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보고🌈장애여성공감 <놀이터>와의 찾아가는 성교육 후기

9월의 마지막 날 장애여성공감의 <놀이터>팀이 셰어 사무실을 찾아왔습니다. 놀이터는 발달장애여성들의 섹슈얼리티에 대해서 이야기 나누고, 성적 즐거움을 찾아나가는 활동을 하는 팀인데요, 셰어와 만날 수밖에 없는 운명인 것 같아요! 

서로의 활동을 소개하고, 셰어의 사무실에 있는 섹스 토이와 월경컵, 콘돔과 젤을 꺼내보며 이야기를 나눴어요. 섹스토이는 자위를 할 때도 섹스를 할 때도 사용할 수 있고 활용에 따라서 삽입하는 사람과 삽입 받는 사람의 위치를 바꿀 수도 있다는 점도 이야기해 보았습니다! 

<놀이터>는 올해 여러차례 모임을 진행하면서 각자의 경험을 나누는 시간을 꽤 많이 보냈다고 해요. 그래서 셰어와 만난 오늘은 플레져미터를 이용해서, 각자의 경험을 숫자로 표현해보고, 플레져미터의 요소를 통해서 즐거움과 연결된 자기결정, 동의, 안전, 프라이버시, 자신감/자존감, 의사소통/협상에 대해서도 이해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먼저 각자가 느끼는 플레져(즐거움)을 떠올려보았어요. 낮잠, 데이트, 뽑기놀이, 발바닥 가려울때 시원하게 긁기, 음식, 만화보기 같은 것을 이야기했어요. 성적 즐거움에 대해서는 눈을 오래 맞추기, 손잡기, 백허그, 뽀뽀, 키스, 손으로 클리토리스 자극하기, 쓰다듬기를 각자 나열해보았고, 즐겁지 않은 행위- 강제로 하는 것, 차와 같은 야외에서 하는 것- 에 대해서도 함께 이야기해주기도 했어요. 

그 다음으로는 플레져미터에 들어있는 속성에 대해서 하나씩 이야기해 보았습니다. 에브리바디 플레져북에서는 자기결정, 동의, 안전, 프라이버시, 자신감/자존감, 의사소통/협상, 심신의 만족/즐거움에 대해서 평가하기 위해 예시 질문을 안내하고 있지만 누군가에게는 어려운 설명일 수 있기 때문에 셰어도 그동안 고민을 해왔습니다. 오늘 발달장애여성들과 함께 척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각각의 단어에 대해서 와닿는 설명과 예시들을 서로 해주었어요. 예를 들어 ‘동의’라는 말은 장애여성공감 총회할때 자주 썼던 말이라 그런 기억을 떠올려보는 식으로요!

요소들에 대해서 이야기하면서 자연스럽게 각각의 요소가 연결되어 있다는 것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콘돔을 끼우자는 제안을 거절당한 경험을 나누면서, 이 문제는 안전에도 영향을 미치고, 동의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떠올리기도 했구요. 콘돔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니까 콘돔을 안 쓰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질문을 이어가기도 하고, 상대가 불편하다는 이유로 쓰지 못했던 경험,콘돔 사는 비용을 자신에게만 전가했던기분 나쁜 기억을 전해주기도 했습니다. 

프라이버시를 이해하기 위한 이야기를 나눌 때에는 채팅에서 만난 사람을 차단했던 경험을 나눈 분도 있었고, 자신을 안 만나준다는 이유로 사진을 가족에게 뿌려버리겠다고 협박했던 사람을 떠올린 분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지금 만나는 사람에게는 타인에게 내 사진을 보내지 말라고 당부한다고 했습니다. 이런 경험을 나누면서 프라이버시 문제에 대해 함께 이해를 높일 수 있었습니다. 

또한 상대의 질문을 내가 오해해서 동문서답을 했는데 그걸 실수로 받아들이지 않고 자신을 탓하며  일방적으로 연락을 중단했던 애인, 아프다고 하는데도 무시하고 계속 성관계를 지속한 남자친구에 대한 경험이 의사소통의 실패와 연결되어 있다는 점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이 또한 동의, 안전 등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도 다시 확인했어요! 

척도를 이해한 후에는 미리 준비한 시나리오를 함께 보면서 상황을 파악해보았습니다. 시나리오 주인공이 처한 상황을 이해하고 그가 느낄 감정에 대해서 생각해보면서 척도에 점수를 매겨보았어요. 같은 상황에서도 다른 점수를 주는 서로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새롭게 배우기도 했고, 생각하지 못했던 다른 면을 이해할 수도 있었습니다. 함께 워크숍을 통해서 배워나간다는 점을 이 시간을 통해 다시 한 번 실감할 수 있었어요.

시나리오에서 주인공은 일터화장실에서 섹스를 하면서 스릴도 있었지만 콘돔을 버렸다가 소문이 날까 봐 두려워하는 상황이었어요. 화장실에서 섹스한 경험이 있는 참여자들은 당시에 느꼈던 감정들을 함께 나누기도 했어요. 한 참여자는 자신도 이전에 화장실에서 섹스할 때 말로는 동의했지만 진심으로 한 동의가 아니었다는 경험을 나눠주기도 했어요. 

동의했다고 해도 사생활 보호, 씻기 어려운 문제, 미끄러운 바닥, 불편한 자세 등의 문제를 지적해주는 참여자들도 있었어요. 그렇지만 호텔 화장실에서 하는 섹스라면 역시 해보고 싶다는 분의 이야기에 일부가 동의하기도 했답니다. 그리고 원하지 않는 시간와 장소에서 성관계를 강요했던 전 애인과의 경험으로 지금은 섹스할 때와 공간을 정해서 협상하는 참여자도 있었어요. 

시나리오에서처럼 발달장애여성이 ‘소문’에 긴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함께 나눴습니다. 일단 소문이 나면 주변 사람들이 사생활을 알게 되고 이들은 일상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생활에 제약이나 감시가 생길 수 있다고 했어요. 그래서 ‘혼나지 않기’ 위해, 들키지 않기 위해 민감해질 수밖에 없다고요. 발달장애여성은 일상적으로 이웃으로부터 시선이나 간섭을 많이 받기 때문에 사생활 보호가 어려운데, 집에 낯선 남성이 방문하는 것에 대해서도 이웃들이 괜한 관심을 가져서 불편하기도 하고, 애인이 주차금지된 곳에 자꾸 주차를 해서 차 빼라는 전화를 받고, 그로 인해서 또 사생활이 침해되는 경험도 있었어요. 

하지만 위험하다고 해도 즐거움에 대한 추구를 멈출 수 없는 법! 사생활을 지키기 위한 팁을 나눴어요. 검사에도 채팅을 이어가는 방법, 우리집에 애인이 와도 이웃에게 들키지 않고 주차하는 방법 등 장애여성의 사생활에 대해서 애인과 파트너, 이웃 모두가 소중하게 여기는 태도가 중요한데, 이건 장애여성이 성적주체로서 존중받는 과정과 떨어져 있지 않다는 것을 확인하게 됩니다. 

놀이터 참여자들은 오늘 워크숍에 대한 소감을 나누면서 셰어를 만나서 신기했고 반가웠다, 나에게 의사결정권이 없는 것 같다고 느껴진다, 지금 애인과 의사소통이 잘 안되는데 더 대화를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주변에 들키지 않게 채팅 사이트에 올려놓은 사진을 일단은 지워야겠다고 생각했다, 우리가 그동안 나눈 경험들을 점수로 매겨보니까 색달랐다, 나랑 다른 점수를 준 사람들의 생각이 재밌었다와 같은 이야기들을 나눠주셨습니다. 셰어도 발달장애여성들의 깊이있고 다양한 경험들을 통해서 배운 것이 많았고, 플레져미터 척도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넓히는 시간이라서 정말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워크숍은 셰어에게 언제나 자문회의의 역할을 해줍니다. 놀이터 여러분께 다시한번 감사의 인사를 전해요, 오늘 못다한 이야기, 또 변화된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는 시간을 고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