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전하고 합법적인 임신중지를 위한 국제 행동의 날’인 9월 28일 저녁 7시, 서울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유산유도제 도입 101번째 국가를 향해”라는 제목으로 모두의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한 권리 보장 네트워크(모임넷)의 참여 단체들과 120여명의 시민들이 참여한 퍼포먼스가 진행되었습니다.
이 날 퍼포먼스는 유산유도제 도입 101번째 국가가 된다는 상징성을 담기 위해 함께 참여할 101명의 시민을 모집했으나, 예상보다 많은 분들이 참여해 주셔서 120명이 넘는 참가자가 함께했어요!
퍼포먼스를 진행하기 전에는 유산유도제 도입까지의 경과와 의미, 앞으로의 과제에 대한 발언과 참여한 시민들의 자유발언이 한 시간가량 진행되었습니다. 사회는 한국여성민우회 구구 활동가가 맡았습니다.
첫번째로 정부의 유산유도제 도입까지의 경과 보고 발언을 맡은 셰어의 나영 대표는 2019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만이 아니라 이미 2017년 9월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서 미프진 도입 요구가 있었다는 사실을 언급했습니다. 그리고 당시의 이 청원 또한 2009년 당시 이명박 정부의 ‘낙태죄’ 단속 강화 발표와 진오비 등 프로라이프 의사회의 시술 병원 고발 등으로 소위 ‘중국산 낙태약’이 들어와서 온라인에서 가짜 약과 브로커가 난무하니 안전한 약을 도입해 달라는 요구였다는 점을 이야기 했습니다. 그리고 시간을 좀 더 거슬러 올라가, 원래는 위장약인 미소프로스톨의 자궁 수축 부작용을 발견하고 유산유도제로 사용할 수 있도록 서로에게 전달하고 서로를 도왔던 여성들의 역사가 이 약을 지금 우리가 도입하려는 미페프리스톤과 함께 안전한 유산유도제로 사용하게 되기까지의 역사였다는 사실을 짚어 주었습니다.
이어서 현재 유산유도제 도입 국가 대부분이 불필요한 규제를 없애고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는 점을 이야기했습니다. 나영 대표는 “승인을 미룰수록, 제약을 가할수록, 뒤처지는 것은 한국의 정부, 그리고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한 의료 환경에 있어서는 이미 수십 년 뒤떨어진 한국의 의료 환경이 될 것”이라며 계속해서 함께 요구하자고 발언했습니다.
두번째로 의료계에서의 경과보고 발언에 나선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의 오정원 산부인과 전문의는 그 동안 약을 도입하기 위해 노력한 사람들은 임신중지의 경험을 가지고 있으며, 직접 이 약을 복용하게 될 당사자인 ‘우리’라고 강조하며 “의사들이 납치하게 두지 말자”고 힘주어 말했습니다. 또한, “이 약을 갖고 있다는 것은 누군가의 허락이 필요 없이 내 삶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상황이 되었을 때 더 벼랑 끝으로 서지 않고 안전하게 인정받으면서, 존엄함을 지키면서 삶을 유지할 수 있는 하나의 상징”이라고 말하고 이를 존엄하게 대우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이어서 자유발언에는 산부인과 의사, 임신중지 경험이 있는 당사자, 다낭성난소증후군이 있는 당사자, 성노동자, ‘낙태죄’ 폐지 운동 당시부터 함께해 온 활동가 등 시민 아홉 명이 참여했습니다.
이날 진행된 나영 대표와 오정원 산부인과 전문의, 자유발언에 참여한 아홉 명의 시민들의 발언문을 발언문 모음 링크 (클릭)에서 읽어보실 수 있으니 꼭 한 번 읽어보세요!
나영 대표의 발언문은 아래에서 바로 읽어 보실 수 있습니다 :)
마지막에는 한국여성민우회 몽실 상임대표의 진행으로 참여한 시민 모두가 우리의 요구를 구호로 외치면서 101번째 국가인 한국에 도달할 때까지 유산유도제 알약 모형을 서로에게 전달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했습니다.
앞으로도 진전된 변화가 이어질 수 있도록, 여러분도 계속해서 함께해 주세요!
함께 만난 셰어 조이 여러분 모두 반가웠어요! 꺅!

셰어 나영 대표 발언문
안녕하세요.
저는 모두의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한 권리 보장 네트워크에 참여하고 있는 단체 중 하나인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에서 대표를 맡고 있는 나영입니다.
저는 오늘 경과보고를 하러 이 자리에 나왔습니다.
그런데 우리, 어느 시점부터 이 경과를 말해야 할까요. 정부의 유산유도제 승인 계획 발표를 보고 많은 언론에서 2019년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7년만이라는 사실에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모임넷 역시 그 점을 강조해서 이야기했습니다.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7년, 그에 따라 형법 ‘낙태죄’ 조항의 법적 효력이 완전히 끝나고 유산유도제의 승인 신청이 시작된 지 5년 만입니다.
그동안 우리는 비범죄화가 이미 새로운 기준이며, 법 개정 없이도 유산유도제 도입과 건강보험 적용이 가능하다고 계속해서 주장하고 요구해 왔습니다. 입법 공백이 아니라 정부, 복지부, 식약처의 책임방기로 근거도 없이 약 승인이 한없이 미뤄지는 동안 우리는 복지부를 찾아가기도 하고, 식약처의 중앙약사심의위원회에 참석하여 과학적 근거와 각국의 현황을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에 차별 진정도 하고,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의 대한민국 정부의 이행보고 심의에도 참석하여 정부의 책임 방기를 알리기도 했습니다. 매번 수 페이지에서 수십 페이지에 달하는 자료와 우리의 요구를 정부와 국회에 보내고 면담이나 간담회, 토론회가 있을 때마다 제출했습니다. 이번 정부의 발표는 그 시간 끝에 겨우 시작된 첫걸음입니다.
하지만 시간을 좀 더 앞당겨서 볼 수도 있습니다.
2019년이 아닌 2017년 9월 30일입니다.
이 날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미프진 도입을 요구하는 청원글이 처음으로 올라온 날입니다.
이 청원에는 한 달만에 235,372명이 참여했고, 당시 문재인 정부의 조국 민정수석은 위헌 소송이 진행 중인 것에만 책임을 미루고, “모든 부모에게 출산이 기쁨이 되고, 아이에게 축복이 되는 사회를 만들도록 노력할 것”이라는 동문서답으로 입장 발표를 마무리했습니다.
이 청원은 왜 올라오게 되었을까요. 청원글을 보면 이때도 이미 온라인에서 가짜약을 팔고 사기를 치는 등의 문제를 유산유도제의 공식 승인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소위 중국산 낙태약이 들어오기 시작한 게, 2009년 이명박 정부가 ‘낙태죄’ 단속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하고, 진오비 등 프로라이프 의사들이 나서서 시술 병원 고발을 시작해서 상황이 매우 심각해진 때부터였기 때문입니다. 한국에서 갈 수 있는 병원을 찾지 못해 임신중지를 하러 해외로 가고, 브로커가 판치고, 그러다 한 여성의 임신중지를 도운 조산사가 상대 남성에게 보복성으로 고발을 당해 그 사건이 헌법재판소까지 갔습니다. 그리고 2012년 헌법재판소는 합헌 결정을 내렸죠. 온라인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미프진 판매상과 브로커가 더욱 급증했습니다.
시간을 더 거슬러 볼 수도 있습니다. 아직 한국에 승인되지 않은 미프진, 그러니까 미페프리스톤 외에 사이토텍이라는 제품명으로 파는 미소프로스톨은 이미 아주 오래전부터 임신중지 약으로 사용되어 왔습니다. 원래 위장약인 이 약의 자궁수축 부작용을 발견하고 임신 중지로 사용하기 시작한 건 의사가 아닌 바로 여성들이었습니다. 더 이상 배를 발로 차고, 산에서 구르고, 초산을 마시고, 옷걸이로 자가낙태를 시도하다 죽지 않도록, 여성들은 서로에게 이 약을 건네고 임신중지 과정을 도왔습니다.
어떤가요. 이게 지금 우리가 101번째 유산유도제 승인 국가가 되는 걸 앞두기까지의 경과입니다. 임신중지를 아무리 처벌해도, 자신의 삶 뿐만 아니라 태어나면 키워야 할 자녀의 삶과 그에 대한 책임을 고민할 수밖에 없었던 여성들은 어떻게든 서로를 살리기 위해 약을 찾았고 서로에게 전하고 서로를 살게 도왔습니다.
그 필요성을 깨달은 의료인들은 그 과정에 함께했고, 점차 여러 국가가 약을 승인했습니다. 나아가 약이 필요한 모든 사람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공공보험을 통해 무상으로 이용하게 하고 의료체계를 만들고 정보 접근성을 높였습니다. 2016년 연구에 따르면 법적 허용 범위는 다르더라도 임신중지가 가능한 국가의 50% 이상이 공공보험을 통해 무상으로 임신중지 의료비 급여를 보장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별도의 공적 기금을 마련해 지원하는 국가도 있습니다. 내가 사는 곳, 일하는 곳에서 가까운 병원을 찾을 수 있게 상담과 정보 시스템도 구축되어 있습니다.
지금 복지부, 식약처나 산부인과의사회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원내 처방, 원내 조제, 병원대기, 산부인과 전문의 자격 제한, 사전 등록, 자격 인증 같은 모든 규제들이 약의 안전성이나 건강 보장에는 아무런 쓸모가 없고, 오히려 접근성 제약으로 임신중지 시기 지연과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이 더 크다는 사실을, 이미 먼저 약을 도입한 대부분의 나라에서 다 확인하고 모든 규제를 없앤 현실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2026년입니다.
약이 도입된 100개국 중에 이 약이 위험하다고 호들갑을 떠는 국가는 일본이 유일합니다. 그런데 지금 한국의 복지부, 식약처, 산부인과의사회는 책임을 회피하고 기득권을 잃지 않기 위해 오직 그 일본의 선례만을 보고 있습니다.
여러분, 약은 이미 전 세계 어디든 가고 있습니다. 정부가 아무리 승인을 미뤄도, 이미 오래전부터 서로를 살리기 위해 약을 전했던 것처럼, 약은 계속해서 전달될 것입니다. 약을 전하는 것을 넘어, 이제는 아프지 않은 약을 만들자고 하고 있습니다. 승인을 미룰수록, 제약을 가할수록, 뒤처지는 것은 한국의 정부, 그리고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한 의료 환경에 있어서는 이미 수십 년 뒤떨어진 한국의 의료 환경이 될 것입니다.
우리는 청소년, 장애인, 비정규직 계약직 노동자, 이주민과 난민, 안전하게 임신중지할 산부인과를 찾기가 너무 어려운 서울 외 지역에 모든 사람들과, 트랜스젠더/젠더퀴어/논바이너리/인터섹스/레즈비언/바이섹슈얼 임신 가능성이 있는 모든 성소수자들이 무상으로, 병원에서 처방받은 유산유도제를 자신에게 가장 안전하고 편한 시간과 공간에서 이용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그때까지 계속해서 이 자리에 있는 여러분과 함께, 서로에게 약을 전달하며 싸울 것입니다.
이제 시작된 승리를 끝까지 밀고 나가 봅시다.
그런 의미에서 같이 구호를 외쳐볼까요.
“모두에게 무상으로 안전한 유산유도제 보장하라! "
‘안전하고 합법적인 임신중지를 위한 국제 행동의 날’인 9월 28일 저녁 7시, 서울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유산유도제 도입 101번째 국가를 향해”라는 제목으로 모두의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한 권리 보장 네트워크(모임넷)의 참여 단체들과 120여명의 시민들이 참여한 퍼포먼스가 진행되었습니다.
이 날 퍼포먼스는 유산유도제 도입 101번째 국가가 된다는 상징성을 담기 위해 함께 참여할 101명의 시민을 모집했으나, 예상보다 많은 분들이 참여해 주셔서 120명이 넘는 참가자가 함께했어요!
퍼포먼스를 진행하기 전에는 유산유도제 도입까지의 경과와 의미, 앞으로의 과제에 대한 발언과 참여한 시민들의 자유발언이 한 시간가량 진행되었습니다. 사회는 한국여성민우회 구구 활동가가 맡았습니다.
첫번째로 정부의 유산유도제 도입까지의 경과 보고 발언을 맡은 셰어의 나영 대표는 2019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만이 아니라 이미 2017년 9월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서 미프진 도입 요구가 있었다는 사실을 언급했습니다. 그리고 당시의 이 청원 또한 2009년 당시 이명박 정부의 ‘낙태죄’ 단속 강화 발표와 진오비 등 프로라이프 의사회의 시술 병원 고발 등으로 소위 ‘중국산 낙태약’이 들어와서 온라인에서 가짜 약과 브로커가 난무하니 안전한 약을 도입해 달라는 요구였다는 점을 이야기 했습니다. 그리고 시간을 좀 더 거슬러 올라가, 원래는 위장약인 미소프로스톨의 자궁 수축 부작용을 발견하고 유산유도제로 사용할 수 있도록 서로에게 전달하고 서로를 도왔던 여성들의 역사가 이 약을 지금 우리가 도입하려는 미페프리스톤과 함께 안전한 유산유도제로 사용하게 되기까지의 역사였다는 사실을 짚어 주었습니다.
이어서 현재 유산유도제 도입 국가 대부분이 불필요한 규제를 없애고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는 점을 이야기했습니다. 나영 대표는 “승인을 미룰수록, 제약을 가할수록, 뒤처지는 것은 한국의 정부, 그리고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한 의료 환경에 있어서는 이미 수십 년 뒤떨어진 한국의 의료 환경이 될 것”이라며 계속해서 함께 요구하자고 발언했습니다.
두번째로 의료계에서의 경과보고 발언에 나선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의 오정원 산부인과 전문의는 그 동안 약을 도입하기 위해 노력한 사람들은 임신중지의 경험을 가지고 있으며, 직접 이 약을 복용하게 될 당사자인 ‘우리’라고 강조하며 “의사들이 납치하게 두지 말자”고 힘주어 말했습니다. 또한, “이 약을 갖고 있다는 것은 누군가의 허락이 필요 없이 내 삶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상황이 되었을 때 더 벼랑 끝으로 서지 않고 안전하게 인정받으면서, 존엄함을 지키면서 삶을 유지할 수 있는 하나의 상징”이라고 말하고 이를 존엄하게 대우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이어서 자유발언에는 산부인과 의사, 임신중지 경험이 있는 당사자, 다낭성난소증후군이 있는 당사자, 성노동자, ‘낙태죄’ 폐지 운동 당시부터 함께해 온 활동가 등 시민 아홉 명이 참여했습니다.
이날 진행된 나영 대표와 오정원 산부인과 전문의, 자유발언에 참여한 아홉 명의 시민들의 발언문을 발언문 모음 링크 (클릭)에서 읽어보실 수 있으니 꼭 한 번 읽어보세요!
나영 대표의 발언문은 아래에서 바로 읽어 보실 수 있습니다 :)
마지막에는 한국여성민우회 몽실 상임대표의 진행으로 참여한 시민 모두가 우리의 요구를 구호로 외치면서 101번째 국가인 한국에 도달할 때까지 유산유도제 알약 모형을 서로에게 전달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했습니다.
앞으로도 진전된 변화가 이어질 수 있도록, 여러분도 계속해서 함께해 주세요!
함께 만난 셰어 조이 여러분 모두 반가웠어요! 꺅!
원내조제•원내투약 방침 즉각 철회하라!
모든 임신중지에 건강보험 보장하라!
WHO 기준으로 처방 기간 확대하라!
안전한 유산유도제 이용 정보 시스템을 구축하라!
모든 사람에게 차별없는 보건의료 접근성을 보장하라!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한 연계 체계 구축하라!
셰어 나영 대표 발언문
안녕하세요.
저는 모두의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한 권리 보장 네트워크에 참여하고 있는 단체 중 하나인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에서 대표를 맡고 있는 나영입니다.
저는 오늘 경과보고를 하러 이 자리에 나왔습니다.
그런데 우리, 어느 시점부터 이 경과를 말해야 할까요. 정부의 유산유도제 승인 계획 발표를 보고 많은 언론에서 2019년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7년만이라는 사실에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모임넷 역시 그 점을 강조해서 이야기했습니다.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7년, 그에 따라 형법 ‘낙태죄’ 조항의 법적 효력이 완전히 끝나고 유산유도제의 승인 신청이 시작된 지 5년 만입니다.
그동안 우리는 비범죄화가 이미 새로운 기준이며, 법 개정 없이도 유산유도제 도입과 건강보험 적용이 가능하다고 계속해서 주장하고 요구해 왔습니다. 입법 공백이 아니라 정부, 복지부, 식약처의 책임방기로 근거도 없이 약 승인이 한없이 미뤄지는 동안 우리는 복지부를 찾아가기도 하고, 식약처의 중앙약사심의위원회에 참석하여 과학적 근거와 각국의 현황을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에 차별 진정도 하고,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의 대한민국 정부의 이행보고 심의에도 참석하여 정부의 책임 방기를 알리기도 했습니다. 매번 수 페이지에서 수십 페이지에 달하는 자료와 우리의 요구를 정부와 국회에 보내고 면담이나 간담회, 토론회가 있을 때마다 제출했습니다. 이번 정부의 발표는 그 시간 끝에 겨우 시작된 첫걸음입니다.
하지만 시간을 좀 더 앞당겨서 볼 수도 있습니다.
2019년이 아닌 2017년 9월 30일입니다.
이 날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미프진 도입을 요구하는 청원글이 처음으로 올라온 날입니다.
이 청원에는 한 달만에 235,372명이 참여했고, 당시 문재인 정부의 조국 민정수석은 위헌 소송이 진행 중인 것에만 책임을 미루고, “모든 부모에게 출산이 기쁨이 되고, 아이에게 축복이 되는 사회를 만들도록 노력할 것”이라는 동문서답으로 입장 발표를 마무리했습니다.
이 청원은 왜 올라오게 되었을까요. 청원글을 보면 이때도 이미 온라인에서 가짜약을 팔고 사기를 치는 등의 문제를 유산유도제의 공식 승인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소위 중국산 낙태약이 들어오기 시작한 게, 2009년 이명박 정부가 ‘낙태죄’ 단속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하고, 진오비 등 프로라이프 의사들이 나서서 시술 병원 고발을 시작해서 상황이 매우 심각해진 때부터였기 때문입니다. 한국에서 갈 수 있는 병원을 찾지 못해 임신중지를 하러 해외로 가고, 브로커가 판치고, 그러다 한 여성의 임신중지를 도운 조산사가 상대 남성에게 보복성으로 고발을 당해 그 사건이 헌법재판소까지 갔습니다. 그리고 2012년 헌법재판소는 합헌 결정을 내렸죠. 온라인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미프진 판매상과 브로커가 더욱 급증했습니다.
시간을 더 거슬러 볼 수도 있습니다. 아직 한국에 승인되지 않은 미프진, 그러니까 미페프리스톤 외에 사이토텍이라는 제품명으로 파는 미소프로스톨은 이미 아주 오래전부터 임신중지 약으로 사용되어 왔습니다. 원래 위장약인 이 약의 자궁수축 부작용을 발견하고 임신 중지로 사용하기 시작한 건 의사가 아닌 바로 여성들이었습니다. 더 이상 배를 발로 차고, 산에서 구르고, 초산을 마시고, 옷걸이로 자가낙태를 시도하다 죽지 않도록, 여성들은 서로에게 이 약을 건네고 임신중지 과정을 도왔습니다.
어떤가요. 이게 지금 우리가 101번째 유산유도제 승인 국가가 되는 걸 앞두기까지의 경과입니다. 임신중지를 아무리 처벌해도, 자신의 삶 뿐만 아니라 태어나면 키워야 할 자녀의 삶과 그에 대한 책임을 고민할 수밖에 없었던 여성들은 어떻게든 서로를 살리기 위해 약을 찾았고 서로에게 전하고 서로를 살게 도왔습니다.
그 필요성을 깨달은 의료인들은 그 과정에 함께했고, 점차 여러 국가가 약을 승인했습니다. 나아가 약이 필요한 모든 사람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공공보험을 통해 무상으로 이용하게 하고 의료체계를 만들고 정보 접근성을 높였습니다. 2016년 연구에 따르면 법적 허용 범위는 다르더라도 임신중지가 가능한 국가의 50% 이상이 공공보험을 통해 무상으로 임신중지 의료비 급여를 보장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별도의 공적 기금을 마련해 지원하는 국가도 있습니다. 내가 사는 곳, 일하는 곳에서 가까운 병원을 찾을 수 있게 상담과 정보 시스템도 구축되어 있습니다.
지금 복지부, 식약처나 산부인과의사회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원내 처방, 원내 조제, 병원대기, 산부인과 전문의 자격 제한, 사전 등록, 자격 인증 같은 모든 규제들이 약의 안전성이나 건강 보장에는 아무런 쓸모가 없고, 오히려 접근성 제약으로 임신중지 시기 지연과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이 더 크다는 사실을, 이미 먼저 약을 도입한 대부분의 나라에서 다 확인하고 모든 규제를 없앤 현실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2026년입니다.
약이 도입된 100개국 중에 이 약이 위험하다고 호들갑을 떠는 국가는 일본이 유일합니다. 그런데 지금 한국의 복지부, 식약처, 산부인과의사회는 책임을 회피하고 기득권을 잃지 않기 위해 오직 그 일본의 선례만을 보고 있습니다.
여러분, 약은 이미 전 세계 어디든 가고 있습니다. 정부가 아무리 승인을 미뤄도, 이미 오래전부터 서로를 살리기 위해 약을 전했던 것처럼, 약은 계속해서 전달될 것입니다. 약을 전하는 것을 넘어, 이제는 아프지 않은 약을 만들자고 하고 있습니다. 승인을 미룰수록, 제약을 가할수록, 뒤처지는 것은 한국의 정부, 그리고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한 의료 환경에 있어서는 이미 수십 년 뒤떨어진 한국의 의료 환경이 될 것입니다.
우리는 청소년, 장애인, 비정규직 계약직 노동자, 이주민과 난민, 안전하게 임신중지할 산부인과를 찾기가 너무 어려운 서울 외 지역에 모든 사람들과, 트랜스젠더/젠더퀴어/논바이너리/인터섹스/레즈비언/바이섹슈얼 임신 가능성이 있는 모든 성소수자들이 무상으로, 병원에서 처방받은 유산유도제를 자신에게 가장 안전하고 편한 시간과 공간에서 이용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그때까지 계속해서 이 자리에 있는 여러분과 함께, 서로에게 약을 전달하며 싸울 것입니다.
이제 시작된 승리를 끝까지 밀고 나가 봅시다.
그런 의미에서 같이 구호를 외쳐볼까요.
“모두에게 무상으로 안전한 유산유도제 보장하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