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보고[셰어 연속 포럼 1차 후기] 포괄적 성교육, 목적과 방향

2021-06-17


셰어는 임신중지의 비범죄화는 가장 기본적인 요구일 뿐이며, 앞으로 의료, 교육, 노동, 사회복지 등 모든 생활영역에서 성·재생산 권리를 실현하기 위한 법·제도적 보장과 의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보고, 2020년 10월과 11월에 「성·재생산권리 보장 기본법(안)」 및 법안 해설집을 발표했습니다. 2021년에는 연속포럼을 통해 사회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당사자분들을 모시고 각 분야에서 성·재생산권리 보장과 관련하여 고민하거나 추진하고 계신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와 관련해 ‘기본법(안)’이 어떻게 서로 연결되고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지 등을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하려고 합니다. 4월 21일, 첫 번째 포럼이 ‘교육’ 분야에 대해 진행되었습니다. <포괄적 성교육, 목적과 방향 – 성교육은 성폭력/임신중지 예방교육인가?>의 자료집과 녹화영상을 공개하면서, 그 내용을 전하기 위한 포럼 후기글을 작성했습니다.

 

이 포럼은 성교육이 더이상 성폭력 예방교육에 머물러서도, 임신중지 예방교육이 되어서도 안 된다는 문제의식으로 기획되었다. 2015년 교육부가 발표한 성교육 표준안에 많은 비판이 가해졌음에도, 여전히 성교육에 대해서 성폭력 예방 차원에서만 접근하고, 심지어는 아동·청소년의 행동을 제약하는 방식으로 성폭력 ‘피해’를 예방하려는 시도들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낙태죄 폐지 운동에서 우리는 성과 재생산 전반에 걸친 권리 보장을 요구하면서 “포괄적 성교육 실시”도 주장했지만, 2020년 말 정부가 낙태죄 개정안에 그나마 새롭게 추가되어 있었던 것은 ‘피임교육’ 뿐이었다. 기존의 ‘낙태예방사업’을 이름만 바꾼 것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이 포럼에서는 포괄적 성교육의 목적은 성적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어야 하며, 아동·청소년도 성적 권리의 주체임을 분명히 했다. 셰어는 「성·재생산권리 보장 기본법(안)」에서 “모든 사람은 생애 전반에 걸쳐... 포괄적 성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지(제29조)”며, “포괄적 성교육은 상호 존중과 평등에 기반한 친밀한 관계 형성을 위해 필요한 지식과 기술을 제공하며, 성을 인간 발달의 정상적인 일부로서 이해하도록 촉진하기 위한 목적으로 실시되어야(제30조)” 한다고 밝혔다. 다른 발표자들도 아동·청소년이 무성적 존재가 아님을 인정하고 장애·성적지향·성별정체성 등 다양성을 긍정하는 것(위티, 오리/정지원), 보호와 예방을 넘어서 ‘성적 즐거움’을 포함한 성적 권리를 보장하는 것(청소년성문화센터, 이유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중요하게 지적하고 싶은 것은, 아동·청소년 당사자들은 물론이고 많은 양육자, 교사, 지역사회 구성원들이 포괄적 성교육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다는 점이다. 아니, 적극적으로 필요로 하면서 요청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와 같은 성교육 정책은 (정책 담당자들이 흔히 얘기하는 것처럼 ‘시기상조’가 아니라) 실제 교육 현장의 필요에 발 맞추지 못해 뒤쳐진 것이고,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보려는 이들이 모든 부담을 오롯이 혼자 져야 하게 만드는 불합리한 구조이다.

 

그룹 과외 방식의 ‘사적 성교육’이 많이 이루어진다는 사실에서 단적으로 드러나듯, 양육자들은 성교육의 필요성을 절감함에도 공교육에서 제대로 된 성교육을 기대할 수 없어 답답해하고 있다(정치하는 엄마들, 심에스더). 입시 위주 시스템 속에서 폭력적이고 비교육적인 공간이 되어버린 학교에서, 성교육의 교육적 가치에 주목하는 교사도 있다. 성교육이 학생들에게는 성적이나 진로가 다른 친구도 나와 동등한 인격체임을 이해하고 존중하며 함께 어울리는 법을 배우는 시간이 될 것이며, 적절한 조건이 갖춰진다면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책임 있게 해나갈 교사들이 현장에 많이 있다는 것이다(전국성평등국어교사모임, 이현주). 전문성을 쌓아가면서 실천적인 경험을 축적해가고 있는 성교육 전문 강사진도 이미 존재하며(이유정), 성인 대상 성교육이 지역사회 기반으로 활성화됨에 따라 이른 시기부터 공교육에서 포괄적 성교육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버터스푼, 고유진).

 

앞으로의 과제에 대해서도 다양한 층위에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이미 도입된 연간 15차시 성교육을 내실화하기 위한 방안에서부터, 양육자 대상 성교육 프로그램의 제공, 평생교육으로서의 성교육, 학생의 성과 재생산 권리 보장을 위해 필요한 학교의 변화, 관련된 법과 정책의 변화에 이르기까지 말이다.

 

포괄적인 성교육이 제대로 시행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려면 특히 법과 정책의 뒷받침이 필수적일 것으로 보인다. 각 교사/학교의 자율성에만 모든 것을 맡기기엔 입시 이외의 활동이 환영받기 어려운 구조적인 어려움에 더해, 보수기독교 혐오세력의 조직적인 민원이 크나큰 걸림돌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해외 다른 나라들에서도 성교육과 관련해서는 항상 반대세력과 논란이 있었지만, 법·정책적 차원에서 돌파해나갔다. 입법을 통해서 포괄적 성교육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것은 점차 세계적인 추세가 되고 있다. 포괄적 성교육에 대한 통합 법률을 마련하고 추진체계를 확립하기 위해 상위규범을 만드는 과정에, 셰어의 「성·재생산권리 보장 기본법」도 함께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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