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보고[조이풀 인터뷰] 13화 : 가장자리로 모인, 풀리지 않은 고민을 직면하는 운동을 함께 하고 싶어요! 림보, 아정 조이님들의 이야기

2023-05-31

* 조이풀 인터뷰는 한 달에 한 번 셰어 활동가와 조이(후원회원)가 만나 대화를 나누는 시간입니다. 곳곳에서 멋진 삶을 짓고 있는 조이를 소개하며 우리의 연결고리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갑니다. 조이의 이야기를 통해 셰어의 활동은 확장되고, 조이의 일상과 셰어가 연결될수록 셰어의 활동은 풍요로워질 거예요. 조이라면 누구나 조이풀 인터뷰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셰어는 조이 여러분의 이야기를 기다립니다.


[조이풀 인터뷰] 13화 : 

가장자리로 모인, 풀리지 않은 고민을 직면하는 운동을 함께 하고 싶어요! 

림보,  아정 조이님들의 이야기💜



셰어 각자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어떤 경로로 여기까지 오셨는지 궁금해요. 


림보 지금하고 있는 외국인보호소 폐지운동은 정말 우연하게 만난 것 같아요. 이전에는 인권교육을 했고, 청소년 노동인권이 저에게는 가장 중요한 주제였어요. 그러다가 여성노동자들의 싸움과, 김용균님의 사망을 둘러싼 이야기를 기록하는데 참여했는데요.. 그렇게 나온 책 덕분에 아정을 알게 됐어요. 기록 작업에 참여한 책의 북토크를 열어준 수요평화모임에 들어가게 됐어요. 그 모임에서 ‘위안부’ 운동, 퀴어이론을 비롯해 몇가지 책을 같이 읽고, [반란의 매춘부]도 같이 읽고요. 그렇게 만남을 갖다가 외국인보호소폐지를위한물결 IW31(International Waters 31) 활동을 하게 됐어요. 성노동자해방행동 주홍빛연대 차차와 공론장도 만들었고요. 평소에 가지고 있던 고민을 용감하게 속시원하게 얘기할 수 있는 자리를 만날 수 있어 좋았던 기억이 있어요. 활동을 하면서 답답하게 풀리지 않던 고민들이 있잖아요. 그런데 여기에서는 그 문제들을 동료들과 거침없이 얘기할 수 있고, 비슷한 고민과 메시지로 화답을 해주니 계속 활동을 함께하게 되는 거 같아요. 사실 청소년인권을 중심으로 관심을 두고 운동을 고민하다보면 다양한 가장자리의 사람들에 대한 고민이 연결되는 것 같아요. 


셰어 청소년 노동인권운동을 하다가 유가족을 만나고 기록하는 작업 등을 하면서 풀리지 않았던 지점이 IW31를 통해 만났다거나 풀렸던 게 뭐였을까요?


림보 신기하다 싶을 정도로 계속 고민들이 만나는 지점이 있었어요. 작년 8월에 부산외국인청에 구금된지 8시간만에 사망한 이주민이 있었고 마약 얘기가 같이 막 나왔어요. 우리는 진상규명을 요구하면서 싸웠는데 유가족이 정리를 해서 끝난 상황이 되어버렸죠. 이것이 본인의 의사였을까? 왜 가족이 정리하면 우리는 더 싸울 수 없게 되는가 이야기를 나눴어요. 현장실습 사망사건 대응 운동 때에는 섣불리 이야기하지 못했던 질문이었는데요. 운동의 고민이 가족주의나 성별이분법 등의 주제와 연결되는 게 자연스러운 것이었구나 생각하게 되었어요. 너는 어떤 대명사로 불리기 원해? 이런 질문도 처음이었어요. 그걸 고민하는 사람은 남들에게도 물어보는구나. 이런 사람들과 함께 활동하는 게 매순간 소중해요. 이런 질문들이 반갑고요. 나도 이런 경험이 있었는데 잘 풀리지 않았다고 토로하면 이 고민을 같이 붙들고 고민해야한다, 중요한 것 같다 하고 이렇게 이야기를 끝까지 하게 되어요. 그래서 좀 신기해요. 


셰어 풀리지 않는 질문들은 가장자리로 모이나봐요(웃음)


림보 모르는 척 하고 밀어내는 것들이 끝으로 내몰리잖아요. 모르는 척 한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아정 저는 사실 동료들과 함께 [난민, 난민화되는 삶]이라는 책을 쓰면서 고민이 너무 많았어요. 저는 책상 공부는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굉장히 열심히 했고요. 책이 나왔고 잘 팔리기도 했는데, 근데 잘 되는 게 마음이 편치 않았어요. 책이 나온 후에 어느 공론장에서 어떤 친구가 저한테 “아정쌤, 난민 친구 한명도 없잖아요?” 물었어요. 공격적이진 않았는데 그때 내가 뭘 하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책이 나온 것과는 별개로. 책은 2년 간의 공부와 활동을 반영해서 다들 열심히 썼어요. 책을 쓴 당시에는 ‘난민이 누구냐’가 아니라 사람들이 ‘어떻게 난민화되나’ 이게 중요했어요. 국적국 안에서도, 국민도 난민화될 수 있어요. 난민이라는 건 ‘자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병역거부를 한 제 친구가 난민화 된 사람이라고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난민 친구 한 명 없지 않냐’는 질문을 듣고 본격적으로 찾아봤어요. 이주 운동 중에서도 사각지대, 외국인보호소 면회활동을 하는 ‘마중’이라는 데가 있더라구요. 그래서 전화를 걸고 다음 날 찾아가봤죠. 찾아가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까 ‘아, 이건 꼭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바로 다음 주부터 활동을 시작했어요. 

생각지도 못했던 활동이었어요. 면회를 하기 전까지는 이들이 왜 저기 들어가게 됐는지도 몰랐고, 그 사람이 밖에 나온 이후의 모습을 상상할 수도 없었어요. 그리고 막상 밖으로 나왔을 때의 모습이나 상황이 제가 생각했던 것과 다른 것이에요. 고문피해자인 M님을 만났을 때가 사실 면회 활동의 한계를 느낄 때였어요. 보호소 밖의 삶을 조력하고 지지하는 힘이 절실했고,새로운 형태의 운동이 필요하다고 느꼈어요. 그 힘이 갑자기 어디에서 뚝 떨어졌던 건 아니고 난민재판 응원단으로부터 시작된 것 같아요. IW31의 태동이 거기에 있지 않았나 싶어요. 


셰어 난민재판 응원단은 어떻게 시작했나요?


아정 제가 처음 면회한 사람이 성소수자 난민 신청자였어요. 처음엔 모르고 만난거죠. 그런데 그 분이 이제 밖에 나와서 소송 구제로 재판을 받게 된 거에요. 그런데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난민신청을 한 것이 받아들여질 수 없다는 것이 이해가 안 되는거에요.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박해를 받아서 왔는데 박해가 없는 다른 지역에 가서 살라고 하면서 ‘대안적 피신이론’ 운운하며 난민으로 인정하지 않는 게 너무 황당하더라구요. 그 때 성소수자 당사자, 문제에 관심있는 사람들이 많이 모이게 되면서 그게 첫번째 난민재판 응원단이었어요, 같이 재판을 방청하면서 말도 안되는 결정에 분노하고, 당사자를 지지하고, 일상 생활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IW31의 출발점을 만들지 않았나 싶어요. M이 보호소 밖으로 풀려 나왔을 때, 그의 일상을 하루씩 돌아가며 조력해보자는 의미에서 각기 다른 활동을 하는 서른 한 명에게 편지를 썼어요. 지금은 온라인 소통방에 60여명이 있지만 그 중 스무 명 정도가 꾸준히 참여하고 있어요. 

워낙 다양한 사람들이 모이다보니 얼마나 가겠어 이런 생각도 있었어요. 많은 사람이 모여서 당사자 한 사람의 구체적이고 복잡한 문제를 들여다보고 활동을 하려다 보니까 교차성을 말하기는 쉬운데 운동으로 만드는 건 정말 어렵다는 것을 알았어요. 말하자면 여기를 땡기면 저기가 아픈거에요.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있어서 때로는 어떤 주장을 하는 것이 다른 운동을 아프게 하기도 하고, 그게 교차성이구나 싶어요. 연대가 좋고 힘이 나는 것만이 아니라 각자 있었던 자리에서 느꼈던 모순과 한계를 가져오기도 하는 거죠. 예를 들어서 외국인보호소 안에서 당장 깨끗한 물을 마시도록 개선을 요구하는 것과 외국인보호소 폐지하라고 주장하는 것은 둘다 필요한 일이지만 때로는 분열증적인 고민을 하게 되고, 개선하라는 것은 더이상 하고 싶지 않은 말이 되기도 해요. 하지만 어떤 운동의 한계를 느낀다고 해서 바로 박차고 나오는게 아니라 다른 힘을 만들어서 같이 해보고 싶어요. 저도 활동가 출신이 아니잖아요. 이런 활동을 하면서 너무 많이 배웠어요. 여기까지 흘러 들어온 이유도 사실 동료들이지만 지속하는 힘도 동료들이 되는 거 같아요. 이러고 있을 줄 몰랐네요(웃음)


셰어 교차성을 실천하는 것이 때로는 서로를 아프게 하기도 한다는 말에 공감이 묵직하네요.


림보 저는 난민 운동에 대해서 잘 몰랐어요. 미등록 이주민과 관련한 운동을 하다보니까 난민 운동과 미등록 이주민 운동이 분리될 수 있나 하는 고민이 생겼는데 두 운동이 매우 구분되어 있고, 멀리 있는 거예요. 난민 운동이 난민 자격을 얻는 것에 집중되면 더 그렇게 되는것 같아요. 하지만 난민 자격을 얻을 수 있는 사람은 보통 자원이 많고 증거가 있는 사람들, 변호사 비용이 있는 사람들이거든요. 그런데 계속 난민 재판에서 지고, 증거도 없고 생활도 힘든 난민을 만나게 되면서 결국 가장자리에서 만나게 되는건가 싶었어요. 가장자리 운동이 외로운 건, 사람들이 좋은 일 한다고 말하고 응원한다고 하지만 자신의 삶이나 운동과 모순 되는 지점들을 보지 않으려고 하고 그냥 좋은 사람으로 남고 싶어하려고 하는 걸 볼 때에요. 


아정 난민이 자격이 되어버리는 상황이 황당한데, 당사자에게는 난민 재판에서 승소하는 게 너무 중요하기도 한거잖아요. 그래서 재판을 응원하고 조력하는 활동도 하는데 한편으로는 그 당사자와 그가 속한 공동체가 너무 가부장적인 거에요. 우리 멤버들 몇몇이 어떤 난민공동체에 초대를 받아서 간 적이 있어요. 100여 명이 모인 회의에 여자가 한명도 없고, 여성을 소개할 때 이름이 아니라 누구의 아내로 소개한다거나 가정 폭력이 심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어요. 취약한 자리에 있는 게 맞는데 그 좌표에서 취약한 거지, 다른 부분은 아닌 거 잖아요. 한 사람의 자리라는게 고정된게 아니라 뒤집어지기도 한다는 것을 알게 됐고, 한편으로는 난민이나 이주민에 대한 우리의 상상력이 고정된 문제이기도 하고요. 이걸 풀어내기 위해서라도 어렵지만 운동과 운동이 어떻게 만나고 교차할 수 있을까 이런 고민이 커졌어요. 아직은 한계가 많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건 당사자들에게만 고정된 자리를 주기 때문만이 아니라 운동을 하는 당사자들도 고정된 역할만을 하는 문제가 있지 않나 싶어요. IW31에게도 다른 곳에서 ‘아, 너희는 폐지운동하니까 그런 말 할 수 있지’라고 선을 긋거나 현실성이 없고 상상력을 자극하는 단체로만 자리를 규정하려고 해요. 이런 반응을 마주하면 고립감을 느껴요. 저는 탈사법화, 재정치화 되는 운동을 하고 싶어요. 헌법재판소에 위헌제청도 지지하고 참여했지만 법에만 붙들려 있고 싶지 않아요. 사람들이 낯설어 하는 말을 하는 동료들을 공론장에 내보내고, 발언의 대표성도 바꾸고, 다양한 메시지를 발신하고, 이런 노력을 하고 있는데 쉽진 않아요.


2022.3.21 M과 함께한 법무부 직접행동에서. 아정과 고양


2023.3.23 외국인 구금제도 위헌 결정을 받고 신나서 뛰는 IW31 동료들. 사진 :상환


셰어 체감하는 것보다 IW31이 운동사회에 미치는 파장이 클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영향을 받고 있고, 단지 상상력이 아니라 현실적인 대안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지 않을까요. 


아정 이태원에서 종이가면 시위할 때 누가 오겠나 싶더라고요. 근데 사람들이 되게 많이 왔어요. 얼마나 올지 몰라서 집회 신고도 안했거든요. 외국인 보호소 폐지하라는 구호를 이전에는 외친 적이 없죠. 외치게 될 줄 우리도 몰랐고요. 난민재판 응원을 하러 갔잖아요. 고등법원이었는데 최장기 구금인을 응원하는 날, 재판 끝나고 나와서 고등법원 한복판 중정에 모였어요. 사진을 같이 찍자고 하고 포즈를 취하고 있었는데 동료인 에밀리가 법원이 다 떠나갈 정도로 “외국인 보호소 폐지하라!”고 외치는거에요. 그런 구호를 고등법원 한 복판에서 외쳤다는 게… 우리가 다같이 웃으면서 그 자리에서 얼떨결에 함께 외쳤어요. 그리고 에밀리의 어린이 반려인이 같이 왔는데 법정에서 원래 자리를 옮기거나 심지어 다리를 꼬아도 안 되거든요. 그런데 어린이가 캐리어를 끌고 돌아다니는 것은 막지 못하더라구요. 그날은 법정의 권위에 도전했던 상징적인 날로 기억에 남아요. “외국인 보호소 폐지하라!” 구호를 주로 제가 외치는 것으로 포착이 되어왔지만 사실 그때 에밀리가 외치기 시작한 구호였어요.


셰어 저희도 그런 순간이 있었어요. “낙태가 죄라면 범인은 국가다!” 이 구호가 낙태죄의 본질을 정확히 보여주고, 운동할 때도 정말 많이 쓰였는데요, 2016년 성과재생산포럼이 주최한 기자회견에서 조미경 장애여성공감 활동가가 발언 끝에 즉흥적으로 외친 구호였어요! 

현재 IW31의 활동은 어떻게 흘러가고 있나요?


아정 초기부터 지금까지는 이주민 운동을 비롯해서 운동의 배경이 없었던 다양한 사람들도 모여서 도발적인 방식으로 활동을 하기도 하고, 우발적인 상황에 대처하는 활동을 주로 해왔어요. 모닥불을 막 피우면 모여서 하고, 사그라들면 또 옆에 모닥불을 피우면 또 모이고, 단합이 잘 되는거에요. 하지만 지금은 상황을 대처하는 것 중심의 활동을 넘어서려고 하고 있어서 내부적으로 논의하고 정비를 해나가는 시기이도 해요. 


림보 맞아요. 우발성에 대처를 하기도 했지만 우리가 뭘 하고 싶어하는가 찾기 시작하면서 자꾸 해보고 싶은게 생긴 거에요. IW31이 말하는 이슈 자체가 너무 무겁기도 해요. 갇혀있는 사람과 물리적으로 멀고 만나지도 못하는데 무엇을 어떻게 할 수 있을까. 근데 우리 멤버들이, 나도 정신질환자이고 약물 이슈가 있었고 성노동자이고 등등 자기자신의 여러가지 실패 경험 등이 있을텐데, 그걸 이 운동을 하면서 조력하는 상대들한테서 본 거에요. 처음엔 조력하는 상대의 어려움만 보였어요. 그런데 막상 뭘 원하냐고 물었을 때는 머리하러 미장원 가고 싶다든가, 안에 오래 있어서 애인을 다시 만나고 싶다든가 그런 말을 들으면서, 힘을 빼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문제에 대응하고 싸우는 사람도 있어야 하지만 일상의 어려움도 듣고 같이 즐길 수 있는 사람들도 필요하겠다 싶어요. 우리가 잘 하는 게 노는 거에요. 그래서 장애인권영화제 부스를 만들자는 의견이 있어서 부스 프로그램 진행했고, 버스 타고 찾아가는 외국인 보호소 문화제도 준비하고 있어요. 

보호소 앞에서 문화제를 연다고 하니까 어떤 사람은 사람들 갇혀 있는데 밖에서 꽹과리 치고 이런 것도 이상한 다크투어 아니냐 거부감을 표현하는 분들도 있었지만 우리가 보호소 앞에서 기자회견하고 소리 지르고 구호 외치는 시간이 있었는데 안에서 그걸 들었다고 하더라구요. 우리는 이런 걸 해보고 싶어요.


420 장애인인권영화제에서 예주가 만든 뿔머리띠를 쓰고 좋아하는 림보


셰어 희망버스 처음 시작했을 때 생각이 나기도 하네요. 김진숙 지도가 저렇게 올라가서 힘들게 있는데 춤추고 웃고 이게 처음엔 다른 사람들이 이해하기 어려웠다는데. 김진숙님은 좋아하기도 했고요.


림보 네 잘 해보려고요. 원래 두번은 해보려 했다가 여력이 없어서 한번을 거창하게 하자 했어요. 저상버스 수어통역 비건도시락을 준비하려고 해요. 비인간 동물 환영한다는 말을 아직 못했는데 그 얘기도 해야겠네요. 모두가 만나는 장소를 만들어보고 싶어요. 


셰어 시설화와 감금, 추방의 문제는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의 이슈에서도 매우 중요한데요, 혹시 이 연결점에 대해서 고민해보시게 된 경험이나 계기가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림보 이 사람들이 되게 힘든 존재만이 아니라 욕망을 가진 존재라는 걸 알아채는 것을 생각했어요. 이 사람들도 고통스러운 존재만이 아니고 즐겁게 살 권리가 있는 사람들인데 그걸 표현하는 말이 머리하고 싶어, 애인이 사라졌는데 연애하고 싶어 라고 표현되는 구나 했죠. 성적권리가 꼭 섹슈얼리티만이 아니고 그런 인간 존재가 가질 수 있는, 욕망하는 존재라는 것을 스스로 발견하고, 표현하고, 주변에서 존중하는 것이 권리가 아닌가 싶어요. 


셰어 그런 욕망을 발견하고 중요성을 지지하고 이런 게 정말 동떨어진 문제가 아니라는 걸 말하는게 중요한 거 같아요.


아정 면회를 하다보니까 어떤 사람은 거기에 갇히는 순간 연애를 할 수 없잖아요. 그러니까 섹스할 수가 없잖아요, 오랜시간동안. 그걸 힘들어 하는걸 새삼스럽게 알게 됐어요. 느닷없이 갇히게 됐을 때 애인이 면회를 와도 만질 수도 없는 상황이죠. 그래서 면회를 가면 그런 괴로움을 토로하고, 애인 사진도 보여주는 분이 계셨어요. 그런 얘기를 들으면서 아 이런 문제를 제기해야 겠다고 깨닫게 되어요. 담배는 왜 못 피우게 하나, 징벌시설이 아닌데 왜 먹고 싶은 걸 못 먹는지. 어떤 감염인을 지원하다보면 저는 ‘감염’이라는 것에 대해서만 꽂혀서 조력을 하게 되는데 “나는 아이를 낳고 싶어, 상담받을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받게 되면 새삼 놀라죠. 나는 맨날 약을 지원할 생각만 했구나. 


림보 동두천 난민 공동체에서 지내는 어린이들 만나는 프로젝트를 작년에 시작했어요. 그 지역의 활동가와 연결이 되어서 올해는 글쓰기 교실도 하고 어린이 놀이터 디자인 하는 활동을 하는데.. 작년만큼 결합하진 못하네요. 


아정 : 저는 어린이들과 관계맺기가 어려워서 함께 있으면 오히려 소극적으로 임하는 편인데 어린이들을 둘러싼 상황을 보면서 복잡한 고민을 하기도 해요. 가부장적인 문화, 동두천 기지촌에서 미군이 미치는 영향력이 좋은 것으로 포장되는 문화 속에 어린이들이 살고 있죠. 하지만 그 문화에서 살고 있는 어린이들의 판단이나 욕망에 대해서 함부로 판단하거나 개입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우리 활동가들이 공유하고 있어서 다행이에요. 


셰어 맞아요. 조력하는 상대의 복잡한 욕망을 인정하고, 실망하지 않으면서도 같이 돌파하는게 운동인데, 자신이 기대한대로 되지 않는다고 실망하는 사회복지사, 운동가들이 많아요. 


림보 그러니까요. “고마운 줄도 모르고!” 이런말. 


아정 뭘 왜 고마워해!


올해 법무부 앞에서 단식 농성 중인 난민을 방문해서 지지하는 피켓을 만들고 잠시 쉬는 IW31 사람들. 왼쪽부터 예주, 슬기, 에밀리. 사진: 은석


셰어 마지막으로 조이로서 셰어 활동을 보시면서 특별히 인상적이었던 활동이 있다면 무엇인지, 그리고 함께 하자고 제안하고 싶은 활동이 있다면 무엇인지 이야기해 주세요.


림보 에밀리와 제가 임신과 출산을 경험했고, 어린이와 사는 사람이잖아요. 그런데 에밀리가 글을 쓰면 제가 너무 공감하게 되더라고요. 에밀리는 이동주민으로서(에밀리는 구조적인 국경과 편견에 의한 경계로 확립되는 “이주”라는 용어 대신에, 누구나의 삶에서 어쩌면 매순간에 경험하고 있는 섬세한 '흔들림'-이(동)과 '길들임'-(거)주를 동등하게 마주하는 '이동주민'이라고 한다.) 비국민 입장에서 말을 하는데 많은 고민을 던져줘요. 저는 이런 동료들과 젠더, 이주, 성노동 이슈를 관통하는 이야기를 만들고 싶어요. 어떤 여성들은 자신이 만든 가족을 '정상적인 것'으로 만들고, 보호하고 싶다는 욕망이 강하게 갖고, 때로는 그것 때문에 다른 여성들에게 패악질을 하기도 해요. 한편으로 어떤 여성들이 폭력적인 가족을 떠나지 않는 이유는 생존의 문제이기 때문이기도 하고요. 그런 복잡함을 인정하고, 그걸 단순화하지 않으면서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활동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것이 이주민을 종속시키면서 보호한다는 논리와도 연결된다고 생각하죠. 그 사람을 종속시키는 구조를 바꾸지 않고 조금 개선하는 방식으로 가는 한계를 넘어서 논의하고 싶은 거죠. 또 무모하고 이상적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절실한 논의이기 때문에 진짜 땅에 발 붙이고 같이 이야기하고 싶어요. 셰어랑 그런 것들을 언어화하기 위한 고민을 같이 시작해보면 좋겠어요.


아정 저의 삶에서 그렇지 못했기 때문에 여성 어린이들이 자기 욕망을 잘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싶어요. 이주 아동이 살고 있는 환경이 가부장적이거나 보수적인 기독교도 많은데 성에 대한 다양한 지식과 자신의 욕망을 긍정할 수 있는 기회를 부정당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이미 만나고 있는 어린이들이 있고, 좀더 젊은 활동가들과는 이야기를 나누고 있어요. 일상적으로 이야기를 듣고 있지만 그것과 별개로 프로그램이 있으면 좋겠어요. 원가족으로부터 자유로운 환경에서 이런 프로그램을 진행해보고 싶어요. 


셰어 오! 찾아가는 성교육을 준비해보아요! 마지막으로 셰어의 다른 조이(후원회원) 분들께 전하고 싶은 이야기 또는 아직 조이가 아닌 분들께 조이되기를 추천하는 한 마디를 해 주세요 🙂


아정 셰어가 공유하는 정보들, 이슈페이퍼 글 이런 걸 열심히 챙겨봐요. 적극적인 활동을 못하는데 챙겨 읽기만 해도 많이 배울 수 있구나 생각이 들었어요. 저한텐 이게 커요. 특히 셰어는 안전하게만 글을 내지 않아서 좋아요. 누군가는 불편하고 도전적으로 느끼는 사람들도 있을텐데 그게 좋아요. 안전한 말만 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나아가는 지점이 있어요. 


림보 파주 용주골 연대 이후에 후원회원이 줄지 않고 늘었다니 너무 다행스럽고요. 저는 어떻게 만나게 됐지. 예전에 [배틀그라운드] 출간 되기 전부터 성과 재생산, 낙태죄에 대한 온갖 강좌를 열심히 다녔어요. 제가 모르는 주제였고 공부해야겠다 생각했어요. 결혼하고 나서 활동을 시작한거라 임출육에 대한 지질한 말을 나눌 곳이 별로 없었어요. 그런데 이런 주제를 활동으로 고민하는 사람이 있다는게 좋았고 배틀그라운드 읽으면서도 낙태죄라는게 풍부하게 이야기될 수 있는 이슈라는 것을 알게 됐어요. 청소년 활동가를 알게 되면서, 또 이들이 하는 실천과 운동을 알아가면서 정말 셰어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최근에 어린이가 엄마에게 차마 보여줄 수 없는 비엘을 보고 있다고 하는데요, 음 나를 무시하는거 같은데(웃음) 실제로 보면 정말 놀랄 수도 있겠죠. 요즘엔 어린이가 너무 만화주인공이나 아이돌 남성을 이상형이라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그런 남자는 현실에 잘 없고, 티비에서 보여지는 만큼 좋은 인간이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멋진 여자는 많다” 했더니 “여자도 마찬가지 아니냐”고 반문해서 인정했어요. 단지 청소년에 대한 이해를 넘어서 어린이와 이런 대화를 하면서 다른 고민을 할 수 있게 용기를 갖는데 셰어도 한몫했다고 생각해요. 여러분도 더 많이 후원하셔서 셰어 활동가들에게 더 많은 쉼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지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IW31에서 준비하고 있는 “버스 타고 찾아가는 외국인보호소 폐지 문화제” 안내해 드립니다. 많은 관심과 참여 바랍니다!


🌈<버스 타고 찾아가는 외국인보호소폐지 문화제(버찾폐)> 

👉 참가신청 : https://forms.gle/WMWZjMUSacvQx27JA


일시 : 2023년 6월 23일(금) 오전 11시~오후 3시

장소 : 화성외국인보호소 앞

버스 출발 : 오전 10시 사당역 공영주차장(사당역 1번출구) 집결 : 9시30분~!!


버찾폐는 저상버스를 타고 갑니다. 버찾폐는 수어통역이 있습니다. 버찾폐는 비건 도시락을 제공합니다.

공연 : 캄캄밴드, 빌리카터, 이하루

참가비 : 1만원(입금계좌 : 카카오뱅크3333-21-5960259 심아정)

주최/주관 : 외국인보호소폐지를위한물결International Waters31 (IW31)

* 이 행사는 인권재단사람의 지원으로 진행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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