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보고<2026 한국 성노동자의 날: 서로의 곁이 볕이 될 때>에 연대발언으로 함께했습니다

2026-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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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월요일 저녁, 6월 29일 한국 성노동자의 날을 맞아 성노동자해방행동 주홍빛연대 차차와 청소년성/노동연대 부라자가 공동주최한 <2026 한국 성노동자의 날 : 서로의 곁이 볕이 될 때>가 열렸습니다. 셰어도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한국 시민사회 긴급행동 부스를 함께 운영하고, 연대 발언으로 참여했습니다.


1부에서는 디스토피아, 책방 유월의 숨, 청소년성/노동연대 부라자,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한국 시민사회 긴급행동의 부스를 둘러보며 반가운 조이님들과 동료들을 만났습니다. 또 부스에서 BDSM 도구들을 살펴보고, 청소년성/노동연대 부라자의 진 <폐허리듬>을 함께 읽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2부에서는 유원(성노동자해방행동 주홍빛연대 차차), 주드(퀴어팔레스타인연대 QK48), 셰어의 혜원, 남웅(소수자난민네트워크), 소리(HIV/AIDS인권행동 알), 타리(연구모임 POP), 모래(청소년성/노동연대 부라자)의 발언을 함께 들었습니다. 하나하나 모든 발언이 소중했고, 때로는 눈물이 나기도 하고, 또 크게 웃기도 하며 서로의 존재와 우리의 곁을 다시 확인하고, 함께 만들어가는 볕이 무엇인지 느껴지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HIV 감염인이자 활동가인 에릭의 발언과 퍼포먼스, 준 그린님의 노래 공연이 이어지며 행사를 마무리했습니다.


아래 혜원 사무국장의 발언문도 함께 읽어보시고, (링크)에서 전체 발언자들의 발언문도 꼭 읽어보세요!


[발언문]

안녕하세요,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에서 활동하는 혜원입니다. 2026년 성노동자의 날을 맞아 연대 발언으로 함께 하게 되어 반갑습니다. 보통 저는 연대 발언을 할 때 셰어의 활동을 소개하고, 연대하는 이유와 함께 투쟁하겠다는 내용의 발언문을 작성하는 편인데요, 이번에도 그렇게 쓰려다가 “서로의 곁이 볕이 될 때”라는 제목에 썩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아서, 오늘은 평소에 잘 하지 않던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저는 임신중지 상담과 청소년·이주민·난민의 임신중지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성·재생산 건강과 권리 보장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활동을 하면서 이렇게 다양한 낙인과 혐오, 차별, 소수자들과 아픔이들을 만나 함께 살아가게 될 줄 몰랐는데요. 그래도 나름 어찌저찌 잘해 나가고 있는 이유는 여러분들이 저에게 곁을 내어주었기 때문이지 않을까 합니다.

임신중지 상담과 지원을 시작하고 나니 ‘임신’에 얼마나 다양한 삶의 조건과 관계, 사회경제적 상황들이 연결되어 있는지 체감합니다. 누군가의 임신은 축하받고, 누군가의 임신은 걸레가 되며, 또 누군가의 임신은 사회가 절대 바라지 않습니다. 그리고 임신중지를 원하는 사람에게 모든 낙인과 혐오, 책임, 몸과 마음의 부담까지 전가됩니다. 

‘낙태죄’가 폐지되었고 임신중지가 비범죄화되었다고 이야기하지만, 여전히 유산유도제는 도입되지 않았고 모든 임신중지에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임신 주수나 각자가 처한 상황에 따른 보건의료 시스템과 지원, 연계 체계도 마련되어 있지 않을뿐더러, 국가는 애초에 다양한 임신중지 경험과 임신중지를 원하는 사람들의 삶을 보려 하지 않고, 이를 국가가 책임져야 할 문제로 여기지도 않습니다. 이렇게 임신중지 비범죄화 이후 국가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것은, 그 부담을 여전히 임신중지를 원하는 사람들의 몫으로 방치하고 있다는 뜻이며, 그 몫은 청소년, 이주민, 난민, 장애인, 성소수자, 성노동자 등 소수자들의 삶에 더 큰 부담으로 이어집니다. 

보호자의 동의와 동행을 요구하지 않는 병원을 찾아 헤매는 청소년들, 수술비를 마련하려고 알바 하느라 임신 주수가 계속 늘어나는 사람들, 임신중지 약을 구하려다가 폭력이나 먹튀, 사기를 당하는 사람들, 안정적인 주거 공간이 없어서 약으로 하는 임신중지를 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임신중지 후에도 안전하게 회복할 곳이 없거나, 충분히 회복하지 못한 채로 일하러 나가야 하는 사람들, 임신중지했다는 기록을 남기고 싶지 않아 의료보험 적용을 포기하고 더 많은 돈을 부담해야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상담과 지원을 하다 보면 종종 제 역할이 무엇이고 어디까지인지 돌아보게 되는데요. 저는 주로 내담자의 상황을 파악하고, 병원을 예약하고, 병원에 함께 가고, 필요한 물품을 사 오고, 곁에 계속 머물다가 의료비를 계산합니다. 대기 시간이 길거나 입원하는 경우, 내담자들과 오랜 시간을 함께하다 보면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됩니다. 물론 구체적인 상황을 파악하기 위한 질문들도 합니다만, 사실 저는 마라탕이 좋아요? 엽떡이 좋아요? 이 릴스 봤어요? 정도의 질문을 하는 것을 가장 좋아합니다. 

그리고 수술비 주기로 했는데 안 주고 튄 전남친 욕하고, 진상 손님 욕하고, 언제 출근하냐고 묻는 실장 오빠에게 뭐라고 둘러댈지 함께 머리를 굴리고, 언제까지 출근하면 안 되냐고 물어보실 때는 일주일 만은 술 마시지 말고, 삽입 섹스 하지 말자 약속하기도 합니다. 시술이 끝나고 퇴원하고 함께 밥을 먹거나, 후속 진료 일정을 챙기고 몸과 마음의 회복을 확인하는 것, 무엇보다 당신의 삶에 ‘위기’라고 이름 붙이지 않고 지금 당장 필요한 것들을 함께 찾아나가는 것. 저는 이 모든 것이 셰어의 활동이자, 우리의 돌봄과 연대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유산유도제가 도입된다고 하더라도, 모든 임신중지에 건강보험이 적용되어도 여전히 몰래, 안전하지 않은 방법으로, 위험을 감수하며 임신중지할 사람들도 있습니다. 우리는 국가가 안전하게 임신중지할 권리를 보장한다고 해도, 그 ‘권리’ 안에 나의 권리는 없을 사람들과 함께 서로를 돌보며 살아가야 합니다. 낙인 없는 세상을 바라지만, 낙인과 함께 살아가는 삶도 사랑하며, 낙인 없는 세상을 위해 함께 투쟁하는 것이 서로의 볕이 되어주는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성노동자가 임신하면 자기 관리 못 했다고 비난받지 않았으면 좋겠고, 자궁을 긁어내는 소파술보다는 더 안전한 흡입술을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지원받을 수 있는 곳을 찾았는데 갑자기 탈성매매를 해야 지원해 준다는 말을 듣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임신중지 수술을 하고 일주일 정도는 잘 먹고, 잘 자고, 조금이라도 더 회복할 수 있는 시간을 우리가 함께 마련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셰어도 성노동자들이 쫓겨나지 않고 모든 폭력으로부터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노동 환경을 함께 만들어갈 것입니다. 앞으로도 낙인과 혐오에 맞서며 함께 살아 나가봅시다. 투쟁!


*이미지 출처 : 성노동자해방행동 주홍빛연대 차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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