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보고2022 한국-대만 성평등 교육 포럼 후기

2022-12-29



지난 11월 27일 대만 성평등교육협회 (台灣性別平等教育協會 TGEEA, Taiwan Gender Equality Education Association)와 셰어가 공동으로 주최한 <2022 한국-대만 성평등 교육 포럼>이 진행되었습니다. 이 포럼은 2021년에 TGEEA에서 제안하여 처음 시작되었는데요, 지난 해에는 한국과 대만에서 참가 신청을 받아 공개 포럼 형태로 진행되었는데 올해는 좀 더 편안한 분위기에서 사례와 고민을 나누기 위해 패널들을 중심으로 한 비공개 포럼 형태로 진행되었습니다. 

포럼은 27일 한국 시간 2시부터 5시까지 진행되었고 아래의 패널과 진행자가 함께 했습니다. 


진행자 

대만 l  대만성평등교육협회 부이사장|우정팅(吴政庭)

한국 l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SHARE|나영


패널

[대만]

l  대만성평등교육협회 선전부주임|가오즈한(高芷涵)

l  대만성평등교육협회 감사|홍쥐인(洪菊吟)

l  대만 생활동반자 권익촉진연맹 발기위원|천야훼(沉雅蕙)


[한국] 

l  성교육 활동가 모임 <모들>, 초등성평등연구회|마지(장재영)

l  청소년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위티 WeTee|유경

l  서울시립 동작청소년성문화센터 ‘더하기’ 포괄적 성교육 강사|물감(길은정)

l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SHARE|타리


🌈포럼에서 언급된 자료와 포럼 이후 대만성평등교육협회에서 올린 후기의 번역본이 아래에 첨부되어 있으니 참고해 주세요! :) 

중-한 번역은 조은진 님이 해주셨습니다. 고맙습니다!


한국과 대만의 성평등 교육 사례 공유


포럼의 시작은 대만성평등교육협회의 홍쥐인 님이 열어주셨습니다. 홍쥐인 님은 협회에서 개발한 보드게임 <扮家家游 Home Play>를 소개해 주셨는데요,  TGEEA의 유튜브 채널에서 한글 자막이 있는 소개 영상을 보실 수 있어요. (한국어판도 개발되어 있습니다. 궁금하신 분들은 셰어에 문의해 주세요.)

이 보드게임은 게임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재혼가정, 비혼 동거가정, 조손가정 등 다양한 형태의 가정을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홍쥐인 님은 다양한 형태의 가정에 대한 언급이 거의 없는 교과서의 내용으로는 자신의 가족과 맞는 같은 유형을 찾지 못해 열등감을  가지게 될 수도 있지만 게임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자신의 가족에 대해서도 진솔하게 말할 수 있는 기회를 갖고 이를 통해 자신감을 얻을 수 있다고 소개했습니다. 그리고 성역할에 구애받지 않고 다양한 모습과 활동을 선택할 수도 있습니다. 



소개를 마치고 홍쥐인 님은 한국에서는 이런 형태의 게임이 교구로서 많이 활용되고 있는 편인지, 그렇지 않다면 어떤 방법으로 진행하고 있는지 질문했습니다. 

이에 대해 마지 님이 현재 진행하고 있는 성교육 사례를 소개해 주셨습니다. 

마지 님은 우선 학교 안에서는 학생 수준에 따라서 지금 다양한 활동들을 개발하고는 있지만 게임을 활용하는 등의 교육 활동이 아직 활성화된 상태는 아니라고 소개하고, 대부분 대규모이거나 학급 규모의 강의 형식이 많아 주로 동영상 자료나 그림책, 해외 사례 등을 많이 소개하고 있다고 이야기 하며 올해 한 중학교에서 진행했던 교육 사례를 소개했습니다. 

특히 최근 한국에서는 성평등 교육에 대한 일부 남학생들의 저항감이나 반발감이 있어서 계속해서 이들과 소통할 수 있는 자료들을 많이 찾고 있다고 이야기 했는데요, 예를 들어 스코틀랜드에서 모든 여성들에게 월경 용품을 무상으로 제공하는 법안이 만장일치로 통과될 때 이를 지지하는 남성 국회의원들의 발언 같은 것을 보여주는 것이죠. 수업에서 처음에는 “이 법안이 발의되었을 때 사람들의 반응이 어땠을까”라고 물어보면 다들 남자들의 반대가 극심했을 것 같다고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는 사실을 보여주면서 대립적이거나 이분법적인 구도를 깨뜨릴 수 있는 사례들을 많이 소개하고 있다고 합니다. 또는 <짱구는 못말려> 같은 콘텐츠를 활용하기도 하는데요, 특정 에피소드에서 돌봄노동이 짱구 엄마에게만 몰려 있는 상황들을 통해서 차별이나 불평등을 발견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고 있다고 소개했습니다. 



물감 님은 실제 수업에서 주제 선정 보다는 참여자들과 맺는 관계성과 수업의 형식이 중요했던 것 같다는 경험을 이야기하면서, 강의 방식보다는 참여자들이 더 주체성을 갖고 활동할 수 있도록 하는 수업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차별과 평등이라는 주제로 수업을 진행했을 때에도 처음부터 성평등만 얘기하면 초반부터 저항이 거세서 전반적으로 다른 평등과 차별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그 다음에 어떤 젠더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가는 방식이었는데, 차별이 참여한 학생들의 삶에도 연관이 있다는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 노키즈존 얘기로 토론을 이끌었다고 합니다. 성폭력 예방 교육 같은 경우에도 원칙만 이야기하는 강의보다는 인터뷰를 하고 기사 쓰기 같은 활동 을 했을 때 훨씬 더 흥미롭게 참여했던 사례 등을 소개했습니다. 

대만성평등교육협회의 경우 <扮家家游 Home Play> 보드게임을 하면서 학생 뿐 아니라 교사나 학부모, 노인들의 인식을 바꾸는 데에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합니다. 게임을 하다보면  동성커플의 가정 등 성역할과 가족관계에서의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벗어난 다양한 관계가 등장하는데 학생들은 훨씬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하고, 노인 분들의 경우 오히려 인생 경험이 많기 때문에 더 풍부하게 대화를 할 수 있었다고 하네요.

한편, 대만에서는 학교에서의 성평등 교육도 선택수업이 아니고 오히려 다른 과목들과 적극적으로 융합을 해서 커리큘럼을 구성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홍쥐인 님은 그 사례로 이번에 새로 만든 <감정교육>이라는 교재를 소개했습니다. 이 교재에는 열두 개의 행성이 그려져 있고, 크게 세가지 영역-자아에 대한 이해, 다른 사람과의 관계, 자기를 이겨내는 방법-을 행성들과 연결하여 생각하고 토론해 볼 수 있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성평등 교육에 들어가기에 앞서 자기 자신을 이해하는 부분을 먼저 이야기하고, 이어서 친밀한 관계, 이별, 온라인을 통한 만남, 예상치 못한 임신 등의 상황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자연스럽게 생각과 감정을 이끌어내고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런 수업을 여러 과목의 선생님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자료들을 공유하고 있다고 하네요. 



반발과 백래시


각국에서의 사례 발표는 자연스럽게 성평등 교육에 대한 반발과 백래시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졌습니다. 

대만의 경우 학부모 단체에서 학교에 항의전화를 하는 등의 반발이 많은데, 학부모 단체나 보수 단체에서 사례를 조작하거나 왜곡된 내용으로 언론에 발표를 하기도 하고, 성평등 교육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심한 욕설을 하는 경우들도 많이 벌어진다고 합니다. 한 초등학교에서는 콘돔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고 교사를 고소하기도 했다고 하네요. 

이에, 셰어의 타리님이 한국의 상황을 간략하게 공유했습니다. 2015년에 교육부에서 발표한  ‘학교 성교육 표준안’에서 성역할과 성별 고정관념을 강화하고, 명시적으로 동성애에 대해 가르치지 않도록 했던 일, 학생들은 굉장히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정보를 원하면서 많은  질문을 하고 있는데 민주당 정부에서도 이런 교육 내용이 많이 바뀌지 못했다는 점도 이야기 했습니다. 그리고 올해 윤석열 정부에서 교육과정 개정안을 발표하면서 보건 교과에서 ‘성소수자’나 ‘재생산 건강’ 같은 단어들을 삭제한 일을 소개하면서 성적인 즐거움이나 권리에 대해서는 말할 수 없도록하고 임신 출산만을 가르치도록 하는 의도가 노골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점에 대해 우려를 전했습니다. 

위티의 유경님은 2020년에 진행했던 청소년 페미니즘 릴레이 강연에서 있었던 사례를 이야기했습니다. 당시 <나는 섹스하는 청소년입니다>라는 제목의 강연을 진행했는데 이 행사가 보수 종교계 단체들에 공유되면서 강연 담당자 번호로 항의 전화와 문자가 100통 이상씩 왔었다고 합니다. 유경님은 당시 상황이 많이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동시에 <나는 섹스하는 청소년입니다>라는 강연 자체가 그런 반응들에 대한 대응으로서 기획된 것이기도 했었기에, 그 과정을 통해 청소년의 성에 대한 보호주의가 사회에 얼마나 굳건하게 존재하고 있고, 우리 사회가 포르노와 성적권리를 얼마나 혼동하고 있는지, 그렇기 때문에 청소년이 섹스를 하고 있다라는 선언 자체가 이 사회에 얼마나 많은 파장을 일으키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재영님도 초등학교나 중학교에서 보호자들은 학생들이 어떤 내용들은 알게 되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데 학생들은 미디어를 통해서 이미 트랜스젠더 유튜버도 만나고 다양한 정보와 경험들을 접하고 있다고 이야기 하면서, 오히려 학생들이 컨텐츠를 접하면서 스스로 해석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리고, 사실 일부 단체나 학부모들의 의견이 과대대표되는 경향도 있다는 점도 짚었습니다. 실제로 초등학교 4학년 11살 정도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어떤 성교육 콘텐츠를 다루면 좋을지에 대해 학부모들에게 설문조사를 진행했던 적이 있었는데, 학부모들은 오히려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었다고 이야기 하면서 이런 여지들을 잘 살려나가는 것도 중요하겠다는 생각을 이야기 했습니다. 


트랜스젠더 관련 교육과 페미니즘 교육에 대한 고민들


한편, 대만에서는 학교에서 에이즈라든가 트랜스젠더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말아달라는 요구가 많다고 하는데요, 이에 영향을 많이 미친 사건이 2018년에 11월 24일에 실시되었던 전국민 대상 국가 정책 국민투표입니다. 이 국민투표는 민진당 차이잉원 정부가 동성결혼을 합법화하겠다고 밝힌 이후에 실시되어서 이에 대한 백래시를 주도하는 여론이 많은 영향을 미쳤습니다. 당시 제시된 여러 정책들 중에 교육과정에 영향을 미친 항목들은 11번 ‘교육부가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 성평등 교육을 의무화 시키면 안된다는 점에 대해서 동의하십니까?’, 15번 ‘성평등 교육법에 따라 대만에서의 모든 학년의 학생들에게 젠더 감수성 교육,성교육,동성애 교육을 해야하는데에 동의하십니까?’ 이었는데, 모두 부정적인 입장의 반대표가 높게 나왔죠. 대만은 이미 ‘성평등 교육법’이 시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국민투표의 영향으로 학교에서 관련 내용을 교육하기가 어려워졌다고 합니다. 대만의 교육부에서는 트랜스젠더 교육을 지지하지만 반대 목소리가 많기 때문에 공개적으로 수업을 하기가 어렵고, 반대하는 입장의 정치인들이 교사들에게 영향을 많이 미치고 있다고 하네요. 

그리고 대만에서도 성중립화장실에 관한 논쟁이 곳곳에서 계속 진행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대만성평등교육협회와 학교 현장의 교사들은 학생들이 안전한 환경 속에서 자신의 자신의 성 정체성에 대해 이해하고 탐색할 수 있도록 자체 커리큘럼을 만들고 있다고 하는데요, 그런 노력의 일환으로 대만 생활동반자 권익촉진연맹에서는 <Call Me Max>라는 그림책을 만들어서 교사 연수 프로그램에서도 활용했다고 합니다. (** <Call Me Max> 에 대한 온라인 소개 페이지와 수업 자료 번역본은 첨부파일을 확인하세요.)

이에 타리님은 최근의 트랜스젠더 관련 이슈와 ‘모두의 화장실’을 만들어가고 있는 과정들을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아울러, 한국의 주요 정치 집단이나 두 거대 양당에서도 성교육에 대해서는 입장 차이가 크지 않다는 점을 이야기했는데요, 성폭력 예방 교육조차 피해자를 조심시키는 방식으로만 진행하려고 하고 청소년이 임신을 하면 무조건 학교에서 내보내려고 하는 등의 상황이 계속되고 있는데 정치인들은 이에 대해 아주 보수적이거나 논의에 소극적이기만 한 현실에 대한 개탄과 우려를 전했습니다. 

유경님은 스쿨미투 운동의 경험을 공유하면서 스쿨미투를 통해 교사와 학생 간의 위계적 관계에 대한 문제의식이 확장되었다는 점, 그래서 교육의 방향에 있어서도 교사가 일방적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교육이 아니라 학생들이 직접 참여하고 주도할 수 있는 페미니즘 교육의 방향을 고민하게 되었던 경험을 이야기했습니다. 그래서 위티는 청소년을 가르치는 대상이 아니라 권리의 주체로 인식하는 교육이 드물다는 문제의식 속에서 2020년에 청소년 페미니스트 강사 양성단 ‘경계넘기’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청소년이 시민성을 가질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자 했다는 사례를 공유했습니다. 

또, 물감님은 같은 취지에서 청소년 성문화센터들이 성평등 가치를 담고 있는 청소년 동아리를 조직하거나 지원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는 사례를 소개했는데요, 물감님이 참여하고 있는 동작구 청소년 성문화센터의 경우에도 고등학교 두 곳과 연계해서 교내 동아리를 운영하기도 하고, 성평등 관련 콘텐츠를 제작하거나 연극, 문화예술 프로그램으로 연결해서 다양한 활동들을 하고 있다고 소개했습니다. 


더 많은 교류와 만남을 이어나갈 것을 약속하며


이 밖에도 이번 포럼에서는 세 시간에 걸친 토론 시간 동안 정말 많은 이야기들이 오갔습니다. 각자의 발표자료를 가지고 발표하는 방식이 아니라 서로 질문을 나누며 상황과 고민들을 나누는 자리로 진행해 보니 훨씬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는데요, 후기에는 다 담지 못했지만 차별금지법에 관한 이야기, 유엔 아동권리협약에서는 포괄적 성교육을 받을 권리를 이야기하고 있지만 한국 정부는 이에 대한 구체적인 예산이나 담당 인력도 없고 유엔 차원의 심의에도 형식적인 대응만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습니다. (유경님의 전언에 따르면 유엔 아동관리위원회의 위원 중 한 명이 심의 모니터링에 대한 소감을 이야기 하면서 “한국은 아동을 혐오하는 국가라는 인상을 받았다”고 이야기하기도 했다고 하네요.)

이야기를 나누면서, 대만의 경우 성평등 교육법이 있어 좀 더 제도적인 틀이 마련되어 있기도 하지만 지금 각국에서 부딪히고 있는 문제들은 서로 많이 연결되어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대만성평등교육협회와 셰어는 앞으로 지속적인 교류 채널을 만들고 사례와 고민을 나누는 자리를 이어가기로 약속하고 자리를 마무리했습니다. 

바쁜 일정 중에도 함께 참여해서 이야기를 나눠주신 마지, 물감, 유경님께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이 소중한 자리를 제안하고 적극적으로 준비해준 대만성평등교육협회에도 깊은 감사와 연대의 마음을 전합니다. 셰어는 앞으로 이어지는 소식들도 꾸준히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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