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보고<돌, 바람, 퀴어 : 벽을 허무는 자긍심> 2026 제주퀴어프라이드 참여 후기

2026-07-02

c5305d28f8160.jpg

530f59fd491d9.jpg


6월 28일, 셰어는 제주퀴어프라이드에 참여하고 왔습니다. 6월 28일은 1969년 스톤월 항쟁이 있었던 날이자, 이를 계기로 이듬 해 최초의 프라이드 행진이 열린 날이기도 합니다. 제주퀴어프라이드 조직위원회는 올해 퀴어프라이드 선포 기자회견에서 스톤월로부터 국경과 시대를 넘어 이어진 우리의 자긍심과 연대는 다시 제주라는 지역을 넘어설 것이며, 국가 폭력과 학살 속에서 생존과 자유를 위협받고 있는 팔레스타인의 해방과 함께 구조적 불평등과 폭력에 신음하는 모든 이들과 연대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마침 날씨도 좋아서 제주의 하늘은 아주 푸르고 화창했습니다. 축제 장소인 동문로터리로 가는 길에 ’동성애가 자랑이냐‘고 쓴 거대한 만장을 든 사람들이 있기는 했지만 다행히 큰 방해 없이 잘 진행이 되었어요. 제주퀴어프라이드는 메시지에 힘이 담겨 있으면서도 축제에 모인 모든 이들에게 다정한 분위기로 진행되었습니다. 레인보우 오하나 훌라팀, 허리케인 김치, 투쟁펑크밴드 소수윗, 준그린 님의 공연과 구럼비에 사는 친구들의 공연이 이어졌고, 퀴어팔레스타인연대 QK48과 강정친구들, 그리고 올해 출범한 전교조 성소수자위원회의 발언이 많은 환호를 받고 깊은 울림을 주기도 했습니다.


동백작은학교 페미니즘 동아리 올페미의 신나는 퍼커션 공연과 함께 시작된 행진은 제주항 쪽 바닷길을 지나 시내로 1시간 정도 진행되었는데요, 바닷길을 지나면서 제주퀴어프라이드에서만 느낄 수 있는 아름다운 장면을 만날 수 있었어요. 푸른 하늘과 파란 바다, 무지개 현수막과 다양한 깃발이 참가자들의 분위기와 어울려 모두가 저절로 힘차게 걷고 소리 지를 수 있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행진에서는 강정일상저항행동의 낭,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한국 시민사회 긴급행동/팔레스타인평화연대 활동가 누르, 소수자난민인권네트워크의 화, 2026노프라이드데모 기획단/노동당 성소수자위원회의 케이 활동가와 셰어 나영이 발언을 이어갔습니다. 


<돌, 바람, 퀴어 : 벽을 허무는 자긍심>이라는 올해의 타이틀처럼, 제주가 지닌 저항의 역사, 국경을 넘는 연대, 함께 마음 편히 행진하고 노래하고 춤추며 외치는 사람들과 제주의 바다, 바람, 하늘이 ‘벽을 허무는 자긍심’으로 연결되는 시간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바닷길을 걸으며 힘차게 진행된 셰어 나영 대표의 발언문을 전합니다. 



[발언문]


제주퀴어프라이드에 함께하고 계신 여러분 안녕하세요!
저는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에서 활동하고 있는 나영입니다.
올해 처음으로 제주퀴어프라이드에 참여했습니다.
제가 사랑하는 제주에서 이렇게 함께 행진하니 정말 기분이 좋습니다. 


해마다 6월이면 세계 곳곳에서 진행되는 프라이드 축제와 행진 사진이 sns 피드를 가득 채우고는 합니다. 1년 중 가장 화려하고, 가장 반짝이는 모습으로 자신을 드러낸 행복한 표정의 사람들이 알록달록한 거리를 음악과 함께 행진합니다.
오래 전 저의 지인 중 한 명은 ‘동성애자들 어떻게 살든지 상관 안 하겠는데, 왜 그렇게 꼭 나와서 드러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는데요, 우리는 알고 있죠. 그 화려하고 반짝이는 모습과 거리를 울리는 비트 뒤에 존재하는 우리의 일상을 말입니다.
저는 그 간극 속에 퀴어가 있다고 생각하고, 그래서 프라이드 행진이 가장 화려한 저항의 행진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퀴어는 세상이 살라는대로 살지 않고 뭔가 어긋난 선택을 하고 어긋난 삶을 사는 것입니다.
세상 사람들이 흔히 관계맺는 방식대로 관계맺지 않고 다른 방식으로 관계맺으며 살아가는 것입니다.
어쩔 수 없어서 이렇게 사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살아야 내가 살겠기에 이렇게 사는 것입니다.
어떤 식으로든, 남들은 욕하는 그 삶의 길을 자기 삶으로 마주하고, 부딪히고, 선택하고, 만들어 온 사람들이 퀴어라는 이름으로 여기에 모여서 걷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사실 프라이드 행진에 함께하는 우리들, 여러분은 다들 어떤 식으로든 똘아이들인 것이에요. 


우리는 법과 제도를 통한 평등을 요구하기도 하지만, 그 좁은 틀에 다 담을 수 없는 각종 욕망과, 삶의 형태와, 독특한 관계와, 난잡한 돌봄 속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HIV가 친구들을 휩쓸어갈 때 가족도 버린 친구들 곁에서 함께 했던 레즈비언들의 역사가,
스톤월 항쟁에서 거리로 나섰던 트랜스젠더들과 성노동자들의 역사가,
항문섹스가 인권이냐는 팻말 앞에서 항문섹스도 인권이라는 구호를 외쳤던 이들의 역사가,
퀴퍼 때마다 곳곳에서 출몰하는 지나간 전 애인, 나랑 잤던 전 파트너 만날까봐 오히려 눈에 빨리 띄라고 화려한 옷 입고 나가는 성소수들의 역사, 그리고 강정에서 구럼비를 부수는 해군기지 건설에 맞서고 평화를 위한 투쟁에 함께 해 온 이곳 제주 퀴어들의 역사가 프라이드 먼스의 역사입니다. 


우리는 프라이드 퍼레이드 하루의 비트와 웃음 속에서 함께 걷다가, 문득 먼저 떠난 이들의 삶과 그들의 얼굴을 떠올리면서 울며 노래하는 퀴어들입니다. 그래서 저는 그 어긋난 삶, 난잡한 관계, 울면서 춤추고 노래하는 이들의 이야기가 우리의 행진 속에, 프라이드의 외침 속에 더 많이 연결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삶의 근간을 송두리째 뽑아버리려는 이스라엘과 제국주의 국가들의 78년간의 점령과 집단학살 속에서, 그들에 맞서 싸우며 동시에 퀴어로서의 삶을 살아내 온 팔레스타인 퀴어들과 함께 해방을!
HIV 감염인 퀴어들과, 성노동자 퀴어들과 함께 프라이드를!
가난하고 돈 없고 가족 없고 집 없는 퀴어들, 아프고 약 먹고 문란한 퀴어들,
그 와중에 너무 사랑스러운 퀴어들과 이 저항의 행진을 함께 합시다!


마지막으로, 올해 셰어는 트랜스젠더, 젠더퀴어의 재생산을 이야기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세상이 구획한 몸의 방식이 아니라, 각자의 욕망과 그 구획에 갇히지 않는 자기 몸의 방식으로 임신과 출산, 임신중지를 경험하고, 부딪히는 사람들, 양육자로서의 새로운 변화와 관계맺기를 시도해 나가는 사람들을 만납니다. 우리는 스스로 계속 변화를 만들고 있습니다. 세상이 살라는대로 살지 않는 사람들이기에 만들어나갈 수 있는 변화입니다. 그런 변화가 앞으로 우리가 이야기하는 프라이드 속에, 이 행진 속에 계속 연결되기를 바랍니다.


제 정체성은 세글자인데요, 세글자, 운동권입니다.
그래서 구호로 마무리하겠습니다.


문란한 퀴어가 세상을 바꾼다! 

Free! Free! Palestine! 

투쟁!

**발언 중 레퍼런스


d88c10af9a260.jpg




0

셰어의 활동 소식과 성·재생산에 관한 뉴스를 받아보고 싶다면 지금 바로 셰어의 뉴스레터를 
신청해 보세요. 알찬 소식으로 가득찬 뉴스레터를 월 1회 보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