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보고"성소수자 운동 30년, 열정을 잇는 우리, 변화는 멈추지 않는다!" 기자회견에 함께했습니다!

2023-05-17


2023년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날(IDAHOBIT) 투쟁주간 선포 기자회견에 다녀왔습니다! 셰어는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날 공동투쟁단'으로 함께하며, 기자회견에서는 셰어의 에브리바디 플레져랩 나영정/타리 팀장이 연대 발언을 했습니다.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날 주간에는 17일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19일 <군형법 제92조의6 위헌결정 촉구 기자회견 >, 20일 <투쟁대회>, 21일 <영화 '두사람' 공동체 영화상영>이 진행될 예정입니다. 많은 관심과 참여바랍니다❤️🧡💛💚💙💜🤎🖤 


- 일시 : 5. 17. (수) 11:00

- 장소 : 광화문 광장(이순신 동상 앞)


- 사회 박한희(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 발언

1. [열정] 성소수자 인권침해와 차별에 맞서온 그 간의 투쟁들

| 이종걸(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2. [변화] 30년 간의 성소수자 인권 변화, 앞으로 해나갈 변화들

| 정성조(다양성을향한지속가능한움직임 다움)

3. [연대] 성소수자 운동에 대한 지지와 연대

| 권수정(전국금속노동조합)

조건희(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타리(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

- 기자회견문 낭독


<2023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날 투쟁주간 선포 기자회견문>

‘가면을 벗읍시다!’

1993년 12월 결성된 한국 최초 성소수자 인권단체 초동회 1호 소식지에 실린 문구이다. 차별과 혐오로 인하여 자신을 드러내기조차 어려웠던 성소수자들이 연대의 힘을 통해 떳떳하게 살아가자는 제안을 담고 있다. 성소수자의 존재 자체가 낯선 사회를 향해 여기 성소수자가 있음을,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은 다양하게 존재한다는 것을 드러내는 선언이었다. 

그로부터 30년이 지난 2023년 우리는 다시 사회에 묻는다. 지금 한국 사회의 성소수자 인권은 어떠한가. 30년간, 수많은 변화가 있었다. 게이, 레즈비언, 바이섹슈얼, 트랜스젠더, 인터섹스 등 다양한 정체성의 성소수자 모임과 단체가 생겼고, 노동, 교육, 페미니즘, 법정책, 문화, 종교 등 성소수자 인권단체들이 다루는 의제도 풍부해졌다. 가만히 있으라는, 드러내지 말라는 사회의 억압에 맞서 성소수자로서 자신을 당당히 드러내고 변화를 요구하는 이들의 외침도 계속 이어졌다. 

성소수자도 동등하고 존엄한 시민이다. 성적지향, 성별정체성을 이유로 한 차별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 이제 이 말에 반대하는 이들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이는 혐오와 차별에 맞서 차별금지법 제정을 요구하고 동성애와 HIV를 범죄화하는 법률의 폐지를 외치며, 혼인평등의 실현과 이분법적 성별제도의 개정을 끊임없이 이야기해온 성소수자 인권운동, 그리고 성소수자 인권을 지지하고 연대하는 모든 이들이 만든 성과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존재하는 혐오와 이를 동조, 조장하고 있는 국가와 지자체의 행태로 인하여 현재 성소수자 인권은 여러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성적지향, 성별정체성 차별을 금지한 서울학생인권조례를 비롯해 각 지역의 학생인권조례가 개악, 폐지될 위험에 놓여 있고, 충남인권조례 등 지역인권조례 또한 공공연히 폐지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동성배우자 피부양자 인정, 성별정정 기준 완화 등 사법부에서의 진전이 있지만 국회는 여전히 차별금지법 제정을 미루고 있고, 퀴어문화축제는 지자체의 방해로 가로막히고 있다. 

그렇기에 5월 17일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 날을 맞아 성소수자 인권운동은 집중적인 투쟁을 선포한다. 동성애를 범죄화하는 군형법 제92조의6 추행죄에 대한 위헌 결정을 촉구하고 동성 커플의 삶을 영화와 이야기를 통해 만나며, 각 지역에서 성소수자의 존재를 드러내고 인권 보장을 위한 변화를 요구한다. 무엇보다 5월 20일 집중적인 투쟁대회를 통해 성소수자 인권운동 이 이어온 열정을 드러내고 지금 필요한 변화를 이야기하고자 한다. 

지난해 5월 14일, 성소수자들은 용산 대통령 집무실 이전 후 처음으로 행진을 진행하며 새정부에 성소수자 혐오와 차별을 없애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요구했다. 그로부터 1년, 정부의 인권에 대한 인식과 수준의 처참함이 드러난 지금, 우리는 더욱 힘차게 성소수자에 대한 모든 차별과 혐오에 맞서며 가열찬 투쟁을 할 것을 선언한다. 이번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날을 맞아 진행되는 투쟁주간은 일주일로 마무리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도 이어질 출발이다. 과거부터 지금까지 이어진 우리의 열정과 드러난 연대가 변화를 더욱 가속시키는 새시작이 될 것이다. 


변화는 멈추지 않는다! 차별금지법 제정하라!

변화는 멈추지 않는다! 혼인평등 실현하라!

변화는 멈추지 않는다! 학생인권법 제정하라!

변화는 멈추지 않는다! 트랜스인권법 제정하라!

변화는 멈추지 않는다! 지역인권조례 확대하라!


2023. 5. 17.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날 공동투쟁단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사)신나는센터, 가족구성권연구소,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건강권실현을위한행동하는간호사회,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노동건강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 공공운수노조, 공공운수노조 희망연대본부,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 만드는 법, 광주인권지기활짝, 노동·정치·사람, 노동당, 노들장애인야학, 다른세상을향한연대 , 다산인권센터, 다양성을 향한 지속가능한 움직임 다움,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무지개예수, 무지개인권연대 , 문화연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소수자인권위원회, 민주평등사회를 위한 전국 교수연구자협의회,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 서울대학교 성소수자동아리 Queer In SNU, 서울인권영화제,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 섬돌향린교회, 성공회대학교 인권위원회, 성노동자해방행동 주홍빛연대 차차, 성소수자 알권리보장지원 노스웨스트호, 성소수자부모모임, 성소수자와 함께하는 상담사 모임, 다다름,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 SHARE,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을 위한 투쟁의 미디어’ 스튜디오 알, 심리상담하는 성소수자 네트워크 이음, 연구공동체 건강과대안, 인권운동공간 활,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인권운동사랑방,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장애여성공감, 전국금속노동조합 여성위원회,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정치하는엄마들, 정태수열사추모사업회, 제주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진보당 인권위원회, 참의료실현 청년한의사회, 천주교 예수회 인권연대연구센터, 청주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걔네, 충남차별금지법제정연대,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한국농인LGBT 설립준비위원회, 한국레즈비언상담소,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의전화, 한국청소년청년감염인커뮤니티알,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총 63개 단체)]


#발언 1. 이종걸(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1993년 12월 일곱 명의 성소수자가 모여 가면을 벗자고 했습니다. 초록은 동색이라고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 끼리 모여 변화를 만들자는 외침이었습니다. 성소수자 인권운동 역사의 시작으로 보고 있는 ‘초동회’ 이야기 입니다. 30년 전만의 이야기였을까요? 성소수자가 존재한  어느 시대, 어느 공간에서나 성소수자는 드러내고자 노력했고, 드러냈습니다. 우리는 끊임없이 우리들 끼리 만났고, 모였으며 드러났습니다. 

문제는 성소수자에 대한 무지와 편견으로 기반한 차별과 배제의 역사 때문입니다. 

성소수자들은 일상적인 차별과 폭력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자신들만의 언어와 시공간을 구축해왔습니다. 한국사회에서 퀴어들은 1960년대부터 도심 곳곳에서 만남을 위한 장소를 만들어왔습니다. 모임, 다방, 가라오케, 바, 극장, 공원, 클럽 등 게이, 레즈비언, 트랜스젠더 등 저마다의 문화 특수성에 따라 맞는 시공간을 만들었습니다. 그렇지만 이러한 성소수자들의 고유한 문화는 일부 대중잡지에 의해 선정적으로 고발되었고, 80년대 중반 HIV/AIDS 유행 이후에는 “에이즈를 퍼뜨린 주범”으로 동성애자/트랜스젠더, 성노동자를 ‘척결’의 대상으로 낙인화하였습니다. 질병을 질병 자체로 보지 않고, 이성애규범의 도덕적 우위를 확인하며 차별과 배제에 혐오의 시선을 덧붙였습니다. 

이러한 낙인과 배제 속에서도 우리는 끊임없이 다시 모였습니다. 90년대 초동회 이후 시작된 성소수자 인권운동, 성소수자 관련 다양한 소식지와 잡지, PC 통신, 인터넷 커뮤니티, 대학가를 중심으로 한 성소수자 모임과 학술활동이 이어졌습니다. 1997년 중고교 교과서 개정 촉구 집회를 시작으로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의 현실을 알리기 시작했고, 성소수자에 대한 언론사의 왜곡된 인식 개선을 위해 활동가들의 미디어를 통한 커밍아웃이 이어졌습니다. 이러한 활동의 결과 국가인권위원법의 차별금지사유에 성적지향이 포함되었고 이후 성소수자에 대한 다양한 차별의 양상이 드러났습니다. 2000년 대 이후로 성소수자들이 적극적으로 자신을 드러내는 커밍아웃 운동 전략의 일환으로 자긍심의 행진인 ‘퀴어문화축제’ 등이 현재까지 전국 각지에서 이뤄지고 있기도 합니다. 

차별을 차별이라고 말할 수 있었던 것은  차별의 문제를 제기하고 드러내는 당사자들의 목소리가 모였기에 가능했습니다. 

2007년 말 차별금지법 입법 과정에서 ‘성적지향’을 포함한 7가지 사유가 삭제 된 채로 발의되었을 때 성소수자 운동은 이를 차별금지법이 아닌 차별조장법으로 규탄하며 적극 대응했고, 현재까지 차별금지법제정운동의 주요 운동진영으로 활동하며 차별금지법제정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이후 서울학생인권조례 제정 투쟁, 서울시민인권헌장 제정 투쟁으로 이어지며 운동은 적극적인 대응을 하며 성장했습니다. 그리고 성소수자 시민권 획득과 제도 개선 운동을 위해 동성혼 및 가족구성권 운동, 군형법 상 추행죄 폐지 운동, 트랜스젠더 성별 정정 및 인권운동, 국제연대와 국제인권규범 활용 등을 활발하게 추진했습니다.


그렇지만 현실은 보수개신교를 중심으로 한 반성소수자 혐오선동세력의 움직임에 정부와 정치권이 제대로 대처하지 않고, 동조하고 있습니다. 차별금지법제정 유예, 지방정부의 각 인권 조례, 성평등 조례, 학생인권조례가 후퇴되거나 논란이 되는 이 현실은 성소수자에 대한 사회적 합의 운운하며 침묵하거나 무시, 회피하고 있는 정부와 정치권의 책임이 가장 크고, 이로 인해 우리 사회 전반의 인권과 평등이 후퇴되어 그로 인한 폐해는 차별과 혐오에 취약한 시민들이 오롯이 견디고 있습니다.  

여기서 저는 우리가 반드시 짚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이 땅의 수많은 차별과 폭력에 맞서서 싸우고 있는, 차별 받고 있는 사람들을 기억하고, 격려하고 위로하며 지지 한다는 것을 말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제가 활동하고 있는 친구사이에서 20년 가까이 회원으로 활동해오면서 HIV 감염인의 목소리, 성별이분법에 저항하며 목소리를 내는 젠더 퀴어들의 목소리, 사람들과의 관계맺기 속에서 외로움과 실패를 경험하며 자신을 찾기 위해 싸우는 약물 사용자의 목소리 등을 드러내는 것에 대해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던 과거를 발견합니다. 차별의 문제를 말하고 맞서는 싸움을 한다는 것은 결국 우리가 놓여있는 사회 전반의 차별적 현실에 함께 맞서면서 힘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30여년간 성소수자 운동의 과정과 연결들은 성별이분법의 현실을 변화시켜왔고, 그것을 위해 함께한 사람들의 삶이 차별에 저항하는 삶으로 이어지도록 성장시켜왔다고 생각합니다. 

차별의 문제를 가시화하고 드러내는 활동을  지지하고  격려하는 것이 우리 사회 곳곳에 이어져야 합니다. 한국 성소수자 인권운동 30년의 역사 속에서 변화를 위해 차별과 혐오에 맞서고 있는 수많은 성소수자들의 마음도 그러할 것입니다. 무관심의 권력을 믿지 않고, 조금씩 들여다 보고, 물어보면서 배우고, 그러다 이해하고 알게되는 과정이 이어져야 합니다. 뭔가 두렵고, 용기내기 어렵다 할 수 있는데 지난 30년 역사가 그러했습니다. 차별에 맞서서 나의 무지 속에서도 그래도 관심을 드러내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앞으로도 그러해야 합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발언2. 정성조(다양성을향한지속가능한움직임 다움)

성소수자 인권, 시간의 둑을 터뜨립시다.

시간은 모두에게 동등하게 흐른다고들 하지만, 유독 성소수자 인권의 시간만은 더디게 느껴집니다. “사회적 합의가 부족하다”, “유교의 전통과 문화를 존중해야 한다”, “급격한 사회 변화는 위험하다.” 이러한 말들은 성소수자 인권을 자꾸만 머나먼 미래로 밀어냅니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성소수자에 이토록 무감각한 것은 오직 정치의 영역입니다. 최근 우리 사회에는 성소수자의 삶을 직간접적으로 다루는 퀴어 콘텐츠가 너무 많아 일일이 세기도 어려울 지경입니다. 유튜브에서는 자신이 성소수자임을 밝히는 데 거리낌이 없는 크리에이터들이 수십만 명의 구독자를 모읍니다. 대중적으로 동성애와 트랜스젠더를 제대로 구분하지 못 했던 과거와 달리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는 주변에서 살아가는 성소수자 동료 시민의 존재를 일상적으로 체감할 수 있습니다. 정치가 자꾸만 “나중”으로 미뤄왔던 성소수자들은 “이미” 우리 사회에서 당당히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성소수자 인권을 지체시키고 있는 것은 부족한 시민의식이 아니라 바로 변화를 보지 못하는 무능한 정치에 있습니다.

우리는 한결같이 말합니다. “이제는 정말 정치의 시간이다.” 성소수자 인권운동은 지난 30년 동안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우리 사회의 공론장에 이끌어내고, 평등을 실현하기 위한 과제를 제시하고, 동료 시민들을 설득하고, 나아가 무지개로 빛나는 연대의 순간을 축적해 왔습니다. UN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한국 정부에 성소수자를 차별에서 보호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고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을 포함한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라고 끊임없이 권고해왔습니다. 성소수자의 존엄과 인권을 보장하기 위한 30년 간의 숱한 노력을 외면하고, 변화의 흐름을 거스르고 있는 것은 바로 국회와 정부입니다. 성소수자가 사실은 심각한 차별을 겪는지 잘 모르겠다거나, 이미 이들을 보호할 장치가 존재한다는 왜곡된 정부의 인식에 참담함을 느낍니다. 많은 성소수자는 억압적인 가족, 국가, 성별 제도, 바로 국가의 차별적인 제도로 존엄한 삶을 상실합니다. 차별금지법 제정을 지연시키면서 혐오의 말들을 방관하고 있는 것도 바로 정치입니다. 성소수자 인권을 가로막고 있는 것은 막연하고 추상적인 혐오가 아닙니다. 바로 무책임하고 폭력적인 정치가 문제입니다.

그렇지만 무지개는 뜹니다. 최근 실시된 여러 조사에 따르면 차별금지법 제정에 찬성하는 여론은 이미 7~80%를 넘어선 지 오래입니다. 매년 퀴어문화축제면 성소수자의 존재를 축하하는 수많은 시민이 서울시청 광장을 무지개로 가득 채웁니다. 김용민 소성욱 부부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동성커플의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라는 소송을 제기해 2심에서 승리했습니다. 해당 재판부는 “성적지향을 근거로 한 차별은 더 이상 한국에 설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이며 성소수자의 인권과 존엄이 우리 사회, 그리고 국가가 지켜나가야 할 중요한 가치임을 강조하는 역사적인 판결을 내렸습니다. 더이상 정치가 뒤에 숨을 “나중”은 없습니다.

성소수자 인권, 시간의 둑을 터뜨립시다. 성소수자 인권을 가로막는 거대한 둑에는 이미 수많은 균열이 새겨져 왔습니다. 이는 일상 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당당히 드러낸 퀴어들, 커밍아웃에 차별이 아니라 환대로 화답했던 동료 시민들의 지지, 그리고 무지개 깃발을 들고 함께 했던 수많은 연대의 순간들이 겹겹이 쌓여 만들어낸 결과입니다. 저는 확신합니다. 정말 한순간에 둑이 터지며, 변화의 폭포가 쏟아질 것이라고. 그 쏟아지는 폭포 속에서 무지개가 피어날 것입니다.

5월 17일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날을 맞아 우리는 다시 한번 성소수자의 존엄과 평등을 선언합니다. 우리 모두의 소중한 삶의 모든 순간에 차별의 얼룩을 용납하지 맙시다. 나라는 존재를 자유롭게 표현해도 불이익을 받지 않는 평등한 사회로 나아갑시다. 차별금지법₩ 제정을 넘어, 혼인평등을 이루고, 다양한 가족구성권을 보장하며, 트랜스젠더의 존엄한 삶을 지켜내는 사회를 만듭시다. 무지개 빛 연대의 힘으로 우리는 멈춰 있는 정치의 시간을 넘어설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발언 3. 권수정(전국금속노동조합)

“모든 노동자는 인권을 침해받지 않고 타인의 인권을 존중하는 평온한 환경에서 일할 권리를 가진다.” 

금속노조 모범단협안 중 인권장의 첫 번째 문장입니다. 저는 이 문장을 좋아합니다. 성인지감수성 없는 조직 전국금속노동조합의 부위원장이라는 지위에 있는 권수정이 오늘 기자회견에 발언자로 초대된 이유도 아마 이 모범단협안 때문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2021년 연말에 채택된 모범단협안으로 단협이 채결된 사업장은 아직 없습니다. 모범단협안은 신규사업장이 생겼을 때 그 기준이 되는데, 요즘은 신규사업장이 금속노조에 가입을 하면 대체로 회사가 어용노조를 만들어서 복수노조가 되고, 단협이 채결되지 못한채 지리한 투쟁이 지속되다가 끈질기게 싸워서 마침내 단협이 만들어질때, 임금과 노동조합 활동보장에 대한 몇가지 조항의 기본협약 수준만 채결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금속노조의 힘이 모범단협안을 사측에게 관철시키고 있지 못하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우리의 목표는 모든 사업장에 모범단협안 수준의 인권장이 채결되고, 성소수자 조합원들이 배우자가 아프거나, 배우자의 가족이 경조사인 경우 그 혜택을 단협대로 요구하고 동일하게 적용받는 것입니다. 성소수자 조합원들이 자신의 정당한 권리를 요구하고 싸우는 장면을 보고 싶습니다. 그런 상황이 올겁니다. 금속노조 여성위원회는 그때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모범단협안 채택 이후, 평등수칙을 만들어 모든 공식 회의자료 첫장에 첨부하도록 했습니다. 금속노조 평등수칙에 이런 문장이 있습니다. 

“우리 노조에도 성소수자 조합원이 있습니다. 타인에게 존재의 존엄을 확인시켜야 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편견없이 존중합니다.” 

이 문장에 대해 ‘타인에게 존재의 존엄을 확인’ 시킨다는 것이 무슨 뜻이냐는 사업장 간부의 질문이 있었습니다. 뭐라고 설명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이 문장을 조합원들이 더 쉽게 이해할수 있게 어떻게 표현할지 생각하고 있습니다. 좋은 의견 있으시면 주시기 바랍니다. 

금속노조 무지개 깃발을 만들고, 무지개 뺏지를 제작하여 조합원들에게 배포했습니다. 요즘은 통계에 신경쓰고 있습니다.   

지난 5월 8일 윤석열정부 1년평가 조합원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18만 조합원중 5%인 8,638명의 조합원이 참여한 설문조사입니다. 윤석열정부의 국정운영에 대해 몇가지 항목을 질문했고, 윤석열 대통령 평가를 0점부터 5점까지의 점수로 선택하게 했는데, 77%가 0점이었습니다. 압도적인 0점이 이상하지는 않습니다. 

8,638명의 조합원중 남성이 90.7%, 여성이 9.74%, 그 외의 성이 0.19% 였습니다. 8,638명중 16명의 조합원이 그 외 성별에 체크했습니다. 자신의 성정체성을 공식 통계에서 밝힌 16명의 성소수자 조합원이 있고, 여기가 시작입니다. 여기가 시작이라는 것을 우리가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대한민국의 모든 노동현장에 성소수자 위원회가 조직되고, 자신의 성정체성을 드러낸 노동자들이 동료들과 어울려 평온한 환경에서 일하는 생산현장을 눈으로 보고 싶습니다. 동지들과 함께 금속노조 여성위원회가 만들어갈 세상입니다. 그 세상을 동지들과 함께 살겠습니다. 

고맙습니다. 


#발언 4. 조건희(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안녕하세요,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한노보연)에서 활동하고 있는 조건희라고 합니다.

한노보연은 일터에서 발생하는 노동재해는 자본주의 하 기업의 이윤 중심 경영, 그리고 몰성/남성의 얼굴을 띄는 위험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라는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윤보다 노동자의 몸과 삶을 기준으로, 노동자들이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노동조건을 만들고 노동과정을 변화시킬 수 있는 세상을 열기 위해 활동하고 있습니다.

노동자들은 많은 이유(그러나 그러면 안 되는 이유)로 일하다 다치거나 아프고, 죽기까지 합니다. 애도를 넘어 안전하고 건강한 일터를 만들기 위해서, 현재의 일터는 누구의 얼굴을 띄고 있는지, 누구의 몸과 속도를 기준으로 하고 있는지 함께 질문하고 바꿔나가는 과정이 매우 중요합니다.

일을 구하는 과정에서 차별받지 않는 것, 예측할 수 없을 때 아프더라도 자유롭게 연/병가를 사용하며 쉴 수 있는 것, 아프거나 다치면 잘 치료받고 잘 요양 받을 수 있는 것, 직장에 잘 복귀할 수 있는 것, 복귀했을 때 똑같은 위험에 다시 노출되지 않을 수 있는 것, 예방할 수 있도록 위험을 발굴하고 함께 바꿔나가는 것. 다양한 얼굴을 띈 노동자들이 일터에서의 위험과 차별을 발견하고 바꿔나감으로써 예방할 수 있는 것. 

노동자가 도저히 감당하지 못하는 속도와 높이로 컨베이어 벨트가 돌아간다면 그 속도를 늦추고 높이를 맞춰야 합니다. 폭력적이고 배제적인 성별 이분법 화장실이 아니라 모두를 위한 화장실을 가고 싶을 때 편하게 갈 수 있어야 합니다. ‘퀴어라서’, ‘감염인이라서’가 고용 및 작업내용에서 배제를 정당화할 수 없으며, 지향이나 정체성/상태를 드러내고 싶지 않다면 드러내지 않아도, 혹은 드러내더라도 그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함께 일하고 살아갈 수 있어야 합니다.

일터에서 서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존중한다는 것은 '너는 너고 나는 나니까 나를 건드리지 마.'가 아닙니다. 같은 공간에서 숨 쉬고 살아가지만 다른 조건이나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개인들이, 섬처럼 고립되어있는 상태에서 관계망을 잘 형성하는 것으로, 함께 토론하며 자본과 국가가 설정한 선을 넘고 책임을 지우는 것입니다. 그렇게 일터 내에서, 사회에서의 권력관계를 명확히 드러낼 수 있습니다.

문제를 드러내고 바꿔내는 첫 과정은 그것에 대한 인정입니다. WHO가 동성애를 정신장애 목록에서 제외한 것은 그런 의미에서 중요한 변화입니다. 하지만 퀴어 노동자들을 아픔으로, 죽음으로 내모는 권력관계에 기반한 구조는 공고합니다. 우리는 일터 내에서, 사회 내에서 만연한 혐오와 배제의 동역학을 노동자의 관점으로 더욱 드러내야 합니다. 그럴 때 퀴어 노동자는 불편하거나 거슬리는 존재가 아니라, 변화를 먼저, 주체적으로 만들 수 있는 노동자로 의미화될 수 있습니다.

우리는 국가와 자본이 설정해놓은 선을, 정상성을 함께 넘기 위한 투쟁에 함께합니다. 한노보연도 2023년 국제 성소수자혐오 반대의 날을 맞아 일터에서, 사회에서, 집에서, 다양한 시공간에서 모든 노동자가 건강하고 안전하게 살 수 있도록 변화를 만들어가는 데에 함께하겠습니다. 투쟁!


#발언 5. 타리(성적권리와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

안녕하세요.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에서 활동하고 있는 타리입니다. 

한국사회에서 지난 30년간 본격화된 성소수자 인권운동은 우리 사회의 많은 것을 바꾸었습니다. 성을 둘러싼 차별과 폭력, 낙인의 문제가 전혀 당연하거나 자연스럽지 않다는 것을 온 몸으로 부딪혀 밝혀왔습니다. 인권 운동과 페미니즘 운동과도 담론적으로 실천적으로 결합하면서 가부장적인 성규범과 지배질서를 폭로하고 대안을 제시해왔습니다. 자신의 삶을 위해서, 권리를 위해서, 사회의 변화를 위해서 수치와 낙인의 억압을 이겨내고 스스로를 긍정하고 드러내면서 행복과 쾌락의 기준을 바꾸어왔습니다. 부당한 차별과 억압에 맞서서 인권과 사회정의의 지평을 확장해왔습니다. 


저는 성적 권리와 재생산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운동하는 단체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성적 권리는 인권의 역사 속에서 운동과 담론, 규범과 제도가 만들어지는 동안에도 여전히 주변부에 밀려나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성적 권리가 덜 중요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은폐하고 공론화하지 않을 수록 기득권에게 유리했기 때문입니다. 성을 둘러싼 관계, 가치, 노동의 문제를 단지 사적인 것으로 치부하면서, 갈등하고 협상하고 토론해야 할 문제가 아닌 것으로 치부되었습니다. 

하지만 성을 둘러싼 욕망과 행위, 노동은 관계와 쾌락을 만들기도 하고 때로는 착취와 차별, 폭력으로 돌아오기도 합니다. 성적 권리는 성적 활동과 즐거움을 특권이 아니라 반차별과 평등의 가치로 이끌어내려는 노력입니다. 누구도 성적 권리로 부터 배제되지 않도록 노력하면서 성적 건강과 즐거움, 평등을 모두의 것으로 만들기 위한 시도입니다. 성소수자 인권운동은 가장 대표적인 성적 권리 운동입니다. 이 운동이 만들어내는 결과는 이성애시스젠더 중심의 정상성을 해체함으로써 결국 모두의 자유와 평등을 지향할 수 있습니다. 


당연하게도 성소수자의 역사가 30년인 것은 아닙니다. 제도와 경계, 분류가 생기기 이전부터 인류와 동물, 식물에게는 다양성이 존재해왔고, 성소수자를 비롯한 모든 인간은 그 다양성의 일부입니다. 생물학적이라는 말이 언제부터 제도와 규범을 의미하게 되었는지 몰라서 통탄할 지경이지만 살아있는 물질 모두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자리를 바꾸고 변태하고 변형된다는 점에서 다양하다는 말이 빛을 발합니다. 

그렇다면 성소수자 운동이 시작되기 전 30년을 떠올려볼까요? 독재정권의 그늘 속에서 많은 이들이 경제성장을 위해서 노동력을 갈아넣었습니다. 이러한 노동 능력이 없거나 근로를 거부하는 이들은 무차별적으로 수용과 감금을 당했습니다. 외화벌이를 위해서, 군사주의 강화를 위해서, 시장질서를 위해서 유흥업을 발전시켰고 이 산업을 여성과 성소수자들이 떠받쳤습니다. 동시에 이들은 ‘윤락’과 ‘변태’라는 이름으로 길에서 단속당하고 감금당했습니다. 또한 1985년 한국에서 에이즈 환자가 발견된 이래로 성소수자는 사회의 건강을 해치는 위험분자로 낙인찍혀 왔습니다. 인권운동이 본격화된지  3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이런 감금과 배제의 억압은 조금씩 대상을 달리하면서 유지되고 있습니다. 일부 성소수자는 사회적으로 성공하기도 하고 가족과 주변 사람들로부터 인정받고 있지만 어떤 성소수자는 HIV감염, 트랜지션, 약물 사용, 성노동, 빈곤, 탈가정, 탈학교, 정신적/신체적 장애, 이주 등의 경험과 결합되면서 처벌받고 차별받습니다. 따라서 여전히 성소수자가 받았던 차별을 온전히 회복하고 평등한 사람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기존의 질서에 편입되는 것이 아니라 성소수자를 억압했던 바로 그 논리에 대항하며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야 하고, 그 길은 아직도 많은 여정을 남겨두고 있습니다. 


삶을 파괴하고, 생태를 파괴하고, 인권을 파괴하는 현재의 체제는 재생산을 불가능하게 하고 불평등하게 만듬니다. 재생산 정의를 위해서 싸우는 활동가로서 성소수자 운동에게 자본주의 국가 체제에서 만든 정상성의 질서 속에서 차별과 억압을 받고 있는 운동과 더 연대하자고 제안합니다. 국가발전과 경제성장을 위해서 국가는 시민들에게 정상가족을 만들고 인구를 생산해서 생산에 기여하기를 요구해왔습니다. 그 과정에 참여하지 못했던 장애인, 성소수자, 이주민 등 소수자집단, 비인간동물은 차별을 받아왔습니다. 누구와 함께 살며 성적인 친밀감을 나누고 돌봄을 할 것인지, 다음 세대를 어떤 방식으로 초대할 것인지는 어떤 강압없이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 자유로운 결정은 능력이나 자격이 아니라 국가와 사회가 보장한 권리가 되어야 합니다. 그 어떤 권리도 선물처럼 주어지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권리를 발명하고, 실험하고, 기존의 질서에 도전하면서 상식으로 만들어나가야 합니다. 그 어느때보다 삶의 위기, 재생산의 위기, 생태의 위기를 겪고 있는 지금을 살아가는 한 사람으로서 재생산을 정의롭게 이루어나갈 수 있도록 사회를 바꾸는 일은 그 어느때보다 갈급합니다.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를 선동하는 세력과 그에 부응하는 정부, 국회 등 국가기관에 분노합니다. 해외에서는 핑크머니를 끌어모으느라 무지개를 팔아제끼면서도 국내에서는 일언반구조차 하지 않고 노동자를 수탈하는 재벌을 비롯한 기업에 분노합니다. 동료시민을 평등하게 대우하기는 커녕 직업윤리마저 저버린채 차별과 혐오를 서슴치 않는 일부 종교인, 공무원, 교사, 경찰, 검사, 판사, 국회의원, 의료인, 사회복지 종사자에게도 유감을 표합니다. 하지만 인권운동은 계속해서 파괴가 아니라 회복과 재건에 힘쓸 것이고, 차별에 맞서고 평등을 추동해나갈 것입니다. 앞으로의 30년을 전망하면서, 지금의 체제에서 억압당하는 이들과 함께 성적 권리와 재생산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셰어도 그 길에 언제나 함께 하겠습니다.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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