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4일, 셰어는 모두의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한 권리 보장 네트워크 참여 단체들과 함께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권ㅇㅇ 님에 대한 무죄 선고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재판 방청에도 참여했습니다. 그리고 판결 이후에는 다시 법원 앞에서 재판부의 판결 내용에 대한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진행했습니다.
이 날 재판부는 "국가가 임신 출산 육아에 대한 사회적·경제적 조건을 개선하는 데 노력을 기울였다면, 충분히 다른 결과에 이르게 되었을 것이라 판단한다”면서도, 권ㅇㅇ님이 임신중지 방법과 사산 조치 여부 등에 대해 자세히 물어보지 않았다는 이유로 살인에 대한 미필적 고의가 있는 공동정범의 행위로 보고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의 판결을 내렸습니다.
그러나 임신중지 방법이나 사산 조치 여부에 관해 설명할 책임은 의료진에게 있습니다. 임신중지를 의료인에게 의뢰한 평범한 개인이 사산 조치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방법에 따른 차이는 무엇인지를 사전에 판단하고 질문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태아가 살아서 태어날 수도 있었다는 걸 충분히 예견할 수 있음에도 묵인한 것이라고 추정하는 건 사실상 유죄 행위를 구성하기 위한 재판부의 무리한 해석에 불과합니다. 심지어 권ㅇㅇ 님은 수술 당시 마취 상태에서 수술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자신의 시술을 집도한 의사가 누구인지도 알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또한 재판 과정을 보면, 재판부를 포함한 그 누구도 정확하게 사산 처리의 방법과 임신중지 방법에 따른 차이를 정확하게 알지 못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세계보건기구를 비롯한 국제 의학계에서는 태아의 생존 가능성이 있는 시기의 임신중지에서 자궁 내 태아의 심정지를 사전에 유도하는 방식을 권고하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이러한 지침에 대한 공식적인 논의와 교육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았고, 후기 임신중지와 관련한 의료적 절차와 기준에 대한 명확한 임상 가이드라인도 부재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비범죄화 이후 여전히 구축되지 못한 제도적 책임 방기로 인한 문제를 개인에게 전가하고 있는 것입니다.
사산 처리 방식과 의료 절차를 충분히 질문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살인의 고의를 인정한다면, 임신중지 비범죄화 이후 7년이 지나도록 관련 의료 가이드를 마련하지 않은 보건복지부야말로 이 사건에 대한 미필적 고의의 책임이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셰어는 모임넷과 함께 이후 권ㅇㅇ님이 항소를 진행한다면 계속해서 무죄 판결을 위해 연대하고, 이러한 일을 초래한 보건복지부와 정부, 국회에 관련 제도와 보건의료체계, 지원 체계 구축을 요구하며 싸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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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에는 셰어 나영 대표의 발언문을 첨부합니다.
나영(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 SHARE 대표) 발언문
"사산하나, 태어나 살아서 나오나, 그게 중요한 문제였나요? 중요한 문제 아니지 않았습니까?"
지난 결심 공판에서 검사가 피고인 권 모님에게 던진 질문입니다.
저는 보건복지부에 묻고 싶습니다.
태아를 사산 조치 후 꺼내는 것과, 살아서 태어나게 한 후 사망에 이르게 하는 것의 차이를, 그 차이가 임신한 당사자와 태아에게는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건복지부는 과연 고민해 보았을까요? 그것이 중요한 문제라는 인식은 있는 것일까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으려면 임신 기간에 따른 보건의료 접근성과 그에 맞는 의료 환경은 어떻게 구축되어야 하는지, 임신 후기에 임신중지를 고민하는 당사자에게 어떠한 정보 안내와 상담, 지원이 필요한지,이에 관한 최신의 의학적 가이드는 무엇이고 그에 맞는 임상 가이드가 의료 현장에서 지켜지게 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건복지부는 과연 얼마나 고민했습니까.
정부의 책임과 할 일을 고민하기는 커녕, 누구보다 앞장서서 임신중지한 여성을 살인죄로 고발한 보건복지부에게는 대체 무엇이 중요한 문제였습니까.
왜 어떤 사람들은 임신 30주가 넘은 상황에 임신중지를 하게 될까요. 몇 차례나 다른 병원에서 거절을 당하고도 왜 브로커까지 찾고, 믿을 수 없는 병원에서 위험을 감수하고, 무리하여 수백만원의 돈을 마련해 가면서까지 결국 임신중지를 하게 되는지, 왜 이런 모든 상황을 대부분의 여성이 혼자서, 고립된 상황에서 겪게 되는 것인지, 우리 사회의 어떤 문제들이 한 사람을 이런 상황으로 몰아가게 되는지에 대해 지금 정부와 국회는 얼마나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습니까. 정말 묻고 싶습니다.
권 모님은 브로커를 통해 의료 시설 변경에 대해 허위신고를 한 병원에서 900만원을 내고 수술을 받았다고 합니다. 놀랍지만 이런 일은 권 모님만 경험한 일도, 비범죄화 후에 새롭게 생긴 일도 아닙니다.
임신중지 할 병원을 소개해 주겠다는 브로커가 본격적으로 활개를 치기 시작한 게 2009년입니다. 프로라이프 의사회가 ‘낙태죄’ 시술 병원을 고발하고 정부가 단속을 강화하겠다고 하면서 병원을 찾기가 어려워지자 브로커들이 등장했고, 여성들은 더 많은 비용을 들여 더 위험한 의료시설로 가야 했습니다. 2012년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합헌 결정 후에는 결국 한 10대 여성이 임신 23주차에 그렇게 시술을 받다가, 처벌이 두려워 출혈을 방치한 의사로 인해 사망했습니다. 2013년에도, 2015년, 2016년에도 안전하게 갈 수 있는 병원을 찾기 힘들어 애타는 여성들을 무허가 의료 기관, 소위 ‘낙태 전문 병원’ 등으로 연결한 브로커들이 처벌을 받았고, 일부 브로커는 심지어 성폭력을 자행했습니다.
저는 진심으로, 오늘 살인죄로 재판을 받는 권 모 님이 시술 당시 사고로 죽거나 건강을 더 크게 해치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낙태죄’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지금, 왜 우리는 여전히 똑같은 상황을 목도해야 하는 것입니까.
더 이른 시기에 임신중지를 하지 못하고 출산 후 양육을 하기에도 어려운 고립된 상황에서 결국 임신 후기가 다 되어서야 더 큰 비용과 법적, 의료적 위험을 감당하고 임신중지를 하게 되는 건 ’낙태죄‘ 시대가 남긴 문제입니다. 비범죄화 이후에는 처벌이 아니라 제대로 된 보건의료 시스템과 지원 연계 체계를 통해 이러한 상황을 변화시켜 나가야 할 책임이 명백히 정부에 있습니다.
권 모님은 살인을 의도하지 않았습니다. 임신중지를 하고자 했던 한 사람이 살인죄의 피고인으로 법정에 서게 된 것은 전적으로 여전히 임신중지를 범죄의 대상으로만 보고 아무런 공식 시스템을 만들지 않은 복지부의 책임입니다.
우리는 이번 재판에서 권 모님이 유죄를 선고 받는다면 계속해서 함께 싸울 것이고, 무죄를 선고받는다 해도 다시 이와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복지부를 비롯한 정부와 국회의 책임을 촉구하며 싸워나갈 것입니다.
임신중지는 죄가 아니다! 복지부가 유죄다!







3월 4일, 셰어는 모두의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한 권리 보장 네트워크 참여 단체들과 함께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권ㅇㅇ 님에 대한 무죄 선고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재판 방청에도 참여했습니다. 그리고 판결 이후에는 다시 법원 앞에서 재판부의 판결 내용에 대한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진행했습니다.
이 날 재판부는 "국가가 임신 출산 육아에 대한 사회적·경제적 조건을 개선하는 데 노력을 기울였다면, 충분히 다른 결과에 이르게 되었을 것이라 판단한다”면서도, 권ㅇㅇ님이 임신중지 방법과 사산 조치 여부 등에 대해 자세히 물어보지 않았다는 이유로 살인에 대한 미필적 고의가 있는 공동정범의 행위로 보고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의 판결을 내렸습니다.
그러나 임신중지 방법이나 사산 조치 여부에 관해 설명할 책임은 의료진에게 있습니다. 임신중지를 의료인에게 의뢰한 평범한 개인이 사산 조치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방법에 따른 차이는 무엇인지를 사전에 판단하고 질문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태아가 살아서 태어날 수도 있었다는 걸 충분히 예견할 수 있음에도 묵인한 것이라고 추정하는 건 사실상 유죄 행위를 구성하기 위한 재판부의 무리한 해석에 불과합니다. 심지어 권ㅇㅇ 님은 수술 당시 마취 상태에서 수술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자신의 시술을 집도한 의사가 누구인지도 알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또한 재판 과정을 보면, 재판부를 포함한 그 누구도 정확하게 사산 처리의 방법과 임신중지 방법에 따른 차이를 정확하게 알지 못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세계보건기구를 비롯한 국제 의학계에서는 태아의 생존 가능성이 있는 시기의 임신중지에서 자궁 내 태아의 심정지를 사전에 유도하는 방식을 권고하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이러한 지침에 대한 공식적인 논의와 교육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았고, 후기 임신중지와 관련한 의료적 절차와 기준에 대한 명확한 임상 가이드라인도 부재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비범죄화 이후 여전히 구축되지 못한 제도적 책임 방기로 인한 문제를 개인에게 전가하고 있는 것입니다.
사산 처리 방식과 의료 절차를 충분히 질문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살인의 고의를 인정한다면, 임신중지 비범죄화 이후 7년이 지나도록 관련 의료 가이드를 마련하지 않은 보건복지부야말로 이 사건에 대한 미필적 고의의 책임이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셰어는 모임넷과 함께 이후 권ㅇㅇ님이 항소를 진행한다면 계속해서 무죄 판결을 위해 연대하고, 이러한 일을 초래한 보건복지부와 정부, 국회에 관련 제도와 보건의료체계, 지원 체계 구축을 요구하며 싸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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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영(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 SHARE 대표) 발언문
"사산하나, 태어나 살아서 나오나, 그게 중요한 문제였나요? 중요한 문제 아니지 않았습니까?"
지난 결심 공판에서 검사가 피고인 권 모님에게 던진 질문입니다.
저는 보건복지부에 묻고 싶습니다.
태아를 사산 조치 후 꺼내는 것과, 살아서 태어나게 한 후 사망에 이르게 하는 것의 차이를, 그 차이가 임신한 당사자와 태아에게는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건복지부는 과연 고민해 보았을까요? 그것이 중요한 문제라는 인식은 있는 것일까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으려면 임신 기간에 따른 보건의료 접근성과 그에 맞는 의료 환경은 어떻게 구축되어야 하는지, 임신 후기에 임신중지를 고민하는 당사자에게 어떠한 정보 안내와 상담, 지원이 필요한지,이에 관한 최신의 의학적 가이드는 무엇이고 그에 맞는 임상 가이드가 의료 현장에서 지켜지게 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건복지부는 과연 얼마나 고민했습니까.
정부의 책임과 할 일을 고민하기는 커녕, 누구보다 앞장서서 임신중지한 여성을 살인죄로 고발한 보건복지부에게는 대체 무엇이 중요한 문제였습니까.
왜 어떤 사람들은 임신 30주가 넘은 상황에 임신중지를 하게 될까요. 몇 차례나 다른 병원에서 거절을 당하고도 왜 브로커까지 찾고, 믿을 수 없는 병원에서 위험을 감수하고, 무리하여 수백만원의 돈을 마련해 가면서까지 결국 임신중지를 하게 되는지, 왜 이런 모든 상황을 대부분의 여성이 혼자서, 고립된 상황에서 겪게 되는 것인지, 우리 사회의 어떤 문제들이 한 사람을 이런 상황으로 몰아가게 되는지에 대해 지금 정부와 국회는 얼마나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습니까. 정말 묻고 싶습니다.
권 모님은 브로커를 통해 의료 시설 변경에 대해 허위신고를 한 병원에서 900만원을 내고 수술을 받았다고 합니다. 놀랍지만 이런 일은 권 모님만 경험한 일도, 비범죄화 후에 새롭게 생긴 일도 아닙니다.
임신중지 할 병원을 소개해 주겠다는 브로커가 본격적으로 활개를 치기 시작한 게 2009년입니다. 프로라이프 의사회가 ‘낙태죄’ 시술 병원을 고발하고 정부가 단속을 강화하겠다고 하면서 병원을 찾기가 어려워지자 브로커들이 등장했고, 여성들은 더 많은 비용을 들여 더 위험한 의료시설로 가야 했습니다. 2012년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합헌 결정 후에는 결국 한 10대 여성이 임신 23주차에 그렇게 시술을 받다가, 처벌이 두려워 출혈을 방치한 의사로 인해 사망했습니다. 2013년에도, 2015년, 2016년에도 안전하게 갈 수 있는 병원을 찾기 힘들어 애타는 여성들을 무허가 의료 기관, 소위 ‘낙태 전문 병원’ 등으로 연결한 브로커들이 처벌을 받았고, 일부 브로커는 심지어 성폭력을 자행했습니다.
저는 진심으로, 오늘 살인죄로 재판을 받는 권 모 님이 시술 당시 사고로 죽거나 건강을 더 크게 해치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낙태죄’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지금, 왜 우리는 여전히 똑같은 상황을 목도해야 하는 것입니까.
더 이른 시기에 임신중지를 하지 못하고 출산 후 양육을 하기에도 어려운 고립된 상황에서 결국 임신 후기가 다 되어서야 더 큰 비용과 법적, 의료적 위험을 감당하고 임신중지를 하게 되는 건 ’낙태죄‘ 시대가 남긴 문제입니다. 비범죄화 이후에는 처벌이 아니라 제대로 된 보건의료 시스템과 지원 연계 체계를 통해 이러한 상황을 변화시켜 나가야 할 책임이 명백히 정부에 있습니다.
권 모님은 살인을 의도하지 않았습니다. 임신중지를 하고자 했던 한 사람이 살인죄의 피고인으로 법정에 서게 된 것은 전적으로 여전히 임신중지를 범죄의 대상으로만 보고 아무런 공식 시스템을 만들지 않은 복지부의 책임입니다.
우리는 이번 재판에서 권 모님이 유죄를 선고 받는다면 계속해서 함께 싸울 것이고, 무죄를 선고받는다 해도 다시 이와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복지부를 비롯한 정부와 국회의 책임을 촉구하며 싸워나갈 것입니다.
임신중지는 죄가 아니다! 복지부가 유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