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보고[차별금지법제정연대 기자회견] 차별금지법은 생존의 요구다! 포괄적 차별금지법 연내 입법 촉구 기자회견

2021-04-08


■ 일시 : 2021년 4월 8일(목) 오전 11시

■ 장소 : 국회 본청 계단

■ 공동주최 : 더불어민주당 이상민 의원실, 정의당 장혜영 의원실, 열린민주당 강민정 의원실,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실, 정의당, 기본소득당, 노동당, 녹색당, 미래당, 진보당, 차별금지법제정연대  


■ 진행순서

[1부] 포괄적 차별금지법, 이제는 제정합시다 

- 참석 국회의원 및 정당 대표 발언 

정의당 장혜영 의원, 열린민주당 강민정 의원,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 노동당 현린 대표, 녹색당 김예원 공동대표, 미래당 오태양 공동대표, 진보당 김재연 상임대표 


[2부] 21대 국회는 차별금지법 지금 당장 제정하라

-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연내 입법운동 계획(정혜실 공동대표)

- 지역 차제연 (기선 인천차별금지법제정연대 활동가) 

- 우야해영 (더불어민주당 인권위원회 성소수자분과) 

- 김미숙(김용균재단 이사장) 

- 나영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 공동집행위원장,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 SHARE 대표) 

- 시국선언문 낭독 (3/24 시국회의 참여자)

 : 나래(교육공동체 나다), 김정덕(정치하는 엄마들), 김우희(차별에 맞선 별)


■ 나영 발언문


이제 며칠 후면 어느덧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2주년이 됩니다. 그보다 앞선 2016년 10월에는 그 역사적인 촛불집회 보다 먼저 수백 명의 여성들이 거리로 나와 검은시위를 시작했습니다. 

2016년의 검은시위는 갑자기 시작된 것이 아닙니다. 저출산의 책임을 여성들에게 돌리고 국책연구기관에서 버젓이 여성들의 고학력 고스펙을 막아 결혼과 출산율을 높여아 한다는 보고서를 내놓게 만든 정부에 대한 분노, 만연한 성차별과 여성혐오 범죄, 불평등과 낙인 속에서 오랫동안 쌓여온 고통이 터져나온 것입니다.

그리고 2016년 검은시위가 시작될 때, 우리는 이런 구호를 외쳤습니다. “낙태가 죄라면 범인은 국가다”

우리는 낙태죄와 모자보건법을 통해 우생학적으로 생명을 선별하고, 사회경제적 차별과 불평등을 방관한 채 여성의 몸을 인구 통제의 도구로 삼아온 정부에게 책임이 있음을 분명히 했습니다.

그 역사에서 장애나 유전성 질병이 있는 이들은 강제 불임시술, 강제 낙태를 겪었고, 많은 여성들이 불평등한 성적 관계와 사회경제적 불평등 속에서 피임과 임신, 임신중지, 출산, 양육에 대한 책임을 혼자 짊어져야 했으며, 임신하면 해고되거나 퇴학을 당하는 차별을 겪었습니다. 혼인 여부에 따른 차별과 낙인은 비혼 가족, 한부모 가족, 성소수자들의 성과 재생산 권리를 침해하였고, 연령과 혼인 여부, 국적에 따른 차별이 본인의 의사에 반해 수많은 입양이 이루어지게 만들었습니다. 이주 여성들은 한국인 남성과의 관계와 출산 여부에 거주 자격이 달려 있는 현실 속에 자기결정권을 존중받지 못했습니다. 차별은 개인의 태도에 달린 것이 아니라 국가와 사회의 구체적인 의도속에 유지되어 왔고, 우리의 삶과 생존이 걸린 현실, 우리의 성과 재생산 권리를 침해해 왔습니다. 그것을 바꾸어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요구입니다. 

이제 낙태죄의 역사는 끝났지만, 정부와 국회의 무책임한 태도로 아직 지난 역사에서 누적되어 온 이 차별의 역사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이제 우리의 성과 재생산 권리를 보장해나갈 법적 변화, 제도적 변화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리고 차별금지법은 그 변화를 위해 반드시 제정되어야 할 핵심적인 법입니다. 

더 이상 연령, 국적, 장애, 질병, 노동형태, 경제적 상황, 지역,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으로 인해 성과 재생산 권리를 함부로 침해당하지 않도록, 차별금지법은 낙태죄가 폐지된 올해 반드시 제정되고 함께 변화를 추동해야 합니다. 

이번 선거 결과를 보고 이 국회에 있는 분들, 정부는 무슨 생각을 했을지 궁금합니다.

제가 오늘 발언을 2016년의 검은시위에 대한 이야기에서부터 시작했는데요, 그 이후 촛불집회가 이어지고 2017년 3월이 되었을 때 당시 자유한국당의 지지율은 10%도 되지 않았습니다. 

지금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요. 정부와 민주당이 그 변화의 열망을 무엇 하나 담아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부동산 정책이, 20대 남성을 붙잡지 못한 것이 요인이라고 생각한다면 가장 단편적인 분석이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망할 것입니다. 오늘도 이 자리에 많은 국회의원 분들이 와 계시고 앞서 발언도 하셨습니다만, 분명히 기억하시기를 바랍니다. 6년 전 우리가 원한 것은 이전과는 다른 시대였고, 지금 이 상황이 된 것은 지난 5년 사이에도 이전과 분명하게 달라진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차별금지법을 제정하고 성과 재생산 권리를 보장할 수 있는 법을 만드십시오. 차별금지법은 생존의 요구이고, 개인의 생존만이 아니라 바로 이 사회의 생존을 위한 요구입니다.


■ 시국선언문


<차별금지법은 생존의 요구다> 


세상을 떠난 누군가의 부고가 전해질 때마다 우리는 친구의 안부를 확인한다. 나는 살아있음을, 우리는 살아갈 것임을 타전한다. 살아 숨쉬고 있음을 세상에 증명해야 하는, 우리의 삶이 우리의 시국이다. 

벗을 잃은 아픔으로 우리가 숨죽일수록 이 세계는 우리를 지울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외친다. 차별금지법 제정하라. 

우리는 찬반 투표의 대상으로나 세상에 등장했다. 우리의 존엄은 짓밟혔고 모두가 누려 마땅한 권리는 허락되지 않았다. 한국사회의 차별과 혐오가 심각하다는 점은, 코로나19와 함께 더욱 선명하게 드러났다. 어쩌면 우리 모두 알고 있었다. 직장에서, 학교에서, 각종 시설에서, 차별 한 번 안 당해본 사람이 있을까. 그러나 우리는 침묵을 강요당했다. 조금이라도 항의하면 손가락질 당하기 일쑤였다. 사회는 우리를 침묵에 가두고 차별은 없다는 듯 굴었다. 그러나 차별은 한 번도 멈춘 적 없다. 차별은 이 세계가 굴러가는 방식 그 자체다. 차별금지법 제정에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말은 차별에 대한 합의를 승인하겠다는 말과 다를 바 없다. 차별은 저절로 사라지지 않는다. 

차별금지법은 생존의 요구다. 우리를 숨 쉬게 하는 법이다. 우리는 용기 내지 않아도 살아낼 수 있는 삶을 원한다. 용기는, 저마다의 꿈을 위해 도전할 때 쓰고 싶다. 존재 자체에 용기를 요구하지 마라. 차별금지법은 자유가 시작되는 자리다. 우리가 고유한 존재로 존중받는 자리, 동료시민으로 함께 서는 연대의 자리다. 차별금지법은 평등의 발판이다. 나로 살기 위해, 너를 지키기 위해, 우리는 대항할 권리를 원한다. 

‘나중에’ 하겠다는 정부여당에 고한다. 당신들은 ‘지금’을 독점할 권한이 없다. 정의와 진보를 말하면서 혐오에 타협하거나 굴복하는 정치는 이제 지겹다. 국회의 담장 안에 숨어 ‘차별은 나쁘지만 차별금지법은 나중에’라고 변명하는 이들에게 ‘지금’을 내어주지 않을 것이다. 

촛불의 화려한 껍데기만 가져간 이들에게 말한다. 지금 찬란하게 빛나는 것은 우리의 ‘지금’이다. 우리는 당신들이 만드는 세계에 입장권을 따내려고 구걸하지 않는다. 우리는 당신들이 ‘지금 하지 않겠다’는 말로 세우는 벽을 부수고 세계를 확장할 것이다. 우리와 함께, 들숨에 평등을 느끼고 날숨에 혐오를 날려보낼 세계를 건설할 것이다. 

우리는 다짐한다. 조용히 숨 죽인다면 우리의 ‘지금’은 영원히 나중으로 밀려날 것이다. 우리는 더욱 소란스럽게 외칠 것이다. 우리는 누군가를 지우는 세상에서 나도 언제든 지워질 수 있음을 잊지 않겠다. 우리도 지워왔을지 모를 소중한 존재들을 더 너르고 단단하게 연결할 것이다. 차별에 맞설 권리와 책임이 우리 모두에게 있다. 

우리는 요구한다. 국회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지금 당장 제정하라. 

우리는 한국사회의 모든 구성원들에게 호소한다. 평등을 위해 지금 나서야 한다. 차별과 혐오 없는 민주주의 사회를 우리가 만들어야 한다. 우리는 더 깊이 숨 쉬고, 더 멀리 나아갈 권리가 있다. 


2021년 4월 8일

차별금지법 제정을 요구하는 4,382명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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