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보고[후기] 2025 국제 포괄적 성교육 온라인 포럼 "성적 즐거움을 증진하기"

2025-12-10

19e3f2319490d.png


셰어는 지난 11월 29일에 온라인으로 열린 2025 국제 포괄적 성교육 포럼을 공동주최하고 연사로 참여했습니다. 이 포럼은 대만 성평등교육협회가 주최하며 셰어는 지난 수년간 참여하면서 논의를 이어왔습니다. 


올해는 “성적 즐거움을 증진하기”라는 대주제 아래 대만, 한국, 캐나다, 스웨덴에서 참여하였고 중, 한, 영어로 동시통역이 진행되었습니다. 


치아링 양(국립 가오슝 사범대학교 젠더교육대학원 부교수/TGEEA 이사회 위원)은『Shall We Swim』과 『CSE 중학교 교사용 핸드북』을 통해 대만의 다양한 성교육이 진행되는 맥락에서 즐거움을 기반으로하는 성교육으로의 전환을 설명합니다. 이 자료는 바디이미지, 절친에게 사랑에 빠지는 슬픔, 자위에 대한 방법, 페니스에 대한 오해, 장애학생을 위한 지침, 온라인 세계에 대한 이해, 예상치 못한 임신과 성매개감염, 월경 등을 다룹니다. 대만은 2004년 성평등교육법이 만들어진 이후로 2019 국가 커리큘럼이 만들어졌고, 교육과정 안에서 성교육을 성평등과 인권의 가치로 한다는 점을 천명해오려고 하고 있습니다. 최근 몇년 간 백래쉬에 부딪히기도 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계속 밀고나가며 보다 포괄적으로 내용을 확장하고, 성적 즐거움이라는 실질적인 과제를 다루려고 하고 있다는 점을 공유했습니다. 


한스 올슨(RFSU, 스웨덴 성교육 협회 성교육 수석 고문)은 이 기관에서 14세 이상 청소년을 위한 성교육에 사용하기 위해 제작한 <섹스 온 더 맵>이라는 애니메이션을 소개했습니다. 청소년들의 질문을 바탕으로 긍정적이고 도움이 되는 기본 정보를 담은 영상을 제작하였는데 이 영상 제작과 활용을 소개했습니다. 또한 성교육에서 자위행위를 어떻게 다룰 것인지, 그리고 그 중요성에 대한 생각도 나누었습니다. 이 영상을 만들면서 성적 행위와 성 정체성을 통합적으로 다루고 성별 고정관념을 낮추고자 했으며 전형적이지 않은 성적 실천을 위계없이 다루고자 했다고 합니다. 또한 애니메이션이 가진 서사적인 요소를 통해서 동의에 대한 실질적인 상상과 토론을 이끌었다고 했습니다. 이 영화는 2011년 공영티비에서 방영되었고 스웨덴 전역의 학교 미디어 센터에 배포되었습니다. 영상보기 https://www.youtube.com/watch?v=EWVWxcMI4AI  

 

타리는 “성적 즐거움, 돌봄, 연대: 포괄적 성교육의 경계를 확장하기”라는 제목으로 포괄적 성교육(CSE)에서 성적 쾌락을 중심으로 삼는 것이 어떻게 성적 낙인에 저항하는 정치적 실천이 될 수 있는지를 제시했습니다. 쾌락, 돌봄, 그리고 연대의 실천이 소외된 사람들의 삶에서 어떻게 교차하는지, 그리고 이러한 교차점에서 발생하는 긴장과 도전이 어떻게 기존의 경계를 재고하게 만드는지에 주목했습니다. 피엘, BDSMer, 에이섹슈얼 정체성을 가진 이들의 경험에 주목하면서 돌봄과 연대의 방법과 지향을 성적 즐거움과 연결하기 위한 시도를 했습니다. 아래 스크립트를 첨부하니 참고 부탁드립니다. 


네번째 발표는 앨런 마르티노(캐나다 캘거리 대학교 부교수)의 “크립 욕망: 에로틱한 상상력의 확장”이라는 제목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장애인은 "성(sex)"의 정의와 누가 욕망하고 바람직한 존재로 여겨지는지에 대한 편협한 정의에 도전함으로써 성에 대한 우리의 집단적 이해를 확장한다고 주장합니다. 발표자는 크립 욕망이 어떻게 장애인 차별주의적이고 이성애 규범적인 가정을 무너뜨리는지 탐구하며, 쾌락에 대한 더욱 창의적이고, 유희적이며, 관계적인 이해를 이끌어내는지 주목합니다. 장애인의 관점에서 접근성, 상호의존성, 그리고 신체-정신적 다양성이 어떻게 성생활에 대한 급진적인 가능성을 열어주는가를 주목하자고 제안했습니다. 


이어서 타이페이시 포괄적 성교육 디자인 워크숍에 참여한 청년들의 사례발표도 있었습니다. 질의응답을 통해 참여자로부터 한국의 학교성교육 가이드라인 현황에 대한 질문을 받았고 질문자로부터 성적 낙인을 낮출 수 있는 방안에 대한 질문을 받았습니다. 한국은 2017년 금욕에 기반한 학교성교육표준안이 만들어지고 타서 큰 파동이 있었고, 많은 비판을 받았지만 공식적으로 폐기되지도, 대체안이 마련되지도 않은채 현재에 이르고 있습니다. 지자체별로 지방정부나 지방교육청에서 성교육과 관련된 지침을 마련하기도 하고, 청소년 성교육 기관에 대한 위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보다 보수적인 단체로 위탁을 바꾸는 사건이 벌어지기도 한다는 점을 공유했습니다. 성적 낙인을 낮추는 방식에 대해서는 누구도 빠짐없이 안전한 공간을 만들고, 성교육 상황 안에서만큼은 낙인때문에 자신의 경험이나 고민을 숨기지 않아도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낙인을 생산하고 유지하기를 바라는 차별과 혐오의 매커니즘을 당사자가 이해할 수 있도록 억압의 구조를 이해하는 것, 그에 기반해서 대항하고 대응하는 전략을 함께 고민하는 시공간이 성교육이 될 수 있도록 의식적으로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ce5e43ae929e0.png

dbeefeefbf1bc.jpeg

582c841b30fd8.jpg


성적 즐거움, 돌봄, 연대: 포괄적 성교육의 경계를 확장하기


나영정/타리(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SHARE 에브리바디 플레져랩팀장)


1.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

성적즐거움을 중심에 두고 포괄적 성교육에 대한 논의를 할 수 있어서 매우 기쁩니다. 이런 자리에서 경험과 고민을 나눌 수 있어서 깊은 연대감을 느낍니다. 

셰어는 2019년부터 성적즐거움과 성건강, 성적권리를 함께 논의하는 프레임워크를 통해서 포괄적 성교육 운동을 해나가고 있습니다. 우리는 공식적인 학교 성교육에서 배제되고 있는 소수자의 경험을 중심에 두고 성교육을 구성합니다. 그것이 모두를 위한 성교육을 구축하는 방향입니다. 우리는 소규모 워크숍 형태로 성교육을 진행하며, 각자가 가진 경험과 고민을 나눔으로써 서로에게 배움을 제공합니다. 

성적즐거움과 성건강, 성적권리를 함께 논의하기 위해서는 한 사람을 둘러싼 사회적 환경과 관계, 자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세 가지의 관계를 단순하지 않습니다. 성적 즐거움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성건강을 잃어버릴 수도 있고, 어떤 사람이 성건강이나 성적 즐거움을 추구하는 방식은 성적 권리로 인정받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때로는 모순적이고,  때로는 통합적인 세가지의 관계를 계속 고민해나가면서 차별과 낙인에 대해 계속 발견하고 그 누구도 뒤에 남겨두지 않는 포괄적 성교육을 계속 추진해나가야 할 것입니다. 

셰어는 원하는 사람들이 안전하고 행복한 방식으로 임신중지를 결정하고 실행할 수 있는 사회적 조건을 만들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습니다. 임신중지라는 사건을 어떻게 겪는가는 한 사람의 성적 즐거움과 성건강, 성적 권리가 어떤 수준에 있는가를 파악하는 중대한 바로미터입니다. 나이, 성별정체성, 성적지향, 혼인여부, 인종, 장애에 따라서 임신중지라는 사건은 엄청난 차이와 효과를 만들어냅니다. 이 임신중지 사건이 누군가의 삶을 고통스럽게 만들었다면 그 안에 성적즐거움을 추구하는 것에 대한 사회적 처벌, 성건강을 얻는데 필요한 자원의 불평등, 성적 권리에 대한 사회적 무시와 국가의 책임 방기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고통은 사람마다 동일하지 않으며, 여전히 은폐되어 있고, 개인의 책임으로 남겨져있습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행복한 임신중지는 이러한 고통을 의료인과 주변인, 가족과 친구들에게 공감받고, 고통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지원과 지지가 이루어지며, 임신중지라는 사건을 스스로 잘 소화할 수 있도록 역량을 기를 수 있는 상황을 말합니다. 그간 임신중지 영역은 성적 즐거움과 함께 논의되지 못한채 건강의 프레임으로만 제한적으로 다루어져왔습니다. 하지만 한 사람의 경험 속에서 연속적으로 일어나는 사건을 의도적으로 구분하고, 정책프레임에 따라 분리시키는 것은 행정편의주의일 뿐만 아니라 그러한 제도적 틀에 맞지 않는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과 소수자들을 차별하는 결과를 낳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레즈비언은 성적 즐거움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원치 않는 임신을 할 수 있습니다. 어떤 미등록이주민이자 HIV감염인도 임신을 할 수있으며 임신중지와 출산 사이에서 고심할 수 있습니다. 성적 즐거움 프레임워크는 이들의 삶에 어떤 질문과 응답을 줄 수 있습니까? 성적 즐거움은 행복한 임신중지를 위해서 어떤 기여를 할 수 있습니까? 


2. 성적 즐거움을 위해 권력에 도전하기

셰어는 성적 즐거움, 특히 소수자들이 성적 즐거움을 얻기 위해서는 소수자들을 억압하는 권력구조에 대한 도전과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합니다. 

한국 정부는 성 도덕을 규제하기 위해 상업적 성매매를 금지하고(형법 242조), 소위 음란물의 제작 및 배포를 금지하고(형법 243조 및 244조), 공공장소 음란물을 감시합니다(형법 245조). 이러한 법과 규범은 순결과 모성이라는 이념이 성차별적 폭력을 조장하고 심화시키는 구조를 효과적으로 확립했습니다. 이는 피해자의 권리가 아닌 부계 혈통과 성별 규범을 위해 강간과 추행을 금지하고 처벌해 온 오랜 역사와 관련이 있습니다. 군형법의 추행죄(군형법 제92조(6))는 동성 간 성행위를 처벌하는 조항으로 기능합니다. 에이즈 예방법의 전파매개행위금지조항은 HIV 예방을 공중보건 문제로 간주하지 않고 질병에 감염되고 확산시켰다고 간주되는 문란한 사람들에 대한 성적 통제를 정당화합니다.(에이즈 예방법 제19조 및 제25조). 장애인, 부랑인 노숙인, 미혼모, 성노동자에 대한 투옥과 감금 또한 성적 권리 박탈의 주요 장치였습니다. 취약 계층은 역사 전반에 걸쳐 국가 처벌과 인권 침해라는 형태로 자행된 이러한 억압의 모든 기억을 몸속에 쌓아 왔습니다. 이러한 억압의 역사와 도구를 이해함으로써 사람들은 자신이 겪는 부당한 대우의 구조적 근원과 이유를 인식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고통의 원인을 알게 되면, 사람들은 자신의 실패와 고통에 대해 자책하지 않고 무엇을 해야 하고 누구와 협력해야 할지 알 수 있습니다.

국가의 필요에 따라 성풍속(성도덕)을 단속하고 성풍속에 위반된다고 간주되는 이들에 대한 사회적인 낙인과 차별을 조장해왔던 것은 소수자들이 성적 즐거움을 누리는데 있어서 핵심적인 억압장치가 되어왔습니다. 이러한 국가 기조에 대한 도전과 변화 없이 공식적인 성교육에서 소수자의 경험과 욕망을 동등하게 다루는 것은 어려울 것입니다. 따라서 포괄적 성교육 운동이 성적 즐거움을 추구하는 방향을 세운다는 것은 즐거움을 정치적인 이슈로 만들고, 성풍속 통제가 여러가지 사회적 권리에 미친 영향을 파악하고 통합적인 변화의 방향을 만들어내겠다는 선언입니다. 

빈곤과 성적 즐거움에 대해서 잠시 언급해보겠습니다. 빈곤은 자본주의 체제가 스스로를 유지하기 위해서 의도적으로 만들어내는 사회적인 결과입니다. 이 빈곤은 소득 뿐만 아니라 장애, 혼인여부, 가족형태,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 성별, 인종, 체류 자격에 따라 사람들이 복잡하게 분할되면서 더욱 심각해집니다. 이들이 하는 노동은 비가시화되고 임금으로 잘 환산되지 않습니다. 이들은 성적 즐거움을 누리는데 있어서 훨씬 더 많은 장벽을 마주하고, 성적 즐거움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겪을 수 있는 위험과 손해에 대처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지기 어렵습니다. 생존을 위한 에너지를 많이 써야 하기 때문에 열악한 주거환경, 위험한 노동환경, 쉴 수 있는 시간의 부족, 존중받는 관계의 부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칩니다. 빈곤과 성적즐거움의 관계를 생각하는 것이 필요한 이유는 소수자들이 빈곤에 처하는 복잡한 현실에 주목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성소수자, 장애인, 이주민이 성적 즐거움에 접근하지 못하는 이유는 원인이 이들의 정체성에 기인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 또한 교차적이고 복합적인 문제파악과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3. 즐거움과 돌봄, 연대를 연결하기

성적즐거움은 생물학적인 매커니즘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즐거움을 얻기 어려운 사람들이 어떤 상황에 처해있는지 살펴보고, 삶에 필요한 돌봄과 연대와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함께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제가 아는 성진이라는 피엘분이 있습니다. 그는 피엘로 20년 이상 살아왔고 그의 파트너는 10년 이상 피엘로 살아왔으며 그들은 젊은 시절부터 서로의 파트너로 함께 했습니다. 하지만 성진은 감염된 초기에 충분히 치료를 받지 못했고, 열악한 주거 환경과 소득으로 인해서 여러가지 만성질환을 가지고 아픈 몸으로 살아왔습니다. 게다가 파트너는 거동이 불편한 상태이기 때문에 파트너를 간병하면서 풀타임으로 돌봄활동을 합니다. 하지만 성진과 파트너의 관계는 제도적 가족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돌보는 관계로도 인정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공무원과 이웃들은 왜 가족이 돌보지 않는지, 왜 요양병원에 들어가지 않는지 이해할 수 없어 합니다. 이들은 젊은 시절 종로 게이업소 밀집 지역에서 유명한 커플이었다고 했습니다. 피엘이 되고, 몸이 아픈 이후로 두 사람은 거의 게이 커뮤니티에 나가지 않았고 소속감을 가지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현재 성진에게 성적 즐거움은 어떤 자리를 차지할까요? 성적인 문란함의 결과로 에이즈라는 질병을 얻었다는 사회적 낙인이 여전히 강고한 사회에서 피엘의 성적 즐거움을 논의하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더구나 빈곤하고 아픈 몸으로 살아가는 피엘에게는 훨씬더 사치스러운 일이 되고 있습니다. 성진이 하고 있는 풀타임 파트너 돌봄이 사회적으로 전혀 인정되거나 소득으로 연결되지 않기때문에 이 노동은 은폐됩니까. 피엘이 사회적으로 자신을 드러내기 어렵기때문에 피엘을 돌보는 사람의 존재와 노동 또한 비가시화 됩니다. 하루하루 생존이 급급한 상황에서 성적인 즐거움에 대해서 생각하고, 기대하고, 추구하는 것은 성진 스스로도 욕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사회적으로도 아프고 나이든 피엘이 성적 즐거움을 권리로 주장하는 것에 대해 쉽게 수용하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이런 상황을 그냥 받아들인다면 성적 즐거움이라는 것은 누구의 것입니까. 성진에게 알맞는, 성진이 욕망하는, 성진의 몸과 마음이 반응하는 성적인 즐거움이 무엇이고 어떻게 추구될 수 있는지, 그것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어떻게 마련할 수 있는지, 추구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또다른 부담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논의하고 사회적인 의제로 만들어나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것이 성적 즐거움을 중심에 둔 포괄적 성교육 운동의 구체적인 얼굴로 그려집니다. 

한편 셰어는 2019년 창립 후 성교육 워크숍을 해오면서 우리가 개발한 교재와 교구에 BDSMer와 에이섹슈얼의 경험이 좀더 가시화되어야 한다는 점을 인식했습니다. 많은 참여자들이 BDSMer로 자신을 정체화하거나 경험을 하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아가는 중이었고 또다른 많은 이들이 자신을 에이섹슈얼 스펙트럼으로 정체화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기존의 성교육에서 자신의 경험과 고민을 나눌 수 없었고 자원이 부족할 수록 정보을 얻기도 어려웠으며, 더 강한 낙인을 마주하고, 이러한 정체성을 빌미로 또다른 차별과 폭력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았습니다. 이들은 여성공동체, 성소수자 공동체안에서도 차별과 낙인을 경험합니다. 

따라서 셰어는 성교육의 차원에서 두 그룹의 경험을 충분히 포함하는 플레져미터 보완 작업, 그리고 자위의 경험을 중심에 둔 프로그램을 개발해 이들이 중심이 된 워크숍을 진행해보려고 합니다. 또한 이러한 작업을 하는 것은 단지 누락된 정체성이나 집단의 경험을 성교육 과정에 포함하는 것에 그치지 않습니다. 이들의 경험은 소외된 소수자들이 하듯이, 중요한 질문과 통찰을 담고 있습니다. 

BDSM 플레이를 통해서 이루어지는 각자의 욕망과 쾌락에 대한 탐색, 그것을 얻기 위해 파트너와 합의와 준비에 이르는 과정, 플레이 과정에서 안전과 건강을 지키면서 플레이를 하는 창조적인 방식들, 플레이 이후에 그것을 평가하고 회복하며 후속을 기약하는 방식을 통해서 즐거움과 돌봄, 연대에 대한 통찰을 얻을 수 있습니다. 고통을 피하는 것이 건강이라고 전제되어 있지만 BDSM 플레이에서는 특정한 방식으로 고통을 느끼고 그것이 즐거움이자 정신적인 건강이라고 정의됩니다. 이것을 특별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의 특성으로만 여기고 선을 긋는 것을 넘어서 고통과 즐거움의 복잡한 관계를 생각해보고, 플레이 이후에 그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 가에 대해 알아보고 차용해올 것이 있다고 생각한다. 파트너를 찾고 관계맺는 다양한 방식, 관계에 이름을 붙이고 유지하고 해소하는 일반적이지 않은 방식, 관계안에서 수동성을 취하기로 결정한 사람이 성적자기결정권을 행사하고 동의를 확인하는 방식, 동시에 능동적으로 자신의 쾌락의 최대치를 가늠해보려는 시도들이 있습니다. 이 과정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참여하는 사람들은 관계에 대해 사랑이 아니라 다른 의미를 생산합니다. 

이러한 과정에 주목함으로써 우리가 예방중심의 성교육을 넘어서 도전과 모험, 위험을 감수하는 시도, 리스크에 대처하는 역량을 기르고 힘리덕션을 적용하는 방식에 대한 구체적인 실천 전략을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누군가는 그렇게 하고 있지만 더 드러내고 이야기해봅시다. 그것이 BDSMer에게도,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섹스와 플레이, 두가지가 똑같다고 단정짓는 것이 아니라 섹스와 플레이에 대한 신화를 벗겨내고 상식으로 만들기 위해서 서로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섹스와 플레이에 대한 신화를 벗겨내면 매혹이 줄어들 수는 있겠지만 불평등과 부정의가 존재하는 사회에서 신화는 대개 약자와 취약한 이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많습니다. 섹스와 플레이에 대한 민주화, 그리고 가져올 변화가 보다 더 많은 사람들의 성적 즐거움으로, 자유와 평등의 방향으로 나아가보는 것입니다. 

당연하게도 BDSM 플레이 안에는 여타의 성적 행위가 벌어지는 다양한 상황과 마찬가지로 실패와 위험, 폭력과 착취의 순간과 의도한 잘못과 의도하지 않은 잘못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누군가는 BDSM에 대한 이야기를 공론화할때 더욱 폭력과 착취를 행하는 이들에게 무기를 쥐어줄거라고 우려합니다. 하지만 부정의와 폭력의 원인을 BDSM 플레이 문화와 거기에 참여하는 사람들에게 돌리는 순간 희생양이 만들어질 뿐 문제는 해결되지 않습니다. 언제나 문제는 무엇을 문제로 정의하고, 누가 그것을 정의하고, 누구의 힘으로 문제를 해결해나갈 것인가에 달려있지요. 여기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더 듣고, 차별받는 사람들이 힘을 갖고 주체가 되도록 힘쓰고, 인간다움을 확장하고 재구성해나갑시다. 

에이섹슈얼 사람들의 경험을 통해서는 섹스와 플레이의 의미를 더욱 복잡하게 생각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성욕이, 혹은 로맨틱한 감정이 희미하거나 없는 사람들이 하는 섹스와 플레이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어떤 이들은 호르몬이 신체에 작용하는 것을 느끼며 이를 조절하기 위해서 자위를 하기도 하고, 스트레스 해소나 불면증 해소를 위한 요법으로 시행하기도 합니다. 어떤 이들은 성적 욕망이 없지만 상대방과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의미없지만 동시에 의미있는 섹스에 참여합니다. 어떤 이들은 성적 욕망이 없지만 권력관계 플레이를 통한 만족감을 위해서 비디에셈 플레이를 합니다. 어떤 이들은 로맨틱한 감정이 없지만 성욕은 느끼기에 연인이 아닌 상대와만 섹스 혹은 플레이를 합니다. 어떤 이들은 성욕이 없지만 로맨틱한 감정은 느끼기에 연인을 돌보는 마음으로 섹스 혹은 플레이를 합니다. 

그리고 에이섹슈얼의 경험을 통해서 발견한 중요한 지점은 에이섹슈얼의 경험이 자위에 대한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경험과 동기, 진행 방식과 연결되는 지점이 많다는 것입니다. 이 연결성이 우리의 인식을 어떻게 확장해주는지 더 알아가볼 필요가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돌봄과 연대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보겠습니다. 로맨틱한 감정이나 연인 관계에 대한 기대가 없이도 나와 상대방의 신체적, 정신적 즐거움을 위해서 혹은 외로움을 해소하거나 전반적인 삶의 만족감을 위해서 섹스나 플레이에 임하는 것을 돌봄으로도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소요되는 비용을 적절하게 지불하거나 분담하고, 섹스와 플레이 이후에 도래하는 부담을 해소하기 위해서 함께 노력하고,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했을때 책임감있게 해결하려고 시도하는 것 또한 연대적 행위라고도 이름 붙일 수 있습니다. 의식적으로 그렇게 실천해보면 어떨까요. 우리는 가족이나 연인이 아닌 상대방을 돌볼 수 있고, 그것의 이유는 상대방의 존엄성을 인정하고, 내가 그 존엄성을 유지하는데 일부 연루되어 있으며, 그것이 훼손되지 않도록 노력할 수 있습니다. 존엄성 안에 성적 즐거움이 포함되어 있기에 이것을 추구하는 과정에서도 또한 돌봄과 연대가 필요합니다. 서로 멀리 떨어져있는 것으로 여겨지는 성적 즐거움과 돌봄, 연대에 대해서 앞으로도 더 고민하고 이야기해나고 싶습니다. 이것이 특정한 성적 실천에 대한 신화를 벗겨내고, 즐거움을 얻을 수 있는 과정을 민주화하는 것과도 연결된다고 생각합니다. 

성적 주체로 여겨지지 않는 장애인과 노인, 위험하다고 여겨지는 이주민들은 지금 여기에서 더 나은 미래를 꿈꾸기 어려운 집단입니다. 우리는 이것이 재생산 부정의와 관련되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누가 살만한 삶을 살도록 기대받는가, 사회적인 지지와 지원은 어떤 가치를 향해있고 누구를 억압하는가를 질문해야 합니다. 

가족이라고, 결혼을 기대받는 연인이라고 인정되지 않는 관계에서 벌어지는 돌봄이 비가시화되고, 생산성과 정상성을 지향하는 관계가 아닐 경우 그것을 시민적 연대라고 보지 않는 사회에서 돌봄과 연대가 정치적인 문제가 됩니다. 미래를 기대받지 못하는 이들이 성적 즐거움을 추구하는 방식이 돌봄과 연대로 해석되고 착취와 폭력으로부터 멀어질 수 있도록 힘을 가지는 것이 성적 즐거움을 포용하는 포괄적 성교육 운동의 목표가 되었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0

셰어의 활동 소식과 성·재생산에 관한 뉴스를 받아보고 싶다면 지금 바로 셰어의 뉴스레터를 
신청해 보세요. 알찬 소식으로 가득찬 뉴스레터를 월 1회 보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