하지 못해서이기도 하고, 시대적, 정치적 한계가 있기도 하겠지만 내외부적으로 과거의 운동 세대와 새로운 세대가 단절되는 일들이 벌어졌잖아요.
계속 이런 일들이 있지 않을까. 지금 진보적이고 생동력이 있는 사회 운동들도 10년, 20년 후 세대와 단절되지 않을 수 있을까. 앞으로 자라날 세대들과 단절되지 않도록 어떤 방법을 모색할 것인가 고민들이 들었어요.그래서 지금 주력으로 활동하는 세대들에서 위 아래 세대를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단 생각이 들었어요.
셰어 나이와 운동과 셰어를 연결하는 고민이잖아요. 이 고민을 지금의 삶과 연결해서 의료 취약계층이라서 더 생각하신 건지, 운동에 관심이 있는 시민으로서 질문하시는 것인지요?
임승관 정치적, 사회적 관점에서의 고민이기도 해요. 중년이 되어가면서 세계를 바라보는 것들이 조금씩 달라지니까요. 어쨌든 청소년은 접점이 별로 없지만. 저희집에 남자 청소년이 있는데, 이 단절은 불가피하구나 인정하게 되는 것도 있어요. 나쁘게 말하면 생각과 삶을 공유하는 것에 단념하게 되는 것도 있고요. 여러가지 이유가 있는 거 같아요. 특히 SNS가 활발해진 시대에 삶의 주도성을 다르게 만들고 있잖아요. 그래서 기성세대와 새로운 세대가 가치를 공유하고 연결되는게 어렵고 불가능해지겠구나 싶어요.
고령층의 삶에 대해서는, 진료실에서 만나는 노인들의 삶의 모습들이 있는데 의사들이 가진 독특성은 모든 사회계층을 다 만난다는 것이거든요. 이런 특별한 직업에 고령자들을 시골에서 만나게 돼잖아요. 이들의 삶이 얼마나 건조하고 외로울지 이해하게 되고 반추하게 되면서 고령자의 삶의 형태 경제적, 고독 등 굉장히 간과하고 있는 부분이 엄청 많구나 느꼈어요. 근데 그 중에 50%이상이 여성이고 아직 남아 있는 가부장제 질서 안에서 버티고 있는데 앞으로 무엇으로 고령의 삶을 지탱할 것인가 고민하게 되는거죠.
코로나 진료 기간에 요양시설 관련 사업을 많이 했어요. 그러면서 실체를 좀 알게 됐어요. 고령자의 시설화를 눈으로 보면서 남들보다 많은 이해를 하게 되었는데 한국사회가 시설화로 해결해온 문제들이 계속 보건의료적으로 노출되어 있더라구요. 이런 과정에서 직업적, 사회적으로, 또 운동에 대한 관심이 같이 두루 결합되어 있는데 지금 우리세대의 고민과 주장도 벅차지만 앞과 뒤를 보지 않으면 안되겠다. 여성운동도 그런 관점에서 고민이 많을 것 같다 싶습니다.
셰어 너무나 중요한 말씀이세요. 셰어도 그런 고민들을 앞으로 계속 해나가면서 또 선생님과 함께 새롭게 해나갈 수 있는 부분들을 만들어 가볼께요. 고맙습니다.
* 조이풀 인터뷰는 한 달에 한 번 셰어 활동가와 조이(후원회원)가 만나 대화를 나누는 시간입니다. 곳곳에서 멋진 삶을 짓고 있는 조이를 소개하며 우리의 연결고리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갑니다. 조이의 이야기를 통해 셰어의 활동은 확장되고, 조이의 일상과 셰어가 연결될수록 셰어의 활동은 풍요로워질 거예요. 조이라면 누구나 조이풀 인터뷰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셰어는 조이 여러분의 이야기를 기다립니다.
[조이풀 인터뷰] 10화
소수자를 위한 클리닉을 꿈꾸는 공공병원장 임승관 조이님 이야기💜
사무국 활동가들은 매달 뉴스레터를 준비하면서 이번엔 어떤 조이님에게 인터뷰를 청해볼까 즐거운 구상에 빠진답니다. 그렇게 선정된 2월의 조이! 바로 안성병원에 계신 임승관 조이님입니다. 차로 두시간을 달려야 하는 조금 먼 거리였지만 즐거운 마음으로 병원에 찾아갔지요.
임승관 조이님은 코로나19 팬데믹에 대처하기 위해 경기도 코로나19 긴급대책단 공동단장으로 큰 역할을 하셨고, 셰어가 창립할때부터 든든한 지지자가 되어 주셨습니다.(창립축하영상 ‘주라주라'에 출연해서 '수줍게' 춤을 추시기도!) 지금은 연구위원으로 함께 해주시고 계세요.
오랫동안 감염내과 전공의로 활동하면서 HIV감염인을 진료해 오셨는데요, 감염내과는 환자의 삶을 이해하고 대화하면서 질병에 대처하고 고민하는 영역이라고 하신적이 있습니다. (HIV/AIDS인권활동가네트워크에서 제작한 관련 영상 보기) 특히 청소년과 여성 HIV감염인을 진료하면서 이들의 삶을 배워야한다고 생각했고, 이들이 편히 방문해서 성건강을 증진할 수 있는 센터 역할을 하는 클리닉을 구상하기도 하셨죠.
이번 만남에서는 특히 공공병원장의 역할을 소개해주시고, 셰어의 활동을 응원하시면서 셰어가 연계하는 클리닉이 나아갈 방향에 대한 조언도 해주셨습니다. 어디서도 듣기 어려운 깊이있는 고민과 조언을 함께 만나보실까요?!
사진 : 임승관 조이님
셰어 현재 하고 계신 일들과 그 동안 활동해 오신 일들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임승관 저는 대학에서 감염내과 전공을 하고 환자를 진료했습니다. 2018년까지는 대학병원에 소속된 감염내과 전공의로 일했고, HIV 감염인 진료를 했어요. 진료 과정에서 서비스 대상자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기 위해 성소수자 관련 활동과 인권 단체에 접점이 생겼어요. 그러다보니 청소년, 여성 등 다른 사회 단체와도 만날 일이 생기고 뭔가 같이 고민할 것들이 생긴 거 같아요. 지금 일하는 곳은 공공병원인 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이고. 이 병원의 병원장을 맡고 있어요. 계획된 일은 아니었지만, 여러 우연과 인연들이 겹쳤어요. 이제 5년차에 접어들었네요.
셰어 진료 대상자를 이해하려는 시도에서 성소수자와의 접점이 만들어졌다고 하셨는데, 구체적인 계기가 있었나요?
임승관 특별한 계기라고 말하긴 어렵지만 HIV감염인 임상진료는 대체로 숫자가 많지 않기 때문에 감염을 전공한 대학병원 의사들이 대부분의 진료를 맡고 있어요. 의원급이나 2차 병원에서 맡는 일이 별로 없고 대체로 3급 종합병원에서 맡고 있는데 제가 일하던 아주대 병원을 경기도 남부권 환자들이 많이 이용했어요. 전문성이나 이런걸 표방하지 않더라도 인구 많은 지역에 환자도 많은거죠. 10여년 이상 진료를 했는데, 진료를 하면서 결국은 게이 남성과 성소수자의 삶에 대한 이해가 없이는 제대로 좋은 진료를 하기 어렵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문답만으로는 충분치 않아요. 삶의 조건을 이해해야하고 맥락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죠. 라포가 쌓여있더라도 짧은 진료시간에 충분히 이해하기는 어려워요. 그래서 더 이해를 더 가져야한다고 생각했어요. 사실 모든 의사들이 본질적으로 그렇다고 생각해요. 신생아 진료를 하는 의사라면 아이와 엄마의 마음을 이해해야 하고, 노인 치료라면 노인을 알아야하고요. 되게 보편적인 이야기에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대상이 되는 존재에 대한 이해를 더 많이 가져야 하죠. 그런데 저는 사회적으로 개방되어 있지 않은 자료나 영역이 많은 진료였기 때문에, 사회단체를 통해서 그들의 대리 증언이나 출판물, 보고서를 통해서라도 보지 않으면 이해할 수가 없는 영역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 관점에서 성소수자 관련 활동과 인권단체를 찾고 대화를 시도하면서 찾아가게 되었죠. 덧붙이자면, 2000년대 중후반부터 2010년대 후반에 진료실에 오는 다수는 중장년 남성이었어요. 그리고 그 안에서 숫자가 적은 비율이 또 있었어요. 노인, 여성 감염인, 청소년 감염인이죠. 이 분들에 대해서는 이야기하기 더 어려워요. 게이 남성 커뮤니티에 대해 이해를 넓힌다고 해도 이 부분은 채워지기 어렵죠. 청소년의 감염은 성인 감염인과의 사이에서 감염이 전파되는 경우도 많은데 이걸 어떻게 파악하고 이해해야할까. 안전한 섹스가 이 관계 안에서 어떻게 이야기되어야 하는가. 진료적 관심으로 시작한 것들이 활동으로, 살아가는 세계를 이해하고 싶게 하는 마음을 생기게 했어요. 이런 고민들이 지금 주로 연결하고 있는 <청소년 성소수자 위기지원 센터 띵동> 같은 단체와 더 깊이 사귐을 갖게 되는 계기도 되었어요.
셰어 그렇게 활동에 참여하시면서 진료 현장에서 고민했던 것들이 연결되거나 좀 더 확장된 일들이 있을까요?
임승관 사실 감염인 진료를 하고 있을 때는 실무적으로 도울 일이 있었어요. 재판의 증인으로 참여한다거나. 활동가들이 계획을 세울 때 자문을 한다거나, 비공식 자문을 한다거나 하는 일들이 있어서 그나마 내가 손톱만큼 돕는 게 있다고 말할 수 있었는데, 공공의료 경영자 필드로 옮기고 나니 현실적으로 그렇지 못해요. 감염인 진료를 안하고, 또 못하기 때문에 진료적 부분에 대해서도 전문가 포지션도 사라지고 있는 거잖아요. 감염인 활동가들이 질문하면 점점 자신있게 답하기가 어려워요. 당장 공공의료 정책, 보험 정책 이런 걸 공부해야하기 때문에. 그래서 지금은 그렇게 전문가로서 하는 역할은 영역이 아닌 거 같고, 뭔가 다양한 사회 운동들에 결합할 수 있는 부분들은 이름을 올려드리는 것 같아요. 사회단체에서는 운영위원, 이사회 등 이름이 필요하니까. 운영위원이나 이사진으로서의 역할 정도를 하는거죠. 담론이나 자문을 제공해주는 것도 필요하지만 권위와 명망을 지원해주고 가림막이나 버팀목이 될 수도 있잖아요. 지금은 그 정도라고 생각해요,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이. 근데 심적으로 괴리감이 있죠 변명같기도 하고. 더 노력하고 더 결합해야 하는데. 도장 찍고, 사진 찍고, 사인하고 이런 역할로 한정하는 것에 대한 자기반성도 필요하다고 생각하고요. 반은 변명하고 합리화 하면서 제가 가지고 있는 사회적 포지션을 사회운동에 지원하는 정도로 소소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셰어 그런데 임상경험을 가진 병원장님이 이런 이야기를 해주시는게 얼마나 큰일인지. 현장에 있기 때문에 이야기하는 것도 중요하고 어려운 것도 있지만 경영자 입장에서 이런 이야기를 해주시는 분들은 또 없잖아요. 현장도 운동도 이해하는 경영자 정말 소중하거든요. (웃음)
임승관 네 사측입니다. (웃음)
셰어 그렇다면 활동에 참여하시면서 느낀 바를 진료 현장에 적용하거나 새로운 의료 정책 등을 구상해보신 것도 있을까요?
임승관 아직 뚜렷하게 말할 수 있는 부분은 없는 거 같아요. 아주대병원에 있을 땐 클리닉을 열고 싶었어요. 대학 밖이든 안이든, 의료 서비스가 포함되어 있지만 의료서비스만 있는 것은 아닌 형태로요. 클리닉과 센터가 결합된 형태로 청소년의 성건강, 청소년 성소수자의 성건강 등에 대해서 제공할 수 있는 기관을 그렸어요. 제가 전문가로서 제공할 수 있는 부분은 주로 게이 남성 청소년들의 감염 진료겠지만. 이런 영역들이 여러 파트너들과 같이 개척이 된다면 여러 영역 중에서 제가 일정 정도의 노력을 발휘해서 참여할 수 있겠다 싶은 사업에 대한 구상이 있었어요. 그 무렵에 이제 프렙(HIV예방약) 같은 의료서비스가 도입될 무렵이기도 했구요. 그런 것들의 접근성이 좋을 수 있게, 성소수자 친화적으로, 지지적으로 제공이 되고, 법률이나 복지 지원 서비스와도 연계되고, 교육 사업도 같이할 수 있는 그런 센터를 상상했어요. 구체적으로 결실을 맺지는 못했지만요. 그런 의료와 사회 활동 중에서 교육이나 의료와 보건, 교육과 그런 활동을 연계하는 것에 관심이 있었어요. 시도해보려는 몸부림은 있었으나 진행된 부분은 없는 상태에서 다른 맥락으로 영역을 옮기게 됐네요.
공공영역으로 옮긴 뒤에는 지금은 이제 제가 일하는 필드의 특성상, 경기도 안성시라는 특성이 있어서 성소수자 건강권 프로그램을 개척하는 것이 우선순위가 되기 어려워요. 노인, 이주민 건강에 대한 부분을 가장 우선적으로 고민해야하고 서비스를 개척해야하잖아요. 개인적 관심사, 영역이 어느 쪽이라고 해서 그 역할을 하기엔 지금의 지위가 적절하지 않죠. 그래서 성소수자, 여성 감염인과 직업적으로 접점은 사라졌어요. 스스로 할 수 있는 부분이 많지 않다 보니 간접적 지원으로 회비를 내거나 이런 정도에서 머무르면서 제 인생을 모색하는 시기를 보내고 있네요.
셰어 현재 셰어의 조이이시면서 연구위원이시기도 한데요, 셰어는 어떻게 알게 되셨고, 셰어의 어떤 활동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셨나요?
임승관 하라고 해서 했죠. (웃음) 딱히 도울 수 있는 일은 그다지 없는데... 지식으로 도울 일도 많지 않고, 여성주의, 재생산 관련해서는 저도 공부해야하는 입장이라 연구위원으로서 실제로 활동에 대한 지식적 토대를 고민하거나 담론과 의제를 제공한다는 생각은 안했고요. 사람들이 줄을 서는데 뒷줄에 서있으면 좋겠다, 공식적인 자리에서 같이 참여하고 이런 정도라고 생각했어요.
실질적으로 셰어와 함께 사업을 한 것은 2021년 강좌 때인데, 그 당시에 코로나 팬데믹 시기라 회원, 활동가들에게 팬데믹을 의료적, 사회적으로 이해하는 강좌에 도움 요청을 받아서 흔쾌히 도울 수 있었고요. 그 외 지난 3년간 한 일은 별다른 게 없는 거 같아요.
색다른의원 같은 일들에 관심을 가져야하는 역할이 있다고 생각해요. 적극적으로 같이하기는 어려워도 평가하거나 의사, 경영자의 시야가 도움이 될 수 있을테니까요. 이런 일들을 평가하고 리뷰하는 데에는 도움이 될 수 있을 거 같아요.
셰어 클리닉을 구상하셨다고 했는데 색다른의원이 만들어졌다고 했을 때 반가워 하셨던 일이 기억나요. 셰어의 상도 처음에 클리닉 자체를 염두에 두었다기 보다는 보건의료 현장과 당사자를 연계하는 센터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이었고, 진료 영역에서만이 아니라 맥락과 경험을 가지고 접근성을 높이는 일, 그런 내용들이 보건의료 현장에도 적용되고 이후에 정책이나 법으로도 반영되는 통합적, 유기적인 센터로서의 역할을 구상했거든요. 그래서 선생님이 말씀하시는 걸 들으면서 비슷한 구상을 가졌구나 생각했어요. 관련해서, 셰어는 올해 색다른의원과 연계 워크샵을 시작할 예정인데요, 그 주제 중에는 성매개감염도 있어요. 워크샵을 통해서 다양한 사람들의 맥락을 같이 듣고 이해하고 정리하는 그런 것도 할 텐데요. 그런 과정에 선생님이 참여해주시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누구보다 현장에서 직접 만나오시기도 했으니까요. 여성 감염인이나 임신출산도 연결되고. 꼭 HIV 아니더라도 여러 감염과도 연결되는데. 앞으로 셰어에서 이런 활동을 할 때 참고할만한 방향을 제안해주신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임승관 성매개 감염이 사실 감염내과 진료실에서는 좀 제한적인, 일부만을 다루게 되는 특성이 있어요. 대체로 진료는 장기 계통별로 전문성이 분류되잖아요. 그래서 남성 성매개 감염은 비뇨기과, 여성은 산부인과에서 장기를 보거나 수술을 하고 치료하는게 연결되어 있어서 감염내과에 전문성이 있다기 보다는 진료 영역에서 주로 이어지는 일들이 많죠. 그래서 의료적 자문을 전문적으로 제공하는 건 저나 감염내과 의료인들을 만나서는 좀 어려워요. 그래서 전문가들이 영역별로 분리되어 있지만 그럼에도 함께 논의할 수 있는 장이 열리면 참여할 수 있을것 같아요. 아마도 의료인들은 각자 속한 기관에서 실적을 내야 하고, 뭔가 연구나 사업에 참여하는 동기도 그와 관련될 가능성이 많아요. 셰어에 참여하는 의료인들은 활동가적 정체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정말 자율적인 활동을 하신다고 생각해요. 저는 그런 의료인들의 번아웃이 우려되기도 하고 일반화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의료인들에게 좀 낮은 수준으로 참여할 수 있는 역할들을 제안하면 좋겠어요.
그런 관점에서 제가 여성 성매개 감염이라든지 HIV 문제에 대해서 고민했던 것들은 여성 감염인 진료를 하다보면 되게 적은 숫자거든요. 전체 감염인의 10% 미만의 적은 숫자고 한 개의 기관에서 한다 해도 몇 백명 수준, 큰 병원도 100명 안쪽일거에요. 그런데 여성감염인을 만나면 큰 감정을 만나게 되요. 연민을 느끼고 피해와 가해에 대해서 더 생각하게 되고. 그런데 그게 필요한 감정인가 싶기도 하고요. 어떤 고민들, 문제들을 가지고 있는지 질문해야 하는데 어떤 질문이 적합한지도 모르겠어요. 의료인으로서 성소수자 진료를 할 때 이해가 필요하듯이 남성 의사로서 여성 감염인을 이해하기 더 어려운 것이 있죠. 의사 중 다수가 남성이니까요. 좋은 진료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의료인들이 이해할 수 있는 조건이 필요한데, 모두가 저같이 찾아다니지는 않으니 의대, 간호대, 의료인 교육 안에서 이런 것들이 이뤄져야해요. 이런 필요성에 대한 욕구가 의료인 집단 내에 있어야 하는데 잘 표면화되지 않는 것 같아요.
여성 감염인들은 다 개별적으로 존재하거든요. 2인이든, 3인이든 커뮤니티를 이룬다거나 어떤 릴레이션십을 가졌다는 걸 거의 들어본 적이 없어요. 여성 감염인, 남성도 마찬가지지만 감염인들에게 진료실이 특별한 게, 유일하게 자기 진단명을 이야기하는 공간이라는 점이거든요. 사회적인 다른 것도 중요하지만 내가 감염인이라는 걸 의도하지 않아도 무조건 오픈하는 공간이기 때문에, 3-4개월에 한 번씩은 무조건 5-10분은 이야기를 하는 거에요. 그러니 굉장히 중요한 공간이라고 생각했어요. 그 시간 내에 이뤄져야할 이야기들이 많기 때문에, 이 진료가 불완전하지만 그러면서도 소중했던 이유였어요. 청소년, 여성, 노인, 이주민은 여기서 한단계 더 어려웠고. 그래서 더 중요하죠.
HIV 감염인 진료는 자주하는 진료가 아니어서 시간 접근성을 높이면 원거리 진료가 가능할 것 같아요. 전국에 여성 감염인들이 많지 않은데 거점별로 좋은 클리닉이 있다면 그쪽으로 모이고, 거기에서 그룹 형태로 지지 기반을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물론 청소년, 여성 감염인도 가까운 지역에서 치료받으면 좋겠지만 우리나라 현재 의료 환경에서는 질좋은 치료를 받기가 쉽지가 않죠. 지금은 감염인 숫자도 어느 정도 정체기에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들은 차라리 거점을 만들어 두는 게 유용할 것 같아요. 특히 청소년, 여성은 대체로 젊은이들이니 관계망과 지지, 이런 형태의 협력틀이 당사자들에게 더 유용하고 중요하기도 하고요. 게다가 그런 거점병원에 다양한 기능을 가지고 있는 센터에 클리닉이 결합되어 있다면 유용할 것 같아요. 이 진료는 부인과나 다른 진료처럼 일회적이지 않으니까요. HIV는 평생 관리하는 것이기 때문에 목적에도 부합하죠.
그리고 그런 클리닉 같은 게 성공하려면 경영적으로 지속가능해야하잖아요. 그래서 이건 지속가능한 모델일거에요. 사업자에게는 평생 고객인 셈이니까. 클리닉 센터를 만들었는데 환자가 오지도 않고 왔다가 끊기고 이러는 진료영역이 있는데 이건 만성진료여서 한번 고객은 평생 고객이니까요. 이런 공간이 더 자유롭고 따뜻하면 당사자들에게도 뭔가 시도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았어요.
셰어 정말 꼭 필요하고 좋은 모델이네요. 선생님께서 지금이라도 그런 구상하셨던 클리닉을 다시 시도해보실 생각은 없으세요?
임승관 할 수 있는 일의 범위라고는 생각하는데 지금은 당장 구체적인 플랜을 세우기에 개인적으로 적합하지 않은 거 같아요. 지난 몇 년은 코로나 관련 정책 활동이나 관련 일을 하는게 중요했고 지금은 또 이 병원을 잘 경영해야 하는 중요한 과업이 있어서 다른 필드를 주도적으로 개척하거나 공동으로 하기엔 신체적, 정신적 여력이 있진 않아요. 하지만 이런 아이디어는 아주대 병원때부터 가지고 있었고 진료의 영역들이 아주 상시적은 아니더라도 파트타임으로도 가능하니까. 대체로 주 1, 2회만 운영해도 되니 이런 기반이 있으면 결합해서 한 의료기관에 샵인샵처럼 할 수도 있고 다양한 방식을 모색할 수도 있을테니 관심이 있기는 해요.
2023년의 우선순위일 수는 없지만 이런 아이디어를 나눌 수 있다면 서로 기억하고 있다가 올해든 내년이든 이야기 나눠볼 수 있을 거 같아요. 제가 진료하지 않아도 업데이트는 계속 해야 하잖아요. 일정한 시간도 필요하고. 지금은 공직에 있기 때문에 사회활동을 겸직으로 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회의 참여나 무보수로 하는 일들을 할 수는 있겠네요.
청소년의 경우 남성 성소수자 경우에는 HIV 진단 전에도 보건의료적 필요가 있거든요. 검진이나 교육 같은 영역들이 있고요. 여성의 경우 빈도가 너무 낮으니까 해당되지는 않더라도, 남성 게이 청소년에게는 교육이나 검진 사업을 할 수 있으니까요. 여성들의 경우는 진단 이후에 진료적 접근으로 세팅하는 게 맞는 방향이겠고요.
보건 사업에 관심이 있다면 상시성, 지속성이 있어야 하고, 진료 사업은 지속성이 중요해요. 급성기 치료는 굴곡이 있고 실패 위험도 있고, 꾸준히 그 병원을 이용하지 않을 수 있죠. 주도적으로 하는 의사가 갑자기 그만두면 당장 타격이 있기도 하고요. 의료사업은 지속성이 중요하니까 아이디어가 있다고 해도 바로 달려들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셰어 셰어의 활동 방향을 고민하는 데에도 중요한 방향이 되는것 같아요. 당장은 아니더라도 지역에서 거점을 두고 사람들이 계속 연결될 수 있다는 곳이 있다면 꼭 진료가 아니더라도 상시적으로 필요한 지원을 연결하고 교육, 상담을 할 수 있는 센터들이 생기면 좋겠네요. 그런 꿈을 선생님과 함께 만들어가고 싶고요.
임승관 현재 제가 일하는 포지션이 만약에서 서울이나 수원, 성남 등 대도시권이라면 공공병원 안에 감염 진료나 젠더 클리닉을 활성화하거나 협업 구조를 만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지금은 정부가 사업을 내는 방식 외에는 협업할 수 있는 구조가 많지 않고, 공간적으로도 묶여있어야 하거든요. 의료서비스 내에 코디네이션이나, 관련 상담, 지원 등이 같이 있어야 하는데, 결핵이나 HIV 등 정부 사업으로 들어오는 것들은 환자 케어에 필요한 예산을 질병관리청에서 만들어서 사무실에 공간을 내준다거나 하죠. 상담간호사라는 사업이 있기도 한데, 이런 부분들이 민간단체랑도 잘 협업할 수 있는 영역이 있을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서울시에 소재하고 있는 접근성 좋은 의료기관의 센터장이라고 하면, 감염인들이 왔을 때 조금더 활발하게 코디네이션을 할 수 있는 사무실이 있고, 기존 의료기관 안에 민간 파트너십을 맺을 수도 있고요. 아까 얘기한 거랑 반대의 방식이죠. 병원이 밖으로 나가는 것 뿐만 아니라 민간이 병원 안으로 들어오는 방식.
두가지 방식을 계속 제안할 수 있겠죠. 운동가들이, 단체들이 정부랑 미팅을 할 때 이런 제안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내부로 들어가는 방식으로. 정부는 자기들이 못하니까 아웃소싱을 많이 하는데 이런 지렛대를 활용하는 방법이 있죠. 스스로 자신하거나 역량이 있다고 한다면 적합한 의료인, 연구원을 섭외하고 틀을 만들 수 있다면 공공병원에 다양한 영역이 있는데 거기에 사회적 영역을 입점시켜 보면 좋을 것 같아요. 정부가 자꾸 출연기관으로만 밖에 뭘 만들려고 하는데, 민간영역과 파트너십을 가지자 라고 하면 오히려 접근이 빠를 수 있을 거 같아요. 그 두가지 방법을 같이 나누면 좋겠어요.
셰어 셰어는 HIV 감염인 인권을 비롯해서 성매개 감염에 관한 낙인과 처벌의 문제, 제약회사의 이윤 추구의 문제 등을 앞으로 우리의 성적권리와 어떻게 좀 더 급진적으로 연결해 나갈지 고민하고 있는데요, 이런 방향에서 셰어에게 제안해 주시고 싶은 활동이나 방향이 있다면 이야기해 주세요. 혹은 임승관 조이님이 셰어와 함께 하시고 싶은 활동이 있다면요?
임승관 제가 오히려 질문을 던지고 싶어요. 셰어는 고령층 여성과 여성 청소년에 대해 어떤 고민을 가지고 계신가요?
지역에 와서 고령화 된 농촌사회에서 코로나를 거치며 요양시설을 보고 하니까, 고령화된 여성, 특히 대체로 사별하거나 한 여성들이 많은데 이 여성들의 삶에 대한 건강한 고민들은 누가하고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굉장히 큰 영역일 거 같은데 학술이나 정책 영역일수도 있고요. 한국이 빠른 속도로 고령화되어가고 비혼 비율이 올라가고 있잖아요. 일반적인 가족 형태 비율이 줄어들고 있는데. 고령 비혼 여성의 삶에 대해서 실질적으로 많은 고민들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고요.
또 한편으로는 이 시대의 여성 청소년들에 대해서도 고민이 생겨요. 예를 들어 586 세대를 보면 진보적 존재들이 있고, 상당수 건강할 거라고 생각하지만 후세대들과 단절되어 버렸잖아요. 자성하지 못해서이기도 하고, 시대적, 정치적 한계가 있기도 하겠지만 내외부적으로 과거의 운동 세대와 새로운 세대가 단절되는 일들이 벌어졌잖아요.
계속 이런 일들이 있지 않을까. 지금 진보적이고 생동력이 있는 사회 운동들도 10년, 20년 후 세대와 단절되지 않을 수 있을까. 앞으로 자라날 세대들과 단절되지 않도록 어떤 방법을 모색할 것인가 고민들이 들었어요.그래서 지금 주력으로 활동하는 세대들에서 위 아래 세대를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단 생각이 들었어요.
셰어 나이와 운동과 셰어를 연결하는 고민이잖아요. 이 고민을 지금의 삶과 연결해서 의료 취약계층이라서 더 생각하신 건지, 운동에 관심이 있는 시민으로서 질문하시는 것인지요?
임승관 정치적, 사회적 관점에서의 고민이기도 해요. 중년이 되어가면서 세계를 바라보는 것들이 조금씩 달라지니까요. 어쨌든 청소년은 접점이 별로 없지만. 저희집에 남자 청소년이 있는데, 이 단절은 불가피하구나 인정하게 되는 것도 있어요. 나쁘게 말하면 생각과 삶을 공유하는 것에 단념하게 되는 것도 있고요. 여러가지 이유가 있는 거 같아요. 특히 SNS가 활발해진 시대에 삶의 주도성을 다르게 만들고 있잖아요. 그래서 기성세대와 새로운 세대가 가치를 공유하고 연결되는게 어렵고 불가능해지겠구나 싶어요.
고령층의 삶에 대해서는, 진료실에서 만나는 노인들의 삶의 모습들이 있는데 의사들이 가진 독특성은 모든 사회계층을 다 만난다는 것이거든요. 이런 특별한 직업에 고령자들을 시골에서 만나게 돼잖아요. 이들의 삶이 얼마나 건조하고 외로울지 이해하게 되고 반추하게 되면서 고령자의 삶의 형태 경제적, 고독 등 굉장히 간과하고 있는 부분이 엄청 많구나 느꼈어요. 근데 그 중에 50%이상이 여성이고 아직 남아 있는 가부장제 질서 안에서 버티고 있는데 앞으로 무엇으로 고령의 삶을 지탱할 것인가 고민하게 되는거죠.
코로나 진료 기간에 요양시설 관련 사업을 많이 했어요. 그러면서 실체를 좀 알게 됐어요. 고령자의 시설화를 눈으로 보면서 남들보다 많은 이해를 하게 되었는데 한국사회가 시설화로 해결해온 문제들이 계속 보건의료적으로 노출되어 있더라구요. 이런 과정에서 직업적, 사회적으로, 또 운동에 대한 관심이 같이 두루 결합되어 있는데 지금 우리세대의 고민과 주장도 벅차지만 앞과 뒤를 보지 않으면 안되겠다. 여성운동도 그런 관점에서 고민이 많을 것 같다 싶습니다.
셰어 너무나 중요한 말씀이세요. 셰어도 그런 고민들을 앞으로 계속 해나가면서 또 선생님과 함께 새롭게 해나갈 수 있는 부분들을 만들어 가볼께요.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