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보고[조이풀 인터뷰] 22화 : “한 번 용기를 내어 셰어와 연결되고 나면 그 연결이 주는 힘이 되게 커요” 김해솔 조이님 인터뷰

2025-07-08

* 조이풀 인터뷰는 한 달에 한 번 셰어 활동가와 조이(후원회원)가 만나 대화를 나누는 시간입니다. 곳곳에서 멋진 삶을 짓고 있는 조이를 소개하며 우리의 연결고리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갑니다. 조이의 이야기를 통해 셰어의 활동은 확장되고, 조이의 일상과 셰어가 연결될수록 셰어의 활동은 풍요로워질 거예요. 조이라면 누구나 조이풀 인터뷰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셰어는 조이 여러분의 이야기를 기다립니다.


[조이풀 인터뷰] 22화

“한 번 용기를 내어 셰어와 연결되고 나면 그 연결이 주는 힘이 되게 커요” 

김해솔 조이님 인터뷰


이번 호 조이풀 인터뷰에서는 장편소설 『노간주나무』, 동화 『고양이가 되고 싶은 강아지』의 저자이자 임신중지 지원사업의 후원자인 김해솔 조이님을 만났습니다. 지난해 가을, 『노간주나무』로 제12회 교보문고 스토리대상 대상을 수상하며 상금 일부를 셰어의 임신중지 지원사업에 후원해 주셨는데요. 조이풀 인터뷰를 통해 작품 활동과 근황, 그리고 셰어와의 인연에 대해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한 번 용기를 내어 셰어와 연결되고 나니 그 연결이 주는 힘이 참 크더라"는 김해솔 조이님의 진솔한 이야기를 함께 읽어보세요!



셰어 해솔님 자기소개와 함께, 요즘 어떻게 지내고 계신지도 들려주세요.


김해솔 저는 다양한 매체를 통해 이야기를 만드는 김해솔입니다. 처음엔 영화나 드라마 쪽에서 시작했지만, 최근에는 소설과 동화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어요. 매체는 달라져도 주로 ‘이상한 사람들’, 특히 ‘이상한 여성들’에 관한 이야기를 쓰는 것 같아요. 어떤 이상한 여자라도 그 사람 편에 서서 이야기할 수 있다는 이상한 자신감이 있달까요. (웃음)

최근에는 1인 출판사 ‘해파리(@haepary_books)’를 만들어서 동화 『고양이가 되고 싶은 강아지』를 직접 출간했고, 일주일 뒤에는 작년에 수상한 소설 『노간주나무』도 출간되면서 ‘연쇄출판러’라는 별명까지 생겼어요. 서울국제도서전에는 제가 함께 활동하고 있는 플랫폼P 공동부스로 참가했는데, 정신없이 5일을 보내고 이제 조금 회복한 상태예요. 다들 도서전 후유증을 겪으시던데, 저는 처음으로 독자를 직접 만나며 받은 도파민 덕분인지 멀쩡하게(?) 버텼습니다.


셰어 원래는 영화와 드라마 쪽에서 활동하셨다고 들었어요. 어떤 계기로 소설과 동화를 쓰게 되셨는지 궁금해요.


김해솔 네, 원래는 시나리오 작가로 시작했어요. 하지만 제가 쓴 이야기들이 제작으로까지 이어지지는 못했죠. 영화나 드라마는 너무 많은 자본이 들어가는 시스템이라, 좋은 이야기만으로는 부족하더라구요. 제가 언젠가 해녀를 꿈꿨던 적이 있는데요. 내 몸 하나만 있으면 바다에 들어가 일을 할 수 있다는 게 부럽더라고요. 영화나 드라마 쪽은 원양어선 같달까. 큰 배가 필요하고, 많은 사람이 타야만 움직일 수 있는 구조죠. 그에 비해 출판은 ‘해녀’에 가깝다고 느껴졌어요. 그래서 처음엔 ‘내가 쓴 소설을 내가 내보자’는 마음으로 1인 출판사를 만들었는데, 운 좋게 공모전에서 상을 받게 되면서 소설은 다른 출판사에서 출간되었고, 저는 칼을 뽑은 김에(?) 예전에 써두었던 동화를 직접 제작하게 되었어요. 진짜 해녀가 된 셈이죠. 


셰어 직접 해녀가 되어 보니 어떠신가요?


김해솔 해녀가 돼보니… 생각보다 정말 힘들더라고요. (웃음) 원양어선일 땐 분업이 잘 돼 있어서 저는 글만 쓰면 됐는데, 1인 출판사 대표가 되고 나니 제가 기획, 편집, 마케팅, 유통, 홍보까지 1인 N역을 다 해야 하더라고요. 그래도 그 안에서 얻는 기쁨도 분명히 있어요. 무엇보다 모든 걸 제가 직접 결정하고, 제 손으로 만들어낸 결과를 눈앞에서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 좋습니다.

『재미난 일을 하면 어떻게든 굴러간다』의 미시마 쿠니히로가 한 말 중에 “자기가 페달을 밟는 만큼 앞으로 가는 것. 그거면 충분하죠. 아니, 그게 전부라고 생각해요.”라는 구절이 있는데, 지금 제 마음이 딱 그래요. 물론 그만큼 책임도 오롯이 제 몫이지만요. 그래도 해녀만 고집할 생각은 없어요. 여전히 드라마도 쓰고 있고, 바다를 즐기는 방식은 다양하니까요. 그때그때 재미있는 방식으로 계속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셰어 동화 『고양이가 되고 싶은 강아지』는 어떤 이야기인가요? 


김해솔 『고양이가 되고 싶은 강아지』는 제목 그대로, 강아지로 태어났지만 고양이가 되고 싶어하는 주인공의 이야기예요. 그런데 이번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이 책을 읽고 눈물을 흘리신 분이 무려 열 분이나 되셨어요. 처음엔 저도 너무 놀라고 당황해서 휴지를 챙기기에 바빴는데, 점점 궁금해져서 어떤 점이 마음을 건드렸는지 여쭤보게 됐어요.

“남들과 달라서 외롭다고 느끼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다.”

“강아지가 고양이가 되고 싶어하는 모습에 친구가 떠올라 눈물이 났다.”

“요즘 마음 아픈 아이들이 많은데, 이 책이 위로가 될 것 같다.”

“슬프기도 했지만, 동시에 참 따뜻했다.”

특히 어떤 분은 책을 소중히 꼭 안아주셨는데, 마치 저를 안아주는 것 같아 저도 몰래 울컥했어요. 제가 온 마음을 다해 쓴 이야기가 누군가의 마음 깊은 곳까지 닿았다는 걸 직접 눈으로 보니… 말로 다 표현 못할 만큼 벅차더라구요. 



셰어 너무 좋은 이야기네요! 여러분 꼭 읽어보세요🙂 소설 『노간주나무』 는 어떤 이야기인가요?


김해솔 『노간주나무』는 호러 미스터리 장르의 소설입니다. 아이를 혼자 키우는 싱글맘이 너무 지쳐서, 오랫동안 연락을 끊었던 친정엄마에게 도움을 청하고, 옛날 집에서 셋이 함께 살게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예요. 그림형제의 동화 ‘노간주나무’가 모티프인데, 그 동화도 엄마가 자식을 죽이려 하는 내용이거든요. 참고로 이 소설의 카피가 ‘나를 죽이려 했던 내 엄마가 내 아들을 죽이려 한다’입니다. 주인공은 친정엄마가 자기 아이를 해치려는 게 아닐까 의심하고, 반대로 친정엄마는 아이가 정상적이지 않다며 경고하죠. 주인공은 이 사이에서 누구의 말을 믿어야 할지 몰라 혼란에 빠져요. 

하지만 단순히 무섭기만 한 이야기는 아니에요. 어떤 분들은 ‘케빈에 대하여’, ‘소년의 시간’ 같은 작품이 떠올랐다고 하시더라고요. 아마도 이 이야기가 모성과 돌봄에 대한 질문을 품고 있어서 그런 것 같아요. 저는 이 작품을 호러 미스터리이면서 동시에 성장소설이라고 생각해요. 절망적인 상황을 그리지만, 결국 그 안에서 희망을 찾아보고 싶었거든요.


셰어 이야기를 들어보니 모성이나 여성의 성장, 욕망에 대한 주제에도 깊은 관심이 있으신 것 같아요. 원래 이런 주제에 주목해 오셨나요?


김해솔 앞에서도 제가 ‘이상한 여자’에 꽂힌다고 말씀드렸는데, (웃음) 모성이나 여성의 성장을 포함해 ‘여성의 욕망’ 자체가 저의 화두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제가 처음 등단했던 시나리오도 시한부 고등학생이 첫 경험을 하고 싶어서 최애를 납치하는 이야기거든요. 그 뒤로도 주로 여성이 사회가 금기시한 욕망을 추구하는 과정을 다룬 이야기를 많이 썼어요. 이를테면, 어떤 여자가 내집마련을 위해 불법적으로 집값을 떨어트린다든지, 범죄자를 제거하기 위해 완전범죄로 살인을 도모한다든지. 어쨌든 자기 자신이 뭘 원하는지 알아가는 과정 자체가 성장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리고 여성의 어떤 욕망은 자연스레 재생산, 돌봄, 모성 등으로도 연결되잖아요. 욕망뿐 아니라 그 욕망의 부산물과 흐름 자체에 관심이 많다고 할 수 있겠네요. 셰어를 처음 알게 된 것도 관련 자료를 찾다가 알게 되었거든요. 


셰어 자연스럽게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게 되는데요, 셰어와 셰어 활동을 만나게 된 이야기와 임신중지 지원 기금에 후원하신 계기가 궁금해요. 인터뷰와 자문을 통해 셰어를 처음 알게 되셨나요? 최예훈 선생님이 셰어를 알려주셨나요?


김해솔 약 5년 전 드라마 집필 중 취재차 최예훈 선생님을 인터뷰하면서 셰어를 알게 되었어요. 여기에 엄청난 자료가 많이 모여 있더라구요. 창작자들은 결국 자료에 약하거든요. 셰어 홈페이지에 특히 귀한 자료들이 많았는데, 병원 경험에 관한 차별적 경험을 다룬 자료집을 발견하고 당시 셰어에 가입을 하게 되었죠.

그렇게 몇 년이 흘렀고, 작년에 뉴스레터를 통해 임신중지 지원기금 마련 소식을 접하고는 바로 ‘이건 꼭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셰어를 응원하는 마음은 있었지만, 직접적인 실천은 잘 못하고 있다는 아쉬움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마침 스토리 공모전 수상으로 받은 상금 일부를 좋은 일에 쓸 수 있는 기회가 생겨서, 기쁜 마음으로 후원했습니다.

얼마 전 열린 간담회에서 후원금이 어떻게 쓰이는지도 듣게 되었는데, (‘임신중지 지원사업 간담회’는 셰어의 기획운영위원, 연구위원과 임신중지 지원 기금 후원자들과 함께 비공개 간담회로 진행하였습니다.) 그때 영화 <더 제인스>가 떠오르더라고요. 임신중지가 불법이던 시대, 여성들이 서로 돕기 위해 비밀리에 활동하던 실화 기반 영화인데, 지금 셰어가 하는 일이 딱 그 ‘제인’들의 모습 같았어요. 뿌듯했고, 이런 활동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셰어 셰어 활동 중 임신중지 외 특히 더 관심이 있거나 주목하는 이슈는 무엇인가요?


김해솔 저는 셰어가 성적권리와 재생산권리를 함께 다루는 점이 참 좋아요. ‘에브리바디 플레져북’이나 ‘섹스빙고’처럼, 좀 더 가볍고 즐겁게 접근할 수 있는 콘텐츠들도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어요. 인권운동이나 투쟁이 중심일 때의 무게감도 중요한데, 욕망을 긍정하는 분위기도 함께 있으면 균형이 맞는다고 생각해요.

요즘 한국에서 성적권리를 누리는 일이 쉽지 않잖아요. 특히 2030 여성들 입장에서 연애나 섹슈얼리티에 대해 자유롭게 말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는 것 같고요. 로맨스 드라마를 쓸 때도 욕망이 드러나는 장면에서 제작사들이 조심스러워하는 걸 체감해요. 누군가의 욕망이 항상 ‘문제’로 여겨지는 사회에서, 진짜 균형 있는 이야기를 쓰는 게 점점 더 어렵고 고민이 많아지는 요즘입니다.


셰어 그런 부분에서 셰어가 하는 이야기들이 만나면 좋겠네요! 조이 여러분들과 『노간주나무』 북토크를 해도 좋을 것 같아요. 


김해솔 저야 너무 좋죠!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자세히 말씀드릴 순 없지만, 『노간주나무』에도 ‘임신중지’와 관련된 서사가 있어요. 이 작품을 쓰게 된 가장 큰 동기이기도 하고요. 아마 소설을 끝까지 읽어보시면 제가 셰어에 후원하게 된 이유도 자연스럽게 이해되실 거예요. 궁금하시면 소설을 꼭 읽어주세요! 부디 북토크에서 조이 여러분들과 더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으면 좋겠어요.


셰어 북토크 이야기도 나오고, 성교육 워크숍 이야기도 나왔는데요, 해솔님이 셰어와 함께 해보고 싶은 활동이 있거나, 셰어가 다뤄보면 좋겠다고 생각한 활동이나 내용이 있다면 이야기 나눠주세요. 


김해솔 사실 저도 처음엔 셰어에 다가가기가 조금 낯설었어요. 하지만 이렇게 직접 연결되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정말 큰 힘을 받았거든요. 셰어분들이 워낙 바쁘시긴 하지만, 회원들과 더 자주 만날 수 있는 자리가 있으면 좋겠어요. 번개처럼 ‘누구든 오세요’ 하고 초대해주셔도 좋고, 비건 수다회, 영화 모임처럼 진입장벽이 낮은 소모임도 좋을 것 같아요. ‘탄핵 수다회’처럼 타이밍 좋은 모임들도 재밌었고요. 함께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아졌으면 합니다.


셰어 반가운 제안들 고맙습니다! 회원님들과 만나는 자리를 자주 기획해 볼게요. 마지막으로 셰어의 다른 조이(후원회원) 분들께 전하고 싶은 이야기 또는 아직 조이가 아닌 분들께 조이되기를 추천하는 한 마디를 해 주세요 🙂


김해솔 음… 일단 가입해보세요! (웃음) 혼자 응원하는 것도 좋지만, 셰어와 직접 연결되었을 때 받는 힘이 정말 커요. 회원이라고 해서 거창한 일을 하거나 부담스러운 역할을 해야 하는 건 절대 아니니까,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저도 약간의 용기가 필요했지만, 그 작은 연결이 저에게는 정말 큰 힘이 되었어요. 혼자였다면 그저 스쳐 지나갔을 생각들이, 셰어를 통해 이야기로 이어지고, 서로 에너지를 주고받게 되더라고요. 여러분도 함께해요!



0

셰어의 활동 소식과 성·재생산에 관한 뉴스를 받아보고 싶다면 지금 바로 셰어의 뉴스레터를 
신청해 보세요. 알찬 소식으로 가득찬 뉴스레터를 월 1회 보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