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조이풀 인터뷰는 한 달에 한 번 셰어 활동가와 조이(후원회원)가 만나 대화를 나누는 시간입니다. 곳곳에서 멋진 삶을 짓고 있는 조이를 소개하며 우리의 연결고리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갑니다. 조이의 이야기를 통해 셰어의 활동은 확장되고, 조이의 일상과 셰어가 연결될수록 셰어의 활동은 풍요로워질 거예요. 조이라면 누구나 조이풀 인터뷰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셰어는 조이 여러분의 이야기를 기다립니다.
[조이풀 인터뷰] 24화
셰어의 새로운 참여위원 정유미 조이님을 소개합니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이번 호 조이풀 인터뷰에서는 셰어의 새로운 참여위원이 되신 정유미 조이님을 소개합니다. 👏👏 👏 정유미 조이님은 셰어 활동의 첫 해인 2020년부터 셰어의 조이로 함께했고 이후 셰어의 포괄적 성교육 워크북 <에브리바디 플레져북>과 <섹스빙고> 디자인 작업에 참여했습니다. 셰어가 서울혁신파크 내에 있던 서울시성평등활동지원센터의 공유 공간을 사무실로 이용하고 있을 때, 유미님은 같은 혁신파크 내의 청년청에서 월경컵 팝업 스토어를 운영하며 월경컵 사용법을 알리는 다양한 자료를 만들고 워크샵을 진행하면서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기도 했지요. 이 시기에 곳곳에서 만난 유미님의 작업이 셰어가 유미님에게 <에브리바디 플레져북>의 작업을 제안드리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셰어는 산부인과 전문의 분들이 참여한 '셰어의 친구들' 사업을 계기로 해서 셰어의 활동 중 관련 영역에 전문성을 가지고 참여하며 네트워크를 넓혀 나가는 분들을 '참여위원'으로 모시고 있는데요. 유미님은 <에브리바디 플레져북> 작업 이후 계속해서 셰어와 만나며 이제 셰어와 함께 성·재생산 건강과 권리에 관한 정보 컨텐츠를 만드는 '그리셰어' 활동을 하고 있고, 포괄적 임신중지 상담 지원 활동가, 상담사 양성과정 2기에도 참여하셔서 이번 기회에 참여위원으로 모시게 되었습니다.
디자이너이자 활동가로서, 다양한 시민사회의 활동과 연결되어 고민과 실천을 이어나가고 있는 유미님의 이야기! 같이 재밌게 읽어주세요!

셰어 안녕하세요, 정유미 조이님이자 셰어의 참여위원님! 먼저 자기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어떤 일과 활동을 하고 계신지, 올해 연말은 어떻게 보내고 계신지요?
유미 저는 경상북도 포항 출신이고, 바다에서 5분 거리에 살았어요. 지금은 여름이라는 고양이랑 고양에 살고 있습니다. 직업은 디자이너이고, 동료와 함께 스투키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어요. 스튜디오 운영 초기에 자체 프로젝트로 월경이랑 월경용품에 관해 정보를 만들고 나누는 활동을 4년 정도 했어요. 처음에는 스튜디오 시작하고 일이 없을 때라 활동에 충분한 시간을 쏟을 수 있었어요. 월경컵 입문 안내서도 내고, 월경컵 찾는 웹사이트도 만들고, 그러다 보니 지원 받은 월경컵들도 많아져서 전시하면서 만져볼 수 있게 하고, 착용법도 알려드리고, 피팅도 해볼 수 있는 공간을 운영했어요. 코로나 이후에는 공간 운영을 마무리하고, 디자인 스튜디오에 집중을 했고요. 디자인 스튜디오에서는 웹사이트 제작과 그래픽 디자인을 하고 있습니다. 올해 연말에는 최근에 시작한 뜨개를 조금 더 해보려고 하고, 제주도에 가서 쉬고 올 예정이에요.
셰어 유미님이 했던 월경컵 팝업스토어에 대해 더 설명해주세요!
유미 처음에 부모님이 쓰는 창고에서 스튜디오를 시작했었는데, 부모님이 다른 지역으로 이사하게 되시면서 독립을 해야 했어요. 그래서 공간 지원을 찾아보다가 혁신파크 청년청을 알게 되어 지원하게 되었어요. 가지고 있는 월경컵들도 있었고, 무엇보다 상담 활동을 해보고 싶었어요. 월경컵 팝업스토어에 구경 오시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았고, 상담을 원하는 분들도 많았어요. 처음에는 디자인도 하고 싶고 활동가가 본업은 아니라고 생각해서 겸업처럼 하고 있었는데요. 공간을 운영하다 보니 사람들이 찾아와서 한 사람당 세 시간, 네 시간씩 상담을 하게 되더라고요.사람들도 월경 이야기를 나눈 경험이 거의 없다 보니, 처음에는 주춤거리다가도 곧 신나게 이야기를 하게 되는 것 같았어요. 상담료를 따로 받지는 않았고, 책이나 월경컵 판매 수익 정도만 있었어요. 스토어 오픈 시간에는 월경 상담을 하고, 영업 시간이 끝난 후에 디자인 작업을 하다 보니 건강이 많이 안 좋아졌어요. 신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버티기 힘들었던 것 같아요.
셰어 상담할 때 사람들이 어떤 걸 가장 궁금해 하셨나요?
유미 월경컵 고르는 법, 사용법, 안전성 등등 정말 많은 걸 궁금해하셨어요. 월경뿐만 아니고 성기 관련 궁금증을 물어보시는 분들도 계셨고요. 대부분 외음부나 질이 어떤 구조로 되어 있는지 구체적으로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서, 구조를 이해하고 직접 월경컵을 넣어볼 수 있도록 실리콘 재질의 교구를 만들기도 했어요. 모형으로 직접 실습해보고, 월경컵을 직접 해보고 싶은 분들은 스토어에 마련된 피팅룸에 가셔서 문을 닫은 후, 음성으로 대화를 나누며 어려움이 생기는 지점을 안내해 드리기도 했어요. 청각장애인이나 시각장애인 손님도 오신 적이 있었는데, 그 때 피팅룸에서 음성으로 안내하는 방식이나 교구·시각자료를 통한 실습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알게 되기도 했어요. 아무튼 이렇게 이야기를 나누고 안내해드리며 월경컵에 무사히 입문하는 분들이 늘어나면서 보람을 많이 느꼈어요. 고맙다는 인사도 많이 받았고, 활동에 대한 응원도 많이 받았고요. 상담하고 교육하는 활동이 좋고 필요하다는 건 알겠는데, 이걸 사업화하거나 비영리단체로 활동하는 방식은 저와 잘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디자인을 하는 걸 좋아했기 때문에 디자인을 직업으로 계속 유지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비영리단체로 활동하는 구조가 아니다 보니 지원사업을 받기도 어려웠고, 두 가지를 병행하는 것도 쉽지 않더라고요.
셰어 셰어도 초기에 혁신파크에 사무실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월경컵 포스터도 보고 그랬어요! 그러면서 셰어도 유미님을 알게 된 것 같아요. 포스터 느낌이 너무 좋았었고, 에브리바디 플레져북 작업을 준비하다가 더 알게 되었죠. 그때 셰어와 처음 만나게 되었던가요? 셰어와 셰어 활동을 만나게 된 계기와 셰어의 정기후원회원 조이님이 되신 이야기도 함께 나눠주세요!
유미 찾아보니 2020년 11월에 정기후원회원이 되었더라고요. 월경컵 팝업스토어 운영하면서 최예훈 선생님에게 자문을 받았었어요. 최예훈 선생님 통해서 셰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돈이 없어서 후원은 못 하다가 디자인 스튜디오가 자리를 잡고 난 후에 여윳돈이 좀 생겨서 후원하게 되었어요(웃음). 그리고 에브리바디 플레져북 작업을 소개받아서 하게 되었죠.
셰어 셰어와 함께한 에브리바디 플레져북 작업은 어떠셨나요?
유미 관심있는 분야에서 활동하는, 좋아하는 단체니까 같이 작업하는 게 너무 기뻤어요. 그때 기획 단계부터 초대해 주신 걸로 기억하고, 굿즈도 뭐 만들지 같이 신나게 얘기했어요. 회의 후에 원고 작성해주신 것을 받고 나서는 내용이 너무나도 옹골찬데 몇 단계 더 정리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나요. 디자인에 들어가기 전에 기획이나 편집 작업에 해당하는 영역이 아직 정리되지 않은 부분이 있다고 느꼈거든요. 활동가의 언어를 일반 대중의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게 번역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셰어 셰어도 그때는 활동가의 언어를 디자이너가 번역하는 과정이 있다는 걸 예상하지 못했어요.
유미 그땐 에브리바디 플레져북이 ‘누구를 대상으로 하는 책인지’가 명확하게 세팅되어 있지 않다고 느꼈어요. 어느 부분에서는 되게 전문적인데, 또 어느 부분에서는 초심자 대상인 것 같아서 저는 그걸 정리하고 싶다고 느꼈던 것 같아요. 같이 작업한 것 자체가 너무 좋았지만 당시에는 그런 정리 작업에 좀 더 시간을 투입하다보니, 마무리하고 보니 이미지나 디자인적으로 좀 더 잘 해내지 못해서 아쉬웠어요. 셰어와 함께한 작업은 제가 하고 싶은 영역이었기도 하고, 중요한 일이고 같이 좋은 걸 만들어보자는 목적이 공유된 상태였기 때문에, 저도 제가 맡은 것 이외의 부분에서도 더 관여하고 싶고, 욕심을 부려서 작업하고 싶은 것 같아요.
셰어 월경컵, 성교육, 성적 정보에 대한 상담과 관심을 많이 가지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유미 월경을 중학교 2학년 때 시작했거든요. 되게 늦은 편이었어요. 같이 월경을 안 하던 친구들이 하나둘씩 월경을 시작하자, 생리가 어떻게 나와? 어떤 느낌이야? 물어보기도 했는데 친구들이 당황해했던 기억이 나요. 그리고 가족내에서도 학교에서도 배변 닦는 방향이라든지, 외음부를 어떻게 관리해야 되는지 등 기본적인 위생 관리에 대한 교육을 잘 못 받고 자라서 그것에 대한 갈구가 컸던 것 같아요. 성인이 되고 면생리대를 알게 되었는데, 어떤 기대가 있어서라기보다는 돈이 없어서 만들어서 처음 써봤거든요. 그런데 외음부에 밑 빠지는 느낌도 없고, 간지러움도 없어진 거예요! 그때 너무 큰 충격을 받았어요. 면생리대를 사용하면 아프지도 않고 밑 빠진 느낌 없이 살 수 있었는데 내가 10년 동안 그걸 몰랐다니. 월경컵을 쓰면서는 더 충격을 받았고요. 그래서 상담을 하면서도 특히 청소년 상담을 할 때 제가 어릴 적 느꼈던 아쉬움이 조금 달래지는 것 같아서 더 긍지를 느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셰어 그러면 디자이너로서 계속해서 성교육과 관련된 부분을 작업으로 연결해 나가고 싶으신 거죠?
유미 네. 그림을 그리고 디자인을 전공하면서 저는 정보를 쉽게 전달하기 위해 어떤 걸 배우고, 정보를 정리하고 그림을 그리고 하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됐어요. 특히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정보를 배우고 디자인할 때 정말 재밌다는 생각을 하고요. 월경 관련 활동을 할 때도 내가 궁금했던 것을 알아가며 잘 전달하려고 디자인하는 것이 너무나 즐겁고 보람이 컸어요. 그때 활동하며 알게된 사람들도 좋은 사람들이 많았고요. 활동을 접고 디자인 스튜디오 일에 집중하면서, 돈은 벌어다주지만 의미나 재미가 없다고 느끼게 되는 프로젝트도 하게 되는데요. 돈을 벌고 생활을 이어나갈 수 있음에 감사하지만, 계속 마음 한켠에는 ‘인생도 짧은데 의미와 재미있는 일을 더 하고 싶다’는 생각도 드는 것 같아요.예전처럼 성교육 관련 활동을 계속 이어가고 싶긴 하지만, 예전에 힘들었던 번아웃의 기억이 있어서 쉽게 다시 시작하지 못하는 상태예요. 그때의 경험을 통해서 내가 어떤 것을 어려워하는지, 어떤 걸 잘 버티는지, 어떤 부분에서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한지 등에 대해 좀 더 알게 되었어서, 다시 자체적으로 비영리 활동 영역의 작업을 꾸린다면 이전과는 다른 형태로 시도해보고 싶어요. 자체 활동은 아니지만, 예전 활동을 통해 연결된 분들이 계셔서 성교육 관련한 외주 작업들도 종종 하기도 하고 비영리단체에서 일을 주는 경우도 많았어요. 처음 알게된 분야의 일도 만들고 나서 잘 써주시면 보람 있어요. 반면 좋은 취지로 열심히 만들었지만 결과적으로 잘 쓰이지 않는 콘텐츠를 만들고 나면 마음이 좀 힘든 것 같아요.
셰어 그런 서로의 필요와 욕구를 잘 맞추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단체는 디자이너를 만날 때 기능적으로 생각하기 쉽거든요. 우리가 원하는 상과 내용이 있고, 그걸 디자이너가 잘 구현해 주면 좋겠다. 하지만 이 부분에서 어려움을 겪기도 해요. 그리고 디자이너와 어떻게 소통해야 할지도 잘 모르겠고. 그렇다고 해서 디자이너가 지향하는 바와 우리가 지향하는 바를 맞춰갈 수 있다는 것도 생각하지 못하는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비용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하게 되는 거예요. 지향을 공유하고 같이 만들어가는 동료의 관계보다는 필요한 업무를 부탁드린다고 생각하게 되니까요. 부탁하는 만큼 충분한 돈을 드릴 수 있는 것도 아니니 계속 부탁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런데 유미님이랑 같이 작업을 하면서는 지향을 맞춰나가고 동료의 관계가 될 수 있다는 걸 구체적으로 알게 되었어요.
유미 맞아요. 저도 디자인 선배들에게 ‘잘하는 건 공짜로 해주는 게 아니다’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무료로 디자인을 하거나 단가를 지나치게 낮추는 것이 디자인 생태계 차원에서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는 인식도 있고요. 물론 노동에 정당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관점에서는 그 말이 맞다고 생각해요. 다만 모든 관계를 돈이라는 기준 하나로만 설명할 수 있을까에 대해서는 계속 고민하게 되는 것 같아요. 저 역시 디자인 일을 하며 생계를 유지해야 하지만, 살아가면서 필요한 것이 꼭 금전적인 보상만은 아니잖아요. ‘차별없는 가게’ 작업을 하면서 좋았던 점도 비용 자체는 크지 않았지만, 작업하면서도 배우는 점이 많았고, 작업 이후에도 관계가 이어지고 서로의 곁이 되어주었다는 점이었어요. 작업이 끝난 뒤에도 연락이 끊기지 않고, 그 관계를 통해 또 다른 작업으로 이어지기도 했고요. 그런 든든함은 제게는 돈을 조금 더 받는 것보다 크게 느껴졌어요. 반면 좋은 취지로 서로 자원을 쏟아부어 함께 만들었음에도, 결과물이 기대만큼 잘 쓰이지 않거나 작업 이후에 관계가 이어지지 않을 때 가장 허탈함을 느끼는 것 같아요. 단체 입장에서도 인력이 적고 할 일이 많다는 걸 알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서로 무엇을 기대하는지, 어떤 관계를 만들고 싶은지를 충분히 이야기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모든 것을 돈으로만 설명하지 않기 위해서는, 그만큼 관계와 소통에 대한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느껴요.

셰어 포괄적 임신중지 상담 지원 활동가, 상담사 양성과정에도 참여하셨는데, 어떠셨나요! 매번 양성과정 끝나고 집에 가기 전에 인사했을 때 뭔가 뇌가 시원해진 것 같은 표정이었어요(웃음).
유미 양성과정 끝나고 맨날 고양된 기분으로 집에 갔어요. 인생에 이런 게 필요하다! 그동안 임신중지가 저의 주제는 아니었거든요. 그런데 셰어와 함께 정보생산 활동을 하려고 보니, 임신중지 관련해서는 아는 게 너무 없어서 같이 기획을 할 수가 없어서 아쉽더라고요. 마침 양성과정을 한다고 해서 신청했어요. 처음에는 관련 정보를 좀 더 알게 되겠지 정도의 기대를 하고 갔는데, 임신중지뿐만 아니라 너무 다양한 주제와 관점의 이야기들을 듣고, 함께 과정에 참여하는 분들과도 생각을 나누면서 시야가 넓어진 느낌이 들어서 좋았어요. 임신중지만뿐만 아니라 출산이나 입양 관련해서도 포괄적으로 내용을 다루다 보니 저의 선택권에 대해서도 좀 더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어요. 특히 입양 관련해서는 ‘뿌리에 대한 권리’나 우리가 ‘모른다는 걸 모른다는 감각’에 대해 말씀해주신 것이 너무 좋았어요.
셰어 유미님은 지난 5월부터 셰어와 함께 정보를 생산하는 작업에 대해 논의를 이어오고 계시기도 한데요, 셰어와 어떤 관계를 맺고 어떤 것을 해보고 싶으신지 궁금해요.
유미 2년 전쯤 셰어에서 주최한 라운드테이블에 참여한 적이 있어요. 그 자리에서 셰어가 다루는 주제나 활동의 방향은 너무 좋고, 활동가 네트워크도 충분한데, 일반 대중이 접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드는 과정에서는 제작자—디자이너나 개발자—와의 연결이 더 촘촘해지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드렸어요. 그런데 셰어에서 그 의견을 기억해 주시고, 올해 5월에 셰어와 협업했던 제작자들을 다시 모아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를 마련해주셨어요. 활동단체와 제작자가 함께 일할 때 어떤 점이 어렵고, 무엇을 기대하는지 솔직하게 나누는 시간이었고요. 그 자리에서 제가 몇 년 전부터 막연히 상상만 해오던 이야기를 꺼내게 됐어요. 교육활동가들이 믿고 사용할 수 있는 이미지를 함께 만들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제안이었어요. 월경컵 활동을 하면서 성기나 생식기 관련 이미지를 찾기가 정말 어려웠거든요. 결국 외국 자료를 참고하거나, 스스로 관찰하면서 직접 이미지를 만들어 쓸 수밖에 없었어요. 그런데 동료 교육활동가분들이 그 이미지들을 보고 사용해도 되냐고 물어보시는 걸 보면서, 이런 이미지들이 개인의 필요를 넘어서 교육 현장에서 정말 필요하다는 걸 실감하게 됐어요. 그리고 활동하면서 정말 다양한 몸이 있구나 느끼면서, 더 다양한 몸을 표현한 이미지도 필요하다고 느꼈고요. 다만 이 작업을 혼자서 해내기에는 한계가 분명했고, 이전에 이미지 작업을 할 때 의료인이나 당사자의 자문이 꼭 필요하다는 것도 경험했어요. 그런 점에서 셰어는 이미 관련된 네트워크가 잘 구축되어 있는 곳이었고, 함께라면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또 하나 중요했던 건 방식이었어요. 지원사업이나 일방적인 의뢰 형태보다는, 각자가 가진 자원을 조금씩 나누면서 자발적으로 콘텐츠를 만들어가는 구조가 더 맞겠다고 느꼈어요. 이런 고민에는 이전 활동에서의 경험도 영향을 많이 줬어요. 월경컵 활동과 디자인 일을 병행하면서 번아웃을 겪기도 했고, 공들여 만든 콘텐츠가 제 의도와 다르게 사용되는 일을 겪으면서 저작권과 기여에 대해 오래 고민하게 되었거든요. 지키기 위해 꽁꽁 싸매는 방식도, 그렇다고 아무 말 없이 가져가도 괜찮다고 넘기는 것도 저에게는 잘 맞지 않았어요. 그래서 활동 영역에서 만든 자료를 닫아두기보다는, 비영리 영역 안에서 더 널리 쓰이되 누가 만들었는지가 분명히 드러나는 구조를 시도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이르게 됐어요. 그리고 그동안 ‘좋은 취지’로 만든 콘텐츠가 특정 단체나 개인에게 귀속되는 구조가 답답하게 느껴질 때도 있었어요. 누군가 새로 참여하거나 빠져나오는 것이 더 자유롭고, 다양한 사람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지속가능한 리듬으로 기여할 수 있는 작업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계속해왔고요.
셰어와 함께 하면서 기대하는 것도 바로 그런 부분이에요. ‘좋은 일을 해야지’라는 마음보다는, 제 인생에서 중요하게 느끼는 가치를 다른 사람들과 연대하면서 어떻게 지속할 수 있을지, 그 방법을 함께 찾아가는 과정에 더 가깝다고 느껴요. 저는 이런 활동을 하고 있다는 감각, 그리고 이걸 계속해 나가고 있다는 실감이 필요한 사람인 것 같거든요.
셰어 그러면 유미님에게도 이번이 새로운 시도인 거네요.
유미 네, 저에게는 굉장히 중요한 시도예요. 예전에 활동을 하면서 느꼈던 한계를 그대로 반복하지 않으면서도, 다른 선택지가 있을 수 있을지 시험해보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익숙한 방향은 아니어서 이게 가능할까 싶기도 하고, 지속하기 위해 서로의 생각이나 원하는 바를 계속적으로 확인하는 노력도 필요한 거 같아요. 중간 중간 상황을 보면서 방향은 함께 수정해나갈 수 있겠죠. 쉽지만은 않지만 이런 과정 자체도 즐거운 도전으로 느껴지고 셰어와 함께 이런 논의를 하고 있다는 것도 너무 좋아요. 최근에 메디컬 일러스트레이터이면서 조이이기도 하신 임소영님도 합류하셨다는 점도 기쁘고요!
셰어 표절 경험을 겪으면 보통은 더 지키고 강화하는 방향을 택하게 되는데, 오히려 더 많은 사람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열어두는 방향을 선택하신 점이 인상적이에요.
유미 처음 표절 경험을 했을 때는 너무 속상하고 대응을 제대로 하지 못해 자책도 했는데, 상담을 받으면서 생각이 많이 정리됐어요. 표절 경험 이후에 저도 모르게 활동의 폭을 줄이고 있었는데, 상담 선생님이 저는 활동을 멈추는 방향이 아니라, 계속 이어가는 게 더 맞는 것 같다고 말씀해주셨어요. 어차피 표절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다면, 이걸 했다는 사실과 누가 만들었는지를 잘 드러내는 게 오히려 빼앗기지 않는 방법일 수 있겠다는 이야기도 나누게 됐고요. 그래서 처음에는 이미지를 누구나 수정하고 변경, 사용하는 오픈 소스 방식을 생각했는데, 신뢰할만한 이미지를 만들고 싶다는 취지상, 완전히 오픈소스 방식은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완전히 열어두는 오픈소스라기보다는, 저작자를 분명히 밝히고 비영리 영역에서 자유롭게 쓰이도록 여는 구조면 어떨까 생각하고 있어요.
셰어 회의할 때도 인상 깊었던 장면이 있었어요. 디자이너들 사이에서는 AI와 저작권에 대한 고민이 많은데, 소영님과 유미님은 오히려 “어차피 AI가 학습하는데 우리가 만든 거 학습하게 하자”라고 말씀하시면서 오픈 소스 이야기를 꺼내주셨잖아요. 그런 관점이 신선하게 느껴졌어요.
유미 저도 AI 이슈를 긴밀하게 살펴보지는 못했는데, AI라는 흐름을 막으려 하기보다는 그 흐름을 어떻게 주도하고 가져갈 것인지 고민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 정도를 하고 있어요.
셰어 중요한 이야기들을 많이 나눠주셨는데요, 마지막으로 셰어의 다른 조이(후원회원) 분들께 전하고 싶은 이야기 또는 아직 조이가 아닌 분들께 조이되기를 추천하는 한 마디를 해 주세요 🙂
유미 함께하고 싶은 거나 활동에 힘이 될 수 있는 부분이 있으면 셰어에 제안을 해보세요! 후원하는 것도 좋지만, 후원하고 계신 조이님들도 참여를 바라고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드릉드릉하는데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모르는? 바쁘시겠지만, 그래도 먼저 들이대보라는!
셰어 많은 분이 셰어에 다양한 제안들을 해주고 계세요. 셰어도 이래저래 모임들을 해보고 싶은 욕구도 있는데, 사무국 과부하가 되지 않도록 자중하고 있습니다(웃음). 그래도 늘 반갑게 만나고, 제안해 주시고, 마음 보내주셔서 늘 감사한 마음이에요! 유미님과 내년에 이어갈 프로젝트가 무척 기대됩니다!
관련 소식은 곧 뉴스레터로 전하겠습니다! 여러분 연말 잘 보내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조이하셰어!

* 조이풀 인터뷰는 한 달에 한 번 셰어 활동가와 조이(후원회원)가 만나 대화를 나누는 시간입니다. 곳곳에서 멋진 삶을 짓고 있는 조이를 소개하며 우리의 연결고리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갑니다. 조이의 이야기를 통해 셰어의 활동은 확장되고, 조이의 일상과 셰어가 연결될수록 셰어의 활동은 풍요로워질 거예요. 조이라면 누구나 조이풀 인터뷰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셰어는 조이 여러분의 이야기를 기다립니다.
[조이풀 인터뷰] 24화
셰어의 새로운 참여위원 정유미 조이님을 소개합니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이번 호 조이풀 인터뷰에서는 셰어의 새로운 참여위원이 되신 정유미 조이님을 소개합니다. 👏👏 👏 정유미 조이님은 셰어 활동의 첫 해인 2020년부터 셰어의 조이로 함께했고 이후 셰어의 포괄적 성교육 워크북 <에브리바디 플레져북>과 <섹스빙고> 디자인 작업에 참여했습니다. 셰어가 서울혁신파크 내에 있던 서울시성평등활동지원센터의 공유 공간을 사무실로 이용하고 있을 때, 유미님은 같은 혁신파크 내의 청년청에서 월경컵 팝업 스토어를 운영하며 월경컵 사용법을 알리는 다양한 자료를 만들고 워크샵을 진행하면서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기도 했지요. 이 시기에 곳곳에서 만난 유미님의 작업이 셰어가 유미님에게 <에브리바디 플레져북>의 작업을 제안드리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셰어는 산부인과 전문의 분들이 참여한 '셰어의 친구들' 사업을 계기로 해서 셰어의 활동 중 관련 영역에 전문성을 가지고 참여하며 네트워크를 넓혀 나가는 분들을 '참여위원'으로 모시고 있는데요. 유미님은 <에브리바디 플레져북> 작업 이후 계속해서 셰어와 만나며 이제 셰어와 함께 성·재생산 건강과 권리에 관한 정보 컨텐츠를 만드는 '그리셰어' 활동을 하고 있고, 포괄적 임신중지 상담 지원 활동가, 상담사 양성과정 2기에도 참여하셔서 이번 기회에 참여위원으로 모시게 되었습니다.
디자이너이자 활동가로서, 다양한 시민사회의 활동과 연결되어 고민과 실천을 이어나가고 있는 유미님의 이야기! 같이 재밌게 읽어주세요!
셰어 안녕하세요, 정유미 조이님이자 셰어의 참여위원님! 먼저 자기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어떤 일과 활동을 하고 계신지, 올해 연말은 어떻게 보내고 계신지요?
유미 저는 경상북도 포항 출신이고, 바다에서 5분 거리에 살았어요. 지금은 여름이라는 고양이랑 고양에 살고 있습니다. 직업은 디자이너이고, 동료와 함께 스투키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어요. 스튜디오 운영 초기에 자체 프로젝트로 월경이랑 월경용품에 관해 정보를 만들고 나누는 활동을 4년 정도 했어요. 처음에는 스튜디오 시작하고 일이 없을 때라 활동에 충분한 시간을 쏟을 수 있었어요. 월경컵 입문 안내서도 내고, 월경컵 찾는 웹사이트도 만들고, 그러다 보니 지원 받은 월경컵들도 많아져서 전시하면서 만져볼 수 있게 하고, 착용법도 알려드리고, 피팅도 해볼 수 있는 공간을 운영했어요. 코로나 이후에는 공간 운영을 마무리하고, 디자인 스튜디오에 집중을 했고요. 디자인 스튜디오에서는 웹사이트 제작과 그래픽 디자인을 하고 있습니다. 올해 연말에는 최근에 시작한 뜨개를 조금 더 해보려고 하고, 제주도에 가서 쉬고 올 예정이에요.
셰어 유미님이 했던 월경컵 팝업스토어에 대해 더 설명해주세요!
유미 처음에 부모님이 쓰는 창고에서 스튜디오를 시작했었는데, 부모님이 다른 지역으로 이사하게 되시면서 독립을 해야 했어요. 그래서 공간 지원을 찾아보다가 혁신파크 청년청을 알게 되어 지원하게 되었어요. 가지고 있는 월경컵들도 있었고, 무엇보다 상담 활동을 해보고 싶었어요. 월경컵 팝업스토어에 구경 오시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았고, 상담을 원하는 분들도 많았어요. 처음에는 디자인도 하고 싶고 활동가가 본업은 아니라고 생각해서 겸업처럼 하고 있었는데요. 공간을 운영하다 보니 사람들이 찾아와서 한 사람당 세 시간, 네 시간씩 상담을 하게 되더라고요.사람들도 월경 이야기를 나눈 경험이 거의 없다 보니, 처음에는 주춤거리다가도 곧 신나게 이야기를 하게 되는 것 같았어요. 상담료를 따로 받지는 않았고, 책이나 월경컵 판매 수익 정도만 있었어요. 스토어 오픈 시간에는 월경 상담을 하고, 영업 시간이 끝난 후에 디자인 작업을 하다 보니 건강이 많이 안 좋아졌어요. 신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버티기 힘들었던 것 같아요.
셰어 상담할 때 사람들이 어떤 걸 가장 궁금해 하셨나요?
유미 월경컵 고르는 법, 사용법, 안전성 등등 정말 많은 걸 궁금해하셨어요. 월경뿐만 아니고 성기 관련 궁금증을 물어보시는 분들도 계셨고요. 대부분 외음부나 질이 어떤 구조로 되어 있는지 구체적으로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서, 구조를 이해하고 직접 월경컵을 넣어볼 수 있도록 실리콘 재질의 교구를 만들기도 했어요. 모형으로 직접 실습해보고, 월경컵을 직접 해보고 싶은 분들은 스토어에 마련된 피팅룸에 가셔서 문을 닫은 후, 음성으로 대화를 나누며 어려움이 생기는 지점을 안내해 드리기도 했어요. 청각장애인이나 시각장애인 손님도 오신 적이 있었는데, 그 때 피팅룸에서 음성으로 안내하는 방식이나 교구·시각자료를 통한 실습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알게 되기도 했어요. 아무튼 이렇게 이야기를 나누고 안내해드리며 월경컵에 무사히 입문하는 분들이 늘어나면서 보람을 많이 느꼈어요. 고맙다는 인사도 많이 받았고, 활동에 대한 응원도 많이 받았고요. 상담하고 교육하는 활동이 좋고 필요하다는 건 알겠는데, 이걸 사업화하거나 비영리단체로 활동하는 방식은 저와 잘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디자인을 하는 걸 좋아했기 때문에 디자인을 직업으로 계속 유지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비영리단체로 활동하는 구조가 아니다 보니 지원사업을 받기도 어려웠고, 두 가지를 병행하는 것도 쉽지 않더라고요.
셰어 셰어도 초기에 혁신파크에 사무실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월경컵 포스터도 보고 그랬어요! 그러면서 셰어도 유미님을 알게 된 것 같아요. 포스터 느낌이 너무 좋았었고, 에브리바디 플레져북 작업을 준비하다가 더 알게 되었죠. 그때 셰어와 처음 만나게 되었던가요? 셰어와 셰어 활동을 만나게 된 계기와 셰어의 정기후원회원 조이님이 되신 이야기도 함께 나눠주세요!
유미 찾아보니 2020년 11월에 정기후원회원이 되었더라고요. 월경컵 팝업스토어 운영하면서 최예훈 선생님에게 자문을 받았었어요. 최예훈 선생님 통해서 셰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돈이 없어서 후원은 못 하다가 디자인 스튜디오가 자리를 잡고 난 후에 여윳돈이 좀 생겨서 후원하게 되었어요(웃음). 그리고 에브리바디 플레져북 작업을 소개받아서 하게 되었죠.
셰어 셰어와 함께한 에브리바디 플레져북 작업은 어떠셨나요?
유미 관심있는 분야에서 활동하는, 좋아하는 단체니까 같이 작업하는 게 너무 기뻤어요. 그때 기획 단계부터 초대해 주신 걸로 기억하고, 굿즈도 뭐 만들지 같이 신나게 얘기했어요. 회의 후에 원고 작성해주신 것을 받고 나서는 내용이 너무나도 옹골찬데 몇 단계 더 정리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나요. 디자인에 들어가기 전에 기획이나 편집 작업에 해당하는 영역이 아직 정리되지 않은 부분이 있다고 느꼈거든요. 활동가의 언어를 일반 대중의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게 번역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셰어 셰어도 그때는 활동가의 언어를 디자이너가 번역하는 과정이 있다는 걸 예상하지 못했어요.
유미 그땐 에브리바디 플레져북이 ‘누구를 대상으로 하는 책인지’가 명확하게 세팅되어 있지 않다고 느꼈어요. 어느 부분에서는 되게 전문적인데, 또 어느 부분에서는 초심자 대상인 것 같아서 저는 그걸 정리하고 싶다고 느꼈던 것 같아요. 같이 작업한 것 자체가 너무 좋았지만 당시에는 그런 정리 작업에 좀 더 시간을 투입하다보니, 마무리하고 보니 이미지나 디자인적으로 좀 더 잘 해내지 못해서 아쉬웠어요. 셰어와 함께한 작업은 제가 하고 싶은 영역이었기도 하고, 중요한 일이고 같이 좋은 걸 만들어보자는 목적이 공유된 상태였기 때문에, 저도 제가 맡은 것 이외의 부분에서도 더 관여하고 싶고, 욕심을 부려서 작업하고 싶은 것 같아요.
셰어 월경컵, 성교육, 성적 정보에 대한 상담과 관심을 많이 가지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유미 월경을 중학교 2학년 때 시작했거든요. 되게 늦은 편이었어요. 같이 월경을 안 하던 친구들이 하나둘씩 월경을 시작하자, 생리가 어떻게 나와? 어떤 느낌이야? 물어보기도 했는데 친구들이 당황해했던 기억이 나요. 그리고 가족내에서도 학교에서도 배변 닦는 방향이라든지, 외음부를 어떻게 관리해야 되는지 등 기본적인 위생 관리에 대한 교육을 잘 못 받고 자라서 그것에 대한 갈구가 컸던 것 같아요. 성인이 되고 면생리대를 알게 되었는데, 어떤 기대가 있어서라기보다는 돈이 없어서 만들어서 처음 써봤거든요. 그런데 외음부에 밑 빠지는 느낌도 없고, 간지러움도 없어진 거예요! 그때 너무 큰 충격을 받았어요. 면생리대를 사용하면 아프지도 않고 밑 빠진 느낌 없이 살 수 있었는데 내가 10년 동안 그걸 몰랐다니. 월경컵을 쓰면서는 더 충격을 받았고요. 그래서 상담을 하면서도 특히 청소년 상담을 할 때 제가 어릴 적 느꼈던 아쉬움이 조금 달래지는 것 같아서 더 긍지를 느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셰어 그러면 디자이너로서 계속해서 성교육과 관련된 부분을 작업으로 연결해 나가고 싶으신 거죠?
유미 네. 그림을 그리고 디자인을 전공하면서 저는 정보를 쉽게 전달하기 위해 어떤 걸 배우고, 정보를 정리하고 그림을 그리고 하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됐어요. 특히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정보를 배우고 디자인할 때 정말 재밌다는 생각을 하고요. 월경 관련 활동을 할 때도 내가 궁금했던 것을 알아가며 잘 전달하려고 디자인하는 것이 너무나 즐겁고 보람이 컸어요. 그때 활동하며 알게된 사람들도 좋은 사람들이 많았고요. 활동을 접고 디자인 스튜디오 일에 집중하면서, 돈은 벌어다주지만 의미나 재미가 없다고 느끼게 되는 프로젝트도 하게 되는데요. 돈을 벌고 생활을 이어나갈 수 있음에 감사하지만, 계속 마음 한켠에는 ‘인생도 짧은데 의미와 재미있는 일을 더 하고 싶다’는 생각도 드는 것 같아요.예전처럼 성교육 관련 활동을 계속 이어가고 싶긴 하지만, 예전에 힘들었던 번아웃의 기억이 있어서 쉽게 다시 시작하지 못하는 상태예요. 그때의 경험을 통해서 내가 어떤 것을 어려워하는지, 어떤 걸 잘 버티는지, 어떤 부분에서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한지 등에 대해 좀 더 알게 되었어서, 다시 자체적으로 비영리 활동 영역의 작업을 꾸린다면 이전과는 다른 형태로 시도해보고 싶어요. 자체 활동은 아니지만, 예전 활동을 통해 연결된 분들이 계셔서 성교육 관련한 외주 작업들도 종종 하기도 하고 비영리단체에서 일을 주는 경우도 많았어요. 처음 알게된 분야의 일도 만들고 나서 잘 써주시면 보람 있어요. 반면 좋은 취지로 열심히 만들었지만 결과적으로 잘 쓰이지 않는 콘텐츠를 만들고 나면 마음이 좀 힘든 것 같아요.
셰어 그런 서로의 필요와 욕구를 잘 맞추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단체는 디자이너를 만날 때 기능적으로 생각하기 쉽거든요. 우리가 원하는 상과 내용이 있고, 그걸 디자이너가 잘 구현해 주면 좋겠다. 하지만 이 부분에서 어려움을 겪기도 해요. 그리고 디자이너와 어떻게 소통해야 할지도 잘 모르겠고. 그렇다고 해서 디자이너가 지향하는 바와 우리가 지향하는 바를 맞춰갈 수 있다는 것도 생각하지 못하는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비용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하게 되는 거예요. 지향을 공유하고 같이 만들어가는 동료의 관계보다는 필요한 업무를 부탁드린다고 생각하게 되니까요. 부탁하는 만큼 충분한 돈을 드릴 수 있는 것도 아니니 계속 부탁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런데 유미님이랑 같이 작업을 하면서는 지향을 맞춰나가고 동료의 관계가 될 수 있다는 걸 구체적으로 알게 되었어요.
유미 맞아요. 저도 디자인 선배들에게 ‘잘하는 건 공짜로 해주는 게 아니다’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무료로 디자인을 하거나 단가를 지나치게 낮추는 것이 디자인 생태계 차원에서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는 인식도 있고요. 물론 노동에 정당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관점에서는 그 말이 맞다고 생각해요. 다만 모든 관계를 돈이라는 기준 하나로만 설명할 수 있을까에 대해서는 계속 고민하게 되는 것 같아요. 저 역시 디자인 일을 하며 생계를 유지해야 하지만, 살아가면서 필요한 것이 꼭 금전적인 보상만은 아니잖아요. ‘차별없는 가게’ 작업을 하면서 좋았던 점도 비용 자체는 크지 않았지만, 작업하면서도 배우는 점이 많았고, 작업 이후에도 관계가 이어지고 서로의 곁이 되어주었다는 점이었어요. 작업이 끝난 뒤에도 연락이 끊기지 않고, 그 관계를 통해 또 다른 작업으로 이어지기도 했고요. 그런 든든함은 제게는 돈을 조금 더 받는 것보다 크게 느껴졌어요. 반면 좋은 취지로 서로 자원을 쏟아부어 함께 만들었음에도, 결과물이 기대만큼 잘 쓰이지 않거나 작업 이후에 관계가 이어지지 않을 때 가장 허탈함을 느끼는 것 같아요. 단체 입장에서도 인력이 적고 할 일이 많다는 걸 알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서로 무엇을 기대하는지, 어떤 관계를 만들고 싶은지를 충분히 이야기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모든 것을 돈으로만 설명하지 않기 위해서는, 그만큼 관계와 소통에 대한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느껴요.
셰어 포괄적 임신중지 상담 지원 활동가, 상담사 양성과정에도 참여하셨는데, 어떠셨나요! 매번 양성과정 끝나고 집에 가기 전에 인사했을 때 뭔가 뇌가 시원해진 것 같은 표정이었어요(웃음).
유미 양성과정 끝나고 맨날 고양된 기분으로 집에 갔어요. 인생에 이런 게 필요하다! 그동안 임신중지가 저의 주제는 아니었거든요. 그런데 셰어와 함께 정보생산 활동을 하려고 보니, 임신중지 관련해서는 아는 게 너무 없어서 같이 기획을 할 수가 없어서 아쉽더라고요. 마침 양성과정을 한다고 해서 신청했어요. 처음에는 관련 정보를 좀 더 알게 되겠지 정도의 기대를 하고 갔는데, 임신중지뿐만 아니라 너무 다양한 주제와 관점의 이야기들을 듣고, 함께 과정에 참여하는 분들과도 생각을 나누면서 시야가 넓어진 느낌이 들어서 좋았어요. 임신중지만뿐만 아니라 출산이나 입양 관련해서도 포괄적으로 내용을 다루다 보니 저의 선택권에 대해서도 좀 더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어요. 특히 입양 관련해서는 ‘뿌리에 대한 권리’나 우리가 ‘모른다는 걸 모른다는 감각’에 대해 말씀해주신 것이 너무 좋았어요.
셰어 유미님은 지난 5월부터 셰어와 함께 정보를 생산하는 작업에 대해 논의를 이어오고 계시기도 한데요, 셰어와 어떤 관계를 맺고 어떤 것을 해보고 싶으신지 궁금해요.
유미 2년 전쯤 셰어에서 주최한 라운드테이블에 참여한 적이 있어요. 그 자리에서 셰어가 다루는 주제나 활동의 방향은 너무 좋고, 활동가 네트워크도 충분한데, 일반 대중이 접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드는 과정에서는 제작자—디자이너나 개발자—와의 연결이 더 촘촘해지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드렸어요. 그런데 셰어에서 그 의견을 기억해 주시고, 올해 5월에 셰어와 협업했던 제작자들을 다시 모아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를 마련해주셨어요. 활동단체와 제작자가 함께 일할 때 어떤 점이 어렵고, 무엇을 기대하는지 솔직하게 나누는 시간이었고요. 그 자리에서 제가 몇 년 전부터 막연히 상상만 해오던 이야기를 꺼내게 됐어요. 교육활동가들이 믿고 사용할 수 있는 이미지를 함께 만들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제안이었어요. 월경컵 활동을 하면서 성기나 생식기 관련 이미지를 찾기가 정말 어려웠거든요. 결국 외국 자료를 참고하거나, 스스로 관찰하면서 직접 이미지를 만들어 쓸 수밖에 없었어요. 그런데 동료 교육활동가분들이 그 이미지들을 보고 사용해도 되냐고 물어보시는 걸 보면서, 이런 이미지들이 개인의 필요를 넘어서 교육 현장에서 정말 필요하다는 걸 실감하게 됐어요. 그리고 활동하면서 정말 다양한 몸이 있구나 느끼면서, 더 다양한 몸을 표현한 이미지도 필요하다고 느꼈고요. 다만 이 작업을 혼자서 해내기에는 한계가 분명했고, 이전에 이미지 작업을 할 때 의료인이나 당사자의 자문이 꼭 필요하다는 것도 경험했어요. 그런 점에서 셰어는 이미 관련된 네트워크가 잘 구축되어 있는 곳이었고, 함께라면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또 하나 중요했던 건 방식이었어요. 지원사업이나 일방적인 의뢰 형태보다는, 각자가 가진 자원을 조금씩 나누면서 자발적으로 콘텐츠를 만들어가는 구조가 더 맞겠다고 느꼈어요. 이런 고민에는 이전 활동에서의 경험도 영향을 많이 줬어요. 월경컵 활동과 디자인 일을 병행하면서 번아웃을 겪기도 했고, 공들여 만든 콘텐츠가 제 의도와 다르게 사용되는 일을 겪으면서 저작권과 기여에 대해 오래 고민하게 되었거든요. 지키기 위해 꽁꽁 싸매는 방식도, 그렇다고 아무 말 없이 가져가도 괜찮다고 넘기는 것도 저에게는 잘 맞지 않았어요. 그래서 활동 영역에서 만든 자료를 닫아두기보다는, 비영리 영역 안에서 더 널리 쓰이되 누가 만들었는지가 분명히 드러나는 구조를 시도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이르게 됐어요. 그리고 그동안 ‘좋은 취지’로 만든 콘텐츠가 특정 단체나 개인에게 귀속되는 구조가 답답하게 느껴질 때도 있었어요. 누군가 새로 참여하거나 빠져나오는 것이 더 자유롭고, 다양한 사람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지속가능한 리듬으로 기여할 수 있는 작업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계속해왔고요.
셰어와 함께 하면서 기대하는 것도 바로 그런 부분이에요. ‘좋은 일을 해야지’라는 마음보다는, 제 인생에서 중요하게 느끼는 가치를 다른 사람들과 연대하면서 어떻게 지속할 수 있을지, 그 방법을 함께 찾아가는 과정에 더 가깝다고 느껴요. 저는 이런 활동을 하고 있다는 감각, 그리고 이걸 계속해 나가고 있다는 실감이 필요한 사람인 것 같거든요.
셰어 그러면 유미님에게도 이번이 새로운 시도인 거네요.
유미 네, 저에게는 굉장히 중요한 시도예요. 예전에 활동을 하면서 느꼈던 한계를 그대로 반복하지 않으면서도, 다른 선택지가 있을 수 있을지 시험해보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익숙한 방향은 아니어서 이게 가능할까 싶기도 하고, 지속하기 위해 서로의 생각이나 원하는 바를 계속적으로 확인하는 노력도 필요한 거 같아요. 중간 중간 상황을 보면서 방향은 함께 수정해나갈 수 있겠죠. 쉽지만은 않지만 이런 과정 자체도 즐거운 도전으로 느껴지고 셰어와 함께 이런 논의를 하고 있다는 것도 너무 좋아요. 최근에 메디컬 일러스트레이터이면서 조이이기도 하신 임소영님도 합류하셨다는 점도 기쁘고요!
셰어 표절 경험을 겪으면 보통은 더 지키고 강화하는 방향을 택하게 되는데, 오히려 더 많은 사람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열어두는 방향을 선택하신 점이 인상적이에요.
유미 처음 표절 경험을 했을 때는 너무 속상하고 대응을 제대로 하지 못해 자책도 했는데, 상담을 받으면서 생각이 많이 정리됐어요. 표절 경험 이후에 저도 모르게 활동의 폭을 줄이고 있었는데, 상담 선생님이 저는 활동을 멈추는 방향이 아니라, 계속 이어가는 게 더 맞는 것 같다고 말씀해주셨어요. 어차피 표절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다면, 이걸 했다는 사실과 누가 만들었는지를 잘 드러내는 게 오히려 빼앗기지 않는 방법일 수 있겠다는 이야기도 나누게 됐고요. 그래서 처음에는 이미지를 누구나 수정하고 변경, 사용하는 오픈 소스 방식을 생각했는데, 신뢰할만한 이미지를 만들고 싶다는 취지상, 완전히 오픈소스 방식은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완전히 열어두는 오픈소스라기보다는, 저작자를 분명히 밝히고 비영리 영역에서 자유롭게 쓰이도록 여는 구조면 어떨까 생각하고 있어요.
셰어 회의할 때도 인상 깊었던 장면이 있었어요. 디자이너들 사이에서는 AI와 저작권에 대한 고민이 많은데, 소영님과 유미님은 오히려 “어차피 AI가 학습하는데 우리가 만든 거 학습하게 하자”라고 말씀하시면서 오픈 소스 이야기를 꺼내주셨잖아요. 그런 관점이 신선하게 느껴졌어요.
유미 저도 AI 이슈를 긴밀하게 살펴보지는 못했는데, AI라는 흐름을 막으려 하기보다는 그 흐름을 어떻게 주도하고 가져갈 것인지 고민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 정도를 하고 있어요.
셰어 중요한 이야기들을 많이 나눠주셨는데요, 마지막으로 셰어의 다른 조이(후원회원) 분들께 전하고 싶은 이야기 또는 아직 조이가 아닌 분들께 조이되기를 추천하는 한 마디를 해 주세요 🙂
유미 함께하고 싶은 거나 활동에 힘이 될 수 있는 부분이 있으면 셰어에 제안을 해보세요! 후원하는 것도 좋지만, 후원하고 계신 조이님들도 참여를 바라고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드릉드릉하는데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모르는? 바쁘시겠지만, 그래도 먼저 들이대보라는!
셰어 많은 분이 셰어에 다양한 제안들을 해주고 계세요. 셰어도 이래저래 모임들을 해보고 싶은 욕구도 있는데, 사무국 과부하가 되지 않도록 자중하고 있습니다(웃음). 그래도 늘 반갑게 만나고, 제안해 주시고, 마음 보내주셔서 늘 감사한 마음이에요! 유미님과 내년에 이어갈 프로젝트가 무척 기대됩니다!
관련 소식은 곧 뉴스레터로 전하겠습니다! 여러분 연말 잘 보내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조이하셰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