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보고[조이풀 인터뷰] 11화 : 셰어는 은하수 같아요! 셰어를 진심으로 애정하며 '적극적 합의'에 관한 활동을 이어가는 앎 조이님 이야기

2023-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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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이풀 인터뷰는 한 달에 한 번 셰어 활동가와 조이(후원회원)가 만나 대화를 나누는 시간입니다. 곳곳에서 멋진 삶을 짓고 있는 조이를 소개하며 우리의 연결고리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갑니다. 조이의 이야기를 통해 셰어의 활동은 확장되고, 조이의 일상과 셰어가 연결될수록 셰어의 활동은 풍요로워질 거예요. 조이라면 누구나 조이풀 인터뷰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셰어는 조이 여러분의 이야기를 기다립니다.


[조이풀 인터뷰] 11화 

셰어는 은하수 같아요!

셰어를 진심으로 애정하며 '적극적 합의'에 관한 활동을 이어가는 앎 조이님 이야기💜


3월 조이풀 인터뷰의 주인공은 바로 앎 조이님 입니다! 한국성폭력상담소의 활동가로 셰어와 함께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 모두의안전한임신중지를위한권리보장네트워크 활동을 해왔으며, 현재는 안식년을 보내며 '적극적 합의'에 관한 장편 소설을 준비하고 계시다고 해요. 낙태죄 폐지를 위해 함께 한 시간들, 낙태죄 폐지 이후, 그리고 적극적 합의와 관련된 다양한 활동들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셰어를 향한 관심과 애정이 따뜻하게 전해지는 인터뷰였는데요, 인터뷰 질문 중 '셰어가 어떤 공간이라고 생각하는지'에 대해 "셰어는 은하수  같아요!"라고 답해주셨답니다. 왜 은하수인지는 아래의 인터뷰를 꼭 읽어보세요! 그럼 조이 여러분, 은하수를 함께 여행해볼까요?!



618c05f509f64.jpg사진 : 앎 조이님

셰어 현재 하고 계신 일들과 그동안 활동해 오신 일들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안식년을 어떻게 보내고 계신지도요!


저는 한국성폭력상담소(이하 ‘상담소’) 활동가, 리을 미음 받침의 앎입니다. 2017년부터 올 1월까지 성문화운동팀에서 활동해왔고, 지금은 1년간 안식년을 보내고 있어요. 성문화운동팀에서는 주로 ‘적극적 합의’라는 의제 활동을 통해 동의의 의미와 조건을 밝히는 활동을 해왔고, 연대 활동으로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이하 '모낙폐'), 모두의안전한임신중지를위한권리보장네트워크(이하 '모임넷'), ‘강간죄’개정을위한연대회의(이하 '강간죄개정연대') 등에도 참여해왔습니다. 이런 연대 활동에 참여한 경험이 적극적 합의 활동에도 많은 영향을 주었어요. 안식년 동안에는 ‘적극적 합의’에 관한 장편 소설을 써보려고 합니다. 아직은 기획과 자료 조사 단계예요.


셰어 기획이나 자료 조사 진행은 많이 하고 계신가요?


책이나 논문을 읽으며 자료 조사를 하기도 하고, 주변 사람들을 인터뷰하러 다니기도 하고 있어요.  인터뷰할 때마다 제가 개인적으로 쓰는 소설이고 상담소는 무관하다고 강조해요. 혹시 문제가 생기면 상담소가 아니라 저에게 연락을 주셔라(웃음). 올해 중으로 원고를 다 써서 퇴고까지 끝마치는 게 목표예요. 내년에는 책으로 출간해서 북토크도 열고 싶습니다!


셰어 주제가 적극적 합의라면 사실 활동의 연장 아닌가요? 왜 이 주제를 더 집중해서 해보고 싶으셨는지 궁금해요.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소설가가 꿈이었어요. 성폭력에 관한 소설을 쓰고 싶어서 자료 조사하다가 상담소 회원이 되었는데, 그 이후에 어떻게 하다 보니까 활동가까지 됐어요. 그런데 저는 활동하면서 소설을 쓰는 건 못 하겠더라고요. 활동가 일이 워낙 바쁘고 힘에 부쳐서요. 그러다가 상담소에 안식년 제도가 새로 생겼는데, 이 기회를 놓치면 평생 후회할 것 같았어요. 안식년에 다시 소설을 써서 내 작품을 책으로 남기고 싶다는 마음이 컸어요. 좋은 기회를 얻어서 행복합니다.

적극적 합의라는 주제는 오래 전부터 제 마음 속에 자리잡아 있었어요. 제가 상담소에 입사하고 나서 처음 발간한 자료집의 제목이 『단 하나의 기준, 적극적 합의』였는데, 어쩌면 그때 이미 내 주제라고 직감했는지도 몰라요. 그래서 상담소 활동을 하면서 특히 적극적 합의 관련 활동에 주력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동안 활동을 해오면서 우리 사회가 적극적 합의와 동의를 더 많이 이야기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아무래도 활동가는 강의나 논평 등으로 이 주제를 다루다 보니 주로 필요성과 원칙을 강조하게 되는 게 아쉬웠어요. “적극적 합의를 해야 해. 그건 동의가 아니야.” 제 경험을 돌아 봐도 그렇고, 친구들이나 성폭력 생존자들과 대화해 보면, 훨씬 더 복잡한 맥락이 담긴 이야기가 많거든요. 활동가로서 다 전하지 못하는 이야기를 언젠가는 소설로 펼쳐 보이고 싶었어요. 많은 사람들이 ‘적극적 합의에 관해 이런 경험과 고민을 하는구나. 나도 그랬어.’라고 공감할 수 있는 글을 쓰고 싶어요.


a177d9484b74b.jpg출처 : 한국성폭력상담소

상담소에서도 다양한 기획 사업을 통해 스토리텔링을 시도해왔는데요, 가장 최근에는 페미니스트 개발자 분들과 함께 <적극적 합의를 도와줘>라는 온라인 카드 게임(클릭)을 만들었어요. 그렇지만 상담소 이름을 걸고 하는 활동에서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마음껏 펼치기는 어려워요. 예산이나 일정도 고려해야 하고, 어쨌든 예술 창작보다는 인권 운동이 목적이니까 핵심 메시지를 짧고 쉽고 명확하게 최대한 직설적으로 드러내야 하거든요. 안식년에는 나만이 할 수 있는, 내 안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이야기를 펼쳐 보려고 해요.


셰어 특히 적극적 합의와 관련한 내용은 활동을 통해 풀어내기 어려운 디테일들이 있잖아요. 정말 사람들 사이에 수많은 이야기가 있고 오가는 일들이 있는데, 활동의 언어로는 풀기 어렵고요. 임신중지도 마찬가지로 그런 게 있는데, 이걸 소설로 풀어낸다고 하니까 말씀하신 것처럼 사람들한테 공감도 많이 가고 맥락을 전하기에도 좋은 방식 같아요.


상담소에서 적극적 합의 관련 활동과 임신중지 권리 보장 관련 활동을 할 때, 성폭력에서의 동의 문제와 임신중지에서의 동의 문제가 맞닿아 있다고 생각했어요. 비록 우리가 임신중지 권리 보장을 요구할 때 ‘자기결정권 보장하라’라고 외치기도 하지만, 개인의 선택은 결코 사회와 동떨어질 수 없잖아요. 때로는 사회적 낙인이나 주변 환경 때문에 다른 선택지가 없다고 생각해서 임신중지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맥락이 있단 말이에요. 자기결정권 보장은 임신중지 비범죄화만 하면 저절로 이뤄지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이 임신중지 외에도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고 그중 어떤 선택을 해도 불이익이 없는 사회를 만들어야 비로소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성폭력도 마찬가지예요. ‘동의하지 않은 성관계는 성폭력’이라고 말하기는 쉽지만, 때로는 이게 동의한 성관계인지 동의하지 않은 성관계인지, 내가 진정으로 원해서 동의한 건지 어쩔 수 없이 수락했던 건지, 스스로도 혼란스러워요. 특히 여성들은 자신의 성적 욕망은 억누르고 남성의 성적 욕망에 맞춰 줘야 한다고 사회적으로 학습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동의를 둘러싼 맥락을 잘 살펴 봐야 해요. 소설은 등장인물의 관점을 따라가면서 동의를 둘러싼 맥락을 긴 호흡으로 풀어낼 수 있다는 점이 좋아요. 한번 열심히 써보겠습니다.


셰어 정말 기대됩니다! 이야기 하면서 모낙폐/모임넷 활동 이야기도 나왔는데요, 지금까지 활동을 함께 만들고 해오면서 앎님에게 인상 깊었던 경험이나 고민들이 궁금해요.


제가 2017년 2월에 상담소에 입사했는데, 그해 7-8월쯤에 ‘낙태죄’ 폐지를 위한 연대체를 만들자는 제안을 받았어요. 아무 것도 모르는 신입 활동가였는데 얼떨결에 담당을 맡은 거예요(웃음). 모낙폐를 만들고 ‘낙태죄’ 폐지 운동을 하고 모임넷으로 연대체를 재구성하고 임신중지 권리보장 운동을 하고…… 이 모든 과정을 감사하게도 함께할 수 있었죠. 스스로 활동 운을 타고 났다고 생각해요. 제가 상담소에 입사한 시기는 때마침 페미니즘 리부트가 일어난 직후였는데, 신입 활동가로서 상담소 활동을 배워가는 동안 뭘 해도 관심과 참여가 많으니까 자신감도 생기고 힘이 났어요. 그 다음 해에는 #미투 운동이 일어났고, 가장 가까운 현장에서 연대를 경험할 수 있었어요. 그 다음 해에는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이 있었잖아요. 시대를 잘 만났어요.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이 났던 2019년 4월 11일은 아직도 기억나요. 그날 모낙폐 활동가들은 헌법재판소가 어떤 결정을 할지 모르니까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앞으로 어떻게 대응할지 토론하다가 밤을 새웠어요. 위헌이면 어떻게 하고, 헌법불합치면 어떻게 하고, 합헌이면 어떻게 하고…… 그런데 저는 지고 싶지가 않았어요. 무조건 위헌 결정이 나야 했어요. 오죽하면 제가 선고일을 앞두고 상담소 선배 활동가인 이미경 전 소장님께 물어봤어요. “최선을 다했는데도 좋지 않은 결과를 마주했을 때 어떻게 좌절하지 않고 계속 활동을 이어갈 수 있느냐, 나는 내가 원하는 결과 말고는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를 못하겠다.” 그러자 이미경 전 소장님이 말하길, “그건 활동가의 숙명이다. 설령 당장은 좋지 않은 결과만 눈에 보일지라도 최선을 다해온 활동이 쌓이고 쌓이면 언젠가는 변화를 만들어낼 거다.”라는 거예요. 그 말이 참 인상적이었어요. 아무튼 선고일에 저는 새벽부터 선고가 날 때까지 헌법재판소 앞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었는데, 너무 긴장되고 불안했어요. 헌법불합치 결정이 났을 때는 가슴이 벅찼죠. 이 역사적인 장면에 활동가로서 함께했다는 사실이 자랑스러웠어요. 단순히 언론 보도를 통해 소식을 듣는 거랑은 다르잖아요. 이 결과를 만드는 데 나도 기여했다는 자부심이 컸어요. 오히려 2020년 12월 31일이 지나고 낙태죄 효력이 없어진 순간에는 별 실감이 안 났어요. 하필 그때 코로나19 때문에 집회를 못했잖아요. 헌법불합치 결정 나자마자 다같이 와~ 환호했던 그 순간이 가장 인상 깊고 좋았어요. 

제가 안식년을 맞이하면서 다른 활동가에게 모임넷 활동을 인수인계하고 나왔는데, 얼마 전에 그 활동가가 ‘모임넷에는 앎이 20명 정도 있는 것 같다’라고 말하더라고요(웃음). 그만큼 저랑 모낙폐, 모임넷 활동가들이랑 케미가 잘 맞았던 것 같아요.


셰어 힘들었거나 고민되었던 경험도 있었나요?


지고 싶지 않은데 질 수도 있다는 가정을 해야 하는 상황이 자꾸 생기면 힘들었어요. 2020년 하반기에 정부가 ‘낙태죄’를 유지하는 법안을 입법예고했잖아요. 이제 ‘낙태죄’가 효력을 잃는 건 당연한 수순이라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정부가 나서서 막으려고 한다고? 심지어 저랑 또 다른 모낙폐 활동가 한 분은 기자회견을 했다는 이유로 경찰 수사까지 받았어요. 수많은 기자회견 중 유독 모낙폐 기자회견만 불법 시위로 간주해 수사하겠다는 저의가 황당하고 의심스러웠죠. 결과적으로 둘 다 기소 유예 결정을 받았는데, 저는 불복하는 헌법 소원을 청구했고 아직 계류 중이에요. 어쨌든 국가 권력이 적극적으로 움직이니까 두려웠죠. 이러다가 정부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낙태죄’가 폐지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만으로도 스트레스가 심했어요. 아까도 말했듯이 저는 질 준비가 전혀 안 되어 있거든요. 최종 결정권이 나한테 없고 헌법재판소나 국회, 정부에게 맡겨야 한다는 사실이 너무 싫고 답답했어요. 그들을 움직이는 게 활동가가 해야 하는 일이겠지만, 활동가가 그들에게 얼마나 영향력이 있는지 눈에 보이지 않으니까 이미 답은 정해져 있는 것 같고 무력감이 들었어요.

반대로 내가 원하는 결과를 이뤘을 때는 성취감이 컸어요. 우리 활동이 헛되지 않았구나. 모두의 목소리가 제대로 전달되고 있었구나. 뿌듯했죠. 어느 시점부터 ‘낙태죄’ 폐지 운동을 언급하는 페미니즘 신간이 늘어났는데, 그런 구절을 발견할 때도 힘이 나요. 적어도 페미니스트들은 우리 활동을 지켜보고 있고 연대하고 있다는 걸 실감해요. 모낙폐 활동을 안 했으면 이런 원동력을 어디서 얻었을까 싶어요.


셰어 듣다가 문득 궁금해졌는데, 질 수도 있다는 것에 대해 생각이 좀 달라졌을까요?


제가 버릇을 잘못 들였어요(웃음). 결국 지지 않았거든요. 여전히 지고 싶지 않아요. 계속 이기고 싶어요. 그래도 생각이 달라진 부분은 있어요. ‘낙태죄’ 폐지 운동은 입법 시한이 언제라고 딱 정해져 있었잖아요. 그런데 강간죄 개정 운동이나 차별금지법 제정 운동은 특별한 기한이 없어요. 국회 임기가 끝나면 모든 발의안이 자동 폐기되지만, 다음 국회에서 다시 발의하면 돼요. 투쟁을 장기적 관점으로 바라보게 됐어요. 돌아 보면 이미경 전 소장님이 말한 ‘활동가의 숙명’은 패배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우리가 옳다고 믿는 것, 우리가 필요하다고 믿는 것을 이뤄낼 때까지 투쟁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는 의미였던 것 같아요. 싸움이 끝나지 않았다면 아직 승패는 모르는 거잖아요.

이기거나 지거나 이분법으로 말했지만, 그 기준이 무엇인지 질문을 던져볼 수도 있어요. 그 당시 저는 선고 결과를 두고 위헌이면 이기는 거고 합헌이면 지는 거라고 단순하게 생각했어요. 하지만 ‘낙태죄’ 폐지 운동을 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임신중지 권리보장을 이야기하게 됐잖아요. 만약 헌법재판소가 합헌 결정을 했다 하더라도 그동안 우리가 해온 말들, 우리가 지향하는 가치는 사라지지 않았을 거예요. 그 자체로 이미 이겼다고 볼 수도 있죠. 이제 말하기 시작했고, 더는 침묵하지 않을 거니까. 그런 기준으로 본다면, 계속 말하는 우리는 질 수가 없다는 생각도 드네요.


셰어 다시 ‘조이’풀 인터뷰로 돌아와서, 셰어를 열렬히 응원하고 애정하는 조이님이신데, 셰어와는 어떻게 만나게 되셨나요? 셰어 활동 중에 가장 애정하는 활동은 어떤 것인가요? 셰어 홈페이지 서버 터졌을 때 제일 먼저 발견해주셨어요!


홈페이지 서버 터진 걸 발견한 건 진짜 우연이었어요! 셰어는 아이돌 팬덤에 가입하듯이 가입했습니다(웃음). 제가 상담소 활동이나 모낙폐 활동을 하면서 멋있다고 생각한 분들이 셰어에 다 모여 있었거든요. 그분들이 하는 활동을 조이로서 함께할 수 있다잖아요. 당연히 가입해야죠.

상담소 활동과 셰어 활동은 맞닿는 지점이 많아서 더욱 시너지를 내고 싶은 마음으로 조이 활동을 해왔습니다. 특히 상담소에서 적극적 합의 관련 활동을 할 때 셰어에게 큰 도움을 받았어요. 예를 들면 2020년에 상담소가 <16세 미만의 ‘동의’>라는 집담회를 열었는데, 그때 셰어 활동가들이 발제와 토론을 해주셨어요. 그 집담회를 한 바로 다음 주 팀 회의에 제가 <동의×동의, 적극적 합의> 릴레이 토크쇼의 초벌 기획안을 들고 갔어요. 동의에 관해 우리가 해야 하는 이야기가 이렇게나 많구나 다시 한번 실감했던 거예요. 이를 계기로 적극적 합의 관련 활동에 박차를 가했어요. 2021년부터 지금까지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셰어에 인터뷰, 자문회의, 자료집 감수 등을 요청했는데 매번 흔쾌히 응해 주셔셔 감사했습니다.


셰어 셰어 입장에서도 도움이 많이 됐어요. 셰어에서도 플레져북을 만드는 과정에서 자문회의를 통해 생각해보게 된 주제들이 많았어요. 플레져북에 참고 자료로 넣기도 했고요.


다시 원래 질문으로 돌아와서, 저는 셰어의 모든 활동을 애정합니다. 각각의 활동을 왜 애정하는지 이유를 하나씩 말씀드릴게요. 우선, 임신중지 권리 보장을 위한 활동은 제가 모낙폐, 모임넷 활동가로서 긴 시간 함께해 온 활동이기에 애정할 수밖에 없죠. 

에브리바디 플레져랩 활동은 저한테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활동이에요. 저는 성폭력상담소 활동가이기에 강의를 나가면 아무래도 성폭력을 중심으로 설명을 할 때가 많습니다. "적극적 합의는 명시적으로, 의식이 있을 때, 충분한 정보와 이해를 바탕으로, 평등하게, 모든 과정에서 항상 이루어져야 합니다. 상대를 속여서 수락하게 만들었다면 동의가 아닙니다. 불평등한 관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수락했다면 동의가 아닙니다." 즐거움을 이야기하는 성교육도 중요하고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제 강의는 그러지 못 해서 늘 아쉬웠어요. 셰어가 에브리바디 플래져랩 활동을 해주셔서 시원해요. 한편, 플레져미터는 동의를 7개 척도 중 하나로 제시하고 즐거움, 자신감, 프라이버시 등과 동등하게 다루고 있잖아요. 그동안 동의를 가장 강조해온 저로서는 신기했거든요. 셰어가 상담소와는 또 다른 방식으로 성적 권리 보장을 말하고 동의 담론을 확장해줘서 좋아요. 

셰어 자료는 언제나 열심히 찾아 보고 있어요 강의 준비할 때는 만날 SRHR101에 가서 공부하고 인용해요. <곁에, 함께> 등 여러 자료집도 참고하고요. 마지막으로 셰어의 친구들 활동은 꼭 필요한 활동인데, 셰어에서 해주셔서 든든해요. 특히 의료인 네트워크가 안정적으로 구축되고 나면 상담소에서 성폭력 생존자를 연계해야 할 때도 의지할 수 있지 않을까 사심을 담아 응원합니다.


셰어 셰어가 올해 4년차를 맞이하여 시즌 2를 꾸려나가는 활동과 사업을 진행하고 있어요. 조이님에게 셰어는 어떤 공간이었는지, 또 어떤 공간이 되었으면 하는지, 셰어에게 제안해주고 싶은 활동이나 방향이 있다면 이야기해 주세요!


소설가로서는 북토크를 하고 싶고요. 곧 사무 공간 옮겨야 한다는 말을 들으니 후원을 열심히 해야겠어요(웃음). 


셰어 동의와 관련해서 예전보다 다양한 논의가 많아지고 있잖아요. <섹스할 권리>, <내일의 섹스는 더 좋아질 것이다> 같은 책도 나오고, 좀 더 구체적인 맥락에서 동의를 다루게 된 것 같고요. 여기에는 분명  미투운동의 영향이 있기도 한데요, 그래서 상담소랑 앞으로도 이 주제로 고민을 확장해 가면서 활동을 연결하고 싶는 생각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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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한국성폭력상담소

올해 3.8 여성대회에 가 보니 강간죄 개정을 촉구하는 부스가 많더라고요. 앞으로 강간죄를 개정된다면 동의 여부를 어떻게 판단하느냐가 상당히 중요한 쟁점이 될 거예요. 해외에는 이미 동의 없는 성행위를 강간으로 처벌하는 곳이 많아, 미투 운동 이후 동의 관련 논의가 활발해졌어요. 만약 구체적인 맥락을 고려하지 않고 동의 여부를 1차원적으로 판단한다면, 오히려 성폭력 통념을 근거로 ‘동의한 거 아니냐’라고 판단할 우려도 있어요. 실제로 성매매 피해 지원 현장에서는 성매매를 자발, 비자발로 구분하는 기준에 문제 제기하고 있죠. 강제성을 인정받지 못하면 자발, 즉 동의로 보는 거예요. 성폭력도 마찬가지일 수 있어요. 그래서 법 개정과 해석 투쟁을 함께 해야 해요. 상담소가 강간죄 개정 운동과 적극적 합의 관련 활동을 함께 해온 이유예요. 동의 여부로 법을 바꿀 거라면 ‘동의’를 피해자의 관점으로 해석하기 위한 판단 기준과 우리의 언어도 미리 준비해두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상담소가 2021년에 만든 캠페인 영상의 제목은 ‘가장 확실한 성적 동의, 적극적 합의’(영상 보러가기)였어요. 부제는 ‘동의할 수 있는 조건이 먼저입니다’였죠. 모두에게 동의할 수 있는 조건을 보장하려면, 성적 권리와 재생산권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어요. 많은 사람들이 놓치고 있지만, 동의는 성행위를 할지 말지로 끝이 아니라 뭘 좋아하는지, 뭘 싫어하는지, 피임이나 성매개감염 예방은 어떻게 할지 등등 상호적으로 의사소통하고 때로는 협상하는 과정의 연속이거든요. 모두가 솔직하게 의사소통하고 대등하게 협상하려면 사회적 차별이나 편견도 개선해야 해요. 저는 적극적 합의라는 용어를 사용하면 이런 점을 더 강조할 수 있어서 좋더라고요. 적극적 합의는 셰어 활동과도 잘 어울릴 수 있다고 생각해요. 셰어가 적극적 합의를 주제로 함께 활동해준다면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릴 수 있지 않을까 기대됩니다.


셰어 어떤 지점에서 적극적합의라는 말로 강조하는지 앞으로도 많이 이야기되면 좋겠네요 소설로 나오면 도움이 많이 될 것 같아요. 


저는 셰어가 조이들에게 함께 하고 싶은 활동을 역으로 제안해도 좋겠어요. 셰어가 어떤 활동을 하는지는 잘 알고 있지만 조이로서 ‘난 뭘 해야 하지? 뭘 할 수 있지?’는 아직 잘 모르겠거든요.

인터뷰 질문 중에 ‘셰어가 어떤 공간이라고 생각하느냐’라는 질문이 있었는데, 저에게 셰어는 은하수 같아요. ‘태양이 지구를 중심으로 돈다’고 믿던 인간이 페미니즘을 만나면서 ‘사실은 지구가 도는 거였구나’를 깨달았고, 활동가가 되어 여러 활동을 하면서 ‘지구 밖에는 태양계가 있구나’를 알게 됐어요. 셰어는 태양계 너머에 더 아득한 우주가 있다고 알려주는 은하수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은하수를 따라 여행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 주셔서 늘 감사합니다. 조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은하수를 함께 여행하자! 그리고 적극적 합의에도 많은 관심을 가져 주세요. 


셰어 셰어 은하수라니 부끄럽지만, 앞으로도 앎 조이님, 한국성폭력상담소와 적극적 합의를 비롯해서 여러 의제들에 함께 고민을 나누며 활동하면 좋겠습니다! 안식년 잘 보내시고, 소설도 기대할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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