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17일, 예술로 함께하는 후원의 날 <다른 사람, 다른 느낌, 다른 시간> 접촉즉흥 워크숍이 열렸습니다.
올해 예술인 파견 지원 사업을 통해 셰어와 협업하고 있는 종달, 지영님과 함께 기획한 프로그램입니다. 처음 접촉즉흥 워크숍을 제안해주셨을 때, 셰어 활동가들은 기대와 걱정을 동시에 가졌습니다. 멀게만 느껴졌던 무용 기반 워크숍을 셰어의 활동과 접목시켜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인데, 예술가분들이 이것을 후원사업과도 연결시켜주셔서 감사한 마음이 켰습니다. 동시에 처음 만나는 타인들이 무사히 워크숍에 녹아들어서 소외되는 사람 없이 참여할 수 있을까, 우리가 미숙한 탓에 뭔가 문제가 생기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이었죠.
하지만 접촉 즉흥 춤이 기존의 규범에 도전하면서 진행되어온 맥락을 알게 되고, 두 분의 전문성과 경험을 통해 따라갈 수 있었습니다. 접촉 즉흥 워크숍을 통해서 안전하면서도 모험적인 공간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기대감에 들떴고 셰어가 지향하는 공간을 또 한번 시도해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라고 여겼습니다. 20명의 참여자를 모집하자 셰어를 후원하는 마음과 접측 즉흥 워크숍에 대한 기대감을 가진 분들의 참여로 금새 마감이 되었어요.
당일 종달님의 진행과 송유경님의 기록, 타무라 료 님의 연주로 이루어졌었습니다. 참여자들은 각자 소개와 워크숍에 대한 기대감을 나누면서 시작했고, 소감을 나누며 마무리했습니다. 몸으로 느낀 접촉의 감각을 기억하면서, 참여자들이 언어로 나누어준 소감을 잘 기록하면서 앞으로 이루어질 셰어 활동에 반영해보려고 합니다.
다시 한 번 감사드리며, 현장 사진은 아래 링크를 통해 함께 보실 수 있습니다! 종달님과 휸, 혜민, 콩지님의 후기도 공유합니다.
👉기획/진행: 종달, 지영
👉기록: 송유경
👉연주: 타무라 료
📌사진 보기: https://photos.app.goo.gl/ZQARY7VAydzwqTTcA
🌈종달
이번 셰어에서 진행한 접촉 즉흥 워크숍의 이름을 <다른 사람, 다른 느낌, 다른 시간>으로 짓게 된 이유는 나의 몸이 다른 사람으로 인해 변화하고, 다른 사람의 몸이 나로 인해 변화하기 때문이다. 내가 누군가의 몸을 터치하는 순간 그 몸도 나를 터치한다. 접촉은 언제나 양방향을 갖고 있기에 서로 듣고 대화하는 것에 가깝다. 또한, 살 바깥에서 일어나는 외부적 맞닿음은 몸의 내부적 감각과 연결되어 안팎을 연결한다. 접촉을 통해 내가 다른 몸을 경험하며 동시에 나의 몸을 경험하게 된다. 무엇을 하는지에 따라 존재가 달라지듯이 접촉의 경험은 나를 변화시킨다.
접촉 즉흥에서의 몸과 몸이 만날 때 발생하는 두려움, 낯설음, 거부감, 긴장감, 불편함을 부정적인 것으로만 여기지 않는다. 다양한 느낌이 일어날 수 있다. 그리고 접촉에는 깊이와 밀도, 퀄리티, 입체성이 있다. 워크숍에서는 몸과 몸이 만나는 방식을 다양하게 접근함으로써 접촉의 여러 측면을 경험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누군가와 접촉하는 것이 쉽지는 않기에 외부와 관계 맺기 이전에 자기 자신과 관계 맺으며 몸의 공간을 열고자 하였다. 그러면서 서로의 경계를 탐색하며 손가락 접촉에서부터 몸 전체의 접촉으로 확장하는 흐름으로 진행하였다. 참여자들은 긴장과 즐거움 사이에서 각자 나름대로 적응하며 시간을 보냈다.
접촉 즉흥이 몸을 알아가고, 관계를 탐색하는 방법이기에 셰어의 활동과 접점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고유한 몸의 시간을 나누고 공유해준 타리, 나영, 혜원, 타무라료, 모든 참여자들에게 감사를 보내요!
🌈휸
스스로의 몸이 늘 어색하고 부끄러운 나는 남들이 보는 앞에서 의도를 가지고 몸을 움직여야 할 때면 갑자기 온갖 추궁이 머릿속을 때려 오며 움직이는 법을 까먹곤 한다. 접촉 즉흥 워크숍에 처음 발을 들였을 때만 해도 그랬다. 자유롭게 움직이며 공간을 느껴 보라는 말에 쭈뼛쭈뼛 어정쩡하게 걸으며 허공에 어색한 인사를 건넸다. 하지만 이윽고 누군가와 짝을 지어 눈을 감고 검지를 맞댄 채 그 맞댄 끝이 작은 빛이라 상상하며 빛의 움직임을 따라가기 시작한 순간, 어떤 일이 일어났다. 누가 먼저 움직이기 시작한 건지도 알 수 없이, 마치 정말 어떤 빛에 이끌리는 것처럼, 우리의 맞댄 손가락이 자연스레 허공을 흘러 다니기 시작한 것이다. 빛은 그곳에 없었지만 그곳에 있었다.
짝과 번갈아 리더 역할을 하며 움직일 때는 잠시 탱고를 배웠을 때 경험해 보았던 익숙한 감각을 느꼈다. 누군가는 분명히 이끌고 다른 누군가는 거기에 분명히 응하는 감각. 그런데 정말 신기한 일은 리더 역할이 사라질 때 일어났다. 둘 중 누구도 움직임을 이끌고 있는 것 같지 않은 순간에도 몸이 계속 움직였다. ‘나는, 우리는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 거지?’ 더이상 이해할 수 없게 되자, 그 때부터는 그냥 몸을 내맡겼다. 그렇게 그 날 저녁 나는 처음 보는 사람들과 몸을 맞댄 채 빛이 되었다가, 조각이 되었다가, 비가 되었다가 또 강이 되었다.
접촉 즉흥 워크숍을 신청하며 나는 내 몸을 더 잘 이해하고 싶다거나 더 명확한 의도로 상대에게 닿고 싶다는 바람을 가졌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막상 접촉을 통해 느껴 본 몸은 계속해서 불가해했고 움직임은 종종 무의미했다. 그리고 처음으로 그게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해할 수도 없고 의미도 없어 보이는 몸을 계속해서 움직이고 살아가는 일이.
🌈혜민
몇 년 전 페미니즘과 예술을 접목할 방법을 찾아다닐 때 무용계 원로 선생님께 들었던 조언 중에 접촉 즉흥이 있었다. 문제는 내가 몸치라서 도저히 배우러 도전할 엄두가 안 난다는 것. 그러던 중 셰어와의 협업이란 절호의 기회를 만났다.
초반부, 춤은 취한 상태가 아니면 할수록 오히려 위축되는 것이어서 나는 역시 정적인 인간이야 집에 가고 싶다 하던 찰나, 소도구와 함께 조금은 도전해 볼만한 게 시작되었다. 지시에 따라 파트너와 맞춰가다 보니 나도 모르게 생각을 멈추고 하나 둘 감각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손가락을 맞대고 움직임을 따라가던 그 순간 반딧불이를 처음 봤던 어린 시절의 기억이 돌아올 줄이야. 몽글몽글하고 포근한, 오랫동안 잊고 있던 기억이라 뭉클했다. 대도시에서 상대와 절대 부딪치지 않기 위해서만 매우 잽싸게 움직이던 사람이던 내가 타인과의 접촉이 불쾌하거나 불편하지 않다는 느낌, 타인에게 다음 행동을 맡긴다는 게 편하다는 느낌도 오랜만에 받았다.
🌈콩지
셰어와 몸활동을 함께 할 수 있어 영광이었습니다.
점과 선, 그리고 면으로 낯설게 접촉하며 몸 쓰는 방법을 다시 알게 된 느낌이었어요.
더불어 안전한 공간에서 몸활동을 하게되니 '어떤 몸(땀나는 몸, 두꺼운 몸, 얇은 몸, 털이 많은 몸 등)이 닿아도 불쾌하지 않'는 감정이 실로 오랜만이었습니다.
만남이 즐거웠습니다.
지난 8월 17일, 예술로 함께하는 후원의 날 <다른 사람, 다른 느낌, 다른 시간> 접촉즉흥 워크숍이 열렸습니다.
올해 예술인 파견 지원 사업을 통해 셰어와 협업하고 있는 종달, 지영님과 함께 기획한 프로그램입니다. 처음 접촉즉흥 워크숍을 제안해주셨을 때, 셰어 활동가들은 기대와 걱정을 동시에 가졌습니다. 멀게만 느껴졌던 무용 기반 워크숍을 셰어의 활동과 접목시켜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인데, 예술가분들이 이것을 후원사업과도 연결시켜주셔서 감사한 마음이 켰습니다. 동시에 처음 만나는 타인들이 무사히 워크숍에 녹아들어서 소외되는 사람 없이 참여할 수 있을까, 우리가 미숙한 탓에 뭔가 문제가 생기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이었죠.
하지만 접촉 즉흥 춤이 기존의 규범에 도전하면서 진행되어온 맥락을 알게 되고, 두 분의 전문성과 경험을 통해 따라갈 수 있었습니다. 접촉 즉흥 워크숍을 통해서 안전하면서도 모험적인 공간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기대감에 들떴고 셰어가 지향하는 공간을 또 한번 시도해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라고 여겼습니다. 20명의 참여자를 모집하자 셰어를 후원하는 마음과 접측 즉흥 워크숍에 대한 기대감을 가진 분들의 참여로 금새 마감이 되었어요.
당일 종달님의 진행과 송유경님의 기록, 타무라 료 님의 연주로 이루어졌었습니다. 참여자들은 각자 소개와 워크숍에 대한 기대감을 나누면서 시작했고, 소감을 나누며 마무리했습니다. 몸으로 느낀 접촉의 감각을 기억하면서, 참여자들이 언어로 나누어준 소감을 잘 기록하면서 앞으로 이루어질 셰어 활동에 반영해보려고 합니다.
다시 한 번 감사드리며, 현장 사진은 아래 링크를 통해 함께 보실 수 있습니다! 종달님과 휸, 혜민, 콩지님의 후기도 공유합니다.
👉기획/진행: 종달, 지영
👉기록: 송유경
👉연주: 타무라 료
📌사진 보기: https://photos.app.goo.gl/ZQARY7VAydzwqTTcA
🌈종달
이번 셰어에서 진행한 접촉 즉흥 워크숍의 이름을 <다른 사람, 다른 느낌, 다른 시간>으로 짓게 된 이유는 나의 몸이 다른 사람으로 인해 변화하고, 다른 사람의 몸이 나로 인해 변화하기 때문이다. 내가 누군가의 몸을 터치하는 순간 그 몸도 나를 터치한다. 접촉은 언제나 양방향을 갖고 있기에 서로 듣고 대화하는 것에 가깝다. 또한, 살 바깥에서 일어나는 외부적 맞닿음은 몸의 내부적 감각과 연결되어 안팎을 연결한다. 접촉을 통해 내가 다른 몸을 경험하며 동시에 나의 몸을 경험하게 된다. 무엇을 하는지에 따라 존재가 달라지듯이 접촉의 경험은 나를 변화시킨다.
접촉 즉흥에서의 몸과 몸이 만날 때 발생하는 두려움, 낯설음, 거부감, 긴장감, 불편함을 부정적인 것으로만 여기지 않는다. 다양한 느낌이 일어날 수 있다. 그리고 접촉에는 깊이와 밀도, 퀄리티, 입체성이 있다. 워크숍에서는 몸과 몸이 만나는 방식을 다양하게 접근함으로써 접촉의 여러 측면을 경험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누군가와 접촉하는 것이 쉽지는 않기에 외부와 관계 맺기 이전에 자기 자신과 관계 맺으며 몸의 공간을 열고자 하였다. 그러면서 서로의 경계를 탐색하며 손가락 접촉에서부터 몸 전체의 접촉으로 확장하는 흐름으로 진행하였다. 참여자들은 긴장과 즐거움 사이에서 각자 나름대로 적응하며 시간을 보냈다.
접촉 즉흥이 몸을 알아가고, 관계를 탐색하는 방법이기에 셰어의 활동과 접점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고유한 몸의 시간을 나누고 공유해준 타리, 나영, 혜원, 타무라료, 모든 참여자들에게 감사를 보내요!
🌈휸
스스로의 몸이 늘 어색하고 부끄러운 나는 남들이 보는 앞에서 의도를 가지고 몸을 움직여야 할 때면 갑자기 온갖 추궁이 머릿속을 때려 오며 움직이는 법을 까먹곤 한다. 접촉 즉흥 워크숍에 처음 발을 들였을 때만 해도 그랬다. 자유롭게 움직이며 공간을 느껴 보라는 말에 쭈뼛쭈뼛 어정쩡하게 걸으며 허공에 어색한 인사를 건넸다. 하지만 이윽고 누군가와 짝을 지어 눈을 감고 검지를 맞댄 채 그 맞댄 끝이 작은 빛이라 상상하며 빛의 움직임을 따라가기 시작한 순간, 어떤 일이 일어났다. 누가 먼저 움직이기 시작한 건지도 알 수 없이, 마치 정말 어떤 빛에 이끌리는 것처럼, 우리의 맞댄 손가락이 자연스레 허공을 흘러 다니기 시작한 것이다. 빛은 그곳에 없었지만 그곳에 있었다.
짝과 번갈아 리더 역할을 하며 움직일 때는 잠시 탱고를 배웠을 때 경험해 보았던 익숙한 감각을 느꼈다. 누군가는 분명히 이끌고 다른 누군가는 거기에 분명히 응하는 감각. 그런데 정말 신기한 일은 리더 역할이 사라질 때 일어났다. 둘 중 누구도 움직임을 이끌고 있는 것 같지 않은 순간에도 몸이 계속 움직였다. ‘나는, 우리는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 거지?’ 더이상 이해할 수 없게 되자, 그 때부터는 그냥 몸을 내맡겼다. 그렇게 그 날 저녁 나는 처음 보는 사람들과 몸을 맞댄 채 빛이 되었다가, 조각이 되었다가, 비가 되었다가 또 강이 되었다.
접촉 즉흥 워크숍을 신청하며 나는 내 몸을 더 잘 이해하고 싶다거나 더 명확한 의도로 상대에게 닿고 싶다는 바람을 가졌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막상 접촉을 통해 느껴 본 몸은 계속해서 불가해했고 움직임은 종종 무의미했다. 그리고 처음으로 그게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해할 수도 없고 의미도 없어 보이는 몸을 계속해서 움직이고 살아가는 일이.
🌈혜민
몇 년 전 페미니즘과 예술을 접목할 방법을 찾아다닐 때 무용계 원로 선생님께 들었던 조언 중에 접촉 즉흥이 있었다. 문제는 내가 몸치라서 도저히 배우러 도전할 엄두가 안 난다는 것. 그러던 중 셰어와의 협업이란 절호의 기회를 만났다.
초반부, 춤은 취한 상태가 아니면 할수록 오히려 위축되는 것이어서 나는 역시 정적인 인간이야 집에 가고 싶다 하던 찰나, 소도구와 함께 조금은 도전해 볼만한 게 시작되었다. 지시에 따라 파트너와 맞춰가다 보니 나도 모르게 생각을 멈추고 하나 둘 감각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손가락을 맞대고 움직임을 따라가던 그 순간 반딧불이를 처음 봤던 어린 시절의 기억이 돌아올 줄이야. 몽글몽글하고 포근한, 오랫동안 잊고 있던 기억이라 뭉클했다. 대도시에서 상대와 절대 부딪치지 않기 위해서만 매우 잽싸게 움직이던 사람이던 내가 타인과의 접촉이 불쾌하거나 불편하지 않다는 느낌, 타인에게 다음 행동을 맡긴다는 게 편하다는 느낌도 오랜만에 받았다.
🌈콩지
셰어와 몸활동을 함께 할 수 있어 영광이었습니다.
점과 선, 그리고 면으로 낯설게 접촉하며 몸 쓰는 방법을 다시 알게 된 느낌이었어요.
더불어 안전한 공간에서 몸활동을 하게되니 '어떤 몸(땀나는 몸, 두꺼운 몸, 얇은 몸, 털이 많은 몸 등)이 닿아도 불쾌하지 않'는 감정이 실로 오랜만이었습니다.
만남이 즐거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