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보고[조이풀 인터뷰] 12화 : 노동해방, 인간해방을 위한 사회를 고민한다면? 인간다운 삶을 위해 투쟁하는 정은희 조이님 이야기

2023-05-01

* 조이풀 인터뷰는 한 달에 한 번 셰어 활동가와 조이(후원회원)가 만나 대화를 나누는 시간입니다. 곳곳에서 멋진 삶을 짓고 있는 조이를 소개하며 우리의 연결고리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갑니다. 조이의 이야기를 통해 셰어의 활동은 확장되고, 조이의 일상과 셰어가 연결될수록 셰어의 활동은 풍요로워질 거예요. 조이라면 누구나 조이풀 인터뷰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셰어는 조이 여러분의 이야기를 기다립니다.


[조이풀 인터뷰] 12화 

노동해방, 인간해방을 위한 사회를 고민한다면?

인간다운 삶을 위해 투쟁하는 정은희 조이님 이야기💜

 

4월 조이풀 인터뷰 주인공은 정은희 조이님입니다! 정은희 조이님은 '사회주의를향한전진'의 여성운동위원회에서 활동하고 계시며, 올해 초 세계 각국의 낙태죄 폐지 운동을 다룬 책<검은시위>를 출판하셨어요. 책<검은시위>를 집필하면서의 고민, 자본주의 사회에서 성과 재생산을 통제해 온 역사, '낙태죄'와 체제의 연결고리, 체제 변혁을 위한 사회운동까지 다양한 이야기들을 나눠주셨습니다. 임신중지 권리 보장과 재생산정의를 위해서는 노동자들도 함께 투쟁해야 한다고 짚어주셨는데요, 지난 5월 1일 노동절을 기념하며 조이풀 인터뷰도 함께 읽어주시고, 널리 공유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사진 : 정은희 조이님


셰어 현재 하고 계신 일들과 그 동안 활동해 오신 일들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정은희 셰어의 회원이죠(웃음) ‘사회주의를향한전진’ 여성운동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어요. 전진은 지난 10월에 사회주의를 지향하는 여러 단체들이 통합해서 만든 조직이에요. 현장 노동자 투쟁에 기초해서 자본주의 체제를 변혁하자는 야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여성운동위원회는 노동 운동과 페미니즘의 결합을 이야기하고 있어요. 이제 시작하는 입장이지만, 노동자 계급 중심의 페미니즘, 거창하게 말씀드리면 ‘혁명적 페미니즘 운동을 만들자!’ 말하고 있습니다.

 

이전에는 문화운동을 했었고, 그러다 독일에서 공부하게 됐어요. 당시가 2008년 경이었는데, 그때 세계 공황을 계기로 터져 나왔던 대중적인 계급운동을 알게 되었고, 특히 북아프리카 아랍의 봄, 유럽 긴축반대, 독일 무상교육 운동 등을 접하며 세계적으로 노동자계급의 현실이 다르지 않다는 걸 알게 되고 그러면서 계급운동에 대한 고민을 시작하게 됐어요. 근데 국내에는 투쟁 과정들이 구체적으로 전해지지 않아서 개인적으로 전하고 싶다는 의지가 생겼고, 그러면서 국제 언론 보도를 하게 됐어요. 이 과정에서 참세상 국제 담당 기자로 10년 정도 활동했고, 기자로 활동하면서 체제 변혁과 관련된 지향과 전략이 없으면 민중이 떨쳐 일어나도 후퇴할 수 있구나 생각하게 됐어요. 아랍이나 유럽도 보면 극우가 집권한다든지, 수백만의 대중운동이 벌어졌어도 안타까운 현실이 벌어지기도 했잖아요. 한국도 크게 다르지 않은 거 같아요. 촛불을 기억하면요. 체제 변혁 전략, 자본주의를 극복하고 변혁하기 위해서는 이 자본주의 사회가 계급사회이니 노동자 계급 중심의 사회주의 운동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셰어 세계 각국의 낙태죄 폐지 운동을 다룬 <검은 시위>라는 책을 내셨지요. 이 책을 쓰시게 된 계기나 동기는 무엇이었나요? 어떤 방향을 가지고 이 책을 시작하셨는지도 이야기해주세요.

 

책 검은시위 표지


정은희 저는 부끄럽게도 페미니스트적 실천을 하지 못해왔어요. 그런데 제가 일하면서 성폭력 사건을 겪게 되었고 그러면서 페미니스트가 되고 의식적으로 실천해야겠다 그런 생각을 했던 거죠. 그런데 취재 중 폴란드 검은시위를 알게 된 것이죠. 사회주의자로서 페미니즘 의제를 체제와 결부해 어떻게 말하고 실천할 수 있을지 고민했었는데, 취재하면서 보니 폴란드에서 낙태죄가 체제랑 직결되어 있는 게 바로 보이더라고요. 이전에는 임신중지 문제가 여성, 자본주의, 인구통제, 재생산의 문제다 배우고, 듣고, 이야기하긴 했어도 이게 구체적으로 체제랑 어떤 관련이 있는지의 그 서사는 몰랐거든요. 하지만 폴란드 서사를 보면서 구체적으로 확인하게 되었고, 알고 싶고, 알리고 싶었어요. 그런데 당시 폴란드에서만이 아니라 아르헨티나나 아일랜드에서도 임신중지 권리 투쟁이 격렬하게 일어났잖아요, 하지만 많은 경우 체제 문제는 누락하고 있어서 함께 다뤄봐야겠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셰어 폴란드 사례에서 ‘낙태죄’와 체제가 직결되어 있다는 건 어떤 지점이었나요?

 

정은희 폴란드는 ‘어머니 폴’이라는 호칭이 있을 만큼 모성주의가 강한 국가예요. 러시아와 독일 사이에 끼어있으면서 지배세력이 애국주의를 강조하던 과정에서 생겨난 이데올로기였죠. 애국주의나 국가주의에서 벗어나는 여성의 성은 바로 범죄가 됐고요. 당시는 폴란드가 자본주의 사회로 발전하는 과정이었는데, 결국 애국주의를 내세우며 여성의 성을 노동력 재생산에 철저히 가둔 것이었죠. 하지만 폴란드에 공산정권이 들어선 다음에는 선도적으로 임신중지를 합법화했죠. 그것은 노동자해방과 여성해방을 동시에 외친 러시아 혁명 과정에 대한 영향 때문이었는데요, 다시 자본주의로 편입되는 과정에서 낙태죄를 도입하죠. 그 이유는 폴란드가 가톨릭이 강한데, 자본주의 체제를 지향하는 가톨릭계와 야권 때문이었죠. 당시 교황은 자본주의 체제로의 전환 과정에서 10번 이상 폴란드를 방문하며 그 과정에 개입했고요. 

 

결국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노동자가 생산하는 잉여가치를 착취하기 위해 노동력 재생산이 지속돼야 하고, 그래서 여성의 성과 재생산을 통제하게 되죠. 하지만 소비에트 사회는 모든 노동자계급의 해방을 추구했기 때문에 여성 스스로도 성적 자율권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고 본 것이죠. 하지만 폴란드에 수립된 현실 사회주의 정권이 임신중지를 합법화한 과정에도 중요한 한계가 있었죠. 당시 정권이 임신중지의 권리를 보장했더라도 아래로부터의 여성해방 투쟁의 성과로 쟁취한 것이 아니라 이식된 정권이 일방적으로 도입했다는 문제가 있었어요. 그래서 기층 여성 노동자계급의 힘은 성장하지 못했고, 체제 전환 과정에서 확인되는 것처럼 그들의 권리가 쉽게 반격될 수 있었죠. 그래서 결국 자본주의 체제 변혁의 과정에서도 여성 노동자계급 스스로의 투쟁과 성장과 전 노동자계급의 단결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셰어 자본주의에서는 성적규범을 강제하면서 노동인구를 적절하게 통제하려는 시도였다면, 소비에트 같은 경우에도 물론 여성해방이나 자율권 생각도 있었지만, 그것을 자유롭게 하면서 여성노동력을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는 목적도 있지 않았을까요?

 

정은희 그게 사회주의 여성해방론을 비판하는 기본적인 요지인 것 같아요. 그런데 소비에트가 임신중지를 합법화한 배경에는 혁명 뒤 여성들이 낳지 않을 권리를 요구한 데 있었다고 해요. 미국 여성 연구자 앨리스 위드로우 필드는 당시 소련 여성의 삶을 연구하며 “일하는 여성들이 여성해방을 말하는 정부 아래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을 때, 그들이 가장 먼저 한 일 중 하나는 원치 않는 아이를 낳지 않을 권리를 요구한 것”이었다고 해요. 또 “이는 10월 혁명 후 여성들이 모이는 장소와 언론에서 오랫동안 토론됐고, 여성들은 계속 반복되는 임신을 견뎌야 하는 한 결코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독립할 수 없다는 느낌에 거의 만장일치로 동의했다”고 해요. 그래서 소비에트는 관련 법령에도 “낙태죄는 임신중지 수술을 지하로 몰아가고 이러한 비밀로 이익을 얻는 탐욕스럽고 종종 무지한 임신중지 시술자에게 여성이 희생되도록 한다”고 명시했고요.

 

셰어 출판사 이름을 ‘무산여성’으로 지으셨는데, 의미가 궁금해요.

 

정은희 검은시위 책을 준비하면서 한국에서의 낙태죄 역사를 찾아봤어요. 그런데 전효숙, 서홍관의 식민지 조선에서의 낙태죄에 관한 연구가 있었고, 구체적인 사례가 궁금하더라고요. 그래서 동아일보, 조선일보 아카이브 검색을 계속했었어요. 그런데 16주차 태아가 강변 어디에 버려져서 발각됐다는 식의 뉴스가 나오더라고요. 임신중지가 사회 문제로 치부됐었던 거죠. 그런데 당시의 여성 사회주의자들이 임신중지 문제와 관련해서 발언했다는 기사도 보였어요. 저에게는 그게 놀라운 일이었고, 찾다 보니까 한국에서 여성의 날이 처음 개최되었을때 ‘국제무산부인데이’라는 이름으로 개최되었더라고요. 지금은 ‘세계 여성의 날’이라고 부르지만, 당시에는 계급적 당파성을 가진 용어로 여성의 날을 호명한 거죠. 당시에 여성의 날이 그렇게 불렸다는 것이 놀라웠죠. 1920년대 사회주의 여성운동의 영향력이 컸던 배경 때문인 것 같아요. 어쨌든 현재의 현실에서 역사적인 의미는 사라져있어요. 이걸 기억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되어서 출판사 이름을 ‘무산여성’으로 지어봤습니다. 

 

셰어 책을 쓰시면서 처음 시작할 때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지점들을 만나거나, 이전과는 다르게 생각하게 된 부분도 있었나요? 

 

정은희 되게 많은데요. 계속 공부하고 인식을 확장하는 과정이었고, 그중에서도 중요했던 건 한국의 성과 재생산 권리 운동의 중요성, 특히 여성운동과 장애여성운동이 만나면서 권리를 추가하는 방식이 아니라, 낙태죄 폐지로 요구를 같이 만들어 나간 것이요. 낙태죄 폐지 운동으로 권리 투쟁 방향을 발전시킨 과정이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되었고, 합법화가 아니라 비범죄화를 요구한 게 세계사적으로도 역사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다른 한편으로는 아일랜드, 아르헨티나가 합법화했다, 권리를 쟁취했다 하는데 구체적인 사례 역시 흥미로웠어요. 아르헨티나에서는 합법화한 지 1년도 되지 않아 유산유도제만 3만 개 이상이 보급됐고, 이런 얘기들이요. 또 한편으로는, ‘14주까지’라는 주 수를 기준으로 여전히 제한을 뒀고요. 숙려기간 제도를 두고 있고, 지역 격차도 크고, 여전히 투쟁해야 하는 문제라는 사실 역시 알게 됐어요. 이런 부분에서 한국과의 차이를 알게 된 것도 좋았고요. 또 한편으로는 특히 아르헨티나의 경우 여성 노동자계급 운동으로 임신중지 권리를 위해 싸웠던 맥락을 확인한 게 의미 있었어요.

 

셰어 ‘낙태죄’ 폐지 운동과 관련해서, 또 이 책을 쓰시면서 체제 변혁과 관련된 고민을 하시면서 쓰셨으니까 현재 상황에서 그런 방향으로 가기 위한 과제나 어떻게 가면 더 좋겠다 생각해보신 게 있으신가요?

 

정은희 노동자 운동이 임신중지 권리 운동을 자기 의제라고 생각해야 해요. 민주노총이 ‘모두의안전한임신중지를위한권리보장네트워크’에 연대 단위에 들어와 있기도 하지만, 담당자의 문제만이 아니라 조직이 나서 현장에서 여성 노동자들이 이 문제로 싸울 수 있도록 조직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실제로 여성노동자, 임신 가능한 성소수자들이 임신중지 때문에 어떤 피해, 어떤 여건, 어떤 걸 필요로 하는지 노동운동이 드러낼 수 있도록 조직하면 좋겠어요. 여성운동 또한 노동운동이 이 운동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도록 지원과 연대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셰어 그러면 어떤 변화가 생길까요? 

 

정은희 집단적 투쟁이 벌어져야 한다는 거죠. 권리보장 버스도 희망버스 조직하는 것처럼 여러 대가 가고요. 이 문제로 집단적인 파업, 여성파업을 벌일 수도 있겠죠. 단체협상에서도 구체적인 권리로 마련할 수 있겠고요. 현대차에서는 정관수술도 단체협약에 포함돼 있대요. 이런 게 여성은 별로 없는 거죠. 단체협약은 법령 이상으로 만드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해요. 지금 자발적 임신중지 휴가가 보장되지 않잖아요. 이런 것을 단체협상 투쟁에서 관철할 수도 있겠죠. 이러한 실천과 경험 속에서 궁국적으로는 자본주의 변혁을 위한 공동투쟁을 조직해나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셰어 이런 이야기를 전진에서도 많이 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조이로서 셰어 활동을 보시면서 특별히 인상적이었던 활동이 있다면 무엇인지, 그리고 제안하고 싶은 활동이 있다면 무엇인지 이야기해 주세요. 

 

정은희 중요한 여성운동들이 있지만 셰어가 저에게 특별한 이유는 전문적으로 재생산권리를 다룬다는 것이에요. 또 보편적 성적권리를 이야기한다는 점이 좋은 것 같아요. 여성에게 성적권리라 함은 항상 침해당하지 않을 권리, 반성폭력 관점으로만 이야기되어 왔는데, 누릴 권리, 즐길 권리 차원의 이야기는 부족했다고 생각해요. 또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게 이슈페이퍼에요. 항상 챙겨보고 있진 못하지만, 궁금한 게 있을 때 검색해서 찾아보고, 검은시위 쓰면서도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사진 : 정은희 조이님


셰어 즐길 권리를 이야기하는 게 왜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정은희 인간으로서 살아갈 권리라고 생각해요. 인간으로서 생존만이 아니라 인간다운 삶을 이야기하잖아요. 그 중 하나가 성적으로 자유롭게 누릴 수 있는 권리라고 생각해요. 지금은 성적으로 누릴 수 있는 권리도 많은 경우 경제력이 있는 사람들이 구매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거나, 누군가를 억압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잖아요. N포세대라는 말도 있지만, 남성들이 한 해에 온라인에서 성적으로 이용하는 비용은 몇십만 원이라는 통계를 본 적이 있는데, 그렇게 사는 게 맞는가? 착취 문제를 제외한다더라도 고민이 들었어요. 직장 내의 권력관계나 가족관계 내에서 억압적으로 성적 권력을 행사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억압을 넘어서 권리의 문제로도 이야기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셰어 셰어랑 함께 하고 싶은 활동도 생각해보신 적이 있나요? 

 

정은희 제가 일단 많이 배워야 하고요. 여성 노동자 관련해서 최근에도 <색다른토크하셰어>를  하셨잖아요. 일정 때문에 못 들었는데요. 거기에 여성노동자도 오셔서 발언하셨고, 앞으로 이런 이야기를 많이 들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 질문으로 조이되기를 추천하고 싶은 이유를 생각했었는데요. 우리가 사실 자본주의 사회라는 말은 고명처럼 하지만 실제 변혁 전략을 얼마나 고민하고 있는지는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해요. 이런 기반을 조직하려면 노동자들이 먼저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셰어에도 노동자들이 많이 후원하고, 가입해서 활동하고, 연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셰어 더 많은 노동자들과 함께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이야기하고, 운동을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함께 고민해 나가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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